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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불꽃
(靑の炎)

 

쿠시모리!

 

- 빨리 와!
- 지각이야, 지각!

 

또 늦잠잤냐!

 

도착했다

 

비켜, 비켜!

 

또 자전거냐?

 

자전거가 아니라 로드 레이서!

 

전차로 오지 그랬냐?
아침마다 피곤하지도 않냐?

 

- '101' 들어왔어
- 얼마야?

 

- 4천 500엔
- 4천 엔

 

- 4천 500엔이라니까!
- 단골 할인도 안해줘?

 

그런 거 없어,
싫음 말고

 

알았어, 있어봐

 

요즘 양이 늘었네

 

'101'이 그렇게 맛있냐?

 

앉아라!

 

좋은 아침이다

 

안녕하세요

 

- '아오키'
- 네

 

- '이이다'
- 네

 

'이시오카'

 

이시오카는 안 왔나?

 

- '우에노'
- 네

 

- '오이카와'
- 네

 

- '쿠시모리'
- 네

 

- '사토'
- 네

 

- '시노자키'
- 네

 

- '시미즈'
- 네

 

쿠시모리, 너 수업중에
이상한 생각 했지?

 

뭐?

 

- 무슨 생각 했어?
- 아무 생각도 안 했어

 

거짓말!

 

수업중에 무서운 표정 짓고있더만

 

머리가 좀 아팠어

 

술 너무 마시는 거 아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야, 수업중에는 칠판이나 봐

 

있지

 

'이시오카' 요즘에 아예 학교 안 오네

 

- 아는 거 없냐?
- 몰라

 

- 진짜 몰라?
- 몰라

 

왜?

 

네가 그 녀석을 부추겨서

 

부모님이랑 형을 때리게 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그냥 소문일 뿐이야

 

하지만 부모님을 때린 건
사실인 것 같아

 

- 때리면 안되냐?
- 뭐?

 

제대로 얘기가 안 통하는 녀석에겐
실력 행사를 할 수밖에 없잖아

 

때론 힘으로라도 지켜야 할 게 있어

 

화내지 마

 

그냥 그 녀석이 어떻게 지낼까 하고

 

- 그래, 네 얼굴도 무섭고
- 끈질기긴!

 

하지만 상태가 안 좋아

 

넌 모르겠지만
가끔 혼자서 빙긋이 웃는다니까

 

그래, 그거!

 

그 얼굴로 길에 나갔다간
틀림없이 잡힐 거야

 

그거 알아?

 

지금 일본의 17살은

 

씩 웃는 것만으로도
사람들한테 이상한 취급받는다구

 

난 다른 17살 애들처럼
감정에 휘둘려서 사람 안 찔러

 

욕구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면

 

길에서 그짓하는 개랑 뭐가 다른데?

 

개한테는 상상력이 부족해

 

개는 상상 같은 거 안 하나?

 

너도 참...

 

길에서 그런 짓 할 수 있겠냐?

 

멍멍!

 

아무튼 사람을 죽이는 데도
상상력이 필요 하다는 거야

 

- 상상력 말이지
- 그래, 상상력

 

 

실수했다

 

수업 중에 다이몬이 내 얼굴을 봤다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지

 

개한테 상상력이 있을 리가 없겠지

 

개 뿐만이 아냐

 

고양이나 양도 틀림없이 없을 거야

 

그러니까 사람처럼...

 

고민하고 우울해하고
스스로 목을 매는 일은 안 하지

 

난 절대로 상상력을 버리지 않겠어

 

목을 매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어떻게 하면 저 자식을
내쫓을 수 있을까?

 

집이랑 같이 태워버릴까?

 

아니면...

 

사고로 가장하고 선로에 밀어버릴까?

 

아무튼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어떻게 하면 가족을 지킬 수 있을지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 드레싱?
- 고마워요

 

- 슈이치
- 응?

 

- 야채 더 먹어라
- 응

 

- 너무 많이 넣었어
- 괜찮아

 

- 엄마, 더 줘
- 응?

 

그렇게 많이 먹으면 살 찐다

 

잔소리는... 뭐 어때?
더 담아줘

 

- 오빠도 먹여줄게
- 지금 먹고 있어

 

- 아~
- 만지지 마

 

- 하지 마
- 그럼 내가 먹을게

 

식사 하시게요?

 

술 줘!

 

술이요

 

저게 뭐에요?

 

저 녀석 때문에 일부러 사 둔 거에요?

 

맞죠?

 

우리 집에 술 마시는 사람은 없으니까

 

술 사는 돈이나 내고 있어요?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에요!

 

왜라니...

 

우리 집에 저 자식이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잖아요!

 

우리랑 아무 상관없으니까요

 

그렇지만 갈 만한 곳이 없다잖니?

 

설마 계속 여기에
둘 생각은 아니겠죠?

 

- 계속은 아냐
- 그럼 빨리 쫓아내요!

 

언제까지 참고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 조금만 있으면
갈 만한 곳이...

 

갈 만한 데가 어딨어요!

 

제정신이 아냐

 

오빠 그만해

 

들리나? 저 소리가...

 

엄마와 하루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이불 속에서 귀를 막고 있을까?

 

저걸 폐차시킬 수 있는 건
나 뿐이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쿠시모리 슈이치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말고
이쪽으로 오게

 

의자 좀 줘

 

앉게

 

오늘은 법률상담을 하러 왔다고?

 

 

어떤 사람이 마음대로
저희 집에 눌러 앉아 있을 경우

 

어떻게 하면 쫓아낼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이라면...
'소네 타카시'?

 

어떻게 알고 계세요?

 

자네 전화를 받고난 뒤,
바로 '소네'의 얼굴이 떠올랐네

 

이야기 하는데 차는 왜 가져와!

