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자의 아틀리에 01

쿠켄섬이라고 하는
보잘것없는 섬의

라젠보덴이라는 보잘것없는 마을

 

그곳에서 보잘것없는
나는 살아가고 있다

 

보잘것없는 날을 바꾸고 싶어

―그런 동경을 품고서

 

나는 라이잘린·슈타우트

보잘것없는 농가의 딸

 

그런 나는 매일
찾아 헤매고 있다

 

이 따분한

보잘것없는 매일을
깨부숴 줄 무언가를

 

라이자의 아틀리에
어둠의 여왕과 비밀의 은신처
sub by 별명따위

 

#01 『연금술사』

 

또 실수했다

 

아빠, 역시 내가 수분이 많은
쿠켄 후르츠를 수확하는 건 무리야

 

무리라고 해선 언제까지고
능숙해지지 않을 거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뭘, 라이자는 손재주가 좋으니

앞으로 4~5년 정도 더 해나가면
간단히 할 수 있게 될 거다

4~5년…

 

건기가 다가오는 푸르고도
깊어져 가는 여름의 하늘은

여느 때처럼 내 머리 위를
뒤덮고 있다

 

라이자, 또 놀고 있는 거니?

엄마!

아니야!
잠깐 쉬고 있는 거야!

나 참

조금은 아빠를 본받으렴

아빠는 밭일을
정말 좋아한단 말이지~

뭐래는 거니

설마 밭일이 싫어서
농땡이를 피운다는 건 아니겠지?

그게 아니라…

알겠니?

이 섬에서 매일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황폐해진 섬에서 보리를
얻기까지 100년 열심히 해왔기에―

그렇잖아?

몇백 번이나 들어서
다 알고 있거든요~

 

알고 있다면 먼저 이 물을
아빠한테 가져다 드리렴

 

네~

 

아빠는 밭을 만지는 게
질리지도 않아?

질리기는커녕 매일 변화하는 게 즐겁지

오늘도 이것 봐라

보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상상해 보렴

 

여름 햇살을 쬐고 있는 그들이

무얼 해줬으면 하는지
떠오르지 않니?

나는 보리가 아니라 사람이야

라이자!

 

지금은 보리의 기분보다도
사람의 기분이 중요하거든요~

 

매번 도망치는 기운만큼은
솟아나오나 보구나

 

엄마…

나, 오늘은 좀…

그게 아니지

중요한 일이
마석의 숲에 있어서…

마석의 숲?

아, 쿠켄항 근처에 있는
공터를 말하는 거니?

맞는데

보나마나 항상 하던
탐험 놀이를 하러 가는 거잖니?

그렇게나 기운이 남아돌면
심부름 좀 해주렴

 

아아~ 탐험은 미뤄지게 되는 건가

뭐, 어때

섬도 웬만한 곳은
다 탐험했으니까

서쪽은 악마의 벌판이 다가오고~

동쪽 성에는 용이 사네~

 

서쪽은 악마의 벌판이 다가오고

서쪽은 악마의 벌판이 다가오고, 라…

아이들은 좋겠다

아무런 고민도 없어 보여서

 

좋은 아침, 타오

 

좋은 아침, 라이자…

또 밤을 샌 거야?

 

응…

실은 어제 조금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삽화책을 찾아서

또 옛날 책이야?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쓰여 있는 글자를 전혀 몰라서야~

어쩔 수 없잖아?

증조 할아버지가 읽는 방법을 할아버지한테
가르쳐 주시기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그런데도 읽어두려고 늘어지는
집념은 정말 대단하단 말이지~

언젠가 반드시
전부 해독할 거야!

안녕

 

좋은 아침, 렌트

좋은 아침

일과로 소화하는 검 연습은
다 끝났어?

오늘은 짐 옮기는 걸
도울 일도 없으니까

근처나 좀 돌아다녀 보려고

너희는?

나는 프레셔 씨네에
메모용지를 사려고 가는 참이었어

나는 집에서
심부름을 시켜서

그럼 나도 같이 가 줄까?

