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렌과 마지막으로 만난 뒤로 3년.

수도 없이 반크라이프트 가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전하,

기껏 와주셨는데
대단히 면목 없습니다만,

본일도 에렌 님께선
부재 중이십니다.

 

그렇군.

 

그녀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

 

부디, 들어오셔서
음료라도 한 잔 어떠십니까?

 

고마워.

자, 자, 부디 이쪽으로.

 

최근 로렌은 우리들을
저택 안으로 맞아들여주게 되었다.

 

아마도 매번 문전박대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받은 게 틀림없어.

 

그리고...

 

에렌이 이 저택에 없단 걸
납득시키기 위해서겠지.

 

늘 그렇지만 맛있네요, 이거.

 

언젠가 만날 수 있을까?

 

너희들, 누구야?

 

너는?

 

이 집의 당주,
사우벨 반크라이프트의 딸이야.

 

너희들은 누구야?

 

로렌에게서 못 들었어?

 

몰라!

할아범은 나나 어머니한텐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걸.

그래서, 무슨 볼일이야?

 

우리들은 에렌을 만나고 싶어서.

 

또 에렌?

나도 만나게 해준 적 없단 말이야!

응? 너도였어?

그래!

모두 에렌, 에렌, 에렌, 에렌 거리고!

 

그래서,

왜 에렌을 만나고 싶은 건데?

 

직접 만나서
사죄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혹시 항상 선물을 가져오던 사람?

 

그럼 나한테도 줘!

 

전하, 차 한 잔 더 어떠십니까?

잠깐, 전하라고 했어?

너희들, 왕자님이었어?

라필리아 님,

전하께 무슨 말버릇을...

 

웃지 마!

응, 미안해.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아니, 상관없어.

 

라필리아.

 

다음에 올 때는,

네게 뭔가 선물을 가져올게.

 

만세!

라필리아 님, 말씨를 고쳐주십시오.

 

로렌,

신세졌어.

또 올게.

네.

 

왕자님이 선물을 가져온대!

 

라필리아 님!

 

몇 번을 말씀드려야
알아들으시겠습니까!

미안!

 

형님, 즐거워 보이시네요.

응.

저런 식으로 말을 걸어온 건
처음이었으니까.

단순히 상스러운 것뿐이잖아요.

 

마법 같아

다정함은 언제나

날 조금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어

상상을 넘어서 반짝이며

어디까지고 갈 수 있을거 같은
기분이 들게 해줘

,
,

,
,

창가에 내리쬐는 햇빛이

유난히 따뜻해서

항상 보던 미소로

「일어났어?」라고 물으니까

쑥스러워

언젠가, 받았던 다정함을

살며시 키워 가고 싶어

언젠가, 받았던 애정을

꼭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어

곁에 있는 것만으로 사랑스러운 것들 뿐인

눈부신 나날은

 

마법 같아

다정함은 언제나

날 조금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어

상상을 넘어서 반짝이며

어디까지고 갈 수 있을거 같은
기분이 들게 해줘

 

나는 내일부터도

이 마법이 풀리지 않도록
살아갈 수 있어

 

광산의 저주

 

오늘은 한 층 더 귀엽구나!

나의 공주님.

꽤나 멋을 부리고 있구나.

숙부님의 광산에 인사 드리러 가는 거라,

제대로 차려입어야겠다 생각해서요.

 

어라, 어라!

에렌 쨩도 긴장을 하는구나.

 

그야, 그야...

 

공주님,

외출하십니까?

반 군!

 

복슬!

 

아버님과 함께
숙부님을 도우러 외출할 거예요.

 

괜찮으십니까, 공주님?

긴장하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반은 아직 안 돼.

인화(人化) 할 줄 알게 되어야지.

네...

좋아, 갈까, 에렌?

네, 아버님.

 

어머님,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렴.

 

반 군, 나중에 봐!

 

최근 공주님은 저와 놀아주시지 않는군요.

어릴 적부터 쭉 놀았었는데...

 

반 땅!

 

복슬!

 

위험해, 에렌!

자, 아빠랑 방에 돌아가자.

싫어!

-놔줘!
-뭐 하고 놀까?

 

숨바꼭질은 아직 이르려나.

어라?

어라!

반 땅!

 

반 땅, 뭐 하고 놀까?

숨바꼭질 같은 거 어때요, 공주님?

벌써 전이 마법을...?

 

에렌!

어디니, 에렌!

 

울어라.

 

반 땅!

 

에렌!

아버님, 반 땅을 놔줘!

로벨 님.

 

우리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빈트까지 데리고 올 줄이야.

 

이렇게 하면 에렌이 나오거든.

 

미안해.

우리 아이에게 이런 짓을 하시다니...

상대가 누구든 용서 못합니다!

미안, 미안, 또 잘 부탁해.

 

음, 얼른 인화할 수 있게 되어야지.

 

또 전하 일행이 여기에?

네.

하지만 엘린 님께서 여기에
안 계시단 걸 전하고 돌려보냈습니다.

