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양 연 화
in the mood for love

 

장 만 옥

 

양 조 위

 

감독 왕 가 위

 

그와의 만남에 그녀는
수줍어 고개 숙였고...

 

그의 소심함에 그녀는
떠나가 버렸다

 

1962년 홍콩

 

생선이 싱싱하니
많이 들어요

 

식사하시는데 죄송해요

 

아니에요, 앉죠

 

늦게 오셨네요

 

직장을 마치고 오느라...

 

뭐라고 부르면 되나요?

 

수엔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남편 성씨가?

 

첸이에요

 

결정되면 언제든 와요

 

여기 전화번호 알아요?

 

적었어요

 

그럼 됐고 배웅해 드리죠

 

- 조심해서 가요
- 고마웠어요

 

- 안녕히 계세요
- 이사 때 봐요

 

여기 방이 있다던데?

 

이런!
방금 저 부인에게 나갔어요

 

그래요?

 

몇 식구죠?

 

아내와 둘이오

 

그럼 옆집에 한번

 

세를 놓나요?

 

그럼요...
아들이 결혼을 해서...

 

빈방이 하나 났을 거예요

 

고마워요

 

지금 아마 있을걸요

 

이쪽이야

 

그쪽 아니라고

 

또 틀렸어

 

벽 조심해요

 

조심

 

찬장은 위쪽에

 

조심해 주세요

 

거긴 아니에요...
이쪽...

 

차우 씨,
옷장도 여기 거요?

 

- 이건 아닌데...
- 그래요?

 

옆집 거겠죠

 

또 잘못 옮겼군

 

이 신발은 아니에요

 

옆집 건가 봐요

 

두 집이 공교롭게
같이 이사를 했어

 

바깥 양반은?

 

지금 해외 출장 중이에요

 

그럼 기다렸다 이사하지

 

혼자 이사하면 힘들잖아

 

- 괜찮아요
- 나도 좀 돕도록 할게

 

아니에요, 제게 맡겨요

 

그럼 수고해요

 

- 내 책이 아닌데
- 또?

 

내가 갖다주죠

 

여기 책 맞죠?

 

제 남편 책이군요

 

일본 서적인데

 

회사 사장님이 일본인이죠

 

남편 성함이?

 

첸이에요

 

전 차우라고 합니다
또 뵙죠

 

고마웠어요

 

별 말씀을...

 

첸 부인...
식사 같이 해요

 

공항에 나가봐야 해요

 

- 남편이 오나보죠?
- 네

 

어서 가봐요

 

나가나 보죠?

 

늦었어요

 

여기 술 좀

 

건배!

 

차우 부인,
우리 상해 요리 좀...

 

첸 부인은 나가나 보던데...

 

공항에 남편 마중 나갔어요

 

차려 입었길래...

 

짐 싸뒀어요,
잘 갔다와요

 

걱정 마

 

이번엔 얼마나 걸리죠?

 

한 4주 정도

 

올 때 잊지 말고...

 

핸드백 두 개 더 사와요

 

누구 줄 건데?

 

우리 사장님

 

두 개나?

 

알잖아요

 

다른 색깔로?

 

같은 거라도 상관 없겠죠

 

잠깐 이리 와봐

 

사모님

 

사장님이...

 

늦으신다고
먼저 식사하시래요

 

요즘 무척 바쁘세요

 

전화 드리라고 말씀드리죠

 

그럼 안녕히...

 

집에 전화했소?

 

네, 늦으신다고

 

식당 예약은?

 

8시예요

 

유 양도 곧 온다더군요

 

갔다 오겠소
먹을 것 좀 사다줘?

 

전 집에 가서 먹죠

 

그럼 대충하고 퇴근해요

 

문 잘 잠그고

 

퇴근하세요?

 

- 나가시려고?
- 네

 

어디 가려고?

 

국수 좀 사려고요

 

마침 생선스프를 끓이는데...

 

아녜요,
바람도 쐴 겸 나가려고

 

- 체면은...
- 다음에 먹죠

 

왕마, 식사 준비됐어요?

 

당신 휴가 말이에요

 

얘긴 해봤나요?

 

나야 가고 싶죠

 

오늘 일찍 퇴근할 거예요

 

- 안녕
- 안녕

 

차우

 

갈게요

 

그만 퇴근해
내일 마저 하고

 

조금만 하면 끝나요

 

명 형

 

- 나 휴가 낼 거요
- 왜?

