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쿠마베어 펀치 10

이곳이 파티 회장이에요

나흘 후에 할아버님의
파티를 진행한 후에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후에 제 파티예요

할아버님

 

노아 언니네가 오셨어요

오, 클리프!
느아르!

거기다 곰 아가씨와
분명 피나라고 했었지?

나와 손녀딸을 위해
잘 와 주었다

그간 격조하셨어요
그란 할아버님

이, 이… 이번에는 초…
초대해 주셔서… 가, 감사합니다!

왜 나는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는 걸까?

나이도 벌써 50이건만 당주가
직접 진두지휘를 하다니

아직도 건강하시군
그란 영감님

후계자가 아직도
믿음직스럽지 못하니까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니
그런 소리는 말아줘, 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미사나의 아버지 되는
레오나르도라고 합니다

만나게 돼서 기뻐, 곰 아가씨

아, 안녕하세요

그쪽은 피나지?

세상 물정 모르는 딸이지만
사이좋게 지내주렴

아, 네!

보츠도 오랜만이군

파티 요리는 기대해도 되겠지?

물론이지!

물론이죠, 클리프 님…!

그란 님과 상담하여 왕궁 요리에
뒤지지 않는 메뉴를 준비했습니다

보츠는 저희 집의 요리장이에요

그가 만드는 요리는
정말 맛있어요!

호오, 호오
맛있는 요리란 말이지?

- 댁이 곰 아가씨인가
- 그런데 왜?

고맙다!

그란 님과 미사나 님의
은인이라면 우리 은인이나 다름없지!

파티에서는 최대한 실력을 뽐내서
맛있는 걸 대접해 주지!

 

미사도, 그란 씨도
모두가 잘 따르나 보네

이런 귀족만 있다면
좋을 것 같아

 

만난 것으로부터 시작됐어

세상이 물들어가

자, 지금

 

곰 곰 곰 베어
펀치!
sub by 별명따위

 

외톨이였던 그날을

외롭지 않다면서 거짓말을 쳤었어

무언가를 얻는다는 기쁨보다도

잃는 게 더 무서워

계속, 계속

홀로 틀어박혀 있기만 했지만

살며시, 살며시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어

너와 만나 모든 것이 시작돼

세상이 반짝여 보이고 있어

좀 더 미래를 보고 싶어

언젠가 떠올리게 될 날까지

함께 그려보자

지금이라는 기억을

 

sub by 별명따위

 

어떤가요, 피나쨩?

이곳은 실린에서도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이에요

네, 사람도 가게도 잔뜩 있어서
마치 왕도에 와 있는 것 같아요

 

크리모니아도 지지 않아요!

어머, 노아 언니도 참

 

즐거운 거야 이해하지만
셋 다 나한테서 멀어지진 마

그런 약속으로 아이들끼리만
외출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거잖아?

물론이죠!

안겨드는 한이 있더라도
유나 씨한테서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꾹~

저… 저도!

꾹~

제가 더, 더 꾹~

아, 저도 꾹…!

꾹, 꾹~

꾹~

 

꾹~

 

- 곰?
- 곰이지?

왜 곰이 도시 안에 있는 거지?

여자애들이 곰한테
습격당하는 건가?

여자애들이 곰을
습격하는 거야?

 

뭐, 아무렴 어때

 

다양한 가게를
자유롭게 보고

노점에서 음식을 먹기도 하고
정말 즐거워요!

네!

왕도에서 놀았던 때처럼
저도 즐거워요!

그러네요!

최근에는 외출을 금지당해서
더더욱 그렇게 느껴져요

헤에, 역시 그런 부분은
엄격한가 보구나

이게 진짜 귀족 아가씨구나

기다려 주세요, 유나 씨!

여기 보세요!
진짜!

여기에도 진짜 귀족 아가씨가 있어요~!

그러면 더 많이 즐겨 봐요!

왜냐면 오늘은 유나 언니도

저… 저희도 있으니까요

피나쨩…

네!

