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2010.DVDRip.x264-HANDJOB

소다 카즈히로의 관찰 영화
번외편

 

이리들 나와

 

치로도 이리 와

 

밥 먹자

 

여기

 

잠깐만

 

기다려

 

넌 나중에 줄게

 

이 녀석, 이리 와!

 

도둑고양이 녀석!

 

너, 와 봐!

 

이리 오라니까

 

착하지, 이리 와

 

밥 먹어

 

도둑고양이가 밥을 훔쳐먹으러 왔어요

 

치비, 오렴

 

이 집 고양이 아닌가요?

 

도둑고양이지요

 

우리 애들 밥을 노리고 온 거죠

 

그래서 일부러 저쪽 자리로 유도해서

 

따로 밥을 줘요

 

-도둑고양이한테요? -맞아요

 

안 그러면 저 수컷이 마당에 침입해서

 

우리 암컷들 다 도망가거든요

 

저 녀석 어디서 왔죠?

 

글쎄요

 

어쨌든 먹을 건 주고 봐야죠

 

골치 아프지만 어쩔 수 없어요

 

피스

 

안녕하십니까?

 

외출 서비스 왔습니다

 

오늘 날씨도 좋아

 

-오늘 쓸 돈이에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어디 가나요?

 

탁 트인 공원에나 갈까 해요

 

거 좋겠네요

 

체육공원 쪽이 좋겠지요

 

이제 가 볼까?

 

네!

 

넓은 공원에 갈 거야

 

올라간다

 

공원 가는 거야

 

출발한다

 

조금만 더 가자, 넓은 곳이 나오면 세워줄게

 

커피

 

-커피? -네

 

가는 길에 사 줄게

 

커피

 

옛날 디자인이네

 

커피

 

히데는 이걸로 하자

 

여깄다

 

따 줄게

 

따 준다니까

 

튀었네

 

괜찮아

 

이제 갈까?

 

모자 써야지

 

다 마셨니?

 

오카야마역

 

저기 있네

 

고마워요

 

안녕하세요

 

댁에 계시지 일부러 나오셨네요

 

고맙게도

 

감사합니다

 

어머님 허리 아프신 건 좀 어때요?

 

아직 아프지

 

유료 복지 운송 차량

 

-짐이 좀 있는데 -저기 갖고 오시네요

 

안녕하세요

 

-늘 고맙습니다 -뭘요

 

고마워요

 

여기 실을게요

 

-가도 될까요? -네

 

아버님 연세가 거의 90세 되셨죠?

 

85세 정도... 일걸요

 

85나 86?

 

아직 운전도 하시고 참 건강하신 거죠

 

면허 갱신하느라 무지 고생했대요

 

그러셨겠죠

 

새 안경까지 맞추느라 20만 엔이나 들었대요

 

요즘 그래요

 

새 도로교통법에서 75세 이상은…

 

안경 도수니 뭐니 워낙 까다롭더라고요

 

맞아요

 

운전 계속하려면 무지 골치 아파요

 

나도 2년 후면 면허 만기인데

 

시력 때문에 갱신될지 걱정이네요

 

늙었다고 면허 포기하는 사람도 늘고 있죠

 

다 왔네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고맙습니다

 

중증 신체장애자 일터 키비 워크홈

 

계산할게요

 

잠시만요

 

28… 9에 1, 그러니까…

 

28킬로가 두 번이니까 결국…

 

6,720엔

 

-20엔 있어요 -네, 주세요

 

영수증 받으시고

 

거스름돈이…얼마죠? 300엔?

 

계산이 안 되네

 

맞네요

 

-잔돈 있어요? -있어요

 

나이를 먹으니 계산이 느려져요

 

틀렸으면 말씀하세요

 

선물까지 주시고 감사합니다

 

이제 내릴까요

 

유통기한 내일까지니까 빨리 드세요

 

카스텔라를 주셨거든요

 

-들어갑니다 -또 뵙죠

 

오카야마 장애인 학교, 내가 처음 일한 학교죠

 

새로 지어서 옛 모습은 거의 없어요

 

40년쯤 전인가요?

