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

예선 대진표가 발표됐는데요...

 

저랑 아렐 씨, 같은 블럭이였어요!

올해도 본선 출전을 놓치는 게
결정나버렸어요...

 

검신배에 예선이?

 

참가자가 많으니까.

본선은 각 블럭의 우승자끼리 이뤄져.

 

저의 검신배는 끝났어요...

 

그렇게 낙심하지 마.

어차피, 리리아의 실력으로는
본선에 출전하는 건 어려웠을 거잖아.

그런 식으로 위로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해요!

 

라이나는 다른 블럭인 모양이네.

다행히.

 

하지만 그래도 강적은 많아.

올해야말로
예선을 돌파해내고 말겠어.

 

파파한테 보고 해야 하니까.

응,

파파, 절대로 기뻐해주겠지!

 

아, 아니다!

아, 아버지, 아버지다!

평소엔 파파 같은 소리 안 하니까!

 

확률은 낮지만,
저도 포기 안 해요!

 

그렇게 됐으니 두 분 다!

오늘도 던전에 가요!

 

나도 같이 가?

 

당연하죠!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 때도

아렐 씨가 있으면 괜찮으니까요!

 

자신이 어떻게든 한다는
발상은 없구나.

 

오늘도 던전에서 특훈이냐?

 

조심해라.

네.

 

방심하지 말고.

게오르그의 함정이
더는 없다곤 보장할 수 없어!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돌아와주거라.

알겠지?

 

네.

 

다녀오겠습니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군.

 

하지만 나도 슬슬
주정뱅이에서 아버지로,

검사로 돌아가야지.

 

무직의 영웅

 

검신배

 

자, 올해도 시작됐습니다!

검신배 예선 대회입니다!

 

아, 져버렸어요.

올해야말로
결승전까지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내가 없어도
리리아는 예선 패퇴이었구나.

 

어, 어차피 저 같은 건...

리리아랑 상대하는 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절대로 그런 생각 안 했죠?

 

아, 아무튼 다음은 예선 결승이에요.

아렐 씨가 강한 건 알고 있지만,

절대로 방심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다음 대전 상대는
특수한 스킬을 쓰니까 조심해주세요!

 

특수?

던전에서 대부분의 스킬은 봤는데.

 

아렐 씨가 지금까지 보아온 건

전부 다 검사계 스킬이죠?

응.

그녀는 검사계가 아닌 스킬을
가지고 있어요.

무슨 소리야?

 

저 사람의 직업은 마법검사.

검에 마법 효과를 부여해서 싸워요.

 

검사 대회인데,

마술사가 나와도 괜찮은 거구나.

 

길드에 등록되어 있으면

검사계 직업이 아니어도
출전할 수 있어요.

그렇구나.

확실히, 무직인 나도
출전할 수 있을 정도니까.

 

슬슬 스테이지로 올라와주세요.

 

아렐 씨, 힘내세요!

 

응.

 

싸우기 전에 말해두겠는데,

마법검사도 어엿한 직업이야.

마법이 비겁하니까 졌다든가,

꼴사나운 변명만은 하지 말아줄래?

물론, 이긴 자가 보다 강하다,

그것뿐이야.

 

그럼...

시합 개시!

 

받아라!

 

에잇, 에잇, 에잇, 에잇!

 

아직 아직!

 

검과 마법으로 근거리와 원거리에 따라
적절히 쓸 수 있다는 건

제법 편리한데.

 

그렇지?

무직인 네가
이길 만한 상대가 아니야, 난.

 

하지만, 둘 다 어중간하다고 하면
어중간하네.

 

마법도 검도
상급직의 그것에는 못 미쳐.

 

이걸 보고도
같은 소릴 할 수 있을까?

 

마법검!

 

불꽃의 검이구나.

 

검에 마법 효과를 부여하는 스킬.

마법검사만이 다루는 게 가능한
최강의 검이야.

 

어이쿠, 이건 맹렬한 공격입니다!

 

불규칙한 움직임이라서

검의 궤적을 읽기 힘들어.

좋은 스킬인걸.

 

확실히 갈고 닦으면
최강의 검일지도 모르겠네.

 

그렇지?

 

하지만 역시 어중간해.

뭐?

하다못해 검의 기술이

리리아보다 나았으면
그나마 쓸만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은근슬쩍 디스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무직 주제에,
바보 취급 하지 마!

 

쌍날 베기.

 

그럴 수가, 불꽃이 사라졌...

 

축지.

 

좋은 스킬 잘 봤어.

역시 검의 도시인 만큼

배울 게 많네.

 

제4조 우승은 아렐 선수!

 

나도 특훈하면
마법을 배울 수 있을까?

 

며칠 뒤

 

자, 아빠,

본선회장에 응원하러 가요.

 

아렐 씨의 응원을 해야죠.

 

혼자서 가.

 

그런 소리 말고 가요!

절대 안 가!