 

이혼 교섭중에 꽤 싸웠거든

 

지금 그 사람이 저희 집에
멋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 건 법으로 간단히
쫓아낼 수 있겠죠?

 

물론 자네 어머니께서
소송을 걸면 가능하지

 

그런데 어떻게 해서
집에 들어오게 되었지?

 

제가 있었으면
절대로 집에 안 들였을 겁니다

 

우연히 하루카가
학교에서 일찍 돌아와서...

 

여동생이 하루카 입니다

 

하루카가 혼자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겁니다

 

그건 정말 우연이였을까?

 

소네가 나타난 게 언젠가?

 

10일 전입니다

 

그 뒤로 쭉 집에 있었군

 

 

어째서 어머니는 소네에게
나가라고 하지 않는 걸까?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도
곤란해 하시는 건 분명합니다

 

저기...

 

어머니가 이혼하셨을 때
얘기를 좀 들려주세요

 

아시는 건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자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지?

 

네, 그렇습니다

 

그 후에 만난 소네는

 

처음에는 마음씨 좋고
다정한 사람으로 보였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형편없는 남자라는 게 밝혀졌지

 

그 당시, 소네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자네 어머니를 때린 것도

 

한 두번이 아니라네

 

어머니께서 이혼을 결심한 건
자네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라네

 

그대로 두면 언젠가는
자네가 정말 죽어 버릴까봐

 

자네도 당했었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에?

 

그 사람과 같이 살았을 때의
기억이 희미합니다

 

어머니는 집에선 언제나
목소리를 낮추셨어요

 

하루카는 아직 어렸었고
아주 좋은 냄새가 났었죠

 

하지만 저 자신에 관한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왔니?

 

다녀왔어요,
하루카는?

 

친구랑 있다고 전화 왔더구나

 

아직이야

 

안 돌아왔어

 

오늘은 좀 늦었구나,
어디 갔었니?

 

응, 좀...

 

뭐 사러 갔었니?

 

변호사 만나고 왔어요

 

변호사?

 

카노 변호사요,
엄마도 아시죠?

 

10년 전, 엄마가 그 놈이랑
이혼할 때 담당했던...

 

그 놈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담하러 갔었어요

 

변호사님이 그랬어요

 

엄마랑 한번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다고

 

왜?

 

당연하잖아요!

 

그 놈을 쫓아내려면
엄마가 소송을 걸어야 한다구요!

 

그렇구나,
좀 더 생각해보자

 

좀 더 얼마나?

 

조금만 더,
지금은 기다려라

 

왜요?

 

그 놈이 계속 여기 있으면
우리집은 더 엉망이 된다구요

 

하루카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요

 

하루카도 너도 다 생각하고 있다!

 

근데 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설마 그놈과 합칠 생각은 아니겠죠?

 

조용히!
출석을 부르겠다

 

- '아오키'
- 네

 

- '이이다'
- 네

 

'이시오카'
이시오카는 없고...

 

- '우에노'
- 네

 

- '마코토'
- 네

 

나머지!

 

 

그럼 작업을 계속해라

 

뭐야, 이건?

 

뭐긴 뭐야, 풍경화지

 

풍경화에 도라에몽이 왜 나오냐?

 

도라에몽 아냐!
이건 어딜 보나 구름이라구

 

왜 그래!

 

미안, 미안,
일부러 그랬어

 

이 녀석이!

 

저질렀네, 이녀석들

 

뭐하는 짓이야?

 

아깐 미안했어

 

- 진짜 잘못했다고 생각해?
- 응

 

- 그럼 같이가줘
- 뭐?

 

내일 화방 갈 건데 같이 가줘

 

좋아

 

뭐 하자는 거지?

 

변신!

 

- 손님이 한 명도 안 와
- 그렇네요

 

돌아가고 싶구나,
돌아가고...

 

칸자키 씨, 돌아가세요

 

그럼 내가 미안하지,
재촉한 것 같아서

 

괜찮아요,
나머지는 제가 할 게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할까?

 

- 미안해
- 아니에요

 

- 수고해
- 수고 하셨어요

 

손님, 헬멧 쓰신 채로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헬멧은 안된다고 했잖아,
'이시오카 타쿠야'

 

용케도 알아 보는군

 

당연히 알지

 

- 잘 지냈어?
- 그저 그래, 넌?

 

그 후로 가족들이 모두 날 피해

 

그 편이 나도 편하기 하지만

 

우연히 화장실 가다가 만나면
완전히 쫄아서 눈을 피한다니까

 

뚜껑 열리지

 

그런 집에서는 단 1초도 있기 싫어

 

그 일로 공기가 희박해졌는지

 

있는대로 입을 안 벌리면
숨이 막힐 정도라니까

 

야, 그 칼 다시 줘

 

안 돼,
아직 못 돌려줘

 

왜!
그거 비싼 거란 말이야

 

지금 너한테 주면
또 이상한 생각할 거 아냐

 

뭐 좋은 일 없나?

 

먹고 싶은 걸로 한 병 가져가

 

갖고 가라니...
그래도 되나?

 

괜찮아, 한 병만 갖고 가

 

편의점 직원은 좋구만,
나도 할까?

 

바보야, 나중에 계산할 거야,
내가 내는 거니까

 

네가 쏘는 거냐?

 

땡큐!

 

그럼 또 올게

 

왔다!
무서워!

 

화방에 가는 게 아니었어?

 

응? 뭐라고?

 

아무 것도 아냐

 

'이시오카'는 왜 학교에 안 올까?

 

글쎄...

 

들었어

 

네가 걔한테 명령해서
가족들을 때리라고 했다는 거

 

왜 그런 짓을 시켰어?

 

그 녀석 처음에는 칼로
가족들을 찌를 셈이었어

 

뭐?

 

그 녀석은 옛날부터
가족들 틈에 끼지 못했어

 

머리 좋은 형만 좋아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찌르는 건...

