아오부타 책가방 소녀의 꿈

[3월 1일]

 

마이 씨?

 

아저씨, 누구야?

 

이건 전에 꿈에서 꿨던…

 

아저씨, 누구야?

 

나도 꽤 많이
어른스러워졌으니까

 

나도 꽤 많이
어른스러워졌으니까

모르는 아저씨하고 얘기하면
안 된다고 엄마가 그랬어

 

그 엄마는 어디 가셨어?

 

혹시 미아가 된 거야?

아니야!

 

여기는 어딘가요?

모르는 아저씨하고 얘기하면
안 된다고 안 했던가?

 

그냥 됐어요

 

시치리가하마(七里ガ浜)

 

실제로는 일리(一里)도 안 되는
시치리가하마

 

나는 저기 있는
미네가하라 고등학교의 학생이고

이름은 아즈사가와 사쿠타

이걸로 더 이상
모르는 아저씨는 아니지?

 

꼬마 아가씨의 이름은?

 

날 몰라?

 

나는―

사쿠타

 

마이 씨?

뭐야, 놀란 표정 짓고

나를 잊어버릴 정도로
기다리게 하진 않았잖아?

 

정말로 마이 씨구나

그러니까 그 반응은 뭐야

그야 먼저 작은 마이 씨가
와 있었으니까

여기 봐, 여기에…
어라?

 

마이 씨, 란도셀을 메고 있는
여자애 봤죠?

못 봤는데
사쿠타 혼자 있었어

무슨 말이야?

아역 시절의 마이 씨하고
많이 닮은 여자애가 지금 여기에 있었는데…

정말로 나였어?

어떤 사춘기 증후군 아니야?

 

뭐, 뭐야

 

마이 씨, 괜찮아?
무슨 일 있었어?

 

아야…!
마이 씨, 아프다니까…!

남의 몸을 막 만지지 마

좀 더 제대로 확인하는 편이 좋았…

 

나는 괜찮아
딱히 아무렇지도 않아

그보다 사쿠타하고
만나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이쪽은 내가 사귀고 있는
아즈사가와 사쿠타 군

이 사람은 나의…

마이의 엄마입니다

마이 씨와 교제하고 있는
아즈사가와 사쿠타입니다

알고 있어

마이의 스캔들이 떴을 때
여러모로 조사해 봤으니까

 

그때에는 딸이 민폐를 끼쳤구나

네?

최근에는 기자한테 쫓기거나
사진을 찍히진 않니?

파악하고 있는 범위에서는요

그래?

 

슬슬 가야겠는걸

 

마이, 너는 날 닮아서
남자를 보는 눈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바람 피지 않도록 조심해

괜찮아
상대는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니까

거기다 제대로 교육은 해뒀고

 

사쿠타 군이라고 불러도 될까?

아… 네

이렇게 제멋대로에
골치 아픈 딸이지만

잘 부탁해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사쿠타하고 이렇게 같이
돌아가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인가

 

마이 씨, 어느새 어머니하고
화해한 거야?

화해는 안 했어

졸업식 때 와 줬는데도?

내가 부탁한 게 아니야

그럼 어째서?

얼마 전에 교토 현장에서

그 사람의 사무소에 소속돼 있는
아이가 왔는데

마이 씨의 어머니 사무소?

 

그 아이, 내 팬이라면서
그 사람이 데리고 왔는데

그때 졸업식 일정을 물어봤어

 

그래서 가르쳐 줬더니
왔다는 거예요?

맞아

보나마나 일 때문에
오지 못하겠지 싶었는데

 

마이 씨는 지금의 어머니를 싫어해요?

싫어해

중학교 때 냈던 사진집에서

수영복 사진을 찍는 건
싫다고 헸는데

그 사람이 마음대로
승낙한 건 지금도 용서할 수 없어

하지만…

 

요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잖아?

사쿠타와 만나고

쇼코쨩과 쇼코 씨의 일로
힘든 일도 많이 겪었고

 

하지만 그 덕분에
정말로 소중한 걸 찾았어

 

내 안의 소중한 것이 늘어나서

그 사람을 향한 혐오감이
조금은 사그러든 걸지도 몰라

 

거기다

교토에서 함께 연기를 했던
아역 배우 여자애도

나와 똑같았어

 

기다리는 동안 그 아이의 엄마와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2년 전에 아버지가 집을 나가서
편모 가정이래

 

그만큼 평범한 가정이 아니니까
열등감을 품지 않도록

연예계 데뷔를 시켜서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고 싶었대

 

그래서, "마이 씨는 저희의 동경이자
목표예요"라는 말을 듣고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그 아이의 엄마를
부정할 생각은 들지 않았어

두 사람은 굉장히 사이가 좋아서
함께 열심히 해보자는 느낌이었으니까

 

마이 씨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응… 잘 기억이 안 나
정말 바빴으니까

그런 생활에 전부
어울려 주셨던 거니까

마이 씨의 어머니도 굉장하시네요

사쿠타는 누구 편이야?

물론 마이 씨죠

이제 됐어
이 얘기는 끝

 

어찌 됐든 나는
아직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자기 딸을 특별하게 만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은…

 

전에 아버지가 그랬어요

 

"부모의 마음은 네가 부모가
됐을 때 이해하면 된다"라고요

 

그럴지도 모르겠네

 

다녀왔어

어서 와

 

그 곡

코미쨩이 가르쳐 줬어
오빠도 알아?

