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Korean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런웨이"

 

"런웨이
스프링 플로럴스"

 

"뉴욕 언론 클럽
저널리즘 어워드"

 

우와!

 

2년 연속 수상이라니
축하해

 

고마워
언론에 제보 좀 해줘

 

잠깐, 그게 우리네?

 

골드 키보드 부문 시상입니다

 

탁월한 기획 보도나

 

탐사 보도에 드리는 상이죠

 

첫 번째 후보는
뉴욕 뱅가드의

 

앤디 삭스

 

'도시 사람들: 회복의 서사'

 

두 번째 후보는
고담 센티넬의

 

조지 알리
'지하철 테이프'

 

다음은 보로 리포트의

 

이본 심슨
'의료비는 불치병인가?'

 

뉴욕 메트로 컨스티튜션

 

대니얼 골드바움
'맞불 작전'

 

전원 다인가 봐

 

수상자는

 

앤디 삭스

 

나가야지

 

얼른

 

축하해!

 

받을 줄 알았어

 

우선 감사합니다

 

죄송해요, 제가...

 

기쁜 표정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그게

 

실은...

 

저와 저기 있는
수상 경력이 화려한

 

우리 뱅가드의
유능한 직원들이

 

지금 막 해고당했거든요

 

- 뭐?
- 뭐?

 

문자로요

 

물론 언론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겪으면
정말 참담합니다

 

그게...

 

저희 모회사가 5억 달러의
손실을 메꿔야 해서

 

우리는

 

전문 용어로 잘린 거죠

 

"문자로 해고 통보"

 

전부 다 자르다니
어이없다

 

그나마 사진은 잘 나왔네

 

동료들 생각하면
맘이 안 좋아

 

존은 곧 둘째 출산이고

 

앨리슨은
얼마 전에 집 샀는데

 

진짜 어이없는 건

 

회사 CEO는 작년에
천백만 달러나 챙겼어

 

말이 되냐고

 

당연히 안 되지
그치만 넌 괜찮을 거야

 

모르겠어, 릴

 

주변이 다 난리야

 

해고, 감원, 합병

 

분위기 살벌해

 

모르겠다

 

난 그나마 나아
나보다 더한 사람도 많잖아

 

힘든 사람들 천지야
난 괜찮을 거야

 

진짜 말도 안 돼

 

넌 20년 내내
죽어라 일만 했잖아

 

전 세계 안 간 데 없이
힘들게 돈 벌었는데

 

동료랑 자기를 했나

 

한 명 빼고

 

두 명

 

중요한 건 인사권 가진
사람하곤 안 잤다는 거야

 

섹시하지만 힘 없는
애들이랑 잤지

 

진짜로 우리 갤러리에서
일할 생각은 없는 거야?

 

카피 잘 쓰는 사람
필요하단 말야

 

너도 일 필요하잖아

 

진짜 고마운데
괜찮아, 아직은

 

그럼 뭐라고 해요?

 

네, 알았어요
잠깐만요

 

기사 오늘
안 터지는 거 확실해?

 

홍보팀에서는
한 이틀 본대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네

 

그럼 내일 말씀드리지
분위기 망칠 필요 없잖아

 

- 미란다야!
- 진짜?

 

- 미란다!
- 미란다!

 

- 미란다!
- 미란다!

 

- 미란다!
- 미란다!

 

"뒤통수 맞은
미란다 프리슬리"

 

"런웨이가 노동 착취
의류 브랜드를 찬양하다"

 

런웨이는 알고
취재한 건가요?

 

인터뷰는 다음에요

 

어서 오세요
드릴 말씀이 있는데

 

그 얘기가 터져서

 

'비즈니스 오브 패션'에서
벌써 기사를 올렸어요

 

- 심각해?
- 완전 재앙이죠

 

바이럴 돌고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

 

나이젤, 그게 보이겠어?

 

- 내가 안경 쓴 걸로 보여?
- 죄송해요

 

어쨌든 지금
다 뒤집어쓰고 계세요

 

돌겠네
회장이 난리칠 텐데

 

- 그렇죠
- 타이밍도 예술이고

 

그러게요

 

그래도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야죠

 

스피드패쉬라는
근본 없는 회사가

 

우리한테
근로 환경을 속였는데

 

거기에 기자까지 속아넘어가서

 

지금 이렇게 악덕 기업
띄워준 공범이 된 거야

 

돈 벌려고
그렇게까지들 하나

 

덕분에 우리가
빌런이 됐어

 

다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오히려 잘된 거 아닐까

 

원래 빌런이 더
인기 있잖아

 

이런, 회장이야

 

'어브 라비츠'

 

난 강아지 산책이나
하러 가야겠다

 

지오, 산책 가자

 

얼른, 이리 와

 

회장님

 

이게 웬 날벼락이야?

 

아버지, 보세요

 

인터넷이 난리잖아

 

광고주들한테서
항의 메일도 엄청 왔어

 

티파니, 펜디, 불가리!

 

- 그게...
- 거래 끊기면 누가 책임져?

 

제가 다 통화했고
오전에 미팅 잡았어요

 

애슐리는 제가
책임지고 문책할게요

 

됐어, 내가 수습하지

 

왜 하필 지금이야?

 

승진을 코앞에 두고
사고를 치다니

 

진짜 심각해요

 

기성 언론까지 참전해서

 

그룹을 싸잡아
욕하고 있어요

 

- 우리 새끼니 우리 탓이란 거죠
- 그렇겠지

 

날아간 신뢰를
무슨 수로 회복하지?

 

이것 좀 보세요

 

"웃기지 마
중요한 건 저널리즘"

 

돈보다 중요한 게
아직 있으니까요

 

여전히 저널리즘은
졸라 중요하다고요!

 

"데일리 뉴스"

 

"런웨이 주가"

 

"이 여자가
아직 버티는 비결"

 

"먹튀 추가하실?"

 

미란다 프리슬리는
그나마 좀 똑똑한 줄 알았는데

 

이쯤 되면 나락이죠

 

퇴물 아니에요?

 

- 공룡 화석이지
- 한물간 노인네

 

딱 봐도 아침 드라마나
보게 생겼더만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여보세요

 

앤디 삭스?

 

맞는데요

 

어브 라비츠일세
오늘 연설 인상 깊더군

 

- 안녕하세요
- 일자리 필요하지 않나?

 

내가 그 잡지사로 돌아갈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연봉은 어떻대?

 

뱅가드 때 두 배

 

게다가 예산 걱정 말고
원하는 기사 팍팍 쓰고

 

너희 같은 진짜 기자들도
고용하라니 나쁘진 않지

 

너한테 뭐랄 사람 없어

 

난 지금 자서전
편집 중인데

 

글쓴이가
패리스 힐튼 치와와고

 

조막만 한 얼굴에
이름이 차이타운이야

 

게다가
우릴 채용해도 되잖아

 

날 위해 소신을 버리겠다니
위안은 된다

 

소신이 월세 내주냐

 

들어봐

 

거기 들어가서
책을 쓰는 거야

 

'미란다 프리슬리
그녀의 실체'

 

어떻게 그래

 

내부자 피셜이니 대박 날걸

 

- 팀장한테 문자해야지
- 하지 마

 

- 내가 궁금해서 그래
- 하지 말랬다

 

- 5만 달러는 벌걸
- 안 돼

 

나 진지해
진짜 하지 마

 

그랬단 나
평생 백수로 살아야 돼

 

그건 그래
배신자로 낙인 찍혀

 

기획서만 제대로 써 오래
근데 너 글 잘 쓰니까

 

- 10만 달러는 벌 거래
- 됐어

 

- 나도 찬성
- 난 그런 사람 아냐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몰라

 

원래 런웨이는
좋은 글을 내는 곳이었어

 

그러니까 내일
활짝 웃으며 출근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 보이겠어, 어때?

 

뭐죠?

 

'손써놨으니 걱정 마
9시에 대기해, 어브'

 

우리 9시 15분에
그 애랑 미팅 있잖아

 

몸이 두 개도 아니고

 

이럴 시간 없는데

 

어떻게 손써놨다는 걸까요?

 

난들 알아

 

9시 약속 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미란다

 

나이젤

 

할인 매장 패션 오랜만이네

 

- 안녕, 66
- 안녕하세요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솔직히 회장님 전화받고
엄청 놀랐거든요

 

진짜 오랜만이지만
저는...

 

생각만 해도
얼마나 기쁜지

 

미안

 

얘 누구야?
내가 아는 애야?

 

앤디 기억하실 거예요
에밀리 중 하나였어요

 

원래 뭐?

 

- 에밀리 있잖아요, 왜...
- 앤디 삭스예요

 

통통하고 똑똑했던

 

백만 년 전에 비서였어요
설명 못 들으셨구나

 

회장님이 자길 보낸 이유는...

 

그...
특집 기사부 책임자 하라고요

 

기획 에디터로
어제 채용하셨거든요

 

못 들으셨어요?

 

회장님은
저희가, 그러니까...

 

런웨이가 이번 기사
후폭풍에 대응하고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에

 

제 전문성이 도움되겠다고
판단하신 거죠

 

물론 저는 당연히
편집장님이 승인하신 줄 알고

 

이런 얼굴로
찾아 온 건데...

 

- 아마리
- 네

 

애슐리 연결해

 

편집장님, 안녕하세요

 

중요한 얘기니까 잘 들어

 

오늘, 아니 영원히
자긴 필요 없으니까

 

짐 싸

 

인사과 사람이 갈 거야

 

됐어?

 

덕분에 코넬 우등 졸업생
하나가 날아갔네

 

집안에 대학 간 게
쟤 하나랬는데

 

됐고, 따라와

 

가지

 

병원을 가 보는 게 어때

 

다친 건지
병인지 뭔지

 

뚝딱대고 걷지 말고

 

저희, 이따가
회사 돌아가면

 

지금 급하신 일들부터
하나씩 검토하고

 

편집 방향에 대한
제 의견도 드려볼게요

 

지금 가장 급한 건
대형 광고주 달래는 거야

 

- 지금 가는 자린가요?
- 그래

 

기사 때문에
화가 잔뜩 났어

 

또 뭘 얼마나
뜯어내려 할까

 

무료 광고 지면
호의적인 기사

 

내 각막

 

그러니까 얼마나 다행이야

 

저 높은 분께서
자길 보내줬잖아

 

이 낡아빠진 회사를
뜯어고치라고

 

네 무한한 지혜와 그...
뭐였지?