 

그래서 난 타쿠야 한테서 칼을 뺏고는

 

차라리 주먹을 쓰라고 했지

 

네가 숨통을 틔워 준 거네

 

그렇지,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자

 

너한테 한 가지 충고할 게 있는데

 

개한테도 상상력은 있어

 

뭐?

 

요전에 말했었잖아,
다이몬 군과 오이카와 군에게

 

개한테 상상력은 없다고

 

마음대로 엿듣지 마

 

우리집 개가 밤중에
자면서 힘들어 했었어

 

틀림없이 나쁜 꿈을 꿨겠지

 

잠꼬대도 했었고...

 

잠꼬대?

 

'난 개가 아냐' 하고...

 

'난 개가 아냐'?

 

'난 개가 아냐'...

 

그 때 애들이랑 날 계속 쳐다봤지?

 

노트에 뭘 그렸어?

 

아무 것도 아냐

 

그냥 속눈썹이 긴 사자가
하품하는 그림이었어

 

그게 뭐야...

 

'보고'와 '정정'

 

먼저 '보고'

 

오늘은 노리코를 만나고 왔다

 

아마 데이트라고 해도 좋겠지

 

애들이 말하는 것처럼
같이 있기 힘든 애는 아니었다

 

그리고 '정정'

 

어쩌면 개한테도
상상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난 개가 아냐' 라니...

 

넌 아버지한테 인사도 안 하냐!

 

싫어! 하지 마!

 

오빠! 이거 놔요!

 

지금 뭐 하는 거야!

 

뭐하는 거냐고 물었잖아!
대답해!

 

어디서 소리를 질러!

 

하루카한테 손대지 마!

 

떨어져!

 

시끄러! 이 꼬맹이가!

 

네 녀석이야 말로
하루카에게 달라붙어서는!

 

하루카에게 딴 마음 품고 있지?

 

안 그러냐? 맞지?

 

이 자식...

 

뭐야? 해보겠다는 거야?

 

오빠! 그만해!
안돼! 오빠

 

왜 멈추냐?
막상 덤비려니 겁나냐?

 

웃기고 있네!
덤벼!

 

까불지 마!
죽여 버리겠어!

 

그만해!
두 사람 다 뭐하는 거에요

 

그만하세요!

 

그만하시라구요

 

얘기가 다르잖아요!

 

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저 자식이 갑자기
달려와서는 덤비잖아!

 

돈... 돈 여기 있어요

 

이제 그만 하세요

 

슈이치!

 

들어가도 되겠니?

 

너한테 꼭 해야할 이야기가 있다

 

조금만 들어줄래?

 

엄마도 그 사람이
여기 있으면 안된다는 걸 알아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단다

 

하루카는 그 사람의 친딸로
슈이치와는 친남매가 아니란다

 

10년 전 이혼이 성립되었을 때

 

호적에서 빠져나온 건
나와 슈이치 뿐...

 

하루카는 호적상
아직 그 사람의 딸이란다

 

하루카를 우리집 양녀로
데려오려고도 했다

 

하지만 정식 절차를 밟으려면
친부의 승낙이 필요하다는구나

 

손 쓸 방법이 없었단다

 

지금 그 사람을 내쫓으려 하면
분명히 그 이야기를 꺼낼 테고

 

이 이상 슈이치도 하루카도
말려들게 하고싶지 않아서...

 

내년 봄에는 하루카도 15살이 되지

 

그럼 자신의 의지로
우리집 양녀가 될 수 있다

 

슈이치의 여동생이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아주렴

 

하루카는 몰라

 

지금껏 숨겨서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하다

 

나가 주세요

 

돈 인가요?

 

이것을 '임계현상'이라고 합니다

 

물 같은 투명한 물질 안을

 

에너지가 높은 전기를 가진 입자가
고속으로 통과하는 사이에

 

푸르고 하얀 빛이 발생합니다

 

이 푸른빛의 정체는
'체렌코프광'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사용이 끝난 연료와
원자로의 노심 등

 

아주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의 주위에서

 

이런 푸르고 하얀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방사선이나
방사능이라 하면

 

무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나

 

자연계에서도
방사선을 내는 물질이 있어

 

사람의 체내에서...

 

죽여 버리겠어

 

가족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이물질을 제거해버리겠어

 

'마츠오카 시로'

 

내 이름이다

 

또 하나의 나

 

'마츠오카 시로' 씨

 

인터넷

 

특명 키워드

 

뭘 찾고있어?

 

'법의학'

 

'소년범죄'

 

'음성 사이트'

 

재미있는 약을 찾아냈다

 

'시아나미드 수용액'

 

심한 숙취상태

 

이 약이라면 그 자의 의식을
묶어둘 수 있다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지 않겠어

 

마츠오카 시로가 계약한 사서함

 

그걸 이용하면 아무도
약의 구입경로를 모른다

 

나 '마츠오카 시로'

 

마츠오카 시로가 사서함으로 온
약을 손에 넣었다

 

마츠오카 시로는 가공의 존재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테이프 레코드'

 

나의 기록

 

나를 기록하는 도구

 

아픔을 말로 바꾸는 작업

 

'말'

 

놈의 억압 밑에서 몰래 하는 말

 

'증거'

 

완전범죄

 

뭐야, 그게?

 

약을 손에 넣었다

 

실험 개시

 

그 놈이 늘 마시는 술로
실험해 보았다

 

처음에는 조금씩

 

그리고 점점 양을 늘려 가는 거다

 

이 작업을 몇번 반복해서

 

그 놈의 거대한 육체를 길들여 주겠어

 

결단은 이미 내렸다

 

간단하다

 

내가 눈만 감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인생의 저편으로 갈 수 있다

 

나머지는 어떻게 해서
그 놈을 죽이냐는 거다

 

오빠!

 

지금 뭐 숨겼지?
야한 책?

