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마!

 

너 때문에 재앙이
닥쳐오게 생겼잖아!

이 배은망덕한 년!

떨어뜨려!

얼른 저 불사자를
떨어뜨려!

 

-이제 떨어뜨리게!
-네!

 

-뭐, 뭐지?
-재앙이 닥쳐온 게야

불사자가 있단 소문을
듣고 와봤더니...

 

과연...

아름답구나

 

마치 활활 타오르는
태양 같은 영혼의 빛이로다

이대로 소멸하기엔
아깝군

 

오너라, 여자

그 몸과 영혼을 다해
짐에게 헌신하도록 해라!

 

알람 오프

 

일렉레이트

 

좋은 아침입니다,
마키나 님

현재 통합력 2099년,
드래곤의 달 13일

시각은 오전 6시 3분

방한 영역권 안의 평균 기온은
영하 2도입니다

 

오늘은 따뜻하구나

일렉, 네 상태는 어때?

 

현재 패밀리어는
통상 모드로 가동 중

마도 기억 소자,
양자 연산 처리 소자

전부 가동 상태가
매우 양호합니다

 

그게 아니라...

 

뭐, 됐어

 

벨토르 님

 

조식 준비가
끝났습니다

 

호오, 본 적 없는
것들뿐이로구나

그나저나
좋은 냄새가 나는구나

 

이 불사의 몸에도
식욕이 절로 돋게 하는구나

 

입에 맞으시면
좋을 텐데...

 

그럼 먹도록 해볼까?

 

맛있구나

 

다른 불사자들의
소재지는 알았느냐?

 

Chapter2. 마왕과 신하

저 말고도 불사자 사냥에서
살아남은 자도 있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불사자들의
실종이 이어지고 있어서...

측근인 오르나레드와
팜록과의 연락도 끊겼습니다

 

다른 곳에 숨어있는 것이라면
좋을 텐데...

 

아직 불사자 사냥이란 것이
이어지는 것이냐?

아뇨, 불사자 사냥은
벌써 수 십 년 전에 끝났을 겁니다

 

현재는 당시보다
편견도 줄었습니다

 

애당초 마르큐스의
지위 확립을 위한 것이었기에

굳이 지금 와서
재현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연락이 끊긴
두 사람의 방에 가봤을 땐

그곳엔 다툰 흔적이
남아 있었고

 

급하게 휘갈겨 쓴 듯한 메모에는
딱 한마디...

 

[불사로]

 

불사로?

다들 무사하면
좋겠습니다만...

 

벨토르 님!

 

문제없다

어제의 대미지가
조금 남아있는 듯하구나

 

재생 능력뿐만이
아니다

 

엘 스토나를
발동시켰을 때도

원래
짐의 힘이라면

그 주위 일대의 구름을
완전히 없앴을 거다

 

모든 것이 전생 전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벨토르 님의
힘의 근원인 신앙력이

이 현대에 들어선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신앙력은 제삼자에게
관측되면서

감정을 받지 않는다면
사라지고야 마는 것이지

 

짐의 존재가 서서히
잊히고 있단 것인가?

 

지금은 극히 일부의 기록으로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걱정할 것 없다

 

레두어

 

우리의 목숨은
무한하다

 

조금씩 신앙력을
되찾아가면 괜찮을 거다

 

그럼 가만히 있는 것도
재미없으니

이 부근을
돌아보고 오겠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생활하는데에는
문제없다

 

오히려 대낮에 잠자는 것이
더 몸에 독이다

 

저기, 그렇다면...

음, 뭐냐?

 

같이 외출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우선 벨토르 님의
의복부터 찾아야겠군요

 

여긴 대체 어디냐?

 

거기 서주십시오

3D 스캔을
시작하겠습니다

 

3D 스캔

 

원래라면
이런 양판점보다

좀 더 고급스러운 옷을
준비해드리는 것이

신하의 책무란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훗, 상관없다

진정으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짐이라면

허름한 옷을 입더라도
그 아름다움이 빛바랠 일은 없다

 

즉, 짐의 속살을 만인에게
훤히 드러내도 문제없다는 말이니라

 

아니, 그래도
옷은 입어 주셨으면 합니다

 

왕의 옥체를 아랫것들의
눈에 들게 하다니

너무도 가당치도
않은 일입니다

-그렇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희망하시는 옷은
없으십니까?