 

그렇지, 렌트

이 책 봐 봐!

또 찾은 거냐

읽지도 못하는데
대체 뭘 메모하는 거야?

렌트야말로 매일 검 연습을
용케도 하고 있네

그런 라이자야말로 보나마나
밭일을 하지 않고 도망치려다

미오 아주머니가 심부름을
시킨 거지?

 

왜 그걸 아는 거야…

그야 항상 있는 일이니까

이거 원, 괘씸하군!

 

설마 댁들, 섬의 상인들까지
모리츠에게 찬동하는 건 아니겠지?

당치도 않죠!

장사 라이벌이 오는 건
엄청 민폐라고요, 네!

모리츠 녀석

외부 상인을 섬에
상주시키려 하다니

장로잖아

오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무슨 얘기를 하는 걸까

관습은 거듭 이해하고 있지만
물을 가진 자가 하는 말이니까요

아무튼 그대들까지 사람들의 왕래를
번성하게 하겠다는

모리츠의 헛소리에
놀아나지 않는 게 좋을 거네!

네~
또 와 주십쇼~

 

오랫동안 지켜온
섬의 관습이다

어줍잖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걸
명심하게나!

알겠지?

아, 네…

 

섬을 나가지 마라

지금껏 지켜온 관습이라

 

안녕하세요, 프레셔 씨

여어, 어서 와

또 셋이서 오다니
사이가 좋구나

오늘은 어쩌다 온 거지만요

애들도 아니니까 그렇게
매일 같이 놀지 않는다니까

그것보다 프레셔 씨
장로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어?

아아, 마을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
내일 일로 들뜨지 않도록

이곳저곳에 엄포를 놓으면서 다니는 거야

아, 그렇구나

무슨 말이야?

모르고 있는 거야?

내일 섬 외부에서
상인이 와서

마을에 가게를 연대

모리츠 씨의 강력한
후원이 있어서

헤에

라이자는 무슨 일로 왔어?

네 아버지가 주문한
비료를 가지러 왔어?

아, 응

- 저는 메모용지를 주세요
- 그래

 

그 상인 말인데

자기 상회를 몇 개나
이끌고 있는데

중개부터 운반까지 모두 해주는
굉장한 사람이라나 봐

아, 그렇구나

들어줄게

아, 고마워

 

거기다 왕도 아슬라 암버트에도
가게가 있대

헤에

우리 촌뜨기로서는 얼마나
굉장한지 잘 와닿지 않는데

메모용지 여기 있다

감사합니다

 

라이자?

 

왕도

섬 바깥이라

어떤 곳일까?

글쎄, 우리하고는
평생 인연이 없는 곳이겠지

 

섬에서의 삶이
싫다는 게 아냐

단지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보고 싶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얼른 와, 둘 다!

- 어이!
- 라이자!

찾아서, 발견해서
얻고 싶어

나만의 무언가를!

 

정했어

 

모험을 나서자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저번 주에 구 시가지의
해안가까지 같이 가 줬잖아

그런 근처 탐험이 아니라

진짜 모험!

섬 바깥에 나가보는 거야!

 

결행은 내일 아침 9시

수원 폭포 앞으로 집합하면
바로 나간다!

자, 잠깐만

먼저 시작으로 마을로 오는
상인의 상황을 살핀 뒤

그 후에 섬의 건너편으로…

관습을 어기자는 거야?

 

관습이 어쨌다고 그래

그렇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섬에 틀어박혀 있는 게 안 된다는 거야

애당초 섬 외부로
어떻게 나가겠다는 거야

그런 건 당연하잖아

항구에 가서
몰래 작은 배를 빌리는 거야

 

어디 보자, 처음으로 가는 곳은…

아, 여기 작은 요정의 숲이 좋겠는데!

이름부터 한적한 숲이라는 느낌이니까

작은 요정은 마물의 이름이야

어릴 적에 그림책으로 봤잖아?

