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harne_

 

세계는 처음엔

물속에서 태어난
한 방울의 거품이었지

 

거품?

 

그래

그리고 바닥 쪽을 과거,
수면 쪽을 미래라고 생각해

 

떠오르면서 거품은 커지고

이윽고 터지지

 

우리는 터진 거품 중
하나에 있어

 

그리고 우리가 있는
거품에서 본 다른 거품을

패럴렐 월드,
평행세계라고 부르지

평행세계?

 

다른 선택을 한 세계를 뜻해

 

그렇긴 해도

가까운 평행세계일수록
차이는 적지

아침에 빵을 먹었나,
밥을 먹었나 정도 차이뿐이야

그러니까 자기도 모르게
패럴렐 시프트 하는 경우도 있지

 

패럴렐 시프트?

평행세계를 이동하는 거야

이동해?

허질...

 

의식만이

 

한 번 찾아본 곳에서
찾던 게 나오는 경우가 있지?

이른바, 기억 착오나
건망증에는

무의식의
패럴렐 시프트에 의한 것도

다수 포함돼있다고 여겨져

 

이러한 평행세계에 대한 학문이
우리가 연구하는 '허질과학'이야

[허질과학연구소]

그러면 평행세계는 잔뜩 있어?

그래

네가 선택한 개수만큼

 

슬슬 갈까?

 

엄마가 배고프겠다

 

[마유미]

봐라

 

미안, 이제 나가려던 참이야

먼저 가게...

 

그래? 알았어

 

그래, 나중에 봐

 

유노가 죽었대

 

산책을 가려던 참에
뛰쳐나가 차에 치였나 봐

 

내가 처음으로 큰 선택을
한 건 7세 때였다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너를 사랑한 ​
한 사람의 나에게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    사랑  ​
 

그럼 찍는다

 

자, 웃어라

 

얘, 조심...

 

죄송합니다

 

유노는 내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가 키우기 시작했다

 

코요미

 

할아버지

 

와줬구나
고맙다

 

유노, 코요미가 와줬단다

 

미안하다, 유노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

 

[허질과학연구소]

 

왜 그래?

 

울고 있어?

 

운 적 없어!

 

- 울고 있어
- 운 적 없다니까

 

역시 울고 있어

시끄러워

 

유노를 보고 싶어

 

유노라니?

 

할아버지가 키우던 개

 

이제 못 만나?

 

못 만나
이미 죽었으니까

 

유노는 죽었으니까

이제 절대 못 만나!

 

얘, 와봐

 

야, 어디 가?

쉿, 엄마한테 들키겠어

 

너네 엄마도 여기서 일해?

​      그래, 그러니까 여기 있지

그렇구나

 

뭐야 이거?

IP 캡슐

 

거기에 들어가면
평행세계에 갈 수 있어

 

평행세계?

 

다른 선택을 한 세계 말이야

 

주먹밥 우메보시가
참치마요가 된다거나

조금씩 달라

 

유노가 살아있는 세계로
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럼 닫는다

 

자..잠깐만

이거 들어가서 어떡하는데?

비는 거야
유노를 보고 싶다고

빌어?

 

믿는 게 중요하다고
엄마가 그랬어

믿는 걸 그만두지 않는 사람만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어이!

 

좋아

 

쟤, 사용법은 아는 거야?

 

할 만큼 해볼까?

 

유노를 보고 싶어
유노를 보고 싶어

유노를, 유노를, 유노를!

 

여긴...

 

유노?

 

유노!

 

유노!

 

유노

 

정말로 유노야

 

그만해, 이 녀석!

 

얘, 유노
어디 가는 거야?

유노, 거기 서!

 

다녀왔습니다

...가 맞겠지?

 

아, 미안

 

어서 와라

방에 갈아입을 옷
갖다 놨으니까 준비하렴

이제 곧 시작해

 

뭐가?

 

쇼다이 군이었던가?

네, 오랜만입니다

 

코요미

 

할아버지...

 

그러면 마유미 짱, 내일 보자

고맙습니다

코요미 군이 그렇게 울다니...

야스토 씨
좋은 할아버지였구나

 

유노

 

코요미, 이만 자렴

내일도 아침부터 바쁘단다

 

엄마

 

오늘 같이 자도 돼?

 

아파라...

 

어라?

 

여긴...

 

오, 일어났냐, 코요미

할아버지!

 

- 살아있어?
- 뭐라는 거냐

불길한 소리 하지 마라

 

돌아왔단 건가

 

왜 그러냐

 

아무것도 아니야
엄마는?

이미 일하러 갔다

그렇구나

그나저나 어젯밤엔 오랜만에
코요미랑 자서 기뻤단다

할아버지

 

오래 살아

뭐냐, 아까부터

걱정 안 해도
아직 죽으려면 멀었다

응, 뭐 그렇긴 하지만

 

또 놀러 올게

 

'그러면 불을 피워주세요'
토끼가 말했습니다

남자는 시키는 대로
낙엽을 모아 ...

여어

 

돌아온 거야?

누구 덕분에 어떻게

미안해

사실 패럴렐 시프트를
하고 싶었던 건 나야

 

아빠랑 엄마가 이혼 안 한
세계로 가고 싶어서

 

하지만 혼자선 IP 캡슐을
움직일 수 없어서

너한테 도와달라고
하려고 했어

과연, 그래서 우선
내 바람을...

하지만 돌아오고 하는 건
생각 안 했었어

미안해

 

뭐, 상관없어

유노도 만났고

만났어?

어, 만났어

그렇구나

다행이다

하지만 잘 모르겠었어

뭐가?

살아있는 거랑 죽은 거

그건 목숨이
있느냐 없느냐 아냐?

그렇긴 한데...

다만, 살아있는 유노는
복슬복슬하고 따뜻하고

유노 무덤은
차갑고 조용하고

 

할아버지도 분명...