마키나, 네게 일임하마

 

말씀 받들겠습니다

 

일렉

예산, 실용성, 돌려입기 등의
관점을 고려해 적합한 것을 골라줘

 

잘 알겠습니다

조건에 맞는 의류는
이쪽입니다

 

응?

아, 운동복!

아니, 운동복은 좀...

-좋구나!
-네?

 

단순하면서
세련된 디자인

 

이것이야말로 짐이 바라던
궁극의 형태다

 

역시 마키나는
대단하구나

 

오, 굉장한
의상이로구나!

-이건 무슨 문장인 것이냐?
-그게...

예전에 이 땅에 번영하던 나라에서
쓰이던 문자입니다

호오?

그래서 뭐라고
읽는 것이냐?

 

마왕입니다

 

그럼 다음 가게로
가보죠

기다려라, 마키나!

아직 값을
안 치렀지 않느냐

아, 자동 전자 결제라
벌써 끝났습니다

 

-이봐라, 마키나
-네

 

패밀리어란 것은
어떻더냐?

 

어떻다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마르큐스의 배반은
둘째 치더라도

패밀리어 자체가 획기적인 물건이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

 

-역시 궁금해져서 말이다
-그러시겠군요

편리성 면에선
무척 뛰어납니다

 

마법 사용은
물론이고

정보 수집이나
쇼핑, 통신이

아무것 없이도
가능해졌으니까요

 

예전에 동등한 기능을 가졌던
휴대용 단말기도 있었습니다만

 

역시 물리적으로 손에 쥘
필요가 없단 점에 있어선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좀 만져보마
-네?

 

무무! 무슨!

 

-움직이지 마라
-네

 

이런 훤한 대낮에

 

하지만 벨토르 님의
명령은 절대적

어쩔 수 없죠

거절할 이유가 없죠

 

심박수와 혈압 수치의
급격한 상승을 포착했습니다

-당장...
-지금은 조용히 있어

 

-이제 끝났다
-네?

 

아, 네

 

패밀리어를 조사해 보고
싶으셨던 거로군요

그렇군요...

 

목덜미에 그렇게
달아두면 걸리적거리지 않느냐?

 

처음엔 위화감이
좀 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습니다

-익숙해진 건가?
-네

 

이걸 달지 않으면
일상생활 자체가 힘드니까요

 

뭐...

 

달더라도 생활이
딱히 좋아지진 않지만요

 

벨토르 님?

 

-일을 하겠다
-네?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됩니다!

 

벨토르 님이 그런 짓을
하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하지만 마키나...

지금은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더 나은 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그게...

구체적으로는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알바도 두 세개 늘려서...
-마키나, 들어라

 

시대란 바뀌는 것이다

 

짐 또한
전지전능하지 않지

 

변해야 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르지

 

마키나 혼자만
일하게 하고

짐은 의식주를 제공받기만
하는 것은 불편해서 말이지

 

왕의 집무가 없는 이상

짐도 노동에
종사해야만 할 거다

 

마키나!

 

짐은 이 손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포기하진 않았다

 

다시 한 번 짐을 위해서
충성을 다하겠느냐?

 

잘 알겠습니다

 

이 마키나 솔레이쥬

목숨이 다할 때까지
폐하와 함께하겠습니다

 

이 영혼에 맹세코!

 

마키나 녀석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을...

 

일을 하실 거라면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하지만 그대는
이다음에 일이 있지 않느냐!

-쉬겠습니다
-아니 된다!

알겠다

잘 들어라, 마키나
주의 깊게 듣거라

짐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만

우발적인 불운의 연속으로
일거리를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됐을 때

의존해야 되는 것은
그대의 수입이란 말이다

 

-절 의존하신다고요?
-그렇다

 

그대의 벌이가
필요하다, 마키나

-저 남자, 참 최악이다
-거시기 확 떼버릴라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적어도 이것을...