응, 저번에 마이 씨가 듣고 있었어

유행하나 보네

 

뭐지, 이건?

 

역시 또 사춘기 증후군?

 

상황으로 보건대

원인은 아즈사가와 아니면
사쿠라지마 선배에게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아?

세상에서 제일로 귀여운
여자 친구가 있는 나한테

고민이 있을 거라 생각해?

너무 행복해서 무섭다거나?

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거니까
무섭다는 생각은 안 해

복스러운 생각이네

 

사쿠라지마 선배를 많이 닮은
여자애 말인데

응?

아즈사가와 말고는
본 적이 없댔지?

응, 마이 씨한테는
보이지 않았어

만약 그게

「두 사람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라는
상태라고 한다면

사쿠라지마 선배와 그 여자애 사이에는

어떠한 인과관계가
성립되고 있는 거라 생각해

그건… 두 후타바를 동시에
관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아니면 쇼코쨩과 쇼코 씨를
동시에 관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아즈사가와의 복부에 생긴 새로운
흉터와의 관계도 잘 모르겠지만

후타바도 모르는 건가

정 신경이 쓰인다면
쇼코쨩한테 물어보는 게 어때?

뭐, 그 방법도 있긴 하겠지

쇼코쨩은 여러 미래를 체험한
기억이 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묻지 않는 거야

괜한 걱정은 끼치고 싶지 않아

마키노하라 씨는 누구보다도
행복해졌으면 하니까

 

사쿠라지마 선배를 제쳐두고
그런 말을 해도 돼?

 

마이 씨하고는 함께
행복해질 거니까 괜찮아

 

마이 씨, 졸업 축하드려요

고마워, 카에데쨩

보아하니 숙박 세트인가 보네요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럴 리가 있어도 된다고 보는데~

카에데쨩 앞에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맞아, 오빠

사쿠타의 수험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참고서를 가지고 왔어

 

그리고 이거

 

아니야!

 

어째서?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야 나는 이미
많은 것들을 받았으니까

기쁜 것도, 즐거운 것도

조금은 쓸쓸한 마음도…

굉장히 따스한 마음도

그리고…
이 밀짚모자도!

 

마이 씨, 굉장해

 

사쿠타, 이쪽 좀 도와줘

 

그래서 어때?

저로서는 지금의 마이 씨가
훨씬 귀엽다고 생각해요

 

그건 알고 있어

닮았어요

그보다 그냥 판박이예요

그런데… 그렇기에 더욱
위화감이 있다고 해야 할지

위화감?

너무 판박이예요

말투까지

그래서 제가 만난 건
TV 속의 마이 씨였다고 생각해요

 

어쩐지 더 모르게 된 것 같은걸

 

어라? 이걸로 끝이야?

 

미안, 가지고 있는 건
1권뿐이야

아마도 노도카가 전권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다음에 노도카 씨한테 물어볼게요!

역시 시스콤 아이돌

카에데쨩, 노도카하고 많이
친해졌나 보네

진로를 정할 때까지
공부를 봐줬으니까요

나도 뭔가 돕고 싶어

그럼 카에데쨩
양파 좀 썰어줄래?

 

그럭저럭이네

몇 점 정도 돼야
마이 씨는 날 칭찬해 줄 거야?

100점

외우는 것뿐이니까
당연한 거잖아?

에에…

아, 그렇지

 

이거 줄게

뭔가요?

부적 대신이야

 

얼마 전에 영화 선전을 하러
나갔던 낮 방송에서

토지의 혼인 신고서를
소개해 주는 코너가 있었어

 

방송에서 사용했던 걸
스태프분이 반쯤 재미로 주셨어

"그하고 결혼할 때
사용해 주세요"라고 하더라니까

그러니까 딱히 내가
받아온 건 아니야

 

- 저기 있잖아, 마이 씨
- 뭔데?

마이 씨의 이름이
적혀져 있는 게 좋은데

그러는 편이 부적의 효과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이름만 적을 거다

 

자, 이거면 돼?

저, 다음 달 10일이 생일이에요

알고 있어

그래서 저, 다음 달에는
18살이 되거든요

마음대로 제출하면 혼난다

혼나는 것뿐이라면 제출해 버릴까

그럼 헤어질래

네에?

이런 건 같이 제출하고 싶은 법이잖아?

그럼 이건 마이 씨가
가지고 있어줘

내가 가지고 있으면
사쿠타한테 부적이 안 되잖아

둘의 이름이 들어간 혼인 신고서를

마이 씨가 가지고 있어주는 편이
효험이 더 있어 보이는데

 

사쿠타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지, 실은 저도 마이 씨가
봐 줬으면 하는 게 있어요

봐 줬으면 하는 거?

잠… 잠깐, 갑자기 뭘 하는 거야!

 

- 어떻게 된 거야?
- 모르겠어요

어제 돌아와서 교복을 벗었더니
이렇게 돼 있었는데

예전에 있었던
흉터하고는 다르네

 

이상한 목소리는 내지 않는구나

저도 지금 깨달은 건데요

거기, 만져도 아무것도 안 느껴져요

 

이렇게 해도?

 

기껏 마이 씨가
만져주고 있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이상한 표현은 하지 마

 

왜 조용히 있어?

이건 절대로 마이 씨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방에 둘만 있는데

 

그러네, 그런 기분이
들도록 만든 내가 잘못한 걸지도

하지만 카에데쨩도 슬슬
목욕하고 나올 테니까

테니까?

