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Unnamed Memory 05

아이티

 

정신이 들었니?

 

왜 그래?

이제부터 좋은 일이 있을 거야

꼭 봐 주었으면 해서

 

중요한 거야?

중요한 거야

너와 똑같을 만큼이나

 

그치만 아직 졸려

자고 있어도 돼

 

응…

 

오스카

그렇다만

 

죄송해요
꿈자리가 사나워서

의자에서 자니까 그렇지

잘 거면 제대로 쉬어

 

그렇네요

 

또 그 꿈을

 

멈춰 있던 시곗바늘이 나아가는 그 끝에

영원이여, 이어져 다오

Unnamed Memory
sub by 별명따위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이 품 안에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이 단 하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마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일을 붙잡아서

그늘 속에 숨은 시간의 언덕은 이젠 없으니까

전하고 싶은 것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있어

부디

흘러가게 될 그 끝은 이곳에 있으니까

되뇌었던 말을 따라 닿을 거야

날 부르던 그 목소리가 외치네

언젠가 바랐던 마음은 반드시 닿을 거야

네 마음의 곁에 있으니까

sub by 별명따위

~ 이름 없는 감정 ~

 

고마워

 

전하,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아버지가?

 

제대로 조사한 건 아니지만요

내 수호자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던 건가?

그래, 잠시 조언을 받았다

네 신부에 대한 얘기다

뭐?

 

네 아내가 될 여성에게는
강한 마력 내성이 필요하지?

티나샤 공은 그녀에게
그만한 힘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 부탁했다

그녀?

 

아슬아슬하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누구 얘기를 하는 거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미라리스인가

정답이에요

 

너는 알고 있었던 건가

네, 봉인되어 있지만

마력량만 보자면 궁정마법사를
가볍게 웃돌고 있으니까요

 

신부 후보라는 걸
깨닫게 돼서요

아무래도 그녀는 피로 마력을
이어받는 집안인 것 같네요

 

선대가 사망하면 다음 대가
그 마력을 잇는다는…

왜 그걸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지?

말하면 싫다는 표정을
지을 게 뻔하니까요

지금처럼

너 진짜…

거기까지다

 

모두 너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해 주고 있다

마침 좋은 기회다

뭐든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우쭐대지 말고

미라리스와 마주해 봐라

 

미라리스

 

네 마력은 봉인되어 있다고 들었다만

누가 한 거지?

 

어머니예요

그걸 쿠무 씨가 강화해 주셨어요

그렇군
이중 봉인인가

 

그건 그렇고, 그 녀석은 왜
얼굴을 비추지 않는 거지?

티나샤 님 말인가요?

일주일 정도 보질 못했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그, 글쎄요…

 

죄송합니다

아니,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왕비 후보가 있었다고?

그래서 그 건에 대해서
저는 사절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의 선택지가
늘어난 건 좋은 일이에요

특히 결혼 상대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밖에 없다는 건
좀 딱하니까요

 

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농담을 할 여지는
딱히 없다고 생각해요

 

저기

 

너도 마녀이기 이전에 인간이거든

네…

다시 해석에
집중해도 될까요?

 

티나샤 님, 티나샤 님

왜?

도전자가 찾아왔습니다

입구는 닫아뒀을 텐데…

전이진을 통해 오신 모양이에요

오스카 님께서

 

티나샤!

우와…

그 반응은 뭐냐?

 

최소 인원 기록과
최단시간 기록을 동시에 갱신했어요

정말로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어 버렸어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너, 왜 얼굴을 비추지 않는 거지?

바쁘니까요

이걸 푸는 데에

서두를 필요는 없잖아

할 수 있을 때
해 두고 싶어요

 

이 『침묵의 마녀』가 건 축복
정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복잡하고 섬세한 구성을
깔끔하게 정리해 둔 게

그런 건가?

 

이걸 보고 있으면 애정과 증오가
양면성을 지닌 것이라는 걸 알게 돼요

정말 무서워요

무섭다고?
뭘 두려워하는 거지?

 

손이 빈다면
저녁이라도 만들어 줘

 

네, 네

 

티나샤 양!

 

다행이다
계속 찾고 있었어!

 

- 실은 미라리스에 관한 건데
- 네

에타드 님의 유품을 조사해 봤더니

그녀와 연결되는 것이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어

 

그렇군요

그래서 신경 쓰여서 출신을
조사해 봤는데 너무나도 불투명해서

정말 이대로 왕비 후보로
만들어도 되는 걸까?

역시 그런가요

 

실은 저도 이 성에 오고서 바로
대륙 전토를 대상으로

오스카의 아내가 될 만한 가능성을
가진 여성이 없는지 조사해 봤어요

하지만 마녀 외에는 없었어요

당시에는 아직 미라리스의 조모께서
힘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지…

나이에서 제외될 거라면
마녀는 제일 먼저 제외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미라리스 정도의
마력을 가진 여성은 없었어요

즉, 그녀의 뒤에는
무언가 있다고?

