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회담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남아 곤란하시겠지요.

부디 그동안 왕궁 내를 돌아봐주시어요.

바로 누군가 안내할 자를 부르겠사오니.

저, 저기...!

기다려주십시오.

 

그렇다면 제가,

오즈마르고 비 전하 대리를
안내해 드리지요,

 

어마마마.

 

제물공주와 짐승의 왕

이 목숨을 바쳐야 할 숙명이라면

거스를 생각은 어릴 적에 잃어버렸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긴 그 시선은

마음의 저주가 되었어

증오가 분쟁을 분쟁이 슬픔을

윤회처럼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면

자그마한 이 목숨에

살아있는 의미를 당신이 깃들여줬어

 

모조품끼리,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어

바란다면 마지막까지

 

이 소원을, 이 마음을

당신에게 바칠 거라면

위로도 연민도

필요 없으니까

 

이 목숨을 이 세상을

당신이 받아들이겠다면

그 목숨 울려 퍼지기를

이 맹세를, 이 숙명을

당신이 바라는 것이라면

괴로움도, 슬픔도

끌어안아줄 테니까

 

축복과 미래의 언약

 

테트라?

어째서 네가 여기에?

 

제, 제4 왕녀 테트라입니다.

이제부터 이 테트라가
응대해 드릴 겁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저기...

그럼 잘 부탁해, 테트라 쨩.

호박!

 

뭣이!

인간은 처음 봤는데,

정말로 못생긴 생물이구나.

어마마마께서 칼카라를 안게 하기
싫어하시는 것도 이해가 가.

뭐 이런 실례되는 녀석이 다 있는 거야!

사리에게 사과하는 거야!

뭐야, 시종 주제에.

말을 삼가렴, 이 까만 알맹이.

까만 알맹이?

잠깐만.

역시 카를라 왕비는
내가 의식을 하길 바라지 않...

당연히 바라지 않지.

귀여운 내 아이를 호박이
안아줬으면 하는 부모는 없어.

호박이 잘난 척하지 마, 호박아.

 

역시 그렇겠지.

어쩌지.

 

나라면 어떻게든 못 해줄 것도 없지.

 

자, 알겠어, 사리피?

지금부터 내가 이 돌을 던질 테니,

잘 잡아서 내게 가져와야 해.

웃기지 말란 거야!

사리는 개가 아니라고!

말버릇이 그래도 되겠어?

내 하수인이 되어준다면

네게 축복의 의식을 시켜주도록
어마마마께 부탁해 줄게.

어마마마의 비위를 맞추고 싶으면

먼저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에잇!

그런 어린애 놀이에 어울려 줄 리가!

참고로 그 돌은
어마마마의 혼수품인데,

국보급 보석이야.

 

필사적이긴!

자, 다음엔 뭘 할...?

 

자.

어머니의 보물을
이런 식으로 다루면 안 돼.

 

뭐야!

하수인 주제에 내게 말대답하려고?

하지만 테트라 쨩...

친한 척 하긴!

테트라 왕녀님이라고 해!

자, 다음, 다음!

 

누구냐!

저녁에 내놓을 디저트를 집어먹은 게!

 

그럭저럭이네.

 

이번엔 이런 걸 해주지!

 

이런 짓도!

 

이런?

짓도!

 

뭐야, 벌써 항복이야?

 

응,

다음엔 뭘 하고 놀까?

 

그래?

이 정도 명령은 놀이란 거야?

 

말이야!

이번엔 말이 되도록 해!

네 발로 기면서 날 등에 태우는 거야.

저, 적당히 좀 하는 거야!

사리는 네 장난감이 아니라고!

라고!

자, 어서 타.

 

뭐...

뭐야, 넌?

자존심도 없어?

그렇게까지 해서
어마마마 비위를 맞추고 싶어?

어마마마?

아, 깜빡했네.

왠지 즐거워져서.

 

잠깐...!

말, 달릴게요!

 

넌 못생긴 데다가 바보야?

말은 이족보행 안 해.

아, 그렇구나.

 

정말로... 바보...

아무리 내게 아양 떨어도

어마마마의 비위 따윈 못 맞춰.

어마마마는
남동생 밖에 머릿속에 없어.

나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아니,

그것도 모자라 말도 안 듣는
성가신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알고 있어,

칼카라가 더 소중하단 건.