 

그러니까…
키스만이다?

 

울리고 있어

그럴 때가 아니에요

 

오빠, 전화!

카에데가 받아줘!

정말!

 

오빠, 아빠한테 온 전화야

 

감기 걸린다
카에데

오빠 때문이잖아…

 

무슨 일이야, 아빠?

엄마 일로 전화한 건데

지금 자택 요양 허가가 나왔는데

그렇구나
좋아졌나 보구나

그래

그래서 카에데가
건강해졌다고 얘기했더니

만나고 싶다고 해서

엄마가?

그래

엄마한테 무슨 일 있어?

아빠, 잠깐 기다려 줘

 

저기, 카에데

뭐, 뭔데?

엄마를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러 가고 싶어

엄마를 보러 가고 싶어

 

아빠

 

다 들렸다

 

[3월 7일]

어서 오세요!

뭐야, 선배인가

오늘의 나는 손님이다

알고 있어!

시간표에 선배 이름이
없었으니까

 

아, 아니야!

뭐가?

선배의 시간표를
체크하고 있던 게 아니라

오늘 시간표에는
누가 있을까 본 것뿐이야!

그것에 대해선 아무것도
묻지 않았잖아

분명 이상한 거 생각했었지?

그야 사춘기 남자는 대체로
이상한 생각을 하니까

우와, 선배 저질

"오늘도 코가는 귀엽네"라고
생각한 게 다야

새, 생각하는 건 괜찮지만
귀엽다고 하지 마!

그럼 생각하는 것도 관둘란다

생각하는 건 괜찮다고 했잖아!

 

어서 오세요
한 분이신가요?

 

지금 2명이 됐어요

 

카에데, 진학처는 정했다고 하니?

얼마 전에 설명회를
같이 들으러 가서

그 자리에서 원서를 제출했어요

그래?
다행이다

 

그래서… 상담은 저하고 카에데의
엄마에 관한 건데요

분명 지금도 입·퇴원을
반복하고 계시댔지?

최근에는 꽤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그래서 엄마가 카에데를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

그걸 들은 카에데도
"엄마를 보고 싶다",

"보러 가고 싶다"라고…

그렇겠지
보고 싶겠지

카에데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좋은 일이지만

만나러 가도 되는 걸지
저는 좀처럼 판단하기가 어려워서요

 

사쿠타 군은 정말 참오빠구나

굉장히 오빠답게 잘하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런 사쿠타 군이 있으니까

카에데는 이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빠라는 절대적인 아군이
있다는 걸 카에데가 깨달았으니까

분명 괜찮아

 

그래서 날짜는 정해졌니?

먼저 토모베 씨한테 말을
한 후에 결정하려고 했는데요

거기다 병원에는 아직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은 것 같아서

지금은 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렇구나
만나게 되면 좋겠네

그래서 사쿠타 군은 괜찮니?

 

사쿠타 군도 오랫동안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지?

그건… 그렇네요

사쿠타 군은 어머니를
보고 싶니?

 

조금 겁을 먹은 걸지도 몰라요

무슨 말을 하면 될지 모르겠달지…

 

사쿠타 군의 어머니는
어떤 분이시니?

어떤 분이냐니…
평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성격은 조금
느긋하신 편일지도 모르지만요

전업주부를 하면서

집안일을 잘 소화해내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없으면 부모에 대해
잘 이해할 수가 없는 법이지

그렇네요

 

저기, 딸기 사지 않을래?

그럴까?

 

원하는 걸 골라도 돼

정말?

어느 걸로 할까~

 

다녀왔어

어서 와

금방 저녁 만들 테니까 기다려

 

다음 주면 졸업식이네

나는 수업이 있어서 못 가지만
아빠는 간다고 했어

아, 그리고 아까 마이 씨한테
전화 왔었어

야마나시의 촬영현장에서
뭔가 오빠한테 전하고 싶은 게 있대

또 전화한다고 했으니까 슬슬…

 

마이 씨의 사쿠타입니다

그래, 그래

지금은 아직 촬영현장이에요?

아까 끝나서 호텔로 돌아왔어

수고하셨어요

사쿠타

뭔가요?

대학, 합격했어

축하애요, 마이 씨

고마워

 

어라?

"그러니까 사쿠타도 열심히 해"라고
안 해 주는 거예요?

사쿠타가 열심히
하고 있는 건 잘 알고 있어

 

[3월 9일]

이때 A는 B보다도 작다는 것이
공식이 성립하는 조건인데―

 

이 3년 동안

때로는 엄하게, 상냥하게
지도해 주셨던 선생님들

어떤 때에도 곁에서
격려해 주신 아버지, 어머니

좀처럼 솔직해지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졸업식은 어땠…

묻지 않아도 알겠네

정말 멋진 졸업식이었다

 

그래서 말이다
사쿠타

엄마하고 면회 말이다만

 

마이 씨?

어서 와

마이 씨도 졸업식에 와 줬어

촬영현장에서 아침 일찍 돌아왔어

고마워요

밤에는 노도카도
온다고 했으니까

다 같이 졸업파티라도 하자

 

아빠하고 만났어?

응,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 들른다고 금방 돌아갔지만

엄마는 요즘 들어
몸이 많이 좋대

그래서 만약 카에데만 괜찮다면

전에 말했던, 엄마를
만나러 간다는 얘기

다음 주 일요일은
어떠냐고 하던데

 

어쩔래, 카에데?

