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아, 들었어.

저쪽에서 가정을 꾸린 모양이더군.

 

어떻게 그걸 알고 있지?

무척 사랑스러운 딸이 있다고 듣고
궁금하던 참이야.

어때?

내 아들과 만나게 해보지 않겠나?

거절하겠어.

 

포상의 언질은
폐하로부터 받았습니다.

반크라이프트 가엔 접촉하지 말도록.

 

이번엔 물러나지.

이번엔?

향후로도, 입니다, 전하.

 

들어와.

 

다녀오셨습니까, 로벨 님.

 

사우벨 님은
한 발 먼저 돌아오셨습니다.

오늘은 축하연이라고...

알베르토!

 

네.

 

이 집을 위한 건진 모르겠다만,

이 이상 내 역린을 건드리지 마라.

 

사우벨 곁에서 널 제외시키겠다.

 

한동안 근신해있어라.

 

삼가 받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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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라비스엘

 

아아, 이게 무슨 일이니!

로벨, 너로구나.

 

어머님...

 

용케 무사했구나.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너이니까,

그 여자와 결혼하게 되는 게 싫어서

돌아오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고 얘기하곤 했단다.

다 꿰뚫어보셨군요.

이런 이런.

하지만, 설마 사우벨에게
출가를 해올 줄이야.

 

그래도 네가 쫓아내 준 모양이구나.

네.

 

로렌,

내일 그 여자의 짐을
전부 성으로 보내라.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알베르토가 어딨는지 모르나?

 

그 일 말씀입니다만...

 

네 전속에서 제외시키고,
한동안 근신시켰다.

 

녀석은 입이 가벼운거 같아서 말이다.

 

신용할 수 없어.

 

무슨 말이니?

설명하렴.

 

실은 전 이미 결혼을 했고,

정령 아내와 자식이 있습니다.

 

그건 한정된 자들만이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라비스엘 전하가 자신의 아들과 제 딸을
대면시키고 싶다고 제안해왔습니다.

그럼 그걸 알베르토가
전하께 얘기했다고?

네.

왕가는 정령에게 저주 받아서
접촉할 수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괘씸하게도
전하는 제 딸을 이용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거겠죠.

 

알베르토는 에렌 님을 거래 재료로?

그렇다.

이 무슨 배신 행위를.

 

처리해버릴까요?

 

그건 그만둬.

아버님의 뜻을 헛되이 하는 행위다.

 

알베르토는
아버님께 은혜를 느끼고 있어.

 

아기엘 일로
왕가에 뭔가 타진을 한 걸지도 모르지.

 

죄송합니다, 형님.

이렇게 된 것도 다
제가 한심해서 입니다.

 

이제 됐어.

 

뭐, 경계는 하겠지만,

오히려 태연하게 굴면
당당히 아내와 딸을 소개할 수 있단 거지.

 

로벨, 뭔가 잊은 것 아니니?

네?

우선은 내게 네 처자식을 소개하는 게
도리가 아니니?

 

어라, 어라.

어머님은 무섭지 않으세요?

뭐가?

아버님의 어머님이 말이에요!

그야 시어머니잖아요!

에렌 쨩!

벌써 그런 말까지 배웠니?

장하구나.

그게 아니라!

혹시 무서우면 어떡하죠?

괜찮아.

껄끄러워지면
두 번 다시 안 만나버리면 되니까.

참으로 가볍게...

 

하지만, 무척 어머님다워요.

 

그래서, 언제 만나게 해줄 거니?

 

아, 네...

 

오리, 에렌!

 

여보!

 

아버님, 수고 많으셨어요.

응, 에렌!

 

어머, 어머, 어머...!

 

어머님, 소개드리겠습니다.

아내 오리와

딸 에렌입니다.

 

설마, 로벨의 정령?

네.

그녀는 정령왕입니다.

 

오랜만인걸.

이 세계에선 원시의 왕이라든가,

만물의 어머니라고 불리고 있어.

어쩜 이런 일이...

 

당신의 손녀는
차기 정령계의 왕이 될 존재야.

 

우리 둘 다, 잘 부탁해.