그게 생명이란 거 아냐?

 

살아있는 건 따뜻하고
같이 놀 수 있지만

죽은 건 차가워

그건 이미 그 세계가
끝났단 뜻으로

 

그러니까...

이미 가능성이 없단 거야?

 

맞아, 가능성

유노의 온기는
가능성의 온도야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

그 둘의 온도 차가
생명이라고 생각해

 

굉장하다, 너

 

그렇지 않아

그럼 이번엔 네 차례네

 

너희 부모님이
이혼 안 했을 가능성

 

야, 저건 어떻게 움직여?

- 적당히
- 뭐?

이거다 싶은 데를
되는 대로...

 

뭐, 그래도
패럴렐 시프트는 했었고

해보실까

 

그럼 닫는다

 

참치마요 먹고 싶다 같은
생각 말고 똑바로 빌어

 

너, 먹을 거
욕심부리게 생겼거든

 

알아

 

뭐 하는 거니, 너희들

 

- 그게...
- 엄마

 

너네 엄마, 소장님이었구나

응...

설교보다
평행세계 얘기가 길었어

열중하면 주위가
안 보이게 된단 말이지

 

그거 너랑 똑같지 않아?

 

부모·자식은 닮는구나

 

'너'라고 부르지 마

 

나, '너'라고 부르지 마

아... 그러니까...

시오리

 

사토 시오리

 

난 히다카 코요미

잘 부탁해, 코요미 군

 

잘 부탁해

  

사람을 돕고 싶어

뭐?

사람 돕기

곤란한 사람 찾으러 가자

 

​              그건 좋은데

​              왜 또 갑자기?

그야, 내일부터
여름방학이잖아

 

그게 무슨 대답이야

코요미 군은
사람 돕는 거 싫어?

아니...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돕겠지

 

그렇지?

그럼 찾아야지

 

그래 그래

 

곤란한 사람 없었지?

하지만 곤란한 사람이
없는 건 좋은 일이지?

 

그렇지?

 

애초에, 왜 사람 돕기 같은
얘길 꺼냈어?

 

아빠를 만났어

 

이혼하고 처음으로

 

헤에

아빠가 나보고 사랑한대

 

보상을 바라지 않고
타인을 돕는 사람이 되래

그래서 사람 돕기를?

 

그럼 앞으로
혹시 내가 곤란하면 도와줘

 

뭐야, 나로는 불만이야?

그야, 코요미 군한테는

'이름을 밝힐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라고 못 하잖아

뭐?

보상을 바라지 않는
사람 돕기는 그런 거잖아

모르는 사람을 돕고
이름을 질문받고

그리고 '이름을 밝힐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해야지

그러니까 코요미 군으론 안 돼

 

너, 가끔씩
깜짝 놀랄 만큼 바보구나

 

왜?

 

야, 왜?

 

여기, 밤이 되면
야경이 예쁘겠어

그래?

안쪽에 공장도 보이고

 

하지만 좀 먼가?

 

그럼 확인하자

 

다음에 밤에 오자

여름방학 안에

 

왜 다음에?

그게, 이제 배고파서

 

그건 그래

 

확실히 매일
사람 돕는 건 지치네

 

잠깐... 진짜냐!

[코요미에게     ]
[중요한 얘기가 있다 ]
[11시에 연구소에 와라]
[      쇼다이 ]

허질 과학은 우선 허질 공간이라는
개념상의 공간을 상정하는 데서 시작돼

 

이 세계는 물질 공간와
허질 공간이 겹쳐서 이뤄졌다는 게

허질과학의 기본적인 사고야

 

소립자로 구성된
물질 공간에 반해

허질 공간은
허질소자로 구성돼있고

 
​ 시오리도 있었어? ​

그 변화의 차는 평행세계를 낳지
​ 시오리도 있었어? ​

그 변화의 차는 평행세계를 낳지
​ 엄마가 불러서 ​

그 변화의 차는 평행세계를 낳지
 

허질소자 자체는 관측되지 않았지만
 

허질소자 자체는 관측되지 않았지만
​ 미안 ​

그 흔적이 소립자가 그리는
문양으로 관측돼있지

 

그걸 '허질문'이라고 해

 

이매지너리 엘리먼츠 프린트

줄여서 IP

현재 히다카 부소장을 중심으로
IP의 수치화가 진행되고 있어

 

계산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고, 또...

 

IP 차이를 수치화해서
평행세계를 특정하는 거야

지금 있는 세계를
0으로 두고

숫자가 늘어날수록
먼 평행세계에 있는 식이지

그거 괜찮다

질문
특정이 되면

가고 싶은 평행세계로
패럴렐 시프트도 가능해?

장래에는 가능해

아직은 의도적으로 시프트를
일으키는 연구 단계지만

 

IP 캡슐의 최종 목적은
지정한 세계로의 패럴렐 시프트

'옵셔널 시프트'야

 

또한

 

허질소자의 변화는
시간을 만들어내

 

시간이 변화를 낳는 게 아니라
변화 자체가 시간인 거야

 

음... 그러니까...

질문

심심하진 않아서 좋은데

우리, 허질과학 강의에
불려온 거야?

 

맞다

중요한 얘기란 게 이거야?

 

사실 나랑 사토...

소장 말인데...

 

그...

재혼하려고 해

 

몰랐네

 

눈치챘어?

아니, 전혀

근데 대학교 동창이었대

 

그건 들어봤어

 

난 코요미 군 아빠가
우리 아빠가 되는 건 상관없는데...

나도, 소장님이 우리 엄마가
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나 있지

 

나는...

 

어쩐지 언젠가...

 

코요미 군이랑
결혼할 줄 알았어

 

근데 결혼 못 하게 되겠구나

남매가 되면

 

시오리

 

도망치자

 

어디로 갈까?

 

어디든 좋아

코요미 군이랑
함께라면 어디든

 

얼마나 오래?