 

전문성으로

 

그래

 

"디올"

 

디올은 우리 브랜드 예산의
16%를 차지해

 

각종 이벤트에서도
큰돈을 쓰는 스폰서지

 

좋아요, 그럼 해결해보죠
누굴 만나는 거예요?

 

나 지금 헛걸 보는 거야?

 

세상에, 에밀리

 

자기도 아는 애야?

 

같은 시기에 런웨이에
있었으니까요

 

그랬어?
나는 왜 몰랐지?

 

좋아요
그럼 갈까요?

 

에밀리, 좋아 보이네요
리테일 쪽이 아직 맞나 봐

 

나이젤도
잘 버티고 계시나 봐요

 

요즘은 잡지가
많이 힘들잖아요

 

좋아요
다들 앉으세요

 

논의할 게 많네요

 

어디부터 시작할까요?

 

우선 먼저

 

내가 런웨이의
신임 기획 에디터야

 

말도 안 돼

 

진짜야?

 

와, 별일이 다 있네

 

나 실제로도 기자야

 

어디 있었냐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그 기사가
실수였다는 걸

 

- 다들 알고...
- 아무래도 믿기지가 않아

 

말도 안 돼, 런웨이의
시니어 에디터라고? 네가?

 

맞아

 

기대가 하늘을 찔러

 

확실히 변했다
자신감이 장착됐달까

 

근데 그 눈썹은 여전하네

 

미란다
좀 어떠세요

 

이게 무슨 일이래요

 

여기 저기 달래느라
얼마나 고생했다고요

 

아시겠지만
런웨이와의 모든 관계는

 

편집장님에 대한
좋은 평판을 기반으로 하죠

 

잠깐 쉬어 가는 거야

 

바로잡기 위해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저도 기사 읽고
충격이었거든요

 

이해하리라 믿지만

 

편집의 자율성과
진실성은 지켜야 해

 

진실성이라, 알지

 

고상하셔라
아주 우아하시네

 

원칙이든 규칙이든
상관없지만

 

광고주들이 없으면
런웨이도 없어

 

우리가 없으면
여러분도 없어요

 

그건 우리도 잘 알아

 

좋네요

 

편집장님의
판단 착오였으니

 

원만한 해결을 위해
몇 가지만 요구하죠

 

무료 광고 지면
최소 세 페이지에

 

새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특집 기사

 

- 여섯 페이지
- 셋

 

안 돼요, 다섯

 

넷

 

미안한데
지금 생선 경매해요?

 

다섯으로 해요
사진마다 브랜드명 넣고

 

미란다?

 

물론이지
당장 반영하지

 

좋아요

 

그렇다고
그걸 다 들어줘요?

 

저는 런웨이의 신뢰도를
회복하러 온 건데...

 

너도 들었잖아
쟤들 없음 우리도 없어

 

광고주는 있어야 해

 

9월호가 어찌나 얇은지
치실로 쓸 지경이야

 

광고주 중요한 건 알죠
제가 초짜도 아니고...

 

확실히 하지

 

넌 실력으로 들어온 것도
내가 뽑은 것도 아냐

 

CEO가 변덕으로
꽂아 넣은 거지

 

난 네가 일을 그르치기만
기다리면 돼

 

분명히 그르칠 테니까

 

자기는 지하철 타고 와

 

할 수 있다

 

해냈다

 

됐어

 

내 눈썹이 어때서

 

"런웨이'

 

- 안녕
- 안녕하세요

 

어제 인사도 못 했네
앤디 삭스야

 

제2 비서 찰리예요

 

- 반가워, 찰리
- 반가워요

 

'붙박이 찰리'라고
부르셔도 돼요

 

아마리가 자리를
못 비우게 하거든요

 

괜찮아요, 이 자리 오려고
줄 선 사람만 수백만인데

 

어디서 듣던 소리네

 

- 편집장님 있어?
- 이제야 오셨네요

 

무슨 소리야
정시에 왔는데

 

정시가 정시라고
생각하는 분이군요

 

좋아요, 그럼
사무실로 가시죠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벤티 사이즈 마셔서요

 

목이 많이 말랐나 봐?

 

- 아뇨
- 그니까

 

편집장님부터 보고 갈게

 

사무실 먼저 가시죠

 

- 수고해, 찰리
- 감사해요

 

나도 비서 일 했었어

 

들었어요
대단하시네요

 

그러게
2006년이었어

 

파리 패션 위크도 가고

 

그해 샤넬 컬렉션도
잔뜩 입어보고

 

뉴스보이 캡 그 옷요?

 

허벅지까지 오는 부츠에

 

너무 좋죠
그거 아직 있어요?

 

그냥 누구 줬어

 

- 네?
- 보도국에서 입긴 좀 그래서

 

여기예요

 

아, 그래

 

애슐리가 쓰던 데야?

 

아뇨, 이유는 모르지만
여기 쓰라고 하셔서요

 

이유를 모른다, 그래

 

샤넬을 그냥 줘?

 

- 몰래 빼 왔어
- 오셨어요?

 

이번 시즌 거고

 

내가 준 게 아닌 거야

 

더 있긴 한데
욕심은 부리지 마

 

- 구내 식당?
- 좋죠, 다 했어요

 

가지

 

블레이저 괜찮네
브랜드가...

 

마르지엘라요

 

프로보 구제샵에서
11달러에 샀어요

 

여기 다닐 때
누구한테 배웠죠

 

잘 배웠네

 

인연이란 참

 

돌고 돌아
이렇게 다시 만나서

 

국자 뜨는 자기를
보고 있다니

 

- 진짜 반가워요
- 그래

 

아직 잡지사에 계셨다니
편집장님 운이 좋네요

 

무슨 잡지?

 

우리 잡지 관둔 지
오래됐어

 

종이로 내긴 내지만
솔직히 아무도 안 사

 

이제 다 디지털이고
다운로드고

 

스트리밍이야
실체가 없지

 

예산은 어떻고?

 

전엔 아베든 작가랑 4주씩
아프리카로 촬영 다녔지만

 

지금은 스튜디오에서
이틀만 찍어도 감지덕지야

 

그렇게 찍은 걸 사람들은
오줌 누면서 스크롤 하지

 

- 근데요
- 응?

 

저만 그렇게 느껴요?

 

편집장님 그 사이
더 괴팍해진 같은데?

 

그날도 디올 밖에서
어찌나 까칠하게 구시던지

 

예민할 만하지

 

회장님이 글로벌 콘텐츠
총괄로 앉힐 생각이거든

 

- 엄청난 자리잖아요
- 그래

 

근데 이번 기사 건으로
물먹게 생겼어

 

그래서
제가 필요하단 거네요

 

진심이었구나

 

미안

 

- 전 디자인팀 좀 볼게요
- 맘에 들었구나

 

엄청요

 

- 앤디 맞죠?
- 그런데요?

 

안녕하세요
새 비서 진 차오예요

 

- 궁금하던 참인데 정말 반가워
- 안녕하세요

 

오전까진 인턴이었어요

 

자리가 나면
면접 기회를 주는데

 

특집 기사부에
지원자가 없는 거예요

 

패션 쪽이 아니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 잘됐죠?
- 그러게

 

- 저 싫죠
- 그런 말 안 했어

 

맘에 안 들면
다른 사람 뽑으세요

 

- 완전 괜찮아요
- 아니...

 

예일대, 학점 3.86
합창 동아리 소프라노

 

- 첫 대입 시험은 만점이었지만...
- 아냐

 

훌륭한 인재네
반가워

 

- 좋아, 됐지?
- 네

 

오늘 야근할 거라
몇 가지 필요한데

 

편집장님이 자기 손으로
코트를 건다고?

 

네, 누가 인사과에
컴플레인했대요

 

전엔 막 아무한테나
집어던졌다던데

 

변한 게 있긴 하네

 

아무튼 오늘 야근이야

 

"독자에게 드리는 약속
앤드리아 삭스"

 

설마 가제본
기다리는 거야?

 

네, 편집장님이
출력물을 좋아하세요

 

아직도 그래?

 

가는 김에
내 것도 부탁해도 돼?

 

그럼요, 주세요

 

- 고마워
- 네

 

편집장님 댁에 가면
누가 뭐라고 해도

 

위층엔 가지 마
절대

 

어떤 바보가 그래요?

 

- 내 말이!
- 그러니까요

 

"런웨이 & 스피드패쉬
잘못된 선택의 전말"

 

"'앤드리아 삭스"

 

"반성하는 용기가 좋네요!"

 

타임스는 앤디의 글이
신선한 고해성사였대요

 

근데 문화부 기자들 말고
누가 그런 걸 보기는 해?

 

그야 그렇지만
대외적으론 좋잖아요

 

여론을 좀 더 봐야지

 

- 좋은 아침
- 안녕하세요

 

나이젤 왔어?

 

아직인가 보네

 

글 봤어요

 

- 진짜 좋던데요
- 고마워

 

저것도 진짜 좋았어

 

아, 반즈 부부 기사요

 

갈라서기 전에
나간 기사죠

 

그러네

 

- 사샤 반즈 너무 좋아
- 그러니까요

 

백만 번은 요청했는데
인터뷰 다 까였어

 

- 다들 마찬가지예요
- 진짜?

 

편집장님도 안달인데

 

이혼 덕에 세계에서
젤 부유한 여자가 됐잖아요

 

재밌네

 

벤지의 비포 애프터로도
책 한 권 나오겠어요

 

전에는 어깨도 처지고
찐따 같았잖아요

 

평생 헬스장 한 번
안 가 본 사람처럼

 

근데 요즘 어떤지 보세요

 

스테로이드에
레이저 시술에

 

다이어트 약까지

 

- 짜잔!
- 현대 의학의 기적이다

 

현대 의학의 기적이죠

 

그래도 나쁘지 않은데?

 

훈남 됐으니까요

 

그래, 그럼...
안녕하세요

 

빈티지 뮈글러와
웨스트우드를 소품으로

 

워싱턴 뮤즈
중심가에서 찍었어요

 

현장에 있었어?

 

저 사진 촬영할 때?

 

네, 있었어요

 

일부러 칙칙하고
맥 빠진 게 컨셉이야?

 

꼭 그랬던 건 아니었고요

 

모델들이 뉴저지
마약 클리닉 주차장에서

 

배고파 얼쩡대는 염소처럼
골골대고 있잖아

 

- 뭐?
- 그런 말씀 안 돼요

 

어떤 말이 안 되는데?
마약? 뉴저지?

