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ilence.2019

수입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배급 : (주)이수C&E

 

"펜실베이니아
미탐사 동굴"

 

"애팔래치아 트레일
300m 아래"

 

지상팀, 들리나?

 

들린다

 

동굴 맨 아래까지 왔다

 

지금 낙석을 뚫고
두 번째 공간으로 진입...

 

무슨 소리지?

 

탐사팀, 무슨...

 

맙소사!

 

빨리 도망쳐, 어서!

 

"사일런스"

 

"뉴저지주, 몬트클레어
뉴욕시 북서쪽 32km 지점"

 

앨리

 

아빠는 나보고
특별한 아이란다

 

청각 장애가 있지만
남다른 적응력 덕에

 

다른 감각이
발달했다는 거다

 

'내 이름은 앨리예요'

 

'다들 날 봐요
입술을 읽을 수 있어요'

 

하지만 때로는
무감각해진다

 

주 배수로 위치를 바꾸면

 

펌프장도 새로
설치해야 해서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그래도 다시 해요

 

말이면 다 되는 줄 알아요?

 

- 뭐라고?
- 내 말이 틀렸어?

 

가만있어 봐

 

맥스, 당신이 추천한
기술자가 잘못한 거니...

 

공사비는 이미 다
얘기가 끝난 거고

 

현장 감독은
당신들 책임이잖아요

 

알았어요

 

다시 하죠

 

좋아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네

 

그래도 먹고살려면
고객 하나라도 더 잡아야지

 

여태 빡세게 일했잖아

 

대학 등록금만 해도
사람 등골 빠지게 해

 

결혼해서 애들
낳아 보면 알 거야

 

됐어, 너나 그렇게 사세요

 

앨리는 학교 정했어?

 

아직, 뉴욕대 가면 좋겠어

 

- 그 학교 좋지
- 그래, 명문대니까

 

집에서도 가깝고

 

그래, 맞아

 

왜, 집 떠나서
혼자 지내면

 

- 애도 힘들 거야
- 과연 그럴까?

 

당연하지

 

잠깐만

 

여보세요

 

지금 바빠?

 

이제 일 끝났어

 

집에 오는 길에

 

엄마 처방전 좀
받아다 줘

 

그래, 알았어

 

그리고 아는 엄마가
전화했었는데

 

남자애 둘이

 

앨리 뒤에서
흉내 내며 놀리더래

 

또 그랬대?

 

그래

 

앨리한텐 아무 말 마
애 성격 알잖아

 

알았어, 끊어

 

안 좋은 일 있나 본데
가서 술이나 한잔하자

 

됐어, 너나 자유롭게 사세요

 

그래

 

엄마

 

왔니?

 

쥬드한테 게임기
사주지 말라니까

 

12살이면 다들
하나씩 있어요

 

그래도 우린
사정이 다르지

 

쥬드, 숙제부터 하고
게임 해야지

 

두뇌 운동부터 하고요

 

안녕, 롭

 

난 줄 어떻게 알았어?

 

네 손에서
과자 냄새 나거든

 

깨끗이 씻었는데

 

- 그래
- 진짜야

 

같이 걸을래?

 

그래

 

주말에 부모님이
나 차 사줄 거래

 

- 그래?
- 응

 

우리 부모님은

 

내가 절대
운전 못 하게 할걸

 

괜찮아, 내가
매일 태워다줄게

 

좋아

 

그래

 

누나 왔어요

 

안녕

 

잘 있었어?

 

이 말썽쟁이

 

못난이 왔어?

 

엄마

 

어디 갔다 왔어?

 

왜 이렇게 늦었어?

 

산책 좀 했어요

 

너 혼자서?

 

아뇨, 롭이랑요

 

이번 주만
벌써 두 번째네

 

누나가 작업 거는 거예요

 

- 쥬드
- 그게 왜요?

 

문자라도 보냈어야지

 

어디 갔나 걱정되잖아

 

우린 그냥 친구예요

 

어련하겠어

 

- 걔랑 키스했어?
- 엄마!

 

벌써 한 모양이네

 

그랬기만 해봐라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겪고

 

어떻게 했는지...

 

이것은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이야기다

 

할머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이 담배는 내 게 아니거든

 

네 엄마한텐 비밀이다
날 들들 볶을 거야

 

비밀로 할게요

 

고맙다, 우리 손녀

 

사랑한다

 

이만 가서 자

 

난 13살 때 청각을 잃었는데
차라리 선천성 장애였다면

 

엄마 아빠가
덜 힘들지 않았을까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었겠지

 

- "엄마가 우리 사귀는 줄 아셔"
- "그런가?"

