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마도메 01

방황의 숲이라 불리는
깊고 긴 숲속

황폐한 성 안에서 남자가
홀로 살고 있었다

 

그 남자의 정체는

사람들이 경외시하며
꺼려하는 존재인 마술사

이름은 자간

 

그는 지금 아무도 모르게
궁지에 서 있었다

 

주인님, 질문을 허락해 주실 수 있을까요…?

뭐지?

 

저는…

어떻게 죽게…

어떻게 죽게 되는 걸까요…?

 

자… 잠깐만!
왜 죽이는 상황이 된 거지?

그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좋은 거지?

조… 좋아하는 여자와 대화를 한다는 건

어떻게 하면 좋은 거지!?

 

왕인 가 노
신부로 삼았는데 어떻게 사랑하면 되지?
sub by 별명따위

 

sub by 별명따위

제1화
『첫사랑은 누구나 한 번쯤 걸리는
질 나쁜 병이다』

 

일의 발단은 그날 아침

 

마이어스!

왜 이런 짓을?

 

싫어!

 

아니야
마이어스가 아니야

당신은 누구야?
마이어스를 어쩐 거야?

 

제법 꼴리는 표정인데~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네가 기대하는
능욕은 해줄 수가 없거든~

산 채로 벗긴 소녀의 가죽은
좋은 촉매가 될 거야~

마술사?

 

간단히 죽진 마라

 

싫어!

안심해!

얼굴을 뜯어내고 나면
몸도 귀여워해 줄 테니까

 

네놈, 누구냐!

너야말로 누구냐

남의 집 정원에서
소동이나 부리고

자려고 했는데
잠이 다 깨버렸잖아

 

위험해
여기는 이 녀석의 영지였나?

기, 기다려!

같은 마술사잖아?

놓아준다면 내 연구성과를
양보해 줄게!

사람의 생가죽을 벗겨내지 않으면
쓰지도 못하는 마술은

필요 없다

 

실수했다

정신이 들면 이건 완전히
트라우마가 되겠군

 

지, 진정하자
나는 마술사다

이 정도는 어떻게든…!

 

《되돌아가라, 원환》

 

뭐, 물체를 원래 위치로
되돌린 것뿐이다만

 

핏자국이 없다면 꿈이라고 여기겠지

 

십자가 문장

교회의 인간인가?

자칭 신의 사도인가

마술사의 천적

일단 구하긴 했다만

이대로 뒀다간 내가
범인이 될 것 같군

뭐, 딱히 상관없나

 

길가에 내팽개쳐 두면
누군가 발견하겠지

 

전이 마법을 빼앗겼어?

여기는 내 영지다

온갖 결계가 펼쳐져 있다

평범한 마술사가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야

 

남의 마법진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마라

발바로스

여어, 자간~

여전히 건강하지 못한
상판대기구만~

네가 더 그렇지 않나

뭐야?
파티를 하고 있는 도중이었어?

남의 정원에서 날뛰는
악당에게 벌을 준 것뿐이다

악당?
네가 그런 말을 하진 말라구

관심이 있는 것은
자신의 힘을 갈고 닦는 것뿐

남의 목숨에도, 재산에도
가치는 찾지도 않고

필요하다면 빼앗는다

그게 우리 마술사잖아?

 

오오?
이 계집

꽤 괜찮은 마력을
가지고 있잖아

제물로 사용하려고?

제물이 필요한 마술은
내 취향이 아니야

 

아깝게시리~

필요 없다면 나한테 줘~

 

나는 이만 잘 거다

밤새 마도서를 읽고 있었다

볼일이 있다면
나중에 와

 

어이, 어이!

기껏 찾아와 줬더니
섭섭한 소리 하지 마!

잠은 이렇게 살짝 머릿속의
아드레날린을 건드리면 상관없잖아?