 

아무튼

 

이 포토그래퍼와는 처음이라
재촬영해도 돼요

 

뭐가 됐든 고쳐놔

 

그럼 다음은 누구?
마르타, 뭐 가져왔어?

 

올해 중간 시즌은
고프코어가 대세여서

 

앱에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만들면 어떨까 해요

 

가고 싶은 국립공원을 고르고
등산화랑 힙색을 매치해서

 

힙색! 누가 나 좀
고통 없이 죽여줘

 

- 안 돼요
- 뭐가?

 

또 뭐가 안 돼?

 

딴 사람
죽이자는 것도 아니고

 

아직은

 

좋아, 또 누구
뭐 있어?

 

일라나, 뭐 없어?

 

스피드패쉬 후속 기사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

 

미디어 비평가들도
우리의 솔직함과

 

반성하는 모습에
좋게 반응했어요

 

그래, 근데 그걸
누가 읽기는 했어?

 

모르겠네

 

나이젤, 페이지 트래픽은?

 

사람들이 읽는 글을 쓰라고
그 자리에 앉힌 거야

 

그런 날이 오면
그땐 끼어들어도 좋아

 

그 전까진

 

로데오 보타이
얘기나 할까?

 

이거 귀엽네

 

너무하지 않아요?

 

물에 빠진 회사를
건져냈는데

 

인정하기가
그렇게 힘들어요?

 

맞다, 인정받기 좋아하는
아가씨였지

 

어릴 때 그림 그리면
냉장고에 다 도배해줬지?

 

그런 거 아니에요
칭찬해 달란 게 아니라

 

원하시는 게 뭔지
궁금한 거예요

 

건설적인 피드백도
받고 싶고

 

아, 피드백

 

사탕도 줘?
아니면 피드백만?

 

이 일 필요했지?

 

이 일 수락했지?

 

그럼 해낼 방법도
찾아내도록 해

 

- 잘 가
- 갈게요

 

가

 

"뷰티 제품에 담긴
NASA의 기술"

 

"가을 트렌드 예측"

 

그걸 얘기하려면...

 

옷과 다른 분야와의 관계를...

 

"온난화는 어떻게
유럽 문화를 바꾸는가"

 

"패션 디자이너 협회"

 

"패션 디자이너 협회
패션 지망생 지원"

 

"디올"

 

이게 뭐예요?

 

너무 핑크잖아요

 

은은하게 가야죠
발렌티노도 아니고

 

내가 보낸 샘플 맞아요?
'튤립의 속삭임'

 

그 색 맞는데요

 

아닌데
아닌 거 같은데

 

오셨네

 

이걸 혼자 한 거야?

 

- 그래
- 진짜 대단하다

 

엄청 바쁘지
시간 내줘서 고마워

 

새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기사 쓰려고

 

준비하는 선배 역할도

 

미란다 생각이야?

 

내 생각

 

그게 좋을 것 같으면
그렇게 해, 그럼

 

그래
구경 좀 시켜줄래?

 

알았어

 

켄, 이건 속삭임이 아니라
비명 수준이에요

 

이건 물론 오마주야

 

몽테뉴 거리에 있는
디올 본사 아틀리에 계단 말이야

 

- 진짜 예술이다
- 당연하지

 

비용은?

 

그건 말 못 하지만
어쨌든 어마어마해

 

뭐야, 표정이 왜 그래?

 

그냥...

 

성장한 게 보기 좋아서

 

오글거려

 

옛날에도
맨날 그 표정이더니

 

네가 맨날
짜증 나게 했으니까

 

만만치 않았으면서

 

에밀리, 잠깐
나 진짜 반가워서 그래

 

- 어떻게 지내?
- 됐어

 

기사랑 상관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

 

좋아, 답 없는
나르시시스트랑 이혼했고

 

애는 둘이야
브론윈이랑 로크

 

명문 사립 다녀

 

- 잘됐다
- 예쁘지?

 

- 응
- 넌?

 

뉴욕 떠나서 15년 살았어

 

이야깃거리 찾아
여기저기 떠도느라

 

인연을 못 만나서
결혼은 안 했고

 

애들은 85번가 병원에 있어

 

실은 냉동 난자지만

 

나한텐 애들 같아
시본, 에스더

 

그래서, 런웨이는 왜 그만뒀어?

 

이거 폭로 기사야?

 

- 그냥 묻는 거라니까
- 상관도 없잖아

 

런웨이랑 미란다
추앙하던 사람이 왜?

 

이유가 뭐겠어?

 

한번 둘러봐

 

요즘 패션계에서
돈이 되는 거라곤

 

명품 매장뿐이야
다른 건 없는 셈 쳐

 

솔직히 여기가 좋아

 

20년 전만 해도
100달러짜리 백은 사치였어

 

우리 같은 브랜드가
인식을 바꿨지

 

우리 로고와 브랜딩
이런 것들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으니까

 

손에 든 백
스카프, 향수, 우산 등이

 

받아 적어

 

그 사람과 관심사를
말해준다는 거야

 

요즘 밴프의 주부들은

 

우리 3천 달러짜리
토트백 없인 외출도 안 해

 

그게 좋은 걸까?

 

모두가 아름다움과 디자인을
누리게 하는 게 나빠?

 

일단 3천 달러가
있어야 하잖아

 

크리스마스는 뒀다 뭐 해?

 

아무튼 나랑
내 커리어 신경 끄고

 

네 걱정이나 해

 

네 기사 반응이
하나도 없던데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더라

 

미란다는 뭐래?

 

또 못살게 갈궈?

 

안 갈구면
미란다가 아니지

 

네, 회장님
지금 수치 보고 있어요

 

당장 시정해

 

- 당장!
- 네, 그럼...

 

분위기 훈훈하네요

 

자기가 뽑아놓고는
나 몰라라야

 

자기가 채용하고
골치는 내가 썩고

 

글로벌 총괄 얘기는
전혀 없어요?

 

그 얘긴 입도 뻥끗 안 해

 

지금까진 바른 정보를
전하는 일만 했는데

 

이젠 클릭을 유도하는
글을 써야 한다니

 

그 둘을 동시에
할 수는 없을까요?

 

예를 들면
똑똑하면서도 재밌는 거

 

엄마야

 

안녕하세요
잠깐 들어오셔서...

 

아니, 앉을 생각은 없고

 

네 기사가 무반응이라고
회장 기분이 안 좋아

 

네, 그렇긴 한데

 

가치 있는 기사도 있어요

 

누구한테?

 

새 독자층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는 좋아

 

그렇다고 기존 독자를
떨궈내면 안 되지

 

네, 그건 저도...

 

근데 지금 중요한 기사를
준비 중이에요

 

- 잘해 봐
- 저기...

 

사샤 반즈 특집을
준비 중이에요

 

진짜로 인터뷰 땄어?

 

세부 사항 조율 중인데
연줄이 있어요

 

3년째 어떤 매체도

 

- 만나주지 않았는데
- 그러게요

 

인터뷰계의 성배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저도 기대 중이에요

 

연줄이 누군데?

 

그런 게 있겠어?

 

- 그럼 그렇지
- 아니...

 

이 집 좀 봐

 

저때 벌써
말도 안 되게 부자였네

 

그러니까 접근할
방법도 없으면서

 

미란다한테는 있다고 했다고?

 

맞아

 

불장난하다 크게 다쳐

 

내가 바로 불길이다

 

어디 가서 그러지 마

 

그럼, 이 그림 알지

 

세실리 브라운이잖아

 

2009년에
60만 달러에 팔렸어

 

혹시 누가 팔았는지 알아?

 

내 친구 폴라일걸
세실리 최애 딜러니까

 

- 사샤 번호 알까?
- 알겠지

 

한번 물어볼게

 

- 빨리 좀 해줄래?
- 좀 있어봐

 

- 알겠어
- 그래

 

폴라가 이쪽에 여쭤보면
번호 알 거래서요

 

아, 모르시는구나

 

강아지 훈련사요?
그 번호 주세요

 

몇 가지만
여쭤볼까 해서요

 

그럼요
절대 얘기 안 하죠

 

감사해요!

 

사샤, 안녕하세요
또 런웨이의 앤디예요

 

잠깐 뵀으면 하는데

 

아무 때나 전화 주세요
아무 때나

 

저는 폰을 붙잡고 사니까요
감사해요

 

미안, 인터뷰 따는 데
정신이 팔려서

 

- 괜찮아
- 음성도 18개 남겼고

 

주변 지인들한테도
다 연락해뒀어

 

- 잘했다
- 근데 식당 어디라고?

 

여기

 

"임대 중"

 

릴리, 여긴...

 

부동산 앱에서 찾았어
예쁘지 않아?

 

예쁘면 뭐 해
돈이 없는데

 

없긴 왜 없어
연봉 두 배 됐다며

 

- 얼마나 가겠어
- 됐어

 

모델하우스 구경이라도 하자

 

수준에 맞게 살아야지

 

어때, 내가 뭐랬어

 

나쁘진 않네

 

여긴 수도꼭지 안 패도
물이 나올 거 아냐

 

기준이 너무 낮네

 

난 가서 방 좀 볼게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이 아파트...

 

꽤 잘 나왔죠?

 

이런 거 좋아하신다면요

 

리모델링 건물요?

 

온갖 사회 병폐의
종합 선물 세트죠

 

그건 그렇긴 해요

 

아뇨, 오해 마세요
저도 새집 좋아해요

 

단지 유서 깊은 건물이
하나씩 없어지는 걸

 

볼 때마다 참...

 

참 가슴 아프긴 하죠
근데 또 보면

 

제가 한 거거든요
제 건물이라

 

- 괜찮아요
- 그러셨구나

 

- 안녕하세요, 오지라퍼예요
- 안녕하세요

 

- 피터예요
- 앤디예요

 

반가워요

 

오해할까 말씀드리지만
탐욕스런 사업가 아녜요

 

그냥 건설업자예요
건물을 찾아내고

 

가진 게 돈뿐인
어르신들 끌어모아서

 

그 처량한 속물 양반들한데
건물을 파는 거죠

 

저는 리모델링하고
약간의 지분만 받아요

 

어차피
철거 예정이었어요

 

- 상태가 엉망이라
- 설마, 설마

 

- 쥐 천지였다니까요
- 건물을 살린 거네요

 

영웅이라니 과찬이시고요

 

근데 여기 쥐들이
사람만 했어요

 

- 잠시만요
- 네

 

- 무슨 일 있어요?
- 아니에요

 

- 네
- 죄송해요

 

- 어머나, 릴리, 이쪽은...
- 안녕하세요

 

- 피터 워버튼이에요
- 피터, 피터야

 

- 나 가봐야 돼
- 그래

 

건물 욕해서 죄송해요
잘하실 거예요

 

괜찮아요

 

전화할게

 

둘이 분위기 좋던데요?

