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가버렸네?

 

정말이지,

못 말리는 방구석 공주님이야.

 

보시는 대로
우리나라의 공주님은 이런 꼴이라서,

반지의 인수인계는 어려울 거야.

 

저기...

누구시죠?

 

난 제이드 롬카,

선대 바람의 롬카 왕의 장남이자,

조금 전에 도망친 바람의 반지의 공주,

네프리티스 롬카의 오빠야.

 

그래서,

네가 소문의 그, 새로운 반지왕인가.

 

무, 무슨 짓인가!

 

이거 놔!

이거 놓으라니까!

 

당분간 그의 신병은 이쪽이 맡아두지.

물론,

당신들은 국빈으로서 대우할 거야.

 

사토...

 

저기...

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여동생,

네프리티스는 말이지,

무척 무척 섬세해.

네...

뭐라 해야 하나
겁이 많다 해야 하나,

정신적으로 어린...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 인간이!

 

잘 들어라,

네프리티스는 천사란 말이다.

순수하고 다정하고,

조금 소심한 면도 있지만,

오빠인 나를 무척 좋아하는...!

 

무척 무척 착한 아이야!

 

하지만 말이다,

사정이 있어서 나라 바깥은 물론,

왕궁 바깥에도 거의 나간 적이 없지.

 

그렇기에 바깥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아.

나이도 아직 쉰넷이고,

결혼하기엔 너무 일러.

 

쉰넷?

여기선 일단 오빠로서

여동생의 성장을
따스하게 지켜봐줘야겠지.

넌 그냥 당분간 여기서
얌전히 있어주면 돼.

걱정 마라, 고작 80년 정도다.

8...!

그 정도 지나면,

네프도 성장하겠지.

 

잠깐...!

그쪽은 괜찮아도,

이쪽의 수명이...!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러한 일을...

상관없다.

 

심연왕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 나라는 바람의 장벽이 있는 한 안전.

그 힘의 근원인
바람의 반지를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결혼반지 이야기

 

벌써 사흘인가...

 

설마, 정말 계속 여기에
갇힌 채로 있어야 돼?

반지왕.

 

누구야, 너...!

 

너무 큰소리 내지 마.

 

넌 다섯 개의 반지를 모아서

뭘 바라는 거지?

세계의 평화냐?

절대적인 힘이냐?

아니면 아름다운 공주들인가?

 

뭔진 모르겠지만...

 

내가 바라는 건 히메의 행복,

히메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이야!

 

이상한 녀석 같으니라고.

반지왕의 막대한 힘을

고작 한 명의 여자에게
기울이겠단 건가.

 

마음에 들었어.

 

따라와라.

 

왜 내게 협력해주는 거지?

 

난 이 나라의 앞날을 지켜보는 자.

심연왕에게 저항할 수 잇는 자는
반지왕, 너뿐이야.

 

그걸 알면서도
제이드 왕자는 널 가둬뒀지.

 

모든 것은 저 바람의 장벽을 위해.

저것은 엘프를 가둬두는 감옥이야.

 

자, 도착했어.

 

여기가 바람의 신전,

바람의 반지가 있는 곳이야.

 

반지?

 

그래,

저것이 힘의 반지 중 하나,

바람의 레갈리아.

 

네프리티스가 이어받았어야 할 것.

 

왜 저런 데에 반지가?

그 공주님이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숨어!

 

털뭉치가 움직이고 있어?

아니야.

저건...

 

아버님, 어머님,

반지왕이 바깥 세상에서 찾아왔어요.

반지와, 저를 잡아가려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전 절대로
바깥엔 나가지 않을 거예요.

어머님의 말씀을 지키겠습니다.

부디 앞으로도

이 나라의 평온을 지켜주세요.

 

부모님의 석상 앞에서
저렇게 기도하는 건가?

석상?

아니야.

저건 마음이 죽어서
몸이 돌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반지의 마력을 계속 써서

바람의 벽을 만들어내는
가엾은 수호신.

선대 엘프왕과 비 그 자체야.

 

누가 거기 있는 건가요?

들켰군.

 

무무, 무슨 짓을...!

아니, 뭐냐니,
어떻게 잘 넘기려고...

멍청한 것!

이런 곳에 새가 있겠냐!

 

수, 수수, 수수...

숨바꼭질인가요?

어, 어어, 어어어...

어서 나오세요!

이 괘씸한 것!

 

저예요!

반지왕 사토예요.

 

바, 바바바바...

반지왕...?

 

정말이지,

여전히 소심한 아이야.

 

공주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왕궁 녀석들에게 들키면
성가셔지겠군.

네프리티스를 데리고 와라, 반지왕.

 

아니, 어디로?

 

걱정 마라.

이곳에 대한 거라면 뭐든 알고 있지.

엘프의 장로님께 맡겨두시라.

 

자, 장로?

 

공주님?

 

네프리티스가 사라졌어?

네,

분명 바람의 신전에 들어가셨습니다만,

그 뒤로 모습이 보이질 않아서.

누군가,

네프리티스를 본 자는 없느냐!

 

설마...!

 

저 아이에 대해선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어.