 

아, 그러고 보니…

뭐, 여차하면 렌트도 있으니까!

어이

이건 위대한 모험을
향한 첫 걸음이야

내 모험심은 마물이라 해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이거 안 되겠다

완전히 불이 붙어버렸어

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꺼졌으면 좋겠는데

 

내일 여기에서…

나는 나서볼 거야!

 

아무래도 낮 전까지는
도착할 것 같구나

 

쿠켄섬의 라젠보덴 마을

어떤 곳일까요

어느 상회와도 큰 거래가 없는
폐쇄적인 마을이라더군

 

듣기는 했지만
꽤 변방진 곳이구나

이 근처에서는 가도에서도
마물이 나온다고 하니 조심하거라

네, 아버지

 

그건 그렇고

굉장히 예쁜 곳이에요

 

도처에 유적이 산재해 있는 섬인가

슬슬 당첨이었으면 좋겠다만

꽝이라면 다음을 찾아보면
될 뿐이다

그건 뭐, 그렇군

 

그게 마지막 하나였다만

과자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번성한 마을이면 좋겠군

 

마물 상대로 성게가
도움이 되는 거냐?

 

돌을 던지는 것보다
나을 거 아냐?

 

그것보다 타오가 늦네

책에 너무 몰두했다가
늦잠을 잔 건 아니겠지?

 

오래 기다렸지

늦었잖아!

미, 미안

그 커다란 망치는 뭐야?

나도 휘두를 만한 게
이런 것밖에 없었어

어차피 마물은 렌트가
쫓아내 줄 테니까

이걸로 되겠지 싶어서

그래, 맡겨둬!

그 기세야

 

만일을 위해 물어보겠는데

그… 정말로 갈 거야?
외부로

당연하잖아!

자, 이렇게 잡담을
하고 있는 시간도 아깝잖아!

출발하자!

아, 라이자!

가자, 타오

둘 다 기다려 봐!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늘

건기가 다가오는
푸르고도 깊은 여름 하늘은

모험을 하기에
절호의 좋은날이야!

 

작은 배, 작은 배~

작은 배가 있다면
건너편까지는 단숨에 갈 수 있지~

나 참, 마음 편히도 말하는데

그렇게 간단히 빌릴 수 있을까?

괜찮아, 괜찮아~

뭐든 시도해 보라고 하잖아…

 

라이자?

 

왜 그래?

조용히

 

아가테 언니야

 

항구로 가는 것 같네

아, 난감하네

 

항구로 가면 간단히
배를 빌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

그보다 그런 생각으로
모험이라고 했던 거야?

 

수호자가 항구로 모여들고
있는 걸까?

그야 수호자들은 섬을
경호하는 게 역할이니까

손님들을 맞이하는
자리에도 가겠지

뭐? 그럼 모험도
바로 좌절되는 거야?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것 같아?

 

- 어이!
- 어디 가는 거야?

아무튼 서둘러!

 

저 녀석들, 또?

보스 씨, 왜 그러심까?

아무것도 아니다
간다

 

이런, 이런
어업까지 막아버릴 줄이야

상인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어수선하게 구는구만

그만큼 중요한 손님이라는 거잖아

잠깐, 잠깐!

아무것도 안 했잖아!

오늘은 아무도 배에
태울 수 없다고 했었잖아, 로미

급한 일이 있어서
몰래 타려고 한 것뿐인데

 

가장 먼저 방문객들과
타협을 봐서

편의를 도모해달라고
하려는 심산이지?

 

어머, 빨리 오셨네요
아가테 씨

밀항자가 있다고 들어서

너처럼 쓸데없는 짓을
하는 녀석이 있어서

상부 녀석들이
시끄럽게 구는 거야

아가테, 배 준비는 다 됐지?
어떻게 할 거지?

그렇군

 

좀 빠르지만 건너편까지
가서 맞이할 준비를 할까?

 

로미, 너하고는 나중에
천천히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네…

 

짠~

어때?