어이, 어이
왠지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뭐야
역시 미사나잖아

낡아빠진 동쪽 지구의
가난뱅이 귀족이

이런 곳에는
뭐 하러 온 거냐

거기다 그런 이상한
곰녀까지 데리고 오고

아, 펫 산책시키러 온 건가~

 

큰일이다

엄청 때려주고 싶은데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야

크게 소동을 벌일 수는 없겠어

 

그건 그렇고 영주의 손녀딸한테
저런 소리를 하다니 바보야?

어이, 미사나
감사 인사는 어디다 팔아먹었냐

내가 그란 영감탱이를 위해
굳이 생일 파티까지 출석해 주잖아

"감사합니다"라면서 머리를
숙여아 하는 법이잖아?

 

그란 씨의 생일 파티에…

아, 그렇구나
이 녀석도 귀족이구나

바보지만

뭣하면 미사나

네 생일 파티에
출석해 줄 수도 있다

휘유~
역시 란돌 님!

가난뱅이 귀족한테도 상냥하셔라!

 

오지 않아도 돼…

뭐?

오지 않아도 돼!

네 처지를 이해하고 있는 거냐?

네 집안은 곧 있으면
무너진다고!

 

최대한 네 처지를 이해하고서
나한테 알랑거리는 편이―

자, 거기까지

너는 뭐냐!

이상한 곰녀가 내 방해를 하고서
곱게 끝날 거라 생각하는 거냐!

미사의 호위니까 방해하지

흥! 그런 바보 같은 차림으로
뭐가 호위라는 거냐

진짜 호위라는 건 이 녀석처럼
강한 녀석을 말하는 거다!

 

유나 언니가 더 강해!

- 미사
- 미사 님

그 곰이 강하다고?
웃기지 마라

웃음이 나오는 건 이쪽이야

뭐?

강해 보이는 호위와
추종자들이 없으면

어린 여자애한테
말도 못 붙이고

도련님, 지금 몇 짤이세요오~?

그렇게나 무셔우면 집에서
엄마 젖이라도 빨고 있는 게 죠아요오~

너 이 자식!

 

젠장…!
이거 놔!

어라? 지금 뭐 하고 있는 거 맞아?

젠장!

어이, 블러드!

 

너 이 자식!

불만이 있다면 갑자기 덤벼든 호위와
명령한 너 자신한테 하는 게 어때?

블러드!
이 곰녀를 혼쭐내버려!

란돌 님, 주변을 보십시오

 

기억해 둬!

나한테 거역하고서
곱게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

 

열심히 애썼네

 

죄송해요, 피나쨩

모처럼 와 줬는데
안 좋은 일을 당하게 만들어서…

그렇게 신경 쓰지 마세요!

저보다도 미사 님이 더…

 

미사, 미안해요

제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노아 언니

분명 아버지한테 살버드 가문과는
얽히지 않도록 주의받았어요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미사가 그렇게나
심한 말을 들었는데

그게 분해요

 

알고 있어요
노아 언니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마~

이걸 위해 클리프가 나를
호위로 붙여준 거니까

유나 씨

그건 그렇고 그 쓸데없이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애는

역시 귀족이었던 거구나

 

이곳 실린의 영주
살버드 가문의 란돌이에요

흐응, 영주라…

영주!?

 

하지만 영주는 미사 님의…

동쪽 지구를 다스리는 할아버님과
서쪽 지구를 다스리는 살버드 가문

 

이곳 실린에는
두 영주가 있어요

 

얘기는 들었다

살버드 가문의 꼬맹이를
만났나 보더군

 

응, 적개심을 거침없이 드러내더라고

먼저 고맙다
유나

아이들을 잘 지켜주었다

나도 감사와 사죄를 하마

손님이어야 할 아가씨에게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괜찮아
친구니까

같은 귀족이더라도 정말
차이가 엄청나구나

아이들은 어쩌고 있지?