 

아내랑 오랜만에
여행이나 가려고

 

좋지,
대신 갔다와서 한턱내

 

그 정도야

 

내일 봐요

 

다 됐어

 

아냐,
스위치가 꺼져야 돼

 

아직 멀었다니깐

 

전기밥솥이잖아,
샀어요?

 

우리가 이런 걸
어디서 사요

 

첸 부인 거지

 

남편이 일본에서 사왔어요

 

한번 보고 싶대서

 

다 됐어

 

한번 먹어봐요

 

첸 부인

 

우리 것도 하나 사다줘요

 

그러죠

 

차우 씨도 하나 주문해요

 

부인이 직장 땜에 늘 늦던데

 

폐가 될까 봐서

 

이웃 좋다는 게 뭔데

 

괜찮아요
어차피 자주 나가니깐

 

그럼 하나만...

 

밥 다 됐어!

 

- 다들 와서 드세요
- 빨리들 와요!

 

전기밥솥,
정말 고마웠어요

 

별 말씀을...

 

밥솥 값을
얼마나 드려야 하죠?

 

부인이 주셨어요

 

그래요?

 

몰랐어요?

 

직장 땜에...

 

늘 늦게 오니...

 

부인도 힘들 거요

 

그렇죠

 

부인께선?

 

잠깐 나갔소
할 말이라도?

 

동료가 싱가폴에 가는데...

 

티켓을 싸게 살 수 있는지

 

들어오면 물어보죠

 

계속 귀찮게 하는군요

 

이웃 좋다는 게 뭐겠소

 

그럼 쉬세요

 

나 찾았어?

 

찾았지, 어디 갔었소?

 

무슨 일인데?

 

첸 부인이...

 

모자 찾아가래요

 

일부러 슬쩍 두고 온 거라고

 

정신 차려요

 

그녀는 유부녀예요

 

유부녀면 어때?

 

서로 맘만 맞으면 되지

 

자네도 단속 잘 해

 

혹시 모른다고

 

우린 안 그래요

 

전화나 좀 해줘

 

내일 내가 고마워서
점심 사겠다고

 

꿈 깨요
퇴근 때 모자 갖다 달랬어요

 

무슨 소리야! 그럼 안 되지

 

그럼 지금 당장 가자고

 

지금 퇴근시간이니 기다렸다...

 

꿈 깨라니깐

 

차우!

 

갈게요, 그만 가봐요

 

그럼 난
당신 집에 가서 받을 거야

 

잠깐, 펭

 

혹시 구 씨 여기 있나요?

 

나가던데...
신문 땜에?

 

나중에 오죠

 

- 제가 찾아드리죠
- 고마워요

 

- 이거 맞죠?
- 네

 

연재 소설...
저도 꼭 읽죠

 

무협물을 좋아해요?

 

한때는 써볼 생각도 했었죠

 

왜 안 썼어요?

 

자질도 없는 거 같고...

 

직장이 우선이라...

 

제게 몇 권 있는데
빌려드려요?

 

아녜요, 다음에
그럼...

 

그 책들은 뭐죠?

 

차우 씨 책인데
돌려주려고

 

며칠째 안 보여

 

왜요?

 

부인과 다퉜나봐

 

내게 두고 가면
내가 전해주죠

 

고마워요

 

오지 말아요

 

밤 근무라...

 

꼬박 샐 거예요

 

걱정 말아요
먼저 자요

 

벌써 퇴근했죠

 

그래요?
저녁을 사주려고 했는데

 

일찍 퇴근한다고
말 안 했어요?

 

입이 무거운 편이라...

 

먼저 가 있겠죠

 

그럼 수고해요

 

안녕히...

 

안녕하세요?

 

입원 안 했소?

 

딴소리말고...
돈이나 좀 꿔줘

 

돈은 왜?

 

쪽 팔려서 말이야

 

어쨌길래?

 

호 씨 때문이지

 

병원에 있는데
호 씨가 와서...

 

진짜 확실한
경마 정보가 있대서...

 

걸었다가 모조리 날렸어
알거지 된 거지

 

경마 같은 걸 왜 해요?

 

꿈자리가 좋길래
한번 덤벼봤지

 

그리곤 열받아 사창가로 갔지

 

돈 한푼 없이?

 

난 통하게 돼 있어

 

외상으로 여자를 샀단 거요?

