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냐, 저건!

저게 마신?

 

기.. 기둥?

 

물러나, 프란릴!

 

안 돼!

 

그려만 왔던 그 세상과 난 만난 걸까?

 

심부름꾼 사이토 씨

심부름꾼 사이토 씨
이세계에 가다

누군가의 사정에 맞춰 매일을 살아가다 보니

타협과 후회만 밀려오게 됐어

항상 그랬어

여기 서는 게 내가 아니더라도

분명 이 세상은 이대로 굴러가겠지

잃어버린 채로 빛바래가는

아련한 그날의 꿈은 아직 남아 있는데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들도

내버려 뒀던 그 풍경도

언젠가는 해야 할 답을 난 그저 찾은 것뿐이야

 

변하지 않는 것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그 말도

전부 볼품없어 보이는 잡동사니라 해도

그것들이 다 양보 못 할 보물이란 말이야

 

늙은 마법사의 기억

 

접합하라, 나의 마음이여

맺혀라, 혈정이여!

 

이 바보야, 귀는 됐어!

뭐가 돼!

너까지 죽어!

 

함께라면 상관없어!

 

도망쳐!

 

중전사?

 

엄청난 위력이야!

 

그 닌자, 자기들을 제물로 바쳐
마신을 소환한 건가?

 

사이토! 타워 실드는
하나뿐이야?

그런 걸 어떻게
두 개나 갖고 있어?

 

멀록 씨, 일곱 개의 천둥을 쓰자!

알겠네

 

일곱 개의 천둥!

육포, 오검, 사창

삼은 나의 송곳니, 이는...

이는...

 

팔!

 

파, 팔!

목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

우레의 날이 돼

터져라, 천둥이여!

 

해치웠나?

 

멀쩡해!

 

눈을 노려!

 

마법이 안 되면...!

 

제길...!

 

이 화력이면
다가가지도 힘들어!

 

위험해! 마력이 다 하면
더는 막을 수 없어!

 

멀록 씨, 그걸 쓰자

그거라니, 사이토?

시간을 멈추는 마법

사이토, 어째서...

아니, 그래도 보지 못 했을 텐데...

아니, 봤어, 그때 자물쇠가 걸린 마도서

 

중요한 것 같처럼 보였지만
내용물은 버섯....

그것도 눈속임으로
실은 이중 바닥이었어

 

그 속에는 양피지가 들어있었어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마법?
그렇다면...

 

영감?

죽이지 마라!

 

멀록 씨

날 이 세계로 부른 건 당신 아니야?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어리석은 마법사

크...롬...

 

크롬?

크롬-?

혹시 아빠 이름을
목걸이에 새긴 거니?

응!

 

이거 굉장한걸!

이거 앞날이 기대가 되는걸!

 

천재 마법사 크롬에게는
딸이 있었다

아버님, 오늘은
집에 계속 있는 거야?

 

아니, 마법 연구소에
가봐야만 해서 안 돼

 

그렇구나

아빠는 이 나라에서 제일 가는
마법사가 될 거란다

그리 되면 너도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하게 지내게 될 거야

응, 그렇겠네?

아이고, 착하지

 

아버님은... 아버님은 아직...

금방 올 거야,
넌 자고 있으렴

얼른, 얼른 건강해져서
또 만들고 싶어...

목걸이...

응, 그래

 

여보

응, 자료 챙기러
돌아온 것뿐이야

 

또 금방 갈 거야

얘가 매일같이
밤마다 계속 열이 나는데

어찌 될 지 모르니
좀 더 집에 있어줘요

괜찮아, 치료원과 사원에도
잘 좀 챙겨달라 했으니까

그래도...

아직은 대마도사로
인정받지 못했어

이 참에 노력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야 말 거야

 

대마도사가 된다면 좀 더
제대로 된 집에 살 수 있을 거야

당신도 체면 세워야지

 

그 애는 계속 기다렸어요,
아빠가 오기만을...

 

내일은 되도록
빨리 돌아오도록 할게

 

됐어! 됐다!

드디어 대마도사가 됐어!
국가 최고위의 마법사로 인정받았다고!

 

어젯밤, 갑자기
평소보다 열이 많이 나서

치료원에 가봐도 밤이 깊어
사람이 어딜 가도 없어

 

날이 밝을 적에는
의식이...

 

교회야! 소생 마법을 쓰자!

금화라면
아직 조금 더 있잖아!

거기 있는 게 다예요

 

내일 식사를 사는 것도
역부족이었어요

 

교회에 낼 몫도
없었다고요...

내가 마법 연구에 너무
몰두했던 탓인가...

 

당신이 집에 있었다면
마법으로 구했을지도 몰라요

 

얘가 마지막까지
계속 이걸 가지고...

 

의식이 없어져도
계속 붙들고 있었어요

당신이 목에 걸어
주지도 않는 걸...

 

딸 하나 못 구하는데
대마도사는 얼어죽을!

 

시간을 다루는 마법에 대하여...

북쪽 나라...

대미궁?

그 안에는
시간을 다루는...

 

이곳이 대미궁이 맞는가?

맞는데 혹시
옆 나라에서 왔나?

홀로 탐색하기엔
너무 무모한 듯한데...

괜찮아

 

마법 미채에
봉인 마법이라...

 

마력 무산!
올바른 섭리에 따라

 

뭐지, 여긴?

 

이런...

시간을 멈추는 마법...

다른 세계와 접촉하는 마법...

제길! 왜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은 없는 거냐...

 

이걸 쓴 게 너로구나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을 알려주게

어째서지?

