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샤 님을 보시지 못했습니까?

 

즉위식 종반에
모습을 감췄다는지

그 후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그건…

 

바르트인가

 

시급히 수색을 수배하겠습니다

저는 만일을 위해
일단 파르사스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나를
빼앗겼는데도

파르사스에 옮겨뒀을 줄은 몰랐어

아카시아의 검사를
꽤나 신뢰하고 있나 보네

당연하죠

 

시작은 한 아이의
죽음이라고 기록에 남아 있어

아이의 시체를 안고서
어머니가 울고 있었을 때

누군가의 기척을 느꼈다고 해

 

구하고 싶다면 사용하거라

―라는 말과 함께

두 엘테리아를 주고 갔어

 

어머니는 그걸 사용해
과거로 날아가

아이를 구했다고 해

 

그걸 준 게 외부자인가요?

맞아

녀석들은 실험용 주구를
인간에게 넘겨주고서

이 세계와 인간을
관찰하고 있어

 

당신들 시간을 읽는 일족은 뭐예요?

처음으로 목숨을 부지한 아이

그 아이의 자손이 우리야

한 시대에 한 명씩
엘테리아의 일부가 되어 사로잡혀서

영혼을 기록판으로
사용당하게 돼

영혼을?

우리 당주의 영혼에는

엘테리아의 모든 사용 기록과
당주들의 이름이

과거, 미래 모두 기록돼 있어

 

나는 오랜 세월을
혼자 지내 왔어

 

시간 회귀는 가차없이 찾아오게 돼

 

죽어도, 죽어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시 돌아와 있어

 

이 구조를 생각한 외부자는

영혼이 소비되는 인간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던 거겠지

엘테리아 덕분에
살아 있는 거라면서

먼 미래에 다다르기까지
우리를 짓밟았어

그래서 부수는 거야

 

이건 어지간한 힘으로는
부술 수도 없는 데다가

하나를 부수면 그 시점에서
다른 하나가 발동해

그래서 두 개를 동시에
파괴해야만 해

유일하게 파괴할 수 있어 보이는 게
너라는 걸 알았지만

마녀인 너와 접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어서

분한 마음을 곱씹을 뿐이었어

하지만 일어날 리 없는 일이 일어났어

네?

저 구슬은 가까운 인간을 향한
집착에 반응해 발동해

애정이든, 증오든 상관없어

사용자의 강한 마음이
발동을 가능하게 해

그래서 본래 몇백 년도 훨씬 전으로
간다는 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런 과거의 인간에게
집착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단 한 명
예외가 있었어

마녀를 사랑하고,
아내로 맞아들인 남자

 

네 남편이다

 

400년을 뛰어넘어서
역사가 개찬되어

너는 마녀가 아니게 됐어

희망이 생겨났어

이번에야말로 잘될지도 몰라

두 개 동시에 파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어

 

엘테리아를 봉인하는 걸로는
안 되는 건가요?

세계는 변혁을 기다리고 있어

네?

지금의 세계는 개찬할 때마다
바늘에 찔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바로 코앞에 한계가 다가와 있어

그 증거로
가장 많이 나아간 역사가

지금으로부터 31년 후가
가장 오래된 역사야

 

세계는 점점 막다른 길에
몰려가고 있어

 

엘테리아를 부수지 않으면
세계는 정지하고 말아

그럴 수가…

 

실제로 내 다음 대를
이을 당주가 없어

 

무슨 말씀이에요?

역사가 더 이상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해도

최장으로 치자면
아직 31년은 더 남았잖아요?

당신이 죽으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게 아니었나요?