그런 짓을 하니까 네 얼굴이
그렇게 건강하지 못한 거야

육체조작은 마술사의 기초

덕분에 병이나 수명으로부터도
거리가 먼 존재가 되긴 했다만

그래도 1천 년이 한계라나 보더군

 

재미있는 얘기를
가지고 왔어, 자간

 

마왕 중 한 명

마르코시어스가 죽은 건
알고 있겠지?

응?

 

「마왕」

그 칭호와 함께 절대적인
마력을 얻게 되어

하위 마술사를 하인으로
거느릴 수가 있는

마술사의 극치

 

13명 있는 마왕 중에서
최고연령 1,000세의 마왕이 얼마 전

숨을 거뒀다고 들었다만

 

뭐야, 뭐야~
듣고 싶어서 미치겠단 얼굴이구만~

하지만 너는 잔다고 했으니까~

아쉽게 됐구만~!

뜸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

옙, 옙~

 

마르코시어스의 영지

큐아노에이데스에서 커다란
옥션이 올린다더군

멀쩡한 상품부터
우리 취향에 맞는 상품까지

설마

그 "설마"다!

나오거든

그 옥션에 마왕의 유산이!

 

구태여 얘깃거리를
가지고 왔나 싶었더니만

그러니까 옥션에 참가할 자금을
나한테 뜯으러 온 거잖아

그런 거라면 유산은
내가 받아간다

너, 그건 아니잖아!

가르쳐 준 건 나야!

그럼 다른 사람을 알아보던가

달리 돈을 빌려줄 만한
마술사가 있을 리가 없잖아!?

 

뭣하면 괜찮은 여자
한둘쯤 만들어 줄 테니까~

여자란 말이지?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귀찮아 보인다는 느낌이 강해

 

이상하게 긴장감이 돌고 있네

응, 연속 유괴사건이라더라

어디 사는 바보들이

젊은 여자만 납치해서
마술 실험을 하려고 했다나 보더라

상당히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짓을 하는군

교회에 싸움을 거는 거랑
다름없는 짓이잖아

뭐가 목적이지?

글쎄다~

그에 상응하는 것을
소환할 생각인가?

예를 들면, 마족이라거나

아니, 마족은 몽상 속에서나
등장하는 존재인가

 

그러고 보니, 자간 너

그 사건의 범인 중
한 명으로 의심받고 있나 보더라

하찮은 짓거리를 하는군

제물이 없으면 써먹지도 못하는
마술이 여차할 때 도움이 되긴 하나?

 

그러게~

그보다 너하고 얽히려는
동료라는 것부터가 없긴 하지~

 

뭐, 동료라는 건 필요 없다만

 

저기 봐, 자간

응?

재미있는 녀석들이 있다

 

흑인(黒刃)』 키메리에스에

요부(妖婦)』 고메리

저쪽에는 『망령』 월포레라는
녀석도 있어

 

이명

힘 있는 마술사에게 주어지는
칭호 같은 거다

 

강한가?

강하지

죽은 마르코시어스의 뒤를 잇는
13번째 마왕 후보들이다

뭐, 나도 그렇긴 하다만

다음 마왕인가
누가 정하지?

 

남은 12명의 마왕들이
협의 중이라나 보더라

키메리에스
재미있는 녀석들이 있어

 

저기 으스대고 있는
건강하지 못해 보이는 얼굴의 남자

뭐라고 했었지?

분명… 『연옥』 발바로스입니다

 

같이 있는 눈매가 날카로워 보이는 건
자간이라고 하는

아직 젊고, 이명도 없지만

어째선지 마왕 후보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더군

 

모여주신 여러분

다음은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그리고 최대의 상품입니다!

 

이것은 본래 그 마왕

마르코시어스 님께 납품될 예정인
상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르코시어스 님은 서거하여

붕 뜨게 돼버린 이 상품을
저희가 들여왔습니다

유산이 아닌 건가?

마왕이 고른 촉매 중 하나

그런 거겠지

 

북쪽 성지

노르덴에서 포획된
전설의 종족!

엘프입니다!

 

엘프라는 것은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인간이라기보다 신이나 정령의
일종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거기다 웬걸, 보시는 것처럼 백발!