 

알겠어

그럼 나중에 아빠한테
전화해 둘게

 

이, 이상하지 않아?

- 마이 씨한테 받은 옷이지?
- 응

그럼 이상할 리가 없지

마이 씨한테는 어울려도
내가 입으면 어울리지 않는 것도 있잖아

- 그럼 가자
- 아, 잠깐만!

 

비 내리기 시작했네

아빠는 꽃가루 알레르기니까
잘된 거지

그렇구나…
그럴지도

 

- 오빠
- 응?

요코하마역에서 푸딩 사 가고 싶어

엄마가 좋아했으니까

그건 카에데가 좋아했던 거 아니야?

좋아해

하지만 엄마가
더 좋아하는 거였어

그렇구나

그래서 엄마하고
또 같이 먹고 싶어

 

오빠

 

엄마가 만나고 싶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에, 어떻게 안 거야?

- 얼굴에 쓰여 있어
- 뭐라고?

"나 때문에 엄마의 마음을
괴롭게 만들었으니까

엄마가 날 안 좋게 보면 어쩌지"라고

 

엄마… 정말로 화나지 않았을까?

카에데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걸 알면 화낼지도 모르지

 

적어도 나라면 싫어

 

 

- 여기?
- 응

괜찮아?

 

 

괜찮겠어?

- 잠깐만!
- 앍겠어

오빠!

시간이 더 들어가면
괜히 긴장하게 되잖아?

그, 그렇긴 한데…

 

비 때문에 많이 젖었니?

양말까지 홀딱 젖었어

 

양말 벗어라
슬리퍼 있다

 

실례하겠습니다…

 

여보, 카에데하고 사쿠타 왔어

 

가자

 

엄마

 

엄마

 

카에데…

 

응, 나야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응, 응…!

엄마…

카에데도 참
그 말만 반복하네

그야…!

 

카에데, 키 많이 컸구나

응, 그런 것 같아
머리도 잘랐어

이상할까?

아니, 숙녀가 됐는걸

 

맛있어

 

아빠도 요리 실력
꽤 많이 늘었지?

슈마이는 내가 전자렌지로 데웠어

다음에 엄마가 해준
크로켓 먹고 싶어

나도 만드는 거 도와줄게

좋은걸
같이 만들어 볼까?

응, 장도 같이 보러 갈래

 

듬직한걸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질 테니까 이제 슬슬

오늘은 자고 가면 되잖아

그치?

그래도 돼?

그럼

 

오빠

그렇구나
그렇게 할까?

 

오빠는?

오늘은 돌아갈게

나스노한테 밥도
줘야 하니까

거기다 내일은 학교도 가야 해서

 

오빠, 조심해서 가

카에데도 엄마 잘 부탁한다

 

엄마도
또 올게

 

비 그쳤네

 

고맙다, 사쿠타

 

그 말, 카에데한테도 해 줘

그래

분명 기뻐할 거야

그렇겠네

 

그럼 갈게

사쿠타

 

응?

이거, 전부터 주려다가
매번 주질 못했었는데

- 집 열쇠?
- 그래

앞으로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알겠어
가지고 갈게

조심해서 가라

아빠도 카에데하고 엄마를
잘 부탁할게

 

다시 넷이서 같이
살게 될지도 모르겠네

 

그래서 카에데 녀석

그때까지 긴장하고 있던 게
거짓말처럼

자기가 엄마한테 말을 걸러 갔는데

순식간에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2년 동안의 공백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카에데쨩, 열심히 했구나

정말로 다행이다

 

마이 씨, 미안
장시간 통화하게 돼서

고마워

괜찮아
나도 궁금했으니까

내일 촬영 준비는 이미 다 됐어

돌아오는 건 목요일이랬지?

그럴 예정이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잘 자, 사쿠타

잘 자요

 

기말고사 답안 돌려준다

 

이토

 

우에다

 

오구라

 

카미사토

 

타나카

 

니시다

와타나베

 

그럼 1번 문제부터 해설 들어간다

 

선생님, 저 못 받았는데요

선생님, 저도 시험 용지
주실 수 있나요?

여기, 틀리는 사람 많았으니까 조심해라

선생님!

 

너희들, 이번에 나온 문법 문제는
수험에서도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까

틀린 녀석들은 제대로
복습해 둬라

먼저 괄호 ①

"나는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라는
의미가 되도록 공란을 채워라

어이

 

모두, 내가 보여?

어이!

 

정말로 안 보이고,
들리지도 않는 거지!?

어이!

 

이건 어떻게 된 거지?

 

사춘기 증후군…?

그때의 마이 씨처럼 나도?

 

우선 어디까지 안 보이는지
확인해 볼까?

 

쿠니미!

 

진정하자…
진정하자…

 

후타바

 

안 되는 건가

하지만 서로 엉덩이를
걷어찬 사이인 코가라면!

 

실례합니다!

 

코가가 안 된다는 건
이거 꽤 위험한 것 같은데

 

마이 씨, 이 시간에는
아직 드라마 촬영 중이겠지

하지만 메시지라도 남겨둔다면

 

안 되는 건가

토요하마는?

 

안 되나

 

문제는 이렇게 된
이유란 말이지

어제부터 오늘에 걸쳐
일어난 변화라고 하면…

 

역시 엄마하고 만난 거겠지

 

한 번 더 갈 수밖에 없나

 

긴장하고 있는 건가?

뭐에?

 

엄마하고 만나는 것에?