간신히 태어난 후계자니까.

 

세 명의 언니들은 시집보내졌어.

나도 조만간 어딘가의 나라의
모르는 남자에게 바쳐질 거야,

마치 제물처럼.

 

어마마마도

나 같은 건 얼른
어디 가버렸으면 하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아니라고 봐.

 

애정이 텅 빈 사람은

좀 더 어둡고 차가운 눈을 하는걸.

 

널 보는 왕비의 눈은 그렇지 않았어.

 

너도 분명 사랑하고 있을 텐데,

그걸 잘 표현 못하게 된 게 아닐까?

 

지금의 너처럼.

 

테트라 왕녀님?

적당히 아무 소리나 하지 마!

너 같은 게
아는 척하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나 같은 건 어차피 필요 없는 아이야.

 

나,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먹었어.

오즈마르고 왕이 이 나라에 있는 그때,

어마마마께 마지막으로
최대의 민폐를 끼쳐주겠다고.

 

이 왕궁의 제일 높은 탑에서
뛰어내려줄 거야!

기다려!

 

또 여자애라네요.

대체 언제가 되어야
후계자가 태어날까요?

널 왕가에 시집보내려고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아느냐!

이 이상 창피를 주지 마라!

 

칼카라,

넌 내 희망이란다.

 

카를라 왕비님!

무슨 일입니까, 소란스럽게.

칼카라가 깨어버리잖아요.

황송하옵니다.

그러나 테트라 님께서...

 

송구스럽습니다.

중요한 축복의 의식을 앞두고

이러한 큰 실수를...

테트라 왕녀님!

 

테트라?

 

오지 마!

 

오면 바로 뛰어내릴 거야.

 

목숨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 하나뿐인 목숨이라고!

안 돼!

나 하나 죽는들,

매일 어디선가
누군가가 태어나고 있어.

그게 아니라!

부모님 덕분에 태어난 목숨을 버리면...!

허울만 좋은 말 그만해!

내가 택한 게 아니야.

자기들 멋대로 태어나게 한 거야!

끝낼 때 정도는
스스로 선택하는 게 뭐가 나빠?

내 목숨은 내 것.

어떻게 쓰라고
이러쿵저러쿵 들을 이유는 없어!

 

거기서 내려와, 테트라 왕녀님.

또 함께 놀고 싶어,

너와.

 

그런 거짓말에 속을 리가...!

정말이야.

네 말대로

네 앞길을 정할 권리는 너에게만 있어.

그러니 이건 내가 생떼 부리는 거야.

 

어마마마는

항상 울고 계셨어...

 

어마마마, 울지 마세요.

테트라가 있어요,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어요.

 

칼카라가 태어나고,

어마마마의 눈물은 멈췄어.

 

난 그렇게 할 수 없었어.

내가 태어난 걸 기뻐해 준 사람 따윈

누구 하나...

없었어...

 

봐봐, 이렇게 큰 소란을 피워놓고.

나, 더더욱 미움 받을 거야.

 

아주 기분 좋아!

마지막으로
제일 짓궂은 짓을 할 수 있으니까!

 

테트라...

 

기다려!

 

테트라 왕녀님,

넌 왕비님께 민폐를 끼치기 위해

여기서 뛰어내려주겠다고 했는데,

사실은 반대 아니야?

 

사실은 그저,

어머니가 웃어줬으면 하는 것뿐.

 

나...

난...

 

테트라!

 

임금님!

 

무서웠어?

 

이젠 이런 짓 안 할 거지?

 

하지만...

하지만 나...

 

그대, 천사의 아이,

그 고결한 생명과 삶의 여로에

평온과 수많은 행복이 있기를.

 

방금 건...

축복?

나 있지,

네가 태어나줘서 정말로 기뻐.

왜냐면 그 덕분에

이렇게 다정한 아이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

 

테트라...

저 아이가 저렇게 큰소리로 울다니...

 

어마마마, 울지 마세요.

 

어마마마.

얘기라면 나중에 해주겠니?

칼카라가 깨잖니.

저리 가 있으렴.

 

난 칼카라에게만,

아니, 왕비인 자신의 소임에만
정신을 빼앗겨서,

저렇게 안아주는 것조차...

 

소, 송구스럽습니다.

