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이 눈을 아는 자들 사이에선
그냥 있는 그대로

뱀눈의 밀리건이라고 불리고 있어.

 

겹쳐지는 그림자

찰나에 피어난 우의

인과의 하늘의 저편에

바치는 검의 꽃을

과오를 넘어 어디로 가나

공허에 안긴 채

마음 속 깊은 곳에 둥지를 튼

마물들이 눈을 뜨네

 

악에겐 복수의 칼날을――

선에겐 구원의 죽음을――

더럽혀진 나의 손은

어느 쪽을 벨 것인가

맞서 싸워라

용맹하게 맞서 싸워라

목숨 따윈 내줘버려라

달려드는 승리(시작)를 향해

공격의 한 수를

 

저 마안에 포착되지 마!

명심하겠소!

 

전광이여 질주하라
토니투르스!

 

전광이여 질주하라
토니투르스.

 

차원이 달라!

 

그렇네, 검압이 굉장한데.

가르다와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는 게
순 헛소리는 아니네.

 

움직임의 날카로움도 제법이지만,

조금은 너무 무턱대고 달려드네.

 

화염이여 일어나라
플람마!

 

적절하게 끼어들었네.

그녀의 허점은 네가 메워주는구나.

나나오의 검조차
여유 있게 받아넘기는 건가.

그렇다면...!

 

가로막아 저지하라
클리페우스!

 

꿰뚫어라 바람창
임페투스!

 

지금 건 살짝 놀랐어.

방어벽을...

 

공격의 눈속임으로 사용하다니
심술궂은데?

 

이거 이거 무시무시한데?

 

대단한데?

제대로 맞서 싸우는 건 애 좀 먹겠어.

여기선 나도 마법사답게!

자, 춤춰볼까?

전광이여 질주하라
토니투르스!

 

순식간에 터트려라
프라르고!

 

넌 또 방심할 틈을 안 주는군.

가끔은 솔직한 마법을...

 

미안해,

거긴 발 디딜 곳을 허술하게 해놨어.

화염이여 일어나라
플람마.

 

나나오!

 

찢어발겨라 칼날바람
임페투스!

 

곤란한걸.

그건 뭘 어떻게 한 거지, 너?

나나오 자신도
아마도 눈치 못 챘을 거야,

마법을 칼로 느끼고
받아넘겼다는 걸.

그녀에게 있어서 칼은
몸의 일부나 다름없단 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흥미가 가.

이거라면 어때?

땅을 불태워라
포르티스.

내게 불을 맡겨!

화염이여 일어나라
플람마.

 

-플람마!
-플람마!

 

아니, 아니, 말도 안 돼.

너무 즐겁게 만들지 말아 줘!

알토 군의 덤 정도로
다뤄줄 생각이었는데.

어때?

이거면 할 수 있겠어?

문제없음이오.

이번엔 어떻게 즐겁게 해줄 거야?

그야말로 가슴 떨려오는 작전이구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게 필승의 한 수겠지.

가자!

좋소!

 

아까 책상에 심어뒀던
바운드 마법과...

연사로 시선을 이쪽으로 끈다!

화염이여 일어나라
플람마!

찢어발겨라 칼날바람
임페투스!

전광이여 질주하라
토니투르스!

 

프리구스!

 

이걸로 나나오를 마안으로 보지 못해!

체크메이트다!

 

왼손?

 

설마...!

 

두 번째 마안?

 

느려.

이래선 닿지 않아.

괴이한 눈알이 방출하는 저주,

그 속도는 분명 빛과 다름없겠지.

 

그렇다면 일단 베자,

가로막는 공간을,

흘러가는 시간을!

 

그러면 이 한 칼은 빛보다 빠를 것이니!

 

방금, 무슨 짓을...!

 

이겼소이다, 올리버!

 

나나오, 방금...?

 

왜 그러시는가?

 

모르고 있는 건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벤 거야.

시공을 통째로,

자신과 적 사이를 가로막는
거리와 시간의 개념조차 장애물로 보고,

앞서서 그걸 베어넘겼어.

마안의 저주가
얼마나 빠르게 덮쳐오든 상관없어.

