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약사의 혼잣말

 

언제든지 그대는 두려움을 모른 채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진 고양이 같아서

 

그대가 눈부시게 느껴지는 건

분명 내가 그대를 보고 있었기에

자극적인 사고회로

점점 끌리고 있어

 

푸르고, 푸른, 그 눈동자에
나는 아직 비치지 않아

그대는 오늘도 평소의 그대인 채로

 

흔들리고, 흔들리는, 그 마음은
어딘가에 담아둔 채

지금은 여기서 그저
그 옆모습을 보고 있어

 

기녀의 가치를 떨어트리려면
어떡하면 되나?

 

아이를 배게 하면

가치 따윈 없는 거나
다름없어집니다.

 

가시려던 가게는 저곳 아닐까요?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여기서 말이냐?

 

기껏 변장했는데,

제가 안에 들어가면 안 되잖습니까.

 

그럼 이만.

 

괜찮아,

아무런 감회도 없이 말해냈을 거야.

 

오늘밤은 즐겨주십시오.

 

옛날의 꿈?

아니, 아기일 적의 꿈인가.

 

나한
그런 얘기를 한 탓일까.

나한
잘 잤니.

 

잘 잤어, 아버지?

 

오늘은 어떡할 거니?

딱히.

특별히 볼일이 없다면
녹청관에 가주지 않겠니?

 

괜찮은데.

 

여어, 묘묘,

근무는 안 해도 되는 거야?

휴가 받았으니까.

 

휴가라면서 결국 약방에 왔구나.

온 김에 말이지.

그것 때문에 온 건 아니지만.

거기 서렴, 백령!

 

그 얘긴 이제 됐잖아!

 

어머?

묘묘!

 

어서 돌아와!

더워, 백령 언니.

난 추워.

할멈이 잔소리만 해대서.

얘기 아직 안 끝났어.

자, 어느 쪽으로 할 거냐?

 

할멈 끈질겨.
잘은 모르겠지만,

네가 똑바로 안 하니까 그렇지!
백령 언니도 힘들어보이네.

얼른 정해버려!

애당초 네가 언제까지고
눌러앉아 있으니까,

이쪽이 얘기를 주선해주는 거잖냐!

부탁한 적 없어요!

할멈은 언제나 제멋대로야!

제멋대로는 또 뭐냐, 제멋대로는 또!

 

묘묘, 왔었냐?

아까부터 있었어요.

별채에 가는 걸까?

 

잘 잤어?

 

옛날엔 까닭없이 날 싫어해서
쫓겨났었지만,

 

이젠 그럴 기운도 없나.

 

아니면

진작에 말도 잊어버린 건가.

 

병이 진행돼서
기억도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어.

 

아버지의 약은 잘 듣지만,

이렇게 되어서야
마음의 위안조차 못 돼.

 

그럼에도 먹이는 것 외엔
치료법을 몰라.

 

그 손님, 또 왔는데요.

 

정말이지, 냄새 하난 잘 맡는군.

 

매매를 불러.

 

녹청관은
지금이야 격식 있는 기루지만,

십수 년 전, 먹칠을 당한 간판이
내걸린 시기가 있었다.

이 기녀는 그 몇 년 간 동안
손님을 받다가

불행하게도 매독이 옮았다.

 

아버지가 녹청관에 찾아왔을 때쯤엔

마침 병이 잠복 기간에
들어가 있었던 모양이다.

병 상태를 전해줬더라면
대처도 가능했을 텐데,

갑자기 나타난 전직 환관인 남자를

모두가 다 얌전히 믿을 리가 없었다.

 

손님을 받지 않으면
먹고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이 기루의 규칙이다.

 

몇 년 후, 다시 발진이 나기 시작하니,

종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퍼졌다.

 

그 이후 여자는

손님의 눈이 닿지 않는

이 별채에 가둬져있다.

 

쓸모가 없어진 기녀가

시궁창에 내던져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관대한 거다.

 

꽤나 냄새가 고여있네.

향도 조금 피울까.

 

무슨 일이야?

언니께서 말씀하셔서...

그 이상한 안경 낀 사람이 있으니까,

이쪽엔 돌아오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그래?

알았어.

 

여기에 있으면
그 손님이 올 일은 없다.

