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휴일의 나쁜 악당 씨

 

나는...

 

인류를 섬멸하고,

이 지구를
나의 모성의 것으로 삼기 위해

나날이 싸움을 펼치고 있는

악의 조직의

간부이다.

 

하지만...

 

오늘은 휴일이다.

 

판다 관람줄은 이쪽입니다!

 

휴일은 일단,

맛있는 식사를 하고,

또한 눈에도 좋은 것들을 공급해준다.

 

폭신폭신한 것들이 특히 유효하다.

 

아저씨, 너무 찍는 거 아니야?

연사 대박!

 

인류를 섬멸하고 나면

판다를 늘리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에서 멀어지는 게 중요하다.

 

거리 한복판에서
덜컥 동료를 본다고 해도.

어이!

유성과도 같은 경쾌함으로
그 자리를 떠난다.

 

뒷날...

지난번에 편의점에 있었지?

아이스 어느 거 살까
엄청 고민했잖아?

...란 얘길 들어도

모르는 척하며 밀어붙인다.

 

어라, 사람 잘못봤나?

분명 너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걸로 완벽하다.

 

다만, 유의할 것은 레인저들의 존재다.

 

인간인 주제에

번번이 우리에게 반항해오는
어리석은 놈들이다만...!

 

그 실력은 꽤나 얕볼 수 없다.

 

하지만

그 레인저들과도

오늘은 결코 다투지 않는다.

 

그래, 왜냐하면...

 

저기, 거기 계신 분,

악의 조직 분이시죠?

 

당신에게서
사악한 우주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순찰 중인 나를 조우하다니,

당신도 운이 나쁘군!

 

이 레인저 아카츠키 레드가
상대해주죠!

 

오늘은 이만 휴전하는 게 어떻겠나,

레인저 군?

 

뭐라고?

 

난 판다를 좋아하거든.

이런 데서 싸우다가 겁 먹게 만들면

불쌍하지 않나?

 

저도 좋아해요!

좋은 취향이다, 레인저 군.

 

그나저나,

그 손에 들고 있는 티켓,

수족관 티켓 아닌가?

이, 이건...!

 

혹시,

수족관을 순찰할 예정이었는데,

잘못해서 동물원에 와버렸다,

그런 건 아니겠지?

 

어떻게 그걸...

 

수족관은 우에노 역에서부터
아홉 번째 역에서 내리면 금방이다.

 

그럼

난 이만...

 

역에는...

어떻게 가야...?

레인저 아카츠키 레드는
극도의 방향치였다!

저...

온 길을 되돌아가는 걸

어째선지 엄청 못해서...

 

슬슬 판다 줄,

조금은 한산해질 때가 됐으려나.

 

어라, 어라?

어느 걸 타야...!

 

한 번 더 설까.

 

오늘은 레인저들과도
결코 다투지 않는다.

 

그렇다, 왜냐하면,

오늘은 휴일이니까.

 

컨비니언스 스토어,

 

그곳은

식량품부터 생활잡화나
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종 다양한 상품들이
갖춰져있는 가게이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마법소녀 엔젤☆아니마
한정 콜라보 상품/애니멀 피규어 스탠드 포함

 

어째서 같은 종류의 음료가
몇 가지씩이나 있는 거지?

 

상품 종류의 풍부함이나,

지구 특유의 사계절에 맞춘
상품의 변화는

상당히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면이 있다.

 

수많은 상품 중에서
이 나를 만족시키는 것...

 

어제까지 있었던 자색 고구마 소프트가

없... 다고?

 

자색 고구마 소프트의 고정 위치에

다른 상품이 놓여있어!

동계 한정 딸기모치바?

뭐냐, 그게!

 

딸기란 건 분명,

붉은 과실을 가리키는 것.

 

모치?

모치(もち)는 또 뭐지?

찰진(もっちり) 건가?

 

왜 저러시지?

 

풀이 죽었어.

원하시던 게 없었던 걸까?

죄송해요!

상품 막 교체한 참이라!

 

다른 것도 맛있는 거 있어요!

딸기모치바라든가!

추천이에요!

 

이에요!

 

뭐, 됐어.

 

딸기모치란 놈이 맛 없으면
그냥은 안 넘어갈 테다.

각오하도록 해라, 지구인이여!

 

부탁드립니다.

 

네!

 

아싸!

이 아이스,
새로 발매된 건데 제법 맛있어요!

 

추천드려요!

 

뭐?

 

죄,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저도 아이스 좋아하거든요.

새로운 게 나오면
무심코 사버리는데요,

겨울에 따뜻한 방에서 먹는 아이스는

참 각별하죠?

 

그쵸?

 

죄, 죄송합니다!

시험해보지.

 

추천이라면서.

 

아, 네!

 

감사합니다.

 

따뜻한 방에서, 라.

녹아버릴 것 같아서
항상 추운 데서 먹었잖나.

 

좋아.

 

나쁘지 않군.

 

가까운 장래에

이 별에서 인류를 없애버릴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 가게는
남겨놔도 좋을지도 모르겠군.

 

레인저 콜라보 고기만두 세 개와

콜라보 피자만두 세 개 주세요!

네!

 

레인저의 빨간 사람?

실물?

얼굴 엄청 작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이 지도에 있는 장소,

여기서 가깝나요?

 

저기...

거긴 옆 현인 것 같은데요.

 

나는

악의 조직의 간부이다.

 

오늘은, 휴일인가.

 

오늘은 빨래라도 할까.

 

달걀과, 우유 밖에 없군.

 

휴일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

그것이 악의 제1선에서 암약하는
나의 신조이다.

 

이 지구에는

나의 모성에 서식하지 않는 생물이
수없이 많다.

 

예를 들면, 고양이.

