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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보았다
- 조지 산타야나"

 

"전차 티거"

 

"1943년 가을
소련 드니프로강 전선"

 

"스탈린그라드 전투 후 8개월째
독일군은 사방에서 퇴각 중이다"

 

퇴각해!

 

뛰어!

 

다리 뒤쪽 각자 위치로!

 

- 이쪽이야, 빨리!
- 빨리!

 

서둘러!

 

퇴각!

 

- 퇴각하라!
- 퇴각하라!

 

퇴각해!

 

빨리!

 

위치로!

 

2차로 온다, 위치로
위치로, 달려!

 

부대가 전부 퇴각했습니다

 

소위님, 저희도 퇴각할까요?

 

소위님!

 

카일리히, 적이 오고 있나?

 

왔습니다

 

T-34입니다! 적군 확인!

 

600m, 조준 끝

 

장전 끝!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필리프!

 

필리프!

 

- 쏴
- 발사!

 

명중, 격파 확인

 

장전 끝!

 

- 적이 옵니다!
- 기관총, 쏴!

 

우측, 전차 한 대 더!

 

- 조준 끝!
- 쏴!

 

발사!

 

- 명중
- 격파 확인

 

- 장전 끝!
- 기관총, 계속 쏴!

 

전방 전차 두 대 격파하고
접근 차단했습니다!

 

- 이제 가야 합니다
- 쏴!

 

발사!

 

- 필리프! 못 들으셨습니까?
- 장전 끝!

 

퇴각해야 합니다

 

- 쏴!
- 쏴!

 

- 장전 끝!
- 계속 몰려옵니다

 

자정에 다리를 폭파할 겁니다!

 

5분 남았습니다

 

- 아직 괜찮아, 쏴!
- 발사!

 

- 가야 합니다!
- 4분 30초 전!

 

- 4분 30초!
- 600m짜리 다리입니다

 

12시 방향, 대전차 총!

 

- 재장전해야 합니다
- 쏴!

 

제가 하겠습니다!

 

발사!

 

장전 끝!

 

남은 건 우리뿐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명령해 주십시오!

 

명령해 주세요!

 

퇴각한다, 헬무트, 다리를 건너가

 

알겠습니다

 

달려, 헬무트!

 

빨리!

 

아직 4분 전!

 

헬무트, 더 밟아

 

시간이 부족합니다!

 

적이 쫓아오지 않아
사격도 멈췄어

 

- 다리를 터뜨릴 걸 아는 겁니다
- 이대로면 충분해

 

공습입니다!

 

저 정도는 괜찮아

 

- 소위님!
- 불이다!

 

- 떨어진다!
- 해치가 뚫렸습니다!

 

불이다!

 

- 불이 붙었어!
- 헬무트, 밟아!

 

불바다입니다!

 

헬무트, 밟아!

 

멈추지 마, 달려!

 

될 것 같습니다! 충분합니다!

 

남은 건 우리뿐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명령해 주십시오!

 

공습입니다!

 

불이 붙었어!

 

헬무트, 밟아!

 

"페르비틴"

 

언제 도착하지?

 

"기밀"

 

'미궁 작전'

 

"폰하르덴부르크 대령과
비밀문서 확보 및 귀환"

 

'단독 작전, 지원 없음'

 

'폰하르덴부르크...'

 

파울?

 

안경은 어딨어?

 

빨리 끝내고 시동 걸어

 

주십쇼, 젠장

 

소위님, 어서 오십시오

 

수고가 많군

 

- 어이!
- 소위님

 

소위님

 

대장님

 

티거는 좀 어때?

 

만신창이입니다

 

그래도 고쳤습니다

 

좋아

 

자네들은?

 

좀 까지고 데였지만 멀쩡합니다

 

새 명령인가요?

 

그래

 

리히터 대령님 지시야
오늘 출발한다

 

- 휴가는요?
- 취소됐다

 

- 오늘 바로요?
- 그래

 

어디로요?

 

프셀강을 넘어 다시 동부로 간다

 

- 적지로요?
- 그 중간이야

 

무인 지대다

 

폰하르덴부르크 대령을
찾아서 데려오는 것이

 

우리 임무다

 

폰하르덴부르크요?
죽지 않았습니까?

 

나도 그런 줄 알았지

 

하지만 우리도 살아남지 않았나?