항구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기에 훌륭한 배가 있기도 하다구~

어떠냐니…
라이자, 너

이 배, 돛이 없잖아!

맞아

이웃 사람들이 근처에
낚시하러 갈 때 사용하는 작은 배니까

돛도 없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면 안 된다니까!

마을에선 아이들도 알고 있는 거야!

또 관습 얘기야?

섬을 나간다는 것부터가
관습을 깨는 거잖아

지금 와서 그런 걸
신경 써서 어쩌자는 거야

그렇지만… 그치?

전혀 그렇지 않다구

아, 정말
남자 둘이 구시렁거리고

돛이 있건, 없건
똑같은 배잖아

갈지, 말지 정하는 건
마음 먹기에 달렸어!

모험이야, 모험!

 

지금 가겠다고 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잖아!

 

그야 그렇지만…

어른들한테 들켰다간
어떻게…

건너편으로 가는 것도 모험―

아니, 시작이야

마을 사람들이
다가가지 않는 곳에 가보거나

그리고 가도를 돌아서
그 길의 끝까지 가보고

가도 서쪽으로 진입해 보기도 하고

가, 가도 서쪽은
금지된 지역이잖아

위험하기도 하고,
혼날 테고…

절대 안 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모험이라는 건 그런 곳을
구태여 가는 거잖아

 

거기다

북쪽 끝자락에
빛나고 있는 탑에도

갈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그렇지, 렌트?

 

모험을 통해 강해져서

아버지나 마을 녀석들
누구나가 확실히 알 만한…

그래, 저 멀리 보이는
탑조차도 정복하고서

내 실력을 인정받는다

그게 내 꿈이다!

 

아… 매번 이렇게 된다니깐

둘이 가겠다고 정하면
나도 가야만 한단 말이지

잘 알고 있잖아

자, 가자!

 

위험하네…!

 

라이자가 갑자기 배에
뛰어드니까 그렇지

렌트는 배를 젓는 걸 부탁할게

지치면 교대해 줄 테니까

역시 그렇게 나오는 건가

 

그래도 됐어
해줄게!

아, 나는 너무 믿진 말아줘

 

자, 가자!

 

위대한 모험을 향한 여행을!

 

그럼, 출발~!

 

보잘것없는 나는 오늘
마침내 첫 걸음을 내딛는다

당연히 보내왔던 생활에
없는 것을 찾아서

섬의 바깥으로!

 

지금을 바꾸고 싶어

나만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어

 

그런 마음만을 품은 채
출발하는

이게 첫 걸음!

 

우리의 모험의 시작이야!

 

저게 쿠켄섬인가

생각보다 큰 섬이네

유적의 크기로는
특출나다고 할 만하다만

그럼, 얼마나 굉장한 곳일지?

 

어때, 찾았어?

 

아니, 가도 쪽에
모습은 보이지 않아

그렇다면…

또 아가씨의 나쁜 버릇이 나온 건가

큰 배가 도착할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섬에서는 환영 준비가
갖춰져 있습니다

배려해 주어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정말로 이
해안가에는 아무것도 없군요

 

흉포한 마물을 경계해서
그런 겁니까?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희 섬 사람들은 그다지
외부로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아서요

최소한의 배지기 외에는
여기에 머무는 사람은 없습니다

호오

어르신, 클라우디아 아가씨가…

또인가

무슨 문제라도?

실은 제 딸이 사라진 모양이라서

뭐라고요?

아, 아뇨
부끄러운 얘기입니다만

딸이 상회에서 벗어나

잠시 어딘가로 가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라서요

네…

그렇다는군

좀 더 기다렸다가
딸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수색에 상여금이
나올 것 같군

릴라, 상인들의
눈에 띄는 곳에 있어줘

이런, 이런

 

드디어 빠져나왔어

뭐가 "드디어"야

네가 이쪽이라면서
자신만만하게 간 거잖아?

해변가에서 갑자기 숲으로
들어가는 건 너무 막무가내잖아

그래?

