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은 가능하겠나, 귀버?
네.
하지만 인간은 기척이 약하므로
특정해 내려면 다소 시간이...
아아, 한심하네, 백룡 귀버.
내게, 맡기라고.
설마 당신은...
불사조 벤누 님?
응, 올만.
은거하신 거 아니셨습니까?
사정이 있어서 네가 찾는 아씨가
성수와 주인은 영혼의 한 쌍.
아씨가 어디에 있든
사리피의 성수냐.
뭐라고 얘기하고 있지?
자기 여자 납치당해서 허둥대는
감사나 해, 띨빵문어 자식아.
와, 왕을 위해 반드시 인간 공주를
그런가.
상당히 순화시켜 먹었구만.
감사한다, 불사조 벤누여.
네놈을 위해서가 아냐.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뿐.
아씨가 없으면 내가
아, 이대로 북쪽으로 곧장.
사리피, 용서해라.
혹시 네가 녀석과의 행복을
그래도 난...
더는 너를 바라지 않을 수는 없다.
제물공주와 짐승의 왕
이 목숨을 바쳐야 할 숙명이라면
거스를 생각은 어릴 적에 잃어버렸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긴 그 시선은
마음의 저주가 되었어
증오가 분쟁을 분쟁이 슬픔을
윤회처럼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면
자그마한 이 목숨에
살아있는 의미를 당신이 깃들여줬어
모조품끼리,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어
바란다면 마지막까지
이 소원을, 이 마음을
당신에게 바칠 거라면
위로도 연민도
필요 없으니까
이 목숨을 이 세상을
당신이 받아들이겠다면
그 목숨 울려 퍼지기를
이 맹세를, 이 숙명을
당신이 바라는 것이라면
괴로움도, 슬픔도
끌어안아줄 테니까
사랑과 증오의 소년
왕궁에서 상당히 멀어졌군.
여긴 폐허인가?
우리 하이에나 족의 영역에 들어오는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이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인간의 냄새가 나는데?
심지어 그쪽에 있는 건?
암컷이잖아!
이거 희한한 일이군!
정전 이후 우리 하층민은
인간 같은 건
우리는 친절하니까
대신 거기 있는 암컷을 두고 가.
우리가 뼈까지 쪽쪽 빨아먹을 테니.
이리야?
젠장, 강해, 이 자식!
물러나, 물러나!
아빠!
그만둬, 인간!
아빠를 죽이지 마!
도망쳐, 어서!
이리야, 어째서?
어째서 저런 어린애한테까지...!
지금은 꼬맹이라도
어른이 되면 반드시 인간을 죽일 거야.
녀석들은 그런 생물이야.
하지만 이리야는...
국경을 어기고 인간 마을을 습격하는
나쁜 마족을 쫓아내기 위해서,
약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알고 있는 이리야는
그래.
하지만 그런 미적지근한 방식으론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단 걸
사리피, 넌 마족에게 홀려버린 거야.
네 눈을 뜨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마족 전부를 몰살시키는 일 정도쯤은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까지 이리야가 날...?
이리야?
이리야, 뭐야?
너를...
너를 좋아하니까야.
사리피,
어릴 적부터 계속...
어디냐, 사리피.
국경을 넘어 요아나에 숨었다간
더는 추적이...
야, 좀만 진정해.
덩치는 산만해갖고
왕이라면 어느 때든
뭐라고 했나, 귀버?
전력을 다해 인간의 기척을
지금 이 몸의 주인이거든.
난 훤히 다 알지.
한심한 왕에게 힘 좀 빌려주겠다잖아.
찾겠다고 하시고 있사옵니다.
현역 복귀한 의미가 없으니까.
바랐다고 해도,
있나 했더니만.
좀처럼 얻어먹기 힘들어졌거든.
수컷은 눈감아주지.
강해지겠다고 했잖아.
그런 사람이었어.
확실히 알았어.
해내주겠어.
안절부절, 안절부절.
배에 힘 딱 주고 폼 잡고 있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