 

일주일? 한 달?

 

1년? 10년?

 

그러면 집을 지을래

 

맘에 드는 가구
잔뜩 갖추고

 

마당도 갖고 싶다

 

거기서 개를 키우자

 

크고 복슬복슬한 애로

 

그리고 언젠가 어른이 되고

그리고 언젠가 결혼하고

 

하지만

그 '언젠가'까지

어딜 가야 할까

 

무리겠어, 이거

 

 

어서 어른이 되고 싶어

 

뭐야, 갑자기

 

그게, 어두워져도 안 혼나잖아

 

어른이라면
이런 짓 안 하겠지

 

코요미 군 말대로구나

 

엄청 예뻐

 

꿈을 꿨어

 

꿈?

미래의 내가 만나러 오는 꿈

 

미래의 나는

어른이 돼서도
할머니가 돼서도

코요미 군이랑
같이 있다고 했어

 

그래?

할아버지가 된 코요미 군은
정신이 나가서

나를 잊어버린대

그러면 나는
코요미 군을 돕고

'이름을 댈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라고 해

 

분명 네가 먼저
정신 나갈걸?

 

그럼 그때는 코요미 군이
날 도와줄 거야?

 

- 좋아
- 정말?

 

약속할게

네가 곤란하면
반드시 내가 도와줄게

 

정말 그렇게 되면
좋을 텐데...

 

될 거야

그 꿈도 분명 어느 평행세계의
네가 시프트해와서

아, 그러면 할머니일 리가 없나

 

찾았다

 

뭘?

우리가 도망칠 곳

어디?

평행세계!

 

분명 어딘가에 우리 부모님이
이혼 안 한 세계가 있을 거야

 

그렇구나

거기라면 아빠랑 소장님이
재혼할 일도 없어

우리도 남매가 안 돼

가자, 시오리

 

평행세계에 가면
어디서 만날까?

 

그럼 그 야경 보이는 데서

 

알았어

 

뭐..뭐야?

조..좁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응. 그치만 반대쪽을 보고
들어갈까 해서

- 돌릴게
- 됐어

 

됐어, 이대로도

 

알았어

 

빌고 있지?

 

그때는 유노를 보고 싶다고
빌어서 시프트했어

 

그럼 코요미 군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빌면 될까?

 

그래. 나는 시오리랑
결혼하고 싶다고 빌게

 

코요미 군

 

평행세계에서 신부로 삼아줘

 

 

평행세계에서 결혼하자

 

엄마?

 

시오리

 

왜... 왜 엄마가 있어?

 

왜긴...

안 돼?

그게...

 

자기 집에 있는 게
안 될 건 없지

 

'자기 집'이라니...

 

- 뭐야?
- 두 사람, 이혼 안 했지?

 

엄마, 아빠

 

왜 그러니?

엄마, 아빠!

잠깐, 이상한 소릴 한다
싶더라니 어딜 가니?

미안, 급해

 

제대로 된 거야

시오리한테...
어서 시오리한테!

 

어서 시오리한테!

 

코요미 군

 

뭐야, 돌아온 건가

 

기껏 잘 풀렸는데

 

어이, 일어나, 시오리

 

IP의 관측 정밀도가
탐탁지 않네

상세한 데이터가 갖춰지기 전엔
수치화가 안 되는데...

 

지혜를 빌려볼까?

대학 동기?

아마 카와... 와카...

와카키다?

 

- 왜 그래?
- 그게...

 

누구! 누구 없나요?

 

도와주세요

 

코요미?

 

시오리?

아빠, 시오리가...

너, 뭐 하는 거냐

시오리가...
시오리가 숨을 안 쉬어!

 

시오리는?

시오리는 어떻게 됐어?

 

심장은 움직여

정확히는 인공적으로
움직이는 거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뇌사 상태야

 

미안하구나

너희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서

 

하지만 너희는
한 가지 착각을 했어

 

부모가 재혼하더라도
아이들은 결혼할 수 있어

 

도망칠 필요는 하나도 없었어

 

코요미 군

 

시오리?

 

미안, 나...

유령이 돼버렸어

 

허질소자...핵분열증?

시오리의 상태를
일단 그렇게 부르기로 했어

겉보기엔 뇌사 상태와
다를 바 없어

하지만 시오리의 뇌에는
아무런 손상도 보이지 않았어

 

그저 기능을 정지했을 뿐이야

 

나는 그게 패럴렐 시프트의
영향이 아닌가 싶어

 

계속해줘

코요미 군이 교차로의
시오리한테 들은 얘기를 정리하면

 

시오리는 평행세계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쪽으로 돌아오려고
시프트했어

하지만 직후에 평행세계의
시오리의 육체는 즉사

그 애의 허질은 돌아갈 몸을
잃고 소실돼버렸어

그로 인해 시오리의 허질도
육체를 잃어버리고

그 교차로의 유령이 됐어

 

과연

육체의 죽음과 패럴렐 시프트의
타이밍이 겹쳤단 건가

 

우리가 멋대로
IP 캡슐을 써서...

 

그건 불운한 사고야

 

애초에 그 IP 캡슐로는
패럴렐 시프트는 불가능해

 

미완성이야

 

하지만...

과거에도 한 번 IP 캡슐로
패럴렐 시프트를 했다고 했지?

그건 아마도 네 체질

패럴렐 시프트를 일으키기 쉬운
체질이 있는지도 몰라

 

그게 나?

그래... 허질은 늘 요동치고 있어

그 진폭이 일정치를 넘었을 때
패럴렐 시프트가 일어난다면

애초에 진폭이 크다면

시프트도 일어나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어

만약 진폭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옵셔널 시프트도
가능할지도 모르지

시오리 군도
같은 체질이었을 가능성은?

코요미한테만 시오리 군이
보이는 이유도 그쪽에 ...

구할 수 있나요?

 

시오리를 구할 방법은 있나요?