뭐, 마을 녀석들한테는
들키지 않고 들어왔으니까

느긋하게 가보자

그럼 우선은
휴식도 할 겸

 

모험 계획 입안을 해보자!

 

현지에 와서
할 게 아닌 것 같은데

애당초 이 지도는 선착장과
가도는 좀 그려져 있지만

숲은 입구 주변밖에
그려져 있지 않아

섬 사람들은 무서워해서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으니까

지도에 전부 그려져 있다면
굳이 모험을 하는 의미도 없잖아!

우리끼리 메워가는 거야!

 

아, 저거!
길 아냐?

 

정말이다

길…이 있던 흔적일까?

응, 이걸 따라가자!

 

저기… 여기
마물이 있지?

그렇게 겁 먹지 마

선착장은 바로 저기 있으니까

분명 그렇게까지
강한 녀석은 없을 거야

이런 때를 위해
단련해 온 거잖아?

믿고 있어, 렌트!

그래!
해주지 뭐!

타오, 네 그거

기왕 가져왔으니까
제대로 사용해야 해

할 수 있을까?

그럼 다시 출발해 보자

이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길을 잃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길을 따라 가는 거니까
길을 잃을 리가 없잖아~

그거 그렇네

괜찮을까?

 

발밑 조심해라

저기, 여기 이젠 길도 아니잖아

 

모험도 이제야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느낌이네

아!

 

본 적 없는 버섯이야!

커다래!

버섯은 위험하니까
만지지 말라니까!

그보다 그 "본 적 없는" 걸
발견하는 건 몇 번째야!

이쯤 했으면 충분히
모험은 하지 않았어?

이제 돌아가자…

아직 시간도 그렇게
지나진 않았잖아?

 

아마도

 

거기다

"이것이야말로 모험이지!" 같은
일은 아직 아무것도…

 

뭐야?

여, 여자애?

 

죄, 죄송해요!

마물이!

 

마물?

 

오, 올 테면 와 봐!

 

마물…

마물이지…?

 

어, 어쩌지!

어쩌고 자시고…
단숨에 해버리자!

 

뭘 하는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이게!

맞아라!

맞아라, 맞아라!

 

둘 다, 맞지도 않았어

- 알고 있어!

 

달릴 수 있겠어?

으, 응

 

도망치자, 둘 다!

 

알겠어!

 

이 자식!

 

해냈어

렌트, 얼른!

어, 응

 

마물은…?

 

오지 않는 것 같아…

 

마지막 일격으로 날려버렸으니까

훈련의 성과가
제대로 나왔잖아

다친 데는 없어?
괜찮아?

응, 괜찮아

저기…
구해줘서 고마워!

나는 클라우디아·발렌츠

별말씀을

나는 라이잘린·슈타우트

"라이자"라고 불러도 돼

그리고 저쪽에 있는 게 렌트하고 타오야

 

우리는 이 앞에 있는
섬에서 살고 있어

그건 쿠켄섬?

맞아, 맞아

그곳에서 여기 먼 숲까지
모험을 하러 왔어!

모험?

맞아!
모험!

지금껏 본 적 없는 것이나
굉장한 걸 찾으러 왔어!

그 호수를 넘어서 말이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굳이 사서 고생을 하고

헤에, 그렇구나

클라우디아는 왜
이런 숲속에 있었어?

저기…

실은 상회의 모두하고
같이 왔었는데

나만 숲에서 길을 잃어서…

그건 혹시 소문으로
들었던 상인이야?

소문…

소문은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상인이셔

그럼 우리는 이 사람을
구해줬으니까

설교는 당하지 않겠어!

한심한 계산은 하지 마

그건 그렇고 우리
제법 잘하지 않았어?

마물에게 습격당할 뻔한
여자애를 구한 뒤, 데리고 돌아간다

 

첫 모험치고는 최고의 결과야!

 

그러게, 모두 대단하네

그, 그래?

뭐, 이날을 위해 여러모로
준비를 해왔거든

거창하게 말할 만한
준비 같은 건 하지도 않았잖아?

