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랭크딸 01

마스터…

괴로워…

구해줘…

외로워…

어째서…

어째서―

 

8년이 지나도 그 일이
잊혀지지 않는 건가

 

여어, 벨!

좋은 아침이야!

 

좋은 아침이야, 케리

양파를 심고 있어

괜찮으면 좀 도와주지 않을래?

내일 도와줘도 괜찮을까?

지금부터 부탁받은 약초를
채집하러 가려는 중이었어

너도 바쁘네

그럼 나중에 보자

그래!

 

아기 울음소리?

 

픽시가 들려주는 환청인가?

 

무슨…

 

왜 이런 데에

 

마를 쫓는 풀

 

싫어서 버린 건 아닌 것 같군

 

어쩔 수 없나

 

안젤린, 훤히 보이는 빈틈에
너무 쉽게 낚이는구나

좀 더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하고서~

때렸어

 

아빠가 진심으로 때렸어!

 

아니, 그야 네가 설렁설렁
하지 말라고…

 

포옹

 

포옹해줘!

 

12살이 됐는데도 안제는
어리광쟁이구나

 

아빠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

 

좋아!
그럼 저녁 준비를 하러 가자

응!

 

오늘만큼은 이 정도
사치 부려도 되겠지

 

나 바위이끼복숭아 정말 좋아해!

 

그럼 대지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잘 먹겠습니다~

 

내가 할래

괜찮아, 아빠가 할 테니까

 

내일부터 수도에 가니까

그러면 도와줄 수 없어

 

그럼 해줄래?

 

응!

 

그 후로 12년

설마 나와 똑같은 모험가가
되는 길을 선택할 줄이야

 

아빠, 끝났어!

 

이런, 이런
아직 손이 젖었잖니

안아줘

 

나 열심히 할게

혼자서도 열심히 해서

약한 사람도 지킬 수 있는
어엿한 모험가가 될게

 

그래

 

안제!

모험가는 목숨이
붙어 있어야 뭐든 할 수 있다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다

 

그럼 다녀오렴

 

다녀오겠습니다!

 

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sub by 별명따위

 

sub by 별명따위

 

제1화 「안젤린의 우울」

지원군은 아직인가!

 

놓치지 마, 쫓아!

 

밀리, 고도를 낮추자!

네~

 

굉장해

AA랭크도 토벌하지 못했던
와이번을 일격에!

저게 소문으로만 들었던

S랭크 모험가,
흑발의 여검사

안젤린!

 

안제, 기분이 좋아 보이는걸~

그렇게나 이번 휴가가
중요한 거야?

그야 물론!

5년 만에 아빠를
만나러 가는 거라구!

자, 어서 올펜으로 돌아가
집에 갈 준비를 해야지!

 

후우, 덥다

뭘 하시는 거예요, 벨 씨

 

뭐냐니, 잡초 제거를…

그래서는 제 일이
사라지잖아요?

아, 그건 그런데

그보다 아버지가 부르고 계세요

 

유랑 행상인이 전해줬다

안제가 네게 보내는 편지다

 

보아하니 우리 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구만?

네가 마수 퇴치나 산일,
아이들 교육까지 해주니까

모두 감사를…

 

알았어
얼른 읽어

 

안제가 건강하대?

장기로 휴일을 받아서
돌아온다나 봐

오오, 그거 경사스러운데!

이거 성대하게
환영을 해줘야겠어

안제, S랭크가 되었다면서요?

굉장하죠?

그래

올펜의 모험가 길드 등급에선
최고 등급이라나 봐

자랑스러운 딸이야

 

5년 만이라

 

기대되는데

 

돌아갈 수 있다~♪
돌아갈 수 있다~♪

사랑하는 아빠를 만날 수 있어~♪

얼마나 아빠를 좋아하는 걸까?

응, 왠지 의외야

 

둘은 정말로 안 갈 거야?

우리가 다른 파티하고
일시적으로 협력한다는 게

안제가 휴가를 가게 되는 조건이니까

뭐, 안제의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는 궁금하지만~

 

상냥하고, 강하고, 멋있는
자랑스런 아빠야!

 

강하다는 건 아빠도
모험가야?

응, 전직 모험가지만

내 검도, 모험가로서의 마음가짐도
아빠한테 배웠어

오오~

 

하지만 아직 단 한 번도
아빠한테 공격을 맞힌 적이 없어

 

안제가?