 

내 영혼은 다음 당주를
찾아내기 전에 해체되고 말아

마력이 부족해서

금주에 손을 물들여서
내 영혼을 힘으로 변환시켰어

그 결과, 영혼이 해체되어
당주의 계승에 공백 기간이 생겨났어

세계는 이게 엘테리아를 무너뜨릴
구멍이라고 인식한 거 같아

그래서 아무리 역사가 바뀐다 해도
내 영혼은 해체되도록 만들어졌어

 

하지만 언젠가는 핏줄에 관계없이
새로운 당주가 선택되겠지

 

그렇다면 내 대에서
끝내는 게 훨씬 나아

 

불행한 누군가가 있는 한
엘테리아는 멈출 줄 모르고 사용돼

그런 건 이제 사양이야

 

나의 소중한 사람만
살면 된다는 건 어리석고 독전적이야

부아가 치밀어

 

지금까지 엘테리아가 사용되어서
당신들은 끝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어요

그건 그냥 지켜보기만
해선 안 되는 일이에요

 

하지만 저는…

엘테리아를 사용하는 사람의
뜻을 부정할 순 없어요

 

그건 사람의 마음이잖아요?

 

그걸 부정한다면
저희는 사람이 아니게 돼요

엘테리아를 움직일 수 있는 건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고

그건 인간을 구원하는 거예요

 

당신도 사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당신이 정말로 멈추고 싶은 건
구슬의 남용이 아니야

그렇죠?

 

그래서 봉인이 아니라
파괴를 하려 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뭐죠?

 

영혼이 구원받을 수 없다는 건
정말로 당신 얘기가 맞나요?

 

당신이 지내고 있던 그 저택에

여자애가 한 명
살고 있었죠?

 

일단 말해두겠지만 이 마법의
술자는 내가 아니야

 

당신이 정말로 구하고 싶은 건 그 술자

 

역시

그의 뒤에는
당주가 한 명 더 있어

 

마지막 당주는 그녀야

 

바르트?

 

영혼이 해체되는 것도,
세계의 막다른 길에 서 있는 것도

앞으로 역사를 끝없이
되풀이하게 되는 것도 그녀이고…

그래서 바르트에게는
망설임이 없어

 

당신의 소망이 뭔지 알았어요

지금의 세계와
엘테리아가 처한 상황도

 

그건 다행이야

그렇다면 그걸 부숴주겠어?

하지만…

여기에서 네가 선택하지 못한다면
투르다르는 확실하게 멸망하게 될 거야

 

알고 있어요

티나샤!

 

이쪽으로!

 

정말 지긋지긋한 사람이야

 

오지 않는다면 발동시키겠어

 

무언의 호수

 

거기까지다

 

티나샤를 넘겨라

엘테리아도

 

개찬은 하게 두지 않는다

바꿔 쓴 건 너야!

그래서 우리는
다시 고통을 맛보게 됐어!

그거 미안하군

하지만 이제 끝이다

그 구슬은 봉인한다

그 누구도 만지지 못하도록 하겠다

안 돼
너는 몰라

너는 그 어떤 소중한 것보다도
나라를 우선시할 수 있는 인간이야!

그래서 나는 여기에서―

바르트

 

바르트, 도망쳐

괜찮아
아직 할 수 있어

부탁이야
돌아와 줘

내가 산다고 해도
네가 사라지면 의미가 없어

 

나는 너와 만나지 못한 행복보다

너와 만난 불행을 고를 거야

 

그게 설령 한정된 시간이라고 해도

 

사람이라는 건 모두 그런 존재잖아?

 

너는 눈을 떼면
금방 이러는군

죄송해요

하지만 이래 봬도 항상 최단 수단을
고를 수 있도록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쓸데없는 행동이라는 거다

 

당신이 있어서 그럴 수 있는 거예요

 

미래는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오스카

 

포기하지 않아!

 

저를 구해 주세요

 

오스카라면 투르다르의 운명을
안다 해도 망설임 없이 싸울 거야

분명 바르트를
만류해 줄 거야

누구도 잃지 않아

투르다르에 돌아와서
어떻게든 구성을 풀겠어

그리고 바르트네와
다시 얘기를 나눌 거야

엘테리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남에게 의지하기만 하네

이렇게까지 의지해도 되는 걸까?