응, 미사가 풀이 죽었길래

피나하고 노아가 즐거운 얘기를 해주며
기운을 북돋아 주고 있어

그 아이들까지 괜한 데에
신경을 쓰게 만들었구나

성가신 일은 어른들한테 맡기고
아이들은 즐겨줬으면 했다만…

 

성가신 일이라는 건 역시

하나의 도시에 두 영주가
있다는 이야기야?

- 노아네한테서 들은 건가
- 가볍게만

 

옛날에 공적을 세운 두 귀족에게
선선대 왕이

이곳 실린을 반씩
평등하게 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도시를 두 영주가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옛날에 있던 왕은 바보야?

동감이군

불경한 소리다

 

당시에는 양 가문의 관계도
양호했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살버드 가문의
후계자가 뒤를 잇고 난 후부터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이런저런 수단을 써서
심술을 부려온다

 

미사한테 걸고 넘어진 것처럼?

항의를 해도 아이들이 싸우는 데에
참견하지 말라며 말도 붙이지 않더군

그것만이 아니다

상업 길드의 길드 마스터를 매수해서

자신들이 다스리고 있던 서쪽 지구를
우대해 줘서 말이지

덕분에 동쪽 지구는 경제활동이
멈추게 되어

걷어들이는 세금도
크게 하락되었다고 한다

어디에 물건을 팔든
상인의 자유라며

뻔뻔스러운 소리까지 하더군

또 상업 길드야?

밀리라에서 있던 일도 그렇고

그곳은 무슨 악의 조직인 걸까?

 

세금이 계속 줄어들면

국왕 폐하의 명으로 영주 자리에서
파면당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실린은
살버드 가문의 것이 되겠지

도시의 유력자들도 꽤 많은 수가
녀석들에게 포섭되었다

그건 꽤 위험한 거 아냐?

그걸 위해 이번 생일 파티를
개최하는 것이다

초대한 도시 유력자들에게

파렌그람 가문이 건재함을
보여주고서 아군으로 삼는다

내가 출석한 것도 포슈로제 가문이
붙어 있음을 시사하기 위해서다

헤에~

그때 어떤 의미가 있어 보이게
말했던 건 그런 뜻이었구나

숨길 필요도 없었다만

유나도, 아이들도 어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즐기길 바랐으니까

뭐, 휘말려들게 하고 말았다만

그런데 파티 같은 걸로
문제가 해결되긴 하는 거야?

뭐, 길바닥에 주저앉더라도
미사만큼은 내가 맡아줄 수도 있지만

질 나쁜 농담은 그만둬라

아니, 정말로 든든하군

환대받는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다고
하는 자들은 없다

맛난 요리로 대접해 주면
우리 얘기해도 귀를 기울여 주겠지

요리의 질로 귀족의 위엄도
이해시켜줄 수 있으니까

그렇구나

정치가가 부자들이 호와로운
파티를 여는 것도 그 때문이구나

보츠는 왕도의 일류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전 부요리장이었지

그 실력은 왕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그 정도 실력의 요리사가
만드는 요리라면

충분한 무기가 된다

분명 보츠 씨의 요리는
전부 맛있었지

 

그란 님!

무,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상관없다
무슨 일이지, 메이슌?

요리장이…

보츠 씨가 크게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뭐라고?

 

죄송합니다

 

제가 방심하고 있던 탓에…

 

엄청난 민폐를…!

지금은 쉬어둬라

마법으로 상처는 치료했다지만
팔의 감각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거지?

하지만 파티까지 시간이…

보츠

몸을 쉬어두면서 또
맛있는 요리를 먹게 해 줘

 

미사나 님, 그란 님

 

그란 씨도, 미사도 상냥하네

너도 그렇지

상처를 치료해 줘서 고맙다

상처는 치료했지만 한동안
요리는 못 하지?

그래

보츠 씨를 습격한 범인은…

증거도, 목격자도 없다

하지만 살버드 가문이 아니면
습격당할 이유조차도 없겠지

아무래도 파티를 실패로 몰아넣어

그란 영감님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리려 온 모양이군

파티는 어떻게 되는 거야?