 

단골이 있어, 가끔 그러는걸

 

어떻게?

 

신분증만 맡기면
만사 오케이야

 

나중에 돈 생기면
갖다주면 되고

 

그런데?

 

내 신분증을
사람들에게 다 보였어

 

개쪽 당한 거지
빨리 석 장만 꿔줘

 

나도 얼마 없어요

 

내가 쓸 것 빼고
여기 나머지...

 

다음 달에 갚을게

 

- 야참이나 하지
- 야참?

 

오늘 종일 굶었어

 

이거나 끝내고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어

 

뭘?

 

자네 부인을 봤어

 

볼 수도 있죠

 

그게 아냐

 

남자와 있더라고

 

그냥 친구겠죠

 

어쨌든 알아두라고

 

미스 유? 저예요

 

사장님이 저녁에
시간을 못 낸다고

 

요즘 무척 바쁘세요

 

네, 전화드리라 하죠...
안녕히 계세요

 

- 바쁘다고 했소?
- 네

 

뭐래요?

 

전화 달랬어요

 

그리고 사모님이
빨리 오시라고

 

- 생일 선물은?
- 여기요

 

- 뭐지?
- 스카프예요

 

- 좋아하실 거예요
- 고맙소

 

- 여기 남은 돈요
- 그냥 가져요

 

나 땜에 애썼는데

 

집에 같이 가도 되는데

 

아녜요,
영화나 한편 보려고

 

그럼 안 잡겠소

 

내일은 한가하니
천천히 출근해요

 

- 안녕히 가세요
- 수고해요

 

이따 외출할 거예요?

 

키 잘 챙겨요

 

문 꼭 잠그고

 

전 늦을 거예요,
밀린 일 땜에

 

무슨 일이죠, 첸 부인?

 

소리가 나길래
주인이 왔나 해서

 

아직 안 왔어요
무슨 용건이라도?

 

그냥 얘기나 좀 할까 해서

 

- 혼자 계세요?
- 네

 

일찍 퇴근했네요

 

몸이 안 좋아서 좀 쉬려고요

 

괜찮다면 제게 약이 있는데...

 

아녜요, 푹 자면 낫겠죠

 

그럼... 쉬세요

 

당신 부인이에요

 

아내에게 얘기했나요?

 

그럼 당분간 만나지 말죠

 

필리핀에서 연락 없소?

 

태풍 땜에...
배가 뜨질 못 하고 있대요

 

그럼 알려줘요

 

태풍 땜에 도착이 늦어진다고

 

확실히 해야지

 

사모님이 전화하셨어요

 

친구분들과 놀다
좀 늦을 거라고

 

미스 유가 선물을...

 

여기 왔었소?

 

아뇨, 보냈어요

 

생일이신데
같이 못 해 아쉽다고

 

혼자 식사 하겠대요

 

- 커피 더 드리죠
- 그래요

 

고맙소

 

타이가 예쁘네요

 

그렇게 보여?

 

사실 자신이 없었는데

 

잘 어울려요

 

먼저 나갈게

 

식당에 있을테니
급하면 연락주고

 

타이가 바뀌었네요?

 

자신이 없어서...
편한 게 좋은 거지

 

단속 잘 하고

 

요즘 남편께서
안 보이시던데

 

또 해외 출장 나갔어요

 

계속 국수를 사 드시길래

 

혼자선 입맛도 없고

 

부인도 요즘 안 보이시던데

 

장모님이 안 좋아
처가집엘 좀...

 

그랬군요

 

- 안녕히
- 안녕히

 

벌써 왔네

 

비가 쏟아지길래
우산을 갖다주려 했지

 

부인!

 

비 맞았네

 

우리랑 같이 식사해도 되는데

 

아녜요, 많이 드세요

 

남편이 없으니
청상과부가 따로 없지

 

늘 저렇게 차려입고 다녀요?

 

휴게실에서 뭐 하세요?

 

주인 전화가 와서

 

늦었군요

 

영화 한편 봤어요

 

그럼 안녕히

 

여보세요

 

기다리세요

 

- 누구 전화죠?
- ‘첸’ 부인 좀

 

개인적으로 하나
물을 게 있어서요

 

아까 본 핸드백
어디서 산 거죠?

 

그건 왜요?

 

아내에게도
하나 사줄까 해서요

 

정말 자상한 남편이네요

 

그렇지도 않아요

 

아내 생일인데
뭘 선물해야할지 몰라서

 

하나 부탁할 수 있을까요?