 

설마…

 

400년의 시대를 뛰어넘는 걸
그에게 받았다

그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면

그날 밤에 죽어도 된다고까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어디로 돌아가고 싶지?

 

네가 선택한 시간으로
세계를 재구성해 주지

무수한 네 인생의 기억에서
가장 안전한 시간을 고르도록 하지

아니면 행복한 시간을

 

자, 선택해

 

선택한다

그건 단 하나뿐이야

그 사람의 곁…

그 사람이 있는 곳

가장 그 사람에게 가까운 곳

 

안심하고서 잠들었을 때의…

 

달려가

 

그의 곁으로

 

이번에는 네 영혼에

 

새로운 기록을 새기도록 하지

 

도전해라

도전해라, 도전해라

 

이루고 싶은 결말에 도달할 때까지

 

~ 이름 없는 이야기에 종언을 ~

 

왜 그러지?

 

당신은 누구이고

저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예요?

잠꼬대를 하는 건가?

나는 네 남편이자
파르사스 국왕

너는 왕비이자, 마녀이자
구 투르다르의 계승자

그리고 여기는 파르사스 왕궁의 침실이다

 

이름까지 말하는 편이 좋겠나?

 

죄송해요
잠이 덜 깼었나 봐요

그런 거 같다
아직 밤중이다

왠지 지금이 아닌 꿈을
꾼 거 같은 기분이라…

여기에 다다르기까지
엄청 길었던 거 같아요

예전 꿈인가

나의 20배는 살아왔으니까

정말 열심히 했구나

 

지금 정말 행복해요

당신 곁에 오게 돼서 다행이에요

 

괜찮나?

 

뭐가 말이에요?

 

어라?
뭘까요?

왠지…

당신하고 결혼하지 못했던 거 같아서…

 

에?
뭐예요?

기다려 주세요!

이게 뭐야
한 적 없어, 이상해!

네가 이상한 거다
지금도 망가질 것만 같다

이, 이거 놔 주세요!

거절한다

 

뭐지?

 

이거…

 

무슨 일이 있었지?

 

오스카

 

들어 주시겠어요?

말해 봐라

 

저, 정말 기나긴 여행을 했어요

 

굉장한 얘기군
믿기지가 않는군

그렇겠죠

 

투르다르라
한번 보고 싶었는데

 

무수히 되풀이되는 시간 속에서

투르다르가 존속했던 건
그 한 번뿐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그 역사는
사라져 버렸어요

 

깨져가던 엘테리아가
되돌리고 말았어요

 

결국 저는 투르다르를
지킬 수 없었어요

 

좋은 나라였나?

네, 무척

 

그래서

그 사라졌을 기억을
네가 가지고 있다는 건…

저한테 시간을 읽는 일족의
당주 자리가 넘어왔어요

 

이번에는 상당히
이례적인 당주 선정이었어요

 

엘테리아가 긴급 피난을 하려고
세계의 해체와 재구성을 했어요

그러니까?

 

이 세계는

아까 제가 일어났을 때 만들어진 거예요

 

어디를 재구성할지 물어보길래
제가 지금을 고른 거예요

 

제가 가진 기억 속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했으니까요

 

영광스러운 얘기군

 

하지만 그렇군
대강 알았다

외부자의 주구인가

다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걸로
만들어진 거라면 그밖에도 더 있다

네?

아카시아다

 

아카시아는 무언의 호수에서
괴물이 뽑아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녀석도
세계 바깥에서 온 녀석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세계 바깥에서 온 녀석을
만난 적이 있어

외부자이자 외부자가 아니야

인간에게 가담하는 걸 선택하고,

인간 속에서 살아가다 죽었어

 

왜 너는 외부자의 주구에 대해
모르는 거지?

 

그 인물이 아카시아를
만들어낸 본인이자

「디아드라[외부자, 파르사스 초대 왕비]」
파르사스 초대 왕비
디아드라…?

초대 왕비?

