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약사의 혼잣말

 

언제든지 그대는 두려움을 모른 채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진 고양이 같아서

 

그대가 눈부시게 느껴지는 건

분명 내가 그대를 보고 있었기에

자극적인 사고회로

점점 끌리고 있어

 

푸르고, 푸른, 그 눈동자에
나는 아직 비치지 않아

그대는 오늘도 평소의 그대인 채로

 

흔들리고, 흔들리는, 이 마음은
어딘가에 담아둔 채

지금은 여기서 그저
그 옆모습을 보고 있어

 

자장자장...

자장자장아...

그 아이 어딨느뇨

울고 있네...

 

봉선화와 작장초

 

상대해주실 수 없을까요.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귀여운 딸의 부탁이라면야!

 

승부는 변칙 없는 5국 승부.

즉, 먼저 3승한 쪽이 승리입니다.

 

몇 수 접어줄까?

어느 말을 떼어줄까?

필요없습니다.

 

받아두면 될 것을.

 

그것보다 내기의 포상을
정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이야기가 빠르구나!

내가 이기면 내 아이가 되어줄 테지?

 

아무런 참견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잖습니까.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사용인인 몸인지라,

기한이 다 된 뒤가 되겠습니다만.

사용인?

정말로 고용되어 있는 거니?

네.

 

그 대신, 제가 이기면...

 

녹청관의 기녀를 한 명,

기적에서 받아가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무슨 말을 꺼내나 했더니만.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포주 할멈이 나이가 찬 기녀를
정리하고 싶어하고 있는지라.

그렇게 나왔군.

 

그걸로 충분하다면야
받아주는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만으로 괜찮겠니?

그럼 규칙을 두 개 더.

 

냄새로 봤을 때,
좀 독한 증류주인가?

 

엄청나게 나쁜 예감이 들어.

그건 뭐지?

조금이라면 약입니다.

세 입이나 마시면

맹독이 되지만요.

 

작은 병의 액체를
세 개의 술잔에 넣어서,

어디에 넣었는지 모르게 하겠습니다.

 

승부 한 판마다

이긴 쪽이 하나를 골라서

진 쪽이 그것을 단숨에 마신다.

이게 첫 번째 규칙입니다.

 

섬뜩한 걸 생각해는군.

 

그리고 두 번째는

설령 어떤 이유가 있어도

시합을 포기하면 패배, 인 걸로
부탁드립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없어.

이건 흔들기인가?

확실히 보통 상대라면
겁먹을지도 몰라.

하지만...

상대는 기인이라 불리는 군사님이다.

단순한 흔들기로
마음이 흐트러질 거란 생각은 안 들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또 졌어!

이걸로 2연패야.

장기에서 패배를 모르는
군사님에게 도전하는 거니까

다소는 소양이 있는가 했더니만,

규칙을 알고 있는 정도지

실전 경험은 없는 모양이야.

 

이미 두 잔.

맛있다는 듯이 마신 탓에

독이 든 건지 어떤지
옆에서 봐서는 모르겠어.

 

3판째도 제가 먼저 둬도 되겠습니까?

응, 좋아.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3판째 결과도 뻔히 보여.

혹시 이미 마신 두 잔이
독이 든 거라면

3잔째를 마시는 건 너무 위험해.

 

이 상황,

나한은 어디까지 읽고 있는 거지?

 

외통입니다.

 

졌네.

동정을 베푸신 거라도
이긴 건 이긴 걸로 해도 되는 거지요?

암,

착각으로라도
딸에게 독을 권할 수는 없으니까.

어느 걸 골라주겠니?

마음대로 마시시지요.

그 약이라고 하는 건
맛은 나는 건가?

한 입 마시면

싫은 맛이라고 생각하시겠죠.

 

나한은 2번까지 질 수 있어.

그 중에 하나라도 맛이 다르면

딸에게 독이 가지 않는단 걸 알겠지.

 

그걸 위해서 일부러 질 줄이야.

역시 빈틈이 없는 남자야.

 

그럼 이것을.

 

싫은 맛이군.

 

독이 든 거야.

이걸로 약사가 세 잔째에
독을 마실 걱정은 사라졌어.

그건 동시에

나한이 이 이상 질 필요가 없단 뜻.