 

- 같이 갈 부대는요?
- 없다

 

일급 기밀 임무다

 

노비이 이아르 동쪽의
벙커 시설에 숨어 있다고

 

- 추정 중이다
- 썅

 

- 왜 하필 우리입니까?
- 명령은 명령일 뿐

 

알 필요가 있다면 알려줬겠지

 

고작 티거 한 대로...

 

상부는 우리가 적임자라고
확신했을 거다

 

출발 준비해

 

가보자

 

가보자고

 

늑대, 여우굴 교신
우린 48시간 동안 미궁에 들어간다

 

늑대, 교신 종료

 

헬무트, 라이터!

 

사상 최강의 전차라며

 

운전수는 머리도 못 내밀고
아무것도 못 본다니

 

다들 햇볕 구경하고
참 좋으시겠습니다

 

설계팀에서 너희 못생긴 상판을
숨겨야겠다고 생각했나 보지!

 

폰하르덴부르크는

 

우리가 퇴각한 후에도
스탈린그라드에 제6군과 남았어

 

거기서 살아남다니 기적이야

 

본인 손을 직접 잘랐다던데

 

맞아

 

트랙터 공장 잔해 밑에 갇혔는데

 

손이 깔렸대

 

닷새 만에

 

칼로 손을 잘랐다더군

 

살려고

 

제 말이 그 말이잖아요

 

헬무트, 네 라이터
아직 나한테 있어

 

내가 가진다

 

거기서 살아남았다면
소련 스파이겠네요

 

그러니 굳이 데려오라는 거죠

 

돌무더기에서 빠져나왔을 때

 

어떤 여자가 불쌍히 여겨서
집에 숨겨줬대

 

나중에 농부로 변장해서
무사히 돌아왔다더군

 

그런 사람을 다시 전장에 보내요?

 

손도 하나뿐인데?

 

불쌍할 정도네

 

그런 사람을 데려오라고
우리를 보냈으니

 

생각하면 할수록
더 소련 스파이 같은걸

 

한 손이면 할 거 다 하지, 뭐

 

그래서 뭐가 그리 중요하답니까?
귀족 나리라도 되나?

 

작전 명령서에 따르면
비밀 퇴각 작전을 짜고 있었어

 

우리 병력 위치, 무전 주파수
무기 비축량까지 다 나와 있지

 

이게 소련 손에 들어가면

 

어서 오라고 문을 열어주는 셈이지

 

그래서 우리 작전명이
'미궁'인 거다

 

무전도 안 쳐봤답니까?

 

다리를 터뜨린 후로 연락이 끊겼어

 

그때 스탈린그라드에선

 

그분이 명령하신 거죠?

 

당시 지휘관이었으니까, 그래

 

애송이! 뭐 하냐?

 

내 전차에선 딸딸이 금지야!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분명히 봤거든?

 

이대로 5km 직진한다
그 후엔 정신 똑바로 차려

 

벨러, 저 사람들은 뭐죠?

 

소련군 교란용일 거야

 

더 멀리 퇴각할 생각인가 보네요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태생이라
퇴각 싫어할 줄 알았는데

 

동향 사람 아닙니까?

 

- 난 그런 인간 몰라
- 돼지 농장 하신다면서요

 

우선, 돼지 농장이 아니라
포도 농장이야!

 

바하우라고 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

 

- 그놈의 바하우!
- 카일리히, 무전은 어때?

 

잡음뿐입니다

 

적도 도청 못 할 테니
차라리 다행이군

 

헬무트, 50m 전진 후에
좌측 들판으로 꺾는다

 

야지에서 벗어나 숨어야 해

 

알겠습니다!

 

다 마시면 불 끄고

 

우리가 먼저 불침번을 선다
미셸, 알았지?

 

여기도 게릴라군이 있나요?

 

모르지

 

절대 경계를 늦추지 마

 

보다나가 그러던데

 

여기 숲엔 귀신이 많답니다

 

보다나가 누구야?

 

톨로콘노예에서 만난 시골 여자요

 

- 우유랑 달걀을 팔아줬습니다
- 임질도 덤으로 받았냐?

 

헬무트

 

안 잤습니다

 

자고 싶었겠지

 

애송이, 삼촌 말 잘 들어라

 

재미는 순간이고 후회는 평생이야

 

그 애가 이 숲에
귀신이 많다고 했어?

 

네, 죽은 자의 혼이
돌아다닌다고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선 그렇게 믿는대요

 

저희 고향도 그렇고요

 

촌뜨기들이란

 

그때 폭발에서
우리가 어떻게 산 거죠?