 

시오리의 허질소자를
관측, 제어해서

원래의 물질, 육체에
정착시키면 살아날지도 몰라

 

하지만 허질소자는
이론상의 존재로, 아직 관측조차...

그러면 저를 실험대로 쓰세요

시프트하기 쉬운 저를
구석구석 조사해보면

뭔가 알지도 몰라요

 

코요미 군

시오리가 이렇게 된 건
저 때문이에요

제가 바보라서...

아무것도 몰라서...

 

그래서 시오리는...

 

아까도 말했듯이
이건 사고야

누구...

 

난 어떻게 되든 좋으니
시오리를 구해줘

- 진정해
- 진정하게 생겼냐고!

아빠네야말로
어떻게 그렇게 냉정해?

 

화내고 날 탓하면 되잖아

쥐어패고 욕하면 되잖아

자기 딸이 이렇게 됐는데
슬프지도 않아?

 

코요미

됐어, 히다카 군

아무래도 나는
머리로만 생각해서...

 

정말... 글러 먹은 엄마야

 

그건 나도 그래

죄송합니다

하지만 시오리를 위해
뭔가 하고 싶은 건 정말이에요

 

저도 협력하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못 해

너한테까지
무슨 일이 있으면...

나도 부탁해, 사토

 

- 히다카 군
- 아빠

 

글러 먹은 부모
나름대로의 책임으로

하다못해 이 애의
마음만이라도 받아주자

 

그래

 

하지만 일단은
학업을 우선하렴

자기 인생을 가볍게 보지 마

 

나는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연구소에서
허질과학을 배웠다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알 수 있는 건
뭐든 필사적으로 익혔다

[입학식]

그 덕에 현 내 유수의
명문학교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그런 나날 속에서도
시오리는 매일같이 만나러 갔다

 

패럴렐 시프트의 임상실험은
심야에 이뤄졌다

 

시오리 때 같은 사고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렇게 수십 번에 달하는
임상실험을 했지만

허질소자 관측에는
여전히 이르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알아낸 게 있다

 

어느 평행세계에서든
시오리는 유령이 돼있었다

 

시오리가 구해진 세계는
어디에도 없었다

 

코요미 군

 

시오리, 나
평행세계에서 왔어

 

그렇구나

 

지금 여기에 있는 나랑
이 세계의 나랑

뭔가 달라?

 

모르겠어
똑같아 보여

 

그래?

 

비둘기가 와

- 비둘기?
- 응

저기 동상에

 

늘 한 마리고
밝을 때는 항상 있어

헤에

 

누굴 기다리는 걸까?

 

코요미 군, 이제 곧 막차야

 

좀만 이따 갈게요

그래? 그럼 문단속 부탁해

 

먼저 갈게

고생하셨습니다

 

추워라...

온화한 겨울이라지만
밤엔 쌀쌀하구나

코요미 군
너무 열심인 거 아냐?

어제도 집에 안 갔지?

젊은이가 열심인 건
좋은 일이야

일본이랑
우리 노후를 위해서도

우리 노후는 둘째 치고

몸을 망치기 전에 소장님한테
한 마디 해달라고 할까?

소장님은 그제부터 후쿠오카

게다가...

 

쟤 마음을 생각하면...

 

아니야

이래선 또 범위가
무한히 펼쳐져버려

 

반드시 같은 일이 일어나는
세계의 범위

 

사상의 인력...

 

여기는?

 

깼어?

 

코요미

 

코요미

 

아빠

있었구나

밤새웠어?

 

따라와라

 

어딜?

 

소장님한테서 연락이 있었다

 

시오리 군의 몸이
심장을 멈췄다

 

코요미 군

 

한동안 못 와서 미안

아냐, 괜찮아...

 

뭐 슬픈 일 있었어?

 

아니...

 

그렇구나

 

누구랑 이제 절대로
만날 수 없게 된 거구나

 

코요미 군?

 

괜찮아
괜찮다고

내가 있으니까

쭉 코요미 군 곁에
있을 거니까

응?

 

시오리

 

어째서야, 시오리!

 

어째서...

 

맞다, 그때 그 비둘기가

 

아야...

 

대낮까지?

잠깐 눈 붙이려던 건데...

 

답이 없구나
코요미 군은

너한테 듣긴 싫어

 

- 뭐야, 그건
- 어딜 봐?

 

소장님 왔었구나

뮌헨 학회에 불려갔는데

 

무슨 얘기 했었어?

 

조수?

사토의 유학 시절 은사께서
추천하셨어

뮌헨에서?

학회를 겸해서
면접을 봤나 봐

박사과정을 마친
수재라는 모양이야

헤에

하지만 나한텐 필요 없어

 

연구 과제 진척이
탐탁지 않다던데?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대화 상대가
있는 것만 해도 다를 거다

다를 바 없어
게다가 연상일 거 아냐?

신경 쓰는 건...

같은 학년입니다

 

3월생이라 태어난 해는
1년 늦지만요

 

그렇단다

 

타키가와 카즈네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히다카 실장님

 

혼자인 게 하기 편하다고

사람이 있으면 집중이 안 돼

후배 지도도 실장의 일이라고

지도?

고졸인 내가 박사를?

그 애가 희망한 거야

 

소장님...

'불가피 사상 반경'을 제창한
젊은 천재 과학자한테

흥미가 있는 거 아냐?

그만하세요

 

억지로 시키진 않으마

하지만 타인을 거부한 채로는
살아갈 수 없단다

 

부모로서
아들을 걱정하는 거야

엄마...

치사해

 

오늘은 정시에 퇴근해서

입사 기념으로
그 애랑 식사라도 하고 와라

귀찮게...

 

코요미, 식사 전에 샤워해라

응? 그 정도야?

수염도 깎고 옷 갈아입어
늘 입던 더러운 셔츠 말고

 

정말 여기면 되나요?

