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사리피,

왜 갑자기 선대왕과 왕비의 초상화를
보고 싶단 얘길 꺼낸 거야?

 

아, 응.

 

절반은 인간의 피를 가진 레온하트,

아버지가 이전 임금님이니까

아마 어머니가 그런 걸까 생각했는데...

사리도 왕비가 되면
언젠가 여기에 이름이 걸릴 거야.

 

왕비라니,

난...

 

퀴 쨩?

 

어머, 무례를 용서해 주셔요.

당신이 사리피 님이시군요?

 

아, 네, 네.

 

소문은 전부터 들었습니다.

저는 비존드 황국 황녀,
비비안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그나저나

왕의 총희께서
이렇게 귀여운 분이셨다니,

전 다소 걱정이 되고 마는군요.

걱정?

실은 제가 이번에

임금님께 결혼을 청하러 왔답니다.

 

여묘와 파충의 공주

 

와, 왕이시여, 부디...!

부디 노여움을 가라앉히소서!

닥쳐라!

왕인 이 나에게 허락도 없이.

대체 누가 그런 걸 허가했느냐.

저이옵니다.

 

아누비스.

황공하오나,

앞선 사리피 님을 선보이는 연회 이후,

각국으로부터 항의, 문의의 서한이
쇄도하고 있사옵니다.

이대로 왕이 인간 왕비를
맞이하게 되어서야,

체면이 구겨진 제후들과의 원한을
수복할 수 있을지 어떨지.

 

지금까지 왕께서

모든 혼담을 거절하신 것을
이 아누비스 물론 잘 알고 있사옵니다.

다만,

한 번이라도 살펴봐주신 결과라면...

 

그런 건 결코 인정할 수 없는 거다!

임금님의 왕비가 되는 건 사리피라고!

라고!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거, 비비안 님.

코라 왕녀,

알바 공주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럼 다음 기회에.

 

저희는 모두 제각기 나라의 기대를
짊어지고 보내어진 몸.

하다못해 측실로서라도
왕께서 곁에 두어 주시지 않는다면,

나라의 백성들을 대할 낯이...

 

어머, 죄송해요, 저도 참,

왕비가 되실 분 앞에서 이런 소릴.

대화할 수 있어서 기뻤답니다.

그럼 이만.

 

아, 깜짝 놀랐네!

그렇게 큰소리 낼 것까진.

네가 하도
이해 안 되는 소릴 하니 그렇지.

지금 뭐라 했나?

그러니까 있지,

오늘 온 공주님들과 제대로 만나서
얘기를 해줬으면 해.

시간 낭비다.

난 아무도 후궁으로 들일 생각은 없고,

어느 공주도 만날 생각이 없다.

그건 좀...

한 번도 안 보고 돌려보내다니.

이번 일은 아누비스 녀석이
독단으로 한 짓.

내가 바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재상님이 하는 말은

나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

인간인...

나 때문에
임금님 이래저래 고생이잖아.

너무 높은 사람들의 반감을 사는 건...

 

그럼

내가 제후 놈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측실을 둔다고 치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넌 알고 있느냐?

 

의미?

 

측실이 뭔지 정도는
일단 나도 알고 있는데.

 

내게 직접 쳐들어올 정도로
만만찮은 자들이다.

곁에 두면 언젠가 네 왕비 자리를
위협하려 들지도 모른다.

 

혹시 그 사람이 더

임금님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난 그래도 좋아.

 

그건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그야 나, 임금님의 족쇄 같은 건
되고 싶지 않은걸.

넌 내가 너 하나 품어주지 못할
도량 좁은 왕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냐?

 

그런 말 안 했어!

임금님 오늘 뭔가 이상해!

이상한 건 너다!

이 건으로 이 이상
너와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얼른 그 입을 닫고 잠이나 자라!

 

이제 됐어!

 

좋지 않은 거야!

그치만 임금님도 참
엄청 고집 세잖아.

하, 하지만 우리가
사리를 숨겨주고 있단 게 알려지면

나중에 눈깔이 튀어나올 만큼
혼날 거야!