 

"이거 봐!"

 

앨리

 

그거 보면 잠이 오겠어?

 

- 아빠
- 그래

 

근데 그 남자애는
누구니?

 

못 살아, 아빠!

 

아빠로서 네가 누굴
만나는지 알아야지

 

엄마가 오버하는 거예요

 

정말 그게 다야?

 

두 분 다 내가 밖에만
나가면 불안해하잖아요

 

네가 걱정돼서 그러지

 

전 괜찮으니까 걱정 마세요

 

알았다
그나저나 착한 애야?

 

- 네
- 그래?

 

정말 좋은 애예요
수화도 배웠어요

 

참 괜찮은 녀석이네

 

- 아빠, 왜요?
- 내가 뭘?

 

오늘 학교에선
별일 없었고?

 

- 별일 없었어요
- 다행이네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알았어요

 

너무 늦게 자지 말고

 

사랑한다

 

어서 일어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무슨 일인데요?

 

"각 도시에서 습격 발생"

 

미국 전역에서...

 

무슨 일이래요?

 

- 테러래요?
- 글렌 삼촌

 

아직 모른대요

 

오염된 지역은
취재가 어려운데요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피츠버그와 필라델피아
두 지역이 피해를 입었고

 

피해 지역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처음엔 테러라더니
오염 얘긴 또 뭐야?

 

웨스트버지니아도
피해를 입고...

 

- 다른 채널로 돌려봐
- 상황이...

 

상황이 통제됐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SNS 영상들을 보면
충격 그 자체입니다

 

다소 잔인한 장면이 있으니
시청에 주의 바랍니다

 

아빠?

 

괜찮아, 걱정 마

 

또 다른 영상이

 

방금 전 SNS에
올라온 직후

 

급속하게 퍼졌습니다

 

"소리를 내지 마세요"

 

왜 소리를
내지 말라는 거지?

 

다들 집 안에서...

 

- 여기 있어
- 조용히 있어야 합니다

 

피해 지역에는
주방위군이...

 

제대로 큰일 났군

 

뉴스에 나온 대로 하자
휴대폰부터 무음으로 해

 

무슨 일인데?

 

아직 몰라

 

동굴 탐사대가 수백만 년간
미탐사 지역이었던 동굴에

 

처음으로 진입했는데요

 

대체 뭐지?

 

맙소사

 

모든 창문과 문을 닫고

 

아무 소리도
내지 마십시오

 

다들 여기 있어요
금방 다녀올게요

 

- 어디 가려고?
- 뭐라도 챙겨 와야지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게?

 

일단은 집 안에서 조용히
있는 게 안전하지 않겠어?

 

그래

 

도시를 벗어나야
더 안전한 거 아니에요?

 

절대 소리를 내지 말고
운전도 하지 마십시오

 

엄마, 내키지 않으면
안 가도 돼요

 

여기 있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아니야

 

하나만 부탁하마
이 약들 좀 갖고 있어

 

최대한 잘 숨겨둬

 

- 아이들이 못 보게
- 알았어요

 

우선 애들 생각만 하자

 

- 이거 실을 자리 있어?
- 그래

 

그건 뭐야?

 

비상용으로 챙겼어

 

전 글렌 삼촌이랑 갈래요

 

내가 데리고 갈게

 

그래

 

총 근처엔 가지 말고

 

- 뒤따라갈게
- 그래, 출발!

 

뭐 하려고요?

 

- 아이를 이리 줘요
- 싫어요, 이러지 마요

 

안 돼요

 

누가 좀 말려줘요

 

내가 데리고 나갈게요

 

그래, 착하지

 

울지 마

 

안 돼

 

맙소사!

 

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동부 해안지대 전체 지역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질병통제센터는 주간고속도로
77호선 주변의 주민들에게...

 

이러는 게 맞는 걸까?

 

벗어나지 말 것을
당부했으며 절대...

 

그야 모르지

 

북쪽 어디로 피할 건데?

 

모르겠어

 

조용한 곳을 찾아야지

 

너희 가족도
우리랑 같이 가자

 

부모님이 반대할 거야

 

뉴스에서
집에만 있으라잖아

 

차 사는 것도
물 건너갔어

 

울지는 마
금방 다 해결될 거야

 

틈날 때마다
계속 연락해

 

그래

 

약속할 거지?