 

다리에서요

 

제가 마지막까지 똥꼬 빠지게
페달을 밟은 덕분이죠

 

불까지 붙었는데 말입니다
나중에 새 신이나 사주십쇼

 

폰하르덴부르크랑
잘 아는 사이시죠?

 

사관학교 동기니까

 

친구였습니까?

 

그래, 하지만 오래전 일이야

 

그분이 아드님 대부라는 게
진짜입니까?

 

잡담 그만, 모두 취침해

 

혼불입니다

 

헬무트 말은 넘겨들어

 

늘 저만 놀리세요

 

아들을 잃어서 그래

 

고작 15살이었지

 

훔볼트타인 공원 공습 때
헬무트는 대공포를 맡았어

 

직격탄이었지

 

빈 관을 묻어야 했어

 

그 녀석 나름의
애정 표현일지도 모르지

 

눈 좀 붙여 둬

 

불침번은 내가 서지

 

필리프

 

뭐래?

 

"아뉴스 데이 퀴 톨리스"

 

무슨 무전이야?

 

라틴어야

 

들어 봐

 

'하느님의 어린양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하느님의 어린양, 평화를 주소서'

 

미사 기도문이군

 

고향에서도 매일 틀어줬지

 

여긴 정교회인데요?

 

뭐 하러 라틴어 기도문을
듣겠습니까?

 

대전차 방어선이다
우측으로 붙어 가

 

소련 놈들이
우리를 교란하려는 거야

 

개소리니까 그냥 꺼

 

누가 설치한 거죠?

 

우리

 

포로로 잡힌 주코프 잔당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지

 

그걸 못 버틴 놈들은 저기 묻혔고

 

헬무트, 앞쪽에 틈이 있다

 

거기로 지나간다, 좌로 꺾어

 

세워!

 

- 왜 그러시죠?
- 지뢰다!

 

우리 밑에 깔려 있어

 

망할

 

어쩌죠?

 

미셸, 카일리히
내려서 지면을 수색한다

 

조심해, 궤도 자국 위로 뛰어내려

 

샅샅이 수색해!

 

빌어먹을, 미셸!

 

이리 와

 

궤도에 너무 가까워
둘이 같이 파내야 해

 

카일리히! 지나온 길을 수색해

 

- 뒤로 빼야 할지 모르니까
- 네!

 

소위님!

 

9시 방향, 3,000m 거리
지평선에 흙먼지가 보입니다

 

- 매복일지 모릅니다
- 계속 주시해, 크리스티안

 

파 봐

 

여기 있군

 

지뢰 밑의 흙을 조심해서 파

 

내가 기폭 장치를 해제하는 동안
들어 올릴 수 있게

 

시작해

 

조심

 

젠장, 아무것도 안 보여

 

들어 올려야겠다

 

조심해

 

- 소위님!
- 왜?

 

지뢰 밑에서 뭔가 움직여서
잡았습니다

 

수류탄 같습니다

 

그렇군

 

개새끼들이 핀을 뽑아놨어
이중 함정이다

 

손을 움직이면

 

수류탄이 움직여서
기폭 장치가 작동할 거야

 

그럼 우리 둘 다 날아가겠지

 

미셸, 침착해야 해, 미셸!

 

미셸

 

 

숨 쉬어

 

잘했어

 

알겠습니다

 

- 벨러, 상황 보고해!
- 차량이 멀어지고 있습니다

 

후진 준비해!

 

어떻게 된 겁니까?

 

모두의 안전을 확보한 뒤에
돌아와서 도와줄게

 

알겠지?

 

알겠습니다

 

5, 6km 거리, 미확인 차량
점점 멀어집니다

 

- 헬무트!
- 미셸은요?

 

지나온 자국을 따라서
천천히 후진해

 

미셸은요?

 

티거가 우선이다

 

후진해!

 

그대로

 

그대로

 

- 씨발, 애송아!
- 그대로 쭉 빼라고!

 

세워!

 

밧줄 줘

 

아주 잘하고 있어, 미셸

 

돌겠네

 

반드시

 

무사히 돌려보내 주마

 

조심하십시오

 

잘 들어, 미셸

 

날 봐

 

아주 천천히 손을 빼야 해

 

그래야 지뢰 무게로
수류탄 레버를 누를 수 있어

 

 

천천히

 

천천히, 더 천천히

 

잘하고 있어, 미셸

 

그대로

 

천천히

 

그대로

 

서두르지 말고, 좋아

 

잘했어

 

조심해

 

일어나

 

 

가자

 

전원 하차! 전차 뒤로!