 

네, 처음 취직한 장애아 학교였죠

 

오카야마현 유일의 지체부자유인 학교

 

현에서 설립했지요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지역 주민들이 반대했지요

 

반대한 이유는 무엇이었죠?

 

한마디로 얘기하긴 힘든데

 

내 입으로 말할 문제도 아니고

 

주민들이 직접 말해야 진실성이 있겠지요

 

아마 이런 거겠죠

 

장애자들이 자기들 마을에

 

들어와 사는 게 단순히 두렵다거나 그런 거죠

 

다 편견입니다

 

잘 지냈나?

 

오늘은, 그…

 

뭐라고?

 

-운동화가… -닳았군

 

이래서 넘어져

 

신발 사러 가 줘

 

용케 신고 다녔군

 

자꾸만 넘어져 각반을 묶어도 말야

 

항상 각반을 감고 다니는군

 

-신발가게 갈까? -가자고

 

조심해서 걸어

 

정원 잘 만들었네

 

발 조심해

 

오늘은 아주 잘 걷네

 

600엔이 제일 싼데

 

이런 건... 일주일이면 닳아

 

-밑창이 더 두꺼워야 해? -두꺼운 게 좋지

 

이거다, 이거! 두껍잖아

 

이 정도면 괜찮을걸?

 

안 괜찮아, 돌기가 없잖아

 

이거 괜찮은데

 

-돌기가 없어 -더 오돌토돌해야 돼?

 

가격파괴 선언! 890엔

 

이거 아주 튼실해

 

좀 보라고

 

금세 망가져 버려

 

이렇게나 두꺼운데 괜찮지 않나?

 

여기 한 중간이 튀어나와야 돼

 

이 정도 나와야 돼, 돌기가

 

그런 게 통 없네

 

-배꼽이 나와야 돼 -배꼽이…여긴 없군

 

이건 돌기도 있고 두꺼워

 

괜찮지 않아?

 

1990엔, 역시 비싸군

 

합격 아냐?

 

-이걸로 정하자고 -이거 살까 봐

 

고민 그만하라고

 

잠깐 기다려봐

 

이거 튼실한데

 

맘에 들어, 사이즈가 뭐지?

 

25.5, 딱 맞겠군

 

하나를 정해야지 이게 더 멋진데

 

이게 낫군

 

이게 전체적으로 밑창이 두꺼워

 

-두껍군 -그걸로 사

 

-이거도 하나 살래 -두 켤레 사?

 

-두 켤레 -두 켤레나?

 

거스름돈 1,436엔입니다

 

우에쓰기 씨는 누구하고 사세요?

 

뭐?

 

지금 누구랑 살고 계세요?

 

혼자 살지

 

혼자요?

 

혼자 살아

 

-혼자 자취해요? -그렇지

 

왜냐하면 나는 '비정상'이니까

 

'비정상'요?

 

나 같은 놈한테 누가 시집오고 싶겠냐고

 

그래서 혼자 살지

 

색시 구하기가 쉽진 않지

 

그러게요

 

누가 시집을 와도

 

한두 해 지나면 이혼할걸

 

분명 이혼 얘길 꺼낼 거야

 

젊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나?

 

그랬지, 젊었을 때 한번은

 

시집오겠다는 여자가 있었는데

 

내가 거절했어

 

그랬군

 

시집을 온다 해도

 

1, 2년만 지나면

 

좋은 남자 생겼다고 이혼하자 할 테니까

 

그래서 시집오지 말라고 내가 그랬어

 

그러셨군요

 

게다가 난 당신네처럼

 

채소 같은 거 입에 대질 않거든

 

네?

 

양배추, 양상추 같은 채소 말이야

 

-안 먹나? -안 먹지

 

나보곤 채소 먹으라고 하더니

 

-본인은 안 먹어? -그걸 왜 먹어

 

색시가 사 와도 안 먹을걸

 

그렇군

 

난 혈압이 높은 것도 아니고

 

당신은 혈압 높으니 채소랑 생선 많이 먹어

 

그래서 나한테 먹으라고 한 거였군

 

그럼 생선 초밥 먹으러 갈까?