 

헤에, 크로켓은 처음에
감자를 삶는 거구나

맞아

삶은 뒤에 으깨서

볶은 고기하고 양파를 섞는 거야

작업이 많이 들어가네

하지만 오늘은 카에데가
도와주니까 안심이겠는걸!

여, 열심히 할게!

 

엄마의 일기?

 

카에데에게 "괜찮아"라고 했다

정말로 못난 엄마예요

 

카에데를 보고 싶어

사과하고 싶어

다음부터는 제대로 엄마로
있어주고 싶어

 

3월 15일

카에데는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있었다

매우 착한 아이로
성장해 있었다

기뻐

 

이번에야말로 카에데의
엄마가 되고자 해

다시 가족 셋이서 지내고 싶어

 

가족 셋…?

 

내 이름이 없어

 

그렇구나

어제 나는 엄마와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어

단 한 번도…

엄마의 눈에 나는
비치지 않았어

 

그런 거였나

반나절을 같이 있었으면서

엄마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니

 

나도…

나도 엄마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어

 

언제부터였을까?

엄마의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마음에서 떨어뜨려 놓고서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서

그런 생활이 어느샌가
마음이 편해졌어

 

그래서 엄마도…

 

그렇구나, 이건…

태어나기 전까지 엄마와
이어져 있던 곳인가

이건 아무래도 웃어 넘길 수가 없네

 

다녀왔어

무거웠지?
괜찮니?

괜찮아

카에데는 힘이 장사구나

이 정도는 평범한걸

그러니까, 우선은 감자를 삶는 거지?

샐러드에 사용할 건
냉장고에 넣어둘까?

알겠어!

나는 엄마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며
살아오고 있었어

 

이거 맛있네

내가 만들었어

카에데, 열심히 했으니까

왠지 힘들―

엄마를 잊고서
행복해지려 했었어

그 결과가 이건가

 

아빠, 엄마, 카에데
셋만의 가족인가

 

마이 씨가 보고 싶네…

 

아저씨, 미아야?

 

딱히 미아인 건 아니야

그보다 미아는 너잖아?

왜?

초등학생이 혼자서
돌아다녀도 될 시간이 아니야

아저씨도 있으니까 둘이야

내가 보이나 보구나

아저씨, 안 보이는 거야?

왠지 그런가 보더라

역시 미아구나

인생의 미아일지도 모르지

그럼 내가 같이 돌아가 줄게

 

가자

 

지쳤어…

 

내일이 되면 보러 가자

 

마이 씨를 보러…

 

오빠

 

오빠!

 

아침이야

 

좀 더 천천히 일어나!

 

왜, 왜 그래?
오빠

카에데… 맞지?

그런데?

내가 보여?

오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카에데, 오빠 일어났니?

일어났는데 덜 깼는지
잠꼬대를 하고 있어

 

내 방인가?

 

이건 어떻게 된 거지?

 

엄마, 나 크로켓빵 먹고 싶어

그래~

 

- 자, 여기
- 고마워

 

여보, 식사 중이에요

 

 

사쿠타, 왜 그러니?
몸이라도 안 좋은 거니?

아니, 평범해

오빠, 아직도 잠꼬대하고 있는 거 아니야?

얼른 먹지 않으면 지각할 텐데

지각이라니…

이제 막 7시 지났잖아

어머나, 정말로 잠꼬대를 하고 있어

7시 반에는 나가지 않으면 지각하잖아?

아, 아…

오빠네 학교는 머니까

 

그래?

미네가하라 고등학교는 멀어

4월이 되면 카에데도
다니게 되니까 열심히 해야겠네

 

사쿠타, 정말로 괜찮니?

괜찮아

잘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건가

 

사쿠타, 도시락!

 

고마워

 

왜?

고맙다고 하니까
별일인 것 같아서

그랬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렴

오빠, 잘 다녀와

 

역시 전에 살던 집이네

 

아, 카노 씨

안녕하세요

 

아…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것뿐이라서요

 

그렇지, 카노 씨
카에데 말인데

뭔가요?

지금은 그…
따돌림 같은 건…

그 후로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졸업할 때까지 쭉!

정말로?

오빠 덕분이잖아요

방송실을 점거한 건
좀 멋졌어요

방송실을 점거해?

아… 그거 말이지

카에쨩이 가끔씩 그래요

오빠가 자기 오빠여서 다행이라고

 

아무래도 따돌림 문제는
내가 어떻게든 했다는 건가

방송실을 점거해서

그래서 이 세계에서는
가족도 흩어지지 않았고

이사를 하지도 않았어

엄마가 마음의 병을 앓지도,
입원하지도 않았어

 

오, 사쿠타

 

토요하마하고 내 관계는 어떻지?

왜 움찔하는 거야?

삥 뜯기는 줄 알아서

뜯겠냐!

토요하마, 학교는?

오늘은 커버사진 촬영이 있어서 쉬어

큰일이다!
곧 전철 온다!

그럼 간다!

아, 잠깐만!

마이 씨하고 나는…

어떤 관계야…

 

안녕, 선배

안녕

 

그것뿐이야!?

 

"오늘도 코가는 귀엽네"라고
하는 편이 좋았어?

그, 그렇게 해달라는 생각으로
한 말이 아니야!

그보다 여자 친구도 있는 사람이
다른 여자애를 보고

귀엽다고 하면 안 되거든!

 

여자 친구라니?

당연히 사쿠라지마 선배지!

