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진심이십니까?

 

자, 어떡할 테냐?

짐의 화원을 손질하는
정원사잖느냐, 너는?

 

방심할 수 없는 분이야.

 

얄궂은 일이군.

 

아무리 노력해봐도

지혜도 무예도

평범한 이보다 털끝만큼 나은 정도.

 

그런데 외모만큼은
누구보다 빼어난 게 붙어줬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은

좀처럼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옛날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미 결론지었다.

 

달콤한 시선,

달콤한 목소리,

 

남보다 빼어난 것을

최대한 이용해주지.

 

알고 있어,

결국 천자의 손 위에서 발버둥치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아.

 

어심을 따르겠사옵니다.

 

후궁 관리든 뭐든 다 해주지.

 

그것이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약사의 혼잣말

 

이렇게 많이 필요없어, 언니.

네, 네, 이것도.

외정 근무
네, 네, 이것도.

외정 근무
이것도!

외정 근무
아, 이것도 가져가.

아, 이것도 가져가.

 

연지 같은 건 안 쓴다니까.

무슨 소리니?

조금은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추렴.

일하러 가는 데 꾸미는 건
기녀 정도뿐이잖아.

 

약초 조제 하고 싶은데...

 

아얏!

너,

궁정 근무라는
기껏 좋은 일을 얻었으니까,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은 안 하는 거니?

그런 부분들을
감사하면서 살지 않으면

모처럼의 귀한 손님들도
도망쳐버린다니까?

 

매매 언니의 말엔 설득력이 있어.

 

기녀로서는
은퇴를 생각할 연령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뒤처지지 않는 건...

 

노래나 장기나 바둑으로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지성이 있기 때문이다.

묘묘.

 

짐이 참 많구나!

백령 언니, 여화 언니.

 

좋은 곳에서 일하게 돼서 잘 됐구나.

한몫 단단히 벌어오렴.

 

알았어.

 

하는 김에 귀한 손님도
데려와줬으면 좋겠네!

돈 많은 좋은 나리를 찾아오렴.

팔팔한 사람으로 부탁해!

 

응...

 

새로운 직장, 라기 보다는

재취직하게 된 곳은

궁정 내의 후궁이라 불리는 곳이다.

 

천자의 아이를 낳기 위한
여자들의 정원.

보잘 것 없는 하녀로서 보내려던 게

아기씨들의 연속적인 죽음의
수수께끼를 푼 일로 점찍혀버려,

옥엽 님의 시녀로 출세.

 

기미역으로서
이런저런 귀찮은 일에 말려들었어.

 

그후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해고당했는데,

또 출사를 하게 될 줄이야.

 

동충하초의 유혹에 져버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살짝 경솔했던 걸지도 몰라.

물론 주변에서 보면
다시 없을 행운이야.

아버지를 남겨두고

또 숙식하며 일하는 건
마음이 안 내키지만,

전보다도 제법 규칙도 느슨해졌고

행방불명 상태인 것도 아니다.

 

아버지도 마음대로 하라고
말해줬는데...

 

그건 무슨 뜻일까?

 

다녀왔어.

 

꽤 많이 받아왔구나.

어쩌지.

절구도 약연(藥碾)도 반드시 필요하고

필기장도 필요하잖아.

이 이상 속옷을 줄이는 건...

묘묘야,
아마도 그건 가져가면 안 될 게다.

 

의관도 아니면서 그런 걸 가져가면

독살이라도 꾸미고 있는 거라고
의심받을 테니 말이다.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네가 정한 일이니
이제 와서 취소할 순 없단다.

정말로?

조금씩 허가를 받으면
반입할 수 있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얼른 준비하고 자거라.

내일은 첫날이잖니?

 

알았어.

 

뭐냐?

꽤나 오랜만이구나.

이제 어린애가 아닌 거 아니었니?

뭐, 추우니까.

 

또 쓸쓸해지겠구나.

딱히.

이번엔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으니까.

 

그렇지.

언제든지 돌아오려무나.

 

어머니는 없다.