 

약속해

 

다들 차 안에
조용히 있어

 

오티스 볼일 봐야 해요

 

대신 빨리 와야 해

 

가자, 오티스

 

글렌

 

금방 올 테니까
애 좀 보고 있어

 

알았어

 

좀 어떠니, 쥬드?

 

그냥 좀 무서워요

 

걱정 마

 

글렌 삼촌이랑
있으면 괜찮아

 

세상에서 제일
강한 남자거든

 

- 우리가 어떻게 만났게?
- 몰라요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어느 날 방과 후에
운동선수 세 놈이

 

갑자기 몰려오더니
날 윽박지르는 거야

 

괜히 싸움에
휘말리기 싫어서

 

좋게 말로 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글렌이 나타나선

 

한 놈한테 냅다
박치기를 하더니

 

보기 좋게
바닥에 쓰러뜨렸어

 

나머지 두 놈은
놀라서 달아났지

 

그 뒤로 둘이 붙어 다녔어

 

나도 그렇게
용감하면 좋겠어요

 

당연히 그렇게 될 거야

 

그러니 걱정 마

 

- 개 좀 못 짖게 해!
- 애가 소릴 못 들어요

 

쏘지 마요

 

- 왜 그래요?
- 조용히 해

 

알았어요

 

- 원하는 걸 말해요
- 시끄러!

 

진정해요
어쩌자는 거죠?

 

- 차 열쇠 내놔
- 알았어요

 

- 좋은 말로 할 때 내놔
- 알았어요, 알았어

 

쏘지만 말아요

 

다들 차에 타

 

제발 부탁이에요

 

나도 태워줘요
놈들이 곧 덮칠 거예요

 

나도 데려가줘요!

 

가지 마요!

 

- 왜 세우지?
- 글쎄

 

왜 그래?

 

- 애가...
- 뭐?

 

쥬드, 괜찮니?

 

아빠랑 있고 싶은가 봐

 

쥬드

 

괜찮아, 걱정 마

 

서두르자
길이 더 나빠질 거야

 

그래, 알았어

 

대체 정체가 뭐래니?

 

말벌처럼 떼지어 다녀서
'베스프'라고 부른대요

 

스페인어로는
'아비스파'래요

 

근데 난데없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래?

 

동굴 안에서
오랫동안 갇혀 살다가

 

괴생명체로 진화했나 봐요

 

밖으로 잘못 나온 거죠

 

아빠, 조심해요!

 

미안, 미처 못 봤어
괜찮아?

 

 

어떤 것 같아?

 

- 완전 꽉 막혔어
-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 날 따라와
- 알았어

 

긴급 방송을
전해드립니다

 

주의 깊게 들어주십시오

 

베스프가 도시를 벗어나
허드슨 강을 따라

 

북쪽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현재 피해 지역은
펜실베이니아, 뉴욕을 포함해

 

메릴랜드, 웨스트버지니아
로드아일랜드, 매사추세츠입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 여러분은

 

집 안에 머물기 바랍니다

 

"공공기물 파손 행위 발생"

 

"뉴욕주 올버니 습격"

 

무슨 일이야?

 

길이 점점 험해지고 있어

 

상황 봐서 차를 세우고
길을 정리할게

 

알았어

 

너만 믿고 따라갈게

 

그래, 조심해

 

왜, 길이 험해서
네 차가 망가질까...

 

젠장!

 

뭐야!

 

글렌!

 

글렌

 

괜찮아?

 

글렌

 

글렌, 괜찮아?

 

나 좀 봐

 

나올 수 있겠어?

 

여기...

 

다리가 끼었어

 

가서 구급차 불러

 

정신을 잃을 거 같아

 

꺼내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바로 꺼내줄게

 

알았어

 

금방 꺼내줄게

 

- 애들은 괜찮아?
- 응, 다들 괜찮아

 

문이 걸려서 안 열려

 

- 방법을 찾아볼게
- 됐어

 

그냥...

 

가족들하고 어서 가

 

안 돼, 무슨 소리야?

 

널 두고 어떻게 우리만 가?

 

놈들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쓸데없는 소리 마

 

절단기가 없으면
나갈 수가 없는데

 

어차피 소방관들도
여기 못 올 거야

 

일단 장비 좀 찾아볼게

 

잠깐만 기다려

 

- 전화 안 돼?
- 먹통이야

 

- 맙소사
- 조금만 참아

 

거기 가만히 있어

 

금방 꺼내줄게

 

걱정 마, 나만 믿어

 

괜찮아

 

미치겠네

 

휴?