 

본선 출전자가 있는 길드는
좋은 자리를 킵해준다고요.

이런 기회, 좀처럼 없어요.

 

싫어.

 

혹시,

게오르그를 만나는 게 무서운 거예요?

 

어이, 바보 딸이!

 

그럴 리가 있겠어?

 

어제 검을 들고 자각했어.

내 실력은 너무 둔해져서
지금은 검신배 우승도 힘든 수준이야.

 

아빠...

 

본선에 손이 닿는 사람의 심정 따윈
하나도 모르겠네요!

리, 리리아?

됐으니까 얼른 준비하세요!

안 그럼 밧줄로 묶어서라도
데리고 갈 거예요!

 

알았어, 알았다고!

 

안 간다고 하면서도

어차피 나중에
몰래 관전하러 갈 생각이었죠?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야...

 

아직 아직이지만,
어제보단 좀 나아졌는데.

 

정말인가요?

응, 이런 식으로 열심히 해라.

네!

 

길드 멤버의 성장을 보는 거
엄청 좋아하잖아요?

 

이번 대회는 쭉 지도해왔던 라이나도
본선 출전하니까,

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네 엄마를 닮아가기 시작했네.

그거, 칭찬 맞죠?

 

라이나.

 

괜찮아?

 

갑자기 들여다보지 마!

 

평소랑 다르게 침착함이 없는걸.

 

도시 최대의 대회라고.

긴장하는 게 당연하잖아.

 

그래?

 

심지어 본선은
시합 직전까지 상대는 비공개야.

대책조차 생각 못해.

당연히 긴장할 거 아냐.

 

그렇군.

초전에 나랑 붙어버리면 어쩌나하고
불안한 거구나.

우쭐대지 마!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제1 시합 대전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우선은 지난 대회 왕좌,

검제 게오르그!

 

게오르그!

 

이어서 대전 상대는

무직 아렐!

 

나야?

 

왜 그래?

 

아니, 그, 큰 뜻은 없는데,

...가 아니라!

아렐, 충분히 조심해.

응, 다녀올게.

 

아렐 씨!

 

뱀 남자 따윈 날려버려주세요!

 

저건?

 

저게 게오르그인가요?

마치 괴물 같은데요?

 

대체 무슨 일이?

 

아렐, 녀석에게 접근하지 마!

 

게오르그는
최악의 무기를 들고 있어!

 

무슨 소리죠?

 

저 검은
강력한 마족을 봉인시킨 물건이야.

 

이 검을 알아보는 자가 있을 줄이야,

너 궁중의 자이냐?

 

아버지를 모르고 있어?

봉인당해있던 마족에게
빙의당한거 같군.

 

검신이 마족을 베어죽였을 때,

원념이 들러붙었다고 알려진 검.

 

확실히 왕궁의 보물전에
엄중히 봉인되어 있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여기에?

 

봉인이 풀린 것 외에
뭐가 있겠나?

당시를 알던 자가 전부 죽고,

과거의 공포가 멀리 잊혀지기를
수백 년 정도 기다린 거다.

그리고 강함을 원한 나머지
내 힘을 해방하려드는 자가 나타나기를

난 쭉 기다려온 거다.

 

내 이름은 드루겔다.

자, 오랜만에 놀아보도록 할까.

 

드루겔다, 라고?

 

라이나, 알아?

역사 수업에서
누구나가가 반드시 배운다만?

그랬었구나.

 

아주 먼 옛날에
악신이 소환했다고 알려진 마족이야.

전설은 사실이었구나.

 

드루겔다?
그 전설의 귀신 말이야?

도시를 몇 개나
멸망시켰다던 녀석이잖아!

 

큰일이야!

이런 곳에 있다간 죽어!

도망치자!

 

좋은 목소리군.

역시 공포와 절망의 비명은
듣기가 참 좋군.

하지만 수백 년의 따분함을 메우기엔
전혀 부족해.

 

좀 더, 좀 더 비명을 질러라.

 

절망해라!

 

대체 무슨 짓을?

 

뭐야, 이건?

꺼내줘!

 

얼른 좀 가!

 

밀지 마!

더이상 갈 수가 없다고!

 

설마, 밖으로 못 나가도록
결계를 펼친 거야?

 

마족은 그런 짓도 가능한가요?

 

좋아, 좀 더 울어라, 아우성쳐라.

단말마를 뒤집어쓰며 하는
살육은 최고지.

 

내 마술을 보고도 아직도 맞설
마음이 있는 자가 있을 줄이야,

분수를 모르는 어린애 놈.

 

아니,

이길 수 있을거 같으니까
네게 검을 들이대고 있어.

뭐라고?

너, 옛날에 검신에게 쓰러졌지?

즉, 무적이 아니란 거야.

 

뭐?

그게 뭐 어쨌단 거지?

 

확실히 난 검신에게 한 번 패배했다.