 

그래요?

 

- 뭐 하는 사람이에요?
- 저요?

 

- 싱글?
- 네

 

- 왜요?
- 그게...

 

- 이혼?
- 네

 

- 자녀는?
- 없어요

 

- 명함 있어요?
- 그럼요, 여기요

 

SNS 확인할 거예요

 

그래요

 

저...

 

- 어디 계셔?
- 왜요?

 

붙박이 찰리!
어디 계시냐고

 

네, 확인해 볼게요

 

빅토리아풍, 에드워드풍
드레스가 어떨까 하는데

 

속옷까지 화려하게 맞춰서

 

당시의 과장되고 뚜렷한
체형을 재현할 거예요

 

머리 리본이 싫으시구나

 

저도 별로예요
마이클, 내가 뭐랬어!

 

싫어하실 거랬잖아

 

성배를 잡았어요

 

왜 이 시점에
인터뷰를 수락하셨죠?

 

저는 유명인으로
살 생각이 없었어요

 

저는 학위 따서
인류학 가르치고

 

벤지는 코드 짜며 살았죠

 

그 시절엔
짐작도 못 했어요

 

사방이 거울인 방 안에
등 떠밀려 살 줄은

 

은유를 몇 개나 섞었네요

 

어쨌든 지금은 이런 대저택에
온갖 예술품에 파묻혀 살지만

 

저는 항상

 

이 모든 걸 나누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파트너로
우릴 택해 주셔서 감사해요

 

최근 런웨이 기사가
눈에 띄더군요

 

무게감이 더해지고
관점도 뚜렷해졌어요

 

그러고 보니 전남편 얘긴
전혀 안 물어보시네요

 

비포도 그렇고
애프터도 그렇고요

 

그 결혼과 당신은
별개잖아요

 

벤지도 그렇고

 

맞아요

 

두 번째 결혼과도
그러고 싶어요

 

저 약혼했어요

 

자기 인생도 있고

 

제 유명세 따윈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죠

 

약혼요?

 

이럴 수가...
전혀 몰랐어요

 

아무도 몰라요
최초 공개예요

 

그렇게들 남 일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그렇죠

 

이 내용은
기사로 내셔도 돼요

 

제 작은 선물이에요

 

이건 초대박이야

 

엄청난 기사지

 

아이코닉하면서도
베일에 싸인 여성이

 

앞에 나서는 거잖아

 

사진도 멋지고
네 글도 훌륭하고

 

내 스타일링도 천재적이고

 

이게 런웨이가
제일 잘하는 거야

 

미란다가 싫어하면요?

 

- 부정적인 생각 금지
- 저야 부정적일 리 없죠

 

하지 말라니까

 

"사샤 반즈
새로운 출발선"

 

저거

 

훌륭해요

 

- 그렇지?
- 네

 

그럼 이거...

 

메인으로 내

 

구독자들한테 뿌리고
소셜 톱에도 올려놔

 

잘됐네요

 

약 처방이 잘못됐나

 

나는 전혀 모르겠어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다시 왔네요
- 또 왔어요

 

좋아요

 

남은 집 있어요?

 

15에서 20채쯤요
몇 채 드려요?

 

일단 하나요

 

그 기사 좋아요

 

근데 그것 말고도
오늘 올린 게 11개예요

 

코코넛 워터 기사

 

연인과 나누는
내밀한 농담 기사

 

효소 필링 기사

 

효소 필링?

 

맞아요

 

효소 필링이 뭔데요?

 

얼굴 피부를
벗겨내는 거예요

 

- 설마?
- 홀라당

 

그걸 돈 내고 해요?

 

나도 해야 하나
벗긴 적 없는데

 

- 요즘 대세는 속피부예요
- 난 망했네요

 

이미 늦었어요

 

그래도 진짜 저널리즘을
포기한 건 아니죠?

 

그 기사 대단했잖아요

 

뱅가드 다닐 때 쓴
연준 기획 기사

 

말도 안 돼

 

다시 못 만날 수도 있는데

 

4부작 기획 기사를
다 읽었다고요?

 

네, 나도 좀 황당한데

 

당신에게 들으니까
더 황당하네요

 

괜히 말했다

 

기분 좋아요

 

아주 많이

 

전에 만났던 남자들은
내 글 읽지도 않았거든요

 

그러니 좋죠

 

너무들 하네요

 

그러니까요, 근데...

 

실은...
말하긴 싫지만

 

런웨이가 스쳐가는 곳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여길 디딤돌 삼아

 

진짜 저널리즘으로
돌아가는 거죠

 

신문이나
진지한 잡지 있잖아요

 

아니면 책을 쓰든가

 

책?
구상 중인 거 있어요?

 

제안을 받긴 했는데

 

잘됐네요

 

친구가 유명인에 대한
책을 쓰자는데

 

근데 걔가 원하는 건
허접한 가십 책이에요

 

근데 기왕 쓸 거면
잘 쓰고 싶어요

 

잘 쓸 수 있거든요

 

연준을 섹시하게
포장하는 글솜씨면

 

그 유명인도
별 문제 없을 거예요

 

그럼 조만간 작가랑
데이트하시겠네요

 

지금도 데이트인데요
이거 데이트예요

 

대놓고 말하면
덜 데이트 같아요?

 

대놓고 말하면
더 데이트 같죠

 

그럼 우리
더 데이트 중이에요?

 

좀 전보다는
더 데이트인 거죠

 

더 데이트 좋은데요

 

건배

 

탈리아, 난 가십성 책엔
관심 없어

 

품격 있고
진지한 책이면 몰라도

 

그래도 너네 편집장이
관심 있을까?

 

장난해?
좋아 죽을걸?

 

좋아, 그럼

 

원고 몇 장이랑
기획서 보낼 테니

 

너 진심이야?

 

내 사내 입지가
걸린 문제라

 

이랬다저랬다
하면 안 돼, 알았어?

 

어떡해!
나 너무 신나!

 

출간 기념 파티 때
뭐 입을 거야?

 

- 알았으니까...
- 나랑 맞춰 입자

 

- 하고 싶었거든
- 일단은 비밀로 해줘

 

- 알았지? 안녕
- 귀엽지? 쌍둥이처럼

 

아마리

 

편집장님이
토요일에 보자시는데

 

햄튼스에 있는 집에서?

 

네, 유력 인사들 오신대요

 

잠깐, 나도 유력 인사야?

 

회장님 요청일걸요?
여보세요

 

회장님도 오셔?

 

찰리, 사무실에서
웃지 말랬지?

 

스텔라, 안녕하세요

 

- 의상 몇 벌이라고?
- 세 벌요

 

그래

 

깜짝이야, 왜?

 

주말에 햄튼스 입고 갈
옷이 없어요

 

그런 부자 동네
갈 일이 있겠냐고요

 

진정해

 

전에 긴즈버그 대법관님
서머룩 해드린 적 있는데

 

그거 완전 히트였어

 

근데 저도 초대받았다는 건

 

이제 저
받아주시는 걸까요?

 

- 아니
- 그럼 언제쯤 편해지죠?

 

관짝에 들어가면?

 

전 안 되겠네요

 

이거면 되겠다

 

일단 펜디

 

브루넬로 쿠치넬리 팬츠
아주 좋지

 

그리고 어디...
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
좋아, 너무 좋아

 

그리고 커스텀 켈리 백

 

이건 어때요?

 

안 돼

 

답은 조용한 럭셔리야

 

보청기가 필요할 정도로
조용한 럭셔리

 

좋아, 자수 들어간
토템 투피스는 필수지

 

근데 핏기가 너무 없으니
테라코타는 안 되고

 

아이보리로 하자

 

명심해
빌려주는 거야

 

알았어?
월요일에 싹 다 반납해

 

- 네
- 좋아

 

아냐
저건 조용하지 않잖아

 

저건 천둥 번개
기타 솔로야

 

완전 예뻐요

 

- 그렇긴 한데
- 맙소사

 

이번 주말과는 안 맞아
미안

 

얼룩 하나만 묻혀봐

 

얼룩이 지나간
자리도 안 돼

 

고대로 가져와

 

저도 다 컸다고요

 

못 봐주겠네

 

구두도 달라고 해요!

 

트래픽 수치 나오면
바로 보내줘

 

그래, 고마워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앤디 삭스예요
- 앤디 삭스 씨

 

- 타세요
- 감사해요

 

여기 있습니다

 

감사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안녕하세요
앤디 씨 맞죠?

 

스튜어트 시몬스 씨죠?

 

네, 그거 이리 주세요

 

- 반가워요
- 저도요

 

- 4중주단 팬이에요
- 정말요?

 

여기 오신다길래

 

- 어제 종일 들었어요
- 저 땜에 괜히

 

아뇨, 정말 좋았어요

 

사려 깊으시네요

 

- 드레스도 너무 근사해요
- 감사해요

 

내가 제일 아끼는
두 사람이야

 

술라이카, 존

 

- 안녕하세요
- 심포니 봤어요

 

- 그래요?
- 카네기홀 공연요

 

엄청나더라고요

 

- 카라 스위셔야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반가워요

 

신임 기획 에디터예요

 

- 그러게요, 기사 좋더군요
- 사샤 특집을 썼죠

 

- 감사해요
- 네

 

- 칼이에요
- 앤서니 타운스 선수죠?

 

- 맞아요
- 안녕하세요

 

- 반가워요
- 플레이오프 끝내줬어요

 

- 고마워요
- 농구 보면서...

 

뉴요커라는 게
자랑스럽더라고요

 

제나 부시 헤이거야

 

-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 저도 반가워요

 

훌륭한 인터뷰였어요

 

이렇게 뜨거운 반응은
8년 만이에요

 

토미 아데예미와
로니 쳉이야

 

티나 브라운 알지?
앤디 삭스예요

 

- 진짜 팬이에요
- 기사 기가 막혔어

 

바이럴 타서
10초마다 알림이 온다니까

 

세상에
와인 부족한 거 아냐?