 

제 거랑 똑같으면
안 좋아하실 텐데

 

미처 그 생각은...

 

싫어할까요?

 

아마 좋아하진 않겠죠

 

다른 색깔로 한다면?

 

남편에게 부탁해보죠

 

왜요?

 

남편이 해외에서 사온 거라

 

여기선 팔지 않아요

 

그럼 관두죠

 

사실...

 

저도 하나 물을 게 있어요

 

뭔데요?

 

그 타이 어디서 샀죠?

 

제 타이는...

 

전부 아내가 사다주죠

 

그래요?

 

그러고 보니...

 

이것도 해외여행에서 사온 거라

 

여긴 없겠군요

 

신기하게 똑같군요

 

그래요

 

사실...

 

제 남편도
똑같은 타이가 있어요

 

사장님이 사줬다며

 

날마다 매고 나가죠

 

제 아내도
같은 핸드백이 있죠

 

사실... 봤어요

 

짚이는 거라도?

 

저만 그렇게 생각하나 했죠

 

둘이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늦었는데 아내가
뭐라고 않겠어요?

 

신경 안 써요,
늘 늦는걸요

 

어떻게... 그쪽 남편은?

 

벌써 잘 텐데요, 뭐

 

오늘 나랑 같이 있죠

 

남편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그럼 어떻게?

 

여하튼 아녜요

 

둘 사이는 분명한 거고

 

그럼 남자가 먼저 그랬겠죠

 

늦었는데 아내가
뭐라고 않겠어요?

 

신경 안 써요, 늘 늦는걸요

 

남편은 뭐라고 안 해요?

 

벌써 잘 텐데요, 뭐

 

난 말 못 해

 

어쨌건...

 

둘 사이는 분명한 거고

 

누가 먼저냐는 중요치 않죠

 

부인에 대해 잘 아세요?

 

당신이 주문해요

 

왜요?

 

뭘 좋아하는지 모르잖아요

 

남편은 뭘 잘 먹죠?

 

괜찮아요?

 

부인이 겨자를 좋아하나 보죠?

 

낮에 사무실엔 왜 전화했죠?

 

당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제 남편도 늘 그렇게 말했죠

 

오늘은 왜 전화 안 했어요?

 

귀찮아할까 봐

 

그런 적 없어요

 

‘첸’ 부인, 남편 편지야

 

이건 ‘차우’ 씨에게 온 거예요

 

일본 우표를 보고
당신 남편이 보냈나 했지

 

세상에...

 

부인이 일본에 있죠?

 

어떻게 알죠?

 

편지에 뭐라고 썼어요?

 

글쎄요

 

언제쯤 돌아온다는 말은?

 

없어요

 

둘이 대체 뭘 하고 있을까요?

 

- 괜찮아요?
- 네

 

저기 앞에서 내릴게요

 

왜요?

 

같이 들어가면 안 되죠

 

그럼 내가...

 

- ‘첸’ 부인
- 어쩐 일이에요?

 

‘차우’ 씨 보려고?

 

전화했더니 많이 아프대서

 

어디 가요?

 

열도 많이 오르고...

 

혼자라서 입맛도 없나 봐요

 

그럼 요리나 좀

 

그런 건 싫대요

 

그럼 뭘로?

 

갑자기 참깨죽이
먹고 싶다나

 

왕마! 왕마!

 

방금 빨래 널러 나갔어요

 

일찍 왔네요

 

나갔다 와요?

 

오늘이 친정엄마 생일이라

 

뭐 좀 사드리고 왔죠

 

얼마나 피곤한지

 

머리했는데 어때요?

 

예쁘네요

 

뭘 해요?

 

갑자기 참깨죽이 먹고 싶어서

 

혼자서 그렇게나 많이?

 

생각날 때 실컷 먹어야죠

 

하긴...

 

- 좀 드실래요?
- 좋죠

 

이제 오세요?

 

외출하세요?

 

출출해서 국수나 사 먹으려고...

 

괜찮으면 같이 가시죠

 

아녜요

 

늦었는데...
일이 많은가 보죠?

 

심심해서 영화 한편 봤어요

 

어땠어요?

 

그냥

 

- 나도 영화 좋아하는데
- 그래요?

 

결혼 전엔
영화도 자주 봤는데...

 

결혼하고 나니...