 

하지만,

이 몸의 기억에 따르면

아무래도 검신은 더이상

이 세상에는 없는 모양이더군.

 

이건 즉,
날 이길 수 있는 자는 없다는 뜻이다.

아닌가?

 

두 가지 정정이 필요하겠는데.

뭐라고?

 

첫째,

지금의 세상에도 검신은 있어.

 

그리고 둘째,

딱히 검신이 아니어도
널 쓰러트리는 게 가능해.

 

무슨 바보 같은 소릴!

 

지, 지금 건... 신족통?

 

바보 같은!

그건 검신의 스킬일 터.

어, 어째서 네녀석이 검신의 스킬을?

 

그걸 가르쳐줄 이유는 없는데.

 

건방진 것.

하지만 이 신체가 검제란 걸 잊었느냐!

 

죽어라!

 

하찮은 것.

 

아니, 잠깐?

 

뭐...

뭐냐, 이건!

 

강건.

라이나와의 특훈이
효과를 발휘했네.

 

인피니트 브레이크!

 

말도 안 돼!

방어해내지 못하겠어!

 

이건 그야말로
과거의 검신과 똑같은 스킬...!

 

설마, 네녀석이 검신이었을 줄이야.

 

아니, 틀렸어.

난 그냥 무직이야.

 

쓰러트린... 거야?

어떻게 된 거야?

 

어이, 어이, 괜찮겠어, 다가가도?

 

가호는 다 떨어지고, 이 대미지...

 

반격은 무리겠지.

 

굉장해!

귀신을 쓰러트려버렸어!

 

또 다시 봉인이라니
하게 놔둘거 같으냐.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이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지.

 

지금은 저 소년에게서 벗어나서,

어딘가에서 힘을 길러야만 해.

 

도망치려면,

여기 있는 다른 인간에게
갈아타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이 중에서 저 소년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만한 육체를 가진 자 따윈...

 

찾았다!

 

두 사람 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리리아도.

하지만 대회는 재개될까?

 

어려울 것... 같죠?

 

위험해!

 

리리아!

 

그럴 수가...

 

리리아, 스승!

괜찮아?

 

네.

전 괜찮아요.

아빠가 지켜줘서...

 

일어서라.

 

스승?

 

이번엔 아저씨한테 빙의한 거야?

설마 검이 본체였을 줄이야.

게오르그보다도
마검을 공격했어야했구나.

 

눈치채는 게 늦었군.

그렇다면 다시 쓰러트리면 될 뿐이야.

아니, 넌 날 보내는 수밖에 없어.

날 공격하면
네 혼약자가 죽으니까!

 

뭐?

정말이지 전혀 기억에 없는데.

 

속이려들어도 소용없다.

이 몸의 기억에 있다,

네가 혼약자라고,
이 계집이 말한 것도!

 

안 돼, 그걸 말해버리면...

 

좋아, 둘 다 베자.

 

인피니트...

진정해, 아렐!

 

어이!

이 계집이 정말로
어떻게 되든 상관없나!

그거 알아?

인질은 가치가 있는 인간 말곤
성립하지 않아.

지금까지 중 최대로 심한 말이에요!

 

어이, 어떻게 된 거지?

 

잘못했어요!

미래의 남편이란 건 거짓말이에요!

한때의 충동이었어요!

뭐든 할 테니까,
죽이지 말아주세요!

 

-이 바보가!
-잘못했어요!

가치 없는 녀석의 말 따윌 듣겠나!

 

자업자득이네.

아무리 그래도 리리아가 불쌍해.

 

안심해, 어차피 저 녀석은
리리아를 죽이지 못해.

 

뭐라고?

 

설마 내가 계집 하나를 죽이는 데에
주저하기라도 한단 거냐?

바보 같은 것.

지금 당장 잘게 썰어주마.

 

뭐라고?

안 움직여져?

 

어째서지?

 

그렇게 둘거 같냐, 빌어처먹을!

 

아빠?

 

이건 내 몸이다!

멋대로 쓰지 마!

이 자식!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게오르그가 빙의 당했을 때와 다르게,

육체가 변화하지 않았잖아?

 

듣고 보니...

아마도 아저씨가 몸속에서
저항하고 있겠지.

 

역시 게오르그보다
아빠가 더 강하군요!

 

왜 날 받아들이지 않는 거냐?

난 다 알고 있다,

네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힘을 바라고 있는 걸!

 

얼마 전의 나였다면,

틀림없이 네놈의 유혹에 졌겠지!

 

하지만 말이야,

저기 저 꼬맹이가 깨닫게 해줬다고!

 

자기가 죽도록 노력하면
과거의 영광쯤은 금방 되찾을 수 있다고!

 

그러니!

뭣!

 

그만둬라!

 

네놈 따윈 필요없어!

 

내쪽으로 향할 줄이야,
아주 잘 됐어.

 

그만둬!

 

이번에야말로 쓰러트렸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