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당신은 저승님 11

일루미네이션에 눈이 쌓이면
뿌옇게 빛나서 더 아름답게 보여

나, 그걸 보는 걸 좋아하거든

 

그것도 내가 (유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야

 

무슨 이상한 소리 했어?

아뇨

 

히토요시 님께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 게 기뻐서

 

제 얘기가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그게 왠지 유쾌하게 느껴져요

 

어라?

 

어라…?

 

사랑의 정의란 뭘까?

 

예전에 자주 같이 놀았던
여자애한테 고백한 적이 있어

 

그리고 그 애는 그렇게 말했어

 

히토요시 군은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보낼 약속을
하고 싶은 것뿐이야

 

「듣고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참을 수 없을 만큼 외로워서…

그 애와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
구원받은 기분이 들어서

그래서 고백한 거다

 

그 후로 그 애하고는
놀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내 고백은
그 애를 상처 입혔고

차인 것보다도
그게 더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녀 말대로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면

내가 지금 끌어안고 있는 감정은
대체 뭘까?

 

당신은 저승님.
sub by 별명따위
현관 문을 두드리면서

당신은 저승님.
sub by 별명따위
미끄러지듯 달려오며

방황하며 찾아온 온기는

모르겠어

 

네게서 위험을 없애주고

내게서 불안을 빼앗아 주는

절묘한 밸런스

하지만

 

랏땃땃따

너와 함께라면 춤출 수 있을 것 같아

지금까지 보였던 경치와는 많이 달라

아아, 나는 분명

앞으로도 쭉

어차피 평범해질 수는 없으니까

지켜줄게

예를 들면, 지금쯤

서로 다른 행복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모르는 채여도 괜찮아

 

곁에 있게 해 줘

 

sub by 별명따위

 

10화 『당신의 기도는 신의 기도.』

 

히토요시 님,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

 

아!

아니, 이건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잘못한 거야!

최근 계속 악몽을 꾸던 유키 씨한테

뭐, 옆에서 자는 정도라면
언제든지 말해

그런 말을…

지껄이고 말았어!

그때의 내가 밉다!

 

결국 한숨도 자지 못했어

이대로는 몸이 못 버틸 것 같은데

거기다 타이밍도 안 좋게
겨울 방학이라서

둘이 있는 시간도 길고!

 

히토요시 님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

오늘은 연말이라
대청소를 하는 날이라서

일찍 일어날까 해서…

 

이건 좀 구차한 변명이겠지?

 

아, 나는 지금 뭘 하는 걸까?

 

이대로는 안 되겠지?

유키 씨에게 있어서도,
나한테 있어서도

 

미안해, 히토요시 군

 

하지만 유키 씨한테
마음을 전해 봤자

뭐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겠지?

그야 유키 씨는…

 

걸레질

내가 걸레질을 하는 건
이 집에 온 이후로 두 번째야

[큰 추태]
그때는 큰 추태를 보이고 말았지만

오늘은 오명을 반납할 찬스야

반짝거리게 만들자

그러면 히토요시 님도
기운을 차리실 거야

 

유키 씨, 그밖에도 쓰레기 더 있어?

 

데자뷔…

 

죄송합니다…

나는 위에 있는 녀석이
원인이라는 걸 알아

이 녀석!
유키 씨를 방해하지 마!

 

그건 그렇고 역시
유키 씨는 변하지 않았네

오전 중에 목욕실을
청소했으니까 들어가…

 

히토요시 님

 

아, 그러니까…

나… 나, 목욕물 받아놓을게!

 

유키 씨는 변함없어

사람으로서 성장하긴 했지만

역시 만났을 때부터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이라

언제나 순수하고

솔직한 마음으로
가족처럼 따라주고

나는 그게 정말 편했어

 

그런데 내가 그걸
부수려 하고 있어?

 

미안하구나
히토요시

 

히토요시 군은
분명 외로운 것뿐인 거야

 

그런 기분을 맛보는 건 이제 싫어

유키 씨까지 내 앞에서 사라지는 건…!

 

히토요시 님, 괜찮으신가요?

아침부터 어딘가
상태가 이상하셔서…

어딘가 몸이라도
안 좋으신 걸까요?

아, 아니

서둘러서 목욕물을
받아두려고 했더니 나도 모르게…

 

저 싱글벙글한 표정!