단지 파르사스 왕가가 목적인지,

저를 여기에서 떼어놓는 게
목적인지 알 수가 없어요

어느 쪽인지만 안다면
방법도 있을 텐데요

 

마침 잘됐군
이 기회에 밝혀내자!

네?

아…
그렇구나

 

사람이 못됐어요

오히려 이득이니 잘된 거지

그녀의 목적이 전하라면
아무 짓도 안 하겠지만

티나샤 양이라면 나한테
어떤 짓을 해 오겠지

그럼 저는 이만

 

여기는?

 

오스카, 부르셨나요?

들어와라

 

오늘은 뭘 하고 있었지?

평소에 하던 거랑 똑같죠

해석하고, 사역마의
보고를 듣고

 

왜 그러세요?

 

이건?

아카시아와 비슷한 봉식(封飾)이다

왕족 직계만 다룰 수 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걸 어디에서…!

보물창고다

 

오스카!

둔한 녀석이라 생각했다만
이 정도로 둔할 줄이야

느긋하게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한계가 있다

네?

 

나는 너를 다른 남자에게
주기 위해 데려온 게 아니다

모르고 있다면
확실히 알도록 가르쳐 줄까?

 

그만둬…

내려줘…

 

그만둬…
싫어…

티나샤?

 

티나샤

 

미안

 

조금만 겁을 줄 생각이었어

하는 짓이 좀 고약했지

정말 미안하다

아뇨, 저…
죄송해요

아니, 사과해야 하는 건 나다

어째서요?

어째서냐니

 

네?

아르스를 벌써 흠씬
두들겨 패고 온 건가요?

미안

그 말은 아르스한테 해 주세요

그건 미라리스를 떠보기
위한 거였으니까요

큰 상처까진 입히지 않았다

10번 정도 시합을 한 것뿐이다

나중에 치료해 주러 다녀올게요

 

그건 그렇고 미라리스의 얘기는
나한테 숨기지 마라

엄청 수상하잖아

그치만 그녀도
이용당하는 것뿐일지도 모르니까요

보고하기에도 증거가 없으면…

그리고 기껏 귀여운 여자애가
곁에 생긴 거잖아요

당신이 그녀를 좋아하게 될
가능성을 없애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너는…

그런 걸 보고
전혀 모른다고 하는 거다!

아파, 아파…
아파!

잠깐 따라 와라

 

마침 잘됐군

이참에 확실히 말해두고 싶어

 

나는 선택지가 없어서
티나샤를 곁에 두는 게 아니야

 

이 녀석이 마음에 들어서
곁에 두는 거야

 

그러니까 다른 어떤 여자를
데리고 와도 의미없는 짓이고

민폐만 된다

이 녀석 말고 다른 여자를
선택할 생각은 없어

 

여기까지 말하면 알겠지?

선택지가 1이든 100이든 1,000이든
나는 반드시 널 선택할 거다

쓸데없는 배려는 하지 마라
복잡하게

 

그렇게 된 거다

미안하지만 너를 아내로
삼을 생각은 없다

출신에 대해서도 한 번
성에서 내보낸 뒤 조사해 보겠다

저, 저기…
전하

저는…

 

- 부탁한다
- 네

 

성의 결계가?

 

아뿔싸

티나샤!

 

오스카, 떨어져 주세요!

 

 

눈치채지 못했다면
그냥 놓아줬을 텐데

쿠무의 봉인을 스스로 푼 건가

미안하다
치료할 수 있겠나?

괜찮아요…

그것보다 물러나 계세요

제 피를 뒤집어 써서
당신의 수호결계가 옅어졌어요

 

그러니까 여기는 제가 맡을게요

 

당신은 모두를
피난시켜 주세요

 

나 참, 얕보였나 보네요

 

그런 몸으로 싸울 수 있겠어?

오른쪽 눈만 가지고
싸울 수밖에 없나

 

그 마수는?

 

그 사람이 내게 맡겼어

마수의 핵을 사용해서
재구성한 건가요

재주가 좋네요

 

뭘 하는 건가요?

너야말로 그 눈으로
전위에 서지 마라

 

뭘 위해서 나를 단련시킨 거지?

내가 실수를 씻어낼
선택지를 선택하게 해 줘

 

하지만 결계가…

괜찮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여유롭게 이겨 봐요

다치는 건 용서 안 할 거예요

은근슬쩍 과제를 늘리지 마라

 

가라!

 

《형태 있는 것을 그 손으로 소각하라》

《정의한다》

 

이게…!

 

위험해라!