눈깔!

괜찮아.

임금님은 이유도 없이
무턱대고 화내는 사람은...

 

그랬지.

그럼 왜 아까는 그렇게 화낸 걸까?

 

난 왕비님이 되고 싶은 게 아니야.

그저 임금님 곁에 있고 싶은 것뿐.

그러면 안 되는 걸까?

 

나,

역시 한 번 더
임금님과 얘기하고 올까.

 

이 방에 발을 들이미는 게
어느 정도의 일인지,

알고서 하는 짓이겠지.

물론이옵니다, 임금님.

무례는 각오한 바.

하오나 평소엔 굳게
결계가 쳐져 있다는 이 방,

오늘 밤엔 어인 이유에선지 무방비.

그 의미도 충분히
알고 있는 줄로 아옵니다.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지 마시어요.

임금님의 사리피 님에 대한 총애는
충분히 잘 알고 있사옵니다.

다만 역시,

임금님께서도 남성이신걸요.

측실 하나나 둘쯤은 필요하시겠지요.

그야,

인간 공주와는

이렇게 사랑을 나눌 수는
없으니 말이지요.

내가 측실을 둔다고 치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어.

그래도 상관없어.

인간 공주와...

곁에 있을 수 있으면 난 그걸로...

사랑을 나누는 건...

 

안 돼!

 

죄, 죄송해요!

실례 많았습니다!

 

사리피 님도 참 덜렁대시는군요.

자, 임금님, 계속하시지요.

그러게 말이다.

 

필요 없는 손님 탓에
진짜 기다리던 이를 놓쳤다.

물러가라!

이 이상 내 앞에
그 보기 흉한 야심을 드러내지 마라!

 

시, 실례하겠사옵니다!

 

퀴 쨩, 롭 쨩,

그냥 오늘은 여기서 재워줘.

-사리...!
-사리...!

깨워서 미안해.

자, 자자, 자자.

 

왜 이럴까?

마치 뭔가 가시라도 삼킨 것 같아.

따끔따끔거려.

 

왕과 아침 식사를 함께할 수 있다니.

네, 믿을 수가 없군요.

영광이어요.

 

눈을 피해버렸어.

 

이렇게 공주님들과 만나준 것에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리고...

어라?

비비안 님께선 아직 쉬시는 중이신가?

 

어제 일...

 

임금님, 부디 한 번 저희 나라에.

그야말로 훌륭한 미술품들이 갖가지...

어머, 그거라면
저희 나라에도 커런트 원석이...

식사 중이다.

말을 삼가라.

 

송구스럽사옵니다!

어머, 대체 뭐람?

무르가 왕국의 제6 왕녀,
아미트 공주랍니다.

저런 보기 흉한 파충족까지
혼담을 청하러?

참으로 뻔뻔하긴.

 

괜찮아?

 

다치진 않았어?

잠시 바깥바람 좀 쐬도록 해.

 

자.

이 녀석!

식사 중에 자리를 떠나다니,
이 무슨 무례한...!

됐다.

 

제 하고픈 대로 놔둬라.

 

괜찮아?

그... 아미트 씨?

며, 면목 없사옵니다!

사리피 님께 이러한 일을...!

왜 그래, 나 같은 건...

 

아니요!

사리피 님께선 대단한 분이십니다.

그 임금님을 앞에 두시고도
당당하게 계시니.

저 같은 건 그 모습을 눈앞에 두니,

두렵고도 두려워서...!

아미트 공주가 더 무서운 거야.

그렇게 임금님이 무서운데,

왜 선을 보러?

저의 조국 무르가는

파충족의 첫째 가는 나라로,

불과 200년 정도 전까지

이 오즈마르고와는
전쟁 관계에 있었습니다.

200년?

마족의 수명을 생각하면
그렇게 옛날은 아닌 거야.

속국이 된 지 얼마 안 된 파충족은
이래저래 박해받아,

왕께서 상대해 주시지도 않을 거라고
포기했었습니다만...

그...