 

저기, 뭐 먹을래요?

아뇨

 

그럼 뭐 부를래요?

아뇨

 

그런가요?

 

그럼 왜 노래방에?

대화를 하려면
여기겠다 싶어서요

- 대화?
- 그 전에

 

말 놔도 돼?

 

애초에 우린 같은 학년

아니, 동급생이라고

동급생?

역시 기억 못 하네

배려가 너무 없어

- 저기...
- 너, 신입생 대표였지?

 

우린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다고

넌 모르나 보지만

 

나, 고등학교는
맨날 결석해서

 

그런데 성적은 늘 선두
나는 한 번도 못 했어

 

대학교에서 갚아주려고 했더니

넌 허질과학 1인자
사토 박사님 연구소행

 

아무리 우수해도
고졸로 들어갈 데가 아냐

 

실망했어

 

부모 연줄을 썼다고

- 그건...
- 하지만 아니었어

 

몇 년 후, 넌
'불가피 사상 반경'을 제창해

허질과학의
최전선에 등장했어

 

넌 진짜였어

 

아니, 그건 패럴렐 시프트
실험의 부산물로...

열 받아

 

유학해서 최속으로
박사 과정을 마치고

사토 박사님
면접을 보고 입사했어

이제부턴 같은 링 위야

각오해

 

뭐 됐어, 좀 후련해졌고

 

야, 뭔가 불러봐

 

어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멀쩡해

 

서둘러 서둘러!

 

겨우 세이프

아웃이잖아

 

다음은 저쪽!

 

나중에 올게

어라?

 

너도 보여?

교차로의 유령

 

못 들었어?
도시전설인데

가끔씩 보이거든, 나

 

보인다니, 무슨 뜻이야?

 

어렴풋이 사람 형상 같은 게
보일 뿐이야...

 

가끔이야

 

가자

 

잠깐, 뭐야?

 

왜 그래, 응?

 

허질소자핵분열증...

과연

나는 시오리를 구하려고
연구소에 들어왔어

 

IP의 고정화...

예를 들어
부소장님이 연구하는 IP 록

허질을 안정시켜
패럴렐 시프트를 제어하는 건데

응용하면 그 애의 허질을
인양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걸 육체에 동화시키면

시오리의 몸은
이미 없어졌어

 

뇌사 상태에서 몇 년
버텼지만 거기까지였어

 

그래서 어쩔 거야?

 

그래도 연구소에 있다는 건
뭔가 생각이 있는 거지?

 

과연, 확실히 우수해

 

그런 점이 배려가...

나, 타임 시프트를
연구하고 있어

 

시오리의 허질을

사고를 겪는 사상 반경
밖의 평행세계로 보낼 거야

그 세계와의 분기점까지
타임 시프트 시키는 거야

 

하지만 타임 시프트는
이론상 불가능하다고...

그래, 그러니까
예산은 안 내려와

 

연구비 횡령...

그래서 혼자 매달렸구나

 

난 어떻게든
시오리를 구하고 싶어

 

걘 지금도 그 교차로에 있어

아무한테도 안 보이는 채
내내 있어

 

그 사고로
시오리의 가능성은 빼앗겼어

그러니까 사고를 겪는 원인을
처음부터 없던 걸로 만들 거야

 

시오리가 보이는
너라서 얘기했어

 

잠자코 있어줄래?

 

눈감아달란 거야?

부탁해

 

눈감지 않겠어

 

공동 연구자라면 돼줄게

너랑 나, 어느 쪽이 먼저
타임 시프트를 달성하는지 승부

그게 조건이야

 

알았어
잘 부탁 해, 타키가와

잘 부탁해, 히다카 군

히다카 군이라...

아버지가 소장님한테
그렇게 불리니까

코요미라고 불러
다들 그렇게 부르고

그럼 나도 카즈네로

 

잘 부탁해, 코요미

 

깼어?

 

코요미

 

왜 그래?

 

아니...

잘 부탁해, 카즈네

 

기다려라

반드시 널 구해주마

 

반드시

 

이제 됐어, 코요미 군

 

이제 상당히 시간이 지났지?

 

코요미 군, 완전히 어른인걸

 

시오리?

난 이제 괜찮아

 

나를 위해...

 

오직 그걸 위해
코요미 군이 살아가는 건

그런 건 싫어

 

무슨 소리야
약속했잖아

내가 반드시 구하겠다고

응, 하지만...

제발이니까!

 

제발이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난 시오리만을 위해
살고 싶어

그러니까...

이제 됐단 소리 하지 마

 

날 혼자 두지 마

 

금액을 확인하고
지불 방법을 선택하세요

 

감사합니다

 

[국립연구개발법인]
[허질과학연구소]

 

고생하십니다

고생 많아

 

제3 연구실의
타키가와 부실장님이죠?

확인하겠습니다

어머, 신참인가?

네, 10월부터 배속됐습니다

확인됐습니다
받으세요

고마워

 

막막하면 늘 여기구나

그래?

 

그보다, 이제 여긴 총무성
관할이란 건 잊지 않았지?

행정법인이 되고
망할 걱정은 사라졌지

편의점 가긴 귀찮아졌지만

 

10년쯤 되면
변치 않는 게 드물지

 

10년이라...
이것저것 있었지

 

연구실 정리라든가

정리라든가, 정리라든가

뭐야, 말고는 없어?

 

허질소자 직접 관측

 

옵셔널 시프트가 실용화되고

허질과학도
비약적으로 진보했어

너랑 그 애의
수수께끼도 해명됐고

 

IP에 가간섭 영역을 가진
둘 이상의 허질은

허질 공간에서
서로를 인식할 수 있어

간섭성이 지극히 높으면
의사소통도 가능해져

IP의 가간섭 영역과
허질 공간에서 인식의 상관성

덕분에 예산액이 늘어서
살 것 같아, 박사

더 감사해도 돼

하고 있어

- 정말?
- 정말이야

 

뭐, 타임 시프트는 아직이지만

 

이대로 평생 과제로 삼을까?