 

맘대로 들어오지 마

 

위에 뭐 좀 입어

 

숙녀 앞이잖아

 

무슨 일이야?

 

별로...

 

요즘 오빠가 방에
틀어박혀 있기만 하니까

 

뭐하는지 궁금해서...

 

엄마도 걱정하셔

 

쓸데없는 참견 마

 

빨리 안 나가면 옷 다 벗어 버린다

 

벗으세요

 

- 근데 이건 무슨 뜻이야?
- 뭐? 어디?

 

전기 공식이네,
넌 잘 모를 거야

 

난 바보가 아냐

 

그러시겠죠

 

'주울열'

 

열의 발생...

 

'감전사'

 

'수지침'

 

- 어서오세요
- 이거 주세요

 

5천엔 입니다

 

쿠시모리!
겨우 손에 들어왔어!

 

뭐?

 

주문한 물건 말이야,
'백년의 고독'

 

아빠 눈 피해서 들고 오느라
애 먹었단 말이야, 알고있냐?

 

알았어!
나중에 돈 낼게

 

버번은 어때?

 

왜 소주야?

 

오빠!
들어가도 돼?

 

안 돼!

 

지금 야한 책 보는 중이거든

 

엄마가 저녁밥 다됐대

 

알았어,
곧 갈게

 

설마 이게 살인을 위한 도구란 걸
아무도 모르겠지

 

설치하는 건 심플하다

 

심플한 편이 남의 눈을 속이기 쉽다

 

법의학 책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많은 힌트가 있었으며

 

앞으로 싸워야 할 적에 대해 알았다

 

즉, 이건 상상력의 승부다

 

할 수 밖에 없는 걸까?

 

할 수 밖에 없다

 

내일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악몽을 꾸게 될지도 모른다

 

노리코 집 개처럼
이상한 잠꼬대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인간이 아니야'라고

 

하지만 세상에는
웃으며 넘길 수 없는 일도 있다

 

좋은 아침!

 

어? 너 오늘 자전거는?

 

로드 레이서라니까

 

오늘 아침은 전차로 왔어,
매일 타면 피곤하잖아

 

방금 그 전차에 탔냐?

 

어, 그랬어

 

그래? 전혀 몰랐는데

 

출석을 부르겠다

 

2학년 A반

 

좋아

 

어디 가는데?

 

밖에서 그리려고

 

겨우 돌아왔네,
어디 갔었냐?

 

밖에서 그린다고 했잖아

 

이만큼이나 그렸네

 

그냥...

 

밥 안 먹냐?

 

별로 배 안 고파

 

수고 하십니다

 

자네가 신고했나?

 

 

이야기를 좀 해주겠나?

 

쿠시모리 군이지?

 

가족은 몇 명이지?

 

3명입니다

 

저와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아버지?

 

아뇨,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습니다

 

뭐?

 

그럼 오늘 죽은 사람은 누구지?

 

소네 타카시라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어머니와 재혼하고
그 뒤에 이혼했습니다

 

이혼한 후에도 계속 같이 살았나?

 

아닙니다

 

갑자기 나타나 눌러 앉았습니다

 

눌러 앉았다?

 

어머니는 지금 어디 계신가?

 

직장에 가셨습니다

 

아는 사람이 하는 인테리어 숍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자네와 여동생은 학교에 있었다니

 

오늘 소네 씨는
집에 혼자 있었단 말이군?

 

그럴 겁니다

 

혈압계를 찾았습니다,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 쓰는 방법은...
- 나도 가지고 있어

 

이걸 본 적이 있나?

 

아마 어머니가 쓰시는 걸 거에요

 

슈이치!

 

무슨 일이니?

 

엄마...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까
소네가 죽어있어서...

 

죽었어?

 

어째서?

 

나도 몰라요

 

'야마모토' 형사입니다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이 혈압계는 부인 겁니까?

 

네, 제 거에요

 

방금 소네 씨의 방에서
발견했습니다만

 

- 빌려주셨나요?
- 아뇨

 

그렇습니까?

 

요즘 혈압계에는
과거의 기록이 남습니다

 

저도 같은 게 있어 잘 압니다

 

이걸 보십시오,
이게 뭐죠?

 

이건 제가 아닙니다

 

이 시간에는 직장에 있었으니까요

 

그럼 소네 씨가
자기 스스로 잰 거군요?

 

그런 게 아닐까요?

 

과연...

 

잠시 실례 하겠습니다

 

머리카락

 

아직 안 잤어요?

 

잠이 깨어버려서...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온 뒤로
집안이 이상하게 되어버렸어

 

슈이치는 굉장히 힘들었을 거야

 

- 엄마는...
- 이제 죽었어

 

끝났어

 

슈이치!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니?

 

아까 형사님이 물었을 때

 

오늘 전차로 학교에 갔다고 했지?

 

그랬나?

 

말 했나보죠,
기억은 안 나지만

 

그래?

 

왜 그런 걸 물어봐요?

 

이만 잘게요,
엄마도 얼른 주무세요

 

그래, 그럴게,
잘 자렴

 

잘 자요

 

'난 개가 아냐'

 

그 그림 어쩌려구?

 

집에 갖고 가서 고칠 거야

 

학교에서 하지 그러니?
어차피 미술부원이면서...

 

냅둬

 

오늘 경찰한테서 전화가 왔단다

 

해부 결과, 병사 했다는구나

 

그래서 시체를 찾아 가라는구나

 

밥 먹는데 그런 얘기 하지 마세요

 

자, 거기까지!
걷어라!

 

여기서 뭐해?
우산은?

 

- 누가 가지고 가버렸어
- 그래?

 

그것 참 안 됐군

 

오늘은 자전거로 안 왔네?

 

자전거가 아니라 로드 레이서,
자!