임금님께선 다소 별난 취향을
가지고 계신 게 아닌가 하여...

별난 취향

 

하지만 역시
제가 있을 곳이 아니었군요.

자매 중에서도 용모도 안 좋고,

선택해 주실 리가 없는데.

그럼에도
왕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고서

뻔뻔스레 나라에 돌아오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고.

전 사실상
나라에서 쫓겨난 몸입니다.

그건 너무해.

어쩔 수 없는 일이랍니다.

왕가에서 태어난 여자는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게 소임.

 

태어날 때부터 거스를 수 없는

족쇄가 채워져 있죠.

처음부터 그런 운명이랍니다.

 

어이,

게일 지방에 출정 나간 원정군이
돌아온 모양이야.

 

근위대가 돌아왔나!

 

봐라, 저기를!

 

요르문간드 근위대장이다!

 

이번 원정, 수고 많았다.

채비를 갖추고 나서...

왕께선 어디시지?

전과 보고하러 찾아뵙겠다.

멍청한 것!

그런 먼지투성이 차림으로
어전에 설 셈이냐!

넌 여전히 고지식하군, 아비.

 

그대가 인간 공주인가.

소문은 들었다.

난 왕 직속 근위대장, 요르문간드.

앞으로 잘 알고 지냈으면 하는군.

처, 처음 뵙겠습니다.

사리피예요.

 

나는 왕께 충성을 맹세했다.

그 왕께서 왕비로 원하시는 자라면

난 그 의지를 따르겠다.

하지만 인간이 왕비가 되는 것에
내심 생각하는 바가 없는 건 아니다.

부디 앞으로 왕비로서

이 나를, 그리고 나의 왕을
결코 실망시키는 일 없기를.

 

그럼 실례.

 

긴장했어!

요르문간드 대장은

기다려라,
평민 계급에서부터 밟고 올라온

난 저 계집을 왕비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평민 계급에서부터 밟고 올라온

난 저 계집을 왕비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임금님이 신뢰하는 몇 안 되는 무인인 거야!

어이, 어이, 요르!
임금님이 신뢰하는 몇 안 되는 무인인 거야!

어이, 어이, 요르!
멋져.

 

왜 그래, 아미트 씨?

 

아뇨, 그게...

 

저, 저분을 앞에 두니 저...

그...

가슴이 두근거리고 괴로워서...

 

아픈 거야?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요,

그건 아직 제가 어렸을 적,

속국이 되고
처음으로 임금님께서 저희 나라,

무르가를 방문하셨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젊은 왕을 한 번이라도 보고자

온 나라가 난리였지요.

그런 와중...

비켜, 아미트!

이 드레스를 임금님께 보여드려야지!

 

그때...

 

이것을.

 

이, 이건...

근위대의 스카프!

직속의 증표인 왕의 인장이 들어간
무척 소중한 것 아닌지?

안 되어요, 저 같은 것에게 이런...!

근위대란

왕의 의지에 따라 나라를 지키는 자.

제가 가진 것은
천 한 장부터 피 한 방울까지 전부

이 나라에서 사는
백성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것이 당시 아직 일개 근위대였던
요르문간드 님이셨어요.

 

멋진 거야!

만나 뵌 건 그 한 번뿐.

그분은 저 같은 건 기억 못 하시겠지만,

꼭 한 번 더 만나 뵙고
이 스카프를 돌려드리고 싶어서.

 

그걸 위해서 임금님이랑 선을 보러?

제가 봐도 바보 같아요.

하지만

그분 곁에 갈 수 있다면

어떤 일을 겪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말게 된답니다.

그것이 사랑이란 것이니까요.

 

사랑이라,

난 잘 모르겠네.

어머, 걱정 마셔요.

그때가 오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종이 울린답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가슴이 요란하게 종을 치며
이 사람이야, 라고 알려준답니다.

 

계시지 않나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볼이 뜨거워지고,

목소리를 들으면 간지러워서...

 

다른 여성과 친밀하게 지내고 계시면
가슴이 따끔따끔 아파오고 마는

그런 분이.

