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스완

 

그녀는 자주
거짓말을 했다

 

이거 떨어졌어

 

- 고맙다
- 천만에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시즈루에게
편지 고마워

 

다음 달, 널 찾아 뉴욕에 가

 

2년 만에 만나는 거지?

 

뉴욕에서 사진전을 연다니

 

얘기 듣고 정말 놀랐어

 

벌써부터 기대된다

 

타마키 히로시 ← → 미야자키 아오이

 

쿠로키 메이사

 

실례합니다

 

여기가 어디예요?

 

두 블록 더 가서
왼쪽에 있어요

 

너와 함께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해

 

같이 지낸 3년 동안

 

넌 내게 자주
엉뚱한 거짓말을 했지

 

각본 / 반도 켄지

 

감독 / 신조 타케히코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뭘?

 

잡지 같은 거
읽어봤자야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 수 있어

 

뭐라고?

 

인류의 5분의 1 은
초능력자거든

 

진짜야
확인했어

 

- 어떻게?
- 간단해

 

의심이 가는
사람이 보이면

 

잠자코 메시지를 보내

 

'어깨에 거미 붙었어'
하고 말이야

 

그래서 놀란 얼굴로
자기 어깨를 돌아보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초능력자야

 

얼마 전에 길에서 해 봤는데
진짜 놀랐다니까

 

우리 학교에서는...

 

미유키는 분명
능력을 갖고 있어

 

미유키가?

 

거짓말 같아?
확인해 볼까?

 

많이 기다렸지?

 

또 A세트야?

 

또 비스킷만 먹어?

 

먹을래?

 

오후 수업 들어갈 거야?

 

- 미국문학?
- 응, 갈 거야

 

'거미'

 

- 처녀 별자리지?
- 응

 

- '거미'
- 오늘 운세가 제일 좋은 별자리래

 

- 행운의 색도 감색이야!
- '거미'

 

- 왜 그래?
- 아냐

 

시즈루 너...

 

- 뭔데?
- 아무것도 아냐

 

2년 만에 만날 너에게

 

가장 먼저 하고픈 말은

 

그 숲이
지금도 있다는 거야

 

둘이서
도너츠 비스킷을 먹고

 

이름 모를 새들을 쫓으며

 

사진을 찍던 그 숲이...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숲이...

 

지금도 있어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제72회 메이케 대학 입학식

 

메이케 대학 입학에 앞서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무엇을 배울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십시오

 

6년 전, 나는
입학식에 가지 않았다

 

사유지
출입금지

 

저기요!

 

조금 더 가면
버튼식 신호등이 있어

 

거기서 건너는 게
안전할거야

 

학생들이 다들
그 쪽에서 건너니까

 

여기서는 차들이
절대 안 멈추거든

 

- 횡단보도잖아요
- 그러게

 

- 선배님이세요?
- 응?

 

저, 오늘부터
저 대학 다녀요

 

나도 신입생이야

 

입학시험 때 여기서
건너려다 포기했었거든

 

우리 둘 다
입학식에 지각이네

 

난 처음부터 입학식
갈 생각 없었어

 

왜?

 

복잡한 거 질색이라

 

여하튼 저기서 건너
이만 실례

 

염려마
확인해 보려는 것뿐이야

 

멈춰주는 친절한 사람이
하나라도 있는지

 

푸틴 대통령이 취임하자

 

옐친과 사적인 교류가
깊었던 클린턴 대통령은

 

개인적인 친분과 상관없이

 

자신 및 자신의 후계자와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는

 

코멘트를 남겼을 뿐입니다

 

클린턴은 임기 말에
선거를 앞두고

 

고어가 되든 부시가 되든
미국의 정책은...

 

국제관계학은
신청해야겠어

 

여기야!

 

국제관계학에 대해서
얘기 좀 해보자니까

 

가려워라...

 

- 피곤하다
- 아, 졸려!

 

이상한 냄새 안 나?

 

- 네가 범인 아냐?
- 나 아냐

 

그 냄새가 아니라
약 냄새야

 

맞은편 공장 때문이야

 

여름에는 더 심해

 

냄새?

 

냄새가 좀
약한 약은 없나요?

 

냄새가 나나?

 

무슨 냄새가 난다고

 

나잖아요

 

어릴 적부터 써 와서

 

기분상 그런 거 아냐?

 

네?

 

나는 그 냄새가
줄곧 신경 쓰였다

 

독약이라도
만드는 거 아냐?

 

말도 안 돼

 

그래서 사람들과 가급적
떨어져서 지냈다

 

여기, 비었어요?

 

응?

 

그래

 

횡단보도에서
내 사진 왜 찍었어?

 

- 눈치 챘어?
- 그럼 그걸 모를까

 

응, 그렇겠지...

 

그렇겠지?

 

아마 그렇겠지...

 

무슨 과야?

 

영어과야

 

저는 불어과
'사토나카 시즈루'입니다

 

'세가와 마코토'입니다

 

- 만성비염이야
- 응?

 

남들의 백분의 일밖에
냄새를 구분 못해

 

아, 그렇구나

 

친구 좀 사귀었어?

 

아니, 아직

 

나도야

 

다 커서 사귀려니
쉽지 않네

 

- 그게 점심이야?
- 응

 

- 먹을래?
- 아니

 

맛있어
도너츠 비스킷

 

내 주식이야

 

비스킷이?

 

그래, 고소하고
구멍도 귀엽잖아

 

그럼 우리 친구할래?

 

- 뭐?
- 싫어?

 

무슨 의미인지...

 

역시 남녀간에
친구는 무리인가?

 

왜 그런 눈으로 봐?