 

-고마웠어 -또 보자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한 달 뒤에 봐

 

가볼게

 

-잘 지내 -바이

 

갈게

 

고양이들이 어떻게 여기 살게 됐나요?

 

10년, 20년도 더 됐죠

 

처음엔 한 마리였는데 하나둘 새끼를 쳐서

 

점점 늘어났다가 또 사라지기를 반복하더니

 

너덧 마리는 항상 있게 됐지요

 

때론 외부 고양이가 들어오기도 하고요

 

얘는 새끼 때 버려져서 데려왔는데

 

처음엔 텃세를 못 이겨 울며 도망쳤는데

 

밥때가 되면 끈질기게 돌아왔죠

 

결국 다른 고양이들이 무리에 넣어줬어요

 

출발합니다

 

진드기약 뿌릴 건데 카메라 괜찮을까요?

 

괜찮을 겁니다

 

감독님도 뿌려야지 안 그럼 무지 물려요

 

예쁜 꽃이네

 

안녕하세요

 

안에 계세요?

 

 

들어갈게요

 

오세요

 

하시모토 씨, 저녁 안 드셨죠?

 

아직 안 먹었어

 

보통 몇 시쯤 드세요?

 

대중없어

 

쥐가 비누를 멋지게 만들어놨네

 

좀 봐요

 

쥐가 비누를 갉아 먹었어요

 

화요일에 병원 간 건 어땠어요?

 

문제없다던데

 

건강 상태 양호!

 

다행이네요

 

'바른 생활'만 하는 게 제일 건강에 나빠

 

바른 생활요?

 

하긴, 하시모토 씨가 담배를 안 피운다면

 

몸이 나빠졌단 말일 테죠

 

담배는 피워줘야지

 

그래도 의사 선생님은…

 

의사도 담배 끊으란 말 이젠 안 해

 

그래요?

 

건강하려면 담배 피워야 돼

 

건강을 위해 담배 피우신다고?

 

그 말이지

 

전매청에서 광고까지 하는데 좋은 거겠지

 

국가가 권하는데 안 좋을 리 있나?

 

그러게요

 

그래도 끊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틀린 생각이야

 

어머, 그런가요?

 

다들 금주, 금연하라 말하는데

 

그럼 난 사는 낙이 하나도 없어

 

숨만 쉬는 것뿐이지

 

다들 돌아가면 밤이 길고 적적하죠?

 

긴긴밤에도 익숙해지긴 했어

 

나 혼자 남았어, 90까지 살다니

 

뭔 짓인지

 

혼자서도 잘 견디고 참 대단하세요

 

견디고 말고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을 뿐이야

 

혼자 살면 남 신경 안 써서 좋기도 해

 

장점도 있으니, 스스로 장점을 찾아야 돼

 

그렇군요

 

여보세요, 하시모토입니다만

 

오카자키 씨라고?

 

잘 지내시나?

 

카시와기 부인 바꿔줌세

 

안녕하세요

 

1시 45분에 차가 온단 거죠?

 

의료 매니저 오카자키 씨에요

 

27일이 병원 가는 날이래요

 

저희 남편이 27일에 올 거예요

 

'깃챠코'에서 카시와기라는 남성 옴

 

-고맙구만 -뭘요

 

22일 날짜에 '복지협회'라 쓰여 있는데

 

이때 협회 직원이 돈을 갖고 온대요

 

22일, 나카무라 씨가 오는 거군

 

나카무라 씨 맞아요, 이날까지 기다리세요

 

더 일찍 갖다주면 좋겠는데

 

그래요?

 

나카무라 씨한테 전화해야지

 

그분이 이날까지 기다리라 했는데요?

 

그건 아는데, 일단 말이나 해보게

 

이만 갈게요

 

귤 주머니에 넣어 가

 

항상 뭘 못 주셔서 안달이시죠

 

규칙 위반이에요

 

위반이면 어때?

 

고마워요

 

-안녕히 주무세요 -쉬세요

 

벌써 해가 저물었네

 

요 앞까진 나가지

 

발아래 잘 보세요

 

 

또 놀러 오시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들 가세요

 

몸조심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들어갈게요 -네

 

잘 가요

 

잘 들어가셨네요, 오케이!