 

자네한테 맡기지

 

이 새끼 깡다구 있네

 

탑승해

 

제법인데?

 

나한테 안길 생각 마라, 애송이

 

애인 사진 붙이는 것 정도는

 

허락해 줄 수 있어

 

헬무트, 좌로 꺾어!

 

세워!

 

12시에 전차! 후진해!

 

좌로 꺾어!

 

연막탄 발사

 

쭉 빠져!

 

헬무트, 아직도 가까워
숲을 벗어나야 해

 

더 밟아!

 

세워!

 

대구경이야, SU-100 같아

 

판처슈렉입니다
한 방이면 우린 끝입니다

 

소위님?

 

적이 더 온다
적어도 3대 이상이야

 

피해 가야 해

 

여기서 한 놈씩 처리하면 됩니다

 

수가 너무 많아, 임무가 우선이다

 

뒤쪽은 강이라
빠질 수도 없습니다!

 

공격해야 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방법은 있어

 

후진해서 동쪽 3시 방향으로 간다

 

세워

 

시동 꺼

 

필리프, 뭐 하려고요?

 

전원 하차

 

대체 뭐야?

 

빨리!

 

잠행 준비해

 

- 네?
- 잠행 가능한 티거잖아

 

훈련 때 해본 게 전부입니다

 

움직여!

 

실전은 처음입니다

 

지금 해보면 되겠군

 

기체 손상이 심합니다
가라앉을지도 모릅니다

 

자네가 고쳤잖아
난 자네를 믿어, 가지

 

어서 움직여!

 

완벽해

 

전부 타

 

헬무트, 시동 걸어

 

"수중 기동"

 

출발해, 빠져나가자

 

"폐쇄"

 

입수 시작

 

헬무트, 멈춰

 

소리가 큰데요

 

- 시동 끄면 안 됩니까?
- 안 돼

 

안 돼

 

그랬다가 시동 다시 못 걸면
그대로 죽는 거야

 

매연이 보일 거야, 시동 꺼

 

네? 시동 안 걸리면
다 뒈지는 건데요

 

 

어때?

 

아직 새는 곳은 없습니다

 

- 이쪽도요
- 물은 안 보입니다

 

물속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죠?

 

모터 소리입니다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전차에서 타 죽는 거면 몰라도

 

익사라니...

 

벨러 말대로 아까 싸워야 했습니다

 

- 이건 함정입니다
- 조용!

 

안전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 얼마나 더 버텨야 하죠?
- 아직이야

 

부상했을 때 적이 없다는
확신이 들어야 해

 

카일리히, 시계 확인해 봐

 

12시 직전입니다
다리 위 전투 후로 멈췄어요

 

보다나가 그러는데
호수에는 요정이 있답니다

 

사람을 물속으로 끌고 간대요

 

네 애인 참 밝은 성격이구나

 

헛소리 그만해, 전부 다물어

 

필리프

 

- 소위님!
- 젠장, 물이 샙니다!

 

적이 있든 말든 부상해야 합니다!

 

좋아, 강을 건너서
반대편에서 부상한다

 

- 강을요?
- 아직 적이 있을지 몰라

 

그편이 안전해, 다리 찾느라
기름 낭비 안 해도 되고

 

헬무트, 시동 걸어!

 

- 좆됐네
- 빨리, 다시 해 봐!

 

헬무트, 빨리!

 

헬무트, 다시 걸어 봐!

 

좋았어!

 

헬무트, 전진해!

 

이대로 여기 갇히면
물속에선 해치도 못 열어

 

나 수영 못 해

 

나도 못 해

 

철관에 갇혀서 죽을 테니
헤엄칠 필요도 없겠지

 

세워, 시동 꺼

 

아무것도 안 보인다, 전원 하차

 

육지 기동용으로 정비해

 

남은 연료로는 20km밖에 못 갑니다

 

- 그래
- 네

 

씨발

 

왜요?

 

망할 놈들 때문에
담배만 통으로 날렸네

 

- 아슬아슬했어
- 서둘러, 임무가 우선이야

 

벨러

 

전차 초콜릿 먹어

 

긴 밤이 될 테니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

 

자, 난 맑은 정신으로 있고 싶어

 

세워

 

시동 꺼

 

뭐죠?

