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니도 06

저기, 레비아

너 진짜…

너무 해이해졌잖아!

뭐?

그래?

 

그럼 갈까?

어쩔 수 없구나

어울려 줄게

어디까지든지!

어제 그러면서 엄청
상쾌한 표정으로 말해놓고선!

딱히 아무렴 어때서

어차피 수인 대륙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한가한데

그야 그렇긴 하지만…!

그리고 항구에서부터는 나를
배 대신 타고 갈 거 아냐?

뭐 어때서 그래~

해신이 싼 값에
부려먹혀 준다는데

아니, 그야…!

전쟁 때문에 배가 멈췄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보다 너라면 그…
단숨에 저쪽으로 가는 마법 못 쓰는 거야?

전이 마법 말이지?

그럼 그것 좀 부탁하자
해신이잖아?

저기 말이야…
해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전이 마법이라는 건
과정부터 엄청 복잡해

연 단위의 시간, 막대한 마력!

쉽사리 쓸 만한 마법이 아냐

 

뭐… 그런 게 있었다면
마차도, 배도 필요 없었을 테니까

이동하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해

그러니까~

 

거기에는 정당한 대가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멈췄네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

도시까지 동행하게 해주세요

 

언니?

왜?
아는 사람이야?

오랜만이다
울보 알리제!

세츠 스승님…?

그건 옛날 얘기예요

지금은 더 이상
울보가 아니에요!

울지 않아요…!

 

이세계 소환은
두 번째입니다
sub by 별명따위

잊혀지지 않는 이 손의 감각이

흘러가는 일상을 깨부수고 있어

후회를 결심하고 밤의 색에
내가 물들어 가

그날의 약속이 떠오르니?

인간은 속이며, 원망하고 증오해도

그럼에도 서로를 갈구하니까

절대 도망치지 않아

그러니 그만두지 않아

외쳐

Continue Distortion

일그러진 당신의 목소리가 닿은 그 찰나

볼륨이 올라가네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가 들렸으니까

당신은 혼자가 아냐

날 당신 곁에 있게 해줘

마지막이 다가오지 않도록

멀리 돌아가도 좋으니 들려줘

거짓말 같다며 웃는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될 날까지

 

sub by 별명따위

 

제6화
『사제관계는 두 번째입니다』

 

이 녀석은 알리제·이프릴

전에 소환됐었을 때
한동안 함께 여행을 한 동료인데

세츠 스승님의
첫 번째 제자입니다!

제자로 받은 기억은 없어

무슨 말씀을 하세요!

전투의 기본 전법을

손끝부터 발끝까지, 매일 밤
가르쳐 주신 건 스승님이잖아요~

손끝부터 발끝까지란 말이지?

뭐, 뭐~ 언니의 스승님이라는 건
잘 알았어요!

그러는 너는?

아… 이 아이는 아멜이라고 하는데

알리제 언니의 여동생이에요!

너한테 여동생이 있었어?

아뇨, 그…
어쩌다 그렇게 됐다고 할지

여동생이에요!
같이 살았으니까요

잠시 동안 함께
지낸 것뿐이지만요

제자는 스승을 닮는다는 거구나

그래서 스승님

5년이나 첫 번째 제자를
내팽개쳐 두고서 어딜 가셨던 거예요?

아, 그거 말인데

 

서, 설명할게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은 토마의 계략을
저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계시다고…

 

두 번씩이나 이세계를 왕래하면서

그 때문에 모습까지
바뀌셨을 줄은…

스승님이 아니었다면
믿지도 않았을 거예요

뭐, 세츠니까

나도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어

 

그렇지, 알리제

너도 수인 대륙까지
따라오지 않을래?

5년 전처럼 내 여행을 도와줘

 

꼭이요!

그렇게 답하고 싶지만…

 

실은 저도 성가신 사건에
휘말리게 돼서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스승님이 사라진 후로 저는
수행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고서

마물 퇴치 의뢰를
수락해 해결하곤 했었어요

그런 어느 날, 어느 마을에서
들어온 의뢰로

드래곤 퇴치를 수락하기로 했습니다

 

그곳은 자슬로라고 하는
한적하고 괜찮은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에 체재하고 계신 동안에는
이곳을 사용해 주십시오

 

중요한 손님이 오셨다
잘 부탁한다

아멜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해요

 

입에는 맞으신가요?

네, 지금의 이빌바로에서는 이렇게나
신선한 건 좀처럼 못 먹으니까요

그렇구나

인간국과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렇지!
과일도 있어요!

그렇게나 신경 써주실
필요는 없는데

 

쭉 혼자서 살고 있는 건가요?

아뇨, 여기는…

 

오빠의 집이었어요

오빠의?