 

어...

 

'네가 여자로 보이겠냐'
그렇게 생각했지?

 

내가 언제

 

- 저 말이야...
- 왜?

 

거기서 건넜어?
횡단보도 말이야

 

못 건넜어

 

친절한 사람은
역시 없나 봐

 

그런가?

 

하지만 졸업 때까지
꼭 건너고 말 테야

 

말이 돼?
못 건너는 횡단보도라니

 

야구장의 축구 심판만큼
무용지물이라니까

 

건널 수 있어
의외로 간단해

 

정말?

 

건너는 방법 알거든

 

어떻게?

 

우와!
실컷 건널 수 있겠다

 

좀 진정해

 

신난다!

 

난 이만 갈게

 

뭐?

 

또 봐

 

좋아!

 

이것 봐
출입금지잖아

 

알아

 

왜 들어가는데?

 

사진 찍으려고
취미야

 

그래?

 

뭐 하는 거야?

 

수업 시작하려면
아직 멀었잖아

 

그렇지만...

 

- 으쌰
- 야...

 

어머, 저것 봐

 

아!

 

잠깐만

 

저기 있다

 

- 그쪽 맞아?
- 소리 들렸어

 

- 어딘데?
- 저기일 거야

 

귀엽다

 

- 아!
- 에이...

 

새가 이런 거 먹을까?

 

먹는다니까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거든

 

조금 오른쪽으로

 

- 오른쪽?
- 응

 

- 있잖아
- 응? 뭐?

 

- 키스해본 적 있어?
- 응?

 

해봤어?

 

그럼

 

진짜?
느낌이 어땠어?

 

글쎄...

 

달콤했어?

 

그렇지, 뭐

 

황홀했어?

 

그랬던 것 같아

 

해본 적 없지?

 

해봤어!
그것도 많이

 

알았어
끝났어!

 

영차

 

무거웠어?

 

아니, 너무
가벼워서 놀랐어

 

도너츠 비스킷이
정말 주식인 거야?

 

영양은 이걸로 충분해

 

내게 부족한 건
성장호르몬이야

 

뭐?

 

비스킷 부스러기가
머리로 떨어졌네

 

괜찮아

 

어때? 맛있지?

 

응, 맛있네

 

한 개면 돼

 

그럼 한 개만 더

 

세가와

 

응?

 

괜찮다면
저쪽 테이블로 올래?

 

혼자 먹으면 맛없잖아

 

같은 과 친구들이거든
괜찮겠지?

 

- 고마워
- 응

 

얘들아, 왔어

 

- 안녕
- 안녕

 

어서 앉아

 

- 여기 앉아
- 응

 

괜찮냐?

 

드디어 말하네

 

- 응?
- 입학한 지 대체 몇 달째야

 

남들하고 말하는 거
본 적이 없다

 

그런 사람도 있는 거지

 

조용한 타입?

 

아니, 이야기하는 거
별로 안 싫어해

 

- 뭐야
- 아닌 것 같은데

 

좀 낯가리다 보니
그렇게 됐네

 

낯 한번 오래 가린다

 

새 친구를 위해
건배하자

 

- 자, 건배!
- 건배!

 

네가 안 하면
의미가 없잖아

 

- 건배
- 잘 부탁해

 

먹어

 

- 세키구치, 받아!
- 받았다

 

- 사키, 받아!
- 받았다

 

위험하잖아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은 모두 초능력자인 것 같다

 

말로 하지 않아도
본심을 알 수 있으니까

 

시라하마는
미유키를 좋아해

 

세키구치도
그녀를 좋아하고

 

이거 먹을래?

 

사키는 세키구치를
좋아하는 눈치다

 

시즈루도
내 마음을 읽었을 테니

 

그때 분명
눈치 챘을 것이다

 

입학 이후 내내...

 

내가 미유키를
좋아했다는 것을

 

- 아, 상쾌해!
- 기분 좋다!

 

장소 끝내주지?

 

여자들은 한 번 나오려면
한참 걸린 다니까

 

맞아

 

더우니까 먼저 들어가자

 

어, 그래

 

거기, 왜 그래?

 

좀 긁혔어

 

누가 할퀸 거 아냐?

 

누구야?
어디 봐봐

 

- 안 돼
- 뭐야

 

- 여자 손톱자국이지?
- 많이 기다렸지?

 

거봐
넋이 나갔네 아주

 

누가?

 

야! 정신 차려!

 

괜찮아?
마코토, 괜찮아?

 

하나 둘!

 

- 간다
-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 조미료 안 들어갔어
- 뭐?

 

조미료 안 넣었어

 

미유키, 좀 더 들어가

 

5초 후에 찍힐 거야

 

찍힌다

 

3, 2, 1...
예!

 

그만 봐

 

- 가슴이 빈약하네
- 시끄러워

 

함께 갔으면 좋았을걸

 

됐어
애들도 아니고

 

애라니?
나도 어른이야

 

어른이지 어른

 

그 사진 내가 찍은 거야

 

여자 친구가 보면
화내겠다

 

어?

 

여자친구?

 

여자 친구 있냐?

 

없어

 

전에 걔랑
함께 가는 거 봤어

 

- 누군데?
- 불어과 여학생이지?

 

여자 친구 아냐
그냥 친구야

 

정말? 대체 누구야?

 

너도 아는 애야

 

국제관계개론 수업 때
뒤에 앉아 자던 애

 

- 뭐!
- 걔였구나

 

- 그런 애랑 만나?
- 그게 누군데?