이렇게 소란을 피운 데다가
성수의 힘까지,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드려
참으로 부끄럽군요.

네 녀석에겐 저 왕녀의 모습이
보기 흉하게 비치는 거냐?

 

네 녀석의 부모 자식 간의 사정 따윈
난 모른다.

하지만 저 왕녀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내 비위를 맞추기 보다

드는 생각이 있을 거다.

네 녀석이 한 나라의 왕임과 동시에

아버지라면 말이다.

 

왕이시여?

 

어마마마...

 

잘못했어요...

 

미안하구나, 테트라.

미안하구나.

이 어리석은 어미를 용서해다오.

 

어마마마!

 

오즈마르고 왕 비 전하 대리,

 

저 대신 딸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끄러운 일인 줄은 아오나
한 가지 더,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자신이 태어난 건

아무도 정할 수 없어.

 

태어나는 장소,

순서,

입장,

누구도 고를 순 없어.

 

그러니 기도하는 거야,

새로 태어난 생명이

하다못해 평온하길,

행복하길,

소원을 담아서...

 

인정 못한다.

인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계집,

어쩌면 정말로 타인을 바꾸는 힘이...?

 

그럼 넌 원래 제물이었어?

응.

하지만 그거 싫지 않았어?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해 마족의 왕비가
되는 수밖에 없었단 거잖아?

아니야.

난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무엇 하나 스스로 정할 수 없었어.

하지만 이것만은
처음으로 스스로 택한 거야,

임금님 곁에서 살고 싶단 거.

 

그런 만남도 있구나.

살아있으면 이런저런 일이 있는 거야.

테트라 왕녀님에게도
앞으로 잔뜩 만남이 있을 거라고.

그런가?

그러고 보니
오즈마르고의 재상님은 제법 젊던데.

나, 그분이 내 취향이야.

 

뭐야?

연인이라도 있으셔?

그, 그건 없을 것 같은데,

그다지 추천은 안 하는 거야.

안 해.

그치만 그 사람 호랑(胡狼-자칼) 족이지?

결혼하면 묘목(猫目) 족의 피가
분명 질 거니까,

태어나는 건 호랑 족 아이이려나.

 

부모의 혼혈이 태어나는 게 아니야?

그런 경우도 있기는 있지만,

보통은 좀 더 강한 피를 가진 쪽의
종족이 되는 거야.

 

그런 것도 몰랐어?

왕비가 되면 언젠가
임금님의 아이를 배게 될 텐데.

 

임금님의...?

그렇구나.

 

그렇겠... 지?

 

거기서 부끄러워하지 마!

이쪽이 부끄러워지잖아!

 

거기까지는 생각해 본 적 없었네.

 

임금님의 곁에 있을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단 것만으로도
머리가 꽉 차서...

 

하지만 언젠가...

 

언젠가 임금님과
진짜 가족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까?

 

자기 안의 또 하나의 피에
괴로워하는 임금님은

나와의 혈연이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임금님은 그걸 바라줄까?

 

임금님?

무슨 일이야?

 

사리피,

네게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

 

여기까지 오면
남의 눈에 띌 일은 없겠지.

 

내게 말해두고 싶은 거라니?

 

내 이야기를 하기 전에

확인해두지.

나에겐 왕으로서

언젠가 후계자를 남길 의무가 있다.

그건 이해하고 있겠지?

 

응.

 

오즈마르고의 정통한 왕가,

수왕(獣王)족의 피는

본래 다른 그 어떤 종족의 피와도
섞이지 않고,

그대로 자손에게 전해진다.

그러니 이종족들이 뒤섞여있는
이 땅의 정점에 계속 군림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 흐르는 피는 다르다.

이 피를 잇고 태어난 자를

사랑해 줄 자신이 없다.

난...

아니,

내게도 부모로부터
사랑받은 기억이 없다.

 

사물의 분간이 갈 때쯤엔
어머니의 존재는 없고

형제도 없었던 나는

선대왕인 아버지만이
유일한 육친이었다.

 

아버지는 내겐 엄격하셨다.

아바마마!

 

아바마마!

고대 마족 문자를 전부 외웠습니다!

왕족이 문무를 익히는 것은 당연한 일.

일일이 성과 따윌 보고하지 마라!

 

거기다 아버지는
때때로 나를 작은 골방에 가둬두었다.