 

잠깐 실례할게요

 

얼룩지면 안 돼
얼룩은 안 돼

 

- 편집장님
- 안녕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엄청난 분들만 왔네요

 

방금 어브랑 얘기했어

 

회장 75번째 생일에
큰 파티 열리는 거 알지?

 

그 자리에서
내 승진을 발표할 거야

 

그룹의 글로벌 콘텐츠를
총괄하는 자리야

 

세상에, 그건...

 

회장이 그걸 볼모로
날 얼마나 괴롭혔는데

 

별 얘기를 다 하네

 

그냥 물 건너간 줄
알았거든

 

축하드려요
자격 있으세요

 

특집 기사부 예산도
후하게 늘려준다던데

 

- 설마요
- 진짜

 

정말요?

 

자기도 좀 더 어울리는
사무실로 옮길까 봐

 

그거야...
그럼 너무 좋죠

 

큰일 할 사람이란 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저 기억도 못 하셨으면서

 

그건 그렇지만

 

잊어버리기 전엔 알았지

 

미리 말하는데
나이젤이 고른 거라

 

- 좀 많이 과해
- 과한 거 좋아

 

- 정말?
- 응

 

- 그럼 나간다
- 나오세요

 

진짜 과해

 

당신 기준에
이게 과한 거면

 

앞으로도 계속
과하게 가줘

 

- 과하게 과하게
- 고마워

 

나만 보고 싶은데
그냥 가지 말까?

 

가끔은 심플한 게 좋아

 

"생일 축하해요, 어브"

 

걔 다이어트 약 먹는데
핫도그 한 입 물었다가

 

분수처럼 토했어요

 

- 숍... '치킨 숍 데이트'
- 치킨 숍 데이트

 

- 이유는 모르는 게 낫죠
- 그런가요?

 

직장 파티치곤
꽤 근사한데

 

이런 거 좋아하나 보네

 

온갖 사회 병폐의
종합 선물 세트?

 

잠깐, 설마 저 사람
휴 잭맨 맞아?

 

휴 잭맨 맞아

 

인사하면 좀 그런가?
하긴 해야 되는데

 

아는 사이야?

 

아니, 근데 호주인끼리는
타지에서 아는 척 안 하면

 

나중에 난리 나거든

 

가서 짧게 인사만 할게

 

- 그래
- 응

 

안녕

 

과학적으로 그래요

 

언젠가 우리 목도
필요 없어질 때가 와요

 

설마, 징그럽잖아

 

진짜야
기도도 대체되니까

 

- 기도를 제거할 수 있어
- 난 내 목 좋은데

 

- 쓸 데가 있잖아
- 타이도 그냥 다...

 

갖다 버리세요

 

이게 말이 돼?

 

에밀리 남친이...

 

그래, 벤지 반즈
아주 푹 빠지셨어

 

우주에서 태어나면
목 없이 몸통만 있겠네

 

학생 때 어디 저런 애한테
말이나 걸어 봤겠어?

 

입술만 내밀어
수염 까끌해서 싫어

 

그냥 여자한테도
못 걸어 봤겠지

 

생일 축하해주러 가자

 

얼마나 재밌을까

 

안녕하세요

 

술 마시던 시절에야
이런 파티도 좋았지

 

난 아니었어

 

오늘의 주인공이시네요

 

미란다, 와줬군

 

와줘서 감사해요

 

- 오늘 아주 멋진걸
- 회장님도요

 

- 생신 축하드려요
- 고마워요

 

- 피곤하시죠?
- 아니에요

 

곧 회장이 미란다의
승진을 발표할 거야

 

지금요?

 

연설 끝 무렵에

 

이거

 

감사해요

 

별말씀을, 건배

 

건배

 

솔직히

 

편집장님이랑 훌훌 털고
지내시는 거 좀 놀랐어요

 

- 무슨 뜻이야?
- 파리에서요

 

원하시던 자리
쟈끌린한테 줬잖아요

 

20년 전 그 일?

 

그 뒤로도 백만 번은
더 당했는걸

 

그래도 여기 있잖아

 

미란다 옆에

 

나란히는 아니고
몇 발자국 뒤에

 

앞에 서고
싶으신 거예요?

 

그렇다고 말씀드려보세요

 

너처럼?

 

남들처럼?

 

벤지, 그 옛날
런웨이 시절에

 

알던 분들이야

 

이쪽은 나이젤 키플링

 

- 나이젤입니다
- 안녕하세요

 

- 이쪽은 앤디... 뭐더라
- 앤디

 

- 삭스예요
- 맞아, 삭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우와!
드레스 폼 미쳤네요

 

- 나 그 말 진짜 싫어
- 미안, 미안

 

쿠튀르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네

 

런웨이에 우리 에밀리 기사
쓰신 분 맞죠?

 

- 맞아요
- 세상에, 고마워요

 

- 정말요?
- 보는 내내 흥미로웠어요

 

글이요?

 

- 사진요, 훌륭하던데요
- 피사체가 훌륭한 거지

 

그렇지?

 

세상에!

 

의사 없어요?

 

아버지, 아버지?

 

- 세상에, 아버지
- 회장님

 

아버지?

 

"어브 라비츠를 추모하며"

 

생각이 많아지네요

 

새삼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삶의 우선 순위도
돌아보게 되고

 

아버진 런웨이를 아끼셨어요

 

아끼셨죠
할아버님도 그러셨고

 

네

 

그분이 날 뽑았어요

 

아버님께 회사를
물려주실 때

 

- 네
- 우린 동갑이었죠

 

정말 가깝게 일했어요

 

알아요

 

이제 우리 둘이군요

 

난 그 공을 이어받아서

 

함께 엔드존으로
들어갈 거예요

 

엔드존이라니
아름다운 비유네요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지

 

- 너무 슬프지
- 너무 슬퍼

 

어쩜 죄다 돌체 드레스지?

 

장례식이 통째로
26 가을 시즌이야

 

집집마다 돌면서
협찬 뿌려댔을 게 뻔해

 

도메니코, 교활한
인간인 줄은 알았는데

 

내가 24 시즌 피날레에
켄달 세운 거 복수하는 거야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해?

 

- 그래
- 켄달 제너 때문에

 

사람 이름이
캔들인 것도 웃겨

 

제이가 어쩐대요?
들으신 거 있어요?

 

런웨이 어쩔 건지
얘기 없어요?

 

없어, 나도 모르겠어

 

그 친구 봤잖아
패션 쪽으론 아니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합성섬유 아웃도어라

 

성냥 던지면 바싹 마른
트리처럼 타버릴걸

 

그래도
우리 괜찮겠죠, 그쵸?

 

런웨이는 가치가
있잖아요, 그쵸?

 

설마 어브가 없다고
그걸 모를까, 그쵸?

 

죄송해요
너무 답정너네요

 

이건 나도 모르겠어
꿋꿋이 버티는 수밖에

 

런웨이 이탈리아는

 

밀라노가 패션의 중심지로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했죠

 

그래서 이런 협업이
가능한 겁니다

 

"런웨이 & 밀라노"

 

브레라 아카데미

 

이번에는 전용 런웨이에서
패션쇼뿐 아니라

 

음악 공연도
선보이려 합니다

 

저녁 행사는 편집장님의
시그니처 연설로 문을 여는데

 

런웨이와 이탈리아 패션의
융합을 말할 겁니다

 

연설문 곧 완성하니까
주말까지 메일로 보낼게요

 

마르타?

 

회장님 돌아가시고
변동되는 사항들은

 

언제 알 수 있죠?

 

잡지 파트는
아드님이 이어받는대요?

 

퍠션을 좋아하긴 한대요?
향수도 드라카 느와르던데

 

- 설마
- 아니야

 

좀 전에 하던 얘기 이어서

 

브레라 아카데미 쇼에
올라갈 의상들 말이야

 

몇몇 모델들 체형이
흥미롭던데, 뭐랄까

 

부정적 신체랄까...

 

알았어, 알았다고

 

그럼 그게
긍정적 신체인 걸로 하지

 

- 근데 왜? 난 도무지...
- 어떡해, 왔어요

 

신임 회장이잖아

 

이 사무실은 언제 봐도 좋네요
요즘 이런 뷰 없잖아요

 

크기도 정말...

 

어릴 때 아버님과
자주 오던 기억이 나요

 

작은 라크로스 채로
공 치며 놀았잖아요

 

꽃병도 하나 깼죠

 

그래요?
그런 기억은 안 나네

 

아무튼, 미안해요

 

진작 연락하든
오든 했어야 했는데

 

신경 안 썼어요

 

이제 슬슬 정비해야죠

 

같이 논의도 좀 하고
확인할 것도 있는데

 

점심 할까요?

 

- 지금요?
- 왜요? 바쁘세요?

 

아뇨, 그럼 비서 시켜서
식당 예약하죠

 

구내 식당 가요

 

저 잠깐 전화 좀 돌리고

 

10분 후에 거기서 뵙죠

 

아마리?

 

네?

 

우리 구내 식당이 있어?

 

- 그럼요
- 그래?

 

구내 식당?

 

그 층은
가보신 적도 없을걸

 

이거 또 안 돼

 

20분 있다 와

 

왔어요?
여기 뭐 잘해요?

 

뭐, 저거...

 

다...

 

그러지 말고

 

식사 전에
소개할 녀석들이 있어요

 

아니, 선수
선수들이죠

 

우르르 몰고 올
생각은 없었는데

 

없었는데...

 

조직 개편 때문에
영입한 컨설턴트들이에요

 

최고의 녀석들이죠
아니, 최고의 선수들

 

인력 재배치 관련
분석은 물론이고

 

운영 전략
재무 구조

 

디지털 전환
사용자 경험

 

전부 다요

 

전부 다네요

 

산딥, 우리 컨셉 좀
설명해줄래요?

 

물론이죠, 산딥 카푸어예요
하버드 MBA, TMI지만

 

우리한테 미란다는
'미란다 더 비스트'예요

 

이 업계에선
괴물이시니까

 

근데 지금은 그 괴물이
목줄을 찬 상태예요

 

이제 목줄을 풀 때가 왔어요
기지개를 켜야죠

 

저승사자들

 

뭐? 경영 컨설턴트야

 

그게 그거죠

 

딱 봐도 전문가들이야

 

귀여워 죽겠네

 

뭐라는지
궁금해 죽겠어요

 

그러게

 

프로즌 요거트 드실 분?

