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Unnamed Memory 08

「투르다르[보물고]」

 

보물이 산더미네요!

그야 보물고니까요

 

여기에서 파르사스까지
가지고 갈 것을 선별하겠습니다

수상한 건 탑으로 가지고 갈 테니까
그것도 분별해 주세요

- 알겠습니다
- 네

 

어라?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일단 탑으로 가지고 갈까?

 

멈춰 있던 시곗바늘이 나아가는 그 끝에

영원이여, 이어져 다오

Unnamed Memory
sub by 별명따위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이 품 안에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이 단 하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마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일을 붙잡아서

그늘 속에 숨은 시간의 언덕은 이젠 없으니까

전하고 싶은 것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있어

부디

흘러가게 될 그 끝은 이곳에 있으니까

되뇌었던 말을 따라 닿을 거야

날 부르던 그 목소리가 외치네

언젠가 바랐던 마음은 반드시 닿을 거야

네 마음의 곁에 있으니까

sub by 별명따위

~ 초록 덩굴 ~

「미네다트 성새」
[파르사스 동부 야르다 국경]

 

동부 국경 주변은
예전이랑 다름없는 건가

「에드가르드[파르사스 장군]」
 

「에드가르드[파르사스 장군]」
이웃 국가에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작은 다툼 정도는
일어나고 있습니다만

 

「가젠[파르사스 장군]」
 
 

「가젠[파르사스 장군]」
근처 마을이 1년 전,
기마 민족들에게 습격을 받아서 말이죠

 
근처 마을이 1년 전,
기마 민족들에게 습격을 받아서 말이죠

 

병사들이 서둘러
달려갔습니다만

남자들은 대부분 죽었고

살아남은 자들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습니다

 

기마 민족…
「이토」군

갑작스레 대두하더니
끝없는 약탈을 자행하는 유랑 민족입니다

아, 에르제 씨

에르제 씨!

촌장의 아내인 에르제입니다

촌장이 그녀를
감싸다 죽었다는 모양인지

그 후로는 웃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엾게도

 

지금은 오로지 아이들의
놀이 상대만을 해 주고 있습니다

 

엣날, 옛날

우리 마을이 아직
초원에 있었을 무렵

마을에는 무척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어요

 

소녀와 결혼하고 싶다는
젊은이는 끊이지 않았지만

소녀는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어요

멋진 남자가 없었던 거지?

 

어느 날, 말을 타고 온 나쁜 녀석들이
마을을 습격했어요

 

그들은 집에 불을 질러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을 죽이려 했어요

 

하지만 그곳에 푸른 옷을 입은
검사가 나타난 거예요

 

그는 나쁜 녀석들을 쫓아내고

납치될 뻔한 소녀를 구해줬습니다

 

소녀는 감격하여 푸른 검사를
모쪼록 남편으로 삼고자 했지만

그는 그걸 거절하고서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어요

 

 

검사, 멋있다~

저기, 저쪽에서 싸움 놀이 하자!

나도~

 

죄송해요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건지
궁금해져서요

 

실은 이 이야기는

200년 전에 실제로 저희 마을에서
일어났던 사건이에요

 

푸른 검사가 말하길

그는 구한 소녀의 아들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즉, 그는 미래의 시대에서
왔다는 건가요?

 

그렇게 되겠네요

푸른 검사는 소녀가 그때 기마 민족 중
한 명에게 납치되어 태어난 아이라고 해요

 

그리고 어머니의 불우한 처지를
바꿔 주고자

과거에서 왔다고 얘기했다고 해요

 

그가 알고 있는
과거를 바꾼다면

그 자신이 태어나지 않게 돼버려요

하지만 그는 그걸 알고도
자기 어머니를 구했다

그런 얘기예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였다면…

 

과거는 바꾸지 않겠네요

 

훌륭하군

준비된 방이 하나밖에 없다길래
이걸 어째야 하나 싶었다만

설마 고양이 모습으로
바꿀 줄이야

같은 침실이면 밤에 빠져나갔을 때
알 수 있으니까 마침 딱 좋겠네요

정말로 신용이 없나 보군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신기한 거예요

 

내일도 하루 종일
그 모습으로 있을 건가?

 

왜 그래?

 

동조당했어요

동조?

진정하고 설명해 봐

 

깊이 잠들어 있어서

파장이 맞은 꿈을
제가 받아들인 것 같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 성새 안에 강한 정념을 가진
꿈을 쏟으면서 자는 사람이 있어요

아마도 마력을
가진 사람이고

제어 훈련의 경험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꿈이었지?

 

증오스러운 상대를
잊지 못하게 된 꿈

 

이웃 국가인 야르다는 요즘 들어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군

지금은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계속해 경계를 하겠습니다

부탁하지

 

슬슬 돌아가 볼까?