그거면 됐어.

사실이 그러니까.

형님,

오늘 조사하러 갈 광산 말입니다만,

원래는 은이 많이 채취되었었습니다만,

최근 눈에 띄게 그 양이 줄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있어서

폐산하기로 했습니다.

그걸 전하러 가기로 되어있습니다.

그렇군.

그렇게 됐으니, 에렌,

광산은 위험하니
형님으로부터 떨어지지 않도록 하렴.

아니, 형님이 에렌을 놓으실 리가 없죠.

당연하지!

쭉 안은 채로 있을 거다!

 

할아범도 동행하고 싶군요.

선물 가지고 돌아올게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할머님은 안 계세요?

 

오늘 에렌이 온단 건
어머님껜 전해드리지 않았다.

 

어째서요?

같이 광산에 데려가라고 말씀하실 거니까.

그렇겠죠.

 

그러고 보니 형님, 예의 그거 말입니다만.

 

에렌이 꺼내준 주괴 말입니다.

아, 그거 말이야?

몇 개는 낡은 창고에서
나온 걸로 하려고 합니다.

 

선선대께서 보유하고 계셨다고 하면,

왕가의 귀에 들어가도
수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죠.

그건 좋은 생각이군.

 

어라?

 

꽤나 마차의 수가 많네요.

이상한데.

 

나를 따돌리려 하다니,

아직 아직 멀었단다!

폐산을 전하러 갈 거면 더더욱!

할머님?

할머님도 함께?

그렇단다, 에렌 쨩!

 

-알베르토...!
-알베르토...!

 

대단히 죄송합니다!

 

에렌 쨩이랑 외출 갈 수 있어서
기쁘구나.

피크닉 같네요, 할머님.

그러게.

 

어머님은 완전 가실 생각이시군요.

그래.

알베르토,

부탁한다.

 

네.

 

뭐니, 사람을 짐처럼?

난 너희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빈번히 남편의 시찰에 동행했단다.

그러셨죠.

실례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님은...

 

할머님, 저 드레스로 와버렸어요.

에렌 쨩은 괜찮단다.

로벨이 계속 안고 있을 셈이지?

물론!

역시!

 

로벨 님, 사우벨 님, 잘 와주셨습니다!

로벨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늘은 사우벨 님과 함께 오신다고 듣고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역시, 장소에 안 맞아.

저질러버렸네요.

첫 인상이 최악이에요.

 

에렌 반크라이프트라고 합니다.

 

로벨 반크라이프트의 딸이에요.

 

뭐라고, 로벨 님의?

귀엽지?

아, 네.

 

오늘 형님과 함께 여기에 온 건

폐산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다.

 

역시 재개는 무리입니까.

 

여러분!

마님!

이사벨라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라, 그립구나.

 

지금부터 우리 아들들이랑
상담을 해야 하지?

그 전에...

 

점심이라도 어떨까 해서
준비해왔어.

 

선대가 계실 적이 떠오르는군!

그래, 그래!

매번 저렇게 맛있는 요리를 가져와주셨지!

모두 그걸 기대하며 기다렸었지요!

아버님께선 분명 위장을 사로잡히신 거겠지.

그러게요.

 

에렌 쨩,

 

사람을 회유할 때는 밥이 제일이란다.

 

할머님!

 

맛있었어.

 

마님, 감사합니다.

변함없이 모두 호쾌하게 먹는걸.

기뻐.

 

원래, 여기서는
은을 채굴했었다고 했는데...

 

역시 석영이 많네.

 

재밌으십니까?

아, 네.

저, 광석을 좋아하거든요.

그러십니까?

네!

 

잔뜩 있으니 마음껏 살펴보세요.

 

들어보세요, 이사벨라 님.

이 녀석만 해도
당시엔 제몫까지 먹어버렸죠!

아니잖아!

뭐가 아닌데?

남은 걸 먹은 것뿐이라니까!

그렇구나.

 

여긴 모두의...

 

맞아!

 

석영이 많은 장소라면,

역시 금보단 은이지.

 

원자 번호 47번.

 

이 하얀돌, 예쁘네요!

 

각도를 바꾸면
반짝반짝 빛나서 재밌어요!

 

빛나고 있다고요?

네!

 

설마...?

 

영주님,

이 돌을 깨서 확인해도 괜찮겠습니까?

어, 어.

 

이건...?

뭐지, 그건?

 

은입니다.

은?

그게?

은이라고요!

 

아직 그 외에 더 있을지도 몰라!

 

잠깐만!

아직 파낼 수 있다고요, 이 산은!

 

에렌?

 

영주님, 닫을 필요 없습니다!

아직 이 산은...!

있어보라고 했잖나!

 

너희들, 벌써 잊은 거냐?

이 광산은 은을 너무 파내서

정령의 저주를 받고 있단 걸!

저주?

그러니, 더는...

 

그런 거였군요.

 

아버님, 사우벨 숙부님.

 

여러분들과 잠시 이야기를
하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 지식이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지라.

 

어.