 

아군이다

 

시동 걸어, 이대로 전진

 

시동 꺼, 하차해

 

멈춰! 손 들어! 거기 서!

 

빨리 가, 동물 집어넣어

 

안에 넣어

 

히틀러 만세, 전차병이네

 

빨리빨리 움직여!

 

빨리 좀 와주면 안 되겠냐?

 

서둘러

 

말도 데려와!

 

503 중전차 대대
게르켄스 소위입니다

 

- 보급품과 연료를 요청합니다
- 크레브스 중령이네

 

어떻게 된 거지? 길을 잃었나?

 

특수 임무 중입니다

 

전차병은 역시 남다르군

 

이곳에 남은 병력은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이게 우리 특수 임무야

 

게릴라군에 협조한 마을을
깨끗이 쓸어버리는 거지

 

빨리 가! 움직여!

 

노동 수용소로 보내는 겁니까?

 

노동 수용소 시절은
끝난 지 오래야

 

안에 가두고 불을 지르면

 

제 가축한테 짓밟혀 죽겠지

 

탄약도 아끼고

 

우리 나름 대의에 이바지하는 거지

 

독일은 여전히
전의를 불태우고 있고

 

탄약은 무한하지 않으니까

 

거의 다 정리됐군

 

전원 탑승해

 

그 불길, 기억하지?

 

내 일은 끝났군

 

아, 연료가 필요하댔지?

 

철수해!

 

바로 출발한다

 

오늘은 티거 안에서 잔다

 

움직여!

 

필리프?

 

그걸 누가 먹습니까?

 

미셸, 제대로 된 것 좀 줘 봐

 

 

천상의 맛이로군

 

와인 양조자 아니셨습니까?

 

라틴어 선생 출신이어도
이 술이 쓰레기란 건 압니다

 

폰클라우센 남작, 37년산

 

그뤼너 펠틀리너 스마라크트

 

내 희대의 역작이지

 

은은한 과일 맛에
절묘한 균형의 산도

 

희미한 살구의 끝맛까지

 

'천상의 맛'이라고 불렀지

 

괴링 총사령관이 환장해서
절반을 사들였어

 

지금 남아 있는 거라곤

 

추억뿐이지만

 

이딴 오줌도 감지덕지한 수준이지

 

오줌이라도 취할 수 있으면 됐죠

 

드릴까요?

 

어떻게 오스트리아 농부가

 

총사령관 입맛을 사로잡은
와인을 만들었죠?

 

바하우 사람은

 

혈관에 와인이 흐르지

 

집안 대대로 내려온 비법이야

 

그런데 왜 와인 이름이
폰클라우센 남작이죠?

 

내 고용주였으니까

 

그래도 벨러 와인이 돼야죠

 

땅도 포도도 그분 거지

 

태양도 바람도 비도요?

 

라틴어 선생치고는
꽤 빨갱이 같은 말을 하는군

 

고대 로마인이 인류 역사에

 

가장 큰 획을 남긴 유산을 꼽자면

 

전쟁이죠

 

그들은 평생 전쟁을 벌였습니다

 

적이 아니라 동족을 굴복시키려고

 

언제나 싸우고 전쟁하고
절대 쉬지 않았어요

 

라틴어 선생, 와인 양조자

 

기차 운전사, 농부 꼬맹이까지

 

할 수 있는 건 '네, 아니'뿐이죠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내가 누군지, 무엇을 사랑했는지
그딴 건 중요치 않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고
명령을 따르는 거지

 

우리에게 중요한 건 명령뿐이야

 

명령이 없으면 끝장이야
군대, 사회, 모든 게

 

제 전차에선 정치 얘기 금지입니다

 

그리고 틀렸어

 

고대 로마인 중엔
기차 운전사가 없었잖아

 

그건 나도 알아

 

그래, 가방끈 짧은 너라도

 

야, 시끄러워!

 

기차 운전사를 위하여

 

세상의 구원자를 위하여

 

벨러, 라이터요

 

뭔 소리래?

 

가능하다면 잊고 싶습니다

 

원래 우리의 모습요

 

이젠 돌아갈 수 없겠죠

 

이 모든 걸

 

겪었으니까요

 

원래의 우리?