굉장한가 보네!

맞아, 굉장해!

우리 아빠는 엄청 굉장해!

 

아, 안녕~
안제 씨

 

라이오넬 씨

왜 길드 마스터가 여기에?

 

시, 실은 아스테리노스에
기가 앤트 무리와 여왕이 나타나서…

 

나는 이미 휴가를 받았어!

톨네라로 돌아갈 거야!

그걸 좀 어떻게 해줘!

 

이미 사망자도 나온 상황이라…
제발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가지 않으면
아스테리노스는 괴멸해

아쉽지만 이번만큼은…
응?

 

버러지 놈들

몰살이다!

 

안제!

 

벨그리프 씨네 댁은
여기가 맞습니까?

네, 저입니다만

안젤린 님께 편지를
받아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가

갑작스런 의뢰가 들어온 건가

 

얼른 보고 싶은걸

 

안제, 곤두서 있네…

어쩔 수 없지
또 휴가가 날아갔으니까

 

어서 아빠를 보고 싶어

 

굉장한 속도야

설마 이만한 양의 의뢰를
소화해낼 줄이야

그만큼 안젤린 씨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던 거겠죠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짐을 보니까 고향으로
돌아가는 건가요?

맞아, 드디어 돌아갈 수 있어

올펜을 나온 지 1주
곧 도착해

휴가 중에 상품 호위까지
부탁드려서 죄송해요

괜찮아

갑작스레 일이 들어와서
계속 미뤄졌지만

드디어 아빠를 만날 수 있어

아버지께서도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

 

저기, 우리 아빠는
『적귀 벨그리프』라고 하는데

알고 있어?

공부가 부족해 모르겠지만
기억해 둘게요

이명은 어지간히 활약한
모험가가 아니면 없으니까요

숨겨진 실력자겠죠!

응, 자랑스런 아빠야!

『적귀 벨그리프』야

 

적귀 벨그리프 씨란 말이죠?

하하, 굉장해 보여…

 

뭐, 뭐지?

 

부탁이에요
보내주세요!

제게는 한시를 다투는 사정이…

 

너희들, 죽고 싶지 않으면
그 아이를 두고 사라져

흥, 이쪽에 있는
인원이 보이지 않는 건가?

고작 혼자서 뭘―

용서 못 해

 

너희 때문에…

아빠를 만날 시간이 사라져

 

뭐… 뭐냐, 이 녀석!

 

너희들 절대 용서 못 한다!

 

무, 무사하셨나요!

응, 도적들이 이 아이들을
습격하고 있었어

정말이지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보르도 가문 당주 제3녀
셀렌이라고 합니다

 

보, 보르도 백작 님의 아가씨…!?

그런데 그렇게나 굉장한 사람이라면
호위가 많을 텐데

사찰을 하기 위해
지방을 돌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쓰러져서 위독하시다는
급보를 듣고서

서둘러 그 자리에 있는 자들끼리
파발마를 타고 가던 중이었습니다

 

아빠를 만나러?

하지만 말도 잃어버려서

걷게 되면 보르도까지는
나흘 이상 걸려요

 

분명 늦고 말 거예요

 

하지만 목숨이 살았는데
그 이상을 바란다는 건…

이것도 운명이겠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소중한 아빠지?

운명이라느니 하면서
간단히 입에 담지 마!

 

안젤린 님

지금 당장 보르도로 되돌아가자

 

그, 그치만…

안젤린 씨는 아버지를 만나러…

이 아이를 병으로 몸져 누운
아버지와 만나게 해줘야지!

 

상품 대금에 품삯도 더해서
내가 낼게

그러니까 부탁이야!

 

타 주세요
빠르게 달릴 겁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해, 아빠

하지만 다음에는 꼭 돌아갈게

 

그런가, 그런 일이

애쓰고 있구나

벨 아저씨~

어서 산에 가자!

 

벌써 그런 시간이었나

죄송해요

얘들이 재촉해서요

 

금방 준비할 테니 기다려 줘

 

모두, 놀러 온 게 아니다

주변을 제대로
경계하면서 가는 거다

- 네
- 네~

피트, 앞쪽 상황은 어때?