 

왜 있잖아

 

머리는 부스스하고
코훌쩍이는 애

 

- 야...
- 한마디로 괴짜야

 

괴짜 맞아

 

- 너무했다
- 정상은 아냐

 

그냥 친구라니까!

 

부끄러울 거 없어
취향이 다 다르니까

 

그만해

 

차별하는 거 아냐
자기 취향이잖아

 

그게 아니라
네가 설명한 여학생이

 

지금 네 뒤에 있어

 

뭐?

 

저런... 상처 받았나 봐

 

뒤에 있는지 몰랐잖아

 

모르면
험담해도 된다는 거야?

 

내가 언제 험담했어

 

괴짜라고 안 했어?

 

그야 어쩌다 보니
튀어나온 거지

 

정상은 아니라며?

 

그것도 어쩌다
튀어나온 거야

 

중요한 걸 깜빡 해서
가 봐야겠어

 

알았어

 

- 또 보자
- 잘 가

 

- 실수한 거야
- 그만하랬잖아

 

무슨 일이야?

 

미안

 

뭐가?

 

나쁜 뜻은 없었어

 

그냥 나를
놀리려 했을 뿐이야

 

늘 그런 식이거든

 

신경 안 써

 

정말?

 

그럼 다행이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너도 엄청 무신경하고
멍청한 녀석이야

 

괴짜 취급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

 

이미 익숙해졌거든

 

내가 슬픈 건
너 때문이야

 

그냥 친구라고
변명하기 바쁘더라

 

그냥 친구 같은 거
하나도 안 반가워

 

미안해

 

진짜 친구라면
감싸줘야 되잖아

 

그래

 

괴짜가 아니라

 

남들보다 개성이
강한 애라고 말이야

 

저기...

 

이거 받아

 

자

 

시골에 갔을 때
기념품점에서 샀어

 

나 주는 거야?

 

응
먹어 봐

 

이거 먹으면 울 것 같아...

 

응?

 

울 것 같아서
겨우 참고 있는데

 

- 왜?
- 분명 울 거야

 

큰 소리로?

 

그럼 먹지 마!

 

- 안 돼!
- 왜?

 

셔터 두 번 감아

 

조리개는 바꿨어?

 

응, 바꿨어

 

- 조리개 값은?
- 4

 

왜 안 되지?

 

- 한 번 더
- 한 번 더

 

- 왜 그래?
- 아, 힘들다

 

- 뭐가?
- 숨 참느라고

 

뭐?

 

왜 웃어

 

- 저 집이야
- 아...

 

역 앞 아파트보다
집세가 훨씬 싸

 

- 앉아
- 응

 

- 뭣 좀 마실래?
- 응

 

이거 뭐야?

 

함부로 만지지 마

 

미안

 

괜찮아
숨길 필요 없어

 

아냐

 

남자니까 쓸 수도 있지 뭐

 

무슨 착각하는 거야?

 

아냐

 

- 현상실은 저기야
- 응

 

실제로는 완전히
깜깜한 데서 해야 돼

 

진짜로 눈 감았어?

 

감았어

 

- 아, 잠깐!
- 왜?

 

하나도 안 감겼잖아

 

- 이것 봐
- 진짜네

 

다시 감고 인화지 벗겨

 

예!

 

- 현상액에 넣고...
- 넣고...

 

천천히

 

- 천천히?
- 응

 

- 괜찮지?
- 응

 

- 적시고...
- 적시고...

 

- 골고루
- 골고루

 

와, 신기하다!

 

- 이제 어떻게 해?
- 끝부분을 잡아

 

미안해
너무 늦었다

 

괜찮아
아직 전차 있어

 

사진을 현상하다 보면
시간을 잊는다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잠깐만 기다려

 

마지막 사진 건지고
역까지 바래다줄게

 

그래

 

어머...

 

오늘 정말 기뻤어

 

- 뭐가?
- 사진 말이야

 

현상법도 배우고

 

언제든지 와

 

그래도 돼?

 

현상소에 맡기는 것보다
빠르잖아

 

진짜 온다
꼭 올 거야

 

좋아

 

앞으로 네가
미치도록 찍고 싶은

 

그런 여자가 될 테야

 

뭐?

 

온 집안을 내 사진으로
도배하게 만들 테니까

 

뭔 소리야?

 

아직은 안 돼
조금만 기다려

 

적어도 이 안경을
벗을 때까지만

 

- 안경?
- 응

 

어른이 되면 좋아져서
안경 안 써도 된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어

 

뭐?

 

전에 말했잖아

 

나한테 부족한 건
성장호르몬이라고

 

진짜로 성장한다고?

 

당연하지

 

가슴도 봉긋해지고
엉덩이도 부풀 거야

 

이도 새로 날 거고

 

뭐야?

 

어금니 중에 아직
젖니가 남아 있거든

 

진짜?

 

괜찮아
머지않아 다 크면...

 

네가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게 변해서

 

모두로부터 사랑받는
여인이 될 테니까

 

큰일 났다
너무 잘나가면 어쩌지?

 

잘 나가다니, 뭐가?

 

뭐든지
이것저것 다

 

글쎄...

 

몸짱이 돼서
푹 파인 옷 입고

 

마코토 앞에서
섹시포즈도 선보이고...

 

내가 이 안경을 벗으면

 

네가 진심으로
감탄하게 될 거야

 

글쎄...

 

뭐야
상상력 결핍이야

 

괜찮아

 

뭐가 괜찮아?

 

- 아냐
- 뭐가 괜찮아?

 

이미 대학생이잖아

 

이제부터야

 

대학생이지만
그래도 지금부터야

 

- 무리야
- 무리 아냐

 

- 무리야
- 아니라니까

 

핵무기의 운반수단이 되는
미사일의 확산을...