그 한 칼 앞에서는
속도 그 자체가 의미가 없어.

그건 절대 막지 못해,
상대가 그 누구든 간에!

상대에게 일절 저항을 용납 않는
절대적인 기술.

즉, 마검!

 

그것도 이미 알려진 여섯 중
그 어느 것과도 겹치지 않는,

지금껏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모르는
일곱 번째 마검!

 

목숨은 남겨두었소.

저쪽도 살의는 없었으니.

 

이거면 괜찮을 거야.

좀 지나면 눈을 뜰 거야.

 

지금은 아무튼
카티를 데리고 학교 건물로 돌아가자.

아, 맞소, 올리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부탁하오,

포상의 뽀뽀.

 

너란 녀석은...

괜찮나, 너희들?

 

고드프리 총괄, 휘트로 선배도.

 

어떻게 여길?

 

도움을 줄 필요까진 없었던 모양이군.

제보가 있었어, 익명으로.

익명?

하지만 놀라게 만드는군, 너희들은.

저 밀리건을 상대로.

하지만 쇼크였지?

선배에게 배신당해서.

아뇨,

그건 우리가 아니라...

 

네겐 괴로운 소식이지만,
이번 건은 그렇게 됐어.

카티.

처음에 밀리건 선배는
아마도 순수한 선의로 널 도와줬겠지.

같은 뜻을 가진 후배를 귀여워해 준다,

그 이외의 의도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당신은 예상외의 성과를 내고 말았어요.

트롤이 당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말을 하게 된 것.

밀리건 선배에게 있어서
그건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놀라웠겠죠.

 

그 아인 어떻게 될까?

얄궂은 이야기지만,

지성화의 성공 사례로서는
현재 유일무이한 개체야.

살처분 당할 일은
일단 없어졌다고 봐도 돼.

알았어.

즉, 이건 좋은 결말이구나.

카티...

올리버 혼, 차렷!

 

자, 다음,

나나오에게도.

 

이건 날 구해준 걸 감사하는 마음.

트롤이 머리를 조작당했었어?

의지하던 선배에게 해부당할 뻔했어?

 

그게 어쨌다고, 빌어먹을!

이제 괜찮아!

이런 일로 기죽지 않아!

그야 이번 싸움은 우리가 이겼잖아?

그 아이가 살 수 있는 권리를 따냈잖아!

그렇게 생각 안 해?

 

일단 밀리건 선배에게
따귀 한방 날리러 갈게.

쏟아내고 싶은 만큼 전부 쏟아내고,

그 뒤에 어떤 관계로 지낼지 생각할래.

그야 이 학교는
그런 사람들이 널렸잖아!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어.

그러고 나서
내 색깔로 새로 물들여줄 거야.

그렇게 싸워나가면서 난 졸업 때까지

이 학교를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다정한 장소로 만들고 말 거야!

 

오, 올리버?

아니... 왜 그래?

미안, 미안해!

울어버릴 만큼 무모한 얘기로 들렸어?

아니, 아니야, 카티.

나도 지켜낸 게 있었구나 하고...

 

그래,

내게도 지켜낸 게 있었어.

다정한 그녀가,

여전히 다정한 채 있어주었으니까.

 

그나저나 질리지도 않냐.

그 후로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또 올디스 선생님께 대들고.

얌전히 있든 말든
눈에 띄는 건 새삼스럽지도 않고.

그렇다면 전혀 기죽지 않았다는 걸
태도로 보여줘야지.

 

할 얘기가 있다.

나중에 내 방으로.

 

연구 성과 회수 같은 건
평소엔 그냥 맡기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우수한 학생이었으니까,

한없이 마에 근접하다 죽었다.

마에 먹히고 말았다, 그 뜻인가요?

그래, 모든 마법사에게 있어서
가장 명예로운 죽음.

마에 먹힌 자들은
반드시 성과를 남기고,

그 정수야말로 우리가 다음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되는 것이다.

 

별거 없군.

 

가르다 이상의 상대에게

주문조차 외지도 않고 연달아서?

당연한 소릴 해봤자
평가는 올라가지 않는다, 미스터 혼.

