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되겠어!

발도재의 일격을 먹어도
꿈쩍도 안 할 줄이야!

이건 어쩌면...!

넌 정말 머리가 나쁘군.

 

애지중지하는 참마도를
쉽사리 피해버렸어.

어떻게 굴러가도
잔자에게 승산은 없어.

 

그럼...!

걱정 마라.

계책은 있다.

 

이건 역시 내가 노린 대로 가겠군.

 

발도재 씨말이야,

당신 그 자세로 괜찮겠어?

내게 당신의 일격은 안 통하는데?

걱정할 것 없소.

그것보다

그대도 칼을 거두겠다면
지금뿐이라오.

 

이 세상 어디에
이 녀석을 거둘 칼집이 있단 거야?

 

한번 시작한 싸움은
어중간하게 끝낼 수 없어.

싸움 제2막,

가자고!

 

상처 입고 떠도는 몸

아픔에 둔감해진 우리들

더는 녹슬거나 하지 않아

들판에 내쳐져도 상관없는 칼끝

 

바람의 검심
-메이지 검객 낭만담-

어디까지나 감각적으로

올바르다 생각했던 길을

우린 당장이라도
망가질 듯한 채 달려왔어

잘못이 하나나 둘쯤은 있었지

누군가가 집어넣은 상대적인

행복에 흥미 따윈 없어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지키기 위해 이

머리를 쥐어짜내고 칼을 쥐고서

십자로에서의 교차

어제 일인 것만 같아

기억 속에서 눈을 뜬 폭동

이리도 간단히

홀려버릴 것만 같아

새빨간 비가 연주하는 진혼곡

덧없이 스러지는 망자
손짓하고 있는 문지기

몸속에서부터 불태워버리는 업화

지옥인 걸까

천국인 걸까

보고 있는 이 앞, 갈 길을 서두를까

상처투성이야, 진작에

딱지를 한 번 더 벗겨내고

비천,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설령 오늘이 썩어빠진 날이래도

내일이 더 끝장나 있다고 해도

한 명 정도는 이런 꼴이라도

사랑해 줄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어

아아, 언젠가 어느 날에는

진흙 속에서 피어나
구름 위에서 지게 될 거야

아아, 바보 같은 나날들을

끝내 살아내고 마는 거야

 

제5화
그리고 동료가 한 명 더

 

간격에 들어갔어.

 

받아라, 발도재!

 

잔자,

그대에게 일격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연격!

 

해냈어!

 

강해...

히텐미츠루기류,

류우소우센(龍巣閃).

 

참마도는 그 초중량급 거대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공격의 형태가 한정되지.

내려치거나 후려치거나,

둘 중 하나.

 

지극히 읽기 쉽다.

 

수준이 다르단 정도로 안 끝나.

차원이 달라.

설마 이렇게까지 강할 줄이야...

 

못 이겨...

제2막이 아니라,

이걸로 종막이 되겠소.

 

무의미한 싸움은 이제 그만두지.

무엇보다,

이 이상 그대에게
검을 들이대고 싶지 않소.

얌전히 패배를 받아들이시게나.

 

사가...

사가라... 대장님...

 

10년전 토우산도

 

뭐야, 저거?

세키호타이야.

관군의 선봉대야.

왜 이런 북쪽에?

연공반감령을 포고하고 다니는 거야.

유신군이 막부를 대신하게 되면

조공은 절반이 될 거래.

그거 좋은 얘기잖아!

 

세키호타이는 케이오 4년(1868년)

토바후시미 전투 직후,

민중, 재야의 인재로 결성된
민간 부대이다.

그들은 관군, 즉 유신군보다 앞서서
경로상의 번(藩)들을 살피고

또한 협력을 촉구하는,

길을 여는 선봉 역할을
짊어지고 있었다.

 

이 사가라 소우조가 이끄는
세이호타이 1번대는

유신 정부가 포고한

연공반감령을 전하면서

토우산도를 북상하고 있었다.

