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The.Classic.2003.KOREAN.720p.BluRay.H264.AAC-VXT

{\an8}[서정적인 음악]

 

[새가 지저귄다]

 

[물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

 

[풀벌레 울음]

 

[애쓰는 신음]

 

[숨을 내뱉는다]

 

[놀란 신음]

 

[지혜 내레이션]
옛날

 

어린 시절에 강 위에 떠 있던

 

커다란 무지개를 본 적이 있다

 

[신기해하는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야, 가!

 

[지혜 내레이션]
그때 엄만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지개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야

 

사람이 죽으면 무지개 문을 지나서
천국으로 가는 거란다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엄마는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셨다

 

난 엄마가 재혼을 하길 바라지만
엄만 그렇지 않은가 보다

 

[당황한 숨소리]

 

[후!]

 

[지혜 내레이션]
내 이름은 지혜

 

혈액형은 O형

 

일곱 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기합]

 

[지혜의 기합]

 

[기합]

 

[숨을 크게 내뱉는다]

 

[남자의 씩씩대는 숨소리]

 

[당황한 목소리로]
괜찮아요?

 

[씩씩댄다]

 

[만족스러운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지혜 내레이션]
엄마와 아빠의 편지와
일기가 들어 있는 상자다

 

엄마는 편지들을 꺼내 보실 때마다
눈물을 흘리셨다

 

그때 맡았던 냄새와
[후]
[기침]

 

깨알 같던 글씨들

 

[기침]

 

그 속에

 

엄마의 첫사랑이 있다

 

[서정적인 음악]

 

[전화벨 소리]

 

여보세요?

 

(수경)
지혜니?
나야, 수경이

 

아침부터 웬일이니?

 

(수경)
오늘 상민 오빠랑 미술관에 들렀다가
연극 보러 가는데 같이 갈래?

 

야, 너 나 또 들러리 서게
하려고 그러지?

 

(수경)
어, 아니야, 바보야
상민이 오빠가 보자는 거야

 

정말?

 

(수경)
정말이라니까?

 

[지혜 내레이션]
내가 상민 오빠를 알게 된 건
수경이 때문이다

 

[수경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수경이는 어느 날 연극반
상민 오빠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내게 부탁해 왔다

 

[키보드를 탁탁 친다]
난 거의 두 달 동안이나

 

수경이 대신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

 

'오늘은 벤치 아래 앉아서
책을 보는 오빠를 봤어요'

 

'마치 그림엽서를 보는 듯했죠'

 

등등

 

음~ 유치해

 

다시 써?

 

[웃음]

 

아니, 좋아

 

유치해서 좋아

 

[상민 연기 톤으로]
그래도 시집을 가겠다면

 

지참금으로 이 저주를 선물하지

 

[작은 목소리로]
오빠, 저 오빠한테
하루도 빠짐없이 메일 보냈어요

 

[지혜 내레이션]
그 후, 수경인 연극반원이 되었다

 

수녀원으로 가!
가는 거야

 

잘 있어, 그래도 시집을 가려거든
차라리 바보한테 시집을 가

 

(수경)
고통으로 얼룩진 밤들을
한없이 지새우지는 않았을 텐데

 

(연극단원)
저 음침한 달빛이

 

[가방이 덜컥 부딪힌다]

 

(연극단원)
당신의 그림자를
나의 창문에 드리우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연기 톤으로]
저 음침한 달빛이

 

(상민)
당신의 그림자를
나의 창문에 드리우게 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조던은 에밀리가 떠나지만

 

자신의 집 앞에 와준 게
한없이 기쁜 거야

 

그 기쁨과 이별에 대한 슬픔이
교차하는 거라고!

 

좀 더 사실적으로 해봐!

 

(연극단원)
저 음침한 달빛이
내 창문에...

 

[지혜 내레이션]
그를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힌다

 

하지만 그는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나는 주문을 외워본다

 

[지혜 속마음]
돌아봐라, 돌아봐라
돌아봐라, 얍!

 

[당황한 숨소리]

 

(수경)
난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수경의 대사 계속]

 

음악

 

[서정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수경)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내 마음을
가져가 버렸어요!

 

(연극단원)
당신이 이곳까지 와주다니

 

난 항상 당신과 함께일 것만 같...

 

[음악이 뚝 끊기며]
좋아

 

(연극단원)
영원히 내 마음은
당신 것일 것만 같은데...

 

(상민)
제스처가 없어

 

(수경)
상민이 오빠 너무 멋있지 않니?

 

난 저렇게 일에
빠져 있는 사람이 좋아

 

봤어?

 

[상민을 흉내 내며]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잖아'!

 

'저 음침한 달빛이 내 창문에'

 

(수경)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내가 뭐?

 

[여성스럽게]
아니요, 오빠, 저기...

 

지혜 알죠?

 

여기 처음에 나랑 같이 왔던 애

 

어~ 오래간만이야?

 

[떨리는 목소리로]
예, 예

 

안, 안녕하세요?

 

[지혜 내레이션]
그는 많은 여자들이 좋아한다

 

[빗소리]
수경이뿐만 아니라

 

[자동차 경적]
노처녀인 학생회관의 점원 언니도

 

그만 보면 넋을 잃고 만다
[점원과 지혜의 웃음]

 

[점원의 감탄하는 숨소리]

 

[짜증 섞인 숨소리]

 

[수화기를 달칵 놓는다]

 

[놀란 숨소리]

 

[씩씩대는 숨소리]

 

[당황한 신음]

 

[바람이 휭 분다]

 

[새 울음]

 

[짜증 섞인 숨소리]

 

[지혜 씩씩대며]
나가! 나가!

 

나가!

 

[힘주는 신음]

 

[질색하는 신음]

 

[새가 지저귄다]

 

[서정적인 음악]

 

'성주희'

 

(지혜)
'윤태수'

 

'오준하'?

 

[남자 목소리로]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생량한 바람이
가을을 예고해줍니다'

 

'그 바람을 편지지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생량한'?

 

어우, 촌스러워

 

[웃으며]
좋아, 클래식하다고 해두지, 뭐

 

[새 지저귐 계속]

 

[책장을 스르륵 넘기는 소리]

 

(태수)
오준하!

 

[준하 내레이션]
한마디 대화를 나눈 적도 없던 태수가

 

느닷없이 나를 찾아왔다

 

편지 좀 써줘

 

[준하 내레이션]
내가 친구들의 편지를
대필해준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태수는 겨울 방학 동안 키가
무려 36센티나 자란 친구였다

 

(준하)
누군데?

 

(태수)
응, 약혼녀야

 

(준하)
약혼녀?

 

아버지 친구의 딸이야

 

[입바람을 후 분다]

 

어렸을 때 자기들 멋대로
맺어놓은 거지

 

좋겠다, 넌

 

따로 여잘 사귀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코웃음 치며]
피곤해

 

(태수)
난 한 여자만 사귀자는
주의가 아니거든

 

답장이 오면 검사까지 하시겠대

 

비밀을 탐지하자는 수작이지

 

어쩜 그렇게 중앙정보부
하는 짓하고 똑같은지 몰라

 

[태수 당황하며]
아이고

 

[숨을 후 내뱉는 태수]

 

(태수)
이쁘지?

 

근데 공화당 의원의 딸이라면

 

[편안한 음악]
안 봐도 고리타분하겠지?

 

[물소리]
[친구들이 즐겁게 떠든다]

 

(친구1)
몰아, 몰아! 어?
잉어 한번 잡자

 

[친구들의 흥분한 목소리]

 

[시끌벅적하다]

 

(친구2)
아이씨

 

(친구1)
아, 인마, 잘 좀 몰아
네 다리 사이로 다 빠져나가잖아

 

도시 놈 티 내지 좀 말고

 

(친구2)
수원도 도시냐?
서울이나 도시지

 

야, 수원...
야, 그래도 도청 소재지다

 

(친구2)
아! 아이씨

 

야, 네가 잡아, 내가 몰게
잘 봐, 인마

 

가자, 어? 잉어 잡는 거다, 잉어
어? 내 성격 알지?

 

(친구1)
몰아, 몰아, 몰아, 몰아, 몰아!

