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Take.Care.of.My.Cat.2001.KOREAN.1080p.BluRay.x265-VXT

하지 마!

 

야, 야, 야, 또 어디로 가!

 

야!

 

아, 원! 아, 투!
아, 원, 투, 쓰리, 포!

 

♪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

 

♪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

 

♪ 낙동강아, 잘 있어라 ♪

 

♪ 우리는 전진한다 ♪

 

잠깐만, 야, 야, 야!
다시 찍어, 다시

 

다시 찍자!

 

- 여기, 여기, 여기
- 자, 찍는다

 

- 이쁜 척 좀 해봐
- 기달, 기달, 기다려

 

야, 잠깐만, 배경이
여기가 더 나은 거 같은데

 

- 옆에, 옆에, 옆에
- 배가 보이게

 

- 여기, 여기, 여기?
- 아, 있어, 뒤에?

 

찍는다, 잠깐만, 잠깐만…

 

야, 아까 거기가 더 나아

 

- 야, 조심해, 조심해
- 미안해, 자, 이쁜 척하고

 

- 찍는 거야?
- 자, 하나, 둘, 셋

 

♪ 네덜란드산 초록 맥주병 ♪

 

♪ 오늘 밤도 난
또 길을 잃었지 ♪

 

♪ 넌 언제나 말했었지 ♪

 

♪ 유모차를 끌고 싶어 ♪

 

♪ 비굴하게 웃기 싫어 ♪

 

♪ 레논처럼 죽고 싶어 ♪

 

♪ 난 모든 걸 갖고 싶어 ♪

 

♪ 이 아픔을 넘고 싶어 ♪

 

♪ 히말라야 구름 위로 ♪

 

♪ 우린 아직 널 사랑해… ♪

 

아, 오셨어요?

 

오후에나 출근하신다고 들었는데…

 

좀 쉬었다 나오려다가

 

그냥 나왔어

 

차라리 일찍 퇴근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일찍 출근했네?

 

혜주 씨 집은 어디라 그랬지?

 

인천이요

 

데일리 나왔습니다

 

여기다 둘게요

 

여기요, 여기요

 

- 여기요
- 고마워요, 혜주 씨

 

무슨 시가 이래?

 

씁, 아이…

 

네 말대로
타자 치는 소리는 되게 좋아

 

그치만 시를 컴퓨터로 치면
안 된다는 거는

 

좀 괜한 고집이라고 본다

 

그래야 널 만나지

 

배고파?

 

아니

 

긴장하면 원래 그래

 

너는 내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

 

그냥

 

건강한 네 다리가 좋아

 

다리?

 

야, 비류야

 

- 비류야!
- 왜?

 

잠깐, 잠깐 멈춰봐

 

- 야, 우리 바꾸자
- 뭐?

 

왠지 앞쪽이
더 무거운 거 같아

 

뒤쪽도 무거워

 

그래도 한번 바꿔보자

 

알았어

 

아이고

 

외할아버지
저희 비류하고 온조요

 

엄마가 외할머니 선물을
보내셨거든요

 

문 좀 열어주세요

 

나는 딸 없다

 

아니
외할아버지가 딸이 없으면

 

우리 엄마는 누구예요?

 

나도 몰라

 

문 열어줘
들어오라고 해

 

됐어
무슨 문을 열어줘

 

밖에 춥잖아
저렇게 세워두면 추워

 

그냥 여기다 놓고 갈게요

 

그리고요, 엄마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만수무강하시라고 전해달래요

 

안녕히 계세요

 

예쁘지?

 

이거 우리가 직접 만든 거야

 

이건 최고의 낚싯줄로 만들어서
절대 끊어지지 않아

 

언니, 이거 얼마예요?

 

음, 그거 2천 원

 

너무 비싸다

 

- 그럼 이건요?
- 그것도 2천 원

 

너무 비싸요, 좀 깎아주세요

 

야, 야, 여기 30%
벌써 세일한 거야

 

알았어, 알았어

 

그러면

 

우리 둘 중에
누가 언니인지 알아맞히면

 

특별히 깎아줄게

 

새로 일할 덴
좀 알아봤니?

 

아직이요

 

공장 기계들 처분하는 대로

 

월급 밀린 거 보내줄게

 

그동안 수고했다

 

할머니!

 

지영이냐?

 

괭이는 영물이라

 

집에다 두면 안 돼요

 

안 좋아

 

나중에 해코지하면 어쩔려 그려

 

그런 거 요즘 누가 믿어?

 

니 할애비가
호랑이띠가 돼서

 

괭이가 버텨내지 못해

 

네 이름은 티티야

 

마음에 들어?

 

- 고모!
- 어, 아가씨 왔어요?

 

- 야, 일찍일찍 좀 다녀!
- 고모!

 

온 가족이 모여
저녁 먹기로 했는데 이제 들어와?

 

오늘 봉사활동
하는 날이잖아요

 

사회봉사씩이나 하는데

 

- 거기선 밥도 안 주냐?
- 야, 신경 꺼

 

밥때 놓쳤으면은
굶어야지

 

밥은 무슨 밥?

 

배부르고 등 따시우니까
지 앞가림도 못 하면서

 

맨날 남의 일에만 정신 팔리고

 

나도 밥 생각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 그렇게
꼭꼭 처닫고 살면

 

방에 곰팡이 안 피냐?

 

이런…

 

잠깐만, 잠깐만

 

- 혜주 씨
- 네?

 

- 왜?
- 아, 이거

 

남자친구가 보냈나 봐

 

- 이거 나한테 온 거야?
- 응, 좋겠다

 

어머나

 

장미 20송이에 향수?

 

이제 남은 건 찐한 키스?

 

누구지?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찬용'?

 

아니, 어떤 놈이야?

 

내 허락도 없이
우리 혜주 씨한테 집적대는 놈이

 

- 혜주 씨, 오늘이 생일이야?
- 네

 

아이, 말을 하지
나 선물도 준비 못 했잖아

 

아, 오늘 나랑 영화나 볼까?

 

아유
꽃 배달까지 받았는데

 

약속이 없겠어요?

 

아니에요, 저 오늘 약속 없어요

 

그래?
씁, 그럼 말이야, 우리 영화 말고

 

미사리로 드라이브나 갈까?

 

아니야, 그런 거

 

미안하다

 

지금 이거, 이거 오늘까지
꼭 해야 한다 그러는데

 

난들 어쩌냐?

 

 

'내 생일이어서 안 되는데요'
그럴 순 없잖아

 

왜 맨날 내가
전화해야 되는 건데?

 

일일이 연락해서 약속 잡는 게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인 줄 알아?

 

몰라, 바쁘다는데 어떡하냐?

 

언니
여기 식혜 하나만 줘

 

네, 잠깐만요

 

네, 서지영 씨 좀 부탁합니다

 

그만둬요? 언제요?

