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산노시마 행

 

여기가 산노시마구나.

 

니노시마보다
한층 더 자연이 가득하고,

뭔가 무척 엄숙한 분위기야.

 

저기에도 섬이...

 

졸려 보이시네요.

응,

역시나 이틀 연속
철야로 마시는 건 좀 힘들었어.

하지만 파칭코로 크게 한 건 땄니까,

안 놀 수도 없잖아?

 

그 한됫병도 전리품인가요?

아, 이거 말이야?

하루 형에게 간다고 하니까
모모코 씨가 선물로 가져가라더라고.

 

오랜만에 둘이서
느긋하게 대작하겠네.

또 마신다고?

 

진기 씨는 평소엔 그다지
여기에 안 오시나요?

그야 그렇지.

네가 꼭 좀 하루 형을 만나고 싶다니까
데려오긴 했는데 말이야,

이딴 숲과 신사밖에 없는 섬,

축제날 말고는 안 와.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건

하루 형과 그 바보 제자 둘 정도고.

바보 제자?

그건 후쿠와케 챠타로 군이랑

아마노 야코 군 말인가요?

그 두 사람, 그런 이름이었나?

그보다, 어떻게 아는 거야?

모모코 씨한테 물어봤어요.

일부러?

뭐 하러?

뭐, 뭐 하러냐뇨.

그... 치, 친구...

 

너희들 벌써 친구가 됐어?

아,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요,

저번에 진기 씨가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나, 나이도 비슷하고,
조만간 언젠가...

그, 그 있잖아요.

그렇구나.

되면 좋겠네.

 

진기 씨!

야나기 유키토 군!

 

이쪽, 이쪽!

어이쿠,
두 바보 제자들 벌써 등장했네.

선생님 명령으로 데리러 와줬어.

잘 왔습니다, 산노시마에.

 

어때?

아야카에서의 생활엔 익숙해졌어?

아직 어리둥절한 부분이 더 많으려나.

미타마나 바다 열차나

이런저런 거에 깜짝 놀라고 있어.

그리고 섬사람들이 무척
내게 친절하게 대해줘.

만나는 사람 전부
웃으면서 말을 걸어주니까

모르는 장소인데도 무척 따뜻해서,

지금까지 그다지
그런 경험이 없었으니까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제4화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도착했어.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여기가...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이치노시마나 니노시마와는
또 다른 느낌의 섬이구나.

여기는 어떤 신사야?

이 카센 신사는 물과 불,

두 마리가 한 쌍인
용신을 모시고 있어요.

용?

네, 저기에 보이는 욘노시마에는

옛날부터 두 마리의 용이 있었는데,

용이 날뛸 때마다
재해가 일어났었어요.

여기는 그것을 잠재우기 위해
세워진 신사예요.

단순한 전설이 아니야.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용이 날뛴 적이 있었거든.

저쪽의 화산이 대분화해서

이치노시마까지 피해가 생겼어.

그 정도로?

욘노시마엔 불의 용이 날뛰고

물의 용이 그것을 잠재운 흔적이라는
화구호가 있어요.

카센 신사의 신령체도

그 모습을 닮은 화산탄을 모시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이부키 씨가...

 

난 좀 더 강해질 거야.

그 용보다도!

 

용...

어라?

난...

어디선가 용을...?

 

뭐야?

또 길바닥에서 취해 곯아떨어졌다가
감기라도 걸렸어?

시끄러, 챠타로 주제에!

너희들은 윗사람을 좀 더 공경해!

그렇다면 좀 더 윗사람답게
행동해 주세요!

 

당신이 그래서야

같은 야나기 문하란 이유만으로
저희까지 창피를 당하니까요.

예이, 예이.

이런 스승을 둬서 너도 고생이겠네.

뭐...

 

있잖아, 유키토 군.

왜, 왜?

사실은 당신에게
긴히 얘기하고 싶은 게.

어이!

 

챠코, 야타로!

아, 시끄럽네!

둘을 섞어서 부르지 마세요!

야코와 챠타로예요.

아무래도 상관없어!

아무튼 난 피곤해.

조금 이 근처에서 쉬었다가

해장술이라도 한판 하고 싶은데.

무슨 할아버지 같은 소릴 하는 거야.

그리고 그 술도
선생님께 드릴 선물이잖아요?

분명 복숭아꽃이 슬슬이었지?