 

- 고마워
- 아침부터 비 왔잖아

 

너 요즘 들어 이상해

 

이상하다니, 어디가?

 

부활동에도 전혀 안 나오잖아

 

너도 지금 부활동 안 하고
땡땡이 치는 중이잖아

 

오늘은 어쩔 수 없어

 

우리 집 개가 어젯밤부터 좀 이상해

 

전에 얘기했었잖아,
잠꼬대 하는 개

 

기억해

 

있지, 질문이 있는데

 

뭔데?

 

요전 미술시간에 어디 갔었어?

 

교정에 갔었어,
날씨가 좋아서 밖에서 그렸어

 

거짓말!

 

나도 밖에 나갔어,
하지만 넌 없었어

 

질문 2

 

네가 밖에서 돌아왔을 때
그림은 벌써 말라 있었어

 

왜일까?

 

- 말랐었나?
- 말라 있었어

 

그랬나?
잊어버렸어

 

질문 3

 

- 최근에 네 그림 본 적 있어?
- 아니

 

그럼 한번 보지 그래?

 

- 오늘처럼 비오는 날 꺼내서 봐
- 왜?

 

글쎄, 왜 그럴까?

 

우산 고마웠어

 

응, 잘 가
얼른 가

 

또 왔냐?

 

오면 안되냐?

 

너한테 부탁할 게 있는데

 

칼이라면 아직 못 돌려줘

 

그게 아냐

 

돈 좀 빌려줘

 

돈?

 

우선은 30만엔

 

농담 하냐?

 

내 부탁을 그렇게
쉽게 거절해도 될까?

 

네 비밀 다 불어버린다

 

비밀?

 

시치미 떼지 마

 

살인자!

 

그 날, 학교 근처에서
우연히 널 발견했거든

 

몰래 오토바이로 따라갔지,
전혀 눈치 못 챘지?

 

집에 돌아가더니, 금방 나와서는

 

묘한 장난감을 숨기더라

 

- 갖고 간 게 너였냐?
- 그래

 

칼에 대한 대가

 

처음에는 그 장난감이
뭔지 잘 몰랐지

 

하지만 얼마 후에, 너희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걸 알았지

 

딱 감이 오더라구

 

어때? 계속할까?

 

뭐가 웃겨?
날 바보취급 하는 거야?

 

네 녀석의 그런 우월감에
가득 찬 태도가 재수없었어

 

자기는 뭐든 다 알고있고

 

주위 사람들은
바보라는 표정을 짓고있지

 

친절한 척 하면서
사람 깔보는 거 아냐!

 

나도 할 때면 한다구

 

아버지를 죽이고
냉정한 표정 짓지 말고

 

나처럼 입 벌리고 숨 막힌다고 해봐

 

도와달라고 해봐!

 

30만 엔이면 되지?

 

 

알았어,
하지만 지금은 무리야

 

시간을 좀 줘

 

얼마나?

 

일주일

 

좋아, 알았어,
일주일 후 다시오지

 

그 사이에 도망가지 마라

 

도망?

 

어디로 도망가란 말이야,
도망갈 데가 어딨다고...

 

어이!
오늘은 주스 필요없냐?

 

됐어,
맨날 얻어먹기만 해서

 

오빠!
들어간다!

 

또 쳐박혀 있는 거야?
일어나

 

맘대로 들어오지 말랬잖아

 

방금 엄마한테서 전화 왔어,
오늘 늦게 오신대

 

그래서 내가 저녁할건데
뭐 먹고 싶어?

 

- 타조알 오믈렛
- 네

 

왜 그래?
빨리 타조 잡아와

 

내가 오빠 친동생이
아니라는 게 진짜야?

 

누가 그런 말을 해?

 

그 사람...

 

소네 타카시

 

그럴 리가 없잖아

 

그 놈이 하는 말을 믿냐?

 

전에 밤에 화장실 가려고
방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그 사람이 복도에
서 있었다고 했잖아

 

 

그 때, 방문 너머로 그랬어

 

'넌 내 딸이다'

 

'난 암에 걸려서 얼마 못산다,
그래서 널 만나러 여기 온 거다'

 

암?

 

- 그 놈이 진짜 그렇게 말했어?
- 응

 

왜 빨리 말 안했어!

 

미안

 

진짜 난 오빠 동생이 아냐?

 

넌 내 동생이야,
쓸데 없는 걱정하지 마

 

얼른 저녁밥 해줘,
계란으로 해도 되니까

 

알았어,
금방 만들게

 

그 놈이 암이었단다

 

그냥 내버려둬도
어차피 죽을 놈이었던 거다

 

나... 바보 같아

 

돈은?

 

지금은 아직 없어

 

왜?

 

일주일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잖아

 

돈을 만들 방법을 생각해 왔어

 

강도짓을 하는 거야

 

강도?
네가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냐?

 

내가 아냐,
네가 하는 거야

 

잠깐!
난 지금 널 협박하는 거야

 

그런 내가 왜 강도짓을 해야 하는데?

 

내가 일하는
편의점을 덮치는 거야

 

내가 점원이니까
넌 안심하고 돈을 갖고 튈 수 있어

 

농담 하냐?
누구 놀리냐?

 

둘이서 짜는 거야,
걱정하지 마

 

하지만 방범 카메라는 어쩌고?

 

그깟 방범카메라 별 거 아냐,
헬맷만 쓰면 있으나 마나지

 

아무도 너란 걸 모를 거야

 

너 설마 경찰에 찌르려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냐?

 

그렇지?

 

네가 사건을 일으켰으니까

 

그럼 물어보겠는데
편의점에 돈이 얼마나 있는데?

 

아마 100만엔 가까이 있을 거야

 

진짜냐?

 

너 네 아버지 뼈 봤냐?

 

- 안 봤어
- 그래? 미안

 

우리들도 언젠가는 뼈만 남겠지

 

혹시 몇 백 년이 지나고
자기 뼈가 전시된다면 어떨까?