아직 마을을 더
돌아봐야 하니까

 

「이토」인가

 

티나샤, 움직이지 마
얌전히 있어

 

내 이름은 하비
「이토」의 수장이다

 

원하는 게 있어서 왔다

도적 따위가 거만하군

지금 이 자리에서 모두를
쓸어버려도 개의치 않는다

이 상황에서 큰소리를
잘도 내뱉는군

너희가 뭐라고 생각하든
약탈은 일족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강한 자가 빼앗는다

우리는 이 삶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

 

뭘 원하지?

 

여자다

 

여자?

1년 전, 내가 미처
약탈하지 못한 여자

그걸 걸고서 붉은 바위의
광장에서 결투를 벌이겠다!

 

마치 거인의 우리 같군

이곳은 이토의 성지다

먼 옛날, 이방인인 신이
찾아왔다고 하지

신?
아이테아인가?

아이테아신의 자식인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그 이름은 소실되고 말았다

다른 곳의 신이다

다른 곳의 신?

 

이곳, 왠지 이상한 기척이 느껴져

 

제가 모두를 전이시킬 테니
다른 곳에서 싸우지 않을래요?

성의 훈련장은 어떤가요?

그건 재미있어 보인다만
저쪽이 납득하질 않겠지

바로 이기면 될 일이다

 

내가 결투에서 이기면

앞으로 파르사스에서
약탈 행위는 일절 금지한다

이를 어겼을 경우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겠지?

 

사정은 들었나?

 

그, 그 남자는…

제 남편을 죽였어요

 

네게 있어서도
증오스러운 상대겠지

저, 저는…

 

오랜만이군

 

데리러 왔다

 

시작!

 

승부는 났군

약속은 지켜줘야겠다

 

에르제…

 

그녀의 꿈이었나

 

티나샤, 녀석의 팔을
붙여 줄 수 있겠어?

거절하겠어요

그럼 지혈해 줘

 

이걸로 괜찮겠죠

 

거기에서 도망쳐!

 

이건 뭐지?

전이…시킬게요…!

 

위험하군

저걸 멈춰야 해요

그래

 

티나샤?

 

저건?

 

티나샤!

 

괜찮아?
티나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고양이라서 젖는 건 싫어!

왜 그래?
좀 진정해!

사람 모습으로 돌아오면 되잖아!

 

이곳은 대체 뭐예요?

그건 나도 알고 싶다

 

괜찮아?

아까는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만

외부의 마력 간섭 때문이에요

땅 속에서 어떠한 힘이
체내 마력을 향해 달려들었어요

내장을 마구 휘젓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속이 울렁거려서 구성조차
짤 수도 없었어요

「이토의 성지」
속이 울렁거려서 구성조차
짤 수도 없었어요

 

이곳은 이토의 성지
바로 아래

벽에 새겨져 있는 건
그들의 역사일까요?

 

과거,

마법구…

기억하는 일족?

 

오스카

 

이게 아마도 아까 저희를
습격해 왔었던

이방인인 신이에요

 

「북방에서 온 신이

사람들 사이에 뒤섞여 있던
마의 존재를 찾아내 죽였다

모두는 신에게 감사하며

또한, 그것을 경외시하며
신의 침소를 만들었다」라고…

 

여기 적힌 "마의 존재"는

암흑시대 초기에 사용됐었던
마법사의 멸칭이에요

당시 마법사는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했으니까요

 

이 신은 마력에 반응해
마법사를 색출하는 것으로

이토에게 있어서 매우
귀중한 존재로 취급됐던 거겠죠

 

그래서 성지를 침소로
만들었다는 건가

그런데 마력에 반응한다는 건
정체가 뭘까?

안개처럼 보였는데 마족인 건가?

아뇨, 아니에요

그건 그런 게 아니라

 

리테…디?

 

「그 존재 앞에서는 마력을 가진 자는
정신도, 육체도 멀쩡히 존재할 수 없으며

마력을 폭주시켜,
사람들을 상처 입힌다」

설마…

 

대륙 북부의 대국에서
숭배받는 신

 

타이리의 유일신
이리티르디아인가

 

마법사 박해의 원흉

 

오스카, 당신은 여기에서 기다린다거나―

안 해

그러겠죠!
예상은 했지만요!

강제 전이로 송환하고 싶어…!

그보다 너는 괜찮아?

아까처럼 되는 거 아니야?

다음에는 방벽을 펼칠 거예요
더 이상 고양이도 아니니까요

굳이 언급하자면

아카시아가 없는
당신이 더 불안하다고 해야 할지

 

마침 눈앞에 있으니
이걸 빌리도록 하지

 

《물러나라》

 

한계가 오게 되면
포기해도 돼

 

에르제?

 

이리티르디아에게
육체를 빼앗긴 건가

위험하군

 

어이, 어이
그렇게 나오는 거냐!