 

아바마마!

여기서 꺼내주세요!

아바마마!

 

아바마마!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이해했다.

 

이 모습은 보이면 안 되는 것이구나.

 

아바마마는 날 지켜주고 계신 거야.

 

칭찬해 준 적도,

응석을 받아준 적도 없다.

 

그것은 분명

나를 어엿한 왕족으로 키워내기 위해,

모든 것은 애정의 반증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버지는 병으로 쓰러졌다.

 

강하고 엄격한 아버지의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모습.

드디어 얼마 안 남았구나.

난 마음 아파하면서도
작은 기대를 품었다.

엄격한 아버지라도

최후에 순간만큼은 날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하며 끌어안아줄 거라고.

 

나도 여기까지군...

아바마마!

마음에 걸리는군,

널 남겨두고 가는 것이...

아바...

 

원통하구나.

아아, 원통하구나!

네놈에게 왕위를 내어주고 죽는 것이!

혐오스럽구나...

네놈에게 흐르는 그 더러운 피가

지금껏 역겨웠다!

견디기 힘들었다!

증오스러웠다!

넌 저주받은 악마의 자식이다!

우리 일족 최대의 오점이다!

그 피가 언젠가 내 나라를 멸망...!

 

병으로 드러누웠음에도

강하고 고귀했던 왕도

마지막엔 왕자를
그 품에 안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신관들은 눈물을 흘렸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아버지는 병으로 쓰러지기 상당히 전부터

마음의 병이 있었다더군.

 

이유는 모르겠다며
당시 주치의였던 신관은 말했다만,

그 사실은 공표되지 않은 채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왕자님,

옥체를 차게 하시면 안 됩니다.

 

마음에 병이 들 정도로

인간의 피를 혐오했으면서

어째서 인간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았는가?

어째서 달리 순혈 마족의 아이를
낳지 않았는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피를 저주했다.

 

내게 있어서

이 피를 후세에 남기는 건
공포일뿐이었다.

 

미안하다, 사리피.

유쾌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줬군.

 

아니야,

아니야...

 

나,

아직도 전혀 모르고 있었어.

 

임금님,

레오에게 있어서 인간의 부분은

단순한 약점이나 열등감이 아니야.

저주였던 거야,

정말로.

 

사리피,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내 두려움은 오늘,

또 하나 과거의 것이 되었다.

 

난 태어난 입장과 피를 선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널 선택할 순 있었지.

 

네 존재야말로 내게 있어선 축복이다.

 

설령 이 나의 피가

어떤 처지에 이어져 내려가더라도

너와 나 사이에서 태어나는 생명이라면,

이 레온하트의 이름을 걸고

몸과 마음 다 바쳐
지켜내겠다고 맹세하마.

 

나와 레오 사이에...?

 

그 말은...

그 말은...!

 

언젠가 약속했듯

내가 진정으로 강한 왕이 되었을 때,

넌 정식 왕비로서 곁에 있어줬으면 한다.

그리고,

언젠간 반드시 나와 언약을...

 

응!

 

언젠가 반드시 이 저주가

행복의 증표가 되기를.

 

정말 벌써 돌아가게?

응.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 테트라 쨔...

왕녀님.

됐어, 그냥 테트라 쨩이라 불러.

또 놀러 와,

사리피... 쨩.

 

저도 어미로서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저의 딸 테트라와

오래도록 우호를.

 

칼카라도 좀만 더 크면
같이 놀 수 있을 거야.

기대되네.

알겠지, 칼카라?

내가 누나야.

넌 동생, 내가 누나.

 

말했어!

했어, 했어!

 

칼카라!

한 번 더, 한 번 더!

또 듣고 싶은 거야!

 

나아간다,

발을 내딛는다,

다들.

 

첫 일을 이제 막 끝낸 참이다.

 

무리하지 말고 쉬어둬라.

 

응,

고마워.

 

우리도,

잘 내디뎠지?

무척 큰 한 걸음을.

 

이게 무슨 일인가!

왕이나 되시는 분이 남몰래 밀회라니!

인간 계집과 꺅꺅 웃흐흥!

결국엔 입에 담는 것조차
꺼려지는 약속을!

그것도 친위대장으로서 선택받은 게

위문과 만견의 대장
하, 하이에나 족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