 

그래, 왜?

 

내 총 좀 갖다줘

 

- 뭐라고?
- 총 갖다 달라고, 어서

 

알았어

 

잠깐만

 

총은 왜 갑자기
뭐 하려고...

 

여기 있어

 

받아

 

- 그래
- 됐어?

 

이제 내 말 들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빨리 꺼내줄게

 

총은 왜 달라고 한 거야?

 

계속 안 가면
널 쏴버리려고

 

네 가족부터 챙기라고

 

알았어, 일단 갈게

 

절단기 있는 사람
없는지 찾아보고

 

다시 와서
병원에 데려다줄게

 

- 그래
- 최대한 빨리 올게

 

- 어서 가기나 해
- 걱정 마

 

약속할게, 기다려

 

- 그래
- 좋아

 

일단 가자, 전화는?

 

좋았어

 

- 삼촌 죽었어요?
- 아니

 

좀 심하게 다쳤어
다들 차에 타

 

절단기를 찾아서
다시 올 거야

 

어서 타

 

소릴 내면 안 돼

 

시동 꺼요!

 

뭐?

 

못 짖게 해, 어서

 

조용히 해!

 

글렌

 

어서 와봐
이 빌어먹을 놈들아!

 

그만 짖어

 

저 자식들은 냄새도 구려요

 

그래, 알아

 

그래도 험한 말은 안 돼

 

놈들이 같은 곳을
계속 긁어댔어요

 

여길 벗어나야 해

 

그래

 

'내가 나가서
방법을 찾아볼게'

 

'다들 조용히 있어'

 

'걱정 말고'

 

'할머니 흡입기 드려'

 

- 나 때문에...
- 괜찮아요

 

'놈들은 사물을 못 봐'

 

'소리만 들어'

 

아빠

 

'소리 내지 않고도
대화할 수 있잖아요'

 

'우리 모두요'

 

'최대한 작게 속삭여 말하고
휴대폰 통화나 문자도 안 돼'

 

'어두워지기 전에
피할 곳을 찾아야 해'

 

'알았지?'

 

'지금은 그게 최선이야'

 

'라이터 좀 주세요'

 

담배 안 피우시잖아

 

미안하다

 

좋아요

 

'다들 가방 챙겨'

 

왜?

 

'걱정 마'

 

맙소사

 

붙어라, 붙어

 

가자

 

어서!

 

'일단 좀 쉬었다 가요'

 

'그래'

 

'쉬었다 가자'

 

'옆에 앉아도 되겠니?'

 

'오티스 일로 아빠가
많이 원망스럽지?'

 

'이해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아이들한테 얘기해

 

앨리는 아는 눈치지만

 

쥬드한텐 솔직히
말해줘야지

 

오티스 잃은 것도 힘든데

 

이제 할머니도
잃게 생겼다고 해요?

 

나 때문에
다 죽을 뻔했잖아

 

괜찮아요, 아빠

 

다 이해해요

 

'저기 집이 있어요'

 

그래

 

'다들 움직여'

 

가자고

 

내 땅에서 나가

 

남의 사유지에서 뭐 해?

 

얼씬대지 말고 꺼져!

 

저쪽으로 가자

 

'길이가 9m쯤
돼 보이는데'

 

'여기로 들어가자'

 

'내가 먼저 갈게'

 

'반대편에 도착하면
손을 흔들어서 신호할게'

 

'알았지?'

 

'기다려'

 

'저리 가자'

 

'쥬드 먼저 들어가'

 

방울뱀이야

 

안 돼!

 

저기 소파에 앉혀

 

앨리, 소독약이나
알코올 있나 찾아봐

 

난 가위를 찾아볼게

 

많이 아파요, 엄마?

 

그냥 조금...

 

미안해, 내가...

 

소독약 찾았어요

 

맙소사

 

롭?

 

롭, 왜 그래?

 

넌 괜찮아?

 

조용한 데로 피했어?

 

그래

 

부모님은 어디 계셔?

 

돌아가셨어

 

롭, 집에서 나와

 

여기로 와
어딘지 알려줄게

 

당장 거기서 나오라고

 

롭!

 

제발...