 

맘대로 안 되네요

 

그렇지 않나요?

 

가끔은 결혼 한 게
후회되곤 해요

 

그쪽은요?

 

훨씬 행복했죠

 

결혼이 이런 건 줄
정말 몰랐어요

 

혼자일 땐...
뭐든 맘대로 했는데

 

둘이 되고 나니

 

거기 맞춰 살아야해요

 

너무 생각 말아요
곧 적응되겠죠

 

당신은요?

 

요즘 난...
편히 살려고 해요

 

내 잘못도 아닌데...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도 않고

 

짧은 인생에...

 

뭔가 다른 걸 찾아야죠

 

그 다른 게 뭐죠?

 

무협소설을
다시 써볼까 해요

 

벌써 쓰고 있는데
한번 볼래요?

 

좋죠

 

같이 구상을 해도
좋을 텐데

 

글쎄요...
난 읽기나 하죠

 

그러지 말고...

 

그럼 같이 해보죠

 

참깨죽 잘 먹었어요

 

그냥 만드는 김에
드린 건데

 

그날 따라 유난히
그게 먹고 싶었죠

 

우연이 통했네요

 

정말이요

 

그럼 전 이만...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셔대는지

 

- 덕분에 놀지도 못 했잖아
- 빨리 화장실로

 

나요

 

큰일났네,
어떻게 나가죠?

 

좀 기다려 보죠

 

늦게 돌아올 줄 알았는데

 

할 수 없죠
국수나 같이 먹어요

 

조금 놀다 가겠죠

 

국도 줘요?

 

괜찮아요

 

‘손’ 부인,
오늘은 밤새 놀 거요

 

밤새 뿌리 뽑을 모양이야

 

오랜만에 실컷 노시죠

 

시끄러울 텐데

 

밤새 노실 수나 있겠어요?

 

몇 판 돌리고 끝내야지

 

아침까지 갈 것 같죠?

 

끝낸댔는데

 

그걸 믿어요?

 

눈 좀 붙여요
가면 깨울 테니

 

당신은?

 

글이나 쓰죠

 

어디 쓰죠?

 

사부 나오는 데

 

사부가 언제 나왔죠?

 

지금 막...

 

‘차우’ 씨, 일어났네

 

먹을 거 좀 사려고

 

회사는?

 

몸이 좀 안 좋아서

 

계속 사 먹으니 그렇지

 

만성이 된걸요

 

몸이 최고야

 

잘 잤어요?

 

다들 갔나요?

 

아직...
‘양’ 씨는 일 땜에 곧 갈 거고

 

‘채’ 씨가 또 온댔죠

 

제 사무실에 전화했어요?

 

했죠

 

뭐라 말했어요?

 

몸이 안 좋다고

 

누구냐고 묻지 않아요?

 

아뇨

 

남편이 전화한 줄 알겠죠

 

남편이 출장 중이란 걸 알아요

 

돌아온 척 했죠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 같아요

 

우리야 결백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죠

 

절대 잘못돼선 안 돼요

 

나와요

 

안녕

 

- 왕마
- 오늘 늦었네

 

사무실에 일이 많아요

 

아침에 나가는 걸 못 봤는데?

 

엄마와 약속 땜에
좀 일찍 나갔죠

 

손 부인은?

 

- 밤새 마작하고는 곯아떨어졌지
- 그래요?

 

다리는 왜 절지?

 

새 신발이라

 

오늘 왜 식사하자고 했어요?

 

도움만 주곤 돈을
받지 않으려 하니

 

저야 아이디어나 줬죠

 

또 연재를 해 보래요

 

지면을 주겠다고

 

그래요? 시간이 없을 텐데

 

장소를 하나 찾았죠

 

어떤?

 

글 쓸 장소

 

이젠 오기에도 편할 거예요

 

사람들에게...
들킬 염려도 없고

 

어때요?

 

괜한 낭비 같아요

 

나 없이도...

 

당신은 잘만 쓰잖아요

 

누굴 찾죠? ‘차우’ 씨요?

 

오늘 결근했어요

 

우리도 궁금해요

 

전화하신 분 성함이?

 

무슨 일이시죠?

 

그럼 그렇게 하시죠

 

이거면 충분해요

 

에어컨은 내일 나올 거예요

 

사장님

 

별일 없으면 퇴근해요

 

난 뒤에 가지

 

여보세요

 

어디예요?