 

그 무렵 나는
그녀와 있고 싶어서

 

약 바르는 것을
잠시 중단했다

 

냄새 지독하네
창문 좀 닫게

 

냄새 진짜 심하다

 

- 독가스 공장?
- 응

 

난 고맙던데...

 

- 뭐?
- 아냐

 

뭐 보는 거야?

 

- 재미있어?
- 엄청 재미있어

 

나도 언젠가
신부가 될 테니까

 

분명 아름다운
신부가 될 거야

 

고마워

 

뭘...

 

넌 어때?
결혼 생각 안 해 봤어?

 

그런 적 없어
아직 멀었잖아

 

언젠가는 할 거 아냐

 

글쎄...

 

난 결혼 같은 거
안 할 것 같아

 

왜?

 

그냥...

 

너무 아깝잖아

 

그럴까?

 

마코토 말고
너와 맺어질 누군가가

 

한 사람 몫의 행복을
네 손에 쥐고 있어

 

그 행복을
기다리는 아가씨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어

 

그러니까 그 행복을

 

그 아가씨에게
꼭 전해줘야 돼

 

- 괜찮아?
- 응

 

걷기 불편하지 않아?

 

이 정도는 문제없어

 

미안
많이 기다렸지?

 

- 안녕
- 안녕

 

여기 얘기를 했더니
미유키도 오고 싶대서

 

- 정말 좋은 곳이다
- 그렇지?

 

좀 더 가면...

 

미안한데 잠깐만 기다려

 

응

 

왜 그래?

 

역시 예쁘네
상당히 미인이야

 

자기가 예쁜 걸
자기도 알아

 

그렇다고 비호감도 아냐

 

그래서 동성, 이성
모두에게 사랑 받고

 

노인부터 아이까지
다 좋아하고

 

아마 개들까지도
그녈 좋아하겠지

 

정말 완벽한 여자야

 

대체 왜 그래?

 

나랑은 완전 딴판이라고

 

데려온 이유가 뭐야?

 

뭐?

 

여기는 우리만의 장소잖아

 

우리 둘만의
소중한 장소 아니었어?

 

미국 정부는 이번...

 

- 앉아도 될까요?
- 네

 

그럼 실례

 

저기, 어제는 말이야...

 

저기...

 

아!

 

- 자수정이다
- 응?

 

- 자수정 있어?
- 없어

 

그래? 이걸 지니고 있으면
사람들한테 사랑 받게 된대

 

진짜?

 

- 예쁘지?
- 너무 예뻐

 

정말 예쁘지?

 

- 그거 로즈쿼츠야?
- 맞아

 

둘 다 사랑의 보석이네

 

예쁘다
하트 모양이네

 

하트 맞아

 

여기서 뭐 해?

 

- 아!
- '아'는 무슨 '아'야

 

이거 사랑의 보석이야

 

이것도

 

잠깐 나 좀 봐

 

- 뭐 하는 거야?
- 왜?

 

왜라니...
왜 미유키랑 함께 있어?

 

어쩌다 보니 친해졌어

 

화낼 땐 언제고...

 

미유키한테
화난 거 아니었어

 

그래도...

 

대체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 없어

 

거짓말

 

- 거짓말?
- 그래

 

난 단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었을 뿐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관계

 

그런 복잡한 관계가

 

3학년 가을까지
계속 이어졌다

 

' 거미 '

 

' 거미 '

 

- 왜 그래?
- 아냐

 

- 시즈루 너...
- 뭔데?

 

아무것도 아냐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

 

세키구치는 세미나랬나?

 

응, 시라하마랑 유카는
인턴 십에 참가하고

 

사키는 강의보다
외국어 공부가 급하대

 

그래? 다들 취직준비
시작한 모양이네

 

맞아
넌 어쩔 거야?

 

글쎄

 

취직하지 말고
사진 계속하지 그래?

 

그럼 뭘 먹고 살아?

 

풀 뜯어 먹고

 

미유키는 이미 정했지?

 

응, 아버지 연줄이라
좀 그렇지만

 

- 외국계 회사랬나?
- 응

 

입사하자마자 해외근무래

 

그거 하나 보고
바로 결정했어

 

의외로 트랜드에 민감하네

 

- 미안해
- 그랬군

 

미유키는 졸업하면
외국행이구나

 

쓸쓸해지겠다

 

쓸쓸해지겠다...

 

맞아!

 

너도 아직 못 정했잖아

 

이거하고 이거하고...

 

여기서 뭐 해?

 

깜짝이야...
너였어?

 

- 그 짐은 뭐야?
- 그냥

 

그냥이라니?

 

가출했어

 

가출?

 

단순가출 말고
완전히 나왔어

 

빈 방 하나 얻으려고

 

- 학교에서?
- 응

 

- 왜?
- 아냐

 

부동산에도 가 봤는데

 

애 취급만 하고
소개를 안 해 주잖아

 

아...

 

무슨 뜻이야?

 

미안

 

아쉬운 대로 낮에
한 곳 찜해놨어

 

산악부 동아리방

 

벌써 해체되고
빈 방이잖아

 

맞아

 

씻는 건 미식축구부의
샤워 실에서 해결하고

 

그럴 거면
우리 집으로 와

 

내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전에 자주 왔었잖아

 

우리 집에 와도 좋다고

 

처음부터 올 것이지...

 

가도 돼?

 

오랜만이네

 

언젠가부터
발길 끊었잖아

 

미유키한테 미안하니까

 

예전 그대로네

 

바꿀 이유도 없고

 

암실은?