"무릎베개를 준비해 두겠습니다"라는 얼굴!

이렇게 정서가 불안정한데
그건 안 돼요, 유키 씨!

 

이 상황에서
어린애 같은 눈망울은…

지금만큼은 회피하고 싶어!

 

저기…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무릎베개는 역시 좀 부끄럽다고 할까…

보, 보통은 말이죠!

고등학생이 여성에게 무릎베개를
해 달라고 하는 건

상당히 도전적인 행위라고 할지…

역시 히토요시 님도 제게
애정이 식으신 건가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실수만 해서…

 

유키 씨, 그거…

에?

 

왜, 왠지 눈이 뜨거운…
뜨거운데 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미안!
나는 그럴 생각이었던 게 아닌데!

유키 씨를 보고
한숨이 나온다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

 

울려버렸어!

어쩌지, 나!?
어쩌면 좋은 거지?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곧잘 도망침]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자존심 X]
 
 

[자존심 X]
하지만 전부 내가
잘못한 거라는 건 알겠어

아, 그렇지!

목욕!

몸이 식으면 안 좋으니까
목욕하고 나오는 게 어때?

그렇네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목욕이라니!

방금 그 발언은
진짜 아니잖아!

 

최악의 한 수잖아?

 

진짜로 나는 뭘 하는 걸까?

 

유키 씨가 신경 쓰게 만들기나 하고

 

그 후로

어라?
무 사는 걸 까먹은 거야?

뭐, 없더라도―

일이면 일마다

죄, 죄송합니다…

유키 씨의 눈물샘은
대붕괴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막을 방법을 알 수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최대한 유키 씨를
슬프게 만들지 않도록

 

죄송합니다

 

심혈을 기울였다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
유키 씨 때문이 아니니까

 

그, 그걸 위해서라면

곁에서 자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자, 잠이 안 와?

61, 67…

이틀 동안 한숨도 못 자고
밤을 지새웠고

1093, 1097, 1103, 1109…!

 

마침내 새해 마지막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졸려

그래도 유키 씨 덕분에
방도 정리됐으니까

내년에는 제대로…

 

 

푹신해

 

히토요시 님, 산책을 나가는 김에
저녁 찬거리라도 사러…

히토요시 님?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그럼 내년에 봐!

 

응, 좋은 한 해가 되길!

 

[연말연시 쉬도록 하겠습니다
점주]

[카츠타 반찬 가게]
 

 

죄송합니다
해넘이 국수는 다 판매되었어요

어머, 그런가요?

 

그러니까…

 

연말 특별 한정 세일입니다!

완전 부족해

아, 어쩌지

 

오세치 세트는 이쪽입니다

 

연말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달라

 

오, 아가씨
눈이 높은데!

최고급 로스트 비프야

몇 g?
덩어리째로?

좋은데~
덤으로 더 얹어줄게

 

히토요시 님,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산책과 함께
저녁 찬거리도 사 왔습니다

에, 정말?

오늘 밤은 유키 씨가
정말 좋아하는 오코노미야키로 하려고!

그리고 있지

짜잔!

로스트 비프도 사버렸어!

 

로스트 비프…!

유키 씨?
유키 씨!?

 

이거야~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지?

내 건 썰린 거고,
유키 씨 건 썰리지 않았으니까

 

오오, 맛있어 보여!

아, 억지로 전부
먹을 필요는 없어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습니다…

 

응, 맛있지?
 

응, 맛있지?
나는 진짜 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진짜 뭘 하고 있는 걸까?

 

결국 또 유키 씨를 울렸어

 

좀 더 제대로 해야 해

 

내일은 아빠가 돌아오니까

 

유키 씨, 오빠~

새해 복!
올해도 잘 부탁!

새해 첫 참배 가는 길에
데리러 왔어~!

 

안녕하십니까
리코 님

둘 다 준비됐어?

자, 가자!

 

그게…

아까 말을 걸어보긴 했습니다만

전혀 일어나지 않아?

네, 상당히 지치신 모양이라

그렇구나
곤란하네

무언가 문제라도?

어라?
유키 씨, 듣지 못했어?

 

1월 1일
오늘은 오빠의 생일이야

히토요시 님의?