이봐, 이봐!

잠깐 너희도
꽃구경하며 같이 술 마시자고.

-싫어요!
-싫어!

됐으니까, 됐으니까!

바보, 하지 마!

그쪽은 어제 내린 비 때문에
미끄러지기 쉽...!

 

-차가워!
-거봐, 이렇게 됐잖아!

이것 참...

쿠라마 씨.

저들에겐 갈아입을 옷을
마련해 줘야겠군.

어서 오렴, 야나기 유키토 군.

우리 카센 신사에 온 걸 환영해.

 

온천만큼은 좋단 말이지, 여기는.

뭘 잘난 듯이.

조금은 반성하라고!

그러고 보니 유키토는?

유키토 군이라면
선생님과 서적고에 갔어요.

 

실례하겠습니다.

다리 편하게 하고 앉으세요.

네.

괜찮니?

춥진 않으려나?

사탕 하나 먹겠니?

가, 감사합니다.

요즘엔 오렌지 맛이 인기가 있거든.

잔뜩 사뒀단다.

아, 맞아, 맞아.

맛있을 것 같은 만쥬를 받았던가.

어디다 뒀더라.

저기, 쿠라마 씨.

 

네가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고
진기한테서 들었어.

무슨 일 있었니?

네.

저, 지난번에
이부키 아카 씨와 만났어요.

 

저, 저기...

쿠라마 씨?

아, 실례.

그자를 만났군요.

네.

이부키 씨가 아라미타마를
제령 하는 걸 봤어요.

탄환을 잔뜩 쏴 넣고,

그리고 그것을...

그렇군.

무시무시한 걸 보고 말았구나.

하지만 저로선 잘 이해가 안 돼서요.

쿠라마 씨와는
너무나도 방식이 달라서.

유키토 군,

명맥에 대해선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나요?

지면 밑으로 흐르고 있는
생명의 에너지, 라고만

진기 씨한테서 들었어요.

그건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그럼 맥이으미로서의 힘은
어떻게 쓰고 있으려나?

명맥의 힘을 퍼내어서

다양한 것들을 괜찮은 느낌으로
다스린다고 설명을 들었었어요.

그렇군.

그럼 내가 진기를 대신해서
네 이해를 조금 더 도와줄까.

저게 보이니?

지금 네가 있는 이곳이 산노시마야.

 

저쪽에 이치노시마, 니노시마가 있지.

그리고 저곳에 욘노시마가 보이지?

네.

이 아야카 제도의 밑에는
커다란 명맥이 지나고 있거든.

집중하면 너도 느낄 수 있을 거란다.

눈을 감아보렴.

 

명맥은 기본적으로
세계 어느 곳에든 흐르고 있지만,

이 아야카 제도의 그것은
한없이 굵고 가깝지.

본토에선 유서 있는 신사나
특별한 나무나 바위에

아주 약간 떠돌고 있을 뿐인
명맥의 기척이

이 섬에서는
여기저기 넘쳐흐르고 있지.

느껴지니?

그 명맥의 기척을 느끼면서
깊이깊이 의식을 내려보렴.

그 본류가 보이니까

우리 맥이으미는
그곳에서 힘을 빌리지.

그게 술법이 되고.

 

괜찮니?

괴, 굉장해요!

땅속 깊은 곳에 반짝반짝거리는
커다란 흐름이 보였어요!

그게 명맥이군요.

응,

너무 깊이 파고들어가버리면

사람의 몸으로는 위험하니까 조심...

 

쿠라마 씨?

너는...

 

이 미타마는 그 명맥에서 발생하는
거품 같은 것이란다.

본래는 무해하지만,

그 장소가 괴이거나 부정 타거나 하면

아라미타마로 변하는 경우가 있지.

 

그걸 정화해서
다시 원래의 흐름으로 되돌려주는 게

우리 맥이으미의 사명이란다.

그런데 이부키 씨는

그걸 강해지기 위해서 먹고 있었어.

그래,

그리고 아라미타마를
몸에 가둬둔다는 건

스스로가 괴인 곳이 된다는 것.

그것은 바꿔 말하자면

그자 자신이 아라미타마화
되어가는 거나 다름없어.

그 사실은 이해되려나?

 

맥이으미로서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 짓을

그 남자는 하고 있는 거야.

네.

하지만

왜 이부키 씨는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해가면서까지

강해지려는 걸까?