보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자는
이 도시에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살버드 가문에
매수당한 상태겠지

그래서

 

클리프 님, 준비가 갖춰졌습니다

저희는 언제든 출발할 수 있습니다

둘 다, 어렵다는 건
무릅쓰고 부탁한다

- 네, 맡겨주십시오!

 

크리모니아에서 대신 요리를 해줄
요리사를 데리고 오겠다

파발마를 보내면
늦지 않을 거다

그거라면 내가 갈까?

쿠마유루하고 쿠마큐가
얼마나 빠른지는 알고 있잖아?

고마운 소리다만 말했잖나?

아이들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즐겨줬으면 한다고

너는 노아네의 곁에 있어다오

 

알겠어

 

몇 번을 봐도, 몇 번을 안아봐도
역시 귀여워요!

부비부비~

어쩜 이렇게 귀여운 걸까요~

 

미사?

 

쿠마유루쨩하고 쿠마큐쨩하고
다시 만나게 돼서 굉장히 기뻐요

거기다 이렇게나 작고 귀여워서

 

하지만 저희 가문의 문제 때문에
여러분에게 민폐를 끼치고

보츠까지 다치게 만들고

그런데 저만…

미사가 신경 쓸 일은
아무것도 없어

잘못한 건 그 빌어먹을 꼬맹이―

빌어먹을 도련님하고
그 집안 녀석들이니까!

유나 씨, 그거 정정해서 말한
의미가 있나요?

유나 언니

하지만…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미사 님

이거 보세요

쿠마유루하고 쿠마큐도
걱정하고 있어요

피나쨩

저기, 쿠마큐쨩
저도 안아봐도 될까요?

 

귀여워라

 

미안하다, 나다!
들어가도 되겠나?

아버지?

들어와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크리모니아로 향하고 있던
라본과 구쥬가 습격받았다

 

아무래도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다

 

도시 바깥에서
화살이 날아왔다더군

 

보츠 때와 똑같다

다행히도 목숨에
지장은 없다만

둘 다 한동안은
움직이지 못한다

 

저기, 범인은 역시…

가능성은 높지만
증거가 없다

유나, 그런 말을 해놓고
이런 말을 하는 건 그렇다만

수치를 무릅쓰고 부탁한다!

그란 영감님한테는
은혜가 있다

네 힘을 빌려줬으면 한다!

유나 씨

유나 언니

맡겨둬

나도 그 귀족한테는
화가 잔뜩 나 있으니까

그러지 마세요!

 

미사?

저희 집안 문제 때문에

보츠도, 클리프 님의 호위분들도
부상을 당하고…

어쩌면 이제 유나 언니께서도…

더 이상 저희를 위해서
누군가가 다치는 건 싫어요!

 

미사는 정말로 상냥한 아이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미사도 그랬잖아
내가 더 강하다고

 

유나, 요리사 말이다만
크리모니아에―

괜찮아, 부를 사람이라면 있으니까

엄청난 요리사를 데리고 올게

 

다녀와, 유나 언니

응, 노아하고 미사를
잘 부탁할게

 

『곰 씨, 의욕을 내다』

 

역시 이곳이라면 감시가 없는 모양이네

 

우선 사람 눈이 없는 곳에
《전이문》을 설치

그리고 목적지는―

 

갑자기 와서 미안해
엘레로라 씨

성에 좀 볼일이 생겨서

얘기 좀 전해줬으면 해서

어머, 그거라면 평소처럼
성에 와도 되는데

아니, 아무래도 정식적인
순서가 필요하잖아?

부탁드리는 건 국왕 폐하니까

그러고 보니 클리프의 편지를 보니

그란 님과 미사의 생일 파티에
유나를 데려가겠다고 써 있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거구나

그렇게 흥미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살버드와 파렌그람이라

이거 원, 할바마마―

선선대께서도 괜한 행동을 하셨군

후대가 겪을 고생도
조금은 생각해 주셨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귀족끼리의 세력 다툼은
어디에나 있는 일

뭐, 실린의 통치 체제가
다소 어긋나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만

역시 실린의 상황은
알고 있었구나

그런데 저 둘은 누구지?