 

- 그대로 있어
- 아직 있었구나

 

해 볼래?

 

- 해 볼까?
- 좋아

 

그 사진 언제 찍었어?

 

최근에

 

풍경보다 인물 쪽이 좋아

 

그래?

 

그래서 요즘엔
인물 사진만 찍어

 

내복약

 

욕실 다 썼어

 

- 어, 그래
- 들어갈 거야?

 

아냐

 

- 저기...
- 왜?

 

어디 아파?

 

부끄럽잖아

 

뭐?

 

여자들 약이야
훔쳐보지 마

 

미안

 

그녀는 자주
거짓말을 했다

 

우리 둘 다
약을 달고 사네

 

- 뭐?
- 아무것도 아냐

 

그만 자자

 

침대 쓰려면 써
나는...

 

처음이야

 

잘 부탁할게

 

- 잠깐만...
- 괜찮아

 

가진 돈도 없고

 

몸으로 때울
각오하고 왔어

 

- 아냐
- 괜찮아

 

그 약 사용해도 좋아

 

이러지 마

 

이럴 생각으로
오라고 한 거 아냐

 

그럴 생각 추호도 없어

 

오로지 친구로서야

 

내가 덜 성숙해서야?

 

그런 거 아냐

 

가슴이 없어서 그래?

 

아니...

 

- 뭐 해?
- 여기서 잘래

 

- 침대에서 자
- 여기서 잘 거야

 

나중에 후회하지 마

 

- 뭐?
- 내가 성장한 후에야

 

저렇게 멋진 여자를
왜 마다했을까 하고

 

잘 자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나, 먼저 갈게

 

왜? 같이 가

 

먼저 갈래

 

아직 화났어?

 

화 안 났어
누가 보면 그렇잖아

 

둘이 다정하게
등교하는 거 말이야

 

얹혀사는 주제에
혼삿길까지 막을 순 없잖아

 

갈게

 

좀 빨리 걸어

 

왜 따라오는데?

 

네가 느리니까 그렇지

 

먼저 가면 되잖아

 

그건 좀 그렇지

 

시즈루, 안녕?

 

안녕

 

- 좋은 아침
- 안녕

 

요리할 줄 아네

 

집에서도 쭉 했거든

 

그래?

 

남동생도 돌보고

 

남동생이 있었어?

 

하나 있었어
이미 죽었지만

 

뭐?

 

일주일 전에

 

병 때문에
계속 누워만 있었어

 

- 그래서 나왔어?
- 응

 

김이 빠졌다고나 할까?

 

집에 있기 괴로웠어

 

그래서 아버지랑
크게 싸웠고

 

그 길로 뛰쳐나왔어

 

무슨 병이었어?

 

사랑하면 죽는 병이야

 

- 뭐?
- 그건 뻥이고 유전병이야

 

그래?

 

어머니도
같은 병으로 가셨어

 

내가 어렸을 적에

 

결국 나랑 아버지만
살아남았어

 

왜 그런지 알아?

 

즉, 나는
아버지의 피를 받았고

 

이렇게 여성스럽지 못한
여자가 된 거야

 

머리카락도
이렇게 뻣뻣하고...

 

- 먹어볼까?
- 응

 

술 마실 줄 알아?

 

아마도

 

- 건배하자
- 건배!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 맛있네
- 그치?

 

- 진짜 맛있다
- 그렇지?

 

요리라면 자신 있어

 

왜?

 

아냐

 

도너츠 비스킷 말고
밥 먹는 거 처음이라

 

밥도 먹어

 

- 그렇게 쳐다보지 마
- 보고 싶어

 

이제 많이 먹고
많이 클게

 

그래

 

가슴도 이만해지고...

 

가슴이 푹 파인
옷도 입고?

 

뭐?

 

이미 스물 하나야

 

성장한다니까?

 

아, 예

 

나중에 후회하지 마

 

그때 안을 걸
잘못했다고 말이야

 

아, 예

 

마코토, 바보

 

- 이것도 양파야?
- 응, 귀엽지?

 

진짜 작다

 

RU-486은 프랑스에서
1988년에 최초로 승인 받았고...

 

또야?

 

- 질리지도 않아?
- 아니

 

그거 알아?

 

뭐를?

 

오늘 내 생일인 거

 

뭐?

 

미안, 깜빡 했어

 

역시 그랬구나

 

미안해
진짜 미안해

 

그렇게 미안하다면
같이 갈 데가 있어

 

좋은 일이라도 있어?

 

조금

 

역시 미유키하고
관련된 일이겠지?

 

상관없어

 

그건 그렇고...

 

사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라니?

 

평생 계속할 거야?

 

이를테면 일로써 말이야

 

뭐?

 

난 카메라맨이 될 거야

 

앞으로
몇 년은 걸리겠지만

 

시즈루의 사진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어

 

- 내 사진?
- 응

 

분발해야겠다고 말이야

 

경험 삼아
대회에 응모하려는데

 

너도 같이
응모해 보지 않을래?

 

네가 한다면 나도 할게

 

그럼 나중에
대책회의 하자

 

작전회의?

 

응, 응모할 사진도
찍어야 되고

 

재미있겠다!
어디서 찍을 건데?

 

좀 먼 데로 가 볼까?

 

여기저기 둘러보고
각자 주제도 정하고

 

진짜 재미있겠다
언제 갈래?

 

글쎄...

 

이번 주 일요일은 어때?

 

이번 주 일요일은 좀...

 

왜? 가자

 

미유키랑 약속이 있거든

 

어쩔 수 없어
미유키가 먼저 했잖아

 

마코토는 악마야

 

사람을 하늘 끝까지
끌어올렸다가

 

단번에 지옥 끝으로
밀어 넣는다니까

 

지옥 끝은 무슨...