 

지금은 이 꼴이지만,

근본은 강한 아이야.

다소 터무니없는 행동쯤이야
받아들이겠지.

사명을 다해라.

반지를 손에 넣어라.

 

그럼 느긋하게 보내시길.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난 반지를 받아가는 것뿐.

그 이상의 짓은 안 해.

 

바, 반지왕?

괜찮아, 아무짓도 안 할 거니까!

진정해!

 

역시!

 

틀림없어.

녀석의 짓이다!

 

그 말대로야, 제이드.

 

장로님!

 

반지왕은 바람의 반지의 주인과
함께 여길 나갔어.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를 한 거야.

사, 사랑...!

 

말도 안 돼...

그렇게나...
남을 두려워하는 네프가...

현실을 봐, 제이드.

여동생은 마음에 든 남자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

더는 오빠가 제일 좋아, 같은 소린
안 해주는 거다!

 

조금은 머리를 식혀야겠군, 제이드.

공주의 숙명은
바람의 반지를 이어받고,

반지왕의 힘이 되어주는 것.

 

그대가 하는 짓은
네프리티스를 위한 게 못 돼.

 

네프리티스를, 위해서라고?

 

반지는 아직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에 있고,

그 마력에 의해
나라는 보호 받고 있다.

그거면 된 거다.

 

네프리티스에게 반지를
이어받게 할 필요는 없어!

 

장로,

당신의 저택을 조사해봐야겠군.

 

죄송해요!

제 옷까지 세탁해주시고...

어차피 내 거도 세탁해야 했었으니까.

 

이층(異層)차원적 초존재인
반지왕을 더럽히고 말다니!

전 무슨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저기 있잖아,

내가 그렇게 무서워?

그야 물론 엄청나게요!

즉답이냐...

 

저,

지금껏 왕궁 안에서 자라와서,

바깥에서 오는 자가 무서워요.

 

거기다 반지왕님은 나라 바깥,

이 세계보다 더 바깥의 세계에서
오셨다고 듣고...

 

분명히 난 다른 세계에서 봤지만,

그런 특별한 존재가 아니야.

 

이 세계의 인간이랑도

아마 그렇게 다르지 않을 거고.

 

어떤, 곳인가요?

 

반지왕님의 세계는,

어떤 곳인가요?

어떻냐니...

 

글쎄...

 

역시 무서운 곳일까요?

 

오크와 고블린으로 가득 채워진
바다가 펼쳐져 있고,

길을 걸으면
드래곤에게 습격받는 그런...!

아니, 아니, 아니!

그런 마물 같은 건 없거든!

 

그런 의미에선 평화로운...

 

엘프는?

엘프는 있나요?

반지왕님의 세계에는?

에, 엘프?

네!

너무 붙었어.

 

아니...

아마도 없지 않을까?

그... 런가요...

 

혹시, 내 세계에 흥미가 있거나 그래?

 

방구석 공주님이라길래,

좀 더 혐오감이 있는 줄...

 

미안!

네 오빠가 그렇게 말하던데,

실례되는 말이었을까?

 

괜찮아요.

제가 그렇게 불리고 있는 건
알고 있어요.

그리고,

왕궁 바깥의 세계에 흥미는 있지만요,

무서운 것도 역시 사실이에요.

 

그래서,

평소엔 장로님께 받은
바깥 세계의 책을 읽거나 하면서,

어떤 경치일까,

어떤 냄새가 나고,

어떤 감촉일까, 하고.

생각하면 두근두근거리고,

즐거워서,

어디에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진짜 저는 방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못하면서,

참 이상하죠?

 

아무것도 못한다, 라.

 

나도 비슷해.

 

뭔가 특별한 힘이 있어서
여기에 있는 게 아니야.

 

좋아하는 사람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이쪽에 와버린 것뿐이니까 말이야.

 

그래도 큰맘 먹고 뛰어들어보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는 법이야.

 

큰맘 먹고...

 

저, 언젠가!

반지왕님의 세계에 가보고 싶어요!

데려가주시지 않겠어요?

함께!

 

응,

그건 딱히... 상관없는데...

앞에 좀...

 

죄송해요!

저, 이야기에 열중하느라!

 

의문인데 말이야,

그렇게나 바깥에 흥미가 있으면서,

왜 지금까지
바깥에 나간 적이 없을까, 하고.

 

그건...

네프리티스!

 

이 목소린?

 

네프리티스!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나오거라.

 

히메를 뒤쫓아와서 반지왕이 되었어.

 

그러니,

반지를 모으는 사명은 있지만,

그걸 위해 억지로 결혼해달라고 할
생각은 없어.

 

히메,

크리스토르 님을 말씀하시는 거죠?

 

응.

 

내 처우는 네프리티스에게 맡길게.

 

저도 힘내볼게요.

오라버니도 분명 알아주실 테니까요.

 

떨어져라, 반지왕!

 

사토...

 

오라버니!

반지왕님께선

오라버니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분이 아니셔요!

바보 같은 소릴.

넌 속고 있는 거야.

반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에 있고,

그것을 통해 이 나라는
지켜지고 있는 거야.