하지만 다정한 아버지와

시끄러운 할멈,

시끌벅적한 언니들은 잔뜩 있다.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으니까 말이야.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임씨 님.

 

우리 아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반들반들 탱탱하게 다듬어놨으니까.

알고 있겠지, 묘묘?

알고 있어.

귀한 손님들 말이지?

 

그럼 다녀오거라.

 

아침부터 지치네.

 

그럼 가시죠.

 

으, 응.

 

몸조심하렴.

 

다녀오겠습니다.

 

아름답군!

저런 아이, 녹청관에 있었던가?

 

임씨 님 때문이에요.

 

괜히 주목 받았잖아요.

그건 네가...!

 

왜 그러시죠?

아무것도 아니다!

 

수고 많군.

이제 괜찮을까?

네!

 

약사,

여기서는 평소의 그
주근깨 얼굴로 되돌려라.

네?

 

알겠습니다.

 

이봐, 후궁 관리관이
녹청관의 기녀를 기적에서 빼냈다던데?

녹청관이라면
그 세 공주가 있는 곳이지?

녹청관?

 

뭐 하는 거야, 이 사람?

 

그래서 여기는?

 

내 집이다.

 

어째서?

 

여기가 네 새로운 직장이다.

 

고순 님,

전 분명 후궁에 돌아가는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만.

한 번 그만두게 한 체면상,

그리 간단히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번엔 외정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외정?

네.

소묘가 있던 후궁은 내정에 해당하고,

외정은 그 바깥입니다.

많은 관청들이 있으니
나중에 안내하지요.

 

어서 돌아오십시오.

추우셨지요?

 

시녀인 수련(水蓮)이란다.

네가 소묘구나.

아, 네.

 

소묘?

 

집무실이 있는 건물과
개인방이 있는 건물로 나뉘어있단다.

 

여기서부터는 도련님의 방이지만.

도련님?

너라면 괜찮겠구나.

 

비취궁에서 쓰던 방과
비슷한 정도인가.

여기에 화덕과
근처에 우물만 있으면...

그나저나 숙식하며 일하는
하녀의 방 치고는 너무 훌륭한데.

소묘?

네.

 

난 네게 허드렛일을 시킬
생각은 없다만.

네?

외정에서 일해줘야겠다고 했지?

 

관녀(官女) 시험을 치러줘야겠다.

 

과, 관녀 시험?

 

무명을 쓴 의복이라니,

상당히 대우가 좋은데.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수련 님.

어머, 잘 잤니, 소묘.

일찍 일어나다니 기특하구나.

 

돕겠습니다.

괜찮단다, 곧 끝나니까.

나르는 것만 도와주겠니?

네.

저기, 다른 시녀들은?

없단다.

 

집무실 쪽은 몰라도

방쪽의 일은 맡길 수가 없거든.

도련님의 식사는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럼

계속 혼자서 전부?

몇 번인가 새로운 아이를
들인 적은 있었는데,

뭐, 이런저런 일로 오래 가진 못했지.

 

최음제라도 넣은 건가?

아니면 절도인가?

아무래도 본 적도 없는 속옷이
옷장에 들어있으면

누구라도 싫겠지?

 

그것도 실이 아닌
머리카락으로 짠 거였단다!

 

고생이시네요.

그래, 고생이시지.

 

자, 도련님, 일어나십시오.

아침밥이랍니다.

 

쓸데없이 색기를...

이 방에 고순 님과 수련 님만
들어올 수 있는 이유를 잘 알겠네.

여자라면 색기에 취해
열이 올라 버릴 거고,

남자라면 밀어 넘어트려버리겠지.

 

실로 죄많은 성질을 가지신 분이야.

 

무슨 발정기 벌레 같네.

 

이 환관의 냄새를 모아서
미약으로 만들 수 있으면 팔릴지도!

 

네가 괜찮다면 새로운 방을 마련하지.

 

무슨 얘기지?

잘은 모르겠는데,

화덕이랑 우물이 딸린 방을 얻을 찬스?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

일단은 화덕은 어떻게든 한다 치고...