 

예, 알겠습니다

 

아, 지금 맥반석 나오니까
들어들 가세요

 

식혜 시키신 분

 

응, 여기

 

뭐야?

 

자, 이걸로
한번 갈아입어 봐

 

뭔데?

 

개량 한복?

 

다른 데서도 다 이걸 입고
장사하니까

 

보기도 좋더라

 

손님들에게 신뢰감도 주고

 

싫어, 나 절대 안 입어

 

내 스타일도 아닌 걸
내가 어떻게 입어

 

혜주 씨
씁, 이거 어쩌지?

 

오늘 우리 약속한 거
다음으로 미뤄야겠는데?

 

급한 볼일이 생겨서 말이야

 

씁, 저, 언제가 좋을까?

 

저야, 뭐, 늘 오픈이죠

 

그럼 주말로 하자, 응? 미안

 

찾았어

 

그래서
내가 팀장님께 다시 얘기를 했지

 

'친구들이 너무너무 섭섭해한다'

 

그렇게 말했더니

 

'친구들이 그렇게 중요하니?'
그러시잖아

 

- 예뻐?
- 어우, 야, 귀엽다

 

- 네가 더 귀여워
- 진짜?

 

그래서 오늘 할 일
내일로 미뤄주셨지, 뭐야

 

- 진짜?
- 야, 믿을 수 있는 거지?

 

당근이지, 야, 근데

 

촛불 두 개만 꽂으니까

 

어째 스무 살이 아니라
두 살 같지 않니?

 

어우, 야, 야, 야
됐어, 됐어, 핸드폰 줘봐

 

♪ 축하합니다 ♪

 

♪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

 

♪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

 

♪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

 

야!

 

생일 축하해

 

고마워

 

네가 사달라고 한 거 그거 맞지?

 

잠깐만, 색깔 맞나 보고

 

야, 맞아

 

가끔씩 이런 색깔
발라보고 싶을 때가 있거든

 

- 빨리 거울 줘봐
- 야, 야, 야, 야

 

조금만 있어봐
먼저 발라보자

 

아휴, 계집애들
자기들이 먼저 발라봐요, 하여튼

 

 

야, 어때?

 

마녀 같아

 

야, 야, 야, 야
우리도 준비한 게 있지!

 

진짜?

 

빨리 줘봐

 

짠!

 

뭔데, 이게?

 

어우, 야

 

혹시 뽕브라?

 

어머, 야, 지지배
눈치 한번 빠르다

 

올해 안에
가슴 빵빵하게 키워서

 

꼭 그거 한번 해봐

 

그게 최신형이라서

 

가슴을 타이트하게
잡아주고

 

업된 느낌을 살려주는 그런 브라지

 

- 됐어!
- 야

 

그게 레이스도 달렸어!

 

야, 됐어

 

먹어, 먹어, 먹어, 먹어, 먹어

 

어휴, 진짜

 

야, 생일 축하해

 

야, 뭐야? 어?

 

오, 뭐야?

 

야, 뭔데 이렇게 커?

 

- 빨리 뜯어봐
- 이게 뭐야?

 

고양이네?

 

야, 너무 예쁘다

 

야, 얘 나 주는 거야?

 

너무 예쁘다

 

이름은 티티야

 

네가 바꾸고 싶으면 바꿔

 

티티?

 

어째 이름이 좀 그렇다?

 

티티야

 

어, 야, 그거 내 거야
이리 줘

 

여보세요?

 

 

누구, 찬용이?

 

오라 그래

 

찬용이 온대?
야, 오라 그래

 

야, 온다는 걸 왜 말려?

 

야, 비류랑 온조가
너 보고 싶어 죽겠단다

 

이거 네가 그린 거야?

 

야, 멋있는데?

 

근데 이거 하나하나 다 그리려면
좀 지루하겠다

 

야, 서지영

 

나 진짜 놀랐다?

 

난 네가

 

나한테 고양이 선물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예쁘게 키워

 

근데 너 요새 뭐 해?

 

뭐 좀 생각하느라고
그냥 있어

 

- 생각?
- 응

 

무슨 생각?

 

유학 가면 어떨까
생각 중이야

 

요즘 텍스타일 공부하는 사람들

 

외국으로 다들 나가잖아

 

유학은 뭐 아무나 가니?

 

돈이 있어야 가지

 

치…

 

그러지 말고

 

이 언니가
알바 자리 소개해 줄 테니깐

 

용돈이나 벌어서
학원이라도 다녀보든지 해

 

어때?

 

야, 서지영

 

야!

 

 

몸에도 나쁜 걸
뭐 하러 그렇게 피워대냐?

 

너희들 엄마가 될 사람들이잖아

 

아, 진짜
인류의 미래가 걱정된다

 

너 고양이 좋아하나 보다?

 

귀엽잖아

 

고양이를 싫어하는 남자는

 

좋은 여성을 얻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어

 

그런 속담이 있어?

 

 

너 혜주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야?

 

어때? 어울려?

 

참아줘, 제발, 응?

 

치…

 

어, 담배 없어?

 

야, 가서 담배 좀 사 와

 

고양아

 

아우, 정신 차려, 유태희!

 

잡아, 잡아, 빨리, 빨리, 빨리

 

- 야, 빨리 와!
- 하지 마!

 

넌 웬 술을 미친 듯이
그렇게 마셨어!

 

잠깐만요!

 

아저씨! 아저씨, 잠깐만요!

 

잠깐, 기다려!

 

아저씨, 잠깐만요!

 

아, 좀 뛰어! 야!

 

야, 얘 잡아봐 봐, 얘

 

야, 야, 잡아

 

감사합니다

 

- 일찍 일찍들 다녀
- 네

 

생일 축하해

 

- 어, 고마워, 가
- 안녕

 

- 찬용아, 힘내!
- 야, 오늘 꼭 성공해라!

 

잘 가

 

웃긴 뭘 웃냐?

 

너 왜 이렇게 늦게 나와?

 

너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미안해

 

아침부터 사람을
이렇게 오라 가라 해야겠냐?

 

그땐 별생각 없이 받았는데

 

내가 키울 조건이 아니거든

 

이사도 가야 되고 말이야

 

근데 얘 말이야, 씁

 

고양이 얌전한 줄 알았더니
보기보다 손이 많이 가더라?

 

나 회사 늦었어

 

언제 회사 근처로 놀러 와
맛있는 거 사줄게

 

- 언제?
- 언제든

 

이거 어떠세요?

 

네, 좀 기다려보시고요

 

어, 그럼 내일
사무실로 한번 나오실래요?

 

예, 예

 

그럼 내일 한 시쯤
사무실에서 뵙는 걸로 하죠

 

예, 내일 뵙겠습니다

 

- 박 대리님
- 응

 

이거 박 대리님
입출금 계좌랑

 

주력 계좌 리스트 뽑아놨는데요

 

그래?