 

- 뭐?
- 여기 맛있거든요

 

요즘 애들
진짜 걱정이에요

 

전 국가적 비상사태지

 

한 시간이나 했어

 

양복쟁이들이
미란다를 둘러쌌다니까

 

대체 뭘 합의했을까

 

특집 기사부부터 자르겠지
항상 그게 순서잖아

 

봐, 봐

 

그래도 미란다는
수완이 있잖아

 

어떤 상황이든
돌파구를 찾을 거야

 

몇 수 앞을
보는 분이니까

 

멀쩡한 직장에
다닌다는 게

 

그동안 참...
좋았는데

 

내 말이

 

- 저 드릴 말씀 있어요
- 이런

 

- 그래, 잠깐만, 뭔데?
- 이쪽으로

 

그 사람들 뭔 얘기 하는지
궁금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그래서...

 

그게 뭔데?

 

요거트 가지러 갔다가
스푼 떨어뜨리면서

 

폰을 의자 밑에 넣고
전부 녹음했어요

 

진!

 

- 네, 맞아요
- 너! 진짜 장난 아니다!

 

알아요

 

현재 예산을 고려할 때

 

실행 가능한
구조 조정 방안이 있어요

 

수익을 끌어올릴 준비가
됐단 걸 보여 줍시다

 

난 잠깐...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일걸요

 

그럼 말하지 마

 

해본 소리야

 

뭔데? 얘기해

 

나이젤

 

전부 삭감한대요

 

특집 기사부는
형체도 안 남고

 

패션이랑 뷰티도 박살나고
전 부서 삭감하고

 

6년차 이상은 연봉이 세니
죄다 자른대요

 

어떡해요

 

말 되네

 

- 편집장님은 뭐랬게요?
- 글쎄

 

한마디도 안 했어요

 

나이젤

 

내 생각을 말해줄까?

 

난 가방은 크로스로 메는 게
맘에 들어

 

내 생각은 그래

 

그래요

 

마저 하세요

 

이걸 또 겪을 줄이야
잡지가 또 하나 사라지다니

 

- 진짜 거지 같네
- 거지 같지

 

근데 세상이 그렇잖아

 

안 그런 데가 없어
약국이며 서점이며

 

뭐든 다 줄이고
합병하고

 

난 이해가 안 돼

 

뭐든...

 

본질과 정수는
죄다 난도질해 버리고

 

껍데기만 재포장해서
내걸잖아

 

뭘 위해서?

 

그런 게...

 

변화의 과정이잖아
내가 하는 일도 그건데

 

지금 당신 얘기 하는 거 아냐

 

심지어 저널리즘은

 

럭셔리 아파트보다
훨씬 중요한 거야

 

그렇지

 

미안, 그건...

 

정말 눈물 나게
도움되는 대화네

 

- 도움 안 돼?
- 응

 

혼자 있게 해줄게

 

고마워

 

이탈리아 출장 가지?

 

혹시라도 다녀와서
보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당신이 결정해

 

아니다

 

- 스튜어트, 안녕하세요
- 앤디

 

- 네
- 괜찮아요?

 

- 들어가도 돼요?
- 그럼요

 

좀 의외긴 하지만

 

불쑥 찾아와 죄송해요
실은 다른 게 아니라...

 

- 그게...
- 숨 좀 고르세요

 

네, 혹시 계세요?

 

네, 위에

 

배짱 있네

 

진짜 죄송한데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 말해
- 그니까 뭔가

 

계획 있으신 거죠?
비밀 계획이라든지

 

- 예전처럼...
- 안 들려

 

연줄 같은 것도 없으세요?

 

다들 쫓겨나는 거 싫어요

 

우리 요즘
진짜 잘했잖아요

 

좋은 작가들도
연락이 닿고

 

사람들도 다시
잡지에 흥미를 보이고

 

저도 다시
희망을 갖게 됐어요

 

우리 미래
저의 미래에요

 

난자 해동할
타이밍 왔다 했는데

 

집에 가

 

- 그치만...
- 늦었어

 

이 일에 대해선 신경 꺼

 

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

 

"출간 제안
미란다 프리슬리 평전"

 

알로라, 밀라노...

 

나이젤, 위에서
새 지침 내려왔다고?

 

예산 삭감?

 

네, 그래서 밀라노 건은

 

존 레전드 섭외를
취소하려 합니다

 

본인 피아노도
운송해달라는데

 

예산이 안 됩니다

 

그래서
음악은 없습니다

 

신세 갚을
뮤지션이 있음 모를까

 

싫어

 

그 여자는 절대 안 돼
그때 그 커버만 생각하면...

 

- 아직도 치가 떨려
- 좋아요

 

음악 없이 가죠
음악은 없음

 

- 알았어, 전화할게
- 감사합니다

 

전사적으로 적용될
지침들이 있습니다

 

먼저 개인 차량 금지
우버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항공편은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나이티드 항공
밀라노행 탑승을 환영합니다

 

비즈니스석 탑승객께는
곧 샴페인을 제공할 예정이며

 

이코노미석은
오늘 만석이므로

 

반입하신 수하물은
선반에 보관해주시고

 

가방과 소지품은
좌석 밑에 보관해주십시오

 

마실 거...
마실 거 좀 가져와

 

대체 왜 저러죠?
왜 참는 거예요?

 

저기요

 

저희 편집장님께
샴페인 좀 부탁드릴게요

 

죄송하지만
여긴 서비스되지 않습니다

 

과자는 있는데

 

과자 드시겠어요?

 

"티파니앤코"

 

너무 예뻐

 

그냥 끼워

 

나 어때?

 

- 너무 좋아
- 진짜 괜찮아?

 

뭐 해?

 

잠시 정신이 팔렸네요
벤지가 목걸이 사주나 봐요

 

뭐 새롭지도 않아

 

지난주엔
모네 그림 사줬어

 

클림트랑

 

- 진짜요?
- 그럼

 

빨리 와

 

- 뭐?
- 아냐, 뭘...

 

내 앞으로 달아둬요

 

네, 방 번호가 궁금해서요

 

엄마, 로크가 미스 마들렌
빵 먹고 싶대

 

원래 내가 먼저
먹자고 할랬는데

 

그런 거 땜에 힘들면
어떻게 하기로 했지?

 

- 그래, 숨 들이마시고...
- 마시고 꾹 참고

 

내뱉고

 

톡톡톡, 톡톡톡...
두드리면 사라져

 

- 어때, 엄마 말 맞지?
- 응

 

그래, 우리 딸
아빠 바꿔줄래?

 

사랑해

 

- 안녕
- 프랭크

 

나 밀라노야
그리고 보다시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니까

 

대신 애들 좀 챙겨줘

 

미스 마들렌 가서
빵 좀 사줘

 

- 난 꼼짝 못 하니까
- 이탈리아 간 게 무슨...

 

나쁜 관계는 끊어내고
나은 곳으로 나아갈 거야

 

깜짝이야

 

안녕

 

- 앤디
- 시간 좀 있어?

 

- 있다면?
- 잘됐다

 

좋아

 

이게 누구셔?

 

- 안녕하세요
- 둘 다 새벽같이 일어났네

 

난 산책 다녀왔어
자긴 뭐 해?

 

- 저요?
- 어디 가?

 

코모요

 

거기 와이너리 기사
쓸까 해서요

 

그렇지

 

그거 귀엽네

 

오늘 저녁 어때?

 

매번 톰 포드랑
자코모에서 밥 먹거든

 

같이 수다 좀 떨어볼까?

 

좋아요, 문자할게요

 

- 그래
- 그래요

 

빨리 와

 

창문 올려, 창문
나이젤이 본다

 

뭐? 미치겠네

 

오셨네

 

안녕, 우리 자기
안녕, 하지 마

 

미안
그냥 인사한 거야

 

이 집은 언제부터
소유하셨어요?

 

저요?

 

- 그게...
- 감사합니다

 

- 모르겠어요
- 벤지는 뭘 기억을 못 해

 

그러니까

 

- 아니, 됐어요
- 괜찮아요, 마시모

 

뭐 안 드세요?

 

요새 물 끊었어요

 

수분 부족 상태를
유지 중이죠

 

- 독이잖아요
- 독은 무슨

 

- 독이야
- 그럼...

 

- 이번 일 가능할까요?
- 저쪽 요구에 달렸죠

 

- 왜 이래
- 뭐가?

 

자기가 설득 못 하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건 그래

 

이 사람도 설득해서

 

데이트했지

 

내 말이

 

귀에 털이 빽빽했는데도

 

미치겠다

 

- 가관이었어
- 이 사람 만나기 전에는

 

귀에 털도 있었어요

 

- 완전 밀림이었어
- 어찌나 수북한지

 

- 코털제거기를
- 그 쪼그마한

 

- 사다 줬다니까
- 지이잉 하는 거

 

나머진 잔디깎기로 밀고

 

가슴털 미는 거
상상만 해도 웃긴다

 

이 사람은
털이 없어야 돼

 

맞아, 매끈하게

 

왔네

 

네 명 데려다 붙여

 

회계사랑
비즈니스 매니저 해서

 

전부 다 달라붙어야 돼
전부 다

 

- 제이!
- 그럼 짧게 해

 

빨리 말하고 싶으면
빨리 하라고

 

제이제이!

 

느리게 하고 싶으면
느리게 하고

 

- 우리 안 보이나?
- 안 보이나 봐

 

오셨네

 

- 안녕하세요
- 안녕

 

- 어제 저녁 어떠셨어요?
- 좋았어, 자기는?

 

그냥 룸서비스 먹었어요

 

그래? 바칼라 만테카토
아주 괜찮던데

 

- 진짜 맛있더라고요
- 맞아, 여기 없는 메뉴야

 

밀라노가 아니라
베네치아 요리니까

 

- ...
- 무슨 꿍꿍이야?

 

- 네? 나이젤
- 뭔가 있잖아

 

- 딱 보면 알아
- 아뇨, 그런 거...

 

- 말해
- 아, 오셨어요

 

- 좋은 아침입니다
- 얘는 왜 열리지도 않아

 

준비됐어?

 

물론 경비는
철저히 할 겁니다

 

작품을 지킬 인원도
대대적으로 채용했고요

 

감사합니다

 

자, 여러분

 

고객 만찬 행사 순서를
쭉 짚어보죠

 

좌석도 확인하고

 

U자형 테이블이고
저쪽이 상석이에요

 

이쯤까지 올 겁니다

 

예상 인원은
마흔 명 이상에

 

브랜드 확인해서

 

적절하게 배치하고...