맞아, 그래서 매년 첫 참배를
갔다 온 뒤에 다 같이 모이는 게 연례행사인데

히토요시 님의…

뭐, 생일선물을 주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있어도, 없어도 실은
그렇게 다름없…

 

생일인 줄 몰랐습니다…!

눈물이 나올 때
그런 소리 나는 거야!?

 

그보다 유키 씨가
우는 건 처음 봐

네… 그…

 

아무래도

눈물샘이라는 것이
망가진 모양이라…

정말로?

그래서 어떤 것을 계기로
울게 될지 몰라서

역시 저는 집을
보고 있겠습니다

알겠어!

 

무리는 하지 말고!

나도 친구하고 참배를
갈 예정이니까 괜찮아!

 

그럼 또 올게

 

나카 씨

「오늘은 유키 씨하고 요코야 군은
첫 참배를 하러 오시나요…?」

 

[문자에 말을 거는 전 암살자]
 

[문자에 말을 거는 전 암살자]
집에 있으려고 하는데요…

 

「같이 참배를 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서…」

 

나카 씨하고 참배를…

 

아, 유키 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셨네요!
사복 귀여우세요

혼자 오셨나요?

실은 첫 참배라는 게
뭔지 모르겠는데요

 

그럼 참배하는 것도?

네, 이런 행사에는
어두운 편이라서

새해 첫 참배는

올해 첫 소원을
신에게 기도드리는 날이에요

그런가요

 

저 하얀 좋이는…

저건 오미쿠지예요

종이에 올해 운세가 적혀 있어요

뽑아 보실래요?

 

왠지 이렇게 상대가
모르는 걸 가르쳐 준다는 건

굉장히 친구 같아

이미 친구인가~

 

저는 대길…

 

에? 방금 콸콸 하고!

콸콸 하고 소리가 났어!?

그, 그것도 멈추질 않아!

어, 어딘가에 잠시 앉으실래요?

 

「잃어버린 물건이 나오지 않아
다른 곳으로 넘어가다」…

분명 히토요시 님과 떨어지게…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최근 히토요시 님의
상태가 전과 다른 것 같아서…

 

저를 대하는 태도가
서먹서먹하게 느껴지는 일이 있어서…

 

어쩌면 언젠가 저는
히토요시 님께 필요 없는 존재가 돼서…

 

히토요시 님과 함께
있을 수 없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렇게 생각했더니…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히토요시 님께
미움을 받으면 어쩌지…

 

저기, 저도 계속 눈물이
멈추지 않는 날이 있었는데

나카 씨도?

네, 어릴 적이지만요

그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였어요

 

아, 슬프게 만들려는 생각은…!

 

단지 그때 문득 어머니가
생전에 하신 말씀이 떠올랐어요

 

"눈물은 슬픈 마음이
넘친 만큼 흐르는 거다"라고…

"그러니까 잔뜩 울렴"이라고

 

분명 유키 씨의 눈물이
멈추지 않는 건

지금껏 참았던
슬픈 마음까지

같이 바깥으로 나온 건 아닐까요?

그러니까 우는 건
나쁜 일이 전혀 아니에요!

 

이렇게 된 이상 슬픈 기분이
전혀 흘러가 버릴 때까지

울고, 울고, 막 울어 봐요!

그러면 언젠가 미소를 짓는
유키 씨로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나카 씨

 

진정이 되면 소원을 빌고서

오미쿠지의 나쁜 운을
신한테 비는 걸로 채워 봐요!

 

참배 방법은 말이죠

 

두 번 인사

 

두 번 박수

 

리코 님도, 나카 씨도

히토요시 님도 나를
신경 써 주시고 계셔

올해도, 앞으로도
모두와 함께 있고 싶어

 

[아빠]
 
[첫 참배에 다녀오겠습니다
- 유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당연한 일상이 저 멀리 보여

천지창조보다도 어려워

인력에 빨려들어가듯 쏙 자리잡은

네가 사는 상자 속

깨지 않은 채 궤도 위에 있고 싶어

잊고 있었어

기쁠 때에도 눈물이 나온다는 걸

슬플 때에는 그것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걸

 

눈부시고 따스한 세계

또 늘었어, 다른 표정들

어디까지가 나일까?

점점 모르게 돼

"좋은 아침"도, "다녀오겠습니다"도

네가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야

흔한 일상이 호박색을 띤 빛을 비춰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