 

안에 조금은
돈이 충전돼 있습니다

배가 고프시다면
이것으로 지불해 주십시오

그리고 뭔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
이걸로 저한테 연락해 주십시오

추적 기능이 붙어 있으니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또! 또!
수상한 사람이 말을 걸면

여길 몇 번 누르면
부저가 울리니!

 

짐은 어린이가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일을
하겠다고는 했는데

어떤 일거리가 있는지
어찌하면 일에 종사할 수 있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를 않는구나

 

마키나한테 물어볼까?

 

아니, 그럴 수는 없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우동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공복을 느끼는 것도
무척이나 오래간만이군

 

역시 신앙력이
현저하게 줄어들긴 했나 보구나

 

어찌해야 좋을지...

오, 왜 그래?

뭐? 그게 아니라니까

그건 버니 본한테
맡기라고

 

(그래그래, 알았다)

거기 형씨,
돈 적선해 주지 않을래?

[전쟁에서 다리를 잃었습니다]
[돈을 적선해 주세요]

먹을 거라도
좋으니까

 

수단 가리지
말고 가볼까?

 

일거리 어디 없나!

 

돈이 없다!

 

그래서 지금
일거리를 찾고 있다!

 

뭘 할 수 있는지
장담할 수는 없다만

무엇이든지 하겠다!

 

-자, 짐에게...
-이봐, 이봐, 이봐

 

일거리를 찾고 있다

그런 거라면
상공업 길드에 가라고

시민 ID 갖고 있잖아?

 

시민 ID?

 

불법 이민자였나?

여긴 우린 구역이니까
멋대로 굴지 말아줘

그거 미안했다,
방해가 됐나 보군

아, 기다려, 형씨

이거

 

-그건 뭐냐?
-이력서야

 

여기 당신 경력을 적어놓고
상공업 길드에 갖고 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겠다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훨씬 나을 거야

 

상공업 길드는 저기 카네야스란
간판이 달린 빌딩 4층에 있어

 

아, 잠깐만

IHMI계열의 회사

-특히 토건 관련은 관둬
-이유가 뭐지?

 

좋은 소문이
안 들리거든

 

단순한 노파심에
그러는 거야

충고해 줘서 고맙다

 

[취업 안내 접수처]

[취업 안내 접수처]
그게 벨토르 씨

뭐냐? 뭐든 묻도록 해라!
용서하겠다!

 

그게... 특기로 델 스텔이라고
적으셨던데...

그래, 델 스텔이다

-델 스텔이 뭡니까?
-마법이다

 

광범위에 걸쳐
적 주력을 단숨에 없애버릴 수 있다

 

그렇군요

 

그 밖에도 군대 전술, 전략,
지휘 등이 적혀 있던데

 

그래, 대군을
통솔하는 게 특기다

 

작전 목표의
완수란 면에선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다

 

대륙력 723년,
오베오르 전투를 비롯해

수도 없이
눈부신 공적을 거뒀다

-오베.. 뭐요?
-오베오르 전투다!

-모르는 게냐?
-제가 모르는 게 많아 죄송합니다

 

그래서
이 실적란에

본하이그 성역
던전 건축이란 건?

음, 짐이 만든 던전 중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던전이다

 

아, 경력란에 왕국 운영이라고
적혀 있는데요...

음, 약 천 년 동안
한 나라의 주인으로 살았다

국가 정책으로 인해
전쟁이 많기는 했지만

백성들은 다들 행복의 의무를
다했다는 보고를 받았지

 

마지막 경력이
500년 전이던데

잘못 적으신 건가요?

아니, 틀림없이
500년 전이다!

하지만 체감상 공백이
하루도 안 되니

그 점은
걱정할 필요 없다!

 

잘 알겠습니다,
질문 끝났습니다

 

-벨토르 씨
-그래

 

죄송합니다만
소개해드릴 일거리가 없습니다

 

어째서냐?

여기 이력서와
방금 전의 면접 내용으로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입니다

또 저희 회사는 패밀리어를
장착하지 않으신 분을

중개해 드리지
않거든요

 

돌아가 주십시오

 

이봐라, 마키나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말이다

아니, 짐에 한해서 그럴 리가
없다는 건 알고 있다만

그래도 확인하고 싶구나

 

짐은 이 시대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 아니냐?