 

가려워, 가려워… 괜찮아요?

 

오카자키 씨, 저 카시와기입니다

 

내일 복지협회로 할아버님이 전화한대요

 

돈이 일찍 필요해서 그러신답니다

 

이만 실례할게요

 

생활보조금 말인가요?

 

맞아요

 

하시모토 씨는 어떤 상태인가요?

 

건강 상태요?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거죠

 

폐암이세요

 

평안한 임종을 위한 재택 호스피스 서비스죠

 

이런 건 찍지 말아 주시지

 

치로, 와 봐

 

너의 멋진 하트 자랑 좀 해봐

 

네, '깃챠코'입니다

 

깃챠코

 

육체적 케어는 한 달에 5시간 뿐이에요

 

시가 씨가 넘어져 머리 다친 건 아시죠?

 

노후 간호보험 처리가 된다고 들었어요

 

통원과 이동 보조 정도인가요?

 

도우미 인건비, 30분에 900엔

 

거기에 기름값…

 

1300엔이네, 인건비와 기름값

 

의료 매니저가 승인만 하면 돼

 

복지사무소로 연결될까요?

 

부탁드릴게요

 

인플루엔자 주사 무료권이 발행되고 있지요?

 

난치병 환자도 쓸 수 있습니까?

 

의사 선생님한테 이야기 들으셨어요?

 

1월에는…

 

유료 복지 운송 보고서

 

6개월마다 보고서를 제출하죠

 

들어오는 매상이… 얼마지?

 

387,730엔

 

월평균 6만엔 정도인데

 

기름값, 차 정비료 등이 다 여기 포함되죠

 

유료 복지 운송

 

원래는 자원봉사자가 무상으로

 

장애자, 고령자를 운송했었는데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용자가 기름값만이라도 내도록 만든 시스템이죠

 

말 그대로 기름값 정도죠

 

세세한 것까지 다 규정이 있어요

 

요금은 택시 반값 이하로

 

금액도 임의로 정할 수 없어요

 

정부 지원금 같은 건 있나요?

 

제로죠

 

운전자 월급도 안 나오겠네요?

 

안 나오죠, 월급은 전혀 없어요

 

이 일로는 한 푼도 안 생기죠

 

생활을 해야 하니까

 

그나마 '깃챠코'에서 하는 방문간호 사업으로

 

조금이나마 월급을 받지요

 

그런데도 이 일을 계속하시는 이유는요?

 

습관이 돼버렸달까

 

유료 복지 운송 운전자 강습회

 

이렇게 내리시고요

 

휠체어를 올리고

 

이쯤에서 브레이크를 꼭 걸어주세요

 

뒤로 밀리면 큰일 나니까 말이지요

 

바퀴 안 떨어지게 해요

 

상당히 어렵네요

 

무거운가요?

 

꽤 무거워요

 

-너무하네요 -죄송해요

 

영 불안하네요

 

잘 안 되나요?

 

다시 올려볼래요?

 

실제로 해보면 알게 되겠지만

 

아무리 많이 다녀도 수입은 아주 적습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기름값만 더 들지요

 

사흘에 한 번 주유소에 갑니다

 

2년간 아침부터 밤까지 주말 없이 일했습니다

 

주위에서 과로사하겠다고 걱정들 해줬는데

 

실험한다 치고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한 달 수입이 10만엔

 

그중 반 이상은 기름값으로 나가죠

 

그렇게 돌아다니니 사고, 고장도 생기고

 

차 유지비에, 보험료도 꽤 듭니다

 

다 내고 나면 남는 건 제로!

 

즉 죽자고 일한 보수가 제로인 겁니다

 

한 푼도 안 남죠, 마이너스니까요

 

하지만 푸념할 수는 없습니다

 

애당초 알고 시작했으니까요

 

그럼 '유료 복지 운송'은 무엇인가?