정말!

 

아, 나나쨩이다

그럼 선배, 저녁 때 보자

저녁?

알바!

선배도 들어가 있잖아?
4시부터

선배, 오늘은 정말 이상해

 

나나쨩~

 

사쿠타, 안녕

안녕
오늘도 아침연습이야?

사쿠타는 오늘도 알바 있어?

알바 있지
4시부터라더라

왜 다른 사람한테
들은 것마냥 말하는 거야?

아즈사가와 군

그러니까…

오늘 당번이지?

 

고마워

 

슬슬 종 울린다

 

저기, 쿠니미
지금 건 누구야?

뭐?

사쿠타네 반의
아카기… 이쿠미잖아?

그래?

어이, 어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중학교도 같은 곳을
졸업했다고 했잖아

아… 그랬었지

오늘 진짜 괜찮은 거 맞냐, 사쿠타?

 

아카기…

분명 중학교 때 같은 반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반 애들은 똑같은 건가

 

아카기 이쿠미를 제외하고서

 

그 사쿠라지마 선배와 많이 닮은
여자애에 대해선 모르겠지만

아즈사가와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A라는 가능성의 세계에 있었는데

지금은 이곳, B라는 가능성의
세계로 왔다는 거구나

 

과거나 미래를 포함한
온갖 가능성은

언제나 곁에 있다는 양자역학적인
해석도 있으니까

그 가능성의 세계에는
동시에 몇 개나 존재할 수 있어?

인식할 수 있는 아즈사가와에게
있어선 그럴 수 있고

인식하지 못하는 내게 있어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옳을지도 몰라

그렇구나

그래서, 어떻게 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건 아즈사가와가
하기 나름 아니야?

아즈사가와도 알고 있잖아?

 

뭐…

 

저기, 후타바는 네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해?

 

나는…

내 엄마는 "엄마"가 되기를
거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부모가 되면 생활이
아이 중심이 돼서

엄마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일도 많아지잖아?

"사쿠타 군의 엄마"라거나
"카에데쨩의 엄마"라고

그렇지

그 "리오쨩의 엄마"라는 위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게 내 엄마

날 키우는 것을 인생의
중심으로 삼지 않았던 사람

좋게 말하면

양육을 이유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은 여성이라고 생각해

 

그것도 하나의 방식이겠지

 

딱 결론을 내려놨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아즈사가와하고 쿠니미 덕분이야

그러니까 아즈사가와도 어느 쪽으로
할지 얼른 정하는 게 어때?

어느 쪽이냐니?

아즈사가와답게 저쪽 세계로
돌아가서 열심히 해본다거나

그게 나다워?

그게 아니면 패배자답게
이쪽에 있거나

말 너무하네…

상황으로 판단하건대
아즈사가와는 도망쳐 온 거지?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로

일단 풀이 죽어 있으니까
좀 더 상냥하게 해줘

 

후타바, 울리고 있어

나 아냐
아즈사가와 거잖아?

뭐?

 

진짜야?

 

네, 마이 씨의 사쿠타입니다

받는 게 늦어

1초라도 빨리 제 목소리를
듣고 싶으셨어요?

맞아
사쿠타는 지금 뭘 하고 있어?

물리준비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어요

거기가 밥을 먹는 곳이야?

식후에 커피가 나오니까
추천할 만해요

오늘 알바 있다고 했었지?

몇 시부터야?

4시예요

그럼 알바 전까지
우리 집에 올래?

마이 씨가 꽁냥거려준다면야

내년을 대비해
공부를 가르쳐 줄게

바니걸 차림으로 가르쳐 주면 가볼까~

그런 건 이미 버렸어

네? 그럴 수가!

그래서?
올 거야, 말 거야?

아… 후타바하고 좀 더
얘기할 게 있어서 오늘은 안 갈게요

미안해, 마이 씨

사과할 건 아니야

 

그럼 고마워

감사를 들을 만한 일도 아니야

그럼 좋아해요

그건 알고 있어

사랑해요

이만 전화 끊는다

 

어느 세계든
아즈사가와는 거짓말쟁이구나

내가 마이 씨를 사랑하는 건
사실이라니까

그런 점이야

순순히 데이트든 뭐든
하고 다니면 되는데

만나면 결심이 무뎌질 거 아니야

무슨 결심?

지금 마이 씨를 만나면

이대로 여기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게 될 게 뻔해

 

내일부터는 원래의 나를
잘 부탁해

그런 말을 해놓고서 내일도
상담하러 오진 마

그때에는 웃어줘

 

아카기는 아무렇지도 않나 보네

 

아무렇지도 않다니, 뭐가?

나한테 말을 거는 게

 

나는 병원행 소문이
엉터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왜 굳이
이 학교로 온 거야?

아카기라면 좀 더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었던 거 아니야?

 

무슨 일이니, 사쿠타?

특별히 볼일이 있는 건 아닌데

내가 오늘 알바 때문에
늦는다고 했던가?

어젯밤에 들었지

그래서 도시락을 싸준 거잖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아직도 잠이 덜 깼니?

그럴지도

도시락은 다 먹었어

오늘 밥은 좀 질었지?

물 조절을 잘못했나 봐

그래도 식었더니
딱 괜찮았던 것 같아

그래?

닭 튀김도 맛있었어

정말, 갑자기 왜 그런대니?

 

사쿠타도 고마워

뭐가?