저, 이 마을의 아이가 아니에요

2년 전쯤에 오빠가
저를 거두어 줬어요

오빠가 저한테
"오늘부터 가족이야"라고 해줬는데

 

그래서 오빠하고
둘이서 지냈는데

오빠는 처음 드래곤이
나타난 날로부터 돌아오지 않아요

 

저, 또 혼자가 됐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쭉 혼자였으니까 익숙하거든요

 

저기, 아멜

이곳은 괜찮은 마을이네

음식도 맛있고, 마을 사람들도 친절해

 

나도 여행을 하느라
좀 지치기도 했고

이 일이 정리되면
잠시 머무를까 하거든

아, 원하는 만큼 머무르세요!

이 집은 저 혼자
지내기에는 넓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동안 나를
언니라고 생각해도 돼!

 

정말로 내 언니가 되어줄 거야?

응! 나 같은 사람이
언니여도 된다면 하는 얘기지만

응, 언니!

 

한 가지 물어봐도 돼?

 

아멜의 오빠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드래곤한테 당했다는 거야?

잠깐

 

아뇨, 그게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실은 드래곤이 습격을 해왔을 때
이 아이의 오빠만이 아니라

몇 명의 마을 사람들까지
행방불명이 되었어요

행방불명?

보통 드래곤한테 습격을 당하면
전투 흔적이 남는 데다가

만약 그대로 당했다고 하더라도
유품 정도는 남는다고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한 명만 사라진 게 아니라

모두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고 해요

 

일반적으로 습격을 당한 것과는
양상이 많이 다르네

마치 신이 홀려서
종적을 감춘 것 같네

 

아무튼 드래곤을 쓰러뜨려야겠다고
생각한 저는

도박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뭘 하는 거야?

 

마를 쫓는 결계를 끊어놨어

뭐? 그랬다간 드래곤이
여기에 오고 말 거야

그게 작전이야

유인해서 토벌하는 거야

 

그럼 언니가 위험한 상황에…

괜찮아

이곳은 곧 전쟁터가 될 테니까
집에서 가만히 있어

응, 알겠어

 

왜 그래?

그… 이거!
언니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예쁘다

그치?
나는 잡는 건 특기거든!

 

모처럼 언니한테
보여주려고 잡은 건데…

왠지 그렇게 불리니
좀 낯간지럽네

 

오빠한테도 얼른 언니를
소개해 주고 싶어!

언니, 언니, 언니~

 

토벌 직전까지
거의 몰아넣었어요

저는 마무리를 짓기 위해
뒤를 쫓았습니다

하지만…

 

드래곤의 모습을 놓친 제가
마을에 돌아오자

 

남아 있던 마을 사람들마저도
모두 모습을 감춘 뒤였어요

 

단 한 명, 이 아이만을 제외하고서

 

날이 밝자마자 저는 이 아이를
보호해줄 곳을 찾기 위해서

도시로 가기로 한 거예요

그리고 지나가던 이 마차를
히치하이킹 했다는 건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인걸

마을에 있는 사람들이
모조리 행방불명되다니

 

네…

이 아이의 오빠를
하루 빨리 발견해서

마을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요

대체 무슨 일인 건지…

스승님께선 무언가
아시는 게 없으신가요?

사람을 납치하는
드래곤에 대해서

솔직히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하지만 힘이라면 빌려줄게

이대로 듣지 못했다면서
방관할 수도 없으니까

정말이세요?

응, 소중한 제자의 위기니까

스승님…!

감사합니다!
세츠 스승님!

그리고 그 아내분!

 

이 일, 진상은 좀비네

좀비?

 

마을 사람들 모두
걸어다니는 시체로 변한 거야!

실은 마을 사람 중에
사악한 네크로맨서가 있었는데…

저희 마을에 그런
무서운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애당초 좀비라는 건
늘어나는 타입의 마물이잖아?

사라지진 않잖아

에어 좀비라는 거지

좀비가 되면 보이지 않는 타입이야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럼 드래곤은
어떻게 설명할 거야

그야 드래곤 좀비라는 거지

동방 어딘가에 있는
나라의 전승에는

좀비가 드래곤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잠깐, 잠깐만!

그럼 세이렌일 가능성은?

뱃사람들 사이에서는 행방불명 하면
당연히 세이렌이라고들 얘기해

세이렌의 노랫소리는

남자들을 바다 싶은 곳으로
끌고 가는 힘이 있다고 하니까

 

그 마을, 산속에 있잖아?

 

그야 모르지

육지에 있는 음식을 좋아해서
산속에 사는 세이렌도 있을지 모르잖아!

그런 건…!

뭐…

저, 저기…

바다에 사는 마물에게서는
독특한 냄새가 나서

금방 알 수 있으니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 물론 레비아 씨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요!

 

에, 바다 내음이라도 나나?

알겠다!
이번 흑막은―

외계인이다!

 

외계인?

 

내가 있던 세계에서는 상식인데

달에서부터 원반을 타고서
인간을 납치해

그러니까 그 녀석들이…

 

세츠, 진지하게 생각해

그치만…

 

습격해 왔다는 드래곤이 실은
레비아 같은 상위종이라면?

