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 무는 정말 유용해
- 그럼 감자는?

감자는 솜씨에 달려 있고

무는 조리거나 구워도 되는 데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어

- 무는 안 굽잖아요
- 무도 구워

삶은 다음 구우면
떫은 맛이 없어진대

거기에 당근 넣고
참기름에 살짝 볶는 거지

아, 참기름이구나

메모해, 건망증 심하잖아

됐어요, 어차피
안 만들 거니까

우리집은 바깥 음식에 길들여져
딴 건 안 먹어요

그럼 왜 물은 거니?

엄마가 심심해할까 봐
그랬죠

 

그럼 잔소리 그만하고 좀 거들어
점심시간 다 됐어

 

아버지, 편의점 가서
저지방 우유 사다 주세요

 

아버지!

 

아야, 우유 사는 게
뭐 어때서?

편의점 봉지 든 모습
주위에 보이길 싫어하셔

왜?

한번 원장님은
영원한 원장님이기 때문이지

 

말도 안 돼

 

엄마, 너무 맞춰주시는 거
아니에요?

 

요코야마 의원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선생님, 더위가
언제쯤 물러갈까요?

 

오늘도 오전 중에
30도를 웃돈답니다

이렇게 더우면
물 마시는 것도 귀찮아서

냉국수 몇 가닥
겨우 넘긴답니다

그건 좋지 않아요

가끔은 장어라도 먹고
스태미너를 길러야죠

 

저도 이제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네요

임종 맞을 때는
선생님이 옆에 계셔야죠

 

그러려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군요

 

- 그럼, 실례합니다
- 잘 다녀오세요

 

아베 히로시

 

나츠카와 유이

 

유

 

타카하시 카즈야

 

타나카 쇼헤이

 

키키 키린

 

하라다 요시오

 

감독, 각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
(Still Walking, 2008)

 

막차로 돌아올까?

 

8시에 나오면 시간도 충분해

 

이미 잔다고 말했고...

옷까지 챙겨왔어요

그러니까 급히 육성회에
가야 된다고 하면 안 돼?

 

안 될까?

 

당신은 걸핏하면
남 탓으로 돌린다니까

 

하지만 집에 가도
할 얘기가 없는 걸

아버지는 지금도 내가
프로야구 팬인 줄 알아

 

료짱, 야구 좋아해요?

옛날에, 아주 옛날 얘기야

 

말해두지만...
제가 더 긴장하고 있어요

당신은 이해 못할 테지만

압니다, 알지요

 

다마가와인가 후츄에
아파트를 빌렸다나 봐

그거 병이네, 병

술과 여자는 나이 들면

몸이 따르질 않아
그만두게 되지만

노름은 그 반대야
가장 나쁜 버릇이야

그거 큰일이네

 

여기엔 아직도
참새가 있구나

네 아버지가 밥알 주니까
몰려오는 거 아니겠니

우리 동네는 까마귀뿐이야
음식쓰레기 내놓는 날엔

이렇게 기다린다니까요

얇은 막을 벗겨야지

정말이네, 얇은 막

네 얼굴이 얼마나 예쁜데
이마를 보이게 해야지

 

료는 몇 시에 온대?

어제 전화로
점심 때 되기 전에 온댔어

그 '웃지 않는 왕자'도
같이 와요?

 

같이 자고 갈 거야

왠일이래

 

그런데 말이다, 고르다 고른 게
하필이면 중고라니

그 얘긴 좀 심했다

게다가 사별은 죽은 남편과
비교당해서 힘들어

 

차라리 이혼이 낫지
싫어서 헤어진 거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소리 하시네

 

그거 상식 아니니?

결혼하라고
닥달한 건 엄마잖아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골라 갈 텐데

그 정도로
인기 있지는 않았지

료는 오빠와는 달랐죠

무슨 소리야

료도 중학교 졸업식 때
교복 단추를 다 뺏겼어

왕따 당한 거 아니고?

그런 거 아니야

후배들이 달라고 했대

여학생들이 줄줄이
늘어섰다던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더니, 조심해야겠다

 

3년인가?

 

전 남편 죽은 지

 

4년 아닌가?

- 어쨌든 너무 빨라
- 그런가?

너무 냉정해

- 그럴까?
- 그렇대도!

엄마가 직장생활
안 해 봐서 그래요

여자 혼자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넌 걸핏하면 일 안 했다고
사람 무시하는구나

무시한 거 아니에요

그러는 넌
기껏 대학 보냈더니

 

일은 3년도 안 했잖아

 

4년이요, 4년

 

누님께 꼭 물어보기야

응?