 

짚이시는 데가 있군요?

 

잘은 모르겠어.

지금 좀 싸우고 있는 중이고.

어머, 그건 아니 되어요!

얼른 화해하셔요!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그 기분을 외면하면 안 됩니다.

도망치지 말고, 똑바로 마주하며

사리피 님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시면 되는 거랍니다.

 

저기...

알고 있습니다!

왕께는 비밀로 하는 사랑이신 거지요?

괜찮습니다!

제가 응원하고 있답니다!

그게...

저희들은 오늘부터
사랑에 빠진 소녀 동맹입니다!

저기...
사리가 밀리고 있는 거야.

함께 따라 해주셔요, 하나 둘!
사리가 밀리고 있는 거야.

함께 따라 해주셔요, 하나 둘!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한 거야.

사랑에 빠진 소녀 동맹이에요!
무서워.

한 번 더!

사랑에 빠진 소녀 동맹이에요!
대체 뭐람, 저 파충족 공주.

인간 따위와 치근덕대고.

왕께서 상대해 주지 않을 자니까,

인간 쪽에 아양 떠는 작전이겠지요.

약아빠진 것.

조금은 분수를 알아야겠는걸.

 

퀴 쨩, 롭 쨩,

역시 나도 나가야만 해?

당연한 거야!

오늘 밤은 요르 대장을 위로하기 위해
임금님께서 여신 만찬회,

정비(正妃)님이 자리에 없으면
시작할 수 없는 거야.

어라?

아미트 씨?

 

왜 그러고 있어?

만찬회 시작되겠...

 

드레스가 너덜너덜!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이, 이건 그...

 

파충족의 예복은 상당히 대담하군요.

설마, 당신들...!

괜찮답니다, 사리피 님!

하지만 오늘 밤은...!

네,

요르문간드 님께서 출석하시는 만찬회.

어쩌면 한 마디라도 대화를,

그런 아련한 꿈을...

 

하지만, 저와 그분은
사는 세계가 너무 달라요.

이건 욕심을 부린 벌이랍니다.

 

사, 사사, 사리피 님?

 

좋지 않아!

대장님을 만나고 싶어서
그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잖아?

그렇다면 이런 일에 꺾이지 마.

아무리 괴로운 일을 겪어도
곁에 있고 싶다,

그게 사랑이잖아?

 

그러면 근위대장 요르문간드 공의
무사 귀환, 그리고 공적을 기리며.

 

네 이놈,

준비해 줬던 예복은 어쨌느냐.

소매가 걸려서 찢어져 버렸어요.

뭣!

네 이놈 잘도 뻔뻔하게...!

 

그러고 보니
아미트 왕녀의 모습이 안 보이는군요.

드레스 고르기에 여념이 없으시겠지요.

 

느,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 저기...

 

아, 안 돼!

나 같은 게...!

 

힘내, 아미트 씨!

 

약속할게,

아미트 씨가 용기를 낸다면...!

 

이것을...

 

이건...?

 

몰라뵈었군요,

언제적인가의 어린 레이디.

 

다행이야, 아미트 씨.

 

나도 제대로 마주할게,

받으세요.
나도 제대로 마주할게,

아, 고마워요.
나도 제대로 마주할게,

이 정체불명의 기분을.

 

비비안 씨?

지금 날 본 것 같아.

기분 탓인가?

 

눈이 빙빙 돌아...

 

어라?

나, 어째서?

 

기분은 어떠신가요?

 

아무래도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신 듯하여.

아, 이제 괜찮아요.

그래요?

그것참 유감이군요.

 

좀 더 강한 술을 헌상할 걸 그랬나요.

 

있잖아, 당신,

그 자리, 내게 양보해 주시지 않겠어?

 

저기, 뭐를...?

입 다물어!

난 말이야,

이 몸으로 온갖 남자들을 다 조종해왔어.

그런데 왕은 이 나에게
손가락 하나 대려 하지 않았어!

이런 굴욕은 처음이야!

왕가에서 태어난 여자는

정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고 업신여김 당해!