 

안 웃겨

 

차가워

차기 소장 후보가
뭐라는 거야?

자!

 

뭐야? 못 보던 건데

몰라?

요전에 마셨는데 맛있었어

 

잠깐, 뭐 하는 거야?

기껏 잔도 준비했는데

 

뭐가 다르다고

 

달라

 

거품이 가라앉아?

재미있지?

 

맥주의 점성이
대류하는 거품의 부력보다 세서

잔을 따라 흘러내리는 거야

 

기네스 폭포라고 해

 

맥주의 점성...

 

거품...

 

점성...

 

허질 점성이라는 개념

 

코요미?

 

부력, 허질 밀도

 

IP의 수정, 고정화...

 

세계는 처음엔

물속에서 태어난
한 방울의 거품이었지

 

그렇구나

 

세계는 허질의 바다에 떠있는
거시적인 거품이고

그 안에 있는 우리는
미시적인 거품

이 기본 개념으로
되돌아가 생각하자

 

우선 IP 캡슐의
기능을 확장해서

대상의 허질량을 압축한다

다음으로 IP 록의
기능을 확장해서

대상의 허질을 고정

주위 허질 공간의 IP를 수정해
소용돌이를 만들어

하강류를 발생시키면

 

질량이 작아진 허질의 부력은

공간의 허질 점성보다 약해져

허질의 바다를
가라앉기 시작해

분기점까지 가라앉은 허질은

높은 간섭성으로
분기 전의 허질과 융합해

부력을 되찾아

 

타임 시프트는 가능해

시오리는 구할 수 있어

 

좋아... 좋아!

 

축하해, 또 선수를 뺏겼구나

 

무슨 소리야
둘이서 찾은 거지

 

역시 넌 대단해

 

카즈네?

 

그렇긴 해도
아직 탁상 위의 이론

 

승부는 안 났어

 

히다카 코요미에게 건배

알았어, 이제 알았다고

 

하지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게 있거든

 

어디 틀렸어?

이론이 아니라
시프트한 허질 말이야

 

원래의 허질과 융합하면
그 흔적은 거의 안 남을 텐데?

 

그러면 시프트한 허질에는

기억도 인격도 안 남겠지

 

코요미는 그래도 좋아?

시오리가 행복해지는 세계를
살아가 준다면

 

그건 어떤 세계야?

 

그건...

 

나랑 시오리가 절대로
만나지 않을 세계야

 

코요미, 그건 어디서 난 거냐?

요전에 아빠랑 만났을 때
사달라고 한

8세 생일 선물이야

 

유노

 

너한텐 아직 일러

 

대상 연령
10세 이상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다른 애들도
갖고 있고...

다른 애들 못된 점은
안 따라해도 돼

할아버지...

 

코요미

 

무슨 일 있니?

 

이제 할아버지랑은
평생 말 안 해

 

엄마

왜?

나, 유노 산책 다녀와도 돼?

그래...

발인 준비도 해야 하니
금방 와라

 

유노?

 

정말...

 

안 되지, 갑자기

 

유노!

잠깐, 유노

잠깐

 

저기, 이거 열 수 있어?

이 뚜껑 열어줘

 

고마워

 

저기, 잠깐만

 

[허질과학연구소]

 

허질과학...
아빠 회사다

 

저기... 저기 죄송한데요

 

그나저나 놀랐다
갑자기 전화해오니까

연구소에 있었으면
아빠를 부르면 될 텐데

그게, 아빠 폰 번호
모른단 말야

엄마 번호는 알고?

알고 자시고, 외웠지

맨날 거는데

 

뭐라니, 별난 애구나

 

다녀왔습니다
코요미가 왔어

'왔어'?

 

오, 코요미

엄마는 부엌이야?

그래

 

오랜만이구나

어때, 잘 지냈냐?

 

여긴 내가 있던
세계가 아니야

 

여긴 내가 아빠를
따라가는 걸 택한 세계

그리고 할아버지가
살아있는 세계야

그래, 언제든 오렴

 

어디, 유노한테도
밥을 주고 올까?

 

유노, 오늘은
코요미가 와줬단다

 

할아버지?

코요미냐?
왜 그러냐

 

오늘 할아버지랑 자도 돼?

그럼, 얼마든지

 

유노는 죽은 거지?

그래

 

어떻게 살아있게
되돌릴 순 없어?

가엽지만, 죽은 게
되살아날 가능성은 없어

 

할아버지, 미안해

나, 할아버지랑 싸운 채로...

 

싸워?

요전에 여기 왔을 때
싸운 적 있던가?

 

뭐 할아버지한테 혼났냐?

 

그런 일이 있어도
싫어진 건 아니란다

괜찮아

 

나도 할아버지가 좋아

 

잘 잤니

 

엄마?

 

왜 그러니?

할아버지는?

 

장의사가 깨끗하게 해주시고

지금은 안방에 잠들어 계셔

 

무슨 일 있니?

엄마, 어제는 나...

부끄러워할 것 없단다

이런 시기잖니

누구랑 같이 자고 싶어져도
이상할 거 없어

 

자, 채비를 하자

할아버지를 제대로
보내드려야지

 

물 갈아왔어

고마워
그쯤에 둬

 

그럼 저 높은 찬장
위쪽을 열어보렴

조심해라

 

엄마, 이거!

어머, 용케 이런 걸
챙겨뒀구나

어떡할까?

뭐, 이 방을
비워야 하는 건 아니니까 ...

[10세 축하한다, 코요미]
[사람이나 동물한테  ]
[들이대면 안 된다   ]
[      할아버지]

 

코요미

 

왜 무시하는 거야, 코요미?

 

그러니까...

타키가와...?