 

영리사업은 아닙니다

 

돈벌이가 아닙니다

 

자원봉사활동이죠

 

수익이 없니, 적자니 불평할 수가 없지요

 

이 일의 원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하지만 곧잘 잊게 되지요

 

이제부터 이 일을 해보시려는 분들께

 

처음부터 힘든 점만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 일을 하는 것인가?

 

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환산 못 할 뭔가가 있습니다

 

계단 끝을 느껴보세요

 

하시모토 씨, 저 왔습니다

 

모시러 왔습니다

 

-항상 폐만 끼치네 -그렇지 않아요

 

-부인한테도 신세지고 -그런 말씀 마세요

 

고맙군, 정말

 

차가 주차장에 있는데

 

조금 걸어가실까요?

 

-주차장이 어딘가? -저쪽에 있어요

 

그렇구만

 

차를 가져올까요? 여기 가만 계세요

 

그 자리에 계세요

 

금방 올게요

 

미안하구만…

 

-귀찮게 했구만 -전혀 아닙니다

 

민폐만 끼치는군

 

그렇지 않아요

 

제 일인걸요, 민폐 아닙니다

 

오카자키 씨, '깃챠코' 카시와기입니다

 

하시모토 씨가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잘 지냈나?

 

여기서 기다릴게요

 

완화의료 진료실

 

고양이 넥타이가 아주 멋져요

 

누가 주더라고

 

준비됐으니 들어가세요

 

-이대로 가면 되나? -그럼요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넥타이네요

 

아주 근사해요

 

잠시만요

 

이 부근이 아프다 하셨죠?

 

전에는 아팠는데

 

-지금은 안 아파요? -안 아파요

 

-눌러도 안 아파요? -네

 

여기가 병들었죠

 

그렇군요

 

여기도 있고요

 

두 군데 있죠

 

이쪽 건 괜찮은데

 

이쪽이 골칩니다

 

이게 통증과 혈담의 원인이지요

 

지난번 사진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으니

 

또 통증이 온다면 이게 원인일 겁니다

 

알겠습니다

 

빨리 가야 할 텐데

 

빨리 죽어야 선생님한테 폐도 안 끼치지

 

누구한테 폐가 된단 겁니까?

 

선생님한테요

 

절대로 아닙니다

 

모두한테 폐가 되니 어서 저승 가야 되는데

 

어찌 이리도 죽질 않는지

 

하늘에서 원하지 않나 보죠

 

행실이 나쁘니까

 

귀여워요

 

요즘도 노래방 가세요?

 

가끔 가죠, 며칠 전에도 갔어요

 

무슨 노래 하세요?

 

엔카만 불러요

 

어떤 거요?

 

기타지마 사부로 노래나 호소카와 다카시도 좋고

 

선생님 덕분에 잘 지내는 거죠

 

다음에 뵙지요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나가나?

 

안녕히 계십쇼

 

몸조심하세요

 

여기 잠시 계세요

 

그동안 어떠셨나요?

 

지난주엔 외출이 좀 많았어요

 

금요일에 산 다녀오시고 토요일엔 괜찮았는데

 

어제는 외출 서비스도 마다하셨어요

 

오늘 아침 도우미가 갔을 땐, 이불 속에서

 

괴로운 듯 가슴 언저리를 누르고 계셨대요

 

요즘은 가래를 싱크대에 주로 뱉는데

 

싱크대에 피가 말라붙어있다고 들었어요

 

상태가 조금 악화됐을 수도 있겠군요

 

드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소

 

맛있군

 

하시모토 씨

 

오랜만에 뵙네요

 

건강히 지내셨어요? 이런 인사는 실례인가

 

빨리 저승 가면 좋을 텐데 말요

 

서두르실 것 없죠

 

맘대로 죽어지지도 않고

 

아직 하늘에서 안 부르는 거죠

 

그런 건지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순 없지요

 

안 데려가니 민폐만 끼치고 살아

 

늘 그런 생각만 들어

 

언제든 죽어도 되는데

 

암튼 이렇게 병원도 데려다주고 참 고맙지

 

집에 누워있으면 폐 끼칠 일 없는데

 

나오니까 다들 신경 써야 하고 말이야

 

어쨌거나 고맙지

 

언제까지 버티려나

 