 

여러분,

그 저주는
숨가쁨, 기침, 가래 증상이 있고,

개중에는 목숨을 잃은 분도
계신 거 아닌가요?

어떻게 그걸?

그 저주, 제게는 짚이는 데가 있어요.

 

여러분들은 오랜 기간,

여기서 금속 알갱이나
분진을 흡입해오셨어요.

그게 몸에 나쁜 영향을 일으킨 거예요.

그러니까, 정령의 저주가 아니라...

진폐증이란 병이에요.

진폐증?

저주가 아니고?

 

그래서, 그 진폐증이란 병은
나을 수 있습니까?

 

죄송해요,

완전히 낫게 하는 건 어려워요.

 

하지만, 시간은 걸리지만,

조금씩 개선될 수는 있을 거예요.

그게 사실입니까?

오랫동안 시달려온 병으로부터

조금이라도 해방될 수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부디 힘을...

 

에렌?

 

아버님,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요.

어머님을 껴서
상담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오리를?

네.

 

여러분, 부디 제게 시간을 주세요.

어머님과 상담해서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할게요!

 

그래서 에렌,

병은 정말로 낫게 할 수 있는 거니?

 

이론상으로는요.

이론상?

여러분, 증상이 생긴 뒤
세월이 너무 지났어요.

그리고 폐의 병으로 인해
다른 병이 병발되었을 경우엔

고칠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어.

병발?

최초의 병이 원인으로
다른 병에 걸리는 거예요.

 

여러 가지로 어려운 걸 알고 있구나.

그걸 알고 있어도

병을 고칠 수 없으면
의미가 없어요.

하지만 할 수 있다고
말해버렸으니 말이지.

거기서 어머님께 부탁이 있어요.

내게?

네.

 

전 지금부터 약을 만들려고 해요.

잠깐!

에렌 쨩은 그런 것까지 할 줄 아는 거니?

제 힘의 사용법의 일부를 바꿔버리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그게 원인으로

인간계에 뭔가 영향이 생길
가능성도 생각 안 할 순 없어요.

 

오리, 어떻게 생각해?

그러게.

 

에렌 쨩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어이, 어이!

확실히 에렌 쨩은 정령으로선
아직 한참 미숙해.

하지만 자신의 힘이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해보지 않고선 모르는 일이잖니?

 

오리, 혹시 에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라, 괜찮아.

여차하면 인간계에 안 가면 될 뿐이야.

안 돼!

그건 절대 안 돼!

 

에렌 쨩,

이건 공부란다.

여러분들 앞에서 할 수 있다고 단언했지?

그렇다면 하렴.

 

네!

 

단,

뭔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 상담할 것.

아빠도 엄마도,

할머님도, 숙부님도,

네 곁에 있단 걸 잊으면 안 돼.

 

마음껏 해버리렴!

어쩔 수 없군.

힘낼게요!

 

오리!

에렌이 방에 틀어박힌 채
벌써 며칠째 안 나오는데 괜찮을까?

 

식사도 안 하고 계신 모양입니다만.

분명 잠도 안 자고 있을 거야!

아니, 그럴 게 뻔해!

최선을 다해 약을 만들고 있는 모양이니,

방해하면 안 돼.

하지만...!

괜찮아.

에렌 쨩을 믿고 기다리자.

응?

 

왜 그래, 반?

저도 들어가면 안 된다고...

너도 안 들여보내주는구나.

 

에렌은 옛날부터 뭔가에 몰두하면

주위가 안 보인단 말이지.

확실히,

자신의 정령의 힘이

원소를 조종하는 힘이란 걸
갓 알았을 적...

 

에렌!

 

힘을 쓰는 법도 제어하는 법도
아직 잘 모르셨어.

 

지금의 공주님은 그때와 다르지만...

더는 무리.

 

아, 하지만, 오리가...!

하지만 걱정 돼!

 

하지만 열면 오리가...

걱정이야!

걱정돼!

 

공주님, 공주님!

 

아, 정말...!

비켜, 반!

이 이상은 무리다!

 

어라?

 

오리, 결계를 쳤구나?

 

그렇다면...!

 

전생의 내가 알고 있었던

온갖 약의 구조를 나타내는 화학식!

 

기억에 있는 한 써내다 보면...

 

에렌, 이제 그만두렴!

 

에렌!

 

공주님!

 

괜찮니, 에렌?

 

약...

 

완성됐어요.

 

에렌!

 

열이 있잖니!

 

이렇게 될 때까지...

 

나쁜 꿈에 허우적대다

목이 말라서 눈을 떴어

이건 언제적 기억이었더라?

누군가를 잊고 있는거 같아서
다시 잠들어

 

어린아이인 척 하면서

발돋움해서 방패가 되어주고 싶어

손을 마주 잡으면 따뜻하고

서로 마주 안으면 부드러워서

약속하자

「우리들」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이 앞으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방해꾼 따윈 끼어들지 않기를

소중한 사람을 소중히 하고 싶어

오리지널 맹세를

작게 읊조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