 

데이트야?

 

그런 거 아냐

 

웨딩전시회
같이 보러 가자고

 

아, 미유키가
거기 가고 싶어 했지

 

의외로 트랜드에
민감한 애잖아

 

역시 마코토를 유혹했군

 

뭐?

 

좋아
가면 그만이야

 

그 순간
난 실연에 빠질 테지

 

나 말고 미유키를
선택한 그 순간

 

그런 게 어디 있어

 

- 옷은?
- 뭐?

 

- 뭐 입고 갈 거야?
- 평소대로

 

양복 같은 거 없어?

 

없어

 

그럼 내일 사 와

 

- 일부러?
- 당연하지

 

미유키는 그곳에
꿈을 꾸러 가는 거야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옆에 서 있으면 되겠어?

 

그런가...

 

그리고... 돈은 있어?

 

돈?

 

은행에서 찾지 뭐

 

- 꼭 준비해 가
- 알았어

 

역시 옷이 날개야

 

놀리지 마

 

잠깐 화장실...

 

- 그렇게 긴장 돼?
- 그만 좀 해

 

잠깐만!
구두 신어!

 

- 왜?
- 잠깐만!

 

신발 벗어

 

여기...

 

미안해

 

잘 다녀와
조심하고

 

미안
화장실 좀...

 

시즈루가...

 

정말 멋지다
그치?

 

마코토!

 

응?
그래

 

저 줄은 뭐야?

 

사진 찍으려는 거야

 

무슨 사진?

 

패션쇼 드레스 입고
기념사진 찍는 거야

 

이만 갈까?

 

함께 와 줘서
감사했습니다

 

사진 안 찍어?

 

오래 걸릴 것 같아

 

하지만 네 얼굴은
아직 웃고 있잖아

 

넌 안 웃잖아

 

마음도 다른 곳에 있고

 

그게...

 

빨리 가고 싶은 얼굴이야

 

집에서 누가 기다려?

 

아무도 안 기다려

 

농담이야

 

진짜 괜찮아
충분히 만족스러워

 

잠깐만!

 

자, 찍습니다

 

손잡으세요

 

네?

 

있잖아...

 

왜?

 

아냐, 아무것도

 

- 아파?
- 아니

 

근데 왜 울어?

 

내가 뭘...

 

어느 이가 빠진 거야?

 

오른쪽 어금니

 

- 어디 좀 봐
- 싫어! 안 보여줄 거야

 

빠진 이는?

 

여기

 

진짜 젖니잖아?

 

내가 그랬잖아
아직 성장 중이라고

 

만지지 마

 

시즈루... 자?

 

살짝
너는?

 

나도 살짝

 

잠들려고 노력해 봐

 

넌 생일이 언제야?

 

응?

 

다음엔 네 생일도
축하해줘야지

 

또 기분 업 시켰다
지옥으로 밀어 넣으려고?

 

무슨 대답이 그래

 

내 생일은 됐어

 

미유키나 잘 챙겨

 

사랑이 이루어지기만
생각하면 돼

 

만난다고 다 사랑이야?

 

응?

 

짝사랑도 그건 그것대로

 

완성된 사랑이야

 

게다가 미유키는
졸업하면 외국 가잖아

 

지금의 좋은 관계를
일부러 깰 필요는 없지

 

겁쟁이의 논리야

 

그만 잘래

 

그럼 나도 선물 줘

 

뭐?

 

생일선물 말이야

 

좋아
뭐 갖고 싶어?

 

키스

 

키스해 줘

 

다른 건 없어?

 

너랑 키스하면 너무
기뻐서 죽을지도 몰라

 

뭔 소리야

 

미유키랑은 했어?

 

했어
5번은 했어

 

그럼 나한테도 해 줘

 

해 달라니?

 

사진의 주제를
연인으로 하려고

 

키스하는 연인

 

스스로 모델이 돼서
셀카 촬영할 거야

 

대회에 낼 사진을?

 

그래

 

사진 모델이 된다고?

 

그래

 

생일이 언젠데?

 

- 내일로 할래
- 내일?

 

조금 앞으로 와

 

- 앞으로?
- 응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됐어

 

- 여기?
- 응

 

진짜 괜찮겠어?

 

괜찮아
키스 정도는

 

생일 선물로?

 

모델로서야

 

- 비슷한 정도면 돼
- 안녕?

 

왔어?

 

아! 잠깐만...

 

왜? 안경 벗게?

 

응, 대충 보여

 

왜 그래?

 

아냐

 

처음 봤을 때보다
키가 커졌나 봐

 

이제 알았어?

 

진짜 성장한 거야?

 

가슴도 빵빵해졌어
볼래?

 

됐어

 

이제 갈까?

 

조금만 더 있을게

 

- 그럴래?
- 응

 

먼저 가도 돼
수업 있지?

 

응

 

오늘밤 파티하자

 

네 사진 완성을
축하하는 파티 말이야

 

오늘은 내가 저녁 할게

 

할 줄 아는 거래야
세 가지가 고작이지만

 

먼저 갈게

 

마코토!

 

응?

 

아까 그 키스에
조금은 사랑이 있었을까?

 

뭐?

 

됐어
이따 봐

 

갈게

 

2002년 09월 19일

 

7명의 시민이 희생당한
자폭테러에 의해...

 

안녕
그 동안 고마웠어

 

본교 학생이라도
주소는 곤란해요

 

알려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집으로 들어갔는지
그것만 확인해 주세요

 

이봐, 사토나카라면
낮의 그 여학생 아냐?

