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Unnamed Memory 03

[티나샤의 사역마]

 

티나샤 님, 몸은…

 

아, 제가 잘라 드릴게요!

 

당신은 마녀인 제가
무섭지 않으세요?

당연히 마녀는 무섭죠

5명의 마녀들에 대한 기록은
알고 있는 데다가

하룻밤 만에 나라를 멸망시킨 적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두려워지잖아요

 

하지만 티나샤 님은
그렇게 안 보이세요

마녀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바꼈어요!

 

그래요?

티나샤 님은요?

무서운 거나 껄끄러운 건 있으세요?

껄끄러운 거라…

예전에는 꽤 있었는데요

오랜 세월을 사는 동안
닳고 닳아버렸다고 해야 할지

지금은 그렇네요

잠을 재워주는 게
아직도 껄끄럽네요

그게 무슨 말이세요?

아이들을 재울 때의
그런 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오스카가 껄끄러워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 사람, 저를 주워온
고양이 같은 걸로 착각하는 거 아닐까요?

 

그래도 정말 사이좋아 보여요

네?
정말 사이좋아 보인다니

 

멈춰 있던 시곗바늘이 나아가는 그 끝에

영원이여, 이어져 다오

Unnamed Memory
sub by 별명따위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이 품 안에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이 단 하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마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일을 붙잡아서

그늘 속에 숨은 시간의 언덕은 이젠 없으니까

전하고 싶은 것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있어

부디

흘러가게 될 그 끝은 이곳에 있으니까

되뇌었던 말을 따라 닿을 거야

날 부르던 그 목소리가 외치네

언젠가 바랐던 마음은 반드시 닿을 거야

네 마음의 곁에 있으니까

sub by 별명따위

~ 숲이 꾸는 꿈 ~

 

그렇게 돼서, 아버지

푸른 달의 마녀다
내 아내가 될 예정이야

되기는 누가!

잠자코 듣고 있었더니
없는 소리를 맘대로!

저는 저주를 풀러 온 것뿐이에요!

「파르사스 왕 케빈[오스카의 아버지]」
아들의 저주는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겁니까?

해석은 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는 중이라

완전히 풀기까지는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종적으로는
어떻게든 할 테니 안심해 주세요

안 되면 네가 책임을 지면 된다

안 된다고 하지 마!

애당초 당신은 왕태자로서 좀 더
자각을 챙겨 주세요!

사이가 좋은 것처럼 보인다만…

사이가 좋으세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거나
이것저것 많잖아요!

많나?

 

마수를 쓰러뜨린 후에

그녀가 큰 부상을
입은 건 행운이었어

덕분에 이걸 얻었으니까

「바르트」 「미라리스」
그녀라는 건 푸른 달의 마녀?

맞아

내가 아는 한 최강의 마녀야

 

이런, 이런

이런 곳에 사람이 있었군

 

너는 어느 나라의 마법사지?

 

어째서 당신이 여기 있지?

여기에 있던 강아지를 정리해야겠다 싶어서
찾아온 건데

그 아이가 해치워 준 거지?

그녀는 쭉 당신을 찾고 있어

알고 있어

다가오게 될 날에
내가 직접 데리러 갈 생각이야

 

분명 그 아이도 기뻐할 거야

 

기뻐한다?

기뻐하지

그 아이는 나를
쭉 만나고 싶어 하고 있어

 

당신은 어느 역사에서든
그녀에게 오만한 태도군

"어느 역사에서든"?

무슨 말일까?

혼잣말입니다

 

저는 평범한 방관자니까요

방관자라는 것치고는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대단한 건 없습니다

본디 있어야 할 흐름을 구해낸다

저희는 그것만을 위한
일족이니까요

이대로 순순히
보내줄 수 없다고 한다면?

 

미라리스, 도망쳐!

 

그 아이는 내게 있어서
특별한 존재야

 

쓸데없는 훼방은
두진 못 해

 

바르트!

 

기다려, 바르트!
싫어!

 

[파르사스 북동 바일의 숲]
 

 

이곳이 사건이 있었던 숲인가

꽤 넓군

 

그만두죠…

마을 사람들이 9명이나 죽어나갔다구요!

그것도 말라 비틀어진
시체가 돼서!

그러니까 당장 원인을
밝혀낼 필요가 있잖아?

 

정말로 그만두자니까요!

티나샤 님한테 들켰다간
화내실 거예요!

마침 좋은 기회잖아

그 녀석이 있으면
뭐든 다 제지당하니까

그건 그렇고

수호 결계에 접촉하면 들키니까

뭐가 나오더라도
전부 피해야만 한다

차라리 그냥 들켜주세요…

 

진주?

 

전하!
진주가 맺혔어요!

너는 바보인가?

아니, 그치만 정말로…

 

라잘!

 

이건 뭐죠!?

괴기 식물?

이, 이게 사건의 원인일까요?

