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랭크딸 09

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sub by 별명따위

누군가를 위해 싸우는

그 날카로운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그 미래 너머에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흑발을 나부끼며 나비처럼 춤추는 여검사여

선명하게 지금 내일을 개척하라

지키고 싶은 꿈이 있다면

어떤 운명이라 해도, 숙명이라 해도

두려워 말고 내딛어

한 줄기 빛나는 그 일섬이

망설이는 마음을 나약함과 함께 베어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던 그 과거조차도

뜨거운 마음

각오를 다졌던 상냥한 마음은

떨어져 있어도 지켜보고 있어

꿰뚫어라

질풍의 화살에 번개를 담아

자, 그 칼날로 베어버려

 

sub by 별명따위

 

제9화 『부모와 자식, 각자의 만남』

움직이지 마
큰소리를 냈다간 벤다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너희가 보르도에서 벌인 짓을
나는 아직 용서하지 않았어

 

그럼 어쩔 거지?
죽일 건가?

 

그러는 편이 세상을
위한 일이겠지

부, 부탁이에요!
벡을 죽이지 마세요!

닥쳐, 아이라고 해서
봐주진 않아

용서해 주신다면
뭐든 할게요

그러니까 목숨만큼은!

 

이 녀석은 부적을 판 집에 가서
돈을 돌려주며 다니고 있어

 

그게 끝나면 매듭을 짓기 위해
보르도에 갈 생각이다

 

그걸 믿을 거라 생각해?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아

그 녀석의 명예를 위해서
말해준 것뿐이다

 

그만둘래

용서한 건 아니지만

저항 하나 없는 녀석을
죽이는 건 기분이 안 좋아

 

가, 감사합니다…

 

너한테는 묻고 싶은 게
잔뜩 있어

 

너희들, 얼마나 원한을 사고 다닌 거야?

정죄(浄罪)기관』?

 

루크레시아 교황청의…

 

이 녀석들은 마법과
약물로 자아가 사라졌어

죽을 때까지 습격해 올 거다

죽일 수밖에 없어

 

머리가 아파지네

 

역시 살인은
기분이 안 좋아

날 따라와
나도 묻고 싶은 게 있어

 

그래서?

정죄(浄罪)기관』이란 건 뭐야?

이단자 또는 교황청을 배반한 자들을
비밀리에 처분하는

루크레시아 교황청의
어둠의 조직이에요

왜 그런 녀석들한테
노려지고 있는 거야?

루크레시아의 추기경이었던 아버지가

권력 다툼에 휘말린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에요

 

있지도 않은 일을 뒤집어 씌우고서
이단자 취급을 당했어요

 

사교(邪教)의 성녀를 했었던 건
살해당한 부모님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위해서 저는
그런 짓까지…

 

하지만 그때 반지를 잃고서
이젠 관두자고 생각했어요

 

비에나교는 싫어하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 복수를 한다 해도
기뻐하지 않으실 거라 생각해서…

그걸 알면서도 보르도에서
셀렌의 아버지를 언데드로 만든 거야?

 

전 보르도 백작을 사용하라고
했던 건 마르타 백작이었어

 

하지만, 하지만…

제가 그런 일을
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때에 아빠라면
어떻게 할까?

 

쉽게 용서해주진 않겠지만

분명 아이를 상대로
탓하진 않을 거야

 

꽤 다쳤네

돈을 돌려드리고 있었더니
거짓말쟁이라며 맞은 적도 있어서

그때에는 벡이 구해줬지만…

 

너희를 그냥 둘 수도 없고,
묻고 싶은 것도 잔뜩 있어

오늘 밤은 일단
여기에 묵어

 

자고 있을 때
숨통을 끊어버릴지도 모를 텐데?

흥, 내가 너 따위한테
당할 거라고 생각해?

 

기껏 예쁜 머리카락인데
다 헝클어졌네

 

내일 목욕탕에 데리고 가 줄게

네? 하지만…

딱히 용서했다는 건 아니야

보르도에 도착할 때까지는…

 

저기

 

뭐지?

너는 분명 공간전이를
사용할 수 있었지?

그 마법은 빌린 거다

녀석들을 배반해서
빼앗겨 버려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뭐야~
도움이 안 되는 녀석이네

미안하게 됐다

 

뭐, 됐어

보르도에 도착할 때까진 지켜줄게

제대로 사과할 수 있도록

 

네!

 

여유로운 척 앉아 있기는!

얕보지 마!

 

역시 모르는 것인가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어울려 주지!

 

무슨!

 

두 분, 어찌 하여 여기까지?

날이 밝아서 말이죠

무슨 일이 아닌가 해서
와 봤습니다

그런가, 벌써 그런 시간이…

공간이 뒤틀려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차이가 있는 듯하군

그런데 이곳은 대체…

 

마르그리드 공!
저희도 가세해야겠습니다!

아니, 지금은 배울 때라네

 

걱정하지 않아도 저것에게
마르그리드를 죽일 만한 힘은 없네

 

저 아이가 마왕입니까?