 

자, 에렌.

 

처음 뵙겠습니다, 에렌이에요.

 

내 손녀가 장래에 정령왕이라니.

 

어쩜 이리 멋진 일이!

 

할머니라고 불러주겠니?

 

갑자기 친한 척
할머니라고 불러도 되나?

할머님이라고 해야
실례가 아니잖아!

 

하... 할...

 

할...

 

할머니임...!

 

말했어!

얘, 들었니?

 

어쩜 이리 귀엽니?

그렇지요?

에렌 님은
훌륭하고 귀여운 아이시랍니다!

할아범...!

 

로렌?

너, 할아범이라고 부르라고 했니?

좋은 취미인걸.

그렇지요?

에렌 님께서 그렇게 부르시면

할아범 회춘해버립니다!

에렌, 인기 많네.

 

자, 먹으렴.

 

과자!

두근두근거려!

 

잠깐,

혹시 이건 아직
시험받고 있는 걸지도 몰라.

 

어머, 새침하게 있고 왜 그러니?

 

자, 먹으렴.

 

역시나로군요.

식사 매너는
정령계에서도 똑같습니까?

아니,

정령은 거의 식사를 하지 않는걸.

당신이 매너를 가르쳤어?

아니, 가르쳐 주지 않았어.

 

먹는 모습도 어쩜 이리 귀엽니?

 

에렌 쨩.

 

자, 아앙.

 

어머님!

먹을 걸 주는 건 좋지만,

이대로면
만찬 음식이 안 들어갈 거예요.

어머나.

아, 미안하구나, 에렌 쨩.

하지만 풀이 죽은 에렌 쨩도 귀엽구나.

 

사우벨, 앞으로의 일 말인데,

난 사업을 도우면 되겠어?

가능하면
기사단 쪽은 사양하고 싶은데.

정말로 도와주시는군요.

그래.

오리와 에렌이 있으니까.

 

여기선 살 수 없지만.

 

어머, 그러니?

내가 있으면

힘이 너무 강해서
인간계에 영향이 생겨버려.

풍요의 힘으로
이 주변이 숲이 되어버리고도 남아.

 

어머...

그래서 에렌 쨩은?

어떤 정령님이니?

꽃이려나?

 

괜찮단다.

 

전...

 

원소를 관장하고 있어요.

 

원소?

 

에 또...

원소는 물질을 만드는 성분이에요.

 

원소의 조합은 잔뜩 있어서,

많은 물질들이
원소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아차!

어떻게 설명해야...

 

이거라면 어떨까요?

숯이에요.

 

이걸 제 힘으로
결정 구조를 변경하면...

 

보이는 것 처럼.

 

어머, 그건 내 반지와 똑같은
다이아몬드구나.

네!

 

숯이, 이렇게 아름다운 걸로?

 

실은 나도 잘 이해가 안 돼.

 

정령의 힘을
인간에게 설명하는 건 어렵지?

즉, 광물 같은 것도
자유자재로 꺼낼 수 있단 거냐?

꺼낼 수 있죠.

 

여기, 금이에요.

 

형님, 이건...?

 

어떡할래?

팔아버려도 괜찮아요.

그럼 안 돼, 에렌.

이렇게 희귀한 것,

세상에 나갔다간
소란이 벌어질 거란다.

그럼...

 

이렇게 해버리면 돼요.

 

자, 받으세요, 할머님께.

 

어머나.

놀랍군.

 

얘, 에렌 쨩,

저 산더미 같은 금은 어떡할 거니?

 

정말, 너무 많이 꺼냈잖니.

앞으로 조심할게요.

 

아기엘이 낭비한 걸 메우기 위해

공금으로써
영지민들을 위해 쓰면 되겠네.

 

받아둬.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으니,

금은 불순물을 조금 섞고나서
파는 게 좋을지도 몰라요.

에렌 님,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또 케이크를 사주세요!

 

물론입니다.

분명 저택 크기 정도의 케이크를
살 수 있을 거랍니다.

 

에렌의 힘은 굉장하군요, 정말로.

그렇지?