 

이야

 

역시 우리 혜주 씨밖에 없다니까

 

혜주 씨, 내 건 없어?

 

어허, 씁

 

우리 혜주 씨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내일부터 안 대리님 것도 해드릴게요

 

혜주 씨, 생큐

 

여보세요?

 

 

정말?

 

증권사에 점심시간이 어디 있니?

 

아니야

 

혜주 씨
서고에서 주문표 좀 꺼내다 줘

 

잠시만, 네

 

♪ 조금은 지쳐 있었나 봐 ♪

 

♪ 쫓기는 듯한 내 생활 ♪

 

♪ 아무 계획도 없이 ♪

 

♪ 무작정 몸을 부대어 보며… ♪

 

인천으로 가는 중이다

 

전화라도 하지
갑자기 오니까 그렇지

 

그리고

 

이 언니가 원래 좀 바쁘잖니

 

그렇게 바쁘면 미리 연락을 하지

 

왜 사람을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냐?

 

미안해

 

그래도 너 얼굴이나 보려 그랬지

 

같이 먹으려고
맛있는 것도 사 왔는데

 

야, 근데 너 여기까지 찾아오고
웬일이야?

 

아니야

 

일이나 잘해, 나중에 보자

 

네, 그렇다니깐요

 

그건 저도 모르죠

 

내려앉는다고요, 네

 

얼마라고요?

 

그럼 어디에다 물어봐야 되죠?

 

"선원 지원 센터"

 

저, 이거 드리려고요

 

'원조 으뜸
맥반석 체험실'?

 

아가씨

 

어, 여기 맥반석
체험할 사람 없으니까

 

다른 데 가봐

 

빨리 쳐

 

- 아저씨
- 왜?

 

저도요

 

배를 탈 수 있을까요?

 

어, 우리가 타는 건

 

유람선 아니다

 

저도 유람선 타려는 건 아니에요

 

전화나 받아

 

여보세요

 

누구? 지영이?

 

어머, 지영이 아니니?

 

아니야, 앉아있어

 

여기 앉으세요

 

괜찮은데…

 

어디 가는 길이야?

 

친구 만나러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잘 계시지?

 

 

아줌마

 

일자리 좀 알아봐 주세요

 

나야
파출부 자리밖에 모르지

 

그런 것도 괜찮아요

 

얘는?

 

네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니?

 

이번 정류장은
국제 여객 터미널입니다

 

저 내릴게요

 

꼭 알아봐 주세요

 

- 잘 가라
- 네

 

어디서 오는 거야?

 

이거거든?

 

빨리 들어가서 해치우자

 

아저씨
이것 좀 받아보실래요?

 

아저씨, 이것 좀 받아보실래요?

 

이거 읽어보세요

 

이거요

 

가자

 

와, 네 덕분에
빨리 끝났는데?

 

와, 저 사람들은 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야, 까먹기 전에 줄게

 

고마워

 

언제까지 주면 돼?

 

그냥 돈 생기면 갚아

 

근데 어디다 쓰려고 그래?

 

그냥 좀 필요해서

 

그런 얼굴로 쳐다보지 좀 마

 

네가 전화해서 의외였다?

 

그래?

 

내가 그렇게 전화를 안 했나?

 

우리 모일 때는
맨날 내가 먼저 연락하지

 

네가 먼저 전화한 적
한 번도 없었잖아

 

졸업하니까
애들하고 멀어지는 거

 

그게 제일로 섭섭하다

 

학교 다닐 때가 정말 좋았었는데…

 

매일 만나다가 떨어져 지내니까

 

이제 만나도 별로 할 얘기도 없고

 

아까 그 거지 말이야

 

난 솔직히 그렇게 될까 봐
좀 무섭다

 

글쎄
난 무섭단 생각은 안 해봤고

 

가끔 그런 사람들 보면

 

궁금해서 따라가 보고 싶긴 하다

 

매일 뭐 하면서 지내는지

 

아무런 미련 없이 자유롭게
떠돌아다닐 수 있다는 건

 

좋은 거 아닐까?

 

그걸 자유라 그러니?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렇게 다니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떡해?

 

네?

 

어, 왜?

 

나 지금 바빠

 

그래

 

여보세요?

 

어, 너니?

 

그냥 누구 좀 만나고 있어

 

그냥 친구, 네가 모르는 애

 

야, 난 네가 모르는 친구도
있으면 안 되니?

 

어, 이따가 전화할게

 

어서 오세요

 

번호는 그대로 하고요
기기만 바꾸려고요

 

폐하의 명이신데
어찌 오지들 않겠사옵니까

 

그게 좀
문제란 말이야

 

요즘 양말 누가 이렇게
기워 신어?

 

얼마나 한다고

 

뭐든지
아껴 써야 잘 살지

 

여기서 더 아낄 게
뭐가 있다고?

 

할아버지, 소리 좀 줄여!

 

왜냐하면은
폐하께서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신이 되셨단 말일세

 

과연 그렇사옵니다

 

폐하께서는
말하자면은

 

최후의 선택을 하신 것이야

 

그것에 대해서 많은 승려들이…

 

티티

 

이제 언니가 그린 그림에는

 

항상 네 발자국으로 사인해 줄게

 

아니, 저쪽으로 더!

 

그렇지, 좀 더 위에

 

그렇지
알아, 이쪽 조심해

 

아니, 더, 더!

 

그렇지, 좀, 조금 더 올려!

 

다 됐습니다! 내려요!

 

태희야, 한번 켜봐

 

어떻습니까, 참 좋죠?

 

아저씨, 우리 가요

 

아유, 고생하셨어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하세요

 

- 어, 혜주 왔구나?
- 네

 

야, 어떠냐?

 

저걸 다니까 가게가 훤해졌지?

 

보기에도 좋지?

 

네, 보기 좋은데요?

 

태희 안에 있다, 놀다 가라

 

 

야, 유태희!

 

웬일이야?

 

지나가는데
네가 보이더라고

 

떡 먹을래?

 

떡? 아니

 

내려와, 우리 어디 딴 데 가자

 

야, 가자
아빠, 나갔다 올게요

 

- 그래
- 안녕히 계세요

 

- 어, 또 와라
- 네

 

야, 진짜 크다

 

사실은 지영이 만났었어

 

돈 좀 꿔달라고 연락이 왔었거든

 

지영이
네 돈 절대 안 갚을걸?