 

녹청관의 고객이자,

오랜 단골인 그 남자.

 

바보 같은... 여자...

 

수고했어.

그 손님, 이제 돌아갔어.

매매 언니가 상대해줬어?

달리 없잖니.

 

다행이야.

언니, 오늘은 상태가 좋아보이네.

 

묘묘에게 또 그 이야기가 들어왔어.

 

언니 용케 어울려주네.

그래?

할멈도 돈 씀씀이만 좋으면
아무 말 안 하니까.

할멈이 날 기녀로 삼고 싶어하는 건
그런 이유겠지.

고용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팔려나가버렸을지도.

다른 데서 보면
다시는 없을 인연이야.

서로가 피차 바라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 기녀가

얼마나 적은지 아니?

할멈이라면 은의 무게로
그딴 건 걷어차버릴 거거든.

 

극락행 뱃삯을
악착같이 모으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나도 슬슬 나이가 됐으니,

제대로 생각해봐야지.

아직 서른 전이지만

기녀로서는 은퇴할 나이니까.

 

독립하지 그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 일을 계속할 거야.

 

매매 언니의 감정은

나로선 잘 이해가 안 간다.

 

깊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혹시 그게 사랑이란 거라면,

 

그런 감정은 분명

날 낳은 여자의 몸안에
두고 와버린 걸 거다.

 

오랜만에 등 밀어줄까?

 

됐어.

됐으니까 이리 와.

 

서로 밀어주는 거 그립네!

해달라고 해.

내일부터 또 한동안 못 돌아오잖아?

 

봉사해줄 테니까,

좋은 손님 건도 잊지 말고.

 

설마,

약속 장소로 잡은 가게가
홍등가 같은 접대를 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런 류의 것을
사러 간 게 아니었는데.

 

약사, 잠시 괜찮겠나?

 

네.

수련과 마시거라.

괴짜로부터의 선물이다.

 

괴짜로부터요?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일하러 돌아가겠사오니.

 

어머, 어머.

 

오늘밤은 정진요리니까,

소묘도 고기나 생선을
집어먹지 말도록 하렴.

 

휴식중이라고 해서

너무 정신이 팔려선 안 된단다.

 

정진요리 말씀이시죠?

아차,

일하다 보면
금방 머릿속에서 떠날 줄 알았는데...

 

그리고,

 

이상한 풀을 창고에 숨겨두는 것도
안 된단다.

 

방심을 할 수가 없네.

둘 곳이 없다면
임씨 님께 부탁드려서

남은 방을 쓰게 해달라고 하지 그러니?

아뇨, 귀인께서 사시는 장소를
약 선반 취급할 순 없습니다.

 

소묘는 신경 쓰지 않는 듯이 보이면서

제법 선을 긋고 있단 말이지.

저는 미천한 태생의 계집이니까,

이곳에 있는 것도
정말 신기한 인연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고귀한 태생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다른 것이라곤
생각하지 마렴.

 

뭐가 어떻게 굴러가서

인생이 어떻게 될지 같은 건
모르는 법인걸.

신분만으로 뭐든 구분하는 건
아깝단다.

 

그런가요.

응, 그렇단다.

 

자, 일하자꾸나.

심부름을 부탁해도 될까?

 

실례하겠습니다!

약을 받으러 찾아뵈었습니다!

 

그래, 잠시 기다려라.

 

돌팔이 의사가 관리하는
후궁의 의국과는 완전 딴판이네!

 

여기는 군부가 가까워서
부상자도 많으니까.

 

아아,

이 쌉싸름함이 입안에 퍼져나가는 냄새!

 

약 선반엔 뭐가 들어있을까.

온 의국 안을 뒤져보고 싶어!

 

아니, 안 돼, 견뎌!

뭐 하고 있어?

 

그때 그...

 

그저 약을 기다리고
있던 것뿐입니다만.

 

취령(翠苓)!

 

와있었구나.

 

초소의 상비약을 받으러.

그래.

 

초소?

 

별일 없었어?
그러고 보니

별일 없었어?
전에 만난 것도 군부 근처였지.

난 잘 지내.
전에 만난 것도 군부 근처였지.

 

약초 냄새가 난 건
군부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인가.

 

묘하게 날 싫어하고 있는 듯한.

 

달리 필요한 건 없어?