훌륭한 오빠가 되어줘서

그게 무슨 소리야

카에데를 지켜줘서

 

알바 열심히 하렴

저기 있잖아, 엄마

왜?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렴

 

아저씨, 또 미아야?

 

이제 미아가 아니야

왜?

돌아갈 곳을 알고 있으니까

아저씨, 돌아가는 거야?

쭉 여기에서 살면 되는데

그러게~
여기는 있기 편하니까

하지만 여기는 있기가
너무 편해

편한데 안 되는 거야?

안 될 건 아니지만
모두 스스로 어떻게든 해왔어

모두라니?

마이 씨도, 코가도, 후타바도, 토요하마도

카에데하고 카에데도,
마키노하라 씨하고 쇼코 씨도

모두 스스로 극복해 왔어

그러니까 엄마 일은
내가 어떻게든 할게

 

그렇게 됐으니까 다시 부탁할게

아저씨, 정말로 돌아가고 싶구나

맞아

저쪽으로 돌아가도 모두
아저씨를 잊었어

그래도 돌아가고 싶어

뭘 어째도?

뭘 어째도

꼭?

 

알겠어
그럼 도와줄게

 

돌아온 건가?

[3월 18일]

 

[제대로 좀 해
또 다른 나]
[키리시마 토코를 어떻게 생각해?]

저쪽의 내가 이쪽에 왔었던 건가?

 

[키리시마 토코를 어떻게 생각해?]

어떠냐고 해도 딱히
크게 생각하는 건 없는데

 

"돌아오면 편지를 마이 씨의
집 편지함에 넣어둬"…

편지?

 

생각보다 엄청
오지랖이 크시네

 

객관적으로 보니까
그럭저럭 성가시네

글자도 지저분하고

 

마이 씨가 촬영에서
돌아오는 건 분명 내일이었지?

 

그럼 그때까지는 평소처럼 지내보자

 

내게는 마이 씨가 있어

괜찮아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

 

마이 씨라면 분명 찾아줄 거야

내일이 되면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도서실 닫습니다

아무도 없죠?

 

기왕 이렇게 된 거
모든 불이 꺼지는 걸 보고 갈까?

이런 때가 아니면 볼 수 없으니까

 

춥다

 

마이 씨

어서 마이 씨를 보고 싶다

 

어째서…

돌아오는 건 내일이었을 텐데

 

사쿠타

 

언젠가 둘이 가족이 되자

 

효험이 있었네

 

부적

이게 있어서 사쿠타를
떠올릴 수가 있었어

그래서 예정보다 하루
일찍 돌아온 거야

 

우편함에 들어 있던 편지를 보고서
여기 있을 줄 알았어

 

쇼와의 아침밥 같네

 

잘 먹겠습니다

 

맛있어요

 

다 먹고 나면 목욕하고 나와

지쳤을 테니까
푹 담그고 와

마이 씨가 같이 들어가 준다면
쭉 들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러면 편히 들어가 있을 수
없을 거 아니야?

나는 사쿠타가 들어간 뒤에 들어갈게

아까 집에 돌아가서 사쿠타가 좋아하는
숙박 세트를 가지고 왔으니까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붙잡지 않으면

사쿠타는 또 어딘가로
갈 것 같으니까

 

저는 엄마를 잊어야만 했어요

기억을 잃은 카에데와
여기로 이사를 와서

부모님에게 기댈 수 없는
생활이 시작됐으니까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서,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방도, 욕실도, 화장실도 청소하고

쓰레기도 버리고

 

할 수밖에 없어서
전부 할 수 있게 변했어요

 

엄마가 없어도 괜찮아질 수밖에 없었어요

엄마를 잊고서 매일을
보내고 싶었던 게 아니야

엄마가 언제 건강을
되찾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건강해지는 건지도
잘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렇구나

그게 당연해지고

처음에는 떠밀리듯이
시작하게 된 생활이었지만

지금의 생활은 마음이 편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왜 지금 와서…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는 걸 깨달아 버렸어요

엄마가 건강해지는 건
좋은 일인데

그걸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그런 자신이 보기 딱해서,
한심해서…

 

사쿠타는 그거면 돼

 

된다뇨, 뭐가…

그야 사쿠타는 부모님에게
의지하지 않고서

청소도, 빨래도, 요리도
할 수 있게 됐잖아

아침에도 스스로 일어나고,
학교에 가고

알바를 하면서 돈도 벌고 있어

 

그런 걸 뭐라고 하는지
사쿠타는 몰라?

 

그런 걸 말이지
"어른이 되었다"라고 하는 거야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에요

 

뭐 하는 거야

팬티가 벗겨지지 않았는지
그만 신경이 쓰여서

그런 걸 할 리가 없잖아?

그런가?

 

키스밖에 안 했어

 

마이 씨~!

이, 이게… 사쿠타!
떨어져!

마이 씨가 귀여워서 무리예요!

 

이번만 특별히야

 

이거, 진짜 엄청 안심돼

 

5초만 더 해줄 거야

 

5시간은 더 이랬으면 좋겠는데

 

그럼 5분

5일이라고 할 걸 그랬어

바보 같은 소리 말고

 

사쿠타, 오늘은 어쩔 거야?

마이 씨는?

나는 일하러

야마나시에 촬영하러 돌아가야지

괜찮아요?
마이 씨, 못 잤잖아요?

료코 씨한테 차로
데려다 달라고 할 거라

이동 중에 제대로 잘 거야

 

사쿠타는 어떻게 할 거야?

