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약사의 혼잣말

 

언제든지 그대는 두려움을 모른 채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진 고양이 같아서

 

그대가 눈부시게 느껴지는 건

분명 내가 그대를 보고 있었기에

자극적인 사고회로

점점 끌리고 있어

 

푸르고, 푸른, 그 눈동자에
나는 아직 비치지 않아

그대는 오늘도 평소의 그대인 채로

 

흔들리고, 흔들리는, 그 마음은
어딘가에 담아둔 채

지금은 여기서 그저
그 옆모습을 보고 있어

 

백단 향...

 

임씨 님의 침실...

 

왜 이런 곳에...

 

어머, 정신이 들었구나.

 

무리하면 안 돼.

열다섯 바늘이나 꿰맸으니까.

 

의국에 눕혀두는 것도 뭣하다면서

임씨 님께서 데려오신 거란다.

 

자, 마시렴.

 

감사합니다.

 

일어나자마자 미안하지만,

갈아입을 수 있겠니?

다른 분들을 모셔올게.

 

알겠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마섬.

 

만다라화
그야 주인이 위험에 노출됐으니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호통을 들을 이유는 없지만.

 

예의를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마라.

그래서,

어떤 경위로
그 장소에 찾아온 것인지,

어떻게 기둥이 떨어질 걸 알았는지,

설명해주겠나?

 

알겠습니다.

 

그것은 우연이 서로 겹친 사고입니다.

하지만 마치 의도적으로

우연들이 한데 끌려온 것 같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선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첫 번째 우연은 작년,

예부의 고관이신 호연 님께서
돌아가신 겁니다.

 

두 번째로
창고에 작은 불이 일어나고,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제사 도구를 도둑맞은 일.

 

그리고 세 번째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제사 도구의 관리자가
식중독으로 쓰러진 일입니다.

 

그 모든 것이
누군가의 의도로 일어났다고?

 

아마도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뭐지?

도둑맞은 제사 도구입니다.

 

제사에서는 제단의 기둥을
금속선으로 매달아올려서

바닥의 쇠장식에 고정시켜두고
있었습니다.

혹시 사고로 위장을 한다면

핵심 부위인 쇠장식을 노리겠지요.

 

그런 걸 도둑맞으면
다시 만들지 않을 리가 없잖느냐!

당연히 다시 만들었겠지요.

 

제사에 걸맞는 공들인 장식을 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장인에 짚이는 데가 있었습니다.

 

죽은 조금 장인 말이냐?

네.

도둑맞은 쇠장식을

조금 세공사가 새로 만든 겁니다.

 

혹시 이 쇠장식이
열로 부서지게 되어 있었다면...

 

바보냐, 금속이란 말이다!

그런 정도의 열로...

 

죽은 조금 세공사의
비전의 기술을 쓰면

불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녹아버리는 겁니다.

 

조금 세공사도
이 계획을 세운 일당이란 건가.

아니요,

아마도 아무것도 모른 채

의뢰받은 대로
쇠장식을 만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과 똑같은 것을
그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달라,

뭐 그런 식으로라도 부탁받아서.

 

하지만 제사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장인도 수상하게 여겨집니다.

그 전에 없애버리면

의뢰인의 이름도,

저온에서 녹는 금속의 기술도
어둠 속에 파묻히고,

여러모로 무척 편했겠지요.

 

설마 살해당한 거냐.

그건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위장한
사건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적어도 죽은 장인에게
쇠장식의 제작을 부탁한 사람은

그 기술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알았다.

 

그나저나

설마 그 자리에
임씨 님께서 계실 줄이야.

 

그대로 제사가 계속 됐다면...

 

정체가 뭐야, 이 녀석?

이런 거창하게 벌인 사건으로
목숨을 노림받기에 걸맞는 인물...

 

알게 된다 한들 귀찮아질 뿐이야.

 

더는 나와는 관계없어.

 

소묘.

네.

 

손님이란다.

 

저번의 그 사건,
취령이라는 관녀가 관계되어 있었다만.

역시 취령인가.

 

시체로 발견됐어.

 

형부가 방에 쳐들어갔을 땐

독을 들이키고 쓰러져 있었다더군.

 

의관에 의한 검시도 끝나
사망도 확인 됐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일쯤이면 관에 넣은 채로
화형에 처해지지 않겠느냐.

 

다른 관계자는?

달리 없어.

취령 한 명뿐이야.

 

그렇게 세세하게 공들인 일을
전부 혼자서?

 

아무튼 한 건 해결됐네.

그럼 이만.

 

독을 들이키고 죽었다?

 

정말로 이걸로 끝인가?

 

아니, 그 이전에

취령은 자살을 할 만한 여자일까?

 

무기력한 얼굴,

될 대로 되라는 듯한 태도는

앞날이 없단 걸 알고 있어서였나?

 

하지만 그때의 시험하는 듯한 말투.

 

여기에 나팔꽃을 심을 거야.

 

부활의 약...

 

억측만으론 안 돼!