괜한 소리는 하지 마

 

아, 미안해

아냐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서 돌아갈까?

앗싸, 돌아가는 거지?

어느 쪽으로 가면 되는 걸까?

 

- 저쪽일까?
- 저쪽이지?
- 저쪽이겠지?

 

그럼 저쪽으로!

 

아까 길을 잃었다고 했는데

숲 깊은 곳까지
꽤 들어왔네

응, 조금…

 

그건 그렇고 마물을
맞닥뜨리고, 힘들었겠네

하지만 좋은 일도 있었어!

예쁜 꽃도
잔뜩 봤는걸

꽃이라

지금까지 신경 써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저기에 있어!

 

이건 푸른 토끼풀!

푸른 토끼풀이구나

- 예쁜 꽃이네
- 응!

그러고 보니 가도를 따라서
잔뜩 피어 있었어

하얗고 작은 꽃이나
푸르고 귀여운 꽃이

 

헤에, 그렇구나

 

책갈피로 만들었으니까
나중에 보여줄게

정말?
고마워!

그보다 책갈피가 뭐야?

 

저기… 꽃을 종이 사이에 끼워서

모험이 어느샌가
피크닉이 되어버렸네

 

저기… 정말로 이 길로
가도 되는 거야?

내 감을 믿어

아까보다 숲 출구에
더 가까워져가고 있어

그런 느낌이 들잖아?

 

서둘러야겠어

조금 위험할지도 몰라―

 

렌트!

뭐, 뭐야?

저기를 봐!

 

또 마물이야?

이 녀석, 옛날에 그림책에서
봤었던 작은 요정이야!

어어… 어쩌지!?

 

젠장… 방심했어

 

바보야, 그런 걸로 뭘 할 수 있다고!

그치만!

올 거야!

 

아얏!

이게!

 

렌트한테만 몰려들고!

이게!

 

내가 막아낼 테니까
어떻게든 도망쳐!

 

그런 짓은 할 수 없어!

 

어떻게든…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뭘 꾸물대고 있어!

이 녀석들은 절대
지나가게 두지 않겠어!

그러니까!

너로서는 무리겠군

 

거기에서 움직이지 마라

 

저, 저렇게나 강한 마물을 간단히…?

저게 강한가?

그 정도 실력으로
용케 이런 곳까지 왔군

 

보호대상을 확보―

보호대상을 확보했다만

부상을 치료하는 게 먼저겠군

 

이 너머에
탁 트인 곳이 있다

거기로 이동한다

아, 네

가자, 라이자

 

라이자?

 

숲 안쪽에 이런 곳이!

 

클린트 왕국의 유적을 사용한
숲지기의 오두막의 잔재다

클린트 왕국은 과거에
멸망한 나라인가요?

그렇다

이 문자는?

 

「마물은 오지 않는
안전한 곳」이라고 쓰여 있다

 

저 문자…

 

이 사람은 읽을 줄 아는구나!

 

얼른 부상을 치료해라

 

설마 약도
가지고 오지 않은 건가?

 

이런, 이런

이봐, 팔을 이리 내 봐라

아, 응

 

상처가 사라졌어

고통도 안 느껴져

정말로 나았어!

간다

 

저런 건 처음 봤어

나도…

 

그건 퇴마의 브로치다

 

마물이 다가오지 않도록
제대로 들고 있어라

 

알겠어

 

믿기지 않는 강함이었어

그게 실전적인 전투라는 건가?

 

당신은 마법사야?

 

마물을 해치운 폭탄도,
렌트의 상처를 치료해준 약도

푸른 불꽃의 빛도,
뒤에 있는 마물쫓이도!

모두 당신의 마법이야?

 

뭐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거로군

 

나는 연금술사다

저것들은 모두 연금술로
만든 것들이다

 

연금술…?

 

- 죄송해요!

 

정말이지, 이 악동들!

관습을 어기는 것만이 아니라
외부인들에게도 민폐를 끼치고!