그래서,
이 힘이 왕가에 들켰다간 큰일이야.

응,

이 일은 발설하면 안 되겠구나.

그리고 팔 거면
다른 출처를 마련해야만 하겠는걸.

어딘가에 광산을
소유하고 있진 않으세요?

거기서 발굴 되도록
꾸며낼 수 있어요.

 

뭔가 하면 안 되는 말을 했나요?

 

어쩜 이리 머리가 좋은 아이람.

광산이라면 작은 게 있었을 텐데.

그럼 수상해하지 않도록,

원래부터 채굴되던 것도
나오게 할게요.

굉당하구나!

이 나이에
어른이 무색할 정도의 발언인걸.

내용물은 어른이라서요.

 

뭔가 사업에서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 말씀해주세요.

에렌 양, 잠시만!

 

모두 들어줘.

아기엘은 왕가로 돌려보냈다.

용케 오늘까지 견뎌주었다.

 

보다시피 형님의 귀환뿐만이 아니라,
가족이 늘었다.

참으로 기쁜 일이야.

그래서 오늘밤은
작게나마 연회를 열기로 했다.

 

모두, 오랫동안 미안했어.

그리고 오늘밤 준비해줘서 고마워.

자, 오늘은 모두 마음껏 마시고 즐겨줘.

 

건배!

 

건배!

 

에렌 님, 주스 한 잔 더 어떠십니까?

 

할아범, 이거 맛있어요!

 

요리장을 칭찬해야겠군요.

 

그렇군요.

 

할아범, 뭐 하고 있는 거죠?

 

앞으로는 위해

에렌 님께서 좋아하시는 걸
기록하고 있답니다.

 

할아범, 고마워!

 

로렌, 얼굴이 완전 풀렸어.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 정도까지 모시는 보람이 있는 분은
좀처럼 뵙기 힘드니까요.

 

팔이 근질거리는군요!

어머, 로렌도 참.

 

에렌 쨩은
사용인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구나.

장하구나.

 

보고를 그만두겠다고?

네.

 

로렌 님께 들켜서

사우벨 님의 전속 시중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그렇군.

빠른걸.

역시나 로벨이야.

 

딸이랑은 얘기했나?

네.

그럼 마침 잘됐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일해주지 않겠나?

 

사우벨, 훌륭한 연회였어.

어머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다행입니다.

 

자, 우리들은 슬슬
정령계로 돌아가도록 할까.

응.

 

무어라?

-벌써 말입니까?
-벌써 말이니?

 

정원을 숲으로 만들어버려도
괜찮은 걸까?

 

에렌 쨩도?

 

에렌 님도?

 

아니,

에렌에겐 그런 힘은 없지?

응.

 

그렇다면 에렌 쨩,
오늘은 자고 가자꾸나.

 

자고 가?

응.

가끔은 인간계를 탐농해봐도
좋지 않을까, 에렌?

 

아버님이 어머님한테
응석 부리고 싶은거 같으니 그럴게요.

어머나.

총명한 것도 정도가 있지.

 

분위기 파악해드렸어요.

 

내일 아침엔 데리러 올게.

에렌 쨩, 착하게 지내야 한다.

 

에렌 쨩, 졸리구나?

할미와 함께 넨네 할까?

네.

 

바로 침실 준비를 하겠습니다.

먼저 침대에 가 있으렴.

이 할미는 목욕하고 올 테니까,

먼저 자고 있으렴.

 

네.

 

에렌 님,

일어나주십시오.

 

에렌 님.

 

알베르토 아저씨?

 

이걸.

 

저한테 온 건가요?

 

그 속 검은 분,

라비스엘 전하에게서인가요.

 

왕가는 정령에게 저주 받아서
접촉할 수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괘씸하게도
전하는 제 딸을 이용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거겠죠.

 

아저씨는 이 집이 싫은가요?

 

그럴 리가 없잖아!

 

실례되는 말투,
대단히 죄송합니다.

 

아버님은 무척 화나계셔요.

 

알고 있습니다.

 

알베르토 아저씨가
잘 되라고 생각하고 한 일은

아버님들 입장에서 보면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생각해요.