 

그럼

우물이 가까이에 있는 마구간이라도.

 

마구간이라.

네, 마구간입니다.

 

마구간은 기각이다.

 

그럼 가실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임씨 님은 어이없게도
집을 지키게 되었다.

 

항상 후궁에 죽 치고 있길래
한가한 사람인가 싶었더니만,

의외로 공사다망하신 모양이다.

 

여기서부터 동쪽은
무관들이 많이 있으니,

너무 접근하진 말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안내받은 궁전은 넓고,

건물의 이름과 부서는

손가락 발가락으로도 부족할 정도다.

 

과연 다 기억할 수 있을지 어떨지.

 

흥미가 없는 것에 대한 기억력은

남들 이하란 말이지.

 

이쪽은 도수감(都水監).

하천이나 제방 등,
수리 사업에 관련된 관청입니다.

 

그렇군요.

 

역시 후궁 쪽이 더
약 재료가 될 만한 게 잔뜩 있었네.

 

아마도 아버지가 있을 적에
옮겨심은 거겠지.

소묘?

관녀가 되면
외정이 직장이 된단 말입니다.

네.

 

관녀라...

 

어머, 소묘,

마침 잘 됐구나.

숯을 집무실에 날라다주겠니?

 

네.

 

실례하겠사옵니다.

 

여기가 임씨 님의 집무실인가.

 

화려함은 없지만 전부 다 일급품이군.

얼마나 지위가 높은 거야, 그 도련님은?

 

신입 관찰인가?

느낌이 안 좋은데.

 

외정의 관녀는 서기관 같은 것이다.

 

자격을 가지고 있고

집안과 교양이 있어,

후궁의 여기저기서 그러모은
여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만한 자긍심이 있다.

 

따라서 일부러 업무도 아닌
청소를 할 필요도 없어.

 

너,

뭐가 그리 잘난 거지?

 

먹이가 좋으면
자라기도 엄청 잘 자라는구나.

 

듣고 있어?

어째서 너 같은 아이가
임씨 님 직속이냐고!

 

잠자코 있어봤자
상대의 심기를 거스를 뿐인가.

 

즉,

당신들은 저에게 질투하고 계신 건가요?

 

적당히 좀 해!

 

말을 잘못했네.

 

어쩔 수 없지.

 

설마 제가 특별 취급 받는 줄 아십니까?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러한 추녀를 그 천녀 같으신 분께서
상대하실 리가 없으니까요.

 

당신들이 생각하시는 귀인께선

그런 악취미실까요?

눈앞에 전복이나 멧돼지고기가 있는데,

일부러 살을 다 발라낸 닭뼈나
드시고 싶다고 생각하실까요?

뭐, 그렇다면
참으로 비주류 취향이로군요.

저로써는 이해가 안 갑니다만,

그러한 특이 취향이신 걸까요.

그렇군요, 특이 취향...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마, 맞아!

그럼 왜 네가 고용되었지?

 

이유는 이겁니다.

 

지난번에 화상약 실험을 해서

묵사발이 났단 말이지.

 

스며든다!

 

아름다운 천녀와 같으신 분께선

마음씨까지도 천녀신 겁니다.

저 같은 자에게도
먹고 살 길을 내려주시니까요.

 

가자.

 

끝났다, 끝났어.

 

비주류...

 

너, 항상 저런 것들에게
시비 걸리고 있느냐?

그보다,

왼팔을 들고 뭘...?

그러면 다음 청소할 곳으로 가겠사오니.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거냐?

 

이봐!

 

소묘.

 

조용히 부탁한다.

 

이렇게 시험 당일을 맞이하여...

 

어째서 떨어졌지?

어째서 붙을 거라고 생각하지?

 

묘묘는 임씨의 방 담당 하녀가 되었다.

 

어떡할까요.

어떡하지요?

 

이 너머는
당신이 출입할 장소가 아닐 겁니다.

때리기 전에 말해주지 않을래?

 

백단의 향기와
독특한 씁쓸함을 머금은 냄새...

 

군부라.

 

다음 시간,

새 숙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