 

라이자네는 잘못하지 않았어요!

모두가 없었다면
제가 마물에게…

내가 수색을 의뢰한 두 분이
오지 않았다면

넷 다 위험했을 거다

그건 알고 있겠지?

이제 그만 혼자서 돌아다니는 버릇을
고치는 건 어떠냐?

 

여러분, 죄송해요

뭘, 무사하면 됐어

 

아무튼 서두르죠

섬의 여러분을 이 이상
기다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도 마을에 볼일이?

그렇지

나는 클린트 왕국의
유적 조사를 하고 있어서

 

나는 이 녀석의 경호원이다

 

한동안 섬에 체재하게
해준다면 고맙겠다만

연금술사로서 도구 만들기
의뢰도 받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네

연금술사의 도구 만들기

 

호오, 그거 보기 드문 기술이군

어찌 됐든 마을의
소중한 손님을 구해주셨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접은 해드리죠!

이거 감사하군

나는 엠벨

저쪽은 릴라다

한동안 신세를 지도록 하지

 

라이자 군이라고 했던가?

아, 네

 

아까는 모두가 있어
말을 건네지 못했네만

딸을 구해주어 고맙네

아, 아뇨
그런…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지만

괜찮다면 딸하고
친하게 지내주게

 

네!

 

어서 오십시오, 라젠보덴 마을에!

하하, 제가 마을을
관리하고 있는 모리츠·브로넨입니다!

 

곤란하시거든 뭐든지
저 모리츠에게 상담해 주십시오

잘 부탁하네, 모리츠 씨

르베르트·발렌츠입니다

저기에서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시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촌장님이셔?

그게 아니라

음… 마을의 간판 같은
모리츠 씨라는 사람이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어떻게든 참견하는

쓸데없이 대단한 아저씨야

마을의 부자야?

돈도 그렇지만

굳이 어느 쪽이냐면
물을 많이 갖고 있는 거겠지?

 

섬의 고지대에
저택이 있는데

그 부지에 수원이 있어

이 섬에서는 물을 가진 사람이
가장 대단해

정말 촌구석 같지?

촌구석이라니

굉장히 아름다운 섬이야

나, 이런 아름다운 노을은
처음 봤어

헤에, 그런가?

어찌 됐든 앞으로 잘 부탁해
클라우디아!

응, 나야말로!
라이자!

 

렌트 군하고 타오 군도!

- 그래!
- 응

 

가길 잘한 거겠지?

 

모험

 

뭐, 힘든 일도 있었지만
아마도 결과적으로는

그러게

 

그렇지?

뭐가 가길 잘했다는 거냐

 

보스, 럼버

 

되는 대로 섬에서
나가자마자

마물한테 당하고, 떠돌이가
구해주기까지 했다며?

뭣…!

어떻게 그걸?

수호자들이 구시렁거리던데~

자기 분수도 모르는 꼬맹이들이
멋대로 활개치고 다녀서

자기들한테는 이런 민폐가
따로 없다고 했었지!

덕분에 상인들이
도착하는 게 늦어져서

이런저런 수속을
다시 해놔야 한다

 

아무래도 그다지 반성조차
안 하는 것 같군, 라이자

비켜, 보스 씨는
너희와 달리 바쁘시니까

 

자기 분수도 모른다라…

 

하지만 첫 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아무리 멀리 있는 곳도 못 갈 거야

 

그래, 오늘 첫 걸음을
내딛은 덕분에 나는…

 

나는 연금술사다

저것들은 모두 연금술로
만든 것들이다

 

만났어
연금술을!

 

둘 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가 아니지

갈 거지?

 

- 우리도 똑같아
- 응

 

그렇게 나와야지!

가자!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 감사했습니다!

신경 쓰지 마라

의뢰를 소화해내는 김에
구해준 것뿐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 부탁드립니다! 부디!

 

내게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 줘!

 

이 문자를 해독할 수 없을까요?

 

제게 연금술을 가르쳐 주세요!