 

죽은 딸을 되살리고 싶다

나에게 이긴다면
소원을 들어주지

 

알겠네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인가?

싸운다면 90퍼쯤은 죽일 수 있겠지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한들...

 

일곱 개의 천둥

육포, 오검, 사창

삼은 나의 송곳니, 이는 팔

목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
우레의 날이 돼

터져라, 천둥이여!

 

대단한 자로군,
이 세계도 질렸던 참인데

마지막 순간에 너와
같은 자와 싸우게 돼 다행이야

 

기, 기다려...

난 다른 세계로 떠날 거다

건투를 비는 뜻에서
소원을 조금 들어주지

그렇다면 시간을...

시간은 되돌리지 않아도 되잖아

잊는다면...

넌 편해지고 싶을 뿐이다

딸을 잊으면
편해질 수 있을 거다

앞으로는 새로운 인생을 살도록 해

괴로운 기억도
자신의 죄도 잊고서...

 

할아버지, 괜찮아?

그래서 무모하다 한 건데

당신, 집은 어디야?

집?

가족 없어?

 

기억의 대부분을 잊어 버리고 말았다

이름이 뭐야

이름? 이름은...

 

머로크...

더는 과거의 죄에
괴로워 할 일도

머로크? 멀록?

머로크...

 

딸의 미소를
떠올릴 수도 없었다

 

멀록 씨, 날 이 세계로
부른 건 당신 아니야?

 

사이토를 이 세상에
부른 게 할아버지라고?

 

안 돼, 마법으로 강화한 방패가
녹기 시작했어!

스승님, 얘기할
시간이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스승님은 시간을 다루는 마법을 쓸 수 있을 겁니다!

하, 하지만...

 

난 정말 기억이...
주문도 잊는데...

더욱이 한동안
안 쓴 마법이라면...

괜찮아, 내가 기억하고 있어!

사이토!

 

글자가 어려워 하나밖에
외우지 못했지만

 

한때의 고독이란 주문이라면
기억하고 있어

시간을 한순간
멈추는 마법이랬어

한순간이 어느 정도인데?

술사에 따라 다르나
스승님은 100을 셀 정도는 될 터

저놈이 눈 뜨고 있을 때 시간을 멈추고
눈알에 공격 마법을 퍼부으면...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하지만 사이토
미안하네!

기억이 안 나네,
정말 기억이 안 나...

널 소환한 게 나인지...

 

마음 복잡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지금은 주문에 집중해줘

 

그리고 만일 날 이 세계로 부른 게
멀록 씨라 해도 바뀔 건 없으니까...

바뀌는 건 없으니까

사이토...

 

전원에게 염화로
작전을 전달한다

 

지금부터 스승님이 비장의 마법을 쓸 테니

스승님을 지키며
되도록 눈을 공격하지 마

놈이 눈 뜬 상태를 유지시켜 줘

알겠어

참, 사람 막 다루네

 

전위에 보조 마법을
겹겹이 치겠어

기원 배속

중장, 내열, 내뢰

 

유인해서 광선을 쏘게 만들어!

흩어져!

 

작전 개시다!

 

뭐였더라?

갑자기?

침착하게 따라해 봐

열려라, 이곳에만 존재하는 문이여

열려라, 어디에든 존재하는 문이여

열려라, 이곳에만 존재하는 문이여

열려라, 어디에든 존재하는 문이여

 

광선을 쏘게 만들어!
눈을 뜨게 한 채로!

라엘자 짱, 기브르랑
니니아 짱을 지켜!

그러고 있어!

 

-우린 좀 더 보조 마법을!
-알겠어!

영감, 얼른 써!

저편에서 이편으로,
이편에서 저편으로

원한의 섭리를 끊으리,
빛을 꿰뚫는 그 검으로...

그게...

깜빡임은 영원,
영원은 찰나로

까, 깜빡임은 영원,
영원은 찰나로

 

뭐야, 이 압력은!

그 닌자 일당은
저런 존재가 되면서 뭘 하려던 거지?

 

위험해!

 

제길!

사이토, 안 돼!
너 혼자 못 막아!

 

안 돼!

-여긴!
-맡겨줘!

 

용사! 거기다 몬푸이 씨!

 

1인용 방패에 숨은
아이돌 마법사 라이치

 

사이토 씨! 이래 봬도
우린 용사 파티야!

고마워, 몬푸이 씨!

 

멀록 씨, 계속해줘

 

거대한 시간의 격류에
내던진 칼날이

그 수면을 흔들지어다

 

태어난 파문이여

태어난 파문이여, 이정표가 되어

앞으로 한 구절...

나만을 인도해 다오,
한때의 고독으로...

 

멀록 말고 다른 이들의 시간이 멈췄다

얼레?

 

그게...

할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전부 잊어버린 대마도사

시간이 움직이기까지

시간이 움직이기까지
앞으로 100

시간이 움직이기까지
앞으로 100
셀 정도

 

두둥실 흘러가는 것처럼

밤에 눈이 감기는 것처럼

별것 없어 보이는 마음이 하나

다음을 기약하며 우릴 비춰주는 미래 속에서

다정함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졌어

뭐, 분명 우린 그걸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좋아

아, 기다릴게, 기다릴게

여기서 또 노래하자

언젠가는 밝게 빛날 눈물마저 당장은 머금고서

그리는 거야, 그리는 거야

따스함만을 하나

그럼 웃을 수 있도록

자, 손을 맞잡는 거야

아, 그거면 된 거야

하늘에서 피어나 살아가는 길라잡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