 

'최후의 만찬' 좀 알아?

 

실은 잘 몰라요

 

이 장면을 그렸다는 게
딱히 특별한 건 아냐

 

유럽 어딜 가도
이런 벽화들이 있지

 

하지만 다른 그림에선

 

가운데 있는 사람 머리에
보통 후광이 있어

 

그래서 여기엔
다빈치의 해석이 담겼다고 해

 

'우린 인간이다
완벽한 자는 없다'

 

인간은 위대하지만
동시에 불완전해

 

필연적으로 서로를 속이고
배신하고 결국 실망하지

 

그게 우리 본성이야

 

안 그래?

 

여기다

 

쟤 여기서 뭐 해?

 

- 어쩐 일이야?
- 미란다가 알아

 

- 뭔 소리야?
- 안다고

 

- 네가 불었어?
- 아니

 

뭔가 알고 있다고
살벌하게 티를 냈어

 

내가 미쳐

 

미란다를 위한 일이지만
더는 못 숨기겠어

 

그냥 말하자

 

- 안 돼
- 왜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돼

 

집중해

 

말해야 돼
당장 말해야 돼

 

나 토할 거 같아

 

긴장 땜에 숨이 막혀
목이 타들어가

 

한 번쯤은 좀
무던한 척해봐

 

에밀리들이군
아마리인 줄 알았네

 

얘는 아르마니 옷
가지러 가서

 

납치라도 당했대?

 

제이가 좋은 방
잡아드렸네요

 

좀 갑갑하긴 한데
뭐 죽기야 하겠어

 

근데 어쩐 일이지?

 

그게요, 미란다

 

지금 제이를 내버려 두면

 

런웨이의 원래 모습은
남아나질 않을 거예요

 

제 부서는 사라지고
나이젤과 팀도 잘리고

 

그걸 어떻게 알지?

 

업계에서 런웨이가 가진
의미는 잘 아시잖아요

 

사실상 종교나 다름없죠
반드시 지켜내야 해요

 

그러니까 인수할 사람을
찾는 게 관건이에요

 

뜸 들이지 말고
그냥 좀 말하지?

 

벤지가 인수할 거예요

 

벤지? 벤지 반즈?

 

제 남친 벤지가
제이에게 제안했고

 

제이가 단번에 수락했어요

 

자기도 이 일에 가담했어?

 

네, 런웨이와 편집장님을
지키려고요

 

언제까지고 편집장으로
계실 수 있게요

 

잠깐, 미안...

 

생각이 안 맞는 건
진작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나를 배신할
사람일 줄이야

 

배신이요? 아니에요

 

편집장님을 위해서
런웨이를 지키려는 거예요

 

아니, 에밀리 양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아니에요
얼마나 진심인데요

 

에밀리

 

에밀리, 말씀드려

 

그래, 에밀리

 

말해줘

 

맞아

 

벤지는 날 위해
런웨이를 인수하는 거야

 

내가 운영하도록

 

그게 무슨 소리야?

 

편집장님은
할 만큼 하셨어

 

역사적인 업적이지

 

하지만
새로울 게 없어

 

난 참신하고 훨씬 젊어

 

난 패션을 선도하고 싶어
쫓아가는 거 말고

 

왜 이러는 거야?

 

저분은 아실 거야

 

전혀 모르겠는걸

 

날 쫓아냈잖아요

 

그런 적 없어

 

날 없애버리려고
디올에 꽂았잖아요

 

대체 왜 그런 거예요?

 

네가 런웨이를 맡으면
안 되는 이유와 같아

 

분명 아름답고
머리도 좋지만

 

넌 그릇이 못 돼

 

미안하지만
눈앞의 것밖에 못 봐

 

장사꾼일 뿐이지

 

알지도 못 하면서

 

날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아주 잘 알지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너도 알 거야

 

나가봐

 

벤지네 법무팀이
곧 연락할 거예요

 

세부 사항 정리해서

 

진짜 몰랐어요
정말 죄송해요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 건데

 

저녁 만찬에
그러고 갈 건 아니지?

 

안녕, 어쩐 일이야?

 

앤디, 기획서 보고
우리 팀장 완전 난리야

 

완벽해

 

그거 말인데

 

이거 완전 금광이야

 

제안서랑 계약서 보낼게

 

앤디
5만 아니고

 

10만도 아니고

 

35만이야

 

35만 달러라고!

 

- 아니야
- '아니야'?

 

뭐가 아니야?
'만세'를 잘못 들었나?

 

이 책으로 미란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뭐 어때
악독한 여자잖아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냐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너도 들어는 봤지?

 

저기...
나중에 걸어도 돼?

 

연락 줘서 고마워

 

달은 벌써 갔다 왔잖아

 

근데 또 화성에 가자는
애들이 있네?

 

화성은 개뿔

 

차라리 저 불타는
태양에 간다고 하지?

 

몇백 년을 쳐다봤어도
미지의 땅이잖아

 

로켓 하나 만들어서
이카루스라고 해야지

 

이카루스는 태양
가까이 가긴 했어

 

- 아주 가까이 갔지
- 그래서 통구이 됐잖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말이 안 되잖아

 

- 아니야
- 왜 그래?

 

잔뜩 긴장한 고양이 같네

 

- 칭찬이에요?
- 아니

 

- 잠시만요
- 혹시...

 

몰라, 한번 볼게

 

죄송합니다

 

발표 준비 됐어요

 

준비되면 말하세요

 

아직 사인을 안 했어요

 

세부 내용 조율 중이라

 

그렇군요

 

에밀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다니 참 대단하네요

 

에밀리가 이것저것
판을 짜고 있겠지만

 

런웨이의 전통만은
유지됐으면 좋겠군요

 

글쎄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

 

저 같은 사람도
따라가기 벅찬걸요

 

전통은, 뭐...

 

아마도 빠른 시일 내에

 

모델도 현장 무대도
필요 없게 될 거예요

 

디자이너도

 

다 AI로 하겠죠

 

그렇게 되더라도
어떤 건 남겠죠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향한
헌신이라든가

 

인간이 이뤄낸
위대한 성취라든가

 

그럴지도 모르죠

 

그런데

 

한번 둘러봐요

 

여긴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어느 제국의 도시였지만

 

이젠 흔적만 남았잖아요

 

세상은 변화하고 있는데

 

인간은 그걸
이해 못 하는 거죠

 

미래는 우릴 향해
돌진하고 있어요

 

폼페이를 향해
돌진한 용암처럼

 

그 흐름을 받아들이는 게
우리가 할 일이죠

 

언젠가 인류가
집어삼켜지더라도

 

그게 자연의
섭리일지도 모르죠

 

그럴지도 모르죠

 

실례

 

"이것이 행복이다
니얼 윌리엄스"

 

자기야

 

와줬네

 

응, 미안

 

코펜하겐에선 항공기
지연이 일상이지 뭐야

 

뭐야, 왜 그래?

 

때가 오는 건
언제 알게 되는 걸까?

 

알게 돼

 

내가 떠나면

 

어떻게 될까?

 

나한텐 뭐가 남지?

 

뭐가 남냐고?

 

쌍둥이도 있고

 

문제견도 하나 있고

 

언제 그 녀석 얘기 좀 하자

 

그리고

 

내가 있지

 

그럴까?

 

그럼

 

그야

 

당연하지

 

당연해

 

하지만 그런 건

 

당장의 기분으로
뭘 결정하지 마

 

그저 내일을
상상하는 거야

 

일어나서
에스프레소 마시고

 

창밖으로 보이는
밀라노를 천천히 감상하고

 

그다음 뭘 할지
생각하면 돼

 

나와

 

정신 차려
우리 할 일 있어

 

여기서 우리는
널 말하는 거야

 

난 쇼 참석하고
넌 전화 돌리고

 

네가 괴롭혀야 할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저도 이러고 싶진 않은데
부탁드릴게요

 

제발 깨워주세요

 

깨워주세요
깨워도 돼요

 

안 깨우면
나중에 후회할걸요

 

다시 전화할게요
깨워요

 

좋은 소식이에요
시간 없어요

 

입 다물면
번호 줄 거예요?

 

아시잖아요

 

이쪽 보스가 그쪽 보스보다
무섭거든요

 

꼭 통화해야 돼요

 

최대한 빨리

 

진짜 종일 걸었어요

 

제발 깨워줄래요?

 

카페인 많이 마셨어요
그래서요?

 

미란다!

 

앤드리아 아직 안 왔어?

 

다시 해볼래요?

 

아뇨, 상황 봐서 말고
지금 당장

 

기회를 놓칠 거예요?

 

죄송합니다
시간이 돼서요

 

앤드리아
아직 연락 없어?

 

아직요

 

- 어느 쪽이야?
- 이쪽입니다

 

가가

 

연락받고 놀랐어요

 

그래요?

 

왜요?

 

나 싫어하잖아요

 

말도 안 돼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런웨이의 모두가
감사해 하고 있어요

 

무슨 수로 안 해요

 

나이젤이 다시는 커버에
안 올려준다는데

 

나이젤이 그래요?

 

그런 말
못 하는 사람인데

 

그렇네요

 

듣고 보니

 

딱 누구 말투 같네요

 

의상 입으시죠

 

가야겠네요

 

그럼 수고해요

 

잘 가요

 

누가 들여보냈어?

 

저도 이해하죠
그래도 혹시...

 

정말요?

 

좋아요, 감사해요!

 

감사해요
당장 말씀드릴게요

 

정말 감사해요!

 

하루 종일 걸렸고

 

통화료 나오면
까무러칠지도 모르지만

 

해냈어요

 

계획이 통했어요

 

확실해?

 

네, 근데 하려면
지금 가셔야 해요

 

- 지금?
- 그럼요, 당장 가야죠

 

문제가 좀 있어
난 행사 주최해야지

 

기조 연설도 해야 돼

 

대신할 사람 있어요

 

런웨이를 대표할
사람이 있어요

 

맡기면 편집장님만큼
해내실 분이에요

 

누구?

 

아마 싫다고...

 

본인이 극구...

 

이런 거 하고 싶은
사람이었으면

 

내가 알았겠지

 

그래, 서둘러줘

 

내가 자기를
당연하게 여긴 걸까?