그러고 보니 저 둘을
보는 건 처음이었군

여기 있는 자는
재상인 장

처음 뵙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그루잠의 마수로부터
왕도와 백성을 지켜주신 것

차마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곰 아가씨

저는 폴오트왕의 적자
에르나트

적자라는 건 이 나라의 왕자님?

그러니까 플로라 님의 오빠?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께선 당신이 오면
제게 일을 떠맡기고 달려가실 정도라

 

이 사람, 눈은 안 웃고 있네

하지만 그건 나 때문이 아니지?

 

그래서 내게 부탁할 거란 건 뭐지?

네게는 빚이 있다
뭐든―

하지만 귀족 사이의 다툼은
기본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요리사가 습격받았다는 데에는
동정하겠습니다만

분명 살버드 가문에는
횡령, 협박, 폭력 등

안 좋은 소문이
끊이질 않습니다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분명 그렇다만…

모두 아냐

유나의 부탁이란 건 있지

제레프 씨 좀 빌려줄래?

제레프라면 그 제레프 말인가?

왕궁 요리사 말고
다른 제레프 씨는 몰라

 

너는 살버드 가문의 만행을
호소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나?

귀족 사이의 세력 다툼은

그런 건 높으신 분들이
하실 일이잖아?

나는 그저 파티를 중지시키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건 결국 파렌그람 가문에게
이득을 보게 해주기 위한 것이 아닌지?

난 그저 친구가

상냥한 여자애가 마음을
아파하는 걸 참지 못하는 것뿐이야

 

너는 여전하구나

명분상 국왕이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줄 수는 없다

그러니 이 일은 포슈로제 가문의
부탁으로 하면 문제는 없겠지?

문제없어요

애초부터 파렌그람파인 저희가
참견했다고 하면

살버드 쪽에서도 수상쩍게
여기진 않지 않겠어요?

 

저기… 결국 어떻게 된 거야?

허락하겠다

거릴 것 없이
제레프를 실린에 데려가라

얘기는 잘 들었습니다!

제, 제레프 씨?

 

요리사에게 팔이란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

그것을 비열한 수단으로 빼앗다니
용서할 수가 없군요!

 

그것은 즉슨, 요리의 존엄을
짓밟는 반역행위!

 

오오, 역시 식사의
탐구자이신 유나 공!

이해해 주셨습니까!

뭘?

뭐, 그렇게 됐으니
잠시 실린까지 갔다 오거라

맡겨주십시오, 폐하

괘, 괜찮은 걸까?
이 사람…

 

무슨

그 새끼곰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이야

일단 이게 본래 모습이지만

 

그럼 제레프 씨는
쿠마큐에 타 줘

곰에 타는 건 처음이겠지만

무섭지도, 위험하지도 않으니까 괜찮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쿠마큐 공

 

오오, 이거 살이
훌륭할 정도로 잘 붙었군요

응?

단단함과 탄력의 황금비인 근육

그리고 기름기도
잘 들어차 있어

 

저기… 제레프 씨?

감상이 좀 이상하지 않아?

 

그런데 유나 공

아, 네…
네!

어느 나라에는 곰의 손이라는 진미가―

자~!

네, 네!
자, 출발한다!

이젠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간다!

 

달리다, 달리다 넘어져도 분명

달리면, 달리면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고서 올곧이 계속 달려가고 싶어

네 곁에서 쭉

이어져 있어

그래서 할 수 있는 거야

언젠가 너와 나눴던 꿈

어릴 적에는 순수하게 믿고 있었어

맞바람을 맞아가며 점점 어른이 된다는 걸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단정 짓고서

부수고 싶어서 발버둥 치고

그런 일을 반복하고 있어

[나 자신에게 질 것 같은 때에도

짓눌려 버릴 것만 같은 때에도

너와 달려가는 미래의 페이지를 그려볼게]

 

차회
『곰 씨, 곰을 벗다』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