 

난 싫어,
쪽 팔리잖아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방금 내가 설명한 거
잘 외우고 있냐?

 

외우고 있어

 

계획변경이나 중지가 있으면
바로 연락할 테니까

 

흉기는 이거면 될까?

 

아니, 이걸 써

 

이건 내 칼이잖아!
이걸로는 안 해!

 

그건 진짜 칼이 아니라
가짜 칼이야

 

- 내가 만들었어
- 진짜?

 

칼날에는 절대 손대지 마

 

그리고 쓰기 직전까지는
꼭 칼집에 넣어둬, 알았지?

 

대단하다,
진짜랑 똑같잖아

 

바보!
좀 숨겨!

 

하지만 잘 됐군

 

어차피 편의점 돈이니까
너한테 피해도 안 가고

 

그렇게 어두운 얼굴 하지 말라니까
실전에는 잘 할 테니까

 

네가 격려해서 어쩌자고?

 

그렇군

 

나 말야, 돈이 손에 들어오면
집 나와서 혼자 살 거야

 

그 집에서 겨우 벗어나는 거야

 

네 덕분이야

 

야, 오늘 우리 둘이서
맛있는 거라도 먹자

 

이제부터 아르바이트 가야 해

 

뭐? 오늘도 아르바이트야?

 

현장 답사도 해야지

 

내일 성공을 위해서

 

잘 시간도 없겠네

 

괜찮아,
어차피 잠도 안 오니까

 

하루카, 일어나!
여긴 네 방이 아냐

 

오빠가 그 사람을 죽였어?

 

그래

 

내가 그 놈을 죽였어

 

그랬구나...

 

어서오세요

 

- 돈 내놔
- 네?

 

돈 말이야, 돈
어서 내놔!

 

- 이 정도면 되겠어?
-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빨리 내놔!

 

뭐야?
손 떼!

 

이런 말 없었잖아!

 

놔!

 

슈이치...

 

왜...

 

물러서세요!

 

개운할 거야

 

목에 넘어가지도 않겠지

 

자네와 얘기하는 게
이로써 두 번째로군

 

저번에는 소네 씨의 일로
이번에는 편의점 강도군

 

좀 들고 있게

 

자네도 힘들겠군

 

확인할 게 한 가지 있는데

 

범인이 '이시오카 타쿠야'라는 건
언제 알았나?

 

헬멧을 벗었을 때 입니다

 

넘어지고 잠시 후에
바닥에 쓰러졌어요

 

하지만 자네가 경찰에
신고했을 때는 그런 말 없었지

 

왜 범인을 알고 있다고
말 안 했나?

 

잘 모르겠어요,
머릿속이 텅 빈 거 같았어요

 

그런가... 그렇겠군

 

오늘밤은 이제 됐네,
자네도 피곤할 테고

 

내일 자세한 사정청취를 할 테니까

 

- 돌아가도 되나요?
- 그렇네

 

- 거기 타도 될까?
- 네?

 

- 괜찮아요?
- 괜찮아

 

한번 타보고 싶었어

 

넘어지지 마세요

 

괜찮아

 

둔하니까...

 

- 다리 닿아요?
- 응

 

천천히 가요

 

어때, 잘 잤나?

 

별로...

 

들어오게

 

가능한 빨리 끝내지

 

솔직히 말하면...

 

자네와 이시오카 군이 친구라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우연치고는 너무하잖아

 

저희 둘이서
짰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 그건 아니지

 

만약 그랬으면
그런 사고가 날 이유가 없지

 

게다가 자네라면...

 

그 시간에 편의점에는
돈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좀 봐 줬으면 하는 게 있네

 

지금 뭔가 느낀 게 없나?

 

아뇨, 별로...

 

이시오카 군은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곧장 자네한테로 걸어왔지

 

보통 이제부터 강도짓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한번 멈춰서서 가게 안에
손님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

 

손님이 있으면 귀찮잖아

 

하지만 이 시간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요

 

그래?

 

하지만 이시오카 군이
어떻게 그런 걸 알지?

 

모르겠습니다,
우연이 아닐까요?

 

여기야, 여기

 

칼이 자네 목에 닿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어땠나?

 

글쎄요...
잘 기억이 안 나요

 

잘 봐, 여기야, 여기

 

목에 닿은 것처럼 보이지?

 

하지만 자네 목에는 상처가 없지

 

아마 안 닿았던 것 같아요

 

맞아

 

장난감 칼이 아니니까

 

자네도 의외로 대담하군

 

보통 칼 든 남자랑 붙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말야

 

한 번 더 자세히 보게

 

여기에서 발이 한번 멈추지,
무서워서

 

그리고 꽉 잡고 들어올려,
밀쳐 내지

 

여기서 점점 안 움직인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뭐가요?

 

이시오카 군의 가슴이 칼에 찔린 건

 

두 사람이 엉켜서 쓰러진 순간이라고
멍청하게 생각했던 거야

 

하지만 이 영상을 제대로 잘 보면

 

그렇지도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네

 

저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쓰러지고 잠시 동안
이시오카 군의 발 움직임에는

 

찔려서 괴로워하는 분위기가
어디서도 안 느껴진단 말이지

 

그 직후...

 

다리가 경직되어서
쭉 올라갔다가 당기지

 

즉, 이시오카 군의 가슴이
칼에 찔린 건

 

다리가 경직되어 멈춘 순간이라고
생각되는 게 자연스럽겠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타쿠야 한테서 칼을 빼앗아
찔렀다는 말씀이세요?

 

만일 그렇다고는 해도
정당방위가 된다네

 

농담하지 마세요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칼을 뺏아
찌르는 게 가능한가요?