 

마을을 빠져나가면 휴식을 취하겠다.

네.

 

대장!

이제 밥 다 됐어요!

 

아니, 뭐 하고 계세요?

 

봐라.

 

저게 왜요?

그냥 연기인데요.

땔 수 있는 장작이 있고,

입에 넣을 식사가 있단 거지.

다행이란 생각 안 드나?

그야...

난 지금까지 불을 때지 않는 마을을
몇 개나 보아왔다.

 

잘 봐둬라, 사노스케.

 

토쿠가와 300년의 지배가 끝나고,

새 시대가 막을 열거다.

약자가 쥐어짜이고,

울며 잠들 수밖에 없었던
시대가 끝나고,

위도 아래도 없는

소위 말하는
사민평등의 시대가 올 거다.

우리 세키호타이는 그 선구자.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게 1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가 정해지는 거다.

맞죠?

저도 카츠히로도
이제 귀에 딱지 앉았어요.

그러냐.

그럼 세키호타이의 미래도 걱정 없겠군.

 

저기, 대장!

세상을 바로잡는 일이

잘 풀려서, 그,
사민평등의 시대가 되면 말이죠,

농민인 이 나도
당당하게 성을 댈 수 있나요?

그럼.

그러면 나,
사가라라고 대도 돼요, 대장?

사가라 사노스케, 인가.

네.

아서라, 아서.

이름이 이상해져 버리잖아.

이상하지 않아요!

최고예요!

 

네가 좋다면 마음대로 해.

 

네!

 

그런 말도 안 되는!

우리가?

세키호타이가 가짜 관군이라고?

총독부로부터 각 번의 부대에

가짜 관군 세키호타이를 제압하라는
명령이 내려져있습니다.

제가 있던 우스이 고개의 분대는 괴멸!

그럴 수가.

뭐가, 어떻게 돼서...!

 

우릴 내친 거야.

세키호타이가 전하는
연공반감령이 방해가 된 거야!

그게 무슨 소립니까!

각 번의 농민들을 아군으로 삼기 위해

연공반감을 약속한 건 좋았는데,

재정난을 겪는 유신 정부로선
도무지 그걸 실행할 수 없어.

그러니 세키호타이를
가짜 관군으로 몰아서

전부 없었던 일로 하려고...!

 

사가라 대장, 어떡하실 겁니까?

대장!

 

총독부에 대들 수는 없다.

 

일단 시모스와의 본진에 출두하자.

사노스케, 카츠히로,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라.

 

무슨 소리죠?

너희들은 아직 어려.

여기서부터는 데려갈 수 없다.

대장...

대장.

 

괜찮다, 걱정 마라.

 

여길 부탁하마.

 

사가라 대장...

 

사노스케!

 

왜 그래, 카츠히로?

 

대장이...

 

비켜!

좀 비켜줘!

대장!

대장...

 

대자...!

 

가짜 관군 세키호타이 1번대 대장
사가라 소우조.

연공반감 따위의 허언으로
인심을 문란케 하였으므로 참수했다는군.

사람 괜히 설레게 만들고, 진짜.

 

세키호타이, 터무니없는 악당이군.

 

꺼지려 했던 기력이 돌아왔어?

 

질 수 없어...

 

질 수... 없... 어...!

 

일어섰어!

 

기력이 이전보다 더...

 

사가라 대장에게,

우리 세키호타이에게

악이란 한 글자를 짊어지게 하고
정의로운 척하는 유신지사에겐

절대로 질 수 없어!

세키호타이?

 

켄신!

 

굉장해!

저 녀석, 한방 넣었잖아!

 

류우소우센을 맞고서도 여전히 이 힘.

대단한 남자군.

 

좋았어, 지금이다!

 

죽어라, 발도재!

 

안 돼!

 

켄신!

 

형님!

계책은 이중 삼중으로 세워놔야
비로소 일을 이루지.

권총이 한 정뿐이라고 생각한 순간
끝장난 거였어.

 

켄신!

 

탄도를 파악하고
코등이로 받아낼 줄이야...