염색을 한 것이 아닙니다

대단이 희소한 천연 백발 엘프입니다!

마술의 제물로써의 가치는 물론

애완 노예로써의 가치도
매우 높습니다

그야말로 희롱하든, 물고 빨든
고객님의 자유!

그럼 1만부터 시작하겠―

100만이다!

 

어, 어이…
자간?

큐리오테스 금화로 100만 닢이다

 

감사합니다!

굉장한 금액이 나왔습니다!

어이, 자간!

아무리 엘프라지만
그런 거액을…!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이 감정은 뭐지?

사랑스러워

그렇게 표현하면 좋을까?

구해주고 싶어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

 

그리고 그 살결에 닿고 싶어

 

쭉 원했던 것을
드디어 찾은 것 같다

너, 대체 어떤 마술을 사용하려고?

 

축하드립니다

백발 엘프는 마술사 자간 님께서
낙찰하셨습니다!

 

어쩌지?
뭐라고 말을 걸면 좋은 거지?

괜찮은 건가?

마술로 조종당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자간 님,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아, 아니!

 

이건?

마력 봉인 목줄입니다

없으면 도망칠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하지만 벗기는 법은
저희도 모릅니다만

 

이 녀석에게 의식은 있는 건가?

안심해 주십시오!

이 엘프는 자연체인 그대로
보관되었습니다

애당초 개체로서의 능력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높아서

평범한 마술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믿도록 하지

먼저 제대로 대화해 보고 싶어

 

이 녀석은 최대한 좋은 목소리로
지저귀지 않으면 곤란할 테니까~

 

음?

뭔가 말을 잘못 골랐나?

이것이 몇 시간 전까지

여자는 귀찮다고 생각했던 남자의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첫눈에 반한다는 일이었다

 

데리고 온 건 좋은데

 

아… 발바로스한테
물어봐 둘 걸 그랬어

이런 때에는 뭐라고 하면 좋은 거지?

하지만 언제까지고 계속
침묵으로 일관할 수는 없어

무언가 말을 꺼내야 하는데…

 

하늘이 아름답네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하늘 같은 건 보이지도 않고,
바깥은 지금 당장 비라도 올 것 같아

 

이 성, 어떻게 생각하세요?

 

머리를 식혀!

"처형장이나 지옥 같네요" 같은
대답밖에 떠오르질 않아!

그보다…

데려오기 전에 청소 정도는
해둘 걸 그랬어!

 

주인님

 

질문을 허락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말했다!

방울이 구르는 듯한
목소리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건가!

 

뭐지?

이 말투는 뭐야!

이래서는 마치 화를 내는 것 같잖아!

저는…

어떻게 죽게…

어떻게 죽게 되는 걸까요…?

 

어떻게 죽을지 안다면
조금은 각오도 할 수 있으리라…

 

잠깐, 잠깐, 잠깐!

너를 죽일 생각은 없어!

그보다 살아 있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러니까 죽어서 편해질 만한
끝은 없을 거라는…

 

아니야!

근처에 널려 있는 건 이전 주인의
소유물이고

정리하는 게 귀찮아서
방치해 뒀던 것뿐이다…!

 

내 이름은 자간
보는 대로 마술사다만

딱히 고문을 하는
취미는 없다

그래서…

 

그래서…

말도 안 된다!
이름을 물어보려는 것뿐인데

어째서 말이 나오지 않는 거지?

 

말씀을 드리는 게 늦었습니다

 

저는 네페리아라고 합니다

네페리아?

 

아름다운 이름이다

네페리아…
뭐라고 하지?

성은?

성은 없습니다

부르기 어려우시다면
"네피"라고 불러주셔도 됩니다

그래도 되는 건가?

네?

이름도 아름다운 울림이지만
"네피"라는 애칭도 좋군…!

엘프는 그…

일반적인 건가?
성이 없다는 건

아뇨

저는 저주받은 아이였으니까요

 

저주받은 아이?