 

게다가 전 상처 하나 없습니다

 

자네가 말한 대로네

 

단지, 이번 사건에 관해서는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

 

먼저, 이시오카 군의 시체에서
칼집을 발견할 수 없었다네

 

양쪽에 칼날이 나 있는
위험한 걸 그대로 들고 다니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네,
그렇지?

 

덧붙여, 또 바지 뒷주머니에서
접이식 칼이 하나 더 나왔어

 

편의점을 터는데...

 

일부러 칼을 두 개나 준비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멋진 자전거군

 

자전거가 아닙니다,
로드 레이서에요

 

좋구만

 

한번 타 봐도 될까?

 

그러세요

 

가볍군

 

이런 자세로 타는구만

 

쿠시모리!
좀 와라

 

퇴근길에 너희 집에
들르려고 했었다

 

집에서 쉬고 있을 줄 알았거든

 

앉아라

 

계속 쉬지 그랬니?

 

왜 제가 학교를 쉬어야 하죠?

 

뭐?

 

왜 제가 학교를 쉬어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어이, 쿠시모리!
너 말투가...

 

선생님이 이상한 말을 하잖아요

 

뭐라고?
그게 선생님한테 할 말이냐?

 

조금은 반성 좀 해라

 

반성이요?

 

뭘 반성해야 하나요?

 

동급생이 죽었다

 

- 그걸 생각하면 조금은...
- 저한테 책임이 있단 말씀이신가요?

 

그건 법적으로는 책임이...

 

그럼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게 아니라...

 

선생님, 참으세요

 

쿠시모리도 충격을 받았으니까

 

전 그 녀석한테 죽을 뻔 했어요!

 

절 죽이려고 한 녀석을
동정하란 말인가요?

 

설마 죽이려고 했겠냐?

 

협박 좀 해서 돈 좀 뜯으려 했겠지

 

타쿠야가 선생님한테
범행 계획을 상담이라도 하던가요?

 

뭐라고!

 

그럼 무슨 근거로
그 녀석의 동기를 추측하는 겁니까!

 

그만해라!

 

한 번 더 말하죠

 

그 날, 제가 일하는 편의점에
이시오카 타쿠야가 왔습니다

 

타쿠야는 저에게 칼을 들이대며
돈을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저희들은 싸우다가 넘어져,
타쿠야는 자기 칼에

 

가슴이 찔려서 죽었습니다,
그것뿐 입니다

 

제가 학교를 쉬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실례합니다

 

- 죄송합니다
- 괜찮습니다

 

- 화를 내버려서...
- 괜찮습니다

 

수업 가겠습니다

 

어머? 웬일이야?
네가 부활동에 다 나오고

 

벌써 돌아가니?

 

죽어 버렸어

 

뭐?

 

우리집 개...
오늘 아침에 죽었어

 

그래?

 

그 아이의 마지막 잠꼬대를
들어주지 못했어

 

부활동은 그만하고 돌아가자

 

적당한 데 앉아

 

 

있지

 

개 이야기 좀 해줘

 

- 이야기라니?
- 아무거나...

 

때때로 잠꼬대를 해

 

알아, 다른 건?

 

나보다 털이 많았어

 

아마 그렇겠지

 

저기,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거든

 

단지 표현을 잘 못할 뿐이야

 

어떤 종류인지 색깔이나 크기나...

 

신상명세서처럼 간단하게
그 아이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

 

오늘 아침,
차가워진 모습을 보고 생각했어

 

그런 게 바보 같아?

 

어떻게 죽었는데?

 

진짜 그게 알고 싶어?

 

있지, 이건 뭐야?

 

옛날에 탔던 로드레이서 부품이야

 

이렇게 하나하나 분해되는구나

 

굉장하네

 

그렇게 걸어놓으니
자전거가 목 매단 것 같지?

 

왜 그래?

 

나... 돌아갈래

 

기다려!
지금 막 왔잖아!

 

음료수라도 마시고 가!

 

됐어, 안녕

 

돌아가지 말라니까!

 

아파, 놔 줘

 

그렇게 내가 무서워?

 

무서우면 무섭다고 확실히 말해!

 

돌아가!

 

꺼져버려

 

좋아하는 거?

 

그래, 좋아하는 거...
아무 거라도 좋아

 

생각나는 대로
순서대로 노트에 적는 거야

 

예를 들면?

 

예를 들면...

 

안 가르쳐 줄래

 

너도 소중한 건 안 가르쳐 주니까

 

그렇게 전부 써 내려가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져

 

좋아하는 걸 못 찾으면
어떻게 하면 되지?

 

싫어하는 리스트를 만들어서
그걸 태워버리면 돼

 

그럼 나 갈게

 

나...

 

사람을 죽였어

 

그래...

 

소네 씨의 일로
슈이치 군을 처음 만났을 때

 

전 소네 씨가 슈이치 군의
아버지라고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물어보자 그 아이는
단호하게 부정했습니다

 

그게 매우 인상적이었죠

 

왜 다시 돌아온 소네 씨를
아무 말없이 들이신 겁니까?

 

슈이치는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저와 하루카의 그림을
자주 그려주었죠

 

딱 한번, 그 사람의 그림을 그렸는데

 

커다란 사자의 입속에
그 사람의 머리가 들어가 있길래

 

'이게 뭐니?' 하고 물었더니

 

'사자의 충치를 치료 하는 거야'
라고 하더군요

 

그게 그 사람을 그린 유일한 그림으로

 

그애가 처음으로 저에게 한
거짓말이었습니다

 

그 사람을 집 안에 들이는게
아니었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었어요

 

오빤 지금 바빠요,
다음에 오시면 안 돼요?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 왜 그래? 그냥 내버려 둬!
- 됐어

 

곧 돌아올게

 

- 기다려! 엄마한테 전화할게
- 하루카!

 

부탁이니까 전화 하지 마,
알았지?

 

안 돼, 오빠 가면 안 돼!