 

나도 전에 몇 번
돈 꿔준 적 있었는데

 

한 번도 못 받았어

 

진짜 돈이 없었나 보지

 

너 남들 부탁
그렇게 다 들어주고 살다가

 

사람들한테 이용만 당한다고

 

그 뇌성마비 시인인가
뭔가 하는 걔만 해도 그래

 

너 언제까지
걔 도우미로 지낼 거니?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

 

하여튼
철딱서니는 없어 가지고…

 

아줌마

 

애매한 동정심이랑 사랑은 달라

 

정신 차려

 

나 진짜 걔 좋아해

 

마음에 든다고

 

결혼해

 

아니야, 됐어

 

그냥 여기 어디서
혜주랑 밥 먹고 들어갈래

 

엄마 먼저 들어가요

 

먼저 들어가세요
우리 둘이 알아서 갈게요

 

가세요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끝나네

 

- 언니
- 어?

 

왜, 어떤 애들 보면

 

무슨 충격 비밀 고백하듯이

 

우리 엄마, 아빠 이혼했다
그러면서

 

막 울고 그러잖아

 

그래서 난 부모가 이혼하는 게

 

굉장히 슬픈 일인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네, 뭐

 

언니야, 넌 어때?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서 그래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면
슬퍼지고 그런 거지

 

그런가?

 

아니야, 내 옆엔 언니만 있으면 돼

 

됐어?

 

아니, 왼쪽을
조금만 내려봐

 

바보, 제대로 좀 맞춰봐

 

예쁘다

 

인제 가

 

지금?

 

그럼 여기서 살 거야?

 

아, 빨리 가

 

가면서 문 앞에 있는
쓰레기도 갖고 가

 

누나, 저 갈게요

 

찬용이 벌써 가려고?

 

가래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

 

야, 너 진짜 못됐다

 

내가 뭘?

 

제가 오늘 할 일 없다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왔구먼

 

아휴, 어련하시겠어?

 

언니야, 씁

 

서울특별시민이 된 기분이 어떠니?

 

내가 제일 싫었던 게 뭔 줄 알아?

 

퇴근하고 돌아올 때

 

전철 안에 진동하는
돼지갈비 냄새…

 

어후, 생각만 해도 역겨워

 

한번 와서 보시라고요, 그럼

 

이런 건 주인집이 당연히
고쳐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뭐라든?

 

이참에 아주 이사를 가래

 

우리도 이사나 갈까, 할머니?

 

지영아

 

너 절대 산에 가지 마

 

네 아비, 산에서 죽은 거
알고 있지?

 

알아

 

산에 안 가

 

티티야

 

이거 네가 그랬지?

 

티티야!

 

티티야, 이리 와

 

나가면 안 돼, 이리 와

 

티티야

 

티티, 이리 와

 

티티야

 

티티야, 티티야

 

100미터는
몇 초에 뛰어?

 

네?

 

낮술은 좀 하나?

 

이 사람이
그런 질문이 있어?

 

고등학교 때 성적은

 

꽤 좋은 편인데

 

자격증은 여기 적힌 게 다야?

 

 

컴퓨터는 잘해?

 

잘은 못하는데요

 

운전은 할 줄 알아?

 

아니요

 

그럼
영업부는 안 되겠고

 

경리밖에는 없는데…

 

서류에 보니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거로 돼있네?

 

경리 일을 보려면은

 

신원 보증해 줄
직계가족이 필요한데…

 

티티야, 너도 해줄까?

 

어서 오세요

 

이거 얼마예요?

 

- 5천 원이요
- 야

 

쟤 찬용이 아니야?

 

- 어, 진짜?
- 야, 불러봐

 

야, 찬용아!

 

야, 엄찬용!

 

아, 잠깐만

 

찬용아

 

안녕

 

야, 너 오늘
좀 달라 보인다

 

쟨 누구야? 예쁜데?

 

그냥, 아는 후배

 

후배?
씁, 너 남고 나왔잖아

 

아니고

 

학원 같이 다니는 애야

 

어, 그럼 나중에 보자

 

어, 그래, 잘 가

 

아무래도 쟤 수상하지?

 

응, 많이

 

꼭 그래야 돼?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줘야

 

우리 우정이 유지되지

 

이러다가 우정에 금세 금 간다고

 

일요일엔
장사해야 되는데…

 

우정?

 

어우, 야
그러면 또 달라지지, 우리

 

근데 언제 인천까지 가니?

 

너희가 서울로 오면 안 돼?

 

하여튼 얘는 꼭
제 생각만 한다니까

 

난 혜주한테 가는 거면
안 가

 

우리 넷이
서울로 가는 게 낫니?

 

너 하나가 인천으로 오는 게 낫니?

 

너희 넷이 서울로 오는 거

 

비류, 온조!

 

야, 너 왜 이렇게 늦었어?

 

애들은?

 

저기, 저…

 

태희야!

 

야, 서지영

 

너 머리가 왜 그래?

 

너 이거 집에서 했지…

 

추운데 뭘 그렇게 봐?

 

뭐야?

 

혜주야

 


야, 너희 진짜 많이 뽑았다

 

이건 뭐니?

 

혜주야
우리 저번에 찬용이 봤다?

 

그래?

 

어떤 여자애랑
같이 가고 있던데?

 

그래서?

 

아이, 그냥 그랬다고

 

씁, 근데 문제는

 

그 여자애가 너보다
더 예쁘게 생겼다는 거야

 

그리고 찬용이도
그날따라 아주 멋있어 보였어

 

그러라 그래

 

야, 진짜 희한하게 생겼다, 어?

 

한국 사람 좋아
한국, 아, 여자 사람

 

와, 한국말
진짜 잘하시네요

 

어디서 오셨어요?

 

미얀마

 

- 미얀마?
- 네

 

야, 미얀마가
어디 있는 거야?

 

미얀마?

 

- 버마
- 어?

 

버마

 

미얀마

 

야, 어쩔까? 같이 놀자는데

 

유태희

 

으이구

 

- 가자
- 지영아, 가자

 

친구들이 그냥 가네요

 

- 안녕!
- 안녕

 

빨리 와!

 

왜? 재밌겠는데
한번 같이 놀아보자

 

야, 공돌이들이랑 뭘 놀아?

 

그게 뭐 어떠냐?

 

유태희, 넌 아무래도
동남아 타입인가 봐

 

왜 그렇게
동남아 남자들이 꼬이니?

 

맞아, 맞아,
저번에 자유 공원에서도 그랬잖아, 그치?

 

야, 그건 꼬이는 게 아니라
꼬시는 거 아니야?

 

어유, 저 얼굴에?

 

♪ 네덜란드산 초록 맥주병 ♪

 

♪ 오늘 밤도 난
또 길을 잃었지 ♪

 

♪ 넌 언제나 말했었지 ♪

 

♪ 유모차를 끌고 싶어 ♪

 

♪ 비굴하게 웃기 싫어 ♪

 

♪ 레논처럼 죽고 싶어 ♪

 

♪ 난 모든 걸 갖고 싶어 ♪

 

♪ 이 아픔을 넘고 싶어 ♪

 

♪ 히말라야 구름 위로 ♪

 

♪ 우린 아직 널 사랑해 ♪

 

♪ 아직도 ♪

 

♪ 우린 너를 기다려 ♪

 

♪ 이 밤의 ♪

 

♪ 잔디 위로 날아간 ♪

 

♪ 반짝이던 검은 눈들 ♪

 

♪ 밤하늘을 가득 메운 ♪

 

♪ 잔디 위의… ♪

 

빨리 와봐, 빨리

 

얘들아, 어때? 이거 살까?