 

어딘가 가버린 푸른 하늘과

얼룩진 생활 속에

익숙해진 옆모습

창문을 뚫는 빗소리

말해버리면 모든 건 보잘것없는

사소한 말이 뒤따르지

 

껴안은 아픔의 개수 같은 건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히 두 사람의 사랑을 키웠었어

싸구려 나날을 보내자

쓸데없는 얘기를 하자

말라비틀어진 아침을 거듭하곤

행복하다며 웃자

분명 나중 일 같은 건 알 수 없어

지금은 그저

응석 부리는 그대가

시들지 않도록 노래를 부를 거야

 

[예기치 않은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정지합니다.]

[허질과학연구소]

서로 위로하는 건 간단해

따라서 여기에 있는 건

흐릿한 날씨

꿈속에 키운 신기루

 

그대의 마음을 끌려고

혼자 신나 있었지

미숙하고 꼴사나운 연심이야

빠져드는 어두운 앞길에

평온한 마음이 밝혀졌어

뻗은 손바닥은 부디

놓지 않도록 하자

비가 흐르는 수국을 보고는

함께 흔들리는 그대의 말이

바래는 일 없도록

하늘을 우러러 봐

 

속삭임을 나누며

아무것도 아닌 비밀을 가진

최루우 같은 추억이야

 

자줏빛과 거리를 두며

어색하게 함께 웃었었지

화려한 미소에 반했답니다

 

싸구려 나날을 보내자

쓸데없는 얘기를 하자

말라비틀어진 아침을 거듭하곤

행복하다며 웃자

분명 나중 일 같은 건 알 수 없어

지금은 그저

응석 부리는 그대가

시들지 않도록 노래를 부를 거야

존재하는 그대로 있도록

너를 사랑할 거야

 

[히다카]

 

내일은 부탁해도 될까?

 

그래...

 

마침 여명 1개월이니까

 

그 애랑 절대로
만날 일 없는 세계

그걸 확실히 하려고

자기가 죽을 때를
맞이할 때까지 기다리다니

 

타임 시프트 전에 죽으면
이도 저도 안 되니까

마침 좋은 때야

 

마침 좋다라...

실험실은 하루 종일 비어있어

뭐, 우리나 쓰는 데니까

은퇴 노인의 취미 실험으로

 

전직 소장과 전직 부소장
직함도 헛된 건 아니군

 

나... 살인자가 되는 거구나

 

그건...

나랑 시오리가 절대로
만나지 않을 세계야

 

시오리가 사고를 겪는
사상 반경은

나랑 만나는 사상 반경의
안쪽에 있어

다시 말해, 그 바깥의 세계라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아

 

그 애의 허질은
어떻게 인양하려고?

그럴 필요는 없어

응? 무슨 뜻이야?

 

IP의 가간섭 영역과
허질 공간에서 인식의 상관성

확실히 너랑 시오리의 IP엔

간섭성은 낮지만
가간섭 영역이 있어

하지만 나랑 시오리의 관계는
간섭성이 아니야

허질의 얽힘이야

 

패럴렐 시프트
실험을 반복할 때

어느 평행세계로 시프트해도
유령이 된 시오리가 있었어

 

딱 한 번, 그 시오리랑
얘기한 적이 있어

그런데 그 대화 내용을
이 세계의 시오리도 기억했었어

시오리는 나랑 같이
시프트하던 거야

맞다, 그때 그 비둘기가

 

14세의 그때

둘이서 시프트하면서
허질이 얽힌 거겠지

 

그러니까, 네가 시프트하면
그 애도 시프트한다?

그래

 

시오리는 내가 데려갈게

 

과연...

그 이론은 틀림없어 보여

하지만 허질뿐인
그 애는 둘째 치고

이 세계에 남겨진
네 몸은 어떻게 되는데?

 

아마도 그때랑 마찬가지겠지

 

허질소자핵분열증...

뭐야, 그게

 

배려가 너무 없어?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구나

없던 걸로 만든단 건...

 

그래서 뭐?

주위 사람들은 생각 안 해?

소장님이나 부소장님 마음은?

 

시오리의 가능성을
되찾는다면 아무래도 좋아

기억도 인격도 안 남고
만날 일도 없는 세계에

무슨 의미가 있는데?

의미 따윈 없어도 돼!

나는 시오리를 불행하게 한
나 자신을 용서 못 해

시오리가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 세계를 용서 못 한다고!

 

미쳤어, 너...

 

그럴지도 모르지

 

싫으면 빠져도 상관없어

여기부턴 나 혼자 할게

 

미안해

 

역시 널 끌어들이는 게...

 

차가 미지근해
다시 타와

 

그래 그래

 

이제 와서 사과하지 마

난 내 의지로 했어

보고 싶거든
정말로 거품은 가라앉을지

 

그래?

 

게다가

미치도록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니

부러워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구나

 

무슨 뜻이야?

 

어릴 때 너랑 만나고

네가 사고를 당하고

 

그 후로 60년이야

 

정말 긴 시간이었어

코요미 군?

 

시오리, 작별이다

 

이제부터 나는 널 데리고

나랑 네가 절대로
만나지 않는 세계로 갈 거야

 

거기서 넌
행복한 인생을 다시 살아

 

그 말은
이제 못 만나는 거야?

못 만나지

 

절대로?

 

절대로 못 만나

만나선 안 돼

 

그런 건 싫어...

이해해줘, 시오리

네가 허질소자핵분열증이
돼버리는 사건은

나랑 네가 만나는
사상 반경 안쪽에 있어

- 그러니까...
- 몰라

그런 거 몰라!

널 구하려면 어쩔 수 없어!

싫어...

괜찮아
나랑 만나지만 않으면

이런 데 안 있어도 돼

싫어...

코요미 군이랑
못 만나는 건 싫어...

 

시오리

 

나도...

 

나도 쭉 너랑 같이...

 

알았어

그럼 약속하자

 

약속?