저기… 왜 그런 걸 물어보시는 거예요?

아니

 

안심해 주세요

 

저는 처녀입니다

 

너, 너…!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는 있는 거냐?

 

실험재료로써의 가치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아니었나요?

착각하지 마라…!

너를 실험에 사용할 생각은 없다

그럼 왜 저를 구매하신 건가요?

 

네가 알 필요는 없다

 

나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지만 암시장에서
첫눈에 반해서

있는 돈을 전부 털어내서
사들였다고는

누가 어떻게 들어도 변태야!

당분간 함께 생활하게 될 텐데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다신 일어서지 못할 거야

핫! 같이 산다고?

이런 가련한 소녀와
한 지붕 아래에서?

진정하자
나는 마술사다

힘 있는 마술사는
허둥대지 않아!

 

네피여
우선 네게 방을 주겠다

원하는 방을 고르거라

그러니까 죽을 곳을
선택하게 해주시겠다는…

죽이지 않겠다고 했잖아!

제게…

그렇게 해주시는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사용하시든
저는 죽는 게 아닌 건가요?

그런가

그렇겠지

노예로 붙잡혀서
팔리게 된 거다

자신은 제물이나 실험동물이라고
지금껏 각인당한 거겠지

 

저주받은 아이가 뭔지는 모르겠다만

말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 아니었어

아마도 돌아갈 곳도 없는 거겠지

나도 그랬어

 

성은 없는 건 고사하고
부모의 얼굴도 몰라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쓰레기장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자간"이라는 이름도
그저 그렇게 불렸던 것뿐이다

 

나는 네가 필요해서 산 거다

그러니까 그렇게 계속
죽는다는 소리는 하지 마라

필…요?
제가 말인가요?

그래, 그러니까 먼저 나를 위해 살아라

 

 

그럼, 네게 줄 방 말이다만

어디가 좋을까?

경치가 좋은 곳은…

높은 곳은 괜찮나?

손이든, 목이든
매달아 주셔도 괜찮아요

누가 고문을 하겠다고 했지?

 

죄송합니다

높은 곳이라고 들어서
달리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

좀 더 살아가겠다는
희망을 가지자고

 

조심해라

발밑을 잘 봐라

아, 네

 

어라?
나는 혹시…

네피의 손을 잡고 있는 건가?

하지만 지금 와서 놓는 것도…

 

부드럽고…

따뜻해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방이다

 

좀 더러울지도 모르지만

 

주인님이 바라시는 대로 하세요

아니야!

이건… 그거다

아, 그래!

상공에서 침입해 오는
적을 대비한 함정이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비참한 변명이야…

하지만 뭐, 이런 게 있어선
방해가 되겠지

처분해 두마

 

방이라는 기능을 할지는
의심스럽다만

뭐, 공포의 원인은 제거했을 거다

 

이런 파괴적인 마술은
처음 봤어요

그야 느닷없이 공격 마술을
쏴제끼면 무섭겠지!

멀쩡한 대화 상대가
발바로스밖에 없었던 폐해가…!

 

여기는 좋지 않군
너무 살풍경하다

이건 살풍경하다고
하는 걸까요?

 

달을 좋아하나?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군

그렇다고 생각해요

 

저, 저기…

 

이 방을 받아도 될까요?

 

이런 곳이어도 상관없나?

 

주인님께서 준비해 주신 방이니까요

 

알겠다
그럼 원하는 대로 사용하거라

감사합니다

 

왜 그러신가요?

아니

 

감사를 들은 건
꽤나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꽤 오랜만에
말한 것 같아요

 

그런가

 

이날 밤

둘의 기나긴 공동생활과

길고 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다음 화
『소통장애의 첫사랑은
곰팡이가 핀 빵의 맛과 닮았다』

[너무 귀여워서 괴로워…!!!]
   [어쩌지?] [큰일이다. 어쩌지?]
[오늘 밤 잘 수 있는 건가?]
「자간의 마음의 외침」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