 

조리 잘해요

 

좀 쉬고 나면 괜찮겠죠

 

내일 또 올 테니...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뭐든

 

그럼 쉬어요... 푹 자고

 

집에 가면...

 

잘 왔다고
전화로 신호만 줘요

 

그러죠

 

안 올 줄 알았소

 

우린 그들하곤 다르니까요

 

갈게요

 

내 말에 솔직히 대답해요

 

당신 애인 있죠?

 

미쳤어?

 

누가 그래?

 

그건 알 것 없고

 

있어요, 없어요?

 

없어

 

거짓말 할 거예요?

 

날 봐요, 나 좀 봐요

 

정말 애인 같은 것 없어요?

 

있어

 

그렇게 반응하면 안 되죠

 

솔직히 그걸 인정했을 땐
받아들여야죠

 

난 자신 없어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

 

한 번 더 해봐요

 

솔직하게 대답해 봐요

 

당신한테 애인 있죠?

 

미쳤어?

 

누가 그딴 소릴 해?

 

그건 알 것 없고...
있어요, 없어요?

 

없어

 

거짓말 말고...

 

솔직히 말해봐요

 

정말 애인 없어요?

 

있어

 

괜찮아요?

 

인정하고 싶지가 않아요

 

진정해요, 아직은 모르잖소

 

인정하지도 않을 텐데

 

그렇잖소? 진정해요

 

외출이 잦네요

 

네

 

나가는 건
‘첸’ 부인 자유지만...

 

너무 잦아선 안 되죠

 

남편은 언제 오죠?

 

조만간요

 

남편에게 출장을
좀 줄이라 해요

 

부부가 오래 떨어지면
안 좋죠

 

그렇지 않나요?

 

주무세요

 

오늘 올 수 있소?

 

왜요?

 

혼자선 글이 잘 안 되고

 

저쪽에선 독촉을 해대니

 

당분간 못 갈 것 같아요

 

왜요?

 

‘손’ 부인에게
훈계를 들었어요

 

뭐랬길래?

 

몰라도 돼요

 

사실 너무 자주 만났죠

 

‘첸’ 부인,
또 국수 사러 가려고?

 

아뇨,
오늘은 그냥 해 먹을래요

 

마침 야채완탕을 하는데...
그러지 말고 같이 먹어요

 

그러죠

 

- 점심 하셨어요?
- 아직

 

‘차우’ 씨라고 전화 왔어요
전화 달라던데

 

고마워요

 

- 퇴근 한 거요?
- 네

 

- 비가 엄청나죠?
- 네

 

언제 왔소?

 

조금 전에요

 

멎질 않겠는데...

 

잠깐 기다려요

 

같이 가죠

 

안 돼요,
우릴 이상하게 볼 텐데

 

그럼 먼저 가요

 

당신 우산을 보면
더 이상히 여기죠

 

그건 몰랐군요

 

제가 있을 테니...
먼저 들어가세요

 

같이 있겠소

 

얘기나 좀...

 

전화 했었죠

 

선박 티켓을 구하는데...

 

출장이라도?

 

‘펭’에게 연락이 왔는데...

 

‘싱가폴’에 직원이
모자란대요

 

얼마나 있게요?

 

그쪽 상황에 따라서

 

왜 갑자기 떠나려 하죠?

 

주위에서...

 

우리 소문이 무성해요

 

우리만 결백하면
되는 것 아녜요?

 

나도 첨엔...
당신처럼 생각했죠

 

우린 그들과 다르다고

 

근데 틀렸소

 

당신을 위해서라도...

 

내가 떠나야 해요

 

날 사랑했다는 말인가요?

 

나도 모르게...

 

첨엔 그런 감정이 아니었소

 

하지만...

 

조금씩 바뀌어 갔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이 남편과
있다고 생각하면...

 

미칠 정도로...

 

난 나쁜 놈이오

 

부탁이 있소

 

뭐죠?

 

미리 이별 연습을 해봅시다

 

다시는 전화하지 마세요

 

남편이 왔나요?

 

네

 

희망도 없는데

 

그럴 리가

 

다신 전화 않겠소

 

남편 잘 지켜요

 

그만

 

이건 나 땜에 한 거잖소

 

울지 말아요

 

연습인데

 

오늘은 안 들어갈래요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는 ‘메이’ 양과...

 

친구와의 우정을
기린다는 ‘장’ 부인

 

그리고 사업 땜에
일본에 있는...