 

여기야, 여기, 여기, 여기...

 

자, 간다...

 

자, 간다, 간다, 간다, 간다...
[친구1의 다급한 신음]

 

(친구1)
아, 뭐 하는 거야, 인마!

 

(친구2)
뭐 해!

 

(친구1)
아~ 송 영감네 손녀래

 

수원에서 왔다 그러던데

 

맞아, 너 수원에서 왔잖아

 

(준하)

 

(친구1)
으아, 우린 저런 여자 꿈도 못 꾼다

 

송 영감네 아들이 국회 의원이잖아

 

그럼 국회 의원 딸이네?

 

아이씨

 

(친구2)
그럼 국회 의원 아들이냐
이 촌놈아?

 

- (친구1) 어? 야, 손 흔든다
- (준하) 야, 인사한다

 

- (준하) 우리도 하자...
- (친구1) 야, 우리도 흔들자

 

[다 함께]
안녕하세요?

 

[다 함께 환호한다]
(친구2)
안녕!

 

[친구1의 신난 목소리]

 

(준하)
여기 있다!

 

(친구1)
어? 찾았어?
[준하의 재촉하는 목소리]

 

야, 어디 보자~
봐봐, 봐봐, 봐봐

 

(준하)
아이, 냄새
[준하의 힘겨운 신음]

 

[소 울음]

 

(준하)
어?

 

잡았다, 잡았다

 

이야, 이놈 큰데?

 

(준하)
음, 소똥을 많이도 먹었군
[준하의 웃음]

 

[소 울음]

 

(나희)
이씨, 쇠똥구리잖아?

 

- 쇠똥구리?
- 응

 

어머, 나 한 번도 못 봤는데

 

[나희의 질색하는 숨소리]

 

저, 이거, 가, 가지실래요?

 

[나희의 언짢은 신음]

 

[소 울음]

 

[친구들이 수군거린다]

 

(친구2)
내기할래?

 

(나희)
야, 소똥 봐, 더럽다

 

[웃음]

 

[수줍은 웃음]

 

강 건너에
귀신이 나온다는 집 알아요?

 

예?

 

 

거기 데려가 줄 수 있어요?

 

 

노 저을 줄 알아요?

 

 

그럼 내일 12시에
쪽배가 있는 데서 만나요, 알죠?

 

[웃음]

 

[달려오는 발소리]

 

(친구2)
뭐라 그랬냐?
쑥덕인 것 같은데

 

역시 도시 놈이 틀리긴 틀리다

 

야, 나 노 젓는 거 가르쳐줘!
어? 가르쳐줄 거지?
[당황하는 친구들]

 

- (친구2) 야, 야, 야, 이놈아
- (준하) 가르쳐줄 거지!

 

[준하의 들뜬 신음]

 

(친구2)
야, 야, 야, 야, 야...

 

[주희와 나희의 웃음]

 

[바람이 휭 분다]

 

(친구2)
야, 너 거기 서!

 

[서정적인 음악]

 

[풀벌레 울음]

 

[가쁜 숨소리]

 

[주희의 가쁜 숨소리]

 

[물이 찰랑거린다]
할아버지가

 

호기심을 잔뜩 자극시켜 놓고선

 

가보는 건 안 된대요

 

집이나 시골에서나
감시가 심해요

 

꼭 가보고 싶었는데

 

(주희)
누구한테 얘기할 사람이 없잖아요
[웃음]

 

이 동네 사람한테 얘기하면
곧바로 할아버지 귀에 들어가거든요

 

[숨을 고른다]

 

근데

 

배가 하나도

 

안 갔는데요?

 

[당황한 목소리로]
예?

 

[멋쩍은 웃음]

 

저, 사실...

 

(준하)
노 젓는 거 처음이거든요

 

[서정적인 음악]

 

(준하)
저...

 

오준하예요

 

어머, 인사가 늦었네요

 

전 성주희예요

 

수원에서 왔어요?

 

(주희)

 

어, 저도 집이 수원인데

 

외삼촌 집에 놀러 왔어요

 

그래요?
[옅은 웃음]

 

우연의 일치네요

 

필연 아닐까요?

 

네?

 

[멋쩍게 웃으며]
아, 아니에요

 

[바람 소리]
[풀벌레 울음]

 

[문을 삐그덕 연다]

 

[손잡이를 달그락 놓는 준하]

 

진짜...

 

귀신 있어요?

 

(주희)
귀신...

 

본 적 있어요?

 

(준하)
그럼요

 

전 매일 봐요

 

네?

 

거울에서요

 

사실

 

제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귀신이에요, 이히히~

 

아이, 몰라

 

[놀란 신음]

 

[당황한 숨소리]

 

[준하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 괜찮아요?
- 네

 

[주희의 거친 숨소리]
[준하의 힘주는 신음]

 

[주희의 긴장한 숨소리]

 

[긴장한 숨소리]

 

[침을 꼴깍 삼킨다]

 

[손잡이를 달그락 여는 준하]

 

[준하의 비명]

 

[다가가는 발소리]

 

[놀란 신음]

 

[비명]

 

[놀란 신음]

 

[준하와 주희의 비명]

 

[준하와 주희의 웃음]

 

[장난스러운 비명]

 

[장난스러운 비명]

 

[거지가 비명을 흉내 낸다]

 

[장난스러운 비명]

 

[천둥이 우르릉 친다]

 

[서정적인 음악]

 

[숨을 후 내뱉는다]

 

[주희의 가쁜 숨소리]

 

[천둥이 우르릉 친다]

 

[주희의 비명]
[준하의 당황한 신음]

 

[주희의 아파하는 신음]

 

[주희의 아파하는 신음]

 

다리를 삔 것 같아요
[준하의 당황한 숨소리]

 

업혀요

 

[주희의 당황한 신음]
어서 업히라니까요!

 

[주희의 아파하는 신음]

 

[천둥이 우르릉 친다]

 

(준하)
소나기예요
금방 그칠 거예요

 

이걸로 닦아요

 

비가 그치면

 

강을 따라 나루터로 가야죠

 

그럼 배를 탈 수 있어요

 

좀 멀지만...

 

[주희의 힘겨운 신음]

 

[주희의 웃음]
[준하가 숨을 하 내뱉는다]

 

[주희의 놀란 숨소리]

 

[주희의 감탄하는 숨소리]

 

[준하의 만족스러운 숨소리]

 

[준하의 웃음]

 

[주희의 웃음]

 

[준하와 주희의 웃음]

 

[풀벌레 울음]
(주희)
저 무겁죠?

 

[준하 웃으며]
아니요, 하나도 안 무거운데

 

(주희)
저 몸무게 많이 나가요
밥도 많이 먹고

 

(준하)
아유, 걱정 마세요
주희 씨 정도면 업고

 

서울까지라도 갈 수 있어요

 

(주희)
공갈

 

(준하)
안 공갈

 

[주희 웃으며]
공갈

 

[준하 웃으며]
안 공갈

 

[준하와 주희의 웃음]

 

[주희의 감탄하는 숨소리]
[준하의 감탄하는 숨소리]

 

[주희의 옅은 웃음]

 

[주희의 감탄하는 숨소리]

 

[준하의 놀란 신음]

 

잡았어요

 

(준하)
손 줘봐요, 응?

 

[주희의 감탄]

 

[반딧불이 울음]

 

[기쁨에 찬 숨소리]

 

[물이 찰랑인다]

 

반딧불이 잠깐만 가지고 있으세요

 

반딧불이도 받고
등에 업히기도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드릴 게 이것밖에 없어요

 

(주희)
이제 반딧불이 주세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
비켜

 

[주희의 거친 숨소리]

 

[주희 작은 소리로]
고마웠어요

 

[주희 조부의 힘주는 신음]
[짝]

 

[자동차 엔진음]

 

[준하 내레이션]
그녀는 며칠을 앓다가

 

결국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기 위해 떠났다고 한다

 

[잔잔한 음악]

 

(태수)
그 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많이 아팠나 본데

 

여름 방학 때
시골에 다녀온 후부터는

 

꽤 건강해지고
표정도 밝아졌다더군

 

[목걸이를 달그락 만진다]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창밖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옅은 웃음]

 

[다가오는 발소리]

 

[당황한 숨소리]

 

[입바람을 후 분다]

 

(준하)
다 썼다

 

어디 줘봐

 

[태수가 중얼거린다]

 

[준하 내레이션]
태수에게 편지를 써 주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녀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이 그토록 많은데...

