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약사의 혼잣말

 

그림자 속에 살며시 숨어있든
상관없잖아

봉오리 같은 꽃도 얼마든
있잖아

비밀로 하고서 지키는 게
좋지 않을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화려하게 피어있어

달콤씁쓸함에 빠지지 않는

그 판단이 부질없어

끙끙 앓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진 말아줘

사랑에 익숙할 턱이 없는
쓸데없이 꾸미지 않은

아름답게 꾸민 꽃병도
비료도 그 무엇도 필요 없는

그 모습이 아름다워

꽃이 되어서
어서 공허하게 냉소해줘

그 표정이 짜릿짜릿해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맛보아줘
너의 독을 나의 약으로

감싸줄 테니까
웃어줘

 

정조란 개념이 전혀 없다니까.

가리는 것만 많고.

 

먹으면 죽는 것도 아닌데.

 

제6화 원유회

추워!
제6화 원유회

회로 덕에 평소보단 낫지만.

이 추위 속에
할 일이 없는 것도 괴롭네요.

 

바람이 차가워!

 

차라리, 천막을 마련해줘.

 

4부인의 적개심을
부채질하게 앉혀놨네.

 

저기 봐,

저분이 황태후님이셔.

상당히 젊어보이시네요.

실제로 젊어.

그야 태상을 낳으신 게...

 

애 많이 써서 낳았구나.

황태후님께는 태상과 동생 전하,
두 분의 황자가 계셨는데 말이지,

동생 전하께선 무척 병약하셔서
거의 자택에서 못 나오신다는 소문이야.

조금 전까지 계셨던 모양인데...

 

뭐?

수수하다고?

시녀란 건 주인을 모시는 자야!

쓸데없이 치장해서 어쩌자고!

 

들었어, 방금 얘기?

시녀의 겉모습이 나쁘면
고생하는 건 주인인데 말이지.

 

저 시녀들,

이화 님의...?

 

앵화도 참,

대리 전쟁이 시작됐네.

우리도 가자.

뭐, 그 추녀를 고용할 정도이니,
어쩔 수 없나.

추녀?

나 말이야?

그런 애,
부끄러운 것도 정도껏이야지.

뭐라고!

 

앵화!

진정해!

눈치 못 챘구나.

수정궁에선
그렇게 사이좋게 지냈으면서.

 

너무 까불면 아버님께 일러바칠 거야!

 

그럼 일러바치지 못할 몸으로
만들어주지.

 

꺄악!

 

기녀류의 농담이었는데 말이지.

 

묘묘에게 사과하란 말이야!

 

뭐, 뭐야, 갑자기 입 꾹 닫고?

뭐, 뭐, 이 정도로만 해주지!

 

감사하라고!

 

대체 뭐야, 정말!

그보다, 묘묘, 괜찮아?

사실은 이렇게나 귀여운데.

신경 안 써요.

그보다 회로 안 바꾸셔도
괜찮으시겠어요?

 

불행한 신세에 더해,

스스로 얼굴을 더럽힐 정도의
남성 불신이면서...

수정궁에서의 처절한 따돌림을
2개월이나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일절 약한 소릴 내뱉지 않고,
우리에게까지 마음쓰고...!

마음 다정하신 임씨 님께서
신경 쓰시는 것도 납득이 가!

또 뭔가 망상하고 있군.

 

자기 입장에 대한 분별도 없나?

짙은 복숭아색 옷이라니.

대리 전쟁이 저쪽에서도.

덕비와 숙비의 시녀들이구나.

저쪽도 사이 나쁘단 말이지.

 

나이 열넷의 어린 덕비와,

나이 서른 다섯의 고참인 숙비니까,

죽이 안 맞을 만도 하지.

거기다 원래 고부 관계니까.

고부 관계?

저기, 조금 복잡한데...

 

두 분은 원래 선제의 비와

지금의 태상의 비라는 관계였어.

하지만 선제께서 붕어하셨잖아?

선제의 비는 한 번 출가한 뒤,

그 후 지금의 천자의 비로서 돌아왔어.

 

선제의 붕어가 5년 전,

당시의 숙비인 아다비는 나이 서른.

덕비인 이수비는 나이 아홉인가.

정략이라곤 해도 아홉살에 비라니.

말도 안 되지?

아홉살짜리 시어머니라니.

아홉살짜리... 시어머니...?

 

시... 어머니?

 

선제의 비였던 건...

이수 님?