쫓긴다고 하더라도 인간 모습이 돼서
마을 사람들 사이에 뒤섞일 수도 있어

 

레비아, 너라면 흔적도 없이
마을 사람들을 없앨 수도 있지?

추리가 안 된다고
듣기 거북한 소리는 하지 마

그런 짓은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아

네? 레비아 씨는 드래곤이셨어요?

아니야

하지만 생긴 것만 보면
제법 비슷하지 않아?

하나도 안 비슷해!

드래곤 따위와 해신인 나를
똑같이 취급하지 마!

네? 해, 해신?

가령 그런 드래곤이
있다고 하자

그럼 왜 전투가 벌어졌을 때
그 마법으로 알리제를 없애지 않은 거야?

 

손님!

 

이거야 물이 빠지기 전까지는
지나갈 수 없겠구만요

 

난감하네

도시에 도착한 후에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자슬로 마을로 돌아간 후

사라진 마을 사람들의
단서를 찾을 생각입니다

그걸 혼자서 하려고 했어?

 

지금은 스승님이 계시니까요

언니

 

애당초 그 드래곤은 어째서
마을을 계속 습격해 온 거야?

그야 어지간히도 배가 고파서
마을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봤다거나…

아니면… 그렇네
마력에 유인당했다거나

마력?

인간의 마력은
마물을 끌어들여

예를 들면, 마을 내에서
무언가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려 하면

그 마력에 유인당한
마물이 온대도 이상하지 않아

 

그렇군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마을 사람들은 어째서
사라진 것인가

마력이 원인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걸 설명하기에는…

사람은 증발되어
사라지진 않아

그 말은 어딘가로 간 거야

뭐?

드래곤을 끌어들일 정도의
큰 마법

그거야말로 전이 마법 말고는
없지 않겠어?

 

습격이 올 때마다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했었지?

그건 실제로는 반대였는데

사람이 사라질 때마다
마을이 드래곤에게 습격받은 거라고 한다면

그건…!

답은 하나다

전이 마법으로 어딘가로
끌려간 거야

그때마다 마력에 유인당해
드래곤들이 들이닥친 거야

하, 하지만 스승님!

마법에는 술자가 필요해요

누군가가 근처에
숨어 있었다는 건가요?

그건―

 

본인한테 물어보는 편이
가장 좋지 않겠냐?

 

생각해 봐

만약 전이 마법이 맞다고 한다면
하루 아침에 할 수 있는 게 아냐

준비하는 데에 연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잖아?

하지만 한 명

마침 2년 전에 마을에
왔다는 녀석이 있잖아

 

어, 어라?

왠지 제가 수상한 것처럼
되지 않았어요?

기다려 주세요!
그건 괜한 트집이잖아요!

외계인이라고 하는 편이
그나마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아요?

마, 맞아요!
스승님!

이 아이는 피해자예요

범인 취급을 하시다뇨

이것만이라면 트집이라고
잡아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의문이라면
한 가지 더 있어

 

레비아가 세이렌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을 때

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

그, 글쎄요…

 

바다에 사는 마물에게서는―

 

바다에 사는 마물에게서는
독특한 냄새가 나서

금방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마족이라면
모두 어느 정도는…

레비아는 일류야

인간 모습으로 있을 때에도

자신의 마력을 누출시키는
실수는 하지 않아

그야 그렇지
난 해신이야

알리제조차도 알지 못했는데

너는 어떻게 레비아의
정체를 알아챘지?

 

그야 뭐

나는―

 

마물에 대해 잘 아니까

 

무슨 일이야?

 

역시 드래곤이 인간으로
변신해 있던 건가

 

세츠 스승님의
첫 번째 제자입니다!

제자로 받은 기억은 없어

 

어떻게든 해 봐라
첫 번째 제자!

 

해치운다
알리제!

 

네!

 

레비아!

맡겨줘!

 

알리제!

네!

 

눈 같아

 

혼자 둬도 괜찮겠어?

응?
아, 알리제 말인가

 

드래곤은 쓰러뜨렸으니
나머진 그 녀석 혼자서도 괜찮겠지

거기다

거기다?

내 제자를 칭하는 이상
수락한 의뢰는 제대로 해내야지

 

뭐야, 그게
진짜 스승님 같잖아

 

아멜…

 

언니를 소개해 줘야겠지

 

오빠한테~
마을 사람들 모두한테~

그리고

 

아멜!

어떻게!

 

어라?
죽었다고 생각했어?

언니, 정말로 코가 안 좋구나

 

사역마인 이 아이들과 나한테서는
나는 냄새부터가 완전히 다른걸

 

마을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인형이 되었어

모두 마력이 강했으니까

 

인형?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마도병이 필요하다더라구
전쟁을 위해서

이해했지?

 

아멜, 너는…

 

아멜이라는 아이는
처음부터 없었어

언니

 

너는 대체…

 

나는 마물사인 메르아

 

토마 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야

 

다음 화
『수인 대륙은 두 번째입니다』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