 

좋았어

 

고마움의 표시로
너한테 내 특기를 보여줘도 되겠냐?

 

좋아

 

(태수)
잠깐 기다려봐
입을 벌려야 돼

 

입을 다물면 사람들이
입으로 내는 소리인 줄 알거든

 

잘 봐

 

[방귀 소리로 노래를 흉내 낸다]

 

[태수의 만족스러운 숨소리]

 

무슨 노래인 줄 알아?

 

'신라의 달밤'?

 

[선생님 큰 소리로]
야, 이놈의 자식들아!

 

너희 청소하다 말고 뭣들 하는 거야?

 

이놈의 자식들
저, 땡땡이나 치고 말이야

 

이따가 검사할 테니까
똑바로 해놔!

 

근데 이게 무슨 냄새야?

 

[큰 소리로]
누가 여기다 똥까지 눴어? 어?

 

(태수)
준하야!

 

오준하!

 

오준하

 

[태수 거친 숨을 내뱉으며]
준하야, 오준하!

 

야, 인마, 소리 지르면 어떡해 도서관에서

 

[민망한 숨소리]

 

이것 봐, 초청장이야

 

[학생들이 숙덕거린다]

 

[큰 소리로]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오준하인가?

 

[태수 작은 소리로]
쯧, 다 쳐다보게

 

[태수의 옅은 웃음]

 

[부드러운 바이올린 연주]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태수 부 웃으며]
잘하지?

 

[박수갈채]

 

(나희)
감사합니다

 

이어서 2학년 3반 성주희 양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8번
'비창'을 연주하겠습니다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갈채]

 

[잔잔한 피아노 연주]

 

[서정적인 음악]

 

[주희 모 웃으며]
주희야, 배고프지?

 

(태수 부)
어, 그래, 배고프지?

 

[태수 부 웃으며]
자, 가자

 

(태수 부)
자, 응?

 

[태수 모가 정답게 말한다]

 

[새가 지저귄다]

 

[한숨]

 

[웃음]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웃음]

 

[주희와 준하의 웃음]

 

[기쁜 숨소리]

 

고마워요

 

축하해요

 

다리는 다 나았어요?

 

 

(준하)
감기도?

 

 

걱정 많이 했어요

 

아, 그리고 '비창'

 

너무 잘 들었어요

 

더 연습해야 돼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몰래 빠져나왔거든요

 

그 반딧불이, 지금도 잘 있어요

 

저처럼 건강해요

 

[준하 호들갑 떨며]
오, 오, 오, 오, 오, 오

 

[여학생들의 놀란 신음]
[여학생들의 웃음]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지혜의 당황한 신음]

 

(지혜)
안녕하세요, 늦었어요

 

 

어머, 지혜구나

 

상민 오빠, 내가 이겼지?

 

우리 내기했거든

 

난 네가 오는 데 걸었고
오빤 네가 안 오는 데 걸었어

 

오빠가 오늘 저녁 사야 돼~

 

그래, 알았어

 

[지혜의 웃음]

 

[남자의 당황한 신음]
[아이의 장난스러운 웃음]

 

[배우1의 힘겨운 기침]

 

(배우2)
깼어? 뭐, 좀 먹을래?

 

(배우3)
안녕, 아가씨?

 

난 네가 깨지 않았더라면
내 팔에 쥐가 나서 굳을 뻔했다

 

아니, 수잔이 언제 쉬자는 말을 할까
기다리다가 진땀 뺐네, 고마워

 

(배우2)
이 캔버스 기억나지?

 

우리 공동작을 위해

 

처음 그린 판화에
반반 투자해서 산 거잖아

 

- (배우1) 아저씨
- (배우3) 어?

 

[배우1의 기침]

 

[계속되는 연극]

 

뭘 봐?

 

(배우3)
그, 눈이라도 한바탕
펑펑 쏟아지겠는걸?

 

(배우2)
모델로 아저씨 선택했어
걸작을 그리는 늙은 화가, 괜찮지?

 

(배우3)
이, 이 나이에 모델이라니...

 

(상민)
연극 잘 봤다

 

[연극단원들이 대화한다]

 

[작은 소리로]
나 먼저 갈게

 

왜 벌써 가려고 그래?

 

상민 오빠가 오늘 한턱낸다고 그랬잖아

 

또 눈치 없다고 하려고?

 

아유, 계집애
넌 너무 똑똑해서 탈이야

 

(수경)
상민 오빠!

 

지혜 먼저 간대

 

(상민)
왜, 식사하고 가야지?

 

오늘 본 연극에 대해서도
다시 얘기하고

 

오빠, 지혜는 간다면 가는 애야

 

지혜야, 그렇지?

 

[이를 악물며]

 

거봐, 오빠

 

이거 어떡하지?

 

같이 갔으면 좋겠는데

 

[수경의 당황한 숨소리]

 

얘, 상민 오빠가 누구한테
이러는 거 봤니?

 

다 나 봐서 이러는 거 아니야
넌 내 친구니까

 

예의상 그러는 거니까
어서 가, 괜찮아

 

(상민)
잠깐만!

 

[숨을 고르는 상민]

 

오늘 선물을 샀는데

 

외로울까 봐 지혜 거까지 준비했어

 

어머, 너 오늘 잠 못 자겠다

 

(수경)
상민 오빠 이런 사람 아니야

 

다 친구 잘 둔 덕이야

 

나 없었으면 이런 거
어디서 받기나 하겠니?

 

(상민)
아무거나 골라

 

[수경 큰 소리로]
지혜야!

 

있잖아, 지혜야
나 네가 받은 게 더 마음에 들거든?

 

바꿔도 되지, 괜찮지?

 

안녕!

 

[달그락거리는 소리]

 

[삑 소리가 난다]

 

[옅은 한숨]

 

[찰랑 방울 소리]
응?

 

[한숨]

 

[무거운 음악]
[당황한 숨소리]

 

[지혜 내레이션]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 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수경)
정말? 정말 그렇게 쓰여 있어?

 

[기뻐하며]
어머, 어머

 

상민 오빠, 나를
너무너무 좋아하는구나

 

너 그거
내일 꼭 돌려줘야 돼, 알았지?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지혜 내레이션]
이제 더 이상
그를 만날 필요가 없다

 

그는 수경이만을 생각한다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출 때도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 있을 때도

 

[학생들이 즐겁게 떠든다]

 

다 썼니?

 

조금만 기다려

 

[칠판을 탁탁 친다]

 

어제 나눠 준 대변 검사 봉투

 

점심시간 끝나면
반장이 걷어서 제출하도록, 알았나?

 

(학생들)

 

똥 안 가져온 사람은
빨리 가서 만들어 와! 알겠어?

 

[활기찬 음악]
[학생들이 난리법석을 떤다]

 

(학생)
야, 같이 가!

 

[태수와 준하의 힘겨운 기침]

 

[준하 당황하며]
어?

 

[짜증 내며]
아이씨, 아이씨

 

[준하의 헛구역질]

 

[헛구역질]

 

[옅은 웃음]

 

[구령 소리]

 

오준하, 나 눈 감고 뛸 테니까

 

네가 방향 잡아줘, 알았지?

 

나 진짜 감는다?

 

(준하)

 

준하야, 오늘 수업 끝나고

 

포크 댄스 배우러 가는데
같이 갈래?

 

포크 댄스?

 

거기서 주희를 만나기로 했거든

 

이것도 공화당 의원님하고
아버지 발상이야

 

(태수)
건전한 레크리에이션을 통해서
만나라는 거지

 

거기 계집애들도 많이 오니까
너도 하나 골라잡아, 갈 거지?

 

(준하)
글쎄

 

[구령 계속]

 

[꽝]

 

태수야

 

[감미로운 음악]

 

주희 씨, 내 친구 오준하예요

 

(태수)
인사하세요

 

내가 전에 말했던 그, 주희 씨

 

오준하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서로 친하세요?