 

"회개하고 기도합시다"

 

"차에 갇혀 산 채로
불에 탄 무신론자"

 

앨리

 

- 새로운 소식 좀 있니?
- 끔찍한 얘기뿐이에요

 

미시시피에서 한 남자가
십자가형을 당했대요

 

그렇구나

 

너무 걱정 마

 

항생제가 없으면
염증이 더 심해질 거야

 

알았어요
그럼 찾아봐야죠

 

- 여긴 없던가요?
- 찾아봤는데 없어

 

- 없어요?
- 그래

 

얼마나 버틸 수 있나요?

 

사람에 따라 다르지

 

간호사였으니
아실 거 아니에요

 

항생제 없으면
오래 못 버텨

 

알았어요

 

저도 가면 안 돼요?

 

안 돼, 넌 여기 남아서
엄마랑 할머니를 돌봐야지

 

알았지?

 

글렌 삼촌이 보고 싶어요

 

나도 그래

 

받으세요

 

좋아요

 

이리 와

 

걱정 마

 

울지 마

 

됐다

 

'공격당한 걸까요?'

 

이런, 어서 가자

 

"고통은 끝없을지니
함께하는 자 살아남으리"

 

'뒤로 돌아서 가자'

 

'아빠 뒤에 바짝 붙어'

 

'불을 피워야 해'

 

'거기 대걸레 줘'

 

'조심하자'

 

"저희 신자 모임에
함께하시겠어요?"

 

'이 사람 이상해요'

 

"구원은 여호와께 있습니다"

 

'아니, 됐습니다'

 

가자

 

엄마 덕에 살았어요

 

응급처치 실력이
녹슬지 않았지?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알아

 

아빠랑 누나 왔어요

 

가만히 있어

 

놀랐잖니

 

CNN 방송은 계속하는데
중간중간 연결이 끊겨요

 

그러게
지금은 안 나와

 

어디 벙커에서
방송하나 봐요

 

- 잘 모르지만
- CNN이?

 

놈들은 강추위에 약하대요

 

북극권에 있는
사람들은 무사하대요

 

놈들이 눈 위에
죽어 있는 사진도 있어요

 

사진을 봤어?

 

근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회색 지대'란 곳에
들어가면

 

전기가 끊겨서 휴대폰이랑
컴퓨터 배터리가 떨어지면

 

외부랑 완전히 단절돼요

 

지역이 통째로
지도에서 사라지는 거죠

 

맙소사

 

암흑시대가 따로 없군

 

너 주려고 만들었어

 

글렌 삼촌이라도
만들어 줬을 거야

 

고마워요, 아빠

 

대신 조심히 다뤄야 해

 

반드시...

 

그 남자가 왔어요

 

- '원하는 게 뭐래?'
- '나도 몰라'

 

'나가서 얘기해볼게'

 

'총은 안 갖고 나가?'

 

괜찮아

 

"우리와 함께하시죠"

 

'아뇨, 됐어요'

 

"우리를 따르세요"

 

"우리 가족을 내버려 둬요"

 

"따님의 후손을
번식시켜야 합니다"

 

"쉿"

 

"롭: 지금 보고 있어?"

 

"그래, 지금 어디야?"

 

"북쪽으로 왔어
여긴 안전해"

 

"어딘데?"

 

"피난소"

 

"무슨 피난소?"

 

"인터넷 연결이 끊겨서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북쪽으로 가야 해

 

- 좋아
- 그래

 

사랑해

 

나도 사랑해

 

여보?

 

일어나

 

아무도 안 보여

 

아빠

 

뭐야?

 

여자애야

 

어디 봐

 

미치겠군

 

어서 들여보내

 

많이 놀랐나봐

 

혼자 왔니?

 

괜찮아?
여긴 왜 왔어?

 

이름이 뭐야?

 

괜찮아

 

여보, 애 턱이 이상해

 

겁먹을 거 없어

 

세상에

 

그 사람들이 보낸 거야?

 

알람

 

어서 꺼

 

전화기가 다 울렸었어

 

이제 다 껐어

 

지하실로 가

 

여기 가만히 있어

 

우리 딸

 

아빠

 

"피난소까지 18km"

 

"롭"

 

"생존자들과 북쪽으로 왔어
피난소로 찾아와, 괜찮아?"

 

베스프는 추위에 약하지만

 

새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지 않을까?

 

내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우리 인류도
진화하게 될까?

 

침묵을 지켜야 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우리의 인간성을
지켜낼 것인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문제는 누가 먼저
적응해 살아남느냐다

 

번역: 함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