 

네?

 

모두가 불평하고
목소리 높이고

 

징징대고 헛발질하고

 

실수를 덮으려
안달인 이 세계에

 

자네가 있었어

 

늘 있어줬어

 

네, 뭐...

 

당신이 필요해
자기 도움이 필요해

 

네

 

난 지금 가야 하니까

 

날 대신해서
연설을 해줘

 

아뇨, 그건 못 해요

 

- 안 되긴, 충분히 훌륭해
- 아니에요

 

된다니까

 

게다가 이 연설문도
자네가 썼으니

 

누구보다 잘 알잖아

 

부탁할게, 나이젤

 

그래요, 알겠어요

 

고마워

 

네

 

네겐 너무 익숙한
그 오랜 욕망처럼

 

다시 산 채로 집어삼키고

 

고통을 연료 삼아
지옥으로 달리는 롤러코스터

 

날 사로잡는 신기루

 

또 다른 연인의
열기에 녹아내려

 

그는 깊이 빠져들어
기회는 끝났어

 

그녀의 유혹에
넌 제자리를 맴돌아

 

맴돌아, 맴돌아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떠올려

 

그건 그녀의 실루엣

 

그녀의 실루엣

 

그녀의 실루엣

 

그녀의 실루엣

 

그녀의 눈에 담긴
바이올렛

 

손에 잡히지 않는 바디

 

무덤으로 데려가줘
신을 찾았으니까

 

그건 그녀의 실루엣

 

그녀의 실루엣

 

그녀의 실루엣

 

오늘 저는 사랑에 대해
말하려 합니다

 

런웨이와 이탈리아 사이의
깊은 애정을요

 

또 우리가 이토록 사랑하는
이 세계 속

 

탁월함과 독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런웨이의

 

끊임없는 여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바로 패션의 세계를
걷는 여정입니다

 

돈이 문제가 아냐

 

얼마를 들이부어도

 

이번 인수는 무진장
남는 장사라고 봐

 

잡지사는 물론이고

 

나한텐 없는 창의성까지
득템하는 거잖아

 

나도 생각한 게 있어

 

과한 거 같으면 말해줘
인수 후 첫 호의

 

표지 모델은

 

사자 조련사?
마술사 조수?

 

- 공중그네 곡예사?
- 진짜! 여기가 서커스야?

 

아니, 나 말이야

 

그렇구나!

 

거 기발하네

 

좋아!

 

좋잖아

 

난 롤모델이니까

 

롤모델이 꼭 깡말라야
되는 건 아니잖아

 

- 맞아
- 체격이 좀 있지

 

홍보실에 얘기해서

 

당장 발표하라고 해야겠다

 

- 자기가 표지 모델이라고
- 하루 종일 찾네

 

뭐야, 브래드?

 

비율 조정 가능해?

 

현금 얼마?

 

지분은?

 

공동으로?

 

- 시크하고 차갑게
- 그래

 

그래

 

그렇게 해

 

크리에이티브 쪽은
나한테 맡겨

 

심플하게 흑백으로 가자

 

난 흑백 싫어

 

- 왜?
- 좀 촌스러워

 

- 옛날 할리우드처럼 우아하잖아
- 자

 

잠깐 들어봐요

 

전부터 그룹을 통째로
매각하고 싶었는데

 

애착 때문인지
아버지가 반대했어요

 

근데 방금 난데없이
제안이 와서

 

수락했어요

 

- 잠깐만요
- 잠깐

 

런웨이를
딴 데 팔았다고요?

 

런웨이를 포함해
그룹 전체를 넘겼어요

 

아니라고 해요

 

미안해요, 여러분

 

아니, 선수분들

 

- 아냐, 아니야...
- 차라리 잘됐네

 

- 아냐...
- 흥분하지 마

 

아냐, 아니라고

 

자기 화내는 거 싫어

 

이 지경이 되기까지
보고만 있어?

 

누구 짓이야?
누구야!

 

저는 미란다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어요

 

런웨이 편집장이자
글로벌 총괄인 당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에요

 

여러분의 역량을
세계에 보여주세요

 

그럴 겁니다

 

그래야죠

 

정말 회사 일엔
간섭 안 할까요?

 

들었잖아

 

내버려두겠지
당분간은

 

고맙다고 해야겠네

 

네 덕에 정신이 들었어
어쨌든

 

그래도 책은 써

 

35만이면
적은 돈은 아니잖아

 

어떻게 알았냐고?
앤디...

 

이런 소식은 원래
빠르게 퍼지는 법이야

 

빛보다도 빠르지

 

그러니까 꼭 써

 

자극적인 요소들도
빠뜨리지 말고

 

내가 얼마나 성미가 급한지

 

그리고

 

또 얼마나 까탈스럽고
고약한지

 

아이들 크는 모습도
얼마나 놓치고 살았는지

 

그런 거

 

전부 다 써

 

사람들도 알아야지

 

대가가 따른다는 걸

 

그런데 이 일이
좋은 걸 어떡해

 

정말 좋아
넌 안 그래?

 

그래, 정말 좋아

 

네가 제대로만 쓰면

 

그 덕에 몇 년은 더
정상에서 버티겠지

 

그래도 제가
그럴 순 없어요

 

이젠 싫어요

 

왜?
이제 같은 팀이라?

 

그래, 그렇게 해

 

날 구하고 싶었다고
자기 자신을 속여봐

 

그 이야기도
나쁘진 않으니까

 

넌 좋은 스토리텔러인 건
맞지만

 

네가 구하고 싶었던 건
너 자신이야

 

우리 회사는

 

가라앉는 타이타닉 옆에
하나 남은 판자일 뿐이고

 

지금이야 둘 다
매달릴 자리가 있지

 

하지만

 

그럴지도 모르죠

 

제 삶을 지키기 위해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함께
멋진 일을 할 수 있잖아요

 

달리 선택지도 없잖아

 

피노키오

 

못살아

 

고맙긴 너무 고마운데

 

쟤 이런 거 안 사줘도 돼

 

꼭 필요해서 사나?
공짜 싫어하는 사람 봤어?

 

발렌티노잖아, 미쳤다!

 

맘에 들어?

 

- 너 나 사랑하는구나
- 사랑하지

 

- 고마워
- 고맙긴

 

그래서

 

- 아직 연락 안 했어?
- 응

 

말실수할까 봐 걱정돼

 

가서 만나
만나서 말실수도 하고

 

다 그러는 거야

 

잠깐

 

다시 봐서 좋다는 말
배워놨어

 

- 이탈리아어로?
- 그래, 나름 이탈리아어였어

 

나도,소노...

 

이탈리아어로
다시 봐서 반가워

 

저기...

 

우린 첫 인사도
완벽하지 못했고

 

마지막 인사는 더더욱
완벽하지 못했지만

 

그건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몰라

 

그러니 완벽하지 않은 채로
함께하면 어떨까 싶어

 

나도 좋아

 

- 다시 안녕
- 다시 안녕

 

안녕

 

- 머리 멋있네
- 고마워

 

그래, 내가 잘못했어
아주 제대로

 

괜찮아

 

정말?

 

잘못은 누구나 해

 

그 말 들으니까
좋긴 하네

 

네가 그 잘난 소신을
굽혔다는 게 쇼킹하지만

 

뭐, 그럴 때도
있는 거지

 

'코치'에선 좀 어때?

 

뭐, 괜찮아
솔직히 아주 잘 지내

 

전엔 프랑스어
못한다고 갈궜거든

 

지긋지긋했어

 

너한테 전화했던 거 알아?

 

응, 그러니까 왔지

 

아니, 너 옛날에
런웨이 나가고

 

전화했었어

 

- 나한테?
- 응

 

선배가...

 

맞다, 그거 실수로
눌렀다고 했잖아

 

어휴, 진짜

 

실은 그때
혼자 생각했었어

 

친구가 됐음 하고

 

- 어떡해...
- 그런 표정 하지 마

 

- 별거 아냐
- 나랑 친구 하고 싶었어?

 

근데 너무 늦었잖아
안 그래?

 

- 왜?
- 난 업계에서 찍혔으니까

 

나한텐 아닌데

 

이 말만은 해야겠어

 

선배도 기회를 잡아서
원하는 걸 이루는 날이 올 거야

 

과연 그럴까?
나 벤지랑 헤어졌잖아

 

그런 물주를
또 어디 가서 찾냐고

 

그런 사람 필요 없어

 

럭셔리 브랜드, 물주
다 필요 없어

 

아무것도...
왜냐면 선배는

 

아이콘 그 자체니까

 

굉장히 기분 좋은 칭찬이네

 

그럼

 

친구?

 

손잡는 건 거절하지만
그래, 친구 해

 

됐다

 

근데 내 눈썹이
뭐가 어때서?

 

뭐... 그걸로
죽을 정도는 아닌데

 

나랑 어디 좀 가자
딴사람 만들어줄게

 

- 알았어
- 그래

 

- 고마워요
- 이건 제가...

 

아니, 내가 시켰어

 

나도 탄수화물 좀 먹자
애피타이저잖아

 

탄수화물도 나눠 먹으면
0칼로리인 거 알아?

 

그래
그런 거 같아

 

진, 그만하라니까
너도 주니어 에디터잖아

 

우린 운명이잖아요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서
똑같은 거 마시는걸요

 

고마워

 

- 그 드레스...
- 고티에예요

 

판매 글에 오타가 있는 걸
매의 눈으로 찾아서 득템했죠

 

- 나이젤, 그거...
- 그래

 

예산 짜는 중이야

 

신기하지 않아요?
같이 계속 일하는 거

 

말씀처럼
진짜 인연인가 봐요

 

그렇네

 

인연도 있지만

 

타이밍 맞게 제이에게 보낸
문자도 있었지

 

온갖 미사여구로
널 추천하는 문자

 

설마 그 자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생각했어?

 

이리 와

 

착하기도 하지

 

넌 영원한 나의 앤디야

 

여기 마지막 폴더
제1 비서 거야

 

저네요, 감사해요

 

승진 축하해, 아마리

 

감사해요
저 그동안 진짜 잘했죠?

 

물론이지

 

- 너도 축하해
- 감사해요

 

안녕

 

미란다 프리슬리 씨
사무실입니다

 

다음 달 메인 기사
초안 출력본이에요

 

- 고마워
- 별말씀을요

 

뭐 할 말 있어?

 

지금은 없어요

 

가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