 

이사말이야

 

함께 의논하는 게 낫지
아버님 일도 있는데

 

누나도 생각이 있겠지

 

다시 돌아갈 마음도 없어

 

누나가 이 집 책임진다면
나야 고맙지

그게 말처럼 쉬워요?
사실상 당신이 장남인 걸

 

차남이야, 난

 

- 그게 뭐니?
- 콜라와 진저엘 섞은 거요

따로 마시면 되잖아
리필하면 될 걸

궁상맞게

 

학교는... 다닐 만해?

 

그냥 그래요

 

- 그냥 그렇다...
- 응

 

그런데...

 

어제 엄마가 들었어
토끼 얘기

 

왜 죽은 토끼를 보고 웃었지?

- 재미있어서요
- 어떤 점이?

 

레나가 토끼 앞으로
편지를 쓰자고 하잖아요

 

편지 쓰는 게 어때서 그래

 

읽을 사람이 없잖아요

 

역시 장모님이 끓인
보리차는 맛있어요

그거 슈퍼에서 산 거야

옛날에야 집에서 만들었지

그렇군요
그럼 물이 좋은가?

그냥 수도물이야

정말 못말려

맛이 있으면 아무렴 어때

그렇지요?

어제 저녁 메뉴는
뭐였어?

- 초밥!
- 쉿!

오늘 메뉴가
초밥이라고 했잖아

조금 밖에 안 먹었어
그렇지?

서른여섯 접시요!

 

신기록!

세상에, 그걸 기록이라고

푸딩도 있었어요

그래, 푸딩도 있었구나

멜론도 있었어요

음식이 모자랄 것 같아
시켰더니

괜히 했구나

 

괜찮아, 난 안 먹었잖아

- 초밥이라면 매일 환영이죠
- 저도요

마츠초밥, 아들이 맡더니
음식이 갑자기 나빠졌어

 

- 그렇군요
- 다 됐어

그 집 성게 얹은 초밥
김 말고 오이를 쓰잖아요

그거 맛있던데

알아서 달랬는데
성게가 들어 있으려나?

전화로 물어봐야지

일부러 그럴 것까지 없어요

곧 밥 먹을 거니까
하나만 먹어

뭐 어떠니
먹으라고 산 건데

할머니 집에 오니깐
야단 안 맞아서 좋겠다

할머니 집이 좋아요!

아깝게 됐네

그냥 할머니라고 했으면
하나 더 주려고 했지

- 단팥 든 것도 있네
- 그건 내 거

죄송합니다

 

다들 단팥은
별로 안 좋아하지, 그치?

 

'료짱'이라고
안 부르면 안 돼?

 

오늘만이라도 안 될까?
엄마 돕는 셈 치고

료짱은 료짱이죠

 

알면서 왜 그러니?
얄미워 죽겠어

 

왜 전화를 안 받지?

 

토요일이라 출판사가 쉬겠지

 

- 월요일에 다시 걸어
- 그러지

 

우리 집엔 비밀로 해줘
내 일 말야

 

부탁할게

오늘만 무사히 넘기면 돼
당분간 안 볼 거니까

부자 간에 체면 차릴 것
없을 것 같은데

부자 간이라서 그래
실업 중이란 말 절대 못 해

그 사람한텐

기막혀

아버님 얘기만 나오면
고집불통이 된다니까

 

하나만 들어줘요

 

안녕하세요

'다녀왔습니다'라고 해야지

저희 왔어요

- 어서 와, 밖은 덥지?
- 안녕하세요

어머, 착하기도 하지

지난 번에 두고 가신 거요

고마워, 바보같이
뭘 꼭 하나씩 잊어버려

역 주변이 많이 바뀌어서
헤매느라 땀 좀 흘렸네

어쩌다 한번씩 오니까
그럴 수밖에

옆으로 길쭉한
책방도 없어졌고

주인 아저씨가 심장이 나빠서
입원해 버렸어

그러니 가게 볼
사람이 없잖아

 

이거 차게 해서
나중에 먹죠

- 크다
- 또...

좋아하시는
슈크림을 사왔어요

어머, 맛있겠다

그럼 먼저
불단에 바쳐야겠다

꽃꽂이가 정말 예뻐요
무슨 스타일이에요?

그냥 내 스타일이지 뭐

엄마 건 엉터리야

회사에 취직해서
배운 것과는 완전히 달라

예쁘면 되는 거 아니니
어떻게 하든 말야

 

오랜만이네

- 안녕하세요
- 안녕

- 안녕하세요
- 보기 좋게 탔군요

혹시 하와이에?

천만에, 어디 갈 시간이 없어서
공원에서 태웠어

달랑 수영복만 입고
창피하게스리

어, 사츠키가 또 컸구나

이번 방학에
1.5센티 자랐어요!