 

나는 지금 바빠

포기해라

그, 그럴 수가!

저희는…!

우리는 그럴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

유적이 많은 섬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그렇게 됐으니 미안하지만 돌아가―

 

이건 구조역학의…

저기… 읽을 수 있나요?

물론 읽을 수 있고말고

 

너, 이 책을
어디에서 얻은 거지?

책은 잔뜩…!
저희 집 지하 서고에 있어요!

그렇군

릴라, 여기는 당첨일지도 모른다

그런가

 

네게 전사의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지

이 근처를 안내해 줄 수 있나?

 

할 수 있습니다!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저도!

미안하지만 연금술은
가르쳐 줄 수 없다

어째서―!

어째서인가요?

연금술은 소질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널리고 널린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만한 게…

그럼!

 

시험해 주세요!

제게 소질이 있는지를!

 

너, 이름은?

라이잘린·슈타우트예요

그럼 라이자
먼저 재료 채집을 해주겠나?

재료… 채집?

채집을 할 때 사용하는
안목은 연금술의 기본이다

 

이걸 채집해 오도록

 

알겠습니다
해볼게요!

 

그렇게 말은 했는데

이 풀은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어디였지?

 

떠오르지 않아

라이자!

 

클라우디아

 

좋은 아침!
또 만났네

왜 여기 있는 거야?

오랫동안 머무르게 돼서
집을 빌렸어

저기 봐, 저기!

 

언제든 놀러 와 줘

응, 나도 섬을 안내해 줄게

마석의 숲이나 일곱색 포도의 수풀이라든가

 

그렇지, 마석의 숲이야!

고마워, 클라우디아!

 

이거야
틀림없어!

해냈어!

 

어릴 적부터 보아와서
익숙한 풀

 

이게 연금술의 재료가 되는 거구나

 

어쩌면 저것도, 이것도 전부
연금술의 재료가 되는 걸지도 몰라

 

분명 이름 없는 풀을
채집해 오라고는 했다만

안목을 가늠하는 시험이다

이렇게나 잔뜩 채집해 와서
어디다 쓰려는 거지?

의외로 빨랐군

그야 어릴 적부터
이 섬을 구석구석 탐험하고 다녔으니까

뭐, 그렇지

그래서?
첫 채집은 어땠지?

즐거웠어요!

지금까지 몰랐던 것뿐이지

여기저기에 흥미로운 것들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렇군, 흥미로운 것들이라

그런 감정을 느낀다면 어쩌면…

 

아니, 다음에는 조합이다

아, 네!

 

먼저 내가 하는 걸 보고 있어라

 

만드는 것은 연금술에서
초보 중의 초보적인 것

 

중화제다

 

이 재료를 연금 가마 안에서

먼저 각기 다른 물질로 변환한다

 

그리고 물체로 생성한다

 

모든 것은 완성된 것의 레시피를
강하게 의식하는 것으로 실현된다

 

이름 없는 풀과 물을 재료로
이 중화제가 완성된다는 것이지

 

굉장해

이번에는 네가 해 봐라

네?
갑자기요?

지금 본 게 다예요

이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다

소질이 있다면
하는 얘기지만

 

좋아!

 

어디 보자…

분명 이 정도를 넣고

다음에는

 

그러고서 이걸…

 

만드는 건 아까 그 녹색!

 

자, 어때!

 

이거면 되는 걸까?

 

이쪽도 당첨

아니, 이쪽이야말로
진짜 당첨인가?

그 말은 즉…

 

합격이다

 

해냈어!

라이자, 너는 연금술사가
될 수 있다

아니, 이미 연금술사다

아직 초보 연금술사이긴 하지만

 

해냈다~!

 

어이, 어이!

정말로 진짜 어떻게든 해버렸네!

이제 연금술사래!

굉장해, 라이자!

응! 응!

 

해냈어!

진짜 믿기지 않네!

설마 했던 연금술사가 된 건가~

 

#02 『우선 첫 걸음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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