안녕히들 계시오

 

인기 많으시네요

 

이리 와

 

밥 먹어

 

밥 먹어

 

치비도 이리 와

 

치비는 소심해서 밥도 잘 못 먹어요

 

편하게 먹어

 

어찌나 겁이 많은지

 

도둑고양이가 영역을 침범하고

 

우리 애들이 피해서 밥을 먹게 됐어요

 

저놈이 자릴 차지해서 말이죠

 

늘 저기서 밥 먹었는데 이쪽으로 밀려났어요

 

지저분하게 키우는 게 맘에 안 들어요

 

이웃들한테 주는 피해도 보통이 아니죠

 

주위에서 민원이 많이 들어와요

 

먹이를 막 늘어두니 여름엔 초파리가 들끓죠

 

저이는 신경도 안 써요

 

이런 말 하는 날 나쁜 사람 취급해요

 

남편의 그런 점이 제일 싫어요

 

사모님 이야기 들으셨어요?

 

자알 들었지요

 

노 코멘트

 

노 코멘트, 다 끝난 얘기야

 

치로, 괜찮아 이리 오렴

 

병원 다녀오자

 

신장이 안 좋아서

 

이틀에 한 번 정도 주사를 맞히죠

 

목소리 멋진데

 

겁낼 것 없어

 

2,200엔입니다

 

여기 있어요

 

모든 고양이가 저 병원에 다니나요?

 

그렇죠

 

암컷은 다 저기서 피임 수술 했어요

 

다들 어디론가 떠나버렸지만

 

집에 고양이 수가 많아지면

 

알아서 몇 놈이 사라지더군요

 

자연도태인 건지

 

수가 많으면 새끼들에게 자릴 넘겨줘요

 

수컷 암컷 다 그래요

 

신기하지요

 

특히 수컷은 세 살 정도 되면 다들 떠나요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 가는 건지

 

신기한 일이지요

 

20년간 수많은 고양이가

 

4, 5마리씩 살았는데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버린다니까요

 

모르는 사이에 한 마리씩 사라져요

 

묘한 일이죠

 

결국 어린놈들이 남아요

 

어머…!

 

또 쓰러지셨나

 

네!

 

다행이네요, 안녕하세요

 

문 좀 열어 주실래요?

 

천천히 하세요

 

오늘은 안 갈래

 

저 카시와기인데요

 

아, 카시와기 부인

 

외출 서비스 아니니까 문 열어주세요

 

문 안 잠갔는데

 

어머?

 

잠갔나?

 

네, 오늘은...

 

오늘은 나가는 거 아니에요

 

담배 많이 피우셨나 봐요

 

담배가 유일한

 

낙이니까 말이지

 

유일한 낙이라...

 

오늘 약이…

 

-오늘은 먹었어 -약 드셨어요?

 

오늘이 29일인가요?

 

그럼 약은 됐고

 

생선 구워 드릴게요

 

두 끼는 해결되겠군

 

점심하고 저녁? 가지도 구울게요

 

내 셔츠 어디 있지?

 

여기 뒀나?

 

다 됐다

 

잘 구워졌어요

 

이 전갱이 참 맛있겠군

 

따뜻할 때 먹으면 최고일 텐데

 

지금은 배가 불러서…

 

여기라도 좀 앉으시게

 

아니요, 저는 촬영하러 온 겁니다

 

일부러 셔츠도 입어주셨어요

 

내복 차림은 좀 그렇잖아

 

나도 군인이었던 적이 있지

 

정말요?

 

전쟁 끝날 때까지 후쿠오카에 있었어

 

전쟁 이야기는 처음 듣네요

 

난 최전선에는 안 갔지만

 

나고야와 후쿠오카에 7, 8년 있었지

 

그러셨군요

 

-결혼 전에요? -그렇지

 

그땐 남자는 다 군복 입었어

 

젊은이들이 총알받이로 많이들 죽었지

 

살아있었으면 훌륭한 사람 될 청년들이 다 죽었어

 

내 친구들도 많이들 전사했어

 

그랬군요

 

전사하는 걸 긍지로 여겼지

 

시대가 달랐지 불평도 안 했어

 

지금처럼 외동이니 뭐니 말도 못 꺼냈지

 

빨간 딱지 받고 입대하셨어요?