하지만 이건 어떠냐!

 

고헤이,
꼬맹이들을 도망 못 가게 해라!

도망 못 가게라니, 형님...!

두 다리를 부러트려!

 

그렇군.

이 자식!

카오루, 뭘 멍하니 있는 거야!

얼른 도망쳐!

못 하겠어.

방금 일 때문에 허리가...

뭐?

어쩔 수 없잖아!

너야말로 얼른 도망쳐!

여긴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아무것도 못 하잖아!

 

발버둥 쳐라, 발버둥 쳐!

 

말했을 텐데?

이건 내 싸움.

방해하는 녀석은 용서 못 한다!

잔...!

난 지지 않아!

절대로 질 수 없어!

 

키헤이,

 

정말이지 구제불능인 남자로군.

어딜 지껄여!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했다.

잠시 산 지옥을 맛봐라.

 

진정한 악이란 한 글자는

네놈들 같은 부류가 짊어져야 할 터.

아니, 그건 소생과 같은 유신지사인가.

 

결판을 내자,

최강의 유신지사 나리!

 

알았다.

결판을 내어드리겠소.

 

켄신!

 

간다, 발도재!

 

뭐야?

뭘 할 생각인 거야, 저건?

 

원심력.

타고난 괴력과 참마도의 초중량에

회전하는 원심력을 더할 셈이야.

 

그 뒤로,

세키호타이가 붕괴한 뒤로

난 싸움에 몰두했다.

흥청망청 싸우고 있을 때만은

모든 것을 잊을 수가 있었어!

그리고 10년, 난 강해졌어!

그 강함으로 지금,

최강의 유신지사를 쓰러트리겠어!

 

그런 초라한 강함으로는

소생을 쓰러트릴 수 없소.

 

저건...!

히루마를 쓰러트렸던...!

 

히텐미츠루기류,

류우츠이센(龍槌閃).

 

역시 튼튼하군.

류우츠이센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은 남자는

그대가 처음이라오.

 

하지만 이젠

서 있는 게 고작이겠지.

 

지금 의사를 부를 테니 기다리시게나.

 

아직이야!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난 쓰러지지 않았어!

지지 않았어!

사가라와 세키호타이의 이름을 걸고,

죽는 한이 있어도
유신지사에겐 질 수 없어!

 

켄신!

설마...

그래, 덤벼라!

덤벼보라고!

자, 왜 그래?

덤벼!

덤비라고!

얼른 덤벼!

 

싸울 상대가 틀리지 않으셨는가?

세키호타이가 그대에게 가르친 건

유신지사를 쓰러트리는 것인가?

아니면 유신을 달성하는 것인가?

시끄러!

네놈이 떠들지 마!

사민평등이니 지껄여놓고
욕심에 눈이 멀어

네놈들끼리 뽐내고 앉아있는,

거짓 새 시대를 날조해 내고
만족하고 있는,

유신지사가 떠들지 마!

아니야!

 

켄신은 그런 유신지사가 아니야.

관헌의 영직 따위에 눈길도 주지 않고,

검으로 자유롭게 사람을 지켜나가는
유랑인이야!

켄신을 칼잡이 발도재로서밖에
모르는 주제에

제멋대로 싸움 걸어오고
자기 멋대로만 말하지 마!

맞아!

이 이상 하겠다면 내가 상대해 주지!

 

잔자,

유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확실히 형식뿐인 유신은
10년 전에 성립하여

새 시대 메이지가 되었지.

하지만 진정으로
행복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약자가 쥐어짜이는
낡은 시대 속에 있소.

 

그래서 소생은

미흡하나마

그런 사람들의 힘이 되고자

이 칼을 휘두르고 있지.

 

1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아니면 영원히 유신의 끝은
오지 않는 채일지

알 수는 없으나,

그렇게 하는 것이

메이지 유신에 희생된 사람에게
속죄하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소.

칼잡이 발도재가
베어 죽인 자들에 대한

속죄가 될 거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라오.