금방 나보다 더 크겠네

뭐든 잘 먹으니까

무츠, 아직도 검도 해?

하니?

호구까지 사놓고
그만뒀지 뭐니

너무 덥잖아요
냄새도 나고

 

할아버지 오셨네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 와 있었구먼
- 저, 왔어요

 

알면서 저러신다니까

내가 대신 사과할게

괜찮습니다
제 아버지도 비슷했어요

준페이가 자기 처를
처음 여기 데려왔을 때도

보자마자 진료실에 가서
나오지를 않았어

 

아츠시 군, 시끄러워서
어떡하지?

자는 데 불편하지 않아?

- 가끔 깰 때가 있어요
- 안됐다

이 가는 소리에
잠 설친다는 게 말이 돼?

료타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이를 너무 심하게 갈아서

 

다른 방으로 쫓겨나서
혼자 잤대

 

- 좀 안 됐네요
- 얼마나 심했으면

 

그건 내가 아니라
형 얘기잖아

 

엄지 윗부분으로
이렇게, 잘되지?

 

정말 잘하네

이건 옛날부터
내 담당이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지어졌지
그대로 말야

그거 너무한 거 아녜요?

 

삼각형으로 지어서

 

햇빛이 들도록 하겠다는
말까지 했었어

 

- 그런데 사각형이던 걸
- 그렇다니까

그래서 아직도
재판을 하고 있으니

그거 큰일이네

세상에!
마구 휘저으면 어떡해!

칼로 베듯 해야지 칼로

그렇구나

몇 십 년을 지켜보고도
모른단 말야?

다 했어요

 

- 예뻐요
- 그렇지?

옛날 생각나네

 

이런 거 봤어?

본 적 있지?
흔한 거니까

이렇게 안 하지?

옥수수는 굽거나
삶은 것 말고는...

 

누가 가르쳐 준 거야?
할머니?

글쎄, 누구였더라

직접 개발하셨나요?

아마도, 꽃처럼
이것도 그럴 걸

 

슬슬 나오시겠지?

눈은 나쁘지만
코는 아주 좋거든

 

저녁 식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이 소리가 나면

 

2층에서 모두 내려와
다 먹어 치웠어

 

형이 굉장히 좋아했어

 

아츠시 군도
옥수수 좋아하지?

보통인데요

고모도 사실은 보통이야

많이 먹을 거지?

금방 튀긴 게 맛있어
어서 먹어

- 잘 먹겠습니다
- 간장 뿌리면 더 맛있어

 

정말 달콤해요!

 

전에 살던 집 근처에
옥수수밭이 있었어

한번은 밤중에
그 밭에 들어가서

- 훔쳤어요?
- 아버지가

이미 시효야
30년도 더 된 얘기라고

 

다음 날 바로 튀김을 했지

 

그런데 하필이면
한창 튀기는 중에

'실례합니다' 그러는 거야

 

바로 그 밭 주인이었지

맛있는 옥수수를 수확해서

이렇게 선물로
가져왔다는 거야

 

그때도 지금처럼
뻥하고 소리가 났었지

 

튀김 만들 때마다 얘기하셔

나도 어지간히 당황했지

 

그런데 그때 준페이가

 

엄마, 이럴 줄 알았으면

야채가게에서
안 살 걸 그랬어

 

그 녀석이 그런 일엔
머리가 잘 돌아갔지

맞아, 그랬었지

그런 일이 더 있었지?

- 은행에서?
- 맞아요

 

여기는 내 방으로 하고
하늘색 침대를 놓을 거야

 

그럼 내 방은?

네 방은 없어
넌 같이 안 올 거니까

 

그럼, 저 방을 줄게

 

그럼 되겠다

대신 밤에 귀신이 나와

 

그럼 안 해

 

그리고 피아노도 달래야지

 

나도 피아노 갖고 싶은데

- 칠 줄 모르잖아
- 배울 거야

배워도 못 해
검도도 그만뒀잖아

검도가 무슨 상관이야

 

아빠, 이사 올 때
저 빼놓고 올 거예요?

아빠 죽었을 때
기분 어땠니?

 

몰라, 그땐 어려서

울었어?

기억이 안 나

 

나 같으면 울었을 거야

 

료타 삼촌 보고
뭐라고 불러?

똑같아

 

아빠라고 불러

 

아래층에 두면 될 걸
뭣 하러 올려 놓냐고

 

노망 든 거야?
이런 건 버리면 되잖아

 

외로워서 그런 거 아닐까

- 뭐가?
- 뭐는 뭐

 

무슨 말 없었어?
두 사람 말야

뭐?

집사람 얘기

별 말 없었어

 