 

기다리고 있었어.

 

유키토 군,

잠깐 시간 괜찮나요?

 

당신과 얘기 좀 하고 싶어요.

 

개운하다!

하루 형, 차가운 맥주 있어?

진기, 이리 와서 앉으렴.

 

뭔가 설교하게?

 

아카와 만난 모양이던데.

상태는 어때 보였지?

아, 그 일 말이구나.

예이, 예이.

 

뭐,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지.

아라미타마를 먹은 폐해는
확실히 몸에 드러나고 있어.

그 어리석은 것.

하지만 하루 형도
아카 형의 기분은 알잖아?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악귀가 되는
소행을 스승님께서 기뻐하실 것 같나?

 

아카 형은 그저

분명 더 이상 눈앞에서
아무도 죽게 두고 싶지 않은 걸 거야.

 

진기,

사람은 죽는 법이야.

모든 것은 그저 명맥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바꿀 도리 없는 섭리야.

 

그리고 여기서부턴 조금 설교.

유키토 군이
일부러 내게 올 필요가 없을 만큼

제대로 이것저것
가르쳐 줬으면 하는데.

명맥이나 아카에 대한 것이라든가.

그 일 말이지?

도무지 선생님 행세하는 게
성미에 안 맞거든.

아니, 그 애도 그걸 기다리고 있어.

기억 못 한다고 말은 하지만,

진기가 그렇게나
소중하게 돌봐줬던 게

분명 마음속 어딘가에
새겨져 있을 거야.

 

그게 그럴까?

 

그나저나 맥주는?

 

정말이지.

 

어디로 가는 거지?

 

어이!

유키토 군, 이쪽, 이쪽.

 

굉장하다!

그치?

그럼 유키토 군,

지난번에 처음 만난 뒤로

우린 당신에 대해
이것저것 의논했어요.

의논한 결과,
역시 제대로 전하기로 했어.

이건 우리 두 사람 모두의 뜻입니다만.

너랑은 비슷한 정도의 나이대니까

좀 더 사이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 말은!

치, 친구...!

맞아요, 친구예요.

사이좋게 지내자!

 

친구!

 

아니,

하지만

또 내 힘이 폭주하면...

 

넌 선생님의 또 그 위의 선생님의
아들이잖아?

 

그럼 우리랑 같은 문하야!

괜찮으면 같이 선생님한테서
맥잇기에 대해 배우지 않을래?

 

하지만 난 일단은
진기 씨한테서 배우고 있으니까.

그 사람은 글렀어.

응, 그 사람은 글렀다고 봐요.

 

당신은 무척 소질이 있어 보이니까,

쿠라마 선생님처럼 조리 있게 정석을
가르쳐 주시는 분이 더 낫지 않을까요?

어떤 길이든 그렇지만,

스승님을 고르는 건 중요해요.

응, 응,

뭐 하지만,

어찌 됐든 우리는 네 실력을 한 번
제대로 확인해 두고 싶어.

그러니 이 수행장에 오게 한 거예요.

수행장?

응,

맥이으미로서의 힘을 측정하는 데엔

여기가 최적이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

 

저기...

뭐, 보고 있어.

 

만물은 큰 도에 의지하여 생겨나노라.

 

뭐 대충 이 정도야.

어때, 굉장하지?

응...

 

챠타로의 힘이 부족하니까

유키토 군도 뭔가
딱 와닿지 않는 거예요.

 

이번엔 제 술법을 봐주세요.

 

만물은 큰 도에 의지하여 생겨나노라.

 

어때요?

챠타로 것보다 크죠?

나랑 그다지 차이 안 나!

그리고 줄기의 두께라면
내가 더 두껍거든?

또 지기 싫어서 억지를.

애당초 당신 항상 그래요.

가위바위보에서 졌으면
늦게 냈다고 트집 잡아서

목욕탕 청소 안 하려 들고.

너도 지난번에 내가 선생님께 칭찬받은
정원 청소를 폄하하고!

뭐라고요?

이게!

 

자, 자.

유키토 군은 누가 더
대단한 것 같아요?

나, 맞지?

 

그, 그것보다
이 술법은 대체 어떤 거야?

알기 쉽게 가르쳐 줘.

 

좋아요.

역시 선생님한테서 제대로
기초를 배우는 편이 좋겠네요.