웃기지 말라지!

정말로 가치가 없는 건

인간 따위에 심취한 그 어리석은 왕이야!

내가 이용해 주는 것 말고
뭐가 있겠어!

 

응?

그러니 당신은 사라져!

 

혹시,

내가 사라진다고 해도

임금님은 분명
당신을 곁에 두지 않을 거야.

 

임금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

그 권력의 무게에
사실은 가장 괴로워하고 있어.

하지만 그걸 보이지 않으려고
강한 왕으로 있으려고 해.

이 나라에서 사는 모두를 위해.

 

그런 임금님이니까,

난...

 

왕비님이 못 되더라도 난

당신에게 임금님의 곁을
내주고 싶지 않아!

 

이게...!

 

사리피 님, 얼른 도망치십시오!

 

아미트 씨!

 

파충족까지 내 방해를!

하등 종족들이 끊이질 않고...!

 

임금님!

 

어젯밤에 내가 한 말을 잊었느냐?

소, 송구스럽사옵니다!

하, 하지만 저는
이제 이러는 수밖에...

 

왕께서 눈에 들어 해주시는 것 이외에는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

부디, 부디 자비를!

닥쳐라!

이것이 마지막이다!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그 보기 흉한 모습을 보이지 마라!

 

다친 데는 없나?

응.

 

흥이 식었군.

 

연회에는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

방에서 쉬고 있어라.

 

임금님.

 

고마워.

모두와 만날 시간을
제대로 마련해 줘서.

 

그리고 미안해,

나 때문에 이런...

연회는 나의 결단.

가끔은 제후들의 비위를 맞춰두라는
아누비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그리고

어젯밤엔 나도 말이 지나쳤다.

용서해라.

 

결국 어느 귀공녀도 왕의 마음을
움직이진 못했나.

 

어머, 재상님,

이런 왕궁의 변두리에
무슨 볼일이라도?

이, 이거, 아미트 공주님,

당신이야말로 어째서 아직 이 왕궁에?

저, 사리피 님의 지인으로서

특별히 왕궁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사리피 님을 지켜준 은상이라며,
임금님께서.

뭣이라!

야식으로
만드라고라 스콘을 구웠답니다.

재상님도 하나 어떠신지?

아, 아니, 전 사양하지요.

 

그러신가요.

그럼 이만.

 

이래선 계집의 아군을
늘려버리기만 한 것 아닌가!

 

사리피,

네가 마음 쓰거나
동정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

아미트 공주도 비비안 황녀도

다들 그에 맞는 각오를 하고
움직인 결과다.

응,

나도 좀 더 각오를 해야지.

임금님 곁에 있는다는 게 어떤 건지.

그렇다면 기억해둬라.

 

난 측실도,
다른 그 어떤 여자도 필요 없다.

내가 바라는 여자는 사리피,

오직 너 하나뿐이다.

 

종이, 종이 울린답니다.

요란하게 종을 치며
이 사람이야, 라고 알려준답니다.

 

사리,

왜 그러느냐, 갑자기?

오늘 추우니까!

임금님은 폭신폭신하니까!

 

평소랑 다를 게 없다만.

모르겠어!

뭐 됐다.

 

원하는 만큼 그러고 있거라.

 

언젠간 분명 알게 될까?

 

이 온기의 곁에 있을 수 있으면...

 

그럼에도 이 마음이 계속

당신이 좋다며 종을 울리고 있어

처음 마주 닿았던 그날부터

닫혀져있던 어둠에 빛이 내리쬐였어

당신을 만나지 못했었더라면

사랑의 의미도 모른 채 있었으려나

다른 누구였다면 분명 틀렸을 거야

나와 당신의 형태를 찾아내자

 

네 이놈, 인간 계집!

두는 수마다 번번이 역으로 이용하다니!

이대로라면 내 입장이...!

살기?

뭔가 이 괴이한 기척은!

재상님?

스콘 하나, 어떠신가요?

불사와 재생의 성수
스콘 하나, 어떠신가요?

불사와 재생의 성수
아니, 사양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