네놈이 고양이란 녀석이냐.

 

노르, 웨이지안, 포레, 스트캣이란
종류인 모양입니다.

길단 말이다, 이름이.

 

몸도 길군.

 

그리고 개, 등이다.

 

어이, 네놈,
뭘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나?

추운 거냐, 엉?

어이, 담요 가져와라.

넵!

하지만,

Code Name : 흑백 털뭉치
이 생물,

Code Name : 흑백 털뭉치
이놈은 대체 정체가 뭔지.

 

과거에 난

그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조사하러 나선 적이 있었다.

내가 1등!

 

참고로 이건

업무였는지라,

후에 대체 휴일을 신청했다.

 

오카피

 

갈기늑대

 

마눌고양이

 

넓적부리황새

 

벌거숭이 뻐드렁니 쥐

 

뭐지, 여긴?

흑백 털뭉치 자식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잖아.

 

사자에, 호랑이라고?

대형 육식종까지 가둬놓고
뭘 꾸며대고 있는 거냐, 지구인?

 

혹시 여기는 실험 시설인가?

 

방심할 수가 없군!

엄마!

쉿, 손가락질하면 안 돼!

 

뭐, 좋다.

일단은 오늘의 목적은
흑백 털뭉치 자식이다.

 

목 씻고 기다리고 있어라!

 

뒷날,

보고서엔 이렇게 적었다.

 

또 가고 싶다.

 

그리하여 난

판다와 만나고 만 것이다.

 

악의 조직의 친절한 분!

 

지난번엔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이거, 답례예요!

 

뭘 좀 아는군.

 

오늘도 휴전의 날, 인가요?

 

레인저들과도 결코 다투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늘은,

휴일이니까.

 

그래,

나는 휴일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고 있다.

휴일엔 일단

질 좋은 수면에 맛있는 식사,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장 보러 나가서

덜컥 레인저와 조우한 데다가

슈퍼에서 동료와 조우할 뻔했지만,

유성과도 같은 경쾌함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서,

나의 완벽한 휴일은 지켜냈다.

 

하지만!

배알이 왕창 뒤틀린 지금,

휴일인지 뭔지 내 알 바냐!

오늘밤은 카레라고 정해놓고
이 일주일을 내내 일해왔건만!

안 매운 맛이 아니라
아주 매운 맛 카레루였었다니!

이래선 못 먹어!

네 이놈 지구인들!

오늘이야말로 죄다 죽여주마!

 

다음은 판다 특집!

 

맛있다는 듯 조릿대를 먹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동물계의 아이돌!

드러눕거나 뒤집기를 하는 등

그 귀여운 모습에

내원객들은 그냥 살살 녹습니다!

 

다음주의 아기 판다 공개가 기대되네요!

이 날,

귀여움은 세상을 구했다.

 

오늘은 휴일.

 

나는

쇼핑몰이란 장소를 찾아왔다.

 

적의 습격?

 

-아빠!
-아빠!

 

-아빠가 아니네.
-아빠가 아니네.

 

아저씨!

저거 먹고 싶어요!

모르는 아저씨에게
먹을 걸 사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집안 분들이 말 안 하시던?

 

-전혀!
-전혀!

 

이 별의 교육은 어떻게 돼먹은 거지.

 

어이, 콘 말고 컵으로 해라.

왜?

싫어요.

컵이 더 안전하잖나.

 

콘이 더 멋있어요.

 

확실히 그렇군.

그럼 콘으로 해주겠다만,

떨어트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네!
-네!

 

아빠분도
콘이 더 멋있다고 생각하는구나.

 

얼른 미아 센터에 가자,

꼬맹이들아.

 

-고마워!
-고마워요!

아빠가 아닌 모르는 아저씨!

 

여기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

 

장난, 장난!

고마워!

 

어이, 괜찮나?

아이스...

그러니까 말했잖느냐.

아이스...!

울지 마라.

바로 저앞이 미아 센터니까,

도착하면 아빠를 만날 수 있잖나,

내심 무척 당황하고 있음
도착하면 아빠를 만날 수 있잖나,

내심 무척 당황하고 있음
안 그래?

 

아저씨.

 

저거 먹으면 기운 차릴 것 같아요.

 

기운 차릴게.

그러니까 부탁해!

-아빠가 아닌 모르는 아저씨.
-아빠가 아닌 모르는 아저씨.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

 

아저씨, 고마워!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봐요!
-다음에 또 봐요!

 

분명,

두 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다.

 

앞으론 아빠랑 떨어지지 마라.

-네!
-네!

너희들이 성장했을 때쯤엔

인류는 멸망했을 거다.

 

그러니 난 기억해주마,

작은 손의 따스함을.

 

의외로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

적들 중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군요.

 

이번엔 상황을 살핀 것뿐.

그렇죠.

다음에 만났을 때는...

 

무기, 소라!

너희 둘 다 와줬구나.

 

항상 미안해.

용케 혼자서 미아 센터까지 왔네.

장해.

그러게요,

성장했네요, 레드.

고마워!

 

아까 그...

 

정말로 아빠가 아닌 모르는 아저씨였어?

 

모처럼인데 뭐 먹고 갈까?

아이스라든가.

 

지금은 됐어요.

그래?

배가 꽉 찼거든요.

 

블루와 핑크가 걱정하고 있어요.

모두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죠.

응!

 

판다 페어

 

사야겠군.

 

휴일의 나쁜 악당 씨

 

의지 없는 공허한 눈동자,

슬로우 모션 같은 걸음,

애틋해지는 털의 뭉치,

향기로운 생명의 향기,

우리 속의 모노크롬.

 

이 별의,

귀여움이라는 병.

 

역시 지구는,

얕볼 수 없군.

역시 지구는 얕볼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