 

저게 그 어린 시어머니?

 

보고 알았겠지만,

덕비 이수 님은 아직 어리시단 말이지.

그런 것 같네요.

본래 덕비에겐 하얀 옷이 타당하지만,

저 짙은 복숭아색,

명백히 귀비인 옥엽 님과 겹치고 있어.

 

분위기 파악 못하는 애인가?

 

회로, 덕분에 살았어.

또 부탁해.

네.

 

추워...

 

추우면 갖고 있도록 해.

 

자.

 

자.

 

사람 참 좋구나.

수정궁의 시녀에게도
나눠줘도 되겠습니까, 라니.

옥엽 님께도
허가를 청하기까지 했잖아.

네.

 

비녀?

저렇게 꽃의 정원에 숨어있는
우수한 인재를 권유하는 거야.

 

뭐, 다른 의미도 있긴 하지만.

그런가요.

다른 의미도 있다니까!

 

의미... 라.

 

이걸 받으시죠, 아가씨.

 

창피 당하는 시녀가 없도록
모두에게 나눠주고 있는 건가.

 

감사합니다.

나, 이백(李白)이라고 하거든.

잘 부탁해!

 

대형견.

 

그거 받았어?

보여줘, 보여줘!

 

참가상입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섭섭하겠지.

 

오랜만이구나.

오랜만에 뵙사옵니다.

 

볼일은 이것뿐.

이화 님?

 

어서 가죠.

평안하시길.

 

이건 옥엽 님...

토라지시는 걸로 안 끝날지도...

 

비녀, 어떡할 거야?

 

이렇게 보니 제법...

 

생각한 것보다 높으신 분이었나.

역시 무관들 틈에 있어도
위화감이 없네.

 

아까 그 무관도.

 

말석이긴 한데 나이를 생각하면
제일 출세했다 봐야하나?

 

그 반짝반짝거리는 환관은 없지만.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것보다 기미 일이야.

 

접촉 부분이 흐려지진 않았어.

 

냄새도 이상 없음.

 

하지만 삼키는 것까지가
기미역이 할 일.

 

이제 맹물로 입을...

 

기미역의 목숨 따위
없는 거나 마찬가지.

 

좋아서 독을 먹는 건 나 정도뿐인가.

 

기왕이면 복어가 좋겠는데!

내장을 감쪽같이 스프에 숨겨서...

그 혀끝이 마비되는 느낌이
끝내준단 말이지!

 

집중.

 

이 초무침,

천자가 좋아하는 음식이지?

후궁에서도 가끔 나왔어,

평소라면 등푸른 생선이 쓰였을 텐데,

오늘은 해파리인가.

천자의 음식을 담당하는 상식(尚食)이

좋아하는 음식의 재료를
착각할 리가 없어.

옥엽 님도 가리시는 건 딱히 없으시니,

보아하니 상을 잘못 내어왔구나.

 

생선, 안 좋아하는구나.

천자의 눈앞에서 남길 수도 없겠지.

 

기분 나쁜 걸 봤네.

 

봤어, 이백?

유난히 기세가 좋은
기미역이 있는데?

벌벌 떨면서 식사하는 모습 따윌 보는 게
뭐가 재밌단 거야?

 

됐으니까 한 번 보라고.

 

저 기미역,

아까 그 아가씨인가.

 

어, 얼마나 맛있는 거야!

 

이거,

독입니다.

 

귀비의 국에 독?

-독이라니, 사실이냐!
-옥엽비 것에?

기미역을 삼켰잖느냐!

 

대신, 무슨 짓을...!

 

정장 차림은 답답하군.

 

이봐!

대신께서 국을 드시고 쓰러지셨다!

 

약사...

 

약사!

 

평안하신지, 임씨 님.

 

평안한 건 그쪽이군.

 

아차,

독에 들떠서
그만 웃어 보이는 것처럼...

 

무, 무슨 짓이십니까.

의무실로 가자.

 

독이라면 토해냈습니다.

몸에 이상도 없습니다.

 

사실은 그대로 쭉 들이키고 싶었지만!

 

그러면 지금쯤

독이 온몸을 돌아서...!

 

임씨 님,

저기...

 

뭐냐?

남은 국을 주세요!

 

너, 바보지?

진취적인 자세를 가졌다고 해주세요.

 

네가 나간 뒤에

정말로 독이 들었는지
마셨다가 쓰러진 녀석도 있단 말이다.