 

그저 보는 게 아니라
오감을 사용해라

 

바람에 일렁이는 나무

물이 흐르는 소리

그리고…

 

왠지 가슴속이 시원해지는 듯한
상쾌한 내음

그건 도깨비먹이 미나리 냄새다

이 풀은 깨끗한 물이
있는 곳에서만 자라

 

근처에 물가가 있다는 뜻이다

 

좋아, 물가를 찾아볼까?

단, 그것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

야수나 마수와 언제 맞닥뜨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 네!
- 네~

 

그럼 모두, 도깨비먹이 미나리를 모으자

하지만 너무 멀리까진
가지 않도록

- 네!
- 네

 

그러고 보니 여기에는
안제와 자주 왔었지

뭐든 한 번 가르쳐 주면
바로 학습하는 아이였지

 

아빠, 이거지?

그래, 잘 찾았네

 

그건 아이의 높은 흡수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것 같기도…

S랭크가 되는 것도 이해가 가

그에 비해 나는 시작하자마자
나가떨어졌지

 

나도…

 

아니, 톨네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안제와 만날 일도 없었을 거야

 

다 될 대로 되는 거지

 

큰일이다!

 

- 벨 아저씨!
- 괜찮으세요?

 

폼이 안 사네

분명 안제라면 이렇게는
되지 않겠지

 

스트레스 쌓이네

그러게~

계속 일해서,

다음 장기 휴가 때
길드에서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 거야!

저기, 저기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마침 좋은 데가 있는데

다 같이 안 갈래?

 

오오~

 

이렇게나 많은데
먹을 수 있겠어?

 

응, 맛있어

 

행복해~

너무 달지도 않고,
너무 진득하지도 않고

으음, 맛있어~

최고야

확실히 맛있긴 하네

 

아네, 안 먹을 거면 그거 줄래?

아니, 이건 내 거다

 

아빠한테도 대접해 주고 싶어

지난번에는 정말
아쉽게 됐네

결국 돌아가지 못했다면서?

맞아…

다음에는 언제 휴가를
받을 수 있을지…

하지만 구해준 건
보르도 백작의 따님이었다며?

응, 그런 것 같더라

톨네라도 포함한
북부 지역의 대영주잖아

유력 귀족과 연결고리가
생긴다는 건 굉장한 일이야

 

그런 것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어

하지만 셀렌이 아빠를
만나서 다행이야

 

그렇구나

 

다음에야말로 반드시 돌아갈 거야

지금 이 페이스대로
의뢰를 소화해내면

다음 장기 휴가 신청도
길드에선 거절하지 못할 거야…!

 

그런데 계속 의뢰를
해내고 있어서

돈은 늘어만 가지?

쓸 곳이 없다면 고아원에
조금씩 기부하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군

아, 그러네~
수녀님이 기뻐할 거야~

 

고아원?

우리는 고아원에서 자랐거든

수녀님이 엄마 자리를
대신해 주셨지~

그래서 아빠는 없었어

 

처음 아는 사실들이야

서로 자기 얘기는
전혀 해오질 않았었지

 

아, 그러고 보니까~

항상 마수 얘기나
모험가 얘기만 했으니까

 

나는 버려진 아이였는데

아빠가 산에서 거두어 줬어

 

뭐야 그게, 뭐야 그게~
좀 더 들려줘~

 

아빠에게

좀처럼 돌아가질 못해서 죄송해요

 

S랭크가 돼서 처음으로
파티를 짰어요

 

동료와 함께 싸우는 건
처음에 망설여지긴 했지만

지금은 무척 믿음직스러워요

 

아넷사는 가장 연상이고
정말 성실해요

활을 쏘면 백발백중시키는 실력자예요

 

의뢰에서 복잡한
교섭도 진행해 줘요

 

밀리엄은 저보다
1살 위인데

번개 마법을 특기로 하는 마법사예요

 

키는 저보다 작은데
가슴은 커요!

분하지만 성장기인 저의
앞으로를 기대해야겠어요

 

하지만 역시 편지가 아니라

직접 아빠와 잔뜩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편지로는 쓰지 못하는
말들이 많아서 곤란해요

어서 보고 싶어요

다음에는 꼭 돌아갈게요

기다려 주세요

 

안제, 아빠도 어서 보고 싶다

 

다음 화
「붉은 도깨비 벨그리프」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