 

아, 맞네

 

무슨 일이죠?

 

그 학생이 낮에
퇴학신청서 제출했거든

 

자퇴했네

 

곧 졸업이니까
아깝다고 말렸는데

 

밤늦게 죄송합니다

 

마코토라고 하는데
시즈루 들어왔나요?

 

죄송합니다

 

내게는 그것이
첫 키스였고

 

이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될 거라 생각했다

 

조금만 일찍
한발 내디뎠더라면

 

시즈루와 보내는
따스하고 평온한 날들을

 

당연하게 여겼기에

 

끝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시즈루...

 

병원까지 얼마나 걸려?

 

다리 건너면 바로야

 

괜찮아?

 

응, 한심할 정도로 가벼워

 

내려줘

 

정신이 들어?

 

내려달라니까

 

안 돼
조금만 가면 병원이야

 

너무 가까워

 

이렇게 가까우면
냄새 난단 말이야

 

뭐?

 

약 냄새 난다고

 

뭐라는 거야?

 

열 때문에
헛소리 하나 봐

 

약 냄새 난다니까

 

너한테 냄새 난 적 없어

 

만날 계집애처럼
샴푸 냄새나 풍기면서

 

- 맞아
- 정신 차려!

 

- 정신 차려!
- 이제 다 왔어

 

- 정신 차려
- 정신 놓지 마

 

괜찮아?

 

- 괜찮아?
- 응

 

조금만 힘내자

 

잠깐
건배해야지

 

그런가?

 

멍청이의 생명을
구한 기념으로

 

- 건배!
- 건배!

 

조용히 해 주세요

 

정말 다행이야
진짜 큰일 날 뻔했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그래, 평생 할 감사
다 해야 돼

 

그만해

 

네가 없는 동안의
근황보고 해 줄게

 

그래

 

우선 우리 모두
취직이 결정됐어

 

진짜?

 

시라하마는 UN의 직원

 

유카는 외무성

 

세키구치는
영화 배급회사

 

사키는
외국계 증권회사

 

그래?
축하해

 

대단하다
모두 외국 가는 거네

 

그야 당연하지
괜히 영어과 왔게?

 

- 너 잘났다
- 그러게 말이야

 

다음은 시즈루 소식인데...

 

각자 수소문해 봤는데

 

아무 소식도 못 알아냈어

 

그래

 

- 미안해
- 아냐

 

너 같은 숙맥이
몰래 동거할 줄이야

 

- 동거라니?
- 그럼 아냐?

 

맞아

 

뭐가 어때서
연애란 다 그런 거야

 

몰래 하는 사랑이
짜릿한 법이거든

 

안 그래?

 

- 짜릿했어?
- 당연히 그랬겠지

 

- 이런 호박씨!
- 조용히들 하세요!

 

- 빠이빠이
- 빠이빠이

 

고마워

 

동거했었어?

 

미안해

 

아직 제대로 실연당한
실감이 안 나는데?

 

응?

 

제대로 고백도 안 했으니
당연한 건가?

 

그 집에서 시즈루를
기다릴 생각이야

 

얼마나 기다릴지는
알 수 없지만

 

알았어

 

이제 제대로
실연당한 셈이네

 

마코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볼게

 

뭔데?

 

내가 처음
네게 말 걸었을 때

 

마코토

 

응?

 

괜찮다면
저쪽 테이블로 올래?

 

그때 나 좋아했지?

 

어떻게 알았어?

 

역시 그랬구나

 

이런...

 

들켜버렸네

 

그리고 모두
자기 몫의 여행을 떠났다

 

나만 외톨이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카메라맨이 되었다

 

사토나카 시즈루

 

마코토

 

미유키?

 

미안
로즈티 괜찮아?

 

커피 싫어했었지?

 

- 고마워
- 뭘

 

그건 그렇고
여긴 웬일이야?

 

잠깐만 기다려
곧 설명해줄게

 

시즈루는?

 

반년쯤 됐나?

 

차이나타운에서 우연히
시즈루를 만났어

 

너무 많이 변해서
처음엔 몰라봤어

 

시즈루는 나를
바로 알아봤는지

 

방긋거리고 있더라고

 

그 표정 오랜만이었지

 

그렇게 만났어

 

차이나타운 사무실에서
지낸다고 했어

 

그래서 내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겠냐고 물었지

 

- 반년이나 됐어?
- 응

 

그때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나한테 편지 온 건
지난달이거든

 

- 사정이 있었어
- 사정?

 

많이 추웠지?
늦게 나가서 미안해

 

그런 건 상관없어
그것보다는...

 

- 정말 미안해
- 응?

 

사실 시즈루는 지금
일 때문에 LA에 있어

 

뭐라고?

 

네가 온다고 해서
잔뜩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촬영이 생겨서
안 갈 수 없었거든

 

그래서 이번에는
시즈루와 만날 수 없어

 

이렇게 사과할게

 

사과할 것까지야...

 

그랬군
그랬었구나

 

일인데 어쩌겠어

 

다음에 만나면 되지

 

어디 있는 것도 모르고
기다렸던 거에 비하면

 

맘 졸일 필요도 없고

 

오늘밤은
시즈루 방에서 자

 

시즈루가 부탁했거든

 

개인전에는 내가 안내할게

 

고마워

 

시즈루는 잘 지내?

 

아주 잘 지내
만나면 깜짝 놀랄 거야

 

엄청 달라졌거든

 

편지에도 그렇게 썼더라

 

누가 봐도
성숙한 여인이야

 

그래?