누굽니까, 그 바보는?

대신이다.

덕분에 괜히 더 난리가 났어.

 

그럼 이걸 써주십시오.

 

구토약입니다.

위가 뒤집어지도록
잘 토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냥 그게 독이잖느냐.

 

새 비녀?

환관도 비녀를 받는구나.

 

그러고 보니
옷깃도 조금 흐트러졌어.

평소의 반짝거림도 없네.

 

연회석에 모습이 안 보인다 싶더니만,
그런 거였나!

 

하지만, 지금이라면
그 나이에 걸맞는 청년으로...

그렇다기보다 꽤나 어리게 보여.

 

이쪽이 그나마 낫네.

 

잘 듣네!

역시 궁정 의국의 약!

 

괜찮느냐?

 

네, 이제 아무것도 안 나옵니다!

 

그럼 이야기를 들어볼까?

누가 옥엽비에게 독을 탔는지.

 

그 일로
데려와주셨으면 하는 분이 있습니다.

누구냐?

덕비,

이수 님을 불러주시지 않겠습니까?

 

임씨 님,

제게 무슨 볼일이시죠?

 

이러한 뒤숭숭한 곳에
오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오시라 한 것은 이쪽의 시녀인지라.

 

시녀가?

 

실례하겠사옵니다.

 

역시.

 

드시지 못하는 건 해산물입니까?

 

어떻게 된 거지?

사람에 따라선
먹지 못하는 게 있습니다.

이러는 저도 메밀을 먹지 못합니다.

독은 아무렇지 않게 먹으면서 말이냐?

내버려두세요.

먹을 수 있게 되게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기관지가 좁아지고 호흡 곤란이 생겼죠.

작은 양으로도 발진이 생기는지라,

양의 조절이 어렵고

낫기도 잘 안 낫지요.

 

먹을 수 없다는 건 그런 겁니다.

 

이수 님,

위장의 상태는 괜찮으십니까?

괜찮으시면 하제를.

 

어떻게 알았어?

원유회의 식사는

명백하게 후궁 측이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평소와 초무침의 재료가 달랐는지라.

뭔가의 착오로
옥엽 님과 이수 님의 식사가

뒤바뀐 것이겠지요.

그래?

드시지 못하는 건 고등어입니까?

 

응...

 

이건 편식 이전의 문제입니다.

이번엔 두드러기로 끝났습니다만,

때로는 호흡곤란을 일으킵니다.

 

알고서 준 것이라면...

독을 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신, 기미역 하던 분이시죠?

 

네, 네...

 

만에 하나의 경우,

주의사항을 정리해놨습니다.

 

물론, 먹지 않는 것이 제일입니다만.

 

확인해주십시오.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까닥 잘못하면

의관이라 해도
대처하지 못할 일이란 걸,

목숨이 걸린 문제라는 걸,

 

꿈에도 잊지 말아주십시오.

 

겁주는 건 이정도면 됐나.

 

어떻게 된 거지?

 

미천한 자이오니,
손을 대시진 말아주시겠습니까.

그런 소릴 하는 건 너 정도뿐이다.

그럼 다들
마음 써 드리고 있는 모양이군요.

 

그럼 옥엽 님께 보고드려야하니.

 

기다려라.

왜 기미역 시녀를 일부러 동석시켰지?

 

무슨 말씀이시지요?

시치미 떼지 마라.

부르라고 했잖느냐?

주의사항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음식을 내어온 자가
착각했단 거냐?

일개 시녀에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정도는 대답해줘.

노림받은 건 덕비, 이수비란 거군?

 

다른 접시에 독이 들어있지 않았다면요.

그렇군.

 

피곤하네.

 

일전의 목간 건과

역시 관련이 있을까요?

조금 전의 시녀에게
화상의 흔적은 없었습니다만.

 

대체, 누가...

 

장식 같은 다정함이 아니라

어디 다 쓸 곳도 없을 만큼의 온기를

그런 제멋대로인 이상을 늘어놓으며
오늘도

말로는 못하고 집어삼키기만 했지요

추억은 아직 금목서

황혼빛을 풍기는 거리에서

웃고 있었겠지

가슴이 애달파서 눈물이 흐르고

그날의 당신 곁에서 빛을 찾아내고

어리광부렸었지

바람이 시끄러워서 귀를 막고 있었어

그런 나로부터 졸업해야겠지

사랑의 말에 발이 걸려 넘어지더라도

 

다음 시간,

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