 

‘첸’ 선생도
이 노랠 청했군요

 

아내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뜻하는...

 

‘화양연화’입니다

 

나요

 

티켓이 한 장 더 있다면...

 

나와 같이 가겠소?

 

나예요

 

내게 자리가 있다면...

 

내게로 올 건가요?

 

1963년 싱가폴

 

‘차우’ 씨는 지금 안 계세요

 

전할 말이라도?

 

그렇게 하시죠

 

누가 내 방에 들어갔소?

 

아뇨

 

없어진 게 있는데?

 

뭔데요?

 

모르죠?

 

옛날엔...

 

뭐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어떻게 했는지...

 

알 게 뭐야

 

산에 가서
나무를 하나 찾아...

 

거기 구멍을 파고는

 

자기 비밀을 속삭이곤

 

진흙으로 봉했다 하죠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산까지 갈 바엔
잠 한숨 더 자겠어

 

그래요?

 

난 자네처럼 감출 비밀이 없어

 

고민 있으면 내게 털어놔

 

고민 없어요

 

날 그렇게 못 믿어?

 

나도 입은 무거워

 

‘싱가폴’ 신문입니다

 

잠깐만요

 

‘차우’ 씨 전화

 

고마워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1966년 홍콩

 

- 누구예요?
- ‘왕마’, 저예요

 

‘첸’ 부인이잖아

 

- 누구예요?
- 손 부인

 

이게 누구야?

 

마침 근처에 왔다가...

 

부탁하신 티켓도 갖다 드릴 겸

 

이건 선물

 

그냥 와준 것만도 고마운데...

 

보다시피 엉망이야

 

벌써 짐을?

 

다들 정든 물건이라...
그렇다고 버리고 갈 순 없지

 

우선 좀 앉아요

 

- 여기 차
- 고마워요

 

시장 봐올 테니
저녁 먹고 가

 

아녜요, 가봐야 해요

 

또 그 체면

 

그냥 가면 부인이
화낸단 말야, 그렇지?

 

나도 차 좀...

 

남편은?

 

잘 지내요

 

얼마나 나가 계실 거죠?

 

글쎄...

 

아예 거기 살지도 몰라

 

왜요?

 

딸애는 이곳
‘홍콩’ 장래가 걱정된대

 

나도 여길 뜨기는 싫지만...

 

옆집의 ‘구’ 씨도
이사가 버렸고...

 

마작할 상대가
있어야 말이지

 

하긴... 이젠 미국에 있는
딸아이 애나 봐줘야지

 

그럼 이 집은요?

 

나도 고민 중예요

 

팔고 싶진 않고...

 

세라도 놓아야지

 

여기 세가 얼마죠?

 

생각 있어요?

 

‘첸’ 부인이 여기 산다면...
싸게 줄 수 있어요

 

생각해보죠

 

여기 차

 

옆집엔 지금 누가 살죠?

 

글쎄...
요즘은 얼굴도 모르고 살아

 

예전에 ‘구’ 씨가 살 때하곤
달라져도 엄청 달라졌어

 

그때가 그리워

 

가족 같았는데 안 그래요?

 

그래요

 

이리 앉아요

 

누구시죠?

 

‘구’ 씨를 찾는데

 

그 양반...
벌써 이사했어요

 

어디로 옮겼죠?

 

어떤 사이요?

 

여기 세 들어 살았죠

 

옆집 ‘손’ 부인은?

 

떠났죠

 

다들 혼란하다고
‘홍콩’을 떠나니

 

지금은 누가 살죠?

 

글쎄...

 

인사를 안 해 잘 모르지만
애 딸린 여자 하나가 살죠

 

‘구’ 씨 주소는 없군요

 

여기 전화번호만 있네

 

그냥 받아 주세요

 

미안해서 어쩌지?

 

잘 가요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준비 됐니?

 

나와

 

1966년 캄보디아

 

친위대가 ‘포첸통’
공항에 나왔군요

 

‘시아누크’ 왕자와 ‘코사믹’ 왕비가

 

‘드골’ 장군을 영접합니다

 

‘프놈펜’ 시민들이
연도에 나왔군요

 

대단한 환영입니다

 

‘캄보디아’ 왕조 역사상
전례 없는 대환영입니다

 

그는 지나간 날들을 기억한다

 

먼지 낀 창틀을 통하여
과거를 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게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