 

(태수)
서로 알아요?

 

아, 아니요

 

내 둘도 없는 친구라면
맞을 겁니다
[웃음]

 

아, 참, 제 친구 나희예요 인사하세요

 

안녕하세요?
나나희예요

 

- (태수) 윤태수입니다
- (준하) 오준하입니다

 

[선생님 손뼉 치며]
자, 자리에 앉으세요, 빨리요

 

아무 데나 앉아도 돼요

 

[뛰어오는 발소리]
[쾅]

 

[학생들의 웃음]

 

오늘은 여러분들과
포크 댄스에 대해서 배워볼까 해요

 

(선생님)
재밌겠죠?

 

(학생들)

 

포크 댄스란
어, 민속 무용 혹은...

 

[속삭이며]
보고 싶었어요

 

[속삭이며]
나도요

 

(선생님)
넷, 다시 한번

 

[선생님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친다]

 

[작은 소리로]
태수 씨 친구인 줄은 몰랐어요

 

[준하의 익살스러운 웃음]

 

[주희의 새어 나오는 웃음]

 

[준하의 웃음]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난 신음]

 

[태수의 흥겨운 신음]

 

[학생들의 환호]

 

[웃음]

 

[학생들의 흥겨운 추임새]

 

[주희의 웃음]

 

[나희의 흥겨운 신음]

 

[풀벌레 울음]

 

저는 여류 아나운서가 될 거예요

 

그래서 평소에
말 연습을 많이 하거든요?

 

준하 씨는 이거 할 줄 아세요?

 

공 각시네 콩깍지는 깐 콩 콩깍지인가
안 깐 콩 콩깍지인가

 

어때요, 저 잘하죠?

 

더 빨리할 수도 있어요

 

(나희)
공 각시네 콩깍지는 깐 콩 콩깍지인가
안 깐 콩 콩깍지인가

 

더 빨리해볼까요?

 

공 각시네 콩깍지는 깐 콩 콩깍지인가
안 깐 콩 콩깍지인가

 

준하 씨도 한번 해보세요

 

[숨을 후 내뱉는 준하]

 

공 각시네 콩깍지는
깐 콩 콩깍지인가 안 깐...

 

안, 안 깐 콩 콩깍지인가

 

[나희 한숨 쉬며]
연습을 많이 해야겠군요

 

또박또박 따라 해보세요

 

공 각시네 콩깍지는 깐 콩 콩깍지인가
안 깐 콩 콩깍지인가

 

(태수)
여기서 헤어져야겠는데?

 

[나희의 옅은 웃음]

 

(태수)
난 주희 씨 데려다드리고 갈 테니까

 

넌 나희 씨 책임져, 알았지?

 

(태수)
잘 가

 

즐거웠어요

 

잘 가세요

 

잘 가, 주희야

 

잘 가세요

 

뭐 하세요?

 

어서 가요
[웃음]

 

준하 씨

 

그럼 좀 더 쉬운 것으로 해봐요

 

음... 이거 한번 해봐요

 

간장 공장 공장장은
장 간장 공장 공장장인가

 

간 간장 공장 공장장인가

 

어때요, 쉽죠?
한번 해보세요

 

예?

 

한번 해보라니까요

 

뭘요?

 

간장 공장 공장장은
장 간장 공장 공장장인가

 

간 간장 공장 공장장인가

 

이거요, 한번 해보라고요

 

[곤란한 듯 웃으며]
전 잘 못해요

 

시키지 마세요

 

[당황해하며]
이걸 못해요?

 

아, 간장 공장 공장장은
장 간장 공장 공장장인가

 

간 간장 공장 공장장인가

 

쉽잖아요?

 

간장 공장 공장장은
장 간장 공장 공장장인가

 

간 간장 공장 공장장인가

 

어?

 

[태수 떨리는 목소리로]
네, 수고하셨습니다

 

- (주희) 예
- (태수) 안녕히 계세요

 

[풀벌레 울음]

 

[한숨]

 

[숨을 깊게 내뱉는다]
[딸깍하는 소리가 난다]

 

[딸깍]

 

[준하의 가쁜 숨소리]

 

[서정적인 음악]

 

[기쁜 숨소리]

 

[부드러운 바이올린 연주]

 

[수경의 장난스러운 웃음과 비명]

 

어, 카드

 

[감탄하는 숨을 내뱉으며]
이게 들어 있는지도 모르고
바꿨단 말씀이지?

 

[가쁜 숨소리]

 

[추위에 떠는 숨소리]

 

[당황한 숨소리]

 

[상민의 거친 숨소리]

 

지혜니?

 

어, 안녕하세요?

 

 

[숨을 고르는 상민]

 

어디로 가는 거야?

 

어? 도서관에요

 

그렇게 멀리?

 

안 멀어요

 

저기, 건물마다
처마 밑에서 쉬었다 가면 돼요

 

[가방을 달그락 든다]

 

[지혜의 당황한 신음]
[상민의 옅은 웃음]

 

그럼 내가 모셔다 드려야지

 

내 우산으로

 

[지혜의 당황한 신음]

 

저기 보이는 건물을
원두막이라고 생각하고 뛰는 거야

 

[지혜의 당황한 신음]
자, 하나, 둘, 셋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지혜의 설레는 숨소리]

 

[상민의 힘주는 신음]
[숨 고르는 지혜]

 

[멋쩍은 숨소리]

 

가자

 

[힘주는 신음]

 

[상민의 힘주는 신음]
[숨 고르는 지혜]

 

(학생)
안녕하세요?

 

[지혜와 상민의 웃음]

 

정말 고마웠어요

 

옷이 젖어서 어쩌죠?

 

어차피 젖었을 텐데, 뭐

 

저, 그럼, 들어갈게요

 

고마웠어요

 

- 그래, 나중에 또 보자
- 네

 

[지혜의 놀란 숨소리]

 

[긴장한 숨소리]

 

[지혜 내레이션]
다신 만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듯]
도서관이 왜 이렇게 가까운 거지?

 

(교장)
내가 여러분들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교장)
경제 개발 5개년, 2차 계획이

 

이미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고
바야흐로 제2차 경제 개발...

 

(태수)
근데...

 

걔한테 회답이 안 온다

 

[교장 훈화 계속]

 

- 주희 씨?
- 어

 

- (준하) 왜?
- 몰라

 

난 한 여자만 죽도록
사랑하자는 주의는 아닌데

 

걔가 정말 좋아졌다

 

[힘 빠지는 숨소리]

 

[준하 당황하며]
어? 태수야, 야, 태수야!

 

[새가 저지귄다]

 

[다가오는 발소리]

 

태수 씨?

 

(태수)
안녕하세요?

 

여기서 웬일이세요?

 

주희 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꽃 받으세요

 

저...

 

주희 씨 좋아합니다

 

[쪽]

 

그럼 편지 계속 주세요

 

[주희의 당황한 신음]

 

이상하다
키가 커서 그러나?

 

왜 자꾸 픽픽 쓰러지지?

 

[주희의 가쁜 숨소리]

 

[준하의 거친 숨소리]

 

[주희 질색하며]
숨차단 말이야

 

[주희의 가쁜 숨소리]

 

[준하의 한숨]

 

[주희의 난처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태수 때문에 그러지?

 

나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말해봐

 

[준하의 한숨]

 

나쁜 녀석이야, 태수는

 

태수 씨는 착해

 

[준하의 옅은 웃음]

 

너무 착하니까

 

나쁜 놈이야

 

태수...

 

네 편지 기다리고 있어

 

어쩔 수 없어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런 소리 하지 마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아니야

 

우린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아무것도

 

가슴만 아플 뿐이야

 

잘될 거야

 

[주희의 한숨]

 

더 이상 준하도
태수 씨도 만나지 않을 거야

 

정말이야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야

 

(선도부장)
어이, 자가용!

 

일로 와

 

(선도부장)
어이, 자가용
경례도 안 붙이냐?

 

너 이 자식
경례를 붙이기 싫다 이거지, 어?

 

야, 자가용 타고 학교를 다니면
경례를 안 붙여도 되는 거냐, 응?