 

저 마수, 제대로 영창하지 않으면
공격도, 방어도 할 수 없어요

지금의 저는 상당히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녀석을 상대로
용케 혼자 싸울 생각을 했군

 

미라리스는 어때?

언제든 죽일 수 있어요
하지만―

 

가능하다면 살려둔 채로
붙잡고 싶네요

목적이 뭔지 묻고 싶으니까요

 

마법구?

아무리 나라도 당신과 정면에서
싸울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뭣… 궤도 왜곡?

 

터져라!

 

이건 성가시네요

 

책략이 있다면 듣겠다

두 가지 있어요

성이 반쯤 무너지는 방안하고

반쯤 무너지진 않겠지만
당신이 위험한 방안

어느 쪽이 좋나요?

후자로군

그렇다면 왕도대로 가보죠

저는 마법사답게
물러나 있을 테니

전위를 부탁드려요

시간을 벌어주세요

 

《정의를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든 것들 중 하나》

《끝없는 것이야말로 생명의―》

 

무리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아

그 목을 물어뜯길지도 모르니까

아쉽게도 나는 결계가 없었을 때가
더 오래 버텨서 말이지

뭐가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붙잡아서 불게 해주겠다

가라!

《화염이여, 먹어치워라》

 

마수를 방패 대신 사용하다니

험하게 자라서 말이지

 

다치지 말라는 건가

자기는 배에
구멍이 뚫려서 와놓고는

 

좋아, 정했어

 

와라

 

죽을 장소를 네게 주마

《무형의 황혼이여, 휘어져라》

 

미안하지만 저 녀석이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는 건 이미 각오가 돼 있어

 

시간을 버는 건
당연히 할 수 있다

저 녀석 곁에 설 거라면
이 정도 적쯤은

 

《형태 있는 것이여, 소각하라》

그렇게는 안 돼요

 

뭐야?
그건…!

 

《의미를 잃어라》

 

나중에 제대로 꺼내라

 

제가 있는 한
당신은 지지 않아요

 

미라리스는?

일부러 놓아줬어요

 

어디로 간 거지?

 

방해하지 마

 

힘들게 이곳을 알게 됐는데

 

찾았다

이거야!

 

뭘 가지고 가려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는 안 돼요

 

나한테는 어떻게 해서든
이게 필요해!

너는 평생 알 수 없겠지!

 

기왕 이렇게 된 거
가르쳐 줄게

너는 앞으로 찾고 있던
망집과 재회하게 될 거야

네?

그러니까 최대한 혼자서
괴로워하는 게 좋을 거야

여왕 후보 님아!

 

그대로 가게 두진 않아요!

 

좀 더…

 

좀 더 힘이 있었다면…!

 

그만두세요!

바르트, 미안해…

 

망집…
라나크

죽은 건가?

 

아뇨

 

몸은 살아 있지만
영혼이 더 이상 없어요

스스로 사라졌어요

 

그런가

 

이러면 되겠죠

 

제대로 치료된 것… 같군?

왜 의문형이에요?

나았다니까요

뭣하면 시험해 보실래요?

 

여러모로 미안했다

 

이번 일은 피차일반이죠

결국 그녀가 가지고 가려고 했던
그 보주는 뭐였어요?

그게 말이다

 

원래는 파르사스의 물건이 아니라
우리 어머니가 가지고 온 거라고 하더군

그래서 어디에 쓰이는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당신의 어머니께서?

그래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낮에 물었던 것에 대한
답을 아직 듣지 못했는데?

 

나와 결혼할 생각이 들었나?

 

결혼은 절대 안 할 거니까
당신이 포기해 주세요

너…

기다릴 거니까 상관없지만!

 

설령 이 사람이 선택지를
나 한 명에게만 향한다 하더라도

나는 그걸 잊을 만큼의
수많은 선택지를 보여주겠지

그러니까 내가 찾아 헤매고 있는
과거의 어둠이

당신에게 닿지 않기를

당신이 걸어나가는 길에
닿지 않기를

 

슬슬 놔 주세요
이제 졸리니까요

나도 오늘은 지쳤다
같이 잘까?

돌아가!

전이로 방에
내던져 버린다?

 

언젠가 이 손을
놓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렇게 바랄게요

 

긴 세월을 엮는 빛의 바늘

넣어둔 그 상자 속

태어나고, 다시 사라지는 것

용납받을 수 없는 축복을

모이고, 다시 떨어져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인간은 흘러가는 운명과

돌아오는 원 속에서

계속해 방황하는 네가 어디로 간다 하여도

푸른 빛 사이를 넘어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길을

나아가는 그 너머에

네게

인도해 주는 것은 함께 사랑했던 기억

언젠가 갈라졌던 가지의 끝이

서로 맞닿게 됐을 때

꽃을 피워내는 봉오리에

다시금 저주하며 소망하네

안녕을

 

~ 심연이 태어나는 때 ~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