 

약사에게 승산은 없어.

 

내가 이기면 내 아이가 되어줄 테지?

 

그리고 더운데.

 

이건 대체...?

 

한 잔으로는 문제 없는 약이잖느냐?

아무리 밉다고 해도
정말로 독을 타다니...!

약입니다.

술은 백약의 장이라고도 하니까요.

술?

무슨 뜻이지?

 

임씨 님,

 

취한 것뿐인 모양입니다.

뭐?

 

술 못 마셔요, 이 사람.

그러고 보니...

 

항상 음료수만 마시지,

술을 마시는 건 본 적이 없군.

 

그럼 조금 전에 넣은 액체는?

알코올입니다.

 

어디 그럼...

 

얼른 이 남자를 운반해서

기루의 꽃을 고르게 하지요.

 

태어났을 때부터

사람의 구별이 가지 않았다.

 

유모와 어머니를 착각하는 것도 모자라,

남녀의 구별도 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게 질려서

이래선 도움이 안 되겠다며

애인의 집에 다니게 되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되찾으려고
필사적이었다.

 

그런 이유로

명가의 장자이면서도

소일거리로 배운
바둑과 장기에 빠져들어,

자유분방하게 살 수 있었다.

 

얼굴이 아니라,

목소리나 몸짓,

체격으로 사람을 기억하는 거란다.

 

너라면 장기이려나.

 

숙부님만은

나를 이해해주셨다.

 

요령은 나쁘지만

우수한 숙부님 덕분에,

차차 사람의 얼굴이
장기말로 보이게 됐다.

 

숙부님이 차로 보이기 시작할 때,

역시 우수한 남자구나 하고
재확인할 수 있었다.

 

성장한 뒤에는

무에 재능은 없는데,

집안 덕분에 갑자기 장을 맡게 되었다.

 

자신이 약해도

부하를 낭비없이 쓰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사람이 장기말이 되는 장기는

무엇보다 재밌는 놀이임이 틀림없었다.

 

업무에서든 놀이에서든
무패가 계속되는 와중,

사교상으로 갔던 기루에서

소문의 기녀와 대결하게 된다.

 

무수한 흑백 속에

그곳만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여자의 이름은

봉선.

 

기루에서 패한 적 없는 기녀와

군부에서 패한 적 없는 나.

누가 지더라도
관객들은 재밌어하겠지.

 

확실히 강해.

하지만, 결국은 우물 안의 개구리.

 

졌어...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렇게 져본 건 얼마만이지?

 

사람이란
이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건가.

 

마치 봉선화의 열매 같은,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사람을 가까이 들이지 않는 눈.

 

다음은 질 리가 없지.

 

그 뒤로

그저 내내 바둑과 장기를
반복할 뿐인 밀회가

몇 년인가 이어졌다.

 

기루에서 태어난 봉선은

긍지만을 굳혀놓은 듯한 성격이었다.

 

어머니는 안 계십니다.

저를 낳은 여자라면 있습니다만.

홍등가에선
기녀는 어머니가 될 수 없는지라.

 

재능 있는 기녀는

어느 정도 인기인이 되면

팔기를 꺼려하게 된다.

 

봉선도 그 중 하나였다.

 

너무 매서운 대응이

만인의 취향은 아니긴 하나,

일부 호사가에게 먹혀든 모양이다.

 

점차 가격도 올라가게 되어,

사흘에 한 번 만나는 게
고작이 되었다.

 

봉선화와...

뭐지, 그건?

작장초,

별명 괭이밥입니다.

 

해독이나 벌레 물린 데 잘 듣는
생약이라던가.

 

봉선화와 마찬가지로

성숙한 열매를 건드리면

씨앗이 터져날아갑니다.

 

그거 재밌군.

 

다음은 언제 오실 수 있습니까?

 

또 3개월 후에.

 

알겠습니다.

 

봉선의 낙적 이야기를 들은 건
그때즈음이었다.

 

봉선의 가격은

호사가들의 경쟁으로 치솟아 있었다.

 

무관으로서 출세는 했으나,

배다른 형제에게
후계자의 자리를 빼앗긴 나로서는

도무지 맞설 수 있는 액수가 아니었다.