우리가 새로 살게 될 세계에서

지금부터 1개월 후, 8월 17일

나는 이 교차로에
시오리를 데리러 올게

 

8월 17일?

그래

우린 7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니까

그때부터 66년 후

지금이랑 같은
오전 10시에 데리러 올게

 

정말로?

그래, 약속할게

 

66년

 

굉장히 멀다

 

그렇지?

 

하지만 나랑 너는
그와 같은 시간을 같이 지냈어

다시 한 번 반복할 뿐이야

 

그때까지 이 약속
기억할 수 있겠어?

 

응, 안 잊을게
절대로

 

그러면, 이만 간다

 

또 보자, 시오리

응, 또 봐

 

코요미 군

 

나, 코요미 군을
만나길 잘했어

 

좋아해

 

약속이라...

그보단, 그런 희망이 있어도
괜찮겠다 싶어서

 

그래...

 

뭐 남길 말은 있어?

유언?

 

그래...

 

예쁘네

 

아쿠아마린이야?

아... 괜찮지?

깔맞춤이야

 

잘 어울려

 

그럼 닫는다

- 고마워
- 응?

고마워, 카즈네

 

혹시나 하는 얘기라면

이미 질리도록 했지

 
「어차피」보단 「분명」 쪽이 훨씬

​ 잘 가, 코요미 ​
「어차피」보단 「분명」 쪽이 훨씬

​ 잘 가, 코요미 ​
편하다고 생각하고 싶었어

​ 네가 행복해지길 빌게 ​
편하다고 생각하고 싶었어

 
편하다고 생각하고 싶었어

 

涙の所為だね
눈물 때문이겠지

さよならが苦しいのは
이별이 괴로운 건

いつもみたいにさ笑って「じゃあね」
평소처럼 웃으면서 「잘 가」

今日からひとりずつ。
오늘부터 한 명씩.

でもどこかで
하지만 어딘가에서

また会えるような、
다시 만날 거라는,

そんな気がしてる。
그런 기분이 들어.

 

いつのまにか。
어느 샌가.

僕らはこんなに傍に居たのにね
우리는 이토록 가까이 있었건만

時間を戻せたら、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違った運命だったかな。
다른 운명이었을까.

 

いくつになっても。
몇 살이 되어도.

奇跡なんかを信じていたかった
기적 같은 걸 믿고 있고 싶었어

しわしわのヨボヨボになっても
쭈글쭈글 비틀비틀 해져도

必ず迎えに行くから。
반드시 데리러 갈 테니까.

 

もしもの話なら
혹시나 하는 얘기라면

もう嫌と言うほどしたよな
이미 질리도록 했지

「どうせ」より「きっと」その方がずっと
「어차피」보단 「분명」 쪽이 훨씬

楽だと思っていたかった
편하다고 생각하고 싶었어

 

涙の所為だね
눈물 때문이겠지

さよならが苦しいのは
이별이 괴로운 건

いつもみたいにさ笑って「じゃあね」
평소처럼 웃으면서 「잘 가」

今日からひとりずつ。
오늘부터 한 명씩.

でもどこかで
하지만 어딘가에서

また会えるような、
다시 만날 거라는,

そんな気がしてる。
그런 기분이 들어.

 

思い出した。
생각났어.

あの夏僕らは風を追い越して
그 여름 우리는 바람을 앞질렀지

まだ見ぬ未踏の地へ、
본 적 없는 낯선 땅으로,

ふたりだけの未来の為。
둘만의 미래를 위해.

変わってしまう事。
변해버리는 것.

何をしたってもう変わらないモノ
뭘 해도 이제 변치 않는 것

時間を戻せたら、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違った運命だったかな。
다른 운명이었을까.

 

夜の帳に沈んでいくのは
밤의 장막에 가라앉는 건

未来(ひかり)を見つけ出したくて
미래()를 찾아내고 싶기 때문

ほら僕らどうせもう後戻りはできないんだ
봐, 우린 어차피 이제 돌이킬 수 없어

掴み損なった未来を迎えに行く
붙잡지 못한 미래를 맞이하러 가겠어

涙の所為だね
눈물 때문이겠지

さよならが苦しいのは
이별이 괴로운 건

いつもみたいにさ笑って「じゃあね」
평소처럼 웃으면서 「잘 가」

今日からひとりずつ。
오늘부터 한 명씩.

でもどこかで
하지만 어딘가에서

また会えるような、
다시 만날 거라는,

そんな気がしてる。
그런 기분이 들어.

 

世界が全てを忘れても迎えに行くよ
세상이 모두 잊더라도 데리러 가겠어

初めから全部が繋がってるんだ
처음부터 모든 게 이어져 있어

今日からその日まで。
오늘부터 그날까지.

きっとどこかで
꼭 어딘가에서

また会えるように、
다시 만날 것만 같이,

そんな気がしてる。
그런 기분이 들어.

 

思い出話はその時にしよう。
추억 얘기는 그때 가서 하자.

 

아직 살아있었나

 

응?

 

스케줄 노트

오늘의 페이지에
1건 일정이 입력돼있습니다

8월 17일 오전 10시

쇼와거리 교차로

 

기억에 없는 일정?

전혀 기억에 없는 일정이
IP 단말에 입력돼있어서

 

그래? 신기해라

가보지그래?

 

신경 쓰이잖아

가보면 기억날지도 모르지

 

그래... 근처니까

 

잠깐 다녀올게

응, 조심해

 

잠깐

 

모자, 지금 챙겨올게

 

아, 그걸로 줘

 

이거?

 

뭐야, 여기...

 

약속...

 

맞아

난 누군가를...

 

시오리

 

코요미... 군?

기다렸지?

 

데리러 와준 거야?

 

응, 데리러 왔어

 

결혼하자

 

저기, 괜찮다면
이름을 여쭤도 될까요?

이름을 댈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느@harn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