 

우린 변하지 않았어

 

명령을 따르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

 

그뿐이야

 

전부 끝나면

 

오스트리아에 놀러 오세요
포도밭을 보여드리죠

 

같이 한잔해요

 

좋지

 

세워!

 

뭐죠?

 

느낌이 안 좋습니다

 

다가가지 말죠

 

벙커가 바로 뒤쪽에 있어
돌아갈 시간 없어

 

전투 준비

 

거리는요?

 

1,000m

 

헬무트, 방앗간 왼편으로
천천히 지나가

 

- 조준 끝
- 전진!

 

훈련 표적이었나 보군

 

사정거리로 들어간다

 

카일리히, 기관총 준비

 

사격 허가한다

 

망할 태양

 

절대 눈 돌리지 마!

 

정지! 1시 방향에서 포격!

 

헬무트, 후진해! 빨리!

 

- 벨러, 반격해!
- 네! 젠장!

 

빗나갔습니다!

 

- 헬무트, 계속 가!
- 네!

 

카일리히, 기관총 쏴!

 

사격 범위에서 벗어나, 좌측으로!

 

빨리, 헬무트!

 

정지!

 

벨러, 풍차 날개 옆

 

무너진 건물, 거리 900m

 

확인!

 

- 조준 끝
- 장전 끝!

 

쏴!

 

아무것도 안 보여, 명중 확인 불가

 

젠장

 

뭐야?

 

- SU-100이야
- 그때 그 SU입니까?

 

- 이런...
- 망할

 

- 그럴 수가
- 여기까지 따라온 모양이야

 

말이 안 됩니다!

 

헬무트, 물러서
카일리히, 계속 사격해, 출발!

 

- 쏴!
- 쏴!

 

튕겨 나갔어! 장갑이 너무 단단해

 

장전 끝!

 

거리를 벌려, 옆을 노려야 해!

 

젠장, 배기관에 맞았습니다!

 

- 망할 새끼들!
- 헬무트, 더 뒤로!

 

연막탄!

 

어디 있지?

 

- 탄이 관통했습니다!
- 다들 괜찮아?

 

- 괜찮아?
- 네

 

- 돌아옵니다!
- 젠장!

 

적이 너무 강합니다!

 

그래 봤자 주포 하나뿐이야

 

우리가 더 빠르고 민첩해
저쪽은 쏘려면 완전히 돌아야 해

 

헬무트, 천천히 전진하다가
왼쪽으로 꺾어

 

측면을 노린다

 

- 우리 측면은요?
- 날 믿어, 달려!

 

주포, 3시 방향으로

 

우릴 조준하고 있습니다

 

침착해!

 

소위님!

 

진정해!

 

이러다 죽겠습니다!

 

벨러, 지금이야
기관총 쏴, 주의를 돌려

 

정지!

 

- 필리프, 빨리요!
- 아직이야

 

- 조준 끝!
- 기다려

 

조준했습니다!

 

기다려

 

기관총, 멈춰

 

- 쏴
- 발사!

 

명중, 격파 확인

 

전차는 이게 문제야

 

바로 앞에 있는 것도 안 보이지

 

그러게 숲에서
싸우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 새끼 때문에
다 뒈질 뻔했다고요!

 

카일리히?

 

- 괜찮으십니까?
- 카일리히?

 

- 카일리히, 이 새끼야!
- 카일리히?

 

- 소위님!
- 어디에 맞았어?

 

파편이...

 

폐에 맞았습니다

 

망할!

 

해가 보고 싶어요

 

이 위로 끌어올려

 

다리 잡아

 

조심해

 

괜찮아, 카일리히

 

하르덴부르크랑
뭔가 사연이 있으시죠?

 

말은 좀 참아봐

 

편지를...

 

루이제와 딸들에게
편지를 써주세요

 

그래, 약속하지

 

다시 교단에 서고 싶었습니다

 

1939년에
고등학교 졸업반을 가르쳤죠

 

가장 행복한 여름이었어요

 

그 후론 전쟁뿐이었죠

 

전...

 

카일리히

 

티거 정비해

 

고칠 순 있겠지만...

 

소위님!

 

왜?

 

망할

 

시체가 저렇게 빨리 탈 리 없어요

 

그만

 

기지로 돌아가서
목표물은 못 찾았다고 하죠

 

뭔가 잘못됐습니다

 

고작 20km 남았어

 

배기관이 고장 났습니다

 

고치면 돼, 저 SU 부품을 빼서라도

 

남은 연료로는 30km밖에 못 갑니다

 

- 돌아가기엔 부족합니다
- 거기 보급품이 있을 거야

 

이 짓거리를 할 만큼
중요한 인물 맞습니까?