 

[선도부장 코웃음 치며]
이 자식, 배지도 삐뚤어 달고
이거 훅까지 풀어 헤쳤군

 

좋아, 내가 오늘 네 생에
종지부를 찍어주겠다

 

[학생들의 힘겨운 신음]

 

[옅은 웃음]

 

내가 맨 왼쪽부터 빠따를 때리겠다

 

[학생의 한숨]
첫 번째 놈은 한 대
두 번째 놈은 두 대다

 

세 번째 놈부터는 각자 맞을 대수를
알아서 복창한다, 알았나?

 

(학생들)

 

복창 소리 봐라, 알았나?

 

[학생들 큰 소리로]
예!

 

(준하)
이, 일곱 대

 

[준하의 겁먹은 신음]

 

(선도부장)
똑바로 대, 똑바로!

 

[아파하는 신음과 비명]

 

아...
아, 허리, 허리, 허리

 

(선도부장)
똑바로 대
손 부러진다, 어?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며]
잠깐만, 잠깐만...

 

넌 한 대 더 맞아

 

[숨을 깊게 내뱉는 준하]
대, 빨리!

 

이 자식이 한 대 더 맞는다고 했잖아
빨리 대!

 

[아파하는 신음]

 

[고통스러워하는 신음]

 

몇 대인가?

 

몇 대냐고 했잖아!

 

(선도부장)
좋아, 내가 알려주지
열아홉 대

 

[침을 퉤 뱉는다]

 

(선도부장)
하나!
[태수의 아파하는 신음]

 

둘!
[태수의 아파하는 신음]

 

(선도부장)
셋!

 

[털썩 쓰러지는 태수]

 

야, 안 일어나?

 

일어나!

 

인마, 야!
이 자식은 왜 이래?

 

(태수)
주희 씨 말이야

 

아무래도 날 좋아하는 게 아닌가 봐

 

(태수)
꽃도 갖다줬고
키스까지 해줬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키스까지?

 

(태수)

 

[준하의 실망하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딸깍]

 

[딸깍]

 

[슬픈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지혜 내레이션]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 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학생들이 즐겁게 떠든다]

 

(나희)
어? 버스 왔다
갈게, 안녕

 

(주희)
안녕

 

[버스가 끼익 멈춘다]

 

[멀어지는 버스 엔진음]

 

[주희의 놀란 숨소리]

 

[준하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이거 쓰고 집에 가
비 맞지 말고

 

[우산을 툭 내려놓는다]

 

[가쁜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바보야, 비가 이렇게 오는데
감전당하려고 그래?

 

(주희)
[울먹이며]
정말 미쳤어

 

[주희의 놀란 숨소리]
(준하)
이렇게 헤어지긴 싫어

 

잠깐만이라도 좋아
나하고 얘기 좀 해

 

[울먹이며]
마찬가지야
헤어지는 건 헤어지는 거야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주희가 울먹인다]

 

[주희의 울음]

 

[주희의 울음]

 

[주희가 흐느낀다]

 

[담임이 학생들에게 지시한다]
자, 편지

 

- 이젠 싫다
- 왜?

 

답장도 오지 않고
양심에 걸려서

 

앞으론 내가 쓸 작정이다

 

[준하의 한숨]
솔직히 얘기하고

 

절호의 기회야

 

걔가 비를 너무 맞아서
많이 아프대

 

그래서 병원에 입원했다지 뭐야

 

[놀란 숨을 들이켜며]
많이 아프대?

 

- 비를 맞아서?
- 어

 

난 병원에 가볼 작정이다

 

아플 때 잘 보이면
점수를 딸 수 있지

 

오늘, 편지 네가 써준 거
고백할 테다

 

너라고는 하지 않겠어

 

사실, 난 한 여자만
좋아하자는 주의는 아니지만

 

그 애한테는
잘해볼 작정이다

 

(담임)
오준하!

 

[큰 소리로]
오준하!

 

- 너잖아
- (준하) 예

 

(담임)
스물넷, 스물일곱
서른, 서른하고 두 개

 

- 이걸 다 먹어요?
- 넌 이것 봐

 

회충, 촌충, 십이지장충
요충, 민촌충, 갈고리촌충
[학생들의 웃음]

 

없는 게 없어
뭘 처먹었길래 이러냐?
[학생들의 웃음]

 

(담임)
너 때문에 우리 반이
기생충 최다 반이 됐어!

 

[학생들의 웃음]
선생님, 그거 제 똥 아닌데요

 

그럼 누구 똥이야?

 

전교에서 이렇게 기생충 많은 놈은
너밖에 없어, 어서 먹어!

 

[학생들의 웃음]

 

[학생들의 웃음]

 

[학생들이 숙덕인다]

 

[컵을 탁 놓는다]

 

(담임)
윤태수!

 

[오도독 씹는다]

 

(담임)
세 개

 

[학생들의 웃음]

 

같은 똥인데?

 

같은 똥이라도
기생충이 많은 부분이 있고

 

적은 부분이 있겠지, 뭐

 

[문이 달칵 여닫힌다]

 

[다가오는 발소리]

 

[한숨 소리]

 

[잔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피식 웃는 소리]

 

(주희)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얼굴을 왜 가려?

 

(주희)
아이, 몰라
세수도 안 해서 얼굴 더럽단 말이야

 

그래도 이뻐

 

- (주희) 어떻게 알고 왔어?
- 태수한테 들었어

 

[장난스러운 웃음]

 

[피식하며]
왜 웃어?

 

(주희)
오늘 구충제
서른두 알이나 먹었다며?

 

[멋쩍은 웃음]

 

아, 태수 이 자식
못 하는 소리가 없어

 

다른 말은 안 해, 태수가?

 

[깊은 한숨]

 

한참을 앉아 있더니

 

그냥, 그 말만 하고 갔어

 

- 그래?
- 응

 

싱거운 놈이군

 

- 정말 많이 아파?
- 응

 

미안해

 

나 정말 바본가 봐

 

널 좋아하는 것 이외엔

 

(준하)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살짝 웃는다]

 

잘하는 거 많잖아

 

비 맞는 거, 구충제 먹는 거

 

[어이없는 웃음]

 

웃기지 마

 

심각하단 말이야

 

태수한테

 

얘기해야 되겠어
그럼 지금보다

 

더 떳떳해질 거야, 우리

 

[쪽]
갈게

 

(남자)
여기입니까?

 

[남자가 목을 가다듬는다]

 

(태수 부)
아이고, 우리 며늘아기야

 

어쩌다 비를 맞았냐, 그래?

 

누워 있어, 누워 있어야지

 

감기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 돼요

 

(태수 부)
잘못하면 폐렴에 걸리는 거야

 

그래, 먹는 건 잘 먹냐?

 

병이 났을 땐
먹는 걸 잘 먹어야지

 

아, 아, 죄송합니다
병실을 잘못 찾아왔습니다

 

[한숨]

 

[의사의 못마땅한 숨소리]

 

[멋쩍은 웃음]

 

이 방이 아니네요?

 

[새어 나오는 웃음]

 

[새가 지저귄다]

 

[결의에 찬 숨소리]

 

주먹 쥐어봐

 

이렇게 올려봐

 

- 이제 나 때려
- (태수) 널 왜 때리냐?

 

어서 때려봐!

 

난 사람 때리는 게 싫어
맞는 것도 싫고

 

- 우리 아버지한테 많이 맞았거든
- (준하) 나하고 주희

 

지금까지 너 몰래 사귀고 있었어

 

[태수의 실성한 웃음]

 

(준하)
이 목걸이도
사실은 여름 방학 때 주희가 준 거야

 

괜찮아?

 

이런, 씨

 

또 쓰러졌잖아

 

(태수)
걱정 마

 

근데 그 목걸이

 

우리 아버지가 안 보게 해라

 

큰일 난다

 

그 목걸이

 

우리 아버지가 준 거다

 

주희 씨한테

 

[고풍스러운 음악]

 

(우체부)
오준하, 편지!