 

또 살라고?

 

작작 좀 사

 

어휴, 갖고 싶은 게
계속 보이는데 어떡하냐?

 

이거 얼마예요, 언니?

 

4만 2천 원이요

 

너무 비싸다

 

어후, 언니
무슨 소리예요?

 

감을 만져봐
원단 자체가 얼마나 좋은 건지

 

우리 매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제품이에요, 언니

 

어서 오세요

 

칼 구경하시게요?

 

 

어떤 거로 드릴까요?

 

야, 너희들 어디 있어?

 

어, 넌 어딘데?

 

나 155번 앞이거든?

 

어, 어, 온조, 온조, 온조!

 

어? 나, 나 비류야

 

야, 혜주야

 

어, 비류야!

 

나 온조야, 애들은?

 

어, 일로 와
나 지금 온조 만났어, 어

 

비류도 거기 있대?

 

뭐야?

 

여기 있다더니 어디 있는 거야?

 

반대쪽 입구로
간 거 아니야?

 

야, 야, 너희 어디 있었어?

 

야, 배고프다

 

너희들이 서울까지 왔는데
내가 쏠게

 

- 뭐 먹자
- 지영이는?

 

우린 몰라
너희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야?

 

전화해 봤어?

 

내가 왜?

 

- 어, 야, 지영아!
- 야, 너 왜 여기 있었어?

 

 

나 먼저 갈게

 

왜?

 

그래, 먼저 가

 

넌 하루 종일 왜
인상 구기고 있냐?

 

그래서 내가
오기 싫다고 했지?

 

누가 널 억지로 끌고 왔어?

 

지영아!
애들하고 같이 가자

 

지영아!

 

야, 너 지영이한테
왜 그래, 자꾸?

 

내가 뭘?

 

학교 다닐 땐
너희 둘이 제일 친한 사이였잖아

 

예전에 친한 사이였다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니?

 

현재가 중요하지

 

현재?

 

그래서

 

현재 너한테 중요한 건 뭐야?

 

옷이다, 왜, 됐어?

 

야, 이거 막차야

 

태희야, 빨리 타, 뭐 해?

 

- 가
- 갈게!

 

칼로 잘라 먹으면 되잖아

 

지영아
지영이 집에 있니?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긴

 

쓰레기봉투 주러 왔지

 

여기

 

근데 너 아직 직장 못 구했어?

 

 

신공항이 시설은 좋은데
다니기가 불편해서

 

나도 소개시켜 주기가 좀 그랬지

 

전 괜찮아요

 

일단 다녀보다가
좋은 데 생기면 옮겨, 응?

 

 

너답지 않게
무슨 배웅을 다 나오고 그러니?

 

멋있잖아

 

떠나는 차 보고 손 흔들어 주고

 

누나, 짐 다 실었어요

 

번번이 고마워
찬용아

 

언니야, 전화 자주 해야 돼

 

 

주말에 꼭 와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고, 들어가

 

- 안녕히 가세요
- 가, 언니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네

 

갖고 있어봐 봐

 

이게 헬륨가스라는 건데

 

이걸 입 안에 가득 넣고…

 

혜주야

 

이거 한번 해봐 봐

 

야 진짜 신기하다

 

야, 야, 엄찬용

 

너 머리 또 이발소에서 깎았지?

 

미용실에서 깎으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겠냐?

 

어?

 

어, 알았어

 

이제 미용실에서 깎을게

 

혜주 씨, 전화

 

고맙습니다

 

여보세요?

 

어, 왜? 무슨 일이야?

 

아무 일도 없다, 왜?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하니?

 

아저씨, 이거 북성동 가요?

 

 

야, 넌 매일 나한테 심심하다고
전화하면서

 

내가 먼저 전화하면 안 되는 거니?

 

혜주 씨, 금호전자
최근 매매 현황 좀 알려줘

 

 

야, 나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해

 

너 지영이한테 사과했어?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사과까지 하니?

 

혜주 씨
금호전자 최근 매매 현황

 

네, 야, 지금
마감 시간이라 바쁘니까

 

이따 밤에 전화해, 끊어

 

야, 신혜주, 야!

 

오늘 제가 여러분한테
준비한 게 하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문명의 필수품

 

칫솔입니다

 

그냥 칫솔이 아니고요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 색깔 무지개 칫솔입니다

 

친구가 아무리 많아도요

 

각각 원하는 색깔을 쓰기 때문에
전혀 헷갈릴 필요도 없습니다

 

백화점에서 5천 원 하는 거

 

제가 홍보 특사로 나왔기 때문에

 

딱 4천 원 떼고
천 원에 모시겠습니다

 

자, 저렴한 가격으로
구경하세요

 

감사합니다

 

우리 지영이 친구가
놀러 온 건 처음이네

 

예, 맛있게 먹겠습니다

 

아이고, 참하게도 생겼네

 

아…

 

저 이제 됐어요, 할머니 좀 드세요

 

아이고, 난 괜찮아
더 먹어, 응?

 

여기 웬일이야?

 

그냥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하도 궁금해서 방문한 거야

 

같이
산책이나 할까 하고

 

야, 그동안
왜 연락도 안 했냐?

 

내가 몇 번이나 메시지를 남겼는데

 

그동안 일이 좀 많았어

 

저번에 그, 혜주 일은
너무 신경 쓰지 마

 

지영아, 뭐 좀 줄까?

 

네, 괜찮아요

 

나도 하나 줄래?

 

야, 언니가 하는 걸 봐
봐봐

 

이렇게

 

그, 텍스타일인가 하는
디자인 공부는 잘돼가?

 

 

이거 나 주는 거야?

 

마음에 들면 가져

 

고마워

 

어, 정말 잘 그리는데?

 

그치만 역시, 쯧

 

그리려면 좀 지루하겠어

 

야, 야, 야

 

이게 요일 칫솔이걸랑?

 

이걸 매일마다
바꿔가면서 이 닦으면

 

기분 되게 좋아질 거다?

 

이거 백화점에서 산 거야

 

넌 앞으로 뭐 할 거야?

 

졸업하고 1년이나
아무 일 안 했잖아

 

 

혹시 워킹 홀리데이라고 들어봤어?

 

아니

 

내가 신문에서 본 건데

 

호주에서

 

공짜로 일자리도 소개시켜 주고

 

영어 공부도 시켜주고
그러는 거라는데

 

하면 괜찮겠지?