그건 알고 있을 텐데.

그래도 언젠가
이어받아야만 할 때가 올 겁니다!

 

언제까지고
보호 받고 있을 순 없어요.

저는...!

네프리티스.

 

난 네 의지를 묻고 있는 게 아니다.

넌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을
배신할 생각이냐!

 

이리 오거라.

 

네프리티스!

 

자, 반지왕,

탈옥뿐만이 아니라,

나라의 보물인 네프리티스의 유괴.

각오는 되어있겠지?

 

기다려라, 제이드.

 

모든 건 내가 꾸민 일이다.

장로.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저로선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당신이라 해도 한도가 있어.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제이드?

네 반지왕에 대한 처우도
용서받을 일이 아닌데.

 

반지왕의 신병은 내가 맡아두지.

상관없겠지?

 

알겠습니다.

 

두 번 다시 네프리티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마라.

알겠나?

 

걱정했단 말이야.

어디 다치고 그러진 않았지?

괜찮아.

감옥에서 사흘은 빡셌지만.

좋겠네, 미인이 구해줘서.

 

공주님이랑도
어느샌가 사이가 좋아진 모양이고?

 

혹시 질투해?

 

그럼 안 돼?

아, 아니, 안 되는 건 아니고...!

 

인사가 늦었군요,
빛의 반지의 주인이여.

저는 롬카에서 가장 오래된 엘프,

페리도트.

아, 저기...

노카나티카 왕녀,

크리스토르 노바티 노카나티카라고 해요.

 

장로님,

네프리티스가 그러는 건

역시 아버지와 어머니가
관계되어 있는 거야?

 

반지왕,

그리고 빛의 반지의 주인,

당신들은 알아뒀으면 하는군.

 

이 롬카가
어째서 바람의 벽에 감싸여 있는가,

네프리티스가
어째서 저렇게 되어버렸는가를.

 

원래부터,

네프리티스와 제이드의 어머니는

반지의 제1 계승자가 아니었어.

 

언니가 있었어.

 

반지를 바깥에 내보내지 않기 위해

반지를 지키며 계승하기 위해

이 땅에서 태어난 자로부터
남편을 맞이 하는 게

엘프의 공주의 관습.

 

하지만,

언니 공주는
여행자와 사랑에 빠져버렸어.

 

그것도 인간 여행자와 말이지.

 

엘프들은 두려워했어.

여행자에게 반지의 한 쪽이 넘어가면

이 땅에서 반출될지도 모른다.

아니, 애당초 그 여행자는

반지를 빼앗는 걸 목적으로
공주에게 접근한 것이다.

마을엔 온갖 소문이 돌아다녔지.

많은 사람들이 수군대면

소문이 의심으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지.

 

주변의 반대가 강해질수록

언니 공주의 여행자에 대한 마음은
강해져갔어.

 

하지만...

 

여행자는 돌연
언니 공주 앞에서 모습을 감췄어.

반지를 지키려 하는 자들에게
쫓겨난 건지,

제거당한 건지.

 

그럴 수가...

반지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는 건가.

 

힘의 반지는
신화 시대부터 권위의 정당한 상징.

나아가서는 나라의 존재 이유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지.

반지를 가지지 못한 나라에게 있어선

눈부신 것이야.

 

당시의 이 땅 사람들은 안도했지.

하지만,

돌연 마음에 둔 사람을 잃은
언니 공주의 눈에

그들의 모습이 어떻게 비쳤을지.

 

절망과 분노에 마음이 잠식당한
언니 공주는

저주의 말을 남기고

이 땅을 떠났어.

 

롬카는 심연에 집어삼켜지리라,

반지의 주인은 대가 끊기리라, 라고.

 

저주의 말은 우리 엘프에겐 무거워.

긴 수명을 가졌기에

언제 올지 모르는
복수에 대한 공포는 영원해.

세월이 지나갈수록

많은 백성들이
불안에 마음이 좀 먹혀가.

 

그건 남겨진 왕족들도 마찬가지.

 

언니 공주를 대신해서
반지를 이어받은 네프리티스의 부모는

언니 공주의 저주를 두려워했어.

 

그리고 사악한 자가
롬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반지의 힘을 끌어내서
바람의 결계를 펼쳤어.

 

모든 것은 나라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대가는 컸지만 말이야.

 

그리고
네프리티스와의 약속을 남긴 거야.

바람의 벽 바깥으로 나가선
안 된다, 라고 말이지.

 

이게 이 땅이 지금 이 꼴이 된 이유야.

네프리티스는 목숨을 건 부모님께
부응해야만 한다고,

그렇게 믿고 있어.

 

네프리티스,

이 어미는 이제
당신과 대화할 수 없게 됩니다.

 

엘프에게 수명은 없지만,

마음이 멈춰버리면 몸도 멈춰버려요.

어째서 어머님의 마음이 멈춰?

잘 들으세요,

절대 이 나라에서 나가선 안 됩니다.

 

약속입니다.

 

당신이... 까지...

우리는 지켜보고 있을 거랍니다...

 

잘 있어요, 사랑스런 아이여.

 

어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