 

[준하 내레이션]
그 후, 우린 방학을 했고

 

난 그녀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편지 속 주희]
보고 싶어

 

준하가 보고 싶어서 병이 날 것 같아

 

그리고

 

우리들의 그 강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

 

귀신이 나온다던 집하고

 

[준하의 놀란 숨소리]
[편지 속 주희]
원두막

 

강가의 쪽배한테 내 안부 좀 전해줘

 

잘 있느냐고

 

나도 잘 있다고

 

어제는 태수 씨가

 

준하 외삼촌 댁 주소를
알아 가지고 왔어

 

그리고

 

또 놀랄 만한 사실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지금까지 태수 씨 이름으로
보낸 편지들을
[준하의 숨소리]

 

[편지 속 주희]
준하가 썼다는 거

 

[잉크를 달그락 찍는 준하]

 

[편지 속 주희]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다 있어?

 

하지만 괜찮아

 

그 바람에

 

버리려고 모아놓았던
태수 씨 편지들을 다시 보면서

 

준하를 느낄 수 있으니까

 

[닭 울음]

 

[편지 속 주희]
그리고 태수 씨가
또 하나의 제안을 했어

 

준하가 나한테 편지를 보낼 때
겉봉에는 태수 씨의 이름을 쓰는 거야

 

그럼 우리 집에선 태수 씨하고
편지 왕래를 하는 줄만 알 테니까

 

[편지 속 준하]
창밖을 봐

 

바람에 나뭇가지가 살며시 흔들리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 거야

 

[편지 속 주희]
지금 창밖엔 눈이 오고 있어
[준하 감탄하는 소리]

 

[편지 속 주희]
첫눈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길거리를 거닐어야 한다던데

 

난 편지를 쓸 뿐이야

 

[개가 짖는다]

 

[편지 속 주희]
나 준하가 너무나 보고 싶어서

 

내일은 할아버지 댁에 가겠다는
다짐을 받아낼 작정이야

 

가게 되면 미리 전보를 칠게

 

[편지 속 준하]
귀를 기울여봐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리면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 거야

 

눈을 감아봐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면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 거야

 

[우체부의 한숨]

 

{\an8}전보 치러 왔어요

 

{\an8}(직원)
여기에 내용 기입해주시면 되거든요

 

{\an8}네

 

{\an8}[기쁨에 찬 숨소리]
[멀리서 전화벨이 울린다]

 

[해맑은 웃음]

 

[준하 내레이션]
그러나
운명은 내 편이 아니었나 보다

 

내가 쓴 편지 한 통이

 

어쩐 일인지
태수의 집으로 반송됐던 것이다

 

주희 씨는
준하를 좋아합니다

 

(태수)
저도

 

주희 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두 사람이

 

정말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포기를 했습니다

 

[허리띠를 철컥 푼다]

 

(태수)
좋아하는 사람끼리 사귀어야죠

 

전 괜찮습니다

 

[다급하게]
아, 아니요

 

저도 좋아합니다

 

포기 안 할 거예요!
[떨리는 숨소리]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응?

 

(태수 부)
넌 항상 제멋대로야!
[태수의 아파하는 신음]

 

아버지

 

네놈한텐 아비, 어미도
보이지 않는다

 

[태수 부 버럭]
이거지?

 

[태수의 두려움에 떠는 숨소리]
(태수 부)
어?

 

너 걔가 누군 줄 알아?

 

공화당 재선 의원의 딸이야
[태수의 겁에 질린 숨소리]

 

[태수 부의 힘주는 신음]
[태수의 겁에 질린 숨소리]

 

[태수의 아파하는 신음]

 

넌 공화당 재선 의원이
뭔 줄 알아, 이놈의 자식아, 어?

 

[태수 부의 힘주는 신음]

 

(태수 부)
너 같은 놈은 죽어도 싸!
[태수의 아파하는 신음]

 

[울먹임]
(태수 부)
계집 하나 사로잡지 못하고!

 

[고상한 음악]

 

[기쁨에 찬 숨소리]

 

[준하 내레이션]
기대에 부풀었던 겨울 방학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이게 뭔 줄 아니?

 

- 혁대 아니야?
- 아니다

 

채찍이다

 

이놈이 자꾸 날 때린다

 

우리 아버지는 원치 않는데
이놈이 자꾸 날 때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놈을 잡아 왔지

 

[준하가 콧숨을 내뱉는다]

 

이놈한테 무슨 벌을 내릴까?

 

[숨을 크게 들이켜며]
사형

 

[혀를 똑 튕긴다]

 

내 생각도, 그거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여?

 

조금씩, 조금씩

 

(태수)
굶기면서?

 

아니면, 수면제를 먹일까?

 

목 졸라 죽이자

 

[만족스러운 숨소리]

 

좋은 생각이야

 

준하야

 

주희 씨한테 잘해줘라

 

[멀어지는 발소리]

 

(교장)
북괴군을 우리가
무슨 수로 싸워 이기겠습니까?

 

[학생들의 놀란 숨소리]

 

(교장)
오늘 당장 북한이 쳐들어오면
[태수 친구의 힘주는 숨소리]

 

(교장)
우린 어떻게 할 겁니까?

 

그래서 우리도 저 북괴군들의
도발에 대비해서

 

[만족스러운 숨소리]
(교장)
우리 가족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말입니다
[어이없는 웃음]

 

[교장 훈화 계속]

 

[한숨]

 

[결의에 찬 숨소리]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장면 강조 효과음]
[준하의 놀란 숨소리]

 

[다급하게]
태수야!

 

[준하의 당황한 숨소리]

 

[준하 큰 소리로]
여기 좀 와봐요, 사람이 죽었어요!

 

[슬픈 음악]

 

태수야, 태수야, 이 새끼야!
[준하의 힘주는 숨소리]

 

(준하)
태수야, 태수야, 이 새끼야

 

[다급하게]
태수야, 이 새끼야
조금만 참아봐

 

조금만 참아

 

[울부짖으며]
여기 누구 좀 와봐요!
사람이 죽어간단 말이에요!

 

[절규하며]
태수야, 태수야

 

[울먹이며]
누가 혁대를 죽이랬지

 

널 죽이랬어?

 

[흐느끼며]
태수야

 

[큰 소리로]
정신 차려봐, 눈 떠봐!

 

[흐느끼며]
죽지 마, 죽지 마, 죽지 마

 

[문이 덜컥 열린다]
죽지 마, 이 나쁜 개새끼야!

 

[준하 다급하게]
숨 쉬어봐, 숨 쉬어봐!

 

[절규하며]
숨 쉬어봐, 이 새끼야!
숨 쉬어!

 

[슬픈 숨소리]

 

[울먹인다]

 

[문이 덜컥 열린다]
[흐느낀다]

 

[흐느낌]

 

[훌쩍]

 

들어가 봐

 

[울음 섞인 숨소리]

 

태수는

 

네가 곁에 있어 주면

 

금방 깨어날 거야

 

[훌쩍]

 

[울음 섞인 숨소리]

 

어서

 

[깊은 한숨]

 

기다리고 있어

 

[훌쩍이는 주희]

 

[주희의 긴장한 숨소리]

 

[문이 덜컥 열린다]

 

[문이 덜컥 닫힌다]
[애잔한 음악]

 

[안타까워하는 숨소리]

 

[울먹이며]
빨리

 

완쾌하세요

 

[깊은 한숨]

 

[문이 덜컥 여닫힌다]

 

[살짝 웃는다]

 

[깊은 한숨]

 

[울음 섞인 숨소리]

 

[흐느낀다]

 

[문이 덜컥 닫힌다]

 

[훌쩍]

 

[한숨]

 

[훌쩍인다]

 

[놀란 숨소리]

 

[주희의 다급한 숨소리]

 

[흥겨운 합주]

 

[사람들의 함성]

 

[사람들의 환호]

 

[애절한 음악]

 

[주희의 당황한 숨소리]

 

[주희의 다급한 숨소리]

 

[주희의 다급한 숨소리]

 

[주희의 다급한 숨소리]

 

[울먹인다]

 

[울먹인다]

 

[비가 쏴 내린다]

 

(점원)
지혜야, 이게 뭔 줄 아니?

 

우산?

 

아주 특별한 우산이야

 

[피식하며]
다 똑같지, 뭐

 

왜 특별하냐 하면

 

이건 상민이가 나한테 준 거니까

 

걘, 내가 자기 좋아하는 줄 아나 봐

 

그럼, 매일 넋을 잃고
헤 보는데 모르려고?