단언할 수 없어!

 

임씨 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냐?

 

취령을 검시한 의관과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시체 안치소에서.

넌 뭘 웃고...

 

호기심에 졌어!

 

굳이 임씨 님까지 안에 들어가실 건.

 

약사가 들어간다면 나도 가겠다.

 

알겠습니다.

 

소묘, 이쪽으로.

 

감사합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송구스럽습니다.

 

역시 이 의관이 검시를.

 

친근한 듯이 대화를 했던
관녀가 죽었고

거기다가 죄인 취급을 받았으니,

여윌 만도 하지.

 

하지만, 그것뿐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관녀가 마신 독에

만다라화가 쓰이진 않았습니까?
(흰독말풀)

 

그것은...

마구간 위의 야트막한 언덕,

거기에 만다라화를 심은 것 아닙니까?

 

독성은 강합니다만,

적정량이라면 마취약으로 작용합니다.

 

의국에 그게 없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습니다.

 

만다라화는 하얀 나팔꽃과 닮았어.

 

단언은 할 수 없어.

 

증상으로 볼 때 그 가능성은 높지만,

특정은 할 수 없어.

 

그럼 실제로 확인해보지요.

 

뭐, 뭘 하는 거지?

 

잠자코 보고 계세요!

그, 그만둬!

 

열렸습니다.

 

취령... 이 아니야?

 

그럴 수가...!

 

분명히, 분명히 취령이었어...

정말로 취령이었습니까?

내가 취령을 잘못 볼 리가 없어.

 

맥도 심장도 움직이지 않았어.

참 깨끗했어.

즉, 보기좋게 이용당한 거군요.

 

독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시체를 난도질하는 건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취령도 그걸 내다보고 있었다.

너...!

 

취령이 쓴 건
만다라화 뿐만이 아닙니다.

의국의 약의 재고수를 조사해보면

뭐를 썼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의관을 탓할 게 있다면

약 관리가 불충분했던 것 정도이려나.

 

어떻게 된 거지?

 

시신이 다른 건.

관을 태운다 해도

안이 텅 비어있으면 의심받습니다.

새 관 속에
대신할 시체를 넣고 들여와서,

바꿔치기 한 거겠죠.

하지만, 취령의 시신은 어찌되나?

가지고 나가려해도 눈에 띌 텐데.

가지고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무슨 뜻이지?

 

자기 발로 걸어서 돌아갔으니까요.

 

죽었던 게 아니었느냐?

사람을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약이 있습니다.

아십니까?

들은 적은 있지만,

그런 건 환상이야.

 

어떤 것이지?

머나먼 이국에 있다고 하는 그 약은

사람을 한 번 죽이고,

잠시 후에 되살아나게 하는 모양입니다.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재료로 만다라화와 복어를
쓴다고 들었습니다.

 

소묘?

고순 님,

비어있는 관이 없나
조사해주시겠습니까?

 

네.

 

못 자국입니다.

 

아마도 죽은 취령이 들어있었겠죠.

그리고 구하러 온 자가
관을 열었을 때쯤에

숨이 되살아났습니다.

 

다른 시체가 든 관을 대신 놔두고,

업자 차림으로 변장해서 나갔다.

 

그런 확증도 없는 방법을
취했단 말이냐?

어차피 들키면
죽을 죄에 해당하지 않습니까.

저라면 기꺼이 걸어볼 겁니다.

아니, 네 경우엔 그게 아닐 텐데.

여기에 시신이 없다는 건

취령은 내기에 이겼단 겁니다.

대신할 시체가 불탄 뒤라면
완전 승리였을 터입니다만...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살아있다면 만나고 싶네요.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야.

온갖 사건을 사고로 위장시킨 지식,

그걸 해내는 배짱,

무엇보다 자기 목숨을
내기의 대가로 걸어가면서까지

모두를 속이려 한 대찬 성격.

 

이런 인물이 덜컥 뒈져서야
재미가 없잖아!

 

부활의 묘약,

반드시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게 만들 거야!

 

죄송합니다.

뭐, 뭐냐?

 

다리를 꿰매주시겠습니까?

상처가 벌어진 모양이라.

 

그런 건 좀 빨리 말해라!

 

앵란 님.

 

결국

취령의 일은 비밀리에 마무리지었다.

 

취령이라는 관녀에 대해서도

애매한 점이 많아.

 

의관에 따르면

그의 스승이
그녀의 후견인이었다고 한다.

 

수년 전,

그녀의 재능을 꿰뚫어보고

양녀로 맞아들인 모양인데,

그 이전의 일은 잘 모른다고 한다.

 

장기전이 될 것 같군.

 

소묘를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항상 미안하군.

또 상처가 벌어질 일을 하면
안 되니까요.

 

그래.

 

하지만

걱정 되는 건 부상뿐만이 아니다.

 

괴짜, 즉 나한의 일도 있어.

 

아버지임은 분명한 모양이다만,

약사의 태도를 보건대

사정이 있겠지.

 

내일은 후궁이군.