 

엄마를 만나러 다녀올게요

 

혼자서도 괜찮아?

 

모르겠어요…

모르겠으니까 괜찮은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그러니까 엄마를
만나러 다녀올게요

 

일단락되면 나도
소개시켜 드려야 해

사쿠타네 어머니한테

 

엄마? 카에데?

 

어디 나간 건가?

 

엄마의 병실은 어디지?

뭐, 나는 보이지 않을 테니까
닥치는 대로 열어보면 되겠지

 

아빠한테 전화하고 올게

 

가지고 봐야 할 건
역시 여동생이네

 

너무 의욕이 앞섰나 보네

 

그렇지

 

엄마, 애썼구나

이 작은 방에서 2년 동안 혼자서…

 

엄마, 애썼구나…!

 

알고 있었어

그런 건 알고 있었어

애썼으니까 괴로웠던 거야

 

엄마, 고마워

애써줘서
건강해져서

엄마로 있어줘서

나를 낳아줘서

키워줘서

고마워

 

나는 괜찮아
엄마

몇 번이고 올 테니까

엄마가 내 존재를
깨달아 줄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 만나러 올게

 

엄마, 또 올게

 

사쿠타?

 

엄마?

 

병문안 와 줬구나

 

맞아

학교는?

이젠 봄 방학에 들어간 거나
다름없는 상태야

빼먹으면 안 되잖니

응, 그렇긴 한데

그래도 다행이다

뭐?

사쿠타의 얼굴을
오랜만에 보게 돼서

 

엄마

 

고마워, 사쿠타

병문안이라면 앞으로
언제든지 올게

카에데를 잘 보살펴 줘서 고마워

 

카에데의 오빠가
사쿠타여서 다행이야

 

미안해
네게 쭉 맡기기만 해서

 

사쿠타를 정말 사랑한단다

 

오빠?

 

카에데?

 

왜 여기 있는 거야?

엄마를 만나서 제대로
얘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해서

카에데처럼 제대로…

 

깨닫고 보니 카에데도
같이 울고 있었다

 

함께 울고서

이날,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얘기할 수 없어

잠들 수 없어

트로이메라이

당신이 보고 있는 정체

누구도 읽을 수 없는 카르테

불가사의를 알고 싶을 뿐이야

 

거짓말도 현실도

둘 다 진실이었어

정말이야

오늘도 혼잣말

아무런 무리하지 않고

나는 사랑받고 싶어

 

유야무야

안녕

가벼운 현기증

당신이 없는 현상계

누구도 읽을 수 없는 카르테

자의식이 넘쳐나오네

 

고동

세계상

언제나 맞물리지 않아

아파서

매일 밤 바라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지고 싶어

 

하잘것없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 존재

당신과 함께 남긴 후회

누구도 읽을 수 없는 카르테

불쾌함을 되돌아 보네

 

옳은 꿈은

슬픈 목소리는

아름다워?

의심스러워?

부러워?

저기, 어느 쪽이야?

 

말할 수 없어

잠들 수 없어

트로이메라이

당신이 보고 있는 정체

누구도 읽을 수 없는 카르테

불가사의를 알고 싶을 뿐이야

끝없이 이어지는 트로이메라이

당신과 넘어가는 경계

누구도 읽을 수 없는 카르테

사춘기

상처 자국

가슴속에

불가사의를 알고 싶을 뿐이야

 

사쿠타, 6번 테이블에
귀여운 손님이 왔어

마이 씨?

가면 알아

 

아, 사쿠타 씨!

오랜만이야

저한테 잠시 시간을
내 주셔도 괜찮나요?

지금 휴식시간이라서

죄송해요
휴식시간을 받아버려서

먹으면서 얘기해도 돼

그럼 잘 먹겠습니다!

 

몸 상태도 괜찮아 보이네

수술을 받은 것도 벌써
1년 전이니까요

마이 씨 덕분이에요

그 영화, 심장병을 앓는
여자애가 주인공인…

공개 후에 갑자기 기증자 등록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마이 씨는 저를 기억하고 있었나요?

아니, 전부 잊고 있었어

떠올린 건 나와 똑같이
첫 참배를 갔다 돌아왔던 그날

시치리가하마 해안에서
마키노하라 씨를 만났을 때래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야?

저, 이사를 가게 됐어요

어디로?

오키나와예요

따뜻한 곳이 몸에 주는
부담도 적다고 해서요

어느 정도 정리되면
마이 씨하고 놀러 와 주세요

오키나와라
좋은데

저쪽 생활에 익숙해지면
편지 보낼게요

기다리고 있을게
사진도 보내줘

네!

뇌쇄적인 수영복 사진을 보내드릴게요

그건 3년 정도 후쯤에나
보내줘도 돼

그럼 그럴게요

마이 씨하고 엄청 싸우게 될 만한 사진을
보내드릴 테니까요

그거 기대되네

네!

그리고 또 하나

사쿠타 씨한테 전해두려고
하는 게 있는데요

 

좀 걸리는 게 있어요

걸리는 거?

저는 전부 기억하고 있어요

사쿠타 씨나 마이 씨와 다르게
저만은 쭉 기억하고 있었어요

먼저 미래를 경험한
몇 명이나 되는 저의 기억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응, 그건 알고 있어

그런데 나오지 않아요

나오지 않는다니?

이거예요

 

그건…

 

제가 보아온 수많은
미래 중에서

키리시마 토코 씨의 음악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