 

아버님과 전

절반은 인간이고 절반은 정령이에요.

왕가 입장에서 보면
귀중한 인물이에요.

 

하지만, 저희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민폐예요.

 

어째섭니까?

 

왕가가 자신들의 죄를
전혀 깨닫지 못해서,

이 연쇄는 끝나지 않겠죠.

 

정령을 화나게 만든 과거를 잊고

그 이유조차 잊어버렸어요.

오만하다고 밖에 말할 길이 없어요.

 

이거, 개인적인 호출일까요?

 

아저씨,
지금 당장 전하와 손을 끊으세요.

 

이게 아버님께 발각 당하면

그냥은 못 넘어가요.

 

그건 알고 있습니다.

 

전하에게 있어서 아저씨 정도는
아무래도 상관없을 게 뻔해요.

아저씨는 이 집과 연이 끊긴들,

그 속 검은 사람은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을 거니까요.

 

이 집에 은혜를 느끼고 있다면,

부디 잘못된 생각은 하지 마세요.

 

대단히 죄송합니다, 에렌 님.

 

하지만 아마도
이미 아버님은 이 상황을 눈치채시고,

어디선가 보고 계실 거예요.

 

아버님은 제가 설득할게요.

그리고 속 검은 분에 대한 답장은

아버님께서 화내실 테니
거절한다고 전해주세요.

 

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잤니?

 

할머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정말...

정말로 귀엽다니까!

 

이자벨라 님,

에렌 님이 으깨져버리시겠습니다.

 

자, 드시죠.

 

할아범, 고마워요!

 

귀여우셔라!

 

좋은 아침, 에렌.

 

아버님, 좋은 아침입니다.

 

어머님께 마음껏 응석부리셨나요?

물론이야.

아니, 그게 아냐!

 

에렌,

아빠한테 뭔가 할 말이 있지?

네.

 

알베르토 아저씨는
전하와 손을 끊었으니,

근신 해제를 부탁드려요.

에렌!

 

아버님,

아버님이야말로 저한테 뭔가
하실 말씀이 있는 거 아닌가요?

 

무슨 얘기니?

 

아버님은

제 앞으로
전하의 사자가 올 걸 확신하고

의도적으로 저만을
이 집에 재우셨어요.

 

설명하렴, 로벨.

 

아버님은 과보호셔요.

 

전하에게 제 존재가 들킨 지금,

절 혼자서 남겨두고
돌아가실 리가 없어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전하로부터의 편지는
읽지 않고 태웠으니까요.

 

전하의 편지를 읽지 않고 태웠어?

어떻게 된 일이니?

 

아버님께 한 방 갚아드린 거예요.

 

어머나...

 

그것보다,

알베르토 아저씨랑
제대로 얘기해주세요.

 

그때까지 아버님이랑 얘기 안 해요!

 

그런 말 하지 말아다오!

에렌!

 

딸에겐 못 이겨.

저 나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에렌 님의 수완은 뛰어나시군요.

전 감동했습니다.

로렌,

너, 누구 편이야?

물론 에렌 님이십니다.

그렇겠지.

 

에렌 님의 말씀의 의미는
눈치채셨겠지요?

응,

에렌이 편지를 읽지 않고 불태운 건

전하와 이어져 있다는 걸
알베르토에게 추궁하지 못하게 만든 거야.

증거가 없으니까.

알베로트를 구한 거야.

훌륭하시군요.

아아, 누굴 닮은 건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에렌 님께선 당신을 꼭 닮으셨잖습니까?

 

그래서 곤란한 거야.

 

내 편지를 보지도 않고 불태웠다고?

네.

 

말씀드렸듯이 이걸로 마지막입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쪽의 의도를 간단히 읽어내고,

한 술 더 떠서
의표를 찌르는 형태로 돌려주는군.

 

옛날에 로벨과 주고 받던
시절이 떠올랐어.

 

점점 더 갖고 싶어졌어.

 

틀림없이 그 여자애는

왜 왕가와 정령이 계약을 못 하는지

그 수수께끼를 풀어줄 게 틀림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