짐의 자신감이
떨어지는구나

그렇게 낙심하지
말아 주십시오

왜소하고
저열한 것들에게

벨토르 님의 위대함을
가늠하기란 불가능하니까요

 

벨토르 님은 타인의 위에
서는 존재십니다

역시 때가 되기를
기다리시면 됩니다

 

하지만 말이다...

 

이봐라, 마키나

이 세상에 이런 일을
상의할 자가 없느냐?

 

일단 있기는
합니다만...

호오, 이 시대에도 마키나에게
친구가 있다니

안심이 되는구나

친구라고 해도 될지...

때때로 같이 쇼핑하거나
밥을 먹으러 가거나

놀거나 자는 사이예요

 

-그게 친구 아니더냐?
-그런 의견도 있습니다

 

근처 카페로
불렀습니다

금방 올 거
같습니다

 

헬로우, 헬로우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아, 어제 그 사람이다

 

또 만났구나

 

-아는 사이신가요?
-그래

 

그래, 날 헌팅하려
하더라고~

난 참 죄 많은

난 참 죄 많은
여·

난 참 죄 많은
여·자

난 참 죄 많은
여·자·야

아, 네,
그거 참 다행이네요

참 섭섭하게 왜 그래?

조금 맞춰줘도 되잖아~

일일이 상대해 줬다간
끝이 없잖아요

 

난 타카하시라고 해

잘 부탁해

 

벨토르다

그나저나 마왕이란 거
진짜였구나?

전부터 마키나가
기쁘다는 듯이

"벨토르 님이
슬슬 부활하실 거예요"

하는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설마 진짜였을
줄이야

아니, 타카하시!
무례하게 뭐 하시는 거예요!

아니, 됐다

지금은 짐이 타카하시에게
부탁하는 처지 아니더냐?

 

잘 부탁한다

그러면 친구의 친구니까
이제부터 우리도 친구인 거네?

잘 부탁해, 벨 짱

 

타~

타~카~

타~카~하~

타~카~하~시~!

 

둘은 어떻게
알게 된 것이냐?

아, 처음 만난 건 분명
마왕물 관련 오토메 계열 동인...

 

동인?

미안한데 잊어줘

 

그게 뭐... 그런 창작 관련
아바타 채팅으로 알게 돼서

-거기서...
-실례 좀 하겠다

 

잠깐, 벨 짱!

뭐 하는 거야!

야, 마키나!
이게 뭐냐고!

저에게 먼저
해주셨어요

아냐! 바보야!

이 바보야!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갑자기 미안했다

 

마키나와 다른 패밀리어를
차고 있어서

동작 원리나 구조에
차이점이 있나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 게 가능해?

벨토르 님이 방금 하신 것은
현자의 혜안

손에 닿은 물체의
마력 흐름으로

구조를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때, 내가 해킹한 걸
알아챘던 거구나

패밀리어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는 얼추 알게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벨토르 님, 슬슬 본론으로...
-그래

 

-타카하시
-응?

벨토르 님에게
일거리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상공업 길드를
가면 되잖아

조금 전에 가봤다만
패밀리어가 없단 이유로 내쳐졌다

 

벨 짱, 패밀리어 없어?

여러 가지 이유로
달 수가 없다

그거 큰일이네

 

-조언을 구하고 싶다
-희망 사항 같은 거 있어?

 

가능하면 짐의 존재를
세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게 좋겠구나

 

500년 전의 마왕이
현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지명도를
올리는 것이 우선...

패밀리어는
사용할 수 없다...

독특한 말투와 행동

 

(하이, 코 막힌 토와예요)

게다가 목소리도 좋고
얼굴도 잘생겼으니...

 

(이상해요)

음?

 

왜 이런 콧소리가 계속...

 

굿입모탈~

안녕한가, 필멸자들이여

고통스러운 삶을
잘 살고 있느냐?

 

마왕 벨토르 벨벳 벨슈바르트
바로 짐이느니라!

 

[첫 방송] 마왕 벨토르 부활의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