 

괜찮아,
곧 돌아올게

 

그 때까지 숙제나 하고있어

 

오빠!

 

자, 가지!

 

오빠!

 

소네 씨가 죽은 날...

 

자넨 혼자서
미술 시간에 빠져 나왔더군

 

자네는 학교에서 빠져나와

 

술 취해 자고 있던 소네 씨를
감전사 시켰어

 

혈압계를 써서 상태를 살피면서...

 

하지만 소네 씨의 은 이빨이
열로 인해 빠졌지

 

죽은 이시오카 타쿠야 군의 방에서

 

자네가 구입한 전기 용품들이 나왔네

 

이시오카 군은 어딘가에서
자네의 범행을 눈치 채고

 

자네를 협박한 게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자네는...

 

이시오카 군의 입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지

 

이제 모든 걸 털어놓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내일 모든 걸 이야기 하죠

 

뭐라고?
경찰을 우습게 보는 거냐?

 

왜 내일이지?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부탁 드립니다

 

그런가?

 

틀림없이 돌아오겠지?

 

 

알았네,
자네를 믿겠네

 

내일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저기...

 

- 사셨어요?
- 응?

 

로드 레이서

 

형사님이 사셨어요?

 

어떻게 알고 있나?

 

봤어요, 해안에서...

 

보고 있었나?
보고 있었구만

 

로드 레이서란 게 비싸더라구

 

가게에서 가격보고 깜짝 놀랐지

 

실은 우리집 애한테
게임기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지

 

그런데 그걸 사줬다네

 

왜요?

 

왜일까?

 

그냥 자네를 좀 더 알고 싶어졌다네

 

요구르트 맛있구나

 

- 정말?
- 응, 잘했어

 

- 정말?
- 센스가 있어

 

- 진짜?
- 응, 오이랑 오렌지랑

 

- 어디 나가니?
- 응

 

여자 만나러 가는 거지?

 

- 여자?
- 응, 노리코

 

네가 어떻게 알아?

 

전화로 이야기 하는 거 들었어

 

너 말야,
내가 안 놀아준다고 삐졌지?

 

별로, 얼른 가시지?

 

점심 때까진 돌아 올 거지?

 

응, 아마도

 

뭐 먹고싶니?

 

아무거나 엄마 알아서 하세요

 

모처럼 맛있는 거
해줄랬더니 맥 빠지게...

 

미안,
그럼 갔다 올게요

 

갔다 와라

 

하루카 갔다 오겠습니다

 

 

바보같이 화내기는!

 

난 바보 아냐

 

빨리 왔네

 

너야말로

 

난 얼른 이 그림을
완성하고 싶었어

 

뭘 그리는데?

 

30년 후의 네 모습

 

30년 후라...

 

그럼 난 47살이구나

 

그 때의 넌 어떤 느낌일까?

 

아마 뺨이나 턱에 살이 붙었겠지

 

주름도 있을 테고
머리가 벗겨졌을지도 몰라

 

- 배도 볼록하고?
- 그래, 전형적인 중년 아저씨

 

거기에 발 냄새도 나

 

그건 너무했다

 

요전에 경찰이 와서
네 얘기를 물어보고 갔어

 

알고 있어

 

그 날 미술시간...

 

'슈이치 계속 교정에 있었다'

 

'창문에서 계속 보였었고'

 

'나도 교정에 나가서
슈이치와 잡담을 했다'

 

그렇게 대답했지?

 

 

왜 그런 거짓말을 했어?

 

널 감싸려고 그랬던 건 아냐

 

그저 그 형사의 얼굴이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야

 

다이몬이랑 오이카와도
그런 거짓말을 했나봐

 

하지만 그 형사는 너희들 말이
모순 투성이랬어

 

다이몬 군도 오이카와 군도
그 형사 얼굴이 싫었나 보지

 

나도 그 얼굴은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그 사람 머리가 좋아

 

아마 도망칠 수 없을 거야

 

진짜 네가 죽였어?

 

나 말야

 

이 세상에서 죽어도 상관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사람을 죽여야 하는
사정을 가진 사람도

 

유감스럽게도 있어

 

오늘은 왜 날 불렀어?

 

작별 인사를 하려고...

 

작별?

 

만약 내가 잡히면
세상은 떠들어대겠지

 

엄마와 하루카에게
피해가 가는 걸 원치 않아

 

내 탓으로 두 사람의 장래를
망치고 싶지 않아

 

괜찮아, 안심해

 

만약 재판이 시작되도
난 계속 거짓말을 할 거야

 

그러니까 힘내!
절대로 지면 안돼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해서라도

 

고마워

 

그럼 갈게

 

미안해, 갑자기 불러내서

 

내가 좋아하는 것

 

로드 레이서

 

로드 레이서에 탔을 때
보이는 세계

 

엄마가 만들어 준 요리

 

하루카의 화난 얼굴

 

다이몬의 서툰 그림

 

오이카와의 농담

 

노리카의 나체 스케치

 

잠꼬대를 하는 개

 

I.W 하퍼 101

 

북경어로 노래 부르는 왕비

 

지단의 볼 처리

 

에밀 쿠스트리차의 영화

 

톰 웨이츠의 목소리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

 

구멍이 안 난 도너츠

 

머리가 아프지 않는 빙수

 

바다거북의 산란

 

조심스럽게 우는 매미

 

단색이 아닌 팬더

 

밑이 뚫린 포켓

 

하나도 안 아픈 주사

 

마지막까지 쓴 치약

 

니노미야 카즈나리

 

마츠우라 아야

 

스즈키 안 (특별출연)

 

타케나카 나오히토
(우정 출연)

 

카라사와 토시아키
(우정 출연)

 

원작
키시 유스케

 

각본 니나가와 유키오
니노와키 타쿠야

 

음악
토기 히데키

 

감독
니나가와 유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