 

상상이 안 간다

 

잘 잤어?
이 열쇠 사용해

 

시즈루 개인전은
내일부터니까

 

오늘은 푹 쉬어

 

무슨 일 있으면
자동응답기에 남길게

 

메모 남겨 주세요

 

사토나카라고 합니다

 

염려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사십구제를 무사히 마치고

 

시즈루의 유골도
별 탈 없이...

 

고향 묘지에
납골을 마쳤습니다

 

마지막까지 돌봐주신
미유키 씨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귀국하시면 꼭 한 번
저희 집에 들러주세요

 

이만 끊겠습니다

 

나 왔어

 

집에 있어?

 

마코토

 

마코토

 

들어갈게

 

무슨 일이야?
불도 안 켜고

 

시즈루 어디 갔어?

 

일 때문에
LA에 갔다니까

 

연극 그만 해

 

시즈루의 아버지가

 

자동응답기에
녹음한 거 들었어

 

시즈루가...
이미 죽었다고?

 

거짓말이지?

 

미유키!

 

- 지난달에...
- 거짓말!

 

시즈루가 왜 죽어?

 

병에 걸렸었어

 

아주 특이한 희귀병

 

어머니 쪽 유전병이래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었대

 

시즈루가 성장하면
병도 성장하기 때문에

 

성장하지 않은 채
살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시즈루는 널 만나

 

사랑하게 되었고

 

너한테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을 해서...

 

죽게 된 거야?

 

그래

 

그럼, 나 때문에
시즈루가...

 

아냐

 

시즈루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

 

아무리 병이 깊어져도

 

사랑을 하고
어른이 되어서

 

인생에 충실하고
싶었던 거야

 

자신의 병을
너한테 알리지 말랬어

 

네 안의 시즈루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네 안에 계속
살아 있고 싶다고

 

시즈루의 편지는
수십 통도 더 있어

 

앞으로 계속
보낼 계획이었거든

 

시즈루가 침상에서
잔뜩 써놨거든

 

즐거워 보였어

 

아주 많이...

 

정말 즐거워했어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마코토

 

잘 있었어?
2년 만이지?

 

갑작스런 편지라
안 놀랐어?

 

먼저, 감사 인사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던 일
용서해주길 바래

 

마코토와 키스하고
갑자기 창피해졌거든

 

키스 때문은 아냐

 

말로만 떠들었지

 

진짜 어른이 못 된
나 때문이야

 

그래서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어

 

자립의 여행이랄까?

 

너한테 배운
카메라 하나 믿고

 

혼자 뉴욕으로 갔어

 

온 것까진 좋았는데
갈 곳이 없어서

 

며칠이 지나도록
정처 없이 걷다가

 

겨우 지금 이곳에
취직하게 됐어

 

꽤 유명한 사진작가의
개인 사무소인데

 

MG 스튜디오란 데야

 

그 작가의 조수로 일하면서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다 보니까

 

개인전까지
열게 됐지 뭐야

 

네게 꼭 보여주고 싶어

 

내 첫 개인전과

 

지난 2년간
놀랄 만큼 성장한

 

내 모습을...

 

지금의 날 보면
깜짝 놀랄 거야

 

네게 큰소리 친 대로
멋진 여자가 됐거든

 

분명히 후회할 거야

 

역시 그때
사귈 걸 그랬다고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지금은 오직
너를 만나고 싶어

 

널 만나서 칭찬받고 싶거든

 

노력 많이 했네
정말 장하다고 말이야

 

그때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저 기 요!

 

조금 더 가면
버튼식 신호등이 있어

 

거기서 건너는 게
안전할 거 야

 

여기서는
건널 수 없으니까

 

저기서 건너는 게
안전할 거랬지?

 

나는 그 순간
널 사랑하게 되었어

 

마코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거든

 

생애 단 한 번의 키스
단 한 번의 사랑

 

마코토...

 

그때 그 키스에

 

조금은 사랑이 있었을까?

 

있었어

 

조금이 아니었어

 

- 너는...
- 고마워

 

내 세계의 전부였어

 

나... 태어나길 잘했어

 

그 누구도 아닌
나로 태어나서 다행이야

 

도너츠 비스킷 말고
밥 먹는 거 처음이라

 

밥도 먹어

 

네가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게 변해서

 

모두로부터 사랑받는
여인이 될 테니까

 

사랑하면 죽는 병이야

 

너랑 키스하면
너무 기뻐서 죽을지도 몰라

 

다 봤어?

 

응, 충분히 봤으니까
오후 비행기로 돌아가려고

 

그래

 

내가 예전에 했던 말
기억해?

 

한 사람 몫의 행복을
손에 쥐고 있다는 말

 

시즈루에게 잘 전해줬구나

 

시즈루의 남은 편지들
부쳐줄 수 있어?

 

- 그래
- 기대하고 있을게

 

그녀는 자주
거짓말을 했다

 

그 거짓말에
좀 더 다가가고 싶다

 

수고 많으십니다
제가 세가와입니다

 

- 여기요
- 감사합니다

 

마코토
잘 있었어?

 

나는 지금
일리노이 주에 있는

 

게일스버그라는
거리에 와 있어

 

자연이 아름답고
아주 좋은 곳이야

 

이렇게 촬영 여행을
계속하다 보면

 

너무 즐거워서

 

모든 것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잊게 돼

 

하지만 언제나...

 

언제나 이별은
생각보다 먼저 찾아오지

 

그런데 모두들 웃으면서
이렇게 말해

 

안녕
언젠가 또 만나겠지

 

안녕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비록 나도
몸은 멀리 있지만

 

너에게 말할게

 

안녕

 

어딘가에서
꼭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