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어, 주인님,
살아서 만날 줄은 생각 못했다고.
이쪽이야말로
지라트.
그야 그렇네.
나도 왜 살아있는 건지
자아, 쌓인 이야기도 많긴 하지만,
우선은 소개해두지.
이 녀석이 현 수왕인 울프강이다.
그 딸인 쿠오레.
그리고 내 심복들.
나의 오른팔, 반쿠.
나의 왼팔, 라짐도르크.
난 신.
이미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이 휴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평소처럼 얘기하면 돼, 주인이여.
그럼 그쪽이야말로 평범하게 불러!
주인이란 호칭 쓴 적도 없잖아!
오랜만의 재회야.
이 정도 농담은
그리고 이렇게라도 안 하면
이 녀석들의 긴장도
긴장?
신도
자기들 하이 휴먼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존재인지
이 세계 주민들에게 있어서
하이 휴면은 경외하는 게 당연한
이데아를 냉소하는 세계를
꿰뚫어버려
뭐라 부를지 모를 무언가를
전부 말로 표현할 수
내일을 내일이라
그것을 어떻게 본뜰 방도따윈
깨져버린 마음의 파편을 모아서
우리는 목소리를 되찾는 거야
잡은 이 손 더는 놓지 말아줘
당장이라도 사라져버릴 거니까
아아, 부디 너인 채로 있어줘
시대가 잔혹하게 가속한다 해도
꿈이 무너져 버린다 해도
그 고동을 양보하지 마
달리고 넘어지고
이데아를 냉소하는 세계를
꿰뚫어버려
이봐, 아직 살아있어?
팔팔해.
몇 마리 쓰러트렸지?
백, 천,
더 많을지도 모르지.
여기서부터가 승부처야.
피가 끓는군.
좋은데.
등뒤는 맡길게.
그때는 죽는 줄 알았지!
그러게 말이야,
피차 용케 무사했지.
결국 몇 마리 쓰러트렸더라?
기억 안 나.
그렇지?
자아, 요 5백 년 사이에 일어난
지라트의 건국 무용담이라면
어이, 이봐, 먼저 말해버린 거야?
자랑해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잖아요,
과장된 내용을
객관적으로 본
뭣이?
그럴 수도 있겠네, 그거.
그럼 저는 차를 내어올게요.
그래, 부탁해.
어쩔 수 없지.
내 무용담은 제쳐둘까.
대신 신의 얘기를 들려줘.
그러게.
슈니에겐 얘기했지만,
실은...
그렇군.
어쩐지 아무리 찾아도
그나저나,
신도 기묘한 일에 말려들었군.
그러게 말이야.
뭐, 전부가 나쁜 일인 건 아닌 게
그렇군.
그렇겠지.
적어도 내게는 좋은 일이야.
지라트?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지.
신,
나는 네게 전해야만 할 얘기가 있다.
뭔데?
나는 이제 곧 죽어.
오래는 못 가.
아마도 앞으로 한 달도 못 버티겠지.
살아있을 줄은 생각 못했다고,
모르겠으니 말이야.
용서해줬으면 하는군.
안 풀릴 테니 말이지.
알고 있겠지?
전설적인 존재니 말이야.
꿰뚫어버려
짊어지고서 오늘까지 왔어
있을 만한 게 아니야
다 받아들이지 못한 우리로선
가지고 있지 않아
간신히 손에 넣은 초연함으로
꿰뚫어버려
이야기라고 하자면...
슈니에게서 들었어.
얘기할 거라 생각했는지라,
있는 그대로를 전해줬어요.
안 찾아진다 했어.
그나마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