 

400년 전의 파르사스 왕족의
구전에 있었어요

그녀는 건국왕에게 자신의 힘과
맞바꾸어 아카시아를 전해주었어요

하지만 그 대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고…

내게는 세계 바깥의 피가
흐르는 건가?

20대나 이전 이야기니까
이젠 남아 있지도 않지 않을까요?

아카시아의 본래 용도는
외부자의 주구를 파괴하는 거였을지도 모르겠군

 

무언의 호수에 같은 힘이
남아 있다면

호수 자체가 엘테리아를
파괴하려 했어도 이상하지 않아

 

그래서 엘테리아는
호수에서 도망친 거였네요

 

- 티나샤
- 네

 

갈까?

네?

하나 더 있지?

 

두 개를 동시에
파괴해야 하는 거지?

그렇긴 한데요

파괴할 생각이에요?

물론이지

네!?

네 의견은 알았다

아니, 바르트와 싸웠던
네 의견인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과거를 바꾸더라도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을 긍정한다면

그걸로 자신의 인생이
뒤바뀔 각오도 있다면

그 각오를 헤아리고서
나는 이걸 파괴하기를 바라겠다

오스카

 

엘테리아를 파괴하고서

엇갈려 버린 운명 전부를
본래대로 고친다

 

이건 가장 크나큰
마지막 개찬이 될 거야

시간을 읽는 일족은 소멸하고

지금 있는 수많은 인간들의
운명이 바뀌게 돼

그리고…

엘테리아를 사용한 어머니 덕에
목숨을 부지한 오스카는

분명 거기에서 죽게 될 거야

 

이것 덕분에 죽음을 모면하고,
구한 적이 있는 나니까 하는 말이지만

역시 과거를 바꾼다는 건
퇴보적이다

사람이 나아가는 길에 반한다

후회가 있다고 해도
그건 끌어안고 나아가야 하는 거다

 

어떤 비극이든
극복하면 된다

 

모든 인간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카시아는 분명
이걸 위해 계승된 검이다

 

괜찮아
네가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어

 

당신은 전부 꿰뚫어 보고 계시네요

 

오스카

 

역사가 바뀌어도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해도

어느 누구에게도
기억이 남지 않고

설령 제가
태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이 제게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 단 한 명이에요

과분한 말이군

나도 사랑한다

 

여기는 평범한 통과점이다

망설이지 마

 

제대로 내 곁으로 와

 

우리는 분명

얽힐 리 없는 운명의 접촉점이었어

 

그래서 이 끝에
도달한 거야

사람으로서

간섭에 도전하기 위해서

 

꼭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저는 반드시
당신 앞에 나타날 테니까요

시간을 뛰어넘을 거니까요

 

그러면 우리
다시 사랑을 해요

 

그거 기대되는군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건 즐거웠나?

얕보지 마라

너를 기쁘게 하는 건 끝이다

 

간섭을 거절한다

 

티끌이 되어 사라져라

 

아무도 모르는

입에 오를 일 없는

기억의 페이지를 포개어서

강처럼

흐르듯이

나이를 먹어가고 싶어

자, 가자

가자

저주와 축복의 너머에서

여행을 끝내자

망설일 필요는 없어

후회는 있을 리가 없으니까

바뀌지 않을 이야기는 여기에서―

 

찾았다

파르사스의 성도에서
아이를 납치한 건 너인가?

네놈!
마법사인가?

반은 정답
하지만 틀렸어

 

그런 건!

 

마녀라는 걸 간파하지 못해서
이렇게 되는 거다

 

뭐, 간파했다고 해도
놓치지 않을 거지만

 

아, 안 됩니다!

 

위험합니다!
오스카 님!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티나샤

 

이제야 온 건가
기다리다 지쳤다

 

그건 왕과 다섯 번째 마녀의
오래된 이야기

 

모든 이야기는 파생되어

쌓이고는

멈출 줄 모르고 읽힌다

 

바뀔 일은 더 이상 없어

 

이건

 

이름을 가지지 못한
추억의 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