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그림자 속에 살며시 숨어있든
봉오리 같은 꽃도 얼마든
비밀로 하고서 지키는 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달콤씁쓸함에 빠지지 않는
그 판단이 부질없어
끙끙 앓으며
사랑에 익숙할 턱이 없는
아름답게 꾸민 꽃병도
그 모습이 아름다워
꽃이 되어서
그 표정이 짜릿짜릿해서
맛보아줘
감싸줄 테니까
정조란 개념이 전혀 없다니까.
가리는 것만 많고.
먹으면 죽는 것도 아닌데.
제6화 원유회
추워!
회로 덕에 평소보단 낫지만.
이 추위 속에
바람이 차가워!
차라리, 천막을 마련해줘.
4부인의 적개심을
저기 봐,
저분이 황태후님이셔.
상당히 젊어보이시네요.
실제로 젊어.
그야 태상을 낳으신 게...
애 많이 써서 낳았구나.
황태후님께는 태상과 동생 전하,
동생 전하께선 무척 병약하셔서
조금 전까지 계셨던 모양인데...
뭐?
수수하다고?
시녀란 건 주인을 모시는 자야!
쓸데없이 치장해서 어쩌자고!
들었어, 방금 얘기?
시녀의 겉모습이 나쁘면
저 시녀들,
이화 님의...?
앵화도 참,
대리 전쟁이 시작됐네.
우리도 가자.
뭐, 그 추녀를 고용할 정도이니,
추녀?
나 말이야?
그런 애,
뭐라고!
앵화!
진정해!
눈치 못 챘구나.
수정궁에선
너무 까불면 아버님께 일러바칠 거야!
그럼 일러바치지 못할 몸으로
꺄악!
기녀류의 농담이었는데 말이지.
묘묘에게 사과하란 말이야!
뭐, 뭐야, 갑자기 입 꾹 닫고?
뭐, 뭐, 이 정도로만 해주지!
감사하라고!
대체 뭐야, 정말!
그보다, 묘묘, 괜찮아?
사실은 이렇게나 귀여운데.
신경 안 써요.
그보다 회로 안 바꾸셔도
불행한 신세에 더해,
스스로 얼굴을 더럽힐 정도의
수정궁에서의 처절한 따돌림을
일절 약한 소릴 내뱉지 않고,
마음 다정하신 임씨 님께서
또 뭔가 망상하고 있군.
자기 입장에 대한 분별도 없나?
짙은 복숭아색 옷이라니.
대리 전쟁이 저쪽에서도.
덕비와 숙비의 시녀들이구나.
저쪽도 사이 나쁘단 말이지.
나이 열넷의 어린 덕비와,
나이 서른 다섯의 고참인 숙비니까,
죽이 안 맞을 만도 하지.
거기다 원래 고부 관계니까.
고부 관계?
저기, 조금 복잡한데...
두 분은 원래 선제의 비와
지금의 태상의 비라는 관계였어.
하지만 선제께서 붕어하셨잖아?
선제의 비는 한 번 출가한 뒤,
그 후 지금의 천자의 비로서 돌아왔어.
선제의 붕어가 5년 전,
당시의 숙비인 아다비는 나이 서른.
덕비인 이수비는 나이 아홉인가.
정략이라곤 해도 아홉살에 비라니.
말도 안 되지?
아홉살짜리 시어머니라니.
아홉살짜리... 시어머니...?
시... 어머니?
선제의 비였던 건...
상관없잖아
있잖아
좋지 않을까
화려하게 피어있어
고개를 숙이고 있진 말아줘
쓸데없이 꾸미지 않은
비료도 그 무엇도 필요 없는
어서 공허하게 냉소해줘
눈을 뗄 수가 없어
너의 독을 나의 약으로
웃어줘
제6화 원유회
할 일이 없는 것도 괴롭네요.
부채질하게 앉혀놨네.
두 분의 황자가 계셨는데 말이지,
거의 자택에서 못 나오신다는 소문이야.
고생하는 건 주인인데 말이지.
어쩔 수 없나.
부끄러운 것도 정도껏이야지.
그렇게 사이좋게 지냈으면서.
만들어주지.
괜찮으시겠어요?
남성 불신이면서...
2개월이나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우리에게까지 마음쓰고...!
신경 쓰시는 것도 납득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