 

그런 게 어디 있냐?

 

거긴 땅은 넓은데
인구가 없으니까 하는 거겠지

 

네가 사회생활의 맛을
못 봐서 그래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

 

내 20, 평생의
가장 큰 실수가 뭔지 아니?

 

별생각 없이 여상 간 거

 

인천에서 제일 좋은 여상
나오면 뭐 하니?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쯧

 

후회는 안 해

 

정신 차리고 살 수 있게
해줬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잠시라도 허점을 보이면

 

바로 무시해 버린다고

 

항상 긴장하고 살아야 하는 거야

 

잠시라도 방심하면

 

꽝이야, 꽝

 

아무튼 저희 업무팀에서

 

처음으로 일하게 되는
신입들이니까

 

많이 좀 도와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혜주 씨, 안경 써?

 

또 렌즈 잃어버렸구나?

 

야, 이거 두 분
후배들이 오니까

 

사무실이 밝아지는데요? 네?

 

아, 저, 혜주 씨

 

저, 우리 마실 것 좀…

 

아니
이게 누구야?

 

야, 이거 안경 때문에
못 알아보겠네

 

아니, 근데 꼭 사오정 같아, 어?

 

아, 저, 우리 마실 거

 

자, 안쪽으로

 

잘 보이는데요?

 

여기 무슨 기숙사 방 같다

 

고시원을 개조한 거래

 

신발 거기다 놔

 

야, 진짜 신기하다

 

점점 선명하게 다 보여

 

각막도 단백질인가 봐

 

레이저로 태울 때
고기 태우는 냄새 나더라

 

아, 이제 손톱 길러볼 수 있겠다

 

맨날 렌즈 찢어져서
손톱을 길러볼 수가 있어야지

 

그럼 손톱 기르려고 수술한 거야?

 

다음번엔

 

코도 약간 높이고
눈도 살짝 찢을까 봐

 

날 바꿀 수 있는 데까지
바꿔볼 거야

 

태희야, 자고 가라

 

환자를 혼자 내버려 두진 않겠지?

 

아파

 

아휴
공주병도 환자는 환자지

 

안녕하십니까

 

몇 분이시죠?

 

이쪽으로 오시면 돼요

 

우리 여기 창가에 앉자

 

그쪽으로 가시겠어요?

 

이쪽이 널찍해서 좋군

 

무슨 창가야, 창가는…

 

이게 뭐야?

 

뭘 알아야지 먹지

 

- 언니
- 네

 

이 오리지널이랑

 

'레드 핫'이랑 '캐롤라이나 허니'
차이점은 뭐예요?

 

아, 이 메뉴는요

 

6개월 된 아기돼지의
등갈비 살로 만들어서요

 

담백하고 쫄깃한 맛을
즐기실 수 있고요

 

'레드 핫'은 매콤한 맛을
원하시는 분들께

 

'캐롤라이나 허니'는 달콤한 맛을
즐기는 분께 권해드려요

 

뭐 먹을 거야? 정했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너희들 좋은 거 시켜

 

그러면…

 

이 집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게 뭐야?

 

예, '립스 앤 플라'라고요

 

립 요리를 전부
즐기실 수 있는 메뉴가 있거든요

 

아, 그거로 대충
자네가 알아서 줘

 

아, 물론 맛이 없을 때는
자네가 책임져야지 돼, 어?

 

 

비싸기나 한 게
뭐 먹을 수나 있게 나오겠냐?

 

야, 태식아

 

어디 가서
뭘 먹어야 할지 모를 때는

 

제일 많이 팔리는 거를 시켜

 

그럼 안심이 돼

 

아빠, 때리는 거만 폭력이 아니야

 

이런 것도
인권을 무시하는 폭력이라고

 

쪼잔하게 메뉴판 들고

 

몇 분씩 들여다보는 놈치고
난놈 못 봤어

 

- 야, 태식아
- 네

 

아무거나 주는 대로

 

'잘 먹겠습니다' 그러는 놈들이

 

돼도 뭐가 되는 거야, 응?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원래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 그래?
- 예

 

모두들 가고 오지만

 

나는 늘 기다린다

 

사람들은 움직이고

 

나는 잠을 잔다

 

나는 늘 그렇게 잠자는 기분이다

 

끝이야?

 

부럽다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뭔가 해내다니

 

너도 이제 떠날 거지?

 

너는 꼭 사람들을

 

널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으로 나누더라?

 

그럼

 

너 나 좋아해?

 

누군가가 널 떠난다고 해서

 

널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야

 

엄마, 뭐 해?

 

약 데워

 

그걸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냐고

 

너도 먹을래?

 

난 그냥
계속 돌아다니고 싶어

 

어떤 곳이든 한곳에 머물러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답답해

 

계속 배를 타고

 

그 어디서도 멈추지 않고

 

물처럼 흘러 다니면서 사는 거야

 

이렇게 배 안에 누워서

 

지나가는 구름도 보고

 

책도 읽고…

 

야!

 

그럼 난

 

강 옆에 아주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있을 테니까

 

지나가다가 들러, 알았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렇다고 집을 나가?

 

너희 짠돌이 아빠 때문에?

 

웃기지도 않아, 진짜

 

내가 언제 아빠가 싫어서
집 나가겠다고 했니?

 

엄마, 아빠 싫다고 울면서

 

집 나가는 거
10대 때나 하는 짓이지

 

그건 너무 시시하잖아

 

 

그 이상의 이유를 찾겠다는 거지

 

난리 났어, 진짜

 

누구나 가정 문제로
집을 나가는 거잖아

 

집에서 행복하고 만족한다면

 

왜 집을 나가겠니?

 

안 그래?

 

얘들아, 나 어때? 예쁘지?

 

오, 예쁜데?

 

잘 어울린다, 야

 

돌 필요까지야…

 

- 다 됐어?
- 먹어볼래?

 

 

- 자
- 아

 

- 맛있어?
- 응

 

태희야, 문 좀 열어줘!

 

너도 먹어봐

 

음, 너무 맛있다 -
맛있지?

 

어으, 추워

 

어후, 밖에 너무 추워

 

- 태희야
- 응?

 

말 좀 하면서 천천히 먹어

 

아무도 안 뺏어 먹어

 

난 떡볶이만 보면

 

태희랑 처음 친구가 된 날
생각나더라

 

- 왜?
- 나랑 지영이랑

 

일미 분식에서 떡볶이 먹고 있는데

 

태희 얘가 씩씩거리면서

 

혼자 지금처럼 떡볶이를 먹고 있는 거야

 

진짜?

 

내가 '넌 왜 혼자 먹니?'

 

하고 물어봤을 거야, 아마

 

그랬더니

 

자긴 떡볶이가 너무 좋은데
찬미가 먹기 싫다고 해서

 

혼자 화내고 들어왔다나?