 

네.

 

문제 없어 보입니다.

평소와 똑같습니다.

 

즉, 미묘한 맛이란 거군.

 

싫으시면 마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일단은 구별을 짓는 거다,
환관으로서 말이지.

코를 잡는 건 남들 앞에서는
하지 않으심이 좋으리라 봅니다.

상당히 어리게 보입니다.

알고 있다.

 

우아한 몸짓,

천녀의 미소,

꿀같은 목소리,

후궁이 현 황제의 것이 된 5년 전에
환관이 된

나이 스물넷의 남자,

그것이 임씨다.

 

임씨의 가면을 쓰기로 결심한 뒤부터

이렇게 매일 남자가 아니게 되는 약을
계속 마시고 있다.

 

조만간 정말로 불능이 되실 겁니다.

 

너도 똑같지 않느냐!

아이는 이미 성인이 됐고,

저번에 손자가 한 명 더 태어났습니다.

 

손자라면 큰아들 쪽 말이냐?

네.

막내 아들도 슬슬
장가를 가도 될 때가 됐습니다만.

막내라면 마섬 말이지?

아직 열아홉 살이잖나.

네, 당신과 똑같이 열아홉이지요.

 

환관 임씨는 스물 넷이다만?

 

어서 손 댈 만한 자를 찾아서

이런 일은 끝내라고라도
말하고 싶은 모양이군.

 

얼른 손자를 안겨주십시오.

 

노력하마.

 

평안하신지, 임씨 님.

오늘도 또 근사한 의상이시군요!

 

감사합니다.

 

태상께선
앵란비의 처소에 다니고 있다만,

그다지 동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앵란비는 상당히 멋쟁이라

머리도 화장도 이리저리 바뀐다.

 

찾아갈 때마다
비가 누군지 못 알아보게 되어

곤란하신 모양이다.

 

그래도 열흘에 한 번은
다니도록 하고 계신 모양이다.

 

앵란비의 아버지가

선대 황태후의 마음에 들었던 중신이라,

섣불리 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없으신 걸로 따지면

이수비도 마찬가지다.

 

선대 천자의 유아 취향을
혐오하고 있는 지금의 황제는

이수비에게 손을 댈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소녀일 적에
지금의 황제를 낳은 황태후는

그 십수 년 후,

또 한 명 아이를 낳았다.

 

그때 의관은
황태후 곁을 한시도 떠나지 못하게 됐고,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출산을 마쳤다.

 

하지만

아다비의 출산은

황태후의 출산과 겹친 탓에 소홀해져,

그 결과 아다비는 자궁을 잃고,

지금의 황제의 첫 아이도

얼마 가지 못하고 죽었다.

 

혹시 그때의 아이가

지금 살아있다면...

 

시답잖은 망상이다.

 

얼른 다음 동궁을 만들어버리면
그만이야.

 

왔구나.

상당히 피곤하신 모양입니다만.

 

네, 네, 너희들은 일하러 돌아가렴.

아, 네...

 

실은...

 

후궁 말입니까?

그래,

옥엽비의 달거리가 끊긴 모양이다.

 

달거리,

즉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제부터인지요?

 

오늘부터라도 갈 수 있겠느냐?

네.

부탁한다.

 

오히려 더 잘됐지.

후궁 안은 남자 금제.

이름도 듣고 싶지 않은 그것과
얼굴을 마주칠 일은 없겠지.

 

혹시 신경 써주신 걸까?

어찌됐든 또 기미역.

어머, 기분이 좋은 모양이구나.

 

아뇨, 그렇지는...

아쉽구나.

모처럼 단련하는 보람이 있는 아이가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안 그렇니?

 

오랜만의 후궁 생활은

이전과 변함없이

기미역을 하는 매일을 보내고 있다.

 

문제 없습니다.

 

월경이 오지 않은 것 이외엔

이렇다 할 확증은 없다.

 

아다비의 일 때도 생각했지만,

단순히 호색한 중년인 건
아닐지도 몰라.

 

상담역으로서도 든든했었던
아다비가 떠나고,

대신해서 후궁에 들어온 게

궁정에조차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별난 소녀.

버려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애가 생겨도 성가셔.

 

머리가 아픈 이야기겠네.

 

얘얘, 들었어?

 

세 공주 중 한 명이?

맞아, 기적에서 빠진대.

 

기적에서...?

 

써내려진 문자에서 떠오르는 표정

편지지에 스며들어가는 동그란 눈물

나날 속에서 뒷전으로 미뤄뒀던
쓸쓸함이 서서히 드러나

당신 앞에서는 언제나 아이 같아서

 

봐봐

사랑은 약
울고 또 흐느껴 울던 그 뺨에

새겨지는 미소 주름
비는 그치고

사랑은 약
젖어서 홀쭉해진 꿈에

쏟아지는 응원소리 전해지는 온기

언젠가 혼잣말로가 아니라
고마워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전해지지 않게 되기 전에
그 눈을 보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다음 시간,

낙적 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