 

이거, 네가 상민이 갖다줘

 

언니가 직접 갖다줘

 

- 난 거기 안 가
- 왜?

 

수경이하고 싸웠니?

 

그저께, 비가 갑자기 온 날 있지?

 

상민이가 여기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거든

 

근데 창밖을 이렇게 바라보다가

 

(점원)
별안간 돌아보더니 날 보고

 

'누나, 우산 가져왔어?'
그러더라고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안 가져와서 걱정이다 그랬더니

 

우산을

 

여기다 요렇게 세워놓고

 

'이거 누나 가져'
그러더라고

 

(점원)
자기는 비를 맞겠다는 거야

 

그러더니 빗속을
막 뛰어가는 거 있지?

 

[감성적인 음악]

 

누나, 우산 가져왔어?

 

이거, 누나 가져

 

[웃음]

 

(점원)
근데, 오늘 이렇게 비가 오는데

 

상민이가 우산 없어서
비 맞을지도 모르잖아

 

[옅은 웃음]

 

[울먹이며]
이거, 정말

 

특별한 우산이네?

 

언니, 내가 갖다줄게

 

[주희의 기쁨에 찬 숨소리]

 

언니, 우산 가지고 왔어?

 

- 가져왔지, 오늘은
- 그래?

 

[우산을 툭 내려놓는다]

 

그래도 내 거 가져

 

쟤들이 미쳤나?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학군단)
충성, 충성!

 

[드르륵 끄는 소리가 들린다]

 

[기쁨에 찬 숨소리]

 

[기쁨에 찬 숨소리]

 

우산 있는데
왜 비를 그렇게 흠뻑 맞았어?

 

이건, 제 우산이 아니니까요

 

돌려드리려고 왔어요

 

매점에다 두고 가셨잖아요

 

우산 있는데

 

비를 맞는 사람이

 

[웃으며]
어디 저 하나뿐이에요?

 

(상민)
가지 마

 

다 알고 있잖아

 

내 마음

 

이제 다 알아버렸잖아

 

그래

 

지혜가 비를 맞고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도 우산을 버렸던 거야

 

연극을 보던 날도

 

(상민)
난 지혜한테 선물을 주고 싶어서

 

수경이 거까지 샀어

 

(상민)
그리고 우연이 내 편이라면

 

지혜가 그 엽서가 들어 있는
선물을 고를 거라고 생각했어

 

난 지금까지

 

너하고 멀어질 것만 같아서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어

 

연극, 보러 올게요

 

[기쁨에 찬 숨소리]

 

[벅찬 숨소리]

 

봐요

 

손목도 땄어요

 

(수경)
전 다 봤어요
두 사람이 사랑을 속삭이는 거

 

정말로 그 애를 사랑하나요?

 

- 정말로요?
- 나 마음 정리하고 있어

 

내 눈은 올바르게
보고 있었어, 그런데

 

가슴이 착각을 일으켰던 거야

 

그 말, 믿어도 되나요?

 

[떨리는 목소리로]
약속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어요?

 

그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야

 

[떨리는 숨소리]

 

그게 바로 저겠죠, 그렇죠?

 

사랑해

 

하늘에 맹세코 사랑해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큰 소리로]
상민 오빠를
너무너무 사랑해요, 상민 오빠!

 

[상민의 놀란 숨소리]

 

[장면 강조 효과음]

 

[커튼이 드르륵 닫힌다]

 

야,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어?

 

내 대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뭐, 상민 오빠?

 

대사를 네 마음대로 고치면 어떡해?

 

'상민 오빠'가 뭐야
다 망쳐버렸잖아!

 

상민이 오빠
전 연기를 한 게 아니에요

 

그건 제 진심이었어요, 사랑해요

 

연극보다 중요한 게 사랑이에요
사랑해요!

 

[상민의 힘주는 숨소리]

 

[화난 숨소리]

 

[찰싹]

 

[찰싹]

 

[찰싹]

 

[찰싹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관중의 박수]

 

[잔잔한 음악]
[바람이 휭 분다]

 

[지혜 내레이션]
연극을 끝낸 상민 오빠와 난

 

당일 데이트 코스로

 

엄마의 옛날 추억이 흐르고 있는
그 강가를 선택했다

 

(노인)
주희냐?

 

아니요, 전 딸이에요
이름은 지혜고요

 

아유, 그래?

 

이거, 내가, 이거 착각을 했구먼

 

아, 근데
너무 많이 닮았어, 엄마하고

 

[지혜의 웃음]

 

내가 너희 엄마 편지
많이 배달해줬지

 

- 고마워요, 할아버지
- 어이

 

[웃음]

 

[웃음]

 

[지혜 내레이션]
엄마와 아빠의 그다음 이야기는
나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시위하는 소리]

 

(군인)
여러분들은 지금
불법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시위한다]

 

(선동 학생)
독재 정부, 독재 정권, 군국주의

 

(학생들)
철회하라, 철회하라!

 

[비극적 음악]
독재 타도, 독재 타도, 독재 타도!

 

독재 타도, 독재 타도, 독재 타도!

 

[탕탕]

 

[펑펑]

 

(학생들)
독재 타도, 독재 타도

 

[학생들의 함성]

 

(학생들)
독재 타도, 독재 타도!

 

[탕탕]
[학생들의 함성]

 

[탕탕]

 

[탕탕]

 

[주희의 당황한 신음]

 

(학생들)
독재 타도, 독재 타도, 독재 타도!

 

[주희의 기침]

 

[펑]

 

(남자)
치약 바르세요
그럼 좀 덜해요

 

[주희의 놀란 숨소리]

 

- 주희 씨?
- 태수 씨?

 

[반가운 숨소리]

 

치약 바르세요

 

[학생들의 시위 소리]

 

[태수의 안도하는 한숨]
[수류탄이 탕탕 터진다]

 

[학생들의 시위 소리]

 

[안도의 한숨]
[수류탄이 탕탕 터진다]

 

[입바람을 후 분다]

 

(학생들)
독재 타도, 독재 타도!

 

[입바람을 후 분다]

 

[새어 나오는 웃음]

 

[새가 지저귄다]

 

오래간만입니다

 

 

혹시, 준하 씨 소식

 

아세요?

 

[웅장한 연주]

 

[기차 기적]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기차가 끼익 멈춘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주희의 다급한 숨소리]

 

(여자)
오빠!

 

[사람들이 창문을 탁탁 두드린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사람들이 창문을 탁탁 두드린다]

 

[애절한 음악]

 

[주희의 다급한 숨소리]

 

[주희의 놀란 숨소리]

 

[주희의 다급한 숨소리]

 

[주희의 울음 섞인 숨소리]

 

[주희의 울음 섞인 숨소리]

 

[창문을 탁탁 두드리며]
준하야

 

준하야

 

(주희)
준하야

 

[주희의 기쁨에 찬 숨소리]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창문을 탁탁 두드리며]
준하야

 

준하야!

 

[슬픈 숨소리]

 

준하야

 

준하야

 

[울먹이며]
살아서 와야 돼

 

[울먹이며]
준하야

 

꼭 살아서 와야 돼

 

준하야

 

준하야, 대답 좀 해봐

 

준하야

 

[흐느끼며]
준하야

 

준하야

 

[울음 참는 숨소리]
(주희)
살아서 와야 돼

 

[울먹이며]
준하야

 

꼭 살아서 와야 돼

 

[주희 흐느끼며]
준하야

 

[기차 기적]

 

[울먹이는 주희]

 

[울먹이며]
준하야

 

준하야

 

(주희)
준하야

 

준하야

 

[다급하게]
준하야

 

[울먹이며]
준하야

 

[준하 다급하게]
주희야!

 

- (주희) 준하야!
- 주희야!

 

[울음 섞인 숨소리]

 

- (준하) 주희야!
- 준하야!

 

(준하)
태수야!

 

[울먹이며]
준하야

 

[울먹이며]
준하야

 

[주희의 울음]

 

(태수)
준하야!
살아서 돌아와야 돼!