 

똑같잖아...

 

진정한 새 시대를 꿈에 그리며
싸웠던 사가라 대장과

이 녀석은, 똑같잖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싸워나가고 있어.

 

난 절망해서 포기해버리고,

흥청망청 싸움이나 하며
잊으려 했는데...

 

죄송합니다, 사가라 대장.

 

난 이 남자에게...

완전히 져버렸네요.

 

잔자의 부상,

굉장했대.

전신 타박상에 대량 출혈로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려면
3개월은 걸리나 봐.

잔자는 지금까지의 부류들과는
격이 달랐기에

소생도 그다지
적당히 봐줄 수는 없었다오.

 

왜 그러시는가?

있잖아,

언제까지고 기운 빠져있지 마.

아니, 소생은 딱히...

켄신,

잔자가 한 말도 일리 있는 것 같지만,

넌 그런 유신지사가 아니잖아?

분명 어제 일로 잔자에게도
그건 전해졌을 거야.

 

그 녀석도 바보 나름대로
깨닫긴 했을걸.

그러니 신경 쓰지 말라니까?

감사한 말씀이구려.

 

그럼 기분 전환해서

여기선 거하게
소고기 전골이라도 먹고 가자.

또야?

 

그대들은 지난번의...

나 참,

취해서 시비 거는 건 상관없지만,

조금은 단련해서 강해지고 난 뒤에
해줬으면 하는데.

 

잔자?

 

여어, 어젠 신세 많이 졌네.

그대,

벌써 움직일 수 있으신가?

 

내 장점은 맷집이거든.

이딴 건 별거 아니지.

 

내... 장점은 매, 맷집이라고...

이딴 건... 벼, 별거 아니네...

어지간히 오기 부리고 있네.

 

잔자,

등의 악이란 한 글자는
떼지 않을 것인가?

그래, 세키호타이는 내게 있어서
잊을 수 없는 과거니까.

이건 빼놓을 수 없지.

네가 말하는 비뚤어진 성격도

나이 열아홉이 됐으니
이젠 손쓸 도리도 없어.

어제 네가 말한 것도

입으로는 무슨 말이든 못하냔
생각이 들고 말이야.

 

그러니 말이야,

네가 입만 산 사기꾼 유신지사와
어떻게 다른지,

앞으로 붙어 다니면서
이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 주지.

 

그리고 하나 더,

난 이제 잔자가 아니야.

참마도는 없고,

싸움꾼도 그만뒀어.

지금은 그냥
싸움 좀 하는 사가라 사노스케.

지금의 네가 칼잡이 발도재가 아니듯이.

 

그렇게 됐으니 말이야,

내 허락 없이
멋대로 유랑 나가지 말라고,

켄신.

 

이것 참,

또 묘한 것이 늘어났구려.

 

타에 씨?

사노스케 씨, 또 먹고 튀었어.

 

칼끝에 비친 그대가

떠도는 가을 하늘

 

생각보다 강하진 않은 그 옆모습에

나는 항상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

잊고 싶다고 생각할수록
내내 잊을 수가 없어

반항하던 어제는 나를 찌르네

소매가 스쳤던 새벽 전이야

만나기 전으로 더는 돌아갈 수 없겠지

누구를 위해서도 꽃은 피지 않으리

이 마음 전해지지 않더라도

사랑 따위가 사랑 따위로

눈물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아

하지만 언젠가 허락된다면

이 칼끝에 비친 내일을

제각기 떠도는 가을 하늘

지금 새하얗게 우리가 만난다면

그날의 일도 아픔도 거짓도

흐르는 시간과 함께 녹아갈 테니까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여

 

떠도는 건 이제 안녕

 

제, 제발!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그러니 모, 목숨만은...!

 

유신지사님도 돈을 펑펑 뒤집어쓰다
망령나 버리셨나?

 

뭐, 뭐지?

몸이 움직이질 않아!

어떻게 된 거지?

 

죽어라.

 

다음 시간,

검은 삿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