 

진짜?

 

그래서 내가 같이 먹자고 했지

 

너 그때
진짜 웃겼던 거 알지?

 

야, 너 떡볶이가 그렇게 좋냐?

 

- 걔가…
- 나도 좋아

 

떡볶이를 싫어한다고 얘기했을 때

 

정말 하늘이 노래지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떡볶이로
맺어진 친구가 아니겠어?

 

떡볶이 친구? 자

 

- 다 먹어, 태희야, 어, 그래
- 응

 

두구, 두구, 두구, 두구

 

유태희! 원 샷!
유태희! 원샷!

 

야, 야, 술 따라야지

 

- 원 샷
- 야, 원 샷이다, 원 샷

 

바로바로 원 샷
원 샷, 원 샷

 

원 샷, 원 샷, 원 샷

 

야, 야, 야
이번엔 태희가 돌려, 태희가

 

- 태희 네가 돌려
- 돌려, 돌려

 

- 자, 자!
- 빨리 돌려, 빨리

 

원 샷, 원 샷
원 샷, 원 샷

 

아, 잠깐, 잠깐, 기다려봐

 

야, 야

 

아, 됐어, 마셔!

 

- 수작이지?
- 너희 그거 알아?

 

- 뭐?
- 아니

 

보름달 뜬 밤에

 

미래의 자기 배우자를 보는 방법

 

가자! 얘들아, 빨리 와!

 

- 어, 지영아, 지영아
- 어?

 

- 이것 좀, 잠깐만
- 어

 

잠깐만

 

어, 태희야, 왜?

 

담배!

 

- 야, 좀 천천히 좀 가
- 알았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온조가 거울 떨어트렸어

 

아이고

 

괜찮아, 괜찮아

 

원래 깨진 거울로 하면
효과가 더 좋대

 

빨리빨리 시작하자

 

아, 야, 다 맞췄다!

 

야, 빨리 모여봐, 빨리 모여봐

 

내가 무슨 얘기
하나 해줄까?

 

 

어떤 여자가 이걸 하다가

 

대머리 아저씨가 나타나서

 

깜짝 놀라는 바람에

 

칼을 거울에다 떨어트렸대

 

나중에 선을 보러 나갔는데

 

글쎄

 

얼굴에 칼자국이 난!

 

대머리 아저씨가 앉아있더래

 

어우, 깜짝 놀랐잖아
왜 칼을 나한테 대?

 

야, 떨어트리지 말고
꽉 물어

 

멋있는 사람이
보여야 할 텐데

 

찬용이가
보이는 거 아니야?

 

어우, 야, 절대 안 돼

 

야, 찬용이가 어때서?
내가 보기엔 귀엽기만 하더만

 

어우, 됐어!

 

눈 감아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어? 아니, 이게 뭐야?

 

내 이럴 줄 알았어, 진짜!

 

이상하다, 씁

 

야, 혹시 소복을 안 입어서
그런 거 아니야?

 

야, 야, 야, 혜주
평생 혼자 사는 거 아니야?

 

- 어우, 싫어!
- 그렇네, 그렇네

 

너희 이런 거 진짜 믿냐?

 

다리에 감각이 없어

 

네가 입어보겠다 그럴 때 벗어줄걸

 

참 나

 

마음 좀 곱게 좀 써봐라, 응?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이러고 어떻게
아침까지 기다리냐고, 이 웬수야

 

아이씨

 

아, 추워

 

누가 문이
잠길 줄 알고 그랬냐?

 

담배 찾으러 갔으면
담배나 가져오지

 

끼워놓은 신발은 왜 빼? 어?

 

춥다

 

야! 좋은 생각 났어

 

야, 땅 파니까
하나도 안 추워

 

너도 빨리 이리 와서 한 삽 떠

 

어우, 됐어

 

얼른 와!

 

우리 나중에
어디 무인도 같은 데서

 

이렇게 모여 살면 좋겠다

 

이렇게 삽질하면서?

 

 

모여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알지도 못하면서…

 

넌 빼줄 테니까 걱정 마

 

아, 허리 아파

 

넌 아직까지 삐졌냐?

 

야,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삐져

 

내가 네 일자리도
알아보고 있단 말이야

 

네가 뭔데?

 

네가 신경 안 써줘도

 

나 살 만해

 

살 만하긴 뭐가 살 만한데?

 

겨우 구한 직장이
식당에서 일하는 거라며?

 

그러는 넌?

 

빽으로 들어간 증권사에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시는데?

 

 

네 눈엔 내가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 최선을 다해서 일하니까
하지 마

 

적어도 너처럼 살진 않아!

 

내가 사는 게 뭐?

 

- 네가 뭘 안다 그래?
- 야!

 

제발 그만들 좀 해!

 

지영아

 

어디 갔다 이제 오니?

 

어떡하니
불쌍해서 어떡하냐

 

- 지영아
- 아이고, 어떡해

 

아이고 이 일을 어쩌면 좋냐

 

세상에

 

어떡해요
아이고, 할아버지…

 

지영아, 잠깐만

 

아, 다름이 아니라
너가 유일한 가족이라서

 

참고인 조서를 써야 되는데

 

어, 미안하지만
같이 경찰서로 가지

 

- ♪ 삐약 삐약, 병아리 ♪
- 잘한다

 

♪ 음매 음매, 송아지 ♪

 

- ♪ 딸랑딸랑, 사냥꾼 ♪
- 음, 그래

 

크게, 크게, 그렇지

 

이야, 잘했다
잘했어, 잘했어

 

티티야

 

티티야

 

춥겠지만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겠다

 

미안해

 

미안해

 

그냥 편하게
말하면 돼, 응?

 

네가 말을 안 하면은

 

그, 우리만 복잡해진다고, 알아?

 

- 식사 왔습니다
- 아, 예

 

고마워요

 

- 네, 맛있게 드세요
- 예

 

자, 어? 배고플 텐데 먹어, 응?

 

야, 노랑머리, 네 소원대로

 

귀찮은 노인네들 죽었으니까
속 시원할 거 아니야, 응?

 

자, 먹어

 

먹어, 씁, 먹어

 

이게 어디서 행패야?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인 줄 알아?

 

일어서, 일어서!

 

윤애야, 너 또 왔냐?

 

선생님 보고 싶어서 왔죠

 

서지영

 

네가 말을 안 하면

 

너 소년원으로 보내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

 

아무도 네 상황을
대변해 줄 수는 없는 거야, 응?

 

아니

 

너 말할 수 없는 거니?

 

아니면 말하기 싫은 거니?