 

나 같은 경우는 소집 영장이 왔지

 

남자 한 명은 '1.5전'이라 했어

 

1.5전이 뭐에요?

 

-엽서 한 장 값 -네?

 

남자 목숨값은 엽서 한 장과 같단 거지

 

엽서 값이 1.5전?

 

1.5전 엽서에 남자가 불려갔으니까

 

부모 장례식 날에도 엽서 오면 가야 했어

 

세상에

 

그래서 1.5전 인생이라 했지

 

몰랐어요

 

싸구려 목숨이었지

 

죽으면 1.5전으로 또 다른 놈 데려오지

 

-1.5전에 많이 죽었군요 -그렇지

 

남자는 1.5전이야

 

저런

 

그런 시대였다니까 지금하곤 다르지

 

엽서 한 장짜리 목숨

 

살아 돌아와서 어머님이 기뻐하셨죠?

 

죽은 이도 많았으니 기뻐야 하셨지만

 

살아 돌아온 게 꼭 자랑스럽진 않았어

 

못 죽었기 때문에 당당히 올 수가 없었어

 

그렇게 교육받은 시대였거든

 

어쨌든 남자는 1.5전이야

 

그런 이야기 정말 처음이에요

 

대체품이 줄줄이 있는 1.5전 인생

 

당시에 그런 표현을 썼어요?

 

그랬지

 

나였어도 전장에 나갔을까?

 

다들 갔다니까

 

교육도 그렇게 받았고 자랑스런 일이었으니까

 

밖을 못 보게 차창이 가려져 있었어

 

전장으로 가는 열차?

 

맞아, 기차에는 창문이 있잖아?

 

베니어 합판으로 다 막아놨었지

 

밖을 못 보게요?

 

화장실 갈 때만 살짝 밖이 보였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하려고요?

 

동서남북도 알 수 없고 묻지도 못했어

 

굉장히 겁났을 것 같아요

 

그런 열차를 타고 갔었지

 

그랬군요

 

어느 지역에 떨궈질지 알 수 없었어

 

몇 살 때였어요?

 

아마 서른 가까웠을걸

 

혼자서 늘 생각했어

 

무슨 생각요?

 

뭐긴, 죽는 생각만 줄곧 했지

 

죽으면 장례까진 안 치러줘도

 

누가 태워주기라도 하면 좋겠다 싶었어

 

그 정돈 저도 도와드릴 수 있어요

 

이만 가볼게요

 

미안해서 어쩌나

 

조심해서들 가요

 

나오시지 마세요

 

가볼게요

 

감사합니다

 

잘 가요, 거 미안하구만

 

몸조심하세요

 

대접도 못 하고 미안하구만

 

아니에요

 

잘 가요

 

가겠습니다

 

정권교체
(총리 후보 하토야마)

 

700엔이나!

 

1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1시간은 꼭 넘어요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불신감을 없애기 위해…

 

음식을 준비해 와도 1시간은 걸려요

 

세탁까지 하면 2시간

 

어쨌든 지원금은 1시간만큼만 나오죠

 

이런 불평 하면 안 되지만요

 

이 집 저 집 가니 차를 안 탈 수 없고

 

주차비는 10분에 100엔이나 들죠

 

행복한 삶을 위한 의료, 요양 지원 제도

 

지역사회를 살리는 농업, 임업

 

내수 주도형 관광산업을 육성시키겠습니다

 

그리하여 수요와 고용을 창출시킬 것이며

 

아시아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의미의 경제성장을 이루겠습니다

 

도둑고양이도 같이 어울리게 됐네요

 

멀리 숨어 지내더니 조금씩 조금씩 다가와

 

이젠 당당해졌어

 

우리 고양이들이 받아들여 준 거지

 

피스

 

하시모토 시로 씨를 추도하며

 

감독/ 소다 카즈히로

 

출연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자막/ 차 샘 이 나
번역/ 강 민 하

 

자막 제공/ DMZ국제다큐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