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병원에선 그레이엄이라는
의사 밑에서 견습을 할 모양이다.

분명 최연소 교수로
천재라고 했었지.

 

그런 사람 밑에서
의술을 배울 수 있다니!

 

그나저나 아버님,

제가 아버님의 딸이란 건
숨겨주셨나요?

그래.

케이트 자작의 추천이라고 전해뒀다.

하지만 왜 클로렌스 일족이란 걸
숨겨두잔 게냐?

로제라는 가명까지 써가면서.

아버님의 딸이란 걸 알면

평등한 취급은 해주지 않을 테니.

 

왜 그러시죠?

리제가 가는 곳은
빈민 구제 병원이잖아.

이래저래 고생할 것 같아
난 걱정이야.

응,

숨어들어서 상황을 살피러 가볼까?

 

괘, 괜찮습니다, 그럴 것까지야!

걱정 마시길.

그래?

하지만 뭐, 무리만은 하지 마라.

몸 상하고 난 뒤면 늦으니까.

 

엘리제,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내게 말해야한다.

네!

감사합니다!

 

테레사 병원.

여기서 한시라도 빨리 자격을 따서...

 

폐하와의 내기에 이길 거야!

 

외과의사 엘리제

 

이런 계집을 내게 맡기다니.

 

병원이 무도회쯤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약속 시간인 10시에
1분이라도 늦어봐라.

바로 쫓아내주지.

 

처음 뵙겠습니다.

 

로제라고 합니다.

 

차림새로 보아하니,

전형적인 귀족 아가씨로군.

 

저기...

그레이엄 선생님 맞으신가요?

응? 그래,

내가 그레이엄이다.

 

의사가 되고 싶다 그랬지?

네.

 

아카데미를 졸업했을 나이도 아닌데,

어떻게 의술을 배워왔지?

 

독학으로 배웠습니다.

 

독학이라고?

 

케이트 자작의 부탁만 아니었어도,

당장이라도 쫓아냈을 텐데.

 

의술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네.

환자를 치료하는 일입니다.

 

그럼

혹시

치료 중의 환자가 목숨을 잃게 되면,

너는 어떡할 거지?

 

마음에,

새겨두겠습니다.

 

환자의 죽음을
몇 번이고 마주해온 의사 같아.

 

선생님,

저는 어떠한 일을?

 

그래,

설명하지.

따라와라.

 

여기가 이제부터 네가 일할 장소다.

 

이 환자분들은?

의지할 곳 없는 자들이다.

 

무거운 질환에 걸린 자들이나,

손쓸 도리가 없는 환자들이
이 병동에 있지.

 

치료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기저 질환을 전부 치료할까요?

아니면 환자가 편해질 수 있도록

보존 요법을 실시할까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군.

단순한 우연인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줘도 상관없다.

하지만,

모르면서 섣부른 짓은 하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저 장소는 잔인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그만둘 거면
일찌감치 깨닫게 하는 편이 좋겠지.

 

뭐, 기껏해야 며칠이겠지.

 

봐봐, 저 하늘하늘한 옷.

마치 공주님 같군.

 

저기, 아가씨는?

로제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견습으로서 신세지겠습니다.

 

저런 아이가 뭘 할 수 있단 거야?

 

청소 도구를 빌려도 될까요?

네, 네...

 

위생 관리만 제대로 해두면,

사망율을 낮출 수가 있거든요.

 

청소 같은 건 지금까지
아무도 해온 적 없었는데 말이야.

 

아무리 환자를 위해서라곤 해도...

 

혼자선 힘들겠지?

 

몰라볼 정도로 깨끗해졌네요!

네,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예쁜 옷이 엄청 더러워졌네요.

신경 쓰지 마세요.

이것도 일이니까요.

 

아파...

 

이 녀석은 지붕 수리할 때 떨어졌거든.

갈비뼈를 골절 당했어.

 

잠시 상태를 보여주세요.

 

계속 누워있어서 욕창이 생겼어.

 

상당히 심한 상태야.

 

처치실로 데려가주세요.

 

지금 상태로 내버려두면,

감염증을 일으켜서
패혈증이 될 우려가 있어요.

 

약제부로부터 소독액과 마취약,

그리고 메스도 가져와주세요.

메스?

설마 수술을 하시는 건가요?

아, 아가씨가?