그런데 저 아이한테서는
악의는커녕 적의조차 안 느껴집니다만

마르그리드는 그걸
가늠하질 못한다네

 

무서워

 

아저씨, 어째서?

얘기는 나중입니다

그라함 공!

 

아직이야!
나는 아직 싸울 수 있어!

마르그리드!

 

이제 그만 알아듣거라!

 

물러나죠
이 이상은 소용없습니다

무언가 알아냈나?

 

역시 저건 겁을 먹었을 뿐인 아이입니다

이쪽이 손을 대서 자기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것뿐입니다

흠, 역시 그런가

던컨, 물러나자!

알겠습니다!

뒤는 제가 맡겠습니다

 

외로워

 

곤란한 아이로군

 

이걸로 조금은 뼈저리게
통감했다면 좋으련만

심중 이해합니다
그라함 공

저것에게 검을 가르치고,
키워낸 건 나라네

어릴 적부터 바깥 세상에
흥미를 품고

내 얘기를 듣고 싶어 했었지

엘프는 한 개체로서의 자신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마르그리드라는 "개인"으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모양이로군

 

하지만 숲을 나간 엘프는
고독한 존재라네

돌아온다고 해도 다시 받아들여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지

나는 그것을 사무치도록 경험했기에…

그게 쓸데없는 오지랖이라는 거야!
증숙부 님!

깨어났느냐
몸은 어떻지?

이걸로 만족해, 증숙부 님?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와서!

왜 그렇게 비뚤어진
시각으로밖에 보지 못하는 거냐!

생각없는 행동은 스스로―!

설교는 이제 됐어!

 

안 됩니다!
아직 상처가 낫지 않았습니다!

흥, 어차피 아저씨들도
비웃고 있었지?

바보 같은 계집이 혼자서
무모하게 처박다 꼴사납게 당하는 걸 보고서!

적당히 하거라!

 

던컨 공도, 벨그리프 공도 너를
걱정해서 와 주었다

그런 식으로 타인을
다가오지 못하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누가 너를 인정해준다는 것이냐!

 

마르그리드 공!

그냥 두게, 던컨 공

 

정말 바보 같은 아이로군

 

벨그리프 공

저도 딸아이가 있는 입장으로서
그라함 공의 마음은 잘 압니다

그 분노가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가까운 사이이기에 고집을
부리는 일도 있습니다

여기는 제게 맡겨주지 않겠습니까?

 

면목없네

 

뭐야, 아저씨
동정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런 게 아닙니다
잠시 얘기를 하려고 하거든요

흥, 얘기할 건 없어

저도 검사 끄나풀입니다

당신의 굉장한 검 실력은
존경하기에 마땅합니다

 

나는 아직 18이야
존댓말은 하지 마

그렇구나
그럼 그러도록 할까?

 

아저씨가 딸한테 검을?
당신, 그렇게 강해?

아니, 딸의 재능이
너무 빼어났어

너하고 똑같이

분명 너도 스승님이
그라함 공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강해지지 않았을까?

아니야

분명 나는 천재지만 증숙부 님이
스승님이었기에 더욱 강해졌던 거야

아저씨의 딸이라는 녀석도 증숙부 님께
배웠다면 더 강해졌을 거야

그렇군

그라함 공을 많이 신뢰하는 모양이구나

 

나도 예전에는 모험가였어

 

꿈과 희망이 있었고,
자신이 있었는데

이상적인 미래를 붙잡을 것이라는 걸
의심조차 하지 않았어

그래서 네 심정은
잘 이해해

 

뭐, 그 결과가 이 꼴이지만

 

그라함 공이 겪은 여행 얘기를
듣는 걸 좋아했지?

 

 

자, 집으로 돌아가자
배고프지?

 

아, 저기…

마리, 말이 좀 지나쳤구나
미안하다

 

으, 응
나도…

죄송해요

 

어머니…

 

나는 그 정도로
모성이 없어

 

아, 안녕하세요!

저, 저기… 오랜만에 멀쩡한
침대에서 자서, 그…!

딱히 잡아먹지는 않아

 

일단 아침밥 먹자

어이

 

일어나 있어
뭔데?

도와줘
먹고 나면 길드로 가자

 

우리는 한 번 이곳의
길드 마스터와 한판 싸웠는데

 

괜찮아, 내가 곁에 있어

 

샤르라고 불러도 돼?

네?
아, 네

나는 "언니"라고 불러

저기… 언니

 

너도 불러도 돼

 

농담하지 마!

 

음, 그렇군

 

안녕, 안제

여어!

그 아이는?

아저씨, 그 아이들
엄청 낯이 익은데

 

실은 상담할 게 있는데

 

그렇구나…

정죄(浄罪)기관』이라…

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실재했을 줄이야

교황청과 다툼으로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거라면 안제하고
같이 있는 편이 안전하겠네

 

하지만 저는 나쁜 짓을
잔뜩 했는데

사형을 받지 않으면
용서해주지 않을지 하고…

 

죽고 싶은 거야?

 

그럼 가볍게 사형이라는
소리는 하지 마

속죄할 방법은 나중에
제대로 생각해 줄게

그러니까 지금은 영문도 모를
녀석들 손에 죽게 하진 않을 거야

알겠어?