그렇군

딱 봐도 붙잡히면
수분을 빨아먹힐 것 같군

 

라잘, 제대로 물러서 있어라

전하, 저거!

큰 놈이군!

 

위험하군
독인가!

라잘, 물러난다!

 

라잘!
괜찮아?

 

이런 곳에서 뭘 하는 거야?

 

라잘

 

몸은 어떻지?

 

전하, 저는…

이제 괜찮다

그녀가 해독해 줬다

그녀?

 

안녕

 

아, 감사합니다

 

저기, 당신은?

나?

나는 루크레치아

하지만 이름으로 불리는 일은
거의 없어

『닫힌 숲속의 마녀』라고
모두가 부르니까

 

[루크레치아[닫힌 숲속의 마녀]]
 

 

티나샤는 여전해?

알고 있는 사이인가?

물론이지

그 아이가 갓 마녀가 됐을 무렵부터
알고 있어

 

그런 수호 결계를 펼칠 수 있는 건
그 아이뿐이니까 바로 알 수 있어

지금은 뭘 하고 있어?
아직도 탑에 틀어박혀 있어?

아니, 평소에는 내 수호자를 해 주고 있다

헤에, 그럼 네가 그 탑을 오른 거야?

꽤 짓궂은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을 텐데

전하는 거의 혼자서 오르셨어요

에, 정말?

굉장하잖아

계약 내용은?

세계의 왕이 되고 싶다든가?

글쎄

전하는 티나샤 님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하세요

 

라잘, 너

 

그렇구나, 그렇구나~
고마워!

뭐, 거절당했지만

그래서 수호자다

 

미안해

그래도 괜찮지 않아?

상당히 어려울 거라 생각하지만

어려운 걸까요?

 

어렵지

그 아이는 지금껏
정령술사를 하는 고지식한 애니까

남자는 만들지 않겠지

무슨 말이지?

마법사들 중에서도

다른 자들과 달리 정령술사는
순결이 조건이야

 

성관계를 가져서
영혼이 뒤섞이게 되면

정령 마법의 실행에 필요한
마력량이 크게 뛰어오르거든

 

하지만 그 아이 정도의
힘이 있다면 상관없을 테니

한 번쯤은 결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거라면 나는 응원할게

뭣하면 미약이라도 가지고 갈래?

평범한 마법약은 먹히지 않겠지만

내가 만드는 거라면
분명 그 아이한테도 먹힐 거야

아니, 됐다

 

그래?

그럼

 

미약보다도 더 재미있는 걸 줄게

 

무서워라, 무서워

나는 그 아이와 달리
싸우는 건 잘 못 하니까

그냥 못 본 셈 쳐줄래?

그건 모르지

저, 전하

구해주신 건 사실이고

변사 사건의 원인도 알았으니
오늘은 이만 가 봐요…!

그래

 

또 언제든 찾아와 줘

 

제가 없는 동안
아무런 불편사항은 없으셨나요?

 

트, 특별히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다행이에요

 

마법구를 환기시키는 건
무사히 끝나셨나요?

네, 어떻게든

취급이 어려운 게 많아서
사역마에게 맡길 수가 없어서요

자리를 비워 죄송해요

당치도 않으세요

오히려 평소에 좀 더 쉬셔도…

좀 나갔다 오겠다

아, 네

 

왜 그러지?
나한테 뭐라도 붙어 있나?

아뇨, 아무것도

 

오스카, 몸은 괜찮으신가요?

문제없다
갑자기 왜 그러지?

그렇다면 상관없지만요

 

좋은 아침이에요

오스카, 잘 주무셨나요?

 

잘 잤다

딱히 졸리진 않다

 

오스카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무언가가 떠오르려고
했던 것뿐이다

아직 잠이 덜 깼나 보네요

아무튼 좀 더 제대로
수면을 취해주세요

자고 있다고 했건만

왜 너는 그렇게까지 나를
재우고 싶은 거지?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집무에 지장이 나오지 않도록 부탁드려요

 

이상한 녀석이군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런데 좀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뭐, 뭔가요?

오스카는 요즘
잘 자고 있나요?

 

아마도…

특별히 늦게까지 업무를
보시다 주무시진 않으시는 것 같은데요

정말로?

정말이에요

최근 연인이 생겼다거나 하는 일은?

 

- 누구한테요?
- 오스카한테

없어요

 

정말로 아무도?

아무도 없어요

아, 질투하세요?

잠꼬대는 자면서 해 주세요

 

여―!

- 연인!?

본인은 자각이 없는 듯하지만

최근 들어서 생기가
흔들리고 있어요

 
연인이 있다면 그냥
평범하게 사귀면 되는데

「도안[파르사스 마법사]」
연인이 있다면 그냥
평범하게 사귀면 되는데

그런 용사는 없을 겁니다

살짝 상상하기 힘드네요

향수의 잔향이
풀풀 나고 있어요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나 보네요

 

오늘 만나 뵈었지만
그런 냄새는 안 났습니다

네?