 

역시 문이 열린 채인가.

여기서 솟아 나온 녀석들이
서로를 잡아먹고,

녀석들은
그 끝에 살아남은 것들이란 건가.

 

한 가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뭐지?

그 트롤의 처지에 대해
선생님께선 알고 계셨죠?

 

왜 그렇게 생각하지?

마법 생물 담당 교사도 아닌
선생님께서

그때만큼은 트롤의 처분을 서두르신 게
부자연스럽습니다.

증거 인멸을 꾀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밀리건 선배에게
아인종을 제공한 사실도

다 조사해놨습니다.

용케 조사했군.

네 특기냐?

그렇게 말 못 할 것도 없죠.

다만, 왜 당신이
그녀의 연구를 지원하셨는가,

그걸 모르겠군요.

인류란 종으로부터
어리석음을 축출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의 숙원이기 때문이다.

태곳적 옛날부터 인간 사회는

1%의 현자와 99%의 얼간이들로
구성되어 왔다.

그 법칙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간의 지성 그 자체에
손을 댈 필요가 있지.

즉, 당신은

아인종의 지성화를
인간에게 응용하려고?

그렇다.

하지만 앞으론 그리 간단히
아인종 실험체를 준비할 수 없게 됐다.

내 실망을 이해해 줬으면 하는군.

저 보고 뭘 하라시는 거죠?

날 도와라.

자각은 있으리라 본다만,

네겐 특출난 재능이 없어.

대성하지 못하는 마법사의 전형이다.

쉽게 단정 지으시는군요.

가망이 없으면 제안도 안 해.

무슨 일이든 골고루 잘 해내는
너 같은 타입은

조수로서 편리하니까.

그렇군요.

그나저나 한 가지 더
질문해도 괜찮으실까요?

말해봐라.

대력(大曆) 1525년, 4월 8일 밤,

당신은 어디서 뭘 하고 계셨죠?

 

상당히 재밌는 질문이군.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 버렸어.

괜히 찔러봤다가 뱀이 아니라
용이 튀어나올 수도 있을 거다.

뭘 알고 있는 거지?

질문에 질문으로 답해서
어쩌잔 거지?

묻고 있는 건 이쪽이다,

다리우스 그렌빌.

처음부터 목적은 나인가?

그 여자의 연고자가
아직도 남아있었을 줄이야.

 

참으로 지긋지긋하군.

딱 한 가지 감사해두고 싶군.

 

감사한다, 변하지 않고 있어줘서.

7년 전의 그날 밤 그대로의,

내가 계속 증오해온
다리우스 그렌빌로 있어줘서.

 

시작하자.

간격은 진작에 일족일장이다.

마음대로 뽑아봐라, 그렌빌.

인간답게 죽을 수 있을 거라
생각 마라, 네 이놈!

 

상대의 검의 기량은

날 훨씬 상회해!

 

설령 1만 번 반복한다 해도...

 

그 대결 대부분에서
난 베여서 패배하겠지.

 

이 미래도 그중 하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아.

완전한 예측은 불가능해!

그렇다면

내가 이기는 미래도
이 중에 반드시 존재해!

할 일은 단 하나,

끊기지 않은 실을 찾아내서

관측한다!

그 순간으로부터
미래가 날 끌어줄 거야.

관측된 미래를 향해

시간축의 격류가
나라는 존재를 떠밀어 줄 거야!

그 흐름이 그대로

이 손이 내지르는...!

 

만에 하나의 칼의 궤적이 된다!

 

제4 마검,

나락을 건너는 실, 앙구스타비아!

 

전광이여 질주하라
토니투르스!

 

멀뚱히 서 있다니 당신답지 않군.

뛰어서 도망치는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어, 어째서지?

실전되었을 거다, 그 마검은!

7년 전의 밤, 그 여자의 목숨과 함께!

당신들이 어머니로부터 빼앗은 게 있고,

미처 빼앗지 못한 것도 있지.

그게 대답입니다.

네 녀석, 그 여자의...!

그렇게 안 보이죠?

닮지 않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좋아.

아시겠지만,

격통 주문으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고통밖에 재현 못합니다.