 

제법이잖아

 

괜찮아?
얼굴이 하얗게 질렸는데

지독한 뱃멀미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나는 그 정도로까진
느끼지 않는다만

제 마력은 반쯤 후천적으로
얻게 된 거라서

영향을 받기 쉬운 거겠죠

그 점에서 당신은
마력을 봉인당했으니까요

봉인?

 

그 얘기는 신경 쓰이니까
나중에 물어 볼 거다

그래서

저 상태에서 에르제를 죽이지 않고
이리티르디아를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겠어?

 

어렵겠네요

마법이 잘 먹히지 않아서
끄집어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몸을 상처 입히지 않고
내부만을 멸해버리는 건 어렵겠죠

그 벽화에 그려져 있던 인간 모습도

저렇게 빼앗은
인간이었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아카시아가 우선이겠네요

그건 이리티르디아도
소멸시킬 수 있는 것 같으니까요

 

오스카?

그래

하지만 아카시아로 에르제를 벴다간
죽게 될 텐데

네, 하지만 저걸 외부로
나가게 두었다간…

 

저 여자는 죽이게 할 순 없어…!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리티르디아에게 몸을 빼앗긴 그녀가

외부로 나가게 두었다간
대참사가 벌어지게 돼요

 

가까이 간 것만으로도
마력을 가진 인간은

자멸하거나, 미쳐버릴 수도 있고

마법사가 폭주하면 주변 사람들도
무사하진 못해요

저건 무고한 죽음을
전파시키는 현상이에요

당신은 또 같은 역사를
반복할 셈인가요?

 

그것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당신부터 죽여드릴게요

 

저 여자가 누구를…
얼마나 죽이게 되든 상관없어!

 

그녀를 구해줘…!

 

어쩔 수 없네요

 

당신은 제가 세계의 적이 되면
죽여주시겠어요?

 

그게 더 이상 결코
뒤집어지지 않는 사실이라면

 

당신이 그렇기에
저는 싸울 수 있는 거예요

 

가요

 

이리티르디아

너를 각성시킨 건 나겠지

오래된 봉인 속에 있었던 너는

내 마력에 반응해서
각성하게 되어

그 여자를 흡수했어

 

오도록 해

수많은 자를 죽이고,
미치게 만들며

역사에 상흔을 남긴 신이여

이 대륙의 마법사 중 한 명으로서

『푸른 달의 마녀』가 상대해 주겠다

 

가지 마!

 

와라

 

티나샤, 그만둬!

 

티나샤!

 

아직이에요…

아직이라니 뭐가 말이지?

아까 그 수정
바깥으로 꺼낸다

그래서는 놓칠지도 모르잖아요

 

여기예요
할 수 있겠죠?

 

나더러 네 배를
찢어버리게 만들 셈이냐?

당신이라면 작은 상처로
끝낼 수 있잖아요?

막무가내 부탁도
정도가 있지!

혹시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고 계세요?

부추기지 마라, 멍청한 녀석!

네 물러터진 생각에
기가 찬 것뿐이다

고양이냐!

고양이가 아니에요

 

알겠어
해 주마

 

너는 내게 유일무이한 존재다

 

여유롭게 이기자

네, 물론이죠

 

오스카, 저는 지금껏 쭉
이 신을 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부탁드려요

 

괜찮아?

안에 파편이
남아 있다거나 하진 않겠지?

남아 있다면 아무리 저라도 알아요

괜찮아요

 

그보다도 그녀는요?

에르제라면 치료한 뒤에
마을이 있던 곳에 바래다 줬다

그럴 마음이 있다면
자기 발로 돌아오겠지

 

그렇겠네요

 

인간의 모습 그대로 자는 건가

나의 같은 침실이라는 건
잊은 거 아닌가?

당신의 이성이
튼튼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러다 조만간
호되게 당할지도 모른다

고양이 모습으로 있으면
몸을 둥글게 만들어 버린다구요

팔다리를 쭉 뻗고 싶어

 

1시간만 자게 해 주세요

 

제대로 자 둬

 

무슨 일이 있든 지켜주마

 

뭐… 뭘 하는 거예요

미안, 나도 모르게

 

모, 모처럼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긴 세월을 엮는 빛의 바늘

넣어둔 그 상자 속

태어나고, 다시 사라지는 것

용납받을 수 없는 축복을

모이고, 다시 떨어져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인간은 흘러가는 운명과

돌아오는 원 속에서

계속해 방황하는 네가 어디로 간다 하여도

푸른 빛 사이를 넘어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길을

나아가는 그 너머에

네게

인도해 주는 것은 함께 사랑했던 기억

언젠가 갈라졌던 가지의 끝이

서로 맞닿게 됐을 때

꽃을 피워내는 봉오리에

다시금 저주하며 소망하네

안녕을

 

~ 이해할 수 없는 것 ~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