가까이 가면 바로
알 거라 생각하는데요

 

미안, 볼일이 생겼어

 

무, 무서워…

저건 바람을 필 수 없겠군

뭐였던 걸까…?

 

오스카!

무슨 일이지, 티나샤?

 

"무슨 일이지"가 아니죠!

루크레치아와 만났다는 걸
왜 말하지 않은 거예요!

 

거창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잠자코 있었다

미안

마녀와 만난 게
거창한 게 아니라면

이 세상은 사소한 일들뿐이에요!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 바닥을 치는 위기감을
어떻게든 좀 해 주세요!

정신계 마법은 막을 수 없다고 했잖아요!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지만
그러다 죽어도 책임 안 져요!

죽어도?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이 마법은 꿈 안에서
연인 모습으로 변신해서

관계를 가지는 동안
상대의 생기를 조금씩 빼앗아 가요

잘만 간다면 걸린 사람은
일주일 만에 사망해요

 

매일 밤 그런 꿈을
꾸고 있을 거예요

일어나면 기억이 사라지도록 했겠죠

너는 어떻게 알았지?

냄새예요

당신에게서 여성의 향수 같은
강한 꽃 향기가 나요

그래서 철석같이 연인이
생긴 줄 알았는데요

없다

그보다 그런 냄새가
나는 건가?

 

그렇구나

아무래도 저만 알 수 있도록
해둔 모양이에요

그 변태가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지?

오늘 밤에 해주할 거예요

이미 생기에 흔들림이
생기고 있으니

외부에서 억지로 해주하면
생명에 영향이 갈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안에서 억지로 해주하죠

결국 억지로 가는 건가

아무튼 자 주세요!

 

오스카

 

오스카

 

티나샤

 

악취미야

 

오스카?

 

손이…!

 

오스카…

 

그, 그만해…

 

부탁이야…
살려줘…

멈춰…

 

멈춰!

 

죽이세요

 

티나샤

 

수고하셨어요

 

빼앗긴 생기는 제대로 돌아왔어요

 

내 손으로…

너를 죽이게 하지 마라

 

그건 제가 아니에요

그렇더라도 하는 소리다!

 

왜요?

당신이 저 검의 소유자인 이상

언젠가 당신은 정말로 저를
죽여야만 할지도 몰라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물론이죠

 

기다려!

오늘 밤은 편히 쉬세요

 

루크레치아!

오랜만이야, 티나샤

어머, 몸을 성장시킨 거니?

그건 뭐예요?

악취미라고는 하지만
너무 지독하잖아요!

악취미인 건 네 해주 방법 아니야?

설마 목을 꺾어버릴 줄은 몰랐어

가장 손쉽기도 하고,
제 분도 풀려요

애당초 어딜 어떻게 봐도
제 계약자라는 걸 알게끔 해뒀는데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뭐, 오랜만의 인사치레라고 생각해 줘

인사로 사람을 죽이려고 하지 마

 

그래서 그 계약자는 어땠어?

화냈어요

목을 꺾게 만든 건에 대해서

그야 화내지
뒷맛이 씁쓸하니까

아카시아의 소유자가
무슨 물러터진 소리를…

그래도 멋진 남자잖아

필요 없다면 나한테 줄래?

가지고 가시든가요

역시 안 돼

왜? 아까워졌어?

아뇨, 마녀의 피를 섞는 건
안 된다는 거예요

아, 일이 복잡해진 모양이네

『침묵의 마녀』지?

 

그걸 푸는 건 어려워

그러니까…

 

자, 가지고 가

이번 일에 대한 사과야

 

피와 정액

아마도 그게 저주의 영향을
짙게 받고 있을 테니까

뽑아뒀던 건가

그 악취미 같은 수집벽은
어떻게든 좀 해 주세요

좀 지나치게 화내는 거 아니야?

애당초 그 마법도 네 모습을
구현화시키려 한 게 아니라

그의 희망을 반영하도록
만들어 둔 건데

 

누구 때문에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네가 고집스러운 것 때문이잖아?

 

돌아가서 솔직하게 사과하는 게 어때?

 

너,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들어와라

 

이리 와

 

아…

 

미안했어

 

죄송해요

 

긴 세월을 엮는 빛의 바늘

넣어둔 그 상자 속

태어나고, 다시 사라지는 것

용납받을 수 없는 축복을

모이고, 다시 떨어져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인간은 흘러가는 운명과

돌아오는 원 속에서

계속해 방황하는 네가 어디로 간다 하여도

푸른 빛 사이를 넘어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길을

나아가는 그 너머에

네게

인도해 주는 것은 함께 사랑했던 기억

언젠가 갈라졌던 가지의 끝이

서로 맞닿게 됐을 때

꽃을 피워내는 봉오리에

다시금 저주하며 소망하네

안녕을

 

~ 형태에 숨을 불어넣다 ~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