그러니 부디 안심하십시오.

7년 전의 그날 밤,

당신이 어머니에게 안겨드린
128가지 고통,

이 몸으로 하나도 남김없이
간접 체험했습니다.

잘 들어, 다리우스 그렌빌.

넌 지금부터 할 말을 찾을 거다.

그 말을 하게 될 때까지,

난 네게 고문을 반복할 거다.

어머니에게 안겨드린 고통을
하나씩 돌려주겠다.

그러니 필사적으로 찾아주세요,

제가 당신이 한 일을 용서할 만한,

당신이 존재했단 사실을 허용할 수 있는,

그런 마법 같은 말을.

잠까...!

배에서부터 찢어져라, 돌로르!

 

할 말은 찾았습니까?

네 이놈...

교사에게 무슨 짓을...!

학교를 통째로 적으로 돌릴 셈이냐...!

논(Non).

손가락에서부터 뒤틀려라, 돌로르.

 

할 말은 찾았습니까?

기다려...

원하는 게 있다면 내가...

논.

사죄... 하마...

하지만 따지고 보면 네 어머니가...

논.

 

논.

 

논.

 

논.

 

논.

 

-돌로르!
-돌로르!

 

할 말은 찾았습니까?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죠?

아직 고작 57회야.

당신이 어머니께 드린 고통의
절반도 되지 않아.

 

입 다물고 있지 마!

할 말을 찾으라고 했을 텐데!

이딴 걸로 충분할 리가 없어!

계속 증오해왔던
다리우스 그렌빌의 말로가!

할 말은 아직이냐, 그렌빌!

 

제, 제발, 끝내... 줘...

 

예스.

 

끝났나, 노르?

응,

끝났어, 그윈 형.

노르...

다가오지 말아 줘, 누나.

 

닿지 말았으면 해,

당신은, 이딴 더러움에 조금이라도.

 

출혈은 멈췄군.

부담은?

평소대로야.

두 번까지라면 어떻게든.

다음부터는 죽음을 각오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렇다면 세 번은 금지다.

경솔하게 그걸 쓰지 마라.

네가 죽으면 모든 게 끝나버린다.

준비는 우리가.

 

배알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이 로드.

너인가, 미즈 카르스테.

밀리건 일을
총괄에게 알려준 것도 너로군.

네.

앞으로도 반드시
기대에 부응해 보이겠습니다.

손발로서 마음껏 부려주십시오.

그래.

 

동지들이여, 집합!

 

신하들을 사열해라, 노르.

이것은 네 대관식이다.

 

군림하고 인도해라,

그분을 배신하고 해친 마인 놈들을
모조리 쳐 죽일 때까지.

그래,

반드시 쳐 죽이겠다.

 

바넷사 올디스,

프랜시스 길크리스트,

엔리코 포르기에리,

데메트리오 아르스테이디스,

발디아 무웨지카밀리,

그리고...

 

이쪽입니다, 선배.

덕분에 살았어.

그 지옥에서 벗어나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될 줄이야.

이 장소는 그들로부터는 숨겨둔 거지?

대체 어떻게...?

 

에... 미...

 

킴벌리 학교장, 에스메랄다.

 

남은 건 여섯 명,

한 명도 이 세상에 남겨두지 않겠어.

한 명도!

 

복수의 검은 즐겁지 아니하고,

상애의 검이야말로 즐겁노라.

 

가타부타 할 것 없어,

앞으로 내 몸으로 직접 확인할 거야,

그 이념이 맞는지.

제6화
어라이즈
(현현)

 

그 시절의 나는

그 무엇도 아닌 "나"였기에

대가 없는 사랑과 따스함에
보호받고 있었어

 

찰나에 지나가버리는 시간은 무정하게도

사랑스러운 당신을 데리고 가버렸어

자그마한 손에 다 끌어안을 수 없는

후회를 남기고

똑… 똑… 고독하게

그저 움직일 뿐인 고동

분노는 어느샌가

괴물처럼 마음을 탐식하고

무언가로 바뀌고 말았어

사랑받고 있던

그날의 "나"는 이제 없어

 

다음 시간
리버시
(양극왕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