 

만약 스파이라면

 

직접 머리통을 날려버릴 겁니다

 

작업 시작해

 

어서

 

그 불길, 기억하지?

 

소위님?

 

카일...

 

미셸, 무전 들어 봐

 

소위님?

 

무전 꺼, 무전 꺼!

 

얼마나 더요?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대령을 찾아서 집에 데려갈 때까지

 

'집'요?

 

그건 집이 아닙니다

 

개 같은 전선이죠

 

퇴각할 때마다
새로운 전선으로 보내겠죠

 

그다음엔 또, 또 새로운 전선으로!

 

대령이 왜 그리 중요하죠?

 

망명할까 봐 걱정돼서요?

 

카일리히 말대로

 

이미 적국에 망명했고

 

우린 함정에 빠진 걸지도요

 

아님 소위님에게
중요한 사람인 겁니까?

 

카일리히가 맞았군요

 

대령이랑 사연이 있으시댔죠

 

왜 저희까지 끌어들인 겁니까?

 

- 왜요?
- 명령이니까

 

소련군이 먼저 찾아내면

 

병력 위치, 무전 주파수, 전술
전부 까발려질 거야

 

'어서 옵쇼' 하는 셈이라고요
저도 압니다!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있는 걸 적도 다 안다고요!

 

필리프!

 

모르겠습니까?

 

눈을 좀 떠요!

 

이건 불필요한 모험입니다

 

판단력이 흐려지셨어요

 

귀환할 때까지
지휘권 해제를 요구합니다

 

좋아

 

바로 결정하지

 

미셸

 

전 소위님 편입니다

 

헬무트?

 

네가 운전수잖아

 

이건 네 전차야

 

바르바로사 작전 때부터
쭉 함께했잖아

 

알겠습니다

 

카일리히도 죽었고...

 

맞아

 

그때 다리에서도, 잠행했을 때도

 

위험을 무릅쓰셨죠

 

죄송합니다

 

벨러

 

전 소위님 편입니다

 

이 얘기는 이걸로 끝이다

 

벙커가 있는 숲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길이

 

이 근처에 있다고 나와 있어

 

살짝 왼쪽으로 꺾어

 

필리프

 

멈춰

 

뭡니까?

 

발자국이다, 전원 하차

 

미셸!

 

무장해

 

군화 자국이야

 

아군 거다

 

장전해 놔

 

미셸, 멈춰!

 

부비트랩이다

 

이것도 아군 겁니다

 

벙커가 근처에 있다는 뜻이야

 

안전장치 풀어 둬

 

- 어떻게 된 거죠?
- 낙하산 부대야

 

이들이 실패해서
우리를 보냈나 보군

 

가자

 

어서 오십시오, 들어오세요!

 

소위님

 

폰하르덴부르크 대령을 찾아왔다

 

알고 있습니다

 

대령님은 지휘 벙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해 드리죠

 

혹시 좀 더 머무실 생각이라면

 

지루하진 않으실 겁니다

 

마리아, 신사분들께
와인이랑 식사 좀 대령해 드려

 

얼른

 

먼 길을 헤쳐 오신 모양이군요

 

삶을 위하여

 

폰하르덴부르크 대령에게
안내해 주게

 

기꺼이 모시겠습니다

 

그럼

 

가시죠

 

소위님만요

 

어서

 

겁먹지 마세요

 

소위님?

 

새 명령입니다

 

'드니프로 다리에서
전원 철수하라'

 

'자정에 폭파 예정'

 

미궁 같죠?

 

용기를 내십시오

 

파울

 

소문이 사실이었군

 

독일은 스탈린그라드에서
많은 걸 잃었어

 

그깟 손이 대수겠나?

 

불 가까이 오게

 

누군가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던데

 

'누군가'가 아니지

 

자네를 기다렸네

 

내가 데리러 올 걸
알고 있었나 보군

 

당연하지

 

자넨 올 수밖에 없으니까

 

우린 절친이었으니까

 

사관학교 시절
그해 여름 기억나나?

 

내가 마리온을 소개해 준
따뜻했던 8월 저녁

 

다음 날 같이 물놀이를 갔지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숲이 우거진 섬으로

 

꿈같은 여름이었어

 

평생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여름이었지

 

그 후론 전쟁뿐이었어

 

출발해야 해

 

티거를 타고 왔겠지?