네,

죽은 조직을 제거하겠습니다.

심한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으니,

거즈도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모한 거 아냐?

응.

괜찮을까?

실패라도 했다간...

 

당신을 돕고 싶어요.

 

나중에 그레이엄 선생님께
한 소리 들으려나.

 

하지만...

상태가 나빠져가는 환자 분을
내버려둘 순 없어.

 

마취가 되어 있으니 아프지 않아요.

걱정 마세요.

수술은 금방 끝낼 테니까요.

 

소독액을 부탁드립니다.

아, 네!

 

메스를 주세요.

 

서둘러주세요.

네.

 

엘리제의 몸으로 돌아와서
메스를 쥐는 건 처음이야.

 

하지만...

 

내게는 타카모토 아오이로서의 경험이
충분히 있어.

 

그러니,

괜찮아.

 

수술을 시작하겠습니다.

 

드레싱 준비를 해주세요.

 

상처를 덮겠습니다.

 

네!

 

왠지 얼굴빛까지 좋아졌는데?

고마워, 선생.

상당히 편해졌어.

네.

하지만 앞으로도 관리가 필요해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제게 말씀해주세요.

 

난 기뻤어.

 

불안한 표정을 지으니,

로제 선생은 괜찮다며
몇 번이고 말을 걸어주고 말이야.

그런 식으로 누가 다정하게 대해준 건

오랜만이었으니까.

 

저, 저는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

 

네!

나도 로즈 선생에게
치료해달라 해야지!

잠깐만!

넌 그냥 긁힌 상처 정도잖아!

내가 먼저야!

너도 긁힌 상처 정도잖아!

그럼 나.

내가 먼저!

이럴 땐 연장자부터야!

 

여, 여러분들, 진정하세요!

 

저기,

다음 분의 처치도 도와주시겠어요?

 

-네!
-네!

 

감사합니다!

 

어째서 병명을 모르겠단 거냐?

면목 없습니다.

제국 제일의 의사잖느냐!

그리 몰아세우지 마라.

 

벤 자작이 모르겠다고 하니,

어지간히 내 병은 어려운 것이겠지.

 

전에 어떤 자가...

 

혈액 중의 당이라는 물질의
농도가 올라가면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만,

뭔가 아는 거 없느냐?

 

전에 프레스가드 공화국의 의학회가

그런 질환을 발표한 적이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자는
날 포함해 스무 명도 안 돼.

 

뭔가 짚이는 데라도 있는 거냐?

 

네,

아직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만.

 

전하,

조금 전의 이야기는
어느 의사에게서 들으셨습니까?

그분은 틀림없이 명의이옵니다!

아니, 그 자는...

누구에게서 들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잖느냐.

 

그것보다도 지금은 폐하의 병환을
낫게 해드리는 게 우선이다.

단서를 붙잡았다면
즉시 조사해서 와라.

알겠사옵니다.

 

어째서,

엘리제 공녀란 사실을 숨긴 겁니까?

황태자비가 되실 공녀님을

의학회와 엮이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본래라면
지금 당장 병원을 그만두게 하고

데리고 돌아오는 게 옳습니다.

 

그건 그렇고,

크세프 원정은 어떻게 되었느냐?

2군단이 크세프 반도에 진군 중입니다.

며칠 내로
반도에 침입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일전에

엘리제 공녀가 말했던
몬셀 왕국의 동향은?

요즘 들어

프레스가드 공화국의 사절이

몬셀 왕국에 빈번하게
드나들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이냐?

 

정보국에 확인한 정확한 정보입니다.

 

사절이 드나든 뒤에

몬셀 왕국군이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라.

우리 군의 배후를 취할
작전인 모양입니다.

 

이걸 몰랐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나의 제국은
엘리제 공녀에게 구원받았군.

 

무슨 생각 하는 겐가!

일주일이나 자율 학습이라고?

다른 누구도 아니고

케이트 자작의 추천이란 말이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돌봐주게!

 

왜 내가?

 

뭐, 어차피 이미 뛰쳐나갔겠지만.

 

병실을... 착각했나?

 

아직 있었나.

 

이봐.

그만두시게.

로제 선생께선 한숨도 못 주무셨어.

이제 막 잠든 참이야.

볼일이 있으면 다음 기회에 하라고.