 

[울먹이며]
준하야

 

[애절하게]
꼭 살아서 와야 돼

 

꼭 살아서 와야 돼

 

알았지?

 

[헬리콥터 소리]

 

[결의에 찬 숨소리]

 

[슬픈 음악]
[무전기 속 영어 음성]

 

[헬리콥터 소리]

 

[무전기 속 영어 음성]

 

[연발 총성]

 

[탕탕]

 

(동료1)
오 하사...

 

[고함]
[연발 총성]

 

[폭음]

 

[펑펑]

 

[헬리콥터 소리]
[무전기 속 영어 음성]

 

[폭음]

 

[총성]
[펑]

 

[픽]

 

[탕탕]
[펑]

 

[연발 총성]

 

[폭음]

 

[펑]

 

[준하의 놀란 숨소리]

 

[탕탕]

 

[탕탕]

 

[탕탕]

 

[연발 총성]

 

[군인들의 다급한 목소리]

 

[연발 총성]

 

[펑]

 

[연발 총성]

 

[연발 총성]

 

[아파하는 동료2]

 

[탕탕]

 

[준하의 다급한 숨소리]

 

[큰 소리로]
위생병, 위생병, 위생병!

 

[준하의 다급하게]
조금만 참아, 숨 쉬어!

 

[힘주는 신음]

 

그만해, 이 새끼야!
죽었잖아, 빨리 철수해!

 

[준하의 울음 섞인 숨소리]
(동료1)
따라오란 말이야, 이 새끼야!

 

[폭음]

 

[펑]

 

[군인들의 다급한 목소리]

 

[연발 총성]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폭음]

 

[다급한 숨소리]

 

[연발 총성]

 

[군인들의 다급한 목소리]

 

[연발 총성]

 

(군인)
야, 빨리 와!

 

[펑]

 

[폭음]

 

[무전기 속 영어 음성]

 

[펑]

 

[준하의 거친 숨소리]

 

[당황한 숨소리]

 

[큰 소리로]
오 하사, 오준하 이 새끼야!
어디 가는 거야!

 

[동료1 다급하게]
돌아와, 오 하사!

 

[헬리콥터 소리]
[무전기 속 영어 음성]

 

[펑]
[준하의 놀란 숨소리]

 

[준하의 다급한 숨소리]

 

[연발 총성]

 

[펑]
[군인들의 다급한 목소리]

 

[탕탕]

 

[준하의 다급한 숨소리]

 

[폭음]

 

[준하의 거친 숨소리]

 

[준하의 놀란 숨소리]

 

[준하의 긴장한 숨소리]

 

[준하의 다급한 숨소리]

 

[탕탕]
[펑]

 

[준하의 다급한 숨소리]

 

[스르륵 소리가 들린다]

 

[준하의 긴장한 숨소리]

 

[준하의 다급한 숨소리]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애절한 음악]

 

[준하의 슬픈 숨소리]

 

[펑]

 

[군인들의 다급한 목소리]

 

[연발 총성]

 

[군인들의 다급한 목소리]

 

[놀란 신음]

 

[준하의 다급한 신음]

 

[동료3의 신음]

 

[가쁜 숨소리]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준하의 가쁜 숨소리]

 

[고조되는 애절한 음악]

 

[폭음]

 

[헬리콥터 소리]

 

[무전기 속 영어 음성]

 

[새가 지저귄다]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다가오는 발소리]

 

[기쁨에 찬 숨소리]

 

[웃음]

 

하나도

 

안 변했어

 

지금도 옛날처럼

 

예뻐

 

[수줍은 웃음]

 

 

많이 늙었어

 

고생

 

- 많았지?
- 고생은 뭐

 

아...

 

[목을 가다듬는다]

 

태수는 잘 있어?

 

잘 있겠지, 뭐

 

[떨리는 숨소리]

 

 

결혼 안 했어?

 

난 벌써

 

했는데

 

[쓸쓸한 음악]

 

[허탈한 웃음]

 

들었어

 

할 말이 굉장히 많았는데

 

막상 만나니까

 

[멋쩍게 웃으며]
생각이 안 나네

 

[목을 가다듬는 준하]

 

피아노 치는 소녀네?

 

(준하)
저거 우리 집에도 있는데

 

저걸 보면

 

주희가 피아노 칠 때 생각이 나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때 주희 모습하고 너무 닮았어

 

(준하)
그렇지?

 

[살짝 웃는다]

 

그때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순수했어

 

[당황하는 숨소리]
(준하)
다시 오지 않을 시절이지만

 

(준하)
사실...

 

감정이 너무 앞섰던 것 같아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울고 웃고

 

[살짝 웃는다]

 

[훌쩍인다]

 

[슬픈 숨소리]

 

[울음 섞인 숨소리]

 

나 지금

 

[울먹이며]
어때 보여?

 

건강해 보여

 

[울먹인다]

 

(준하)
근데, 좀 더 밝은 모습

 

보고 싶어

 

[흐느낀다]

 

[울먹이며]
나, 지금 울고 있어

 

눈물 안 보여?

 

[울먹인다]

 

왜 숨겼어, 앞을 못 본다는 거?

 

[흐느낀다]

 

[당황하며]
아, 시간이 이렇게 됐네?

 

미안해, 나 약속이 있어

 

(준하)
먼저 갈게

 

[울먹인다]

 

[물건이 쨍그랑 떨어진다]

 

[준하의 신음]

 

[훌쩍임]

 

[울먹임]

 

미안해, 거의 완벽했는데

 

[멋쩍게 웃으며]
해낼 수 있었는데

 

어젯밤에 미리 와서

 

(준하)
연습 많이 했었거든

 

[떨리는 목소리로]
거의 속을 뻔했어

 

정말 잘했어

 

정말 속을 뻔했어

 

[훌쩍인다]

 

그리고

 

이 목걸이 돌려주려고
목숨 걸고 구했어

 

아니야

 

이건 준하 거야

 

[울음 섞인 숨소리]

 

[살짝 웃는다]

 

[갈매기가 끼룩끼룩 운다]

 

[지혜 내레이션]
그 후, 엄마는 아빠와 결혼을 했고

 

3년 만에야 나를 낳았다

 

그리고 몇 년 후

 

[물소리]

 

[새가 지저귄다]
[해맑은 웃음]

 

[웃음]

 

[다가오는 발소리]

 

(동료)
성주희 씨?

 

[다가오는 발소리]

 

[동료가 울먹인다]

 

[슬픈 음악]
[울먹인다]

 

(동료)
준하가

 

[울음 섞인 숨소리]

 

(동료)
죽기 전에 이 강물에
유골을 뿌려달라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동료)
사실

 

준하

 

[훌쩍이는 동료]

 

[흐느낀다]

 

(동료)
주희 씨가 결혼하고 나서
바로 했을 겁니다, 아마

 

[오열한다]

 

[동료 울먹이며]
자식

 

아들까지 낳았는데...

 

[흐느낀다]

 

[흐느낀다]

 

[울먹인다]

 

[주희와 동료가 흐느낀다]

 

(동료)
그리고

 

준하는

 

[울먹인다]

 

(동료)
주희 씨에게 이걸 전해주라더군요

 

[오열한다]

 

[울음 섞인 숨소리]

 

[고조되는 슬픈 음악]

 

[살짝 웃는다]

 

엄마, 무지개

 

[옅은 웃음]

 

[지혜 내레이션]
그날, 내가 봤던 무지개는

 

아직까지 내 머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슬픈 웃음]

 

[훌쩍인다]

 

[흐느낀다]

 

[슬픈 숨소리]

 

[훌쩍이는 상민]

 

[떨리는 숨소리]

 

[놀란 숨소리]

 

[웃음]

 

[슬픈 음악]

 

[벅찬 숨소리]

 

[살짝 웃는다]

 

[웃음]

 

[웃음]

 

[웃음]

 

[웃음]

 

[울음 섞인 숨소리]

 

[슬픈 웃음]

 

[풀벌레 울음]

 

[개가 짖는다]

 

[반딧불이 소리]

 

[한성민의 '사랑하면 할수록']

 

손 펴봐

 

[벅찬 숨소리]

 

[웃음]

 

[서정적 노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