 

엄마는

 

나 때문에 울지만

 

나는 나 때문에 운다

 

나의 몸은

 

자꾸

 

미끄러져 내린다

 

야, 좀 빨리 좀 쳐

 

나는

 

방바닥에 껌처럼 붙어있다

 

야, 문 좀 열어봐

 

어? 문 열어보라고

 

아빠가 만두 드시고 싶다니까

 

가서 만두 사 와

 

- 나중에
- 지금 사 오래

 

- 네가 가면 되잖아
- 야

 

나는 공부하잖아

 

야!

 

오빠한테 가라고 해

 

아이, 지금 애들
목욕시키잖아

 

엄마는?

 

엄마는 통화 중이시고

 

나도 지금 생각 중이라고

 

아이고?
그게 노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네가 가야지
노는 건 너밖에 없어

 

걔가 아직 미성년이고, 어

 

보호자도 없고, 그래서 일단, 씁

 

에, 분류 심사원으로 이송했을걸?

 

분류 심사원이요?

 

거긴 어떻게 가야 돼요?

 

아마 미성년은 가도
면회가 안 될 거야

 

내가 손 한번 써줄까?

 

저 미성년 아니에요

 

그럼 말은 왜 안 하는 건데?

 

에휴, 걔 속은 알 수가 있어야지

 

나 못 가

 

회사는 어쩌고?

 

오늘?

 

잠깐만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 들리는데 크게 말씀해 주세요

 

네, 잠시만요

 

팀장님
빌이라는 분에게서 전화 왔는데요

 

지금요?

 

 

그럼 그때 봐, 끊어

 

이 친구가
영어 잘한다 그러던데?

 

참, 오늘 밤
나 일 좀 도와줄 수 있어?

 

 

씁, 다른 여직원들은
다 야간 대학 다니던데

 

혜주 씨는 안 가?

 

일하면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팀장님한테 배우죠, 뭐

 

팀장님은

 

제가 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게 해주셔서

 

언제든 돕고 싶어요

 

그치만 학위도 필요하지

 

평생 잔심부름이나 하는

 

저부가 가치 인간으로
살 순 없잖아

 

평생 잔심부름만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혜주 씨, 이 서류
본사로 팩스 좀 부탁해

 

 

혜주가 보낸 메시지야

 

근데

 

그렇게 말 안 하고 지내면

 

입 안에 막
가시가 돋거나 그러지 않아?

 

형사 아저씨가 그냥
형식적으로 조사하는 거였다는데

 

네가 하도 말을 안 해서

 

네 상황이 점점 더
나빠져 가는 거 같아

 

빨리 나와라

 

이런 데에서 지내는 거
답답하지 않아?

 

지영아

 

나는

 

네가 도끼로
사람을 찍어 죽였다 그래도

 

네 편이야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해

 

나 너 믿어

 

나가도 갈 데도 없는데, 뭐

 

혜주 씨

 

혜주 씨, 팀장님이 찾아

 

괜찮아?

 

사회생활이라는 게 다 그런 거야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응?

 

들어가자

 

성과에 따라서
인정받을 수 있고

 

인정받으면 몸값도
바로 올라가는 게 장점이야, 어

 

잠깐만

 

내가 이렇게 사적인 심부름
시키면 안 되는데

 

미안

 

워낙에 이쪽이 소문이 빨라서

 

그, 분석이 좀 괜찮다 싶으면은

 

누구 작품인지
업계에 금방 소문이 퍼지거든

 

씁, 그런 면에서는
해볼 만한 일 같아

 

♪ 어찌할 줄 몰라
돌아보지 좀 마 ♪

 

♪ 제발 좀 가버려 ♪

 

♪ 웃기지 마라 제발 좀 가라
내 앞에서 제발 ♪

 

♪ 제발 좀 없어져 ♪

 

♪ 웃기지 마라 제발 좀 가라
내 앞에서 제발 ♪

 

♪ 제발 좀 없어져
없어져, 없어져 ♪

 

지점장이

 

오늘 나한테 커피 심부름

 

11번 시킨 거 알아요, 11번?

 

 

그래도 요즘엔 장이 좋으니까
그 정도지

 

야, 시세만 안 좋아봐

 

우리 중의 하나는 바로 자판기야

 

자판기, 자판기!

 

원 샷!

 

시끄러워

 

어, 깜짝이야

 

좋은 게 좋은 거지

 

야, 자, 자

 

커피 심부름 좀 하면 어때?

 

어쭈?

 

그런 데 민감한 건
일종의 콤플렉스라고

 

콤, 플, 렉, 스

 

그래, 그래

 

그러니까 저부가 가치 인간이란
소리를 듣는 거야

 

야, 너는 어떻게
여기까지 따라오니?

 

여직원회 회비도 안 내는 애가

 

됐어, 가면 되잖아

 

- 삐졌구나?
- 진짜 가려고?

 

- 그래
- 나 진짜 간다, 언니야

 

야, 한 번밖에
안 잡을 거야

 

- 야, 앉아
- 언니들

 

나 너무 미워하지 마

 

 

담배 갖고 가야지

 

야, 이거
내 돈으로 산 거야

 

- 어우, 진짜 왜 저래?
- 야, 계산하고 가

 

잘 가, 안녕!

 

야, 신혜주

 

야, 엄찬용

 

너 오란다고 진짜로 오냐?

 

진짜 얘 뭐야

 

괜찮아?

 

왜?

 

예뻐서, 뽀뽀해 줘

 

야, 정신 좀 차려

 

왜?

 

야!

 

동물 구조 관리 협회에

 

보호 중이던 방울이가

 

다른 들고양이들에게
뜯어 먹힌 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들고양이의 야생성은 이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일까

 

야, 씁, 근데 솔직히

 

배고프면 저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맞아, 야

 

너도 배고프면 나 잡아먹어

 

- 야!
- 잡아먹으라며

 

어? 누구지?

 

누구세요?

 

어, 태희야, 웬일이야?

 

누구? 어, 태희!

 

야, 방금…

 

웬 고양이?

 

악수하자고

 

티티는

 

비류랑 온조한테 부탁했어

 

걔들이라면 잘 키워줄 거야

 

내가 졸업하고 1년 동안

 

아빠한테 돈 한 푼도
못 받고 일했거든

 

나 정도로 열심히 일하면
얼마 받는지 알아보고

 

딱 그 정도만 훔쳐 갖고 나왔어

 

어디로 갈 건데?

 

가면서 생각하지, 뭐

 

음… 쩝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너랑 함께 다니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

 

♪ 함께 밟고 걷던
높이 쌓인 눈과 ♪

 

♪ 달빛 아래 잠긴
상어의 속삭임 ♪

 

♪ 너의 우주선을 뒤쫓던
경찰차 ♪

 

♪ 술병 위에 어린
너만의 보조개 ♪

 

♪ 지친 몸을 끌고 마주친
비단뱀 ♪

 

♪ 아주 약간 남은
더러운 시간들 ♪

 

♪ 적당하게 맑은
적당하게 슬픈 ♪

 

♪ 적당하게 패인
너만의 보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