 

그래

 

비좁지 않나?

 

이 인원을 데리러 티거를 보내다니
이상하지 않나?

 

분명 이유가 있겠지

 

내가 가기 싫다면?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군

 

만약 내가 항명한다면

 

가장 대처하기 적절한
인물을 보냈겠지

 

명령은 명령일 뿐이니까

 

자, 같이 좀 들자고

 

이런 걸 최후의 만찬이라 하던가?

 

이럴 시간 없어, 당장 출발해야 해

 

친구끼리 이러긴가?

 

자네 아들 대부인데

 

내 덕도 많이 봤잖아

 

앉게

 

닷새 동안 돌무더기에 갇혀서

 

서서히 메말라 죽어갈 때

 

많은 생각이 들더군

 

많은 게 보였어

 

그림자 속에서

 

어떻게 구출됐는지 들었네

 

놀랍더군

 

우리가 스탈린그라드에서
뭘 했더라?

 

말장난할 시간 없어

 

우리가 거기서 뭘 했지?

 

파울, 이건 명령이야

 

사단에서 직접 내린 거야

 

소령님, 다른 지휘관들이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적군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명령을 내려달랍니다

 

여자와 아이들이 저기에 숨어 있어

 

하지만 소련군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지

 

트랙터 공장을 거점으로
이 지역을 장악했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진군에 실패할 거야

 

- 뭐 좀 들려?
- 아뇨

 

파울

 

이건 명령이야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정말 그런가?

 

모두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파울!

 

전원 탑승해, 전투 준비!

 

전달해

 

모든 전차에 발사를 허가한다

 

모든 전차, 발사 허가

 

쏴!

 

우리 결정이 아니었어

 

명령이라 어쩔 수 없었지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에게도 책임은 있지

 

자정이군

 

이제 다리 너머로 돌아가야 해

 

나와 우리는

 

전부 자네 때문에 여기 있는 거야

 

아직도 모르겠나?

 

난 미궁 작전 때문에 왔어

 

'미궁 작전'이라니?

 

자네 스스로 왔잖아

 

필리프!

 

난 이정표였을 뿐

 

리히터 대령이

 

날 보냈어

 

그게 누군데?

 

리히터 대령이란 자가
실제로 있긴 한가?

 

그래

 

단서는 언제나 거기 있었어

 

카일리히, 시계 확인해 봐

 

12시 직전입니다
다리 위 전투 후로 멈췄어요

 

시체가 저렇게 빨리 탈 리 없어요

 

뭔가 잘못됐습니다

 

그 불길, 기억하지?

 

그때 폭발에서 어떻게 산 거죠?
다리에서요

 

눈을 좀 떠요!

 

하지만 크레브스는...

 

- 그건...
- 자네의 일부였겠지

 

우리 모두처럼

 

필리프!

 

자정이 됐네

 

이제 다리 건너로 돌아가야 해

 

명령해 주십시오!

 

왜 바로 후퇴 명령을
따르지 않았지?

 

자네답지 않게

 

자신과 분대원을
위험에 빠뜨리다니

 

그래

 

소위님?

 

늘 거기 있었지

 

"7월 24일, 함부르크에서
부인과 아들 사망"

 

마리온과 아들 프리츠가
사망했다는 전보였지

 

7월 24일, 함부르크에서
공습이 시작됐을 때

 

성 니콜라스 교회로 도망쳤지만

 

교회에 폭탄이 떨어졌고
둘은 화염에 휩싸여 죽었어

 

쏴!

 

쏴!

 

난 그 둘을 지키려고 싸웠어

 

뿌린 대로 거두는 법

 

자네가 날 불렀잖아

 

여긴 어디지?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냐고!

 

자네 여정은 이제 끝났어

 

내 여정은 그때 진작 끝났지

 

트랙터 공장을 떠난 적이 없으니까

 

가세, 친구여

 

때가 됐어

 

부하들에게 가야 해

 

나 없이는 못 살아남을 거야

 

밟아!

 

더 밟아!

 

- 헬무트, 밟으라고!
- 불이 붙었어!

 

포기하지 마, 끝까지 밟아!

 

- 얼른!
- 속도 올려!

 

파울, 여긴 어디지?

 

여긴 어디지?

 

자막: 김서인

 

창작 감독
김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