 

 

뭐, 언니가 있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어!

 

얘기도 정리됐으니
다음은 목욕을 해야겠네!

새로운 옷도 사야겠어

뭐? 즐거워 보여~
나도 따라가도 돼?

너, 옷 갈아입히는 인형으로
만들 생각이지?

 

도와주는 거야 좋지만!

장난감으로 삼는 건 언니인
내가 용서 못 한다!

뭐? 장난감이라니~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이런 걸 동경하고 있었거든

모두와 떠들썩하게 노는 걸

엘프는 연회 같은 건
안 열어?

열긴 해

하지만 모두 품위를 지키느라
숨이 막혀서

 

분명 증숙부 님도
기뻐하지 않았을까?

 

초대해 줘서 고마워, 벨

우리도 두 사람이
와 줘서 기뻐

고마워, 마리

 

어서 와, 어땠어?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해

동물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한 곳에 모여서 움직이질 않습니다

숲의 마력의 흐름이
바뀌어서 그런 거겠지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군

 

역시 그런가

그런 거라면 내가 가서 보고 올게

나도 가지

 

그럼 저도

아니, 네겐 마을을 부탁하고 싶어

우리가 없는 동안에
마수가 나타나면 위험해

그라함 공도 몸이 안 좋으니까

미안하군, 방심하고 말았네

마시라고 주는 술을 거절하지 못한 건

엘프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거였죠?

 

마을은 제가 맡도록 하죠

두 분, 원인을 잘 부탁드립니다

 

가볼까, 마리?

응!

 

칫, 기분 나쁜 마력이야

이래서 마왕이란 녀석은…

그래, 지독한 독기다

 

무슨 일이 있었지?

 

원인이 죽어가서 그러는 거였냐

그런데 숲의 상황은
더 악화됐어

영문을 모르겠어

원인인지 어떤지는
아직 알 수 없어

마리, 이 아이의 마력은
마왕에 가까워?

가깝고 그런 차원이 아니야

이 녀석은 마왕 그 자체야

 

뭐야, 기분 나쁘게

마수가 뒤섞여 있는 건가

그런 일도 있어?

고랭크 던전에서는 가끔씩
있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나도 보는 건 처음이야

 

무서워… 무서워…

 

저 역겨운 녀석이 꼬맹이의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어

원인은 저 녀석인가!

 

방심하지 마
어딘가에 있을 핵을 노려

핵? 그건 어떤 건데?

형태는 몰라

하지만 그걸 중심으로
모습을 이루고 있을 거야

재생하는 근원을
추적해 나가는 거야

그렇구나
바로 찾아주겠어!

 

죽지 말렴

 

거기냐!

 

전장에서 긴장을 늧추는
녀석이 어디 있는 거냐!

 

이거… 나를 감싸다
생긴 상처지?

신경 쓰지 마
큰 상처는 아냐

 

저기, 나는 어떻게 하면 증숙부 님이나
벨처럼 될 수 있어?

그렇지

모험가라는 것들은 한순간의 판단으로
생사를 전부 끌어당기니까

그러니 냉정함을
잃지 않을 것

항상 자신을 보고 있는
다른 자신을 뒤에 둘 것

 

나는 그걸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아직도 살아 있던 건가!

- 이번에야말로!
- 끝이 없겠어

이 아이도 있으니까
여기에서 물러나자

그치만!

 

마지막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아니, 완벽히 도망칠 때까지
내가 뒤를!

 

즈, 증숙부 님

애썼구나, 마리
잘했다

벨, 폐를 끼쳤군

그래서 몸은 어떠십니까?

 

나쁘지 않네

 

늙었구만

고작 한 번 휘두른 것 가지고
숨이 차오르는군

 

그렇더라도 차원이 다릅니다

그렇게 많았던 독기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라함 공

 

얘가, 얘가
그건 음식이 아니다

저 아이는 대체…

몸의 구조는 거의 완벽하게 인간이네만

몸에 깃든 마력의 질은
마왕의 것과 거의 동일하네

하지만 지금은 마력이
그다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지만

그 말씀은 현재는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다는 겁니까?

그래서 저 녀석은
어떻게 할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내쫓을 수도 없지

내가 키울게

 

마왕이라고?

나는 이 아이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뭐… 여기는 벨의 집이니까
벨이 정하면 되지 않겠어?

응, 고마워

 

나머지는 안제가 어떻게
생각할지가 문제인데…

뭐, 될 대로 되겠지

 

무엇이 있어야 그곳을

내 오랜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그저 있기만 하는 곳이어선

분명 부족할 테니까

만나고서 알게 됐어

형태가 아닌

쌓아올린 마음의 다발이 중요하단 걸

아무리 멀리 여행을 나가 있더라도

이어져 있었어

 

말하지 않아도 알아

사랑이 넘쳐나오고 있으니까

잠드는 나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히 걷는 소리에

몇 번을 돌아가도 듣고 싶어지는 건

당신이 해주는 「어서 와」야

 

다음 화
『맥동하는 악의』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