 

-선생님께선 정말로 훌륭한 분이시랍니다!
-선생님께선 정말로 훌륭한 분이시랍니다!

 

여러분들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병동을 깨끗하게 해주셨고...

진단도 매끄럽고 치료도 완벽...

잠깐,

지금 치료라고 했나?

네.

선생은 혼자서 밤새 우릴 치료해주셨어.

그래서 한숨도 못 잔 거야.

수술을 받은 녀석도 있다고?

메스 다루는 솜씨도 굉장하셨어.

멋졌어!

굉장한 분이야.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라고 했지?

 

환자에게 대체 뭘 했지?

 

삼출액이나 고름이 사라졌고,

상처 부위가 깨끗해.

이 환자분은 욕창 증상이 심해서

감염증의 우려가 있었는지라,

괴사 조직의 제거를 실시했습니다.

괴사 조직?

설마 데브리망을 실시했단 건가?

 

어느 선생님께 도와달라고 했지?

 

어느 선생님께도 도움받지 않았습니다.

 

그럼 너는 혼자서 처치했단 건가?

네.

 

그걸 내가 믿을 거라 생각하나?

 

그레이엄 선생,

내 수술은 로제 선생이 혼자서 했어.

믿어주라고.

 

이 환자의 병명이 뭔지 알겠나?

 

세균성 폐렴입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그냥 물이 찼을 뿐이라는 가능성은?

농성 담과 검사로부터 알 수 있는
염증 반응의 상승을 고려해봤을 때,

물이 찼다기보다는

세균성 폐렴의 가능성이
높다고 느꼈습니다.

 

선생님?

 

병동에 돌아가도 좋다.

 

네.

 

일부러 난이도가 높은 환자의
진단을 시켰는데,

베테랑 의사처럼 정확히 대답했어.

 

그녀는 대체 정체가 뭐지?

 

그러고 보니...

 

이전에도 의사를 경험한 듯한 말투였지.

 

하지만 그녀는
아카데미에도 다니지 않은 어린 소녀야.

 

독학으로 배웠습니다.

 

천재... 인가?

 

그녀가 돌봐준 환자들은

병원에서 방치된 자들이었어.

 

가끔은 바깥도 좋은데?

네.

 

산책은 정기적으로 해주세요.

운동 부족이 개선되니까요.

 

내가 그녀의 입장이라 했을 때,

같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그건 고사하고,

그녀와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이 세상에 있긴 할까?

 

완패로군.

 

로제.

 

잠깐 와라.

 

아, 네.

 

뭔가 실수라도 있었나요?

아니, 그게 아니다.

 

그건 아니다만,

 

그...

 

미안했다.

네?

내 편견으로 널 거북하게 여기고

겉모습만으로 널 판단해버려서,

정말로 미안했다.

 

아뇨, 그런...!

 

이, 이건 그...

그거다,

사제 관계를 맺는 맹세의 악수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네,

한층 더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레이엄 선생님!

 

역시 맞았어.

피로감에, 다음, 다뇨, 다갈,

전하께 들은 대로야.

 

그렇다면 폐하의 병은 당뇨병!

 

대체 어디의 의사가 연구한 거지?

 

황실 십자 병원 사람인가?

제국 제일의 우수한 의사들이
모여있으니까,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하지만

폐하의 증상에 대해 물어봤을 때,

누구 하나도 연구한 자는 없었어.

 

로즈데일 병원 사람들은
의학엔 관심이 없을 테고...

 

틀림없이 명의일 텐데,

그 의사는 어디 있는 거지!

 

벤 자작으로부터 전언이 와서,

아바마마의 병명이
판명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치료 방침을
계획 중이라 합니다.

 

나의 제국뿐만이 아니라,

내 몸까지 구원받을 줄이야.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대단한 자로군.

 

엘리제 공녀가 황후가 된다면

우리 브리티아 제국도 평안하겠지.

허나,

재능이 있다고 한다면

의학의 길로 나아가는 것도
허락해야 하나.

 

린덴,

다음 시찰은 어디로 갈 예정이냐?

 

헬란 로에 갈까 합니다.

헬란 로가 아닌
피에르 구역에 가는 건 어떠냐?

문제는 없습니다만,

어째서 피에르 구역에?

 

그곳에 테레사 병원이 있지 않느냐.

 

엘리제 공녀가 잘 하고 있는지,

그대의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오거라.

 

성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