마음을 싹 비우고

명맥의 존재를 느끼는 거야.

그리고 몸을 해방해서
그 힘을 씨앗에 흘려 넣는 거야.

그러면 나무가 자라나는 거야.

이해돼?

그, 그렇구나.

잘은 모르겠지만,

다만 아까 쿠라마 씨가

명맥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인가,

왠지 모르게...

이쯤이면 될까.

마음껏 해도 돼.

뭐, 갑자기 우리만큼 하는 건
어려울 것 같지만요.

힘을 흘려 넣는다.

이건 어떻게 하면 될지 알아.

만물은 큰 도에 의지하여 생겨나노라.

 

아야카스러운데!

뭐, 여기까진 당연하죠.

 

이건 제법...

 

자, 잠깐, 이건...!

 

이런 건 본 적도 없어!

유키토 군!

이대로라면 이 수행장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거예요!

 

멈춰줘!

네 힘이 대단한 건 알았으니까!

아니야, 멈출 수가 없어서!

 

멈춰, 멈춰, 멈춰, 멈춰, 멈춰, 멈춰!

 

유키토 군!

 

젠장, 멈춰!

좀 멈춰달라고!

난 이런 걸 바라지 않았어!

이런 건...!

 

이것 참...

야, 미숙한 것아!

 

자기 힘으론 어떻게 못 할 일이
생기면 말이야,

솔직하게 주변에 도와주세요, 라고 해!

그러면 이 잘 나디 잘 나신 스승님께서
도와줄 테니까!

네가 배워야 할 건 일단 그거겠네!

 

진기 씨?

 

조화야, 조화.

힘은 내는 게 다가 아냐.

조절을 해야지.

 

나와 같이 해봐.

 

자, 집중, 집중.

 

어슴푸레하고 모호하나
그 안에 형상이 있노라.

모호하고 어슴푸레하나
그 안에 물질이 있노라.

그윽하고 어두우나
그 안에 정이 있노라.

 

그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꽃눈이 돋아, 부풀어서, 꽃이 핀다.

자연은 말이야, 그렇게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거야.

봤지?

해냈잖아.

 

그럼,

난 하루 형이랑 마시고 올게.

넌 그 녀석들이랑 놀고 있어.

 

그럼 그리 알고.

 

진기 씨!

그, 감사... 합니다.

 

예, 예.

 

저기...

미안해, 괜찮아?

 

대단해요!

엄청 대단해!

당신은 정말로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군요!

수행 시작한 지
며칠밖에 안 됐단 게 정말이야?

 

역시 선생님의 또 그 위의 선생님의
아들답네요.

우리도 질 순 없지!

저기...

두 사람 다, 내가 무섭지 않아?

무서워?

왜요?

그야...

있잖아, 너, 정말로 우리랑 같이

선생님 제자가 안 될래?

너하고 함께라면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구나.

이 애들은 내가 무섭지 않구나.

 

그렇구나.

 

유키토 군?

무슨 일 있어요?

아무것도 아냐.

 

그러게.

우리는 잘 해나갈 수 있겠지?

그럼...

하지만...

 

그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뭐, 당분간은
저 스승님이면 충분하려나.

 

어째서 저런 녀석을?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다시 생각 좀 해줘!

 

이것 참...

 

오늘은 지쳤네.

유키토 군, 늦네요.

기다렸지.

 

저기...

 

뭘 긴장하고 그래?

바가지는 거기 있어요.

 

실례, 합니다.

있잖아, 본토엔 정말 미타마가 없어?

 

으, 응.

적어도 내가 본 적은 없었으려나.

도회에선 사람 기척이 너무 많아서

명맥을 느끼는 것도 한 고생 한다더군요.

이 섬에선
지극히 당연한 듯 미타마가 있지.

아라미타마처럼 실체화하지 않는 한,

평범한 사람들에겐 안 보이지만요.

 

아야카스러운 섬이지?

아야카스러운?

아야카스러운 건 아야카스러운 거지.

뭡니까, 그게?

아야카스럽네.

아야카스럽지!

 

이건...

 

명맥을 느낄 때의 감각도 그렇고,

단순히 스승님의 아들이란
이유로만 생각하기엔 너무 뛰어나.

그 아이는 대체 정체가 뭐지?

 

스승님, 나,

잘해나갈 수 있을까?

 

제5화
「그럼 술 마실 돈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