 

가끔은 내기를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당신이 이기시면
원하는 걸 드리지요.

 

제가 이기면
원하는 걸 받아가도록 하지요.

 

마음에 드시는 판을 골라주십시오.

 

불현듯 나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바둑으로 해도 괜찮으신 거지요?

그래.

 

매매,

시합에 집중하고 싶으니까.

네.

 

정신 차려보니

손이 포개어져 있었다.

 

봉선으로부터는
달콤한 말도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도 그런 성미는 아니라,

어떤 의미에선
닮은 꼴인 두 사람이었다.

 

바둑을 두고 싶어...

나도 장기를 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장자장

자장자장아

그 아이 어딨느뇨

울고 있네

아무것도 모른 채

작은 새들

하늘 멀리 저멀리

날아갔네...

 

그 3개월 후,

우수했던 숙부님이 실각했다.

 

후궁의 의관이 되었나 했더니만,

추방이라고?

일족의 체면에 먹칠을 했구나!

 

우수하면서,

여전히 요령이 나쁘다.

너는 녀석과 친교가 깊었지?

집을 나가서 한동안 유학하거라!

유학?

혹시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뭐냐?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부모이자 상사인 아버지에게

거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낙적 이야기가 파탄이 났다고

봉선으로부터 편지가 있었고,

나도 반 년 정도면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때는...

 

설마 돌아오는 데에

3년이나 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봉선으로부터 온 편지가 이렇게나...

 

흙덩이?

아니, 나뭇가지인가?

그것도 두 개?

 

아니야, 이건...!

 

손가락 걸기,

그런 저주가 유행하고 있는 건
알고 있었어.

 

낙적 이야기가 파탄이 난 원인,

그 주머니에 들어있던
또 하나의 작은 손가락은...!

 

어째서 눈치채지 못한 거지?

바둑과 장기 밖에 머릿속에 없었어.

 

이런 간단한 답에조차
도달하지 못했어!

 

보, 봉선은?

너...!

봉선이라면 이제 없어!

이제 와서 뭐 하러 온 거야!

3년이나 방치해두고!

가치가 떨어진 기녀가
어떻게 되는지 따윈

자기 알 바 아니란 거냐!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었을 텐데!

낙적의 파탄,

그 원인은...

봉선의 배에는...

 

가게의 이름을 더럽히고,

신용과 가치가 땅에 떨어진
기녀가 이르는 말로...!

 

거리의 매춘부인 양 손님을 받다가...

 

언젠간...!

 

아무리 울부짖는다 한들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

 

모든 것이 다

눈앞의 일만 생각한
내가 불러들인 일이야.

 

여기는?

녹청관인가?

 

정신이 드셨나요?

 

매매.

 

어딘가의 귀인을 모시는 분께서
데리고 와주셨어요.

그나저나 안색이 엉망이네요.

붉다고 해야하나 파랗다고 해야하나.

나도 이렇게 될 생각은 없었어.

설마 그렇게 강한 술일 줄은
생각 못했거든.

 

매매는 옛날에

봉선 밑에서 견습을 했다.

 

매매와는 자주 놀아줬다.

 

재주가 좋다고 칭찬했더니,

머뭇머뭇거렸지.

 

그러고 보니...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자, 드시죠.

그래.

 

너무 써!

뭐냐, 이건!

묘묘가 만든 모양이더라고요!

 

섞섞... 섞섞... 섞섞...

그렇구나,

묘묘가...

 

그리고 이쪽의 상자도 묘묘가.

 

메마른 장미?

설령 메말랐다고 해도

형태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군요.

 

매매 언니.

 

실례하겠습니다.

 

써내려진 문자에서 떠오르는 표정

편지지에 스며들어가는 동그란 눈물

나날 속에서 뒷전으로 미뤄뒀던
쓸쓸함이 서서히 드러나

당신 앞에서는 언제나 아이 같아서

 

봐봐

사랑은 약
울고 또 흐느껴 울던 그 뺨에

새겨지는 미소 주름
비는 그치고

사랑은 약
젖어서 홀쭉해진 꿈에

쏟아지는 응원소리 전해지는 온기

언젠가 혼잣말로가 아니라
고마워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전해지지 않게 되기 전에
그 눈을 보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다음 시간,

임씨와 묘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