특별히 없습니다.

 

본래라면 관녀 일은 안 해도 될 텐데.

 

아,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보다 약 말이지?

 

무슨 약이지?

 

핥짝.

 

감자 가루인가?

임씨 님의 약 맞지?

 

생각해보니,

임씨 님은
이해가 안 되는 점들이 많아.

반 개월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일도 그렇지만,

 

전날부터 정성들여 목욕을 하고

향을 피우고 나갔다가...

 

정진요리도 그래.

마치 목욕재계라도 하는 것 같아.

 

환관도 제사일을 할 수 있는 걸까?

 

고귀한 인물이시라면
이상할 건 없지만,

그만한 남자가 어째서 환관을?

 

임씨 님도 이전의 황태후,

여제의 독단으로
환관이 되어버린 걸까,

 

아버지처럼.

 

그 소녀의 양아버지는
전직 환관에 의관이었던 모양이다.

전직 의관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면

그 지식은 납득이 갑니다만,

전직 환관입니까?

그렇다.

그런 우수한 의관이
환관들 중에 있었을까요?

 

실례하지요.

 

지난번에 하던 이야기를 계속할까요.

 

정말로,

상당히 악랄한 짓을 하신
모양이더군요.

실례군요.

솔개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데요.

 

10년 이상을 들여서
간신히 포주 할멈을 설득했는데,

옆에서 가로채인 입장도 되어보시지요.

까치집을 내놓으라?

아뇨, 얼마든 간에 지불하지요,

옛날과 똑같은 전철은
밟고 싶지 않거든요.

 

싫다고 한다면?

그런 말을 들으면 아무말도 못하지요!

귀공께 거역할 자 따위

한 손에 꼽을 만큼도 존재하지 않으니.

 

역시 내 정체를 눈치채고 있어.

 

다만 "딸"이
어떻게 생각할지입니다만.

 

아아, 마음에 안 들어.

 

즉, 그런 뜻이군.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나한은 묘묘의 친아버지다.

 

딸에게 조만간 만나러 가겠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그럼 이만.

 

약사.

 

네.

 

다음에 한 번 널 만나고 싶다는
관리가 있다만.

 

어떤 분이시죠?

 

전부터 이야기했던 괴짜다.

이름은 나한이라는...

 

어떻게든 거절해두마.

 

감사합니다.

 

그럼 일하러 돌아가겠사오니.

 

그런 표정은 처음 봤어.

 

더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

 

역시 눈치채였구나.

 

이 냄새...

약초밭이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저쪽에도!

 

또, 너야?

 

이런,

이건 아무리 봐도 너무 수상해.

 

안심하십시오.

아직 아무것도 안 땄습니다.

그 손의 흙,

지금부터 따려고 했다고
인식해도 될까?

 

딱히 나무라는 건 아냐.

 

여긴 비공식적인 밭이니.

다만 의관도 알고 있는 장소니까,

너무 드나들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이곳을 담당하고 계십니까?

글쎄.

나도 원하는 걸 심을 수 있게
허락받은 것뿐.

 

잡초만을 골라서 뽑고 있어.

 

분명 취령이라고 불렸지?

 

남 얘기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다지 활력이 넘치는 성격은
아닌 모양이야.

 

뭘 심고 계신가요?

 

부활의 약...

 

그건...!

 

죽은 자가 되살아날 수 있는 약.

그런 게 실재한다면,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갖고 싶어!

 

농담이야.

 

농담...

너, 약사라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의 실력일까?

 

글쎄요...

 

조금 더 나중의 이야기긴 하지만,

여기에 나팔꽃을 심을 거야.

 

그럼 이만.

 

써내려진 문자에서 떠오르는 표정

편지지에 스며들어가는 동그란 눈물

나날 속에서 뒷전으로 미뤄뒀던
쓸쓸함이 서서히 드러나

당신 앞에서는 언제나 아이 같아서

 

봐봐

사랑은 약
울고 또 흐느껴 울던 그 뺨에

새겨지는 미소 주름
비는 그치고

사랑은 약
젖어서 홀쭉해진 꿈에

쏟아지는 응원소리 전해지는 온기

언젠가 혼잣말로가 아니라
고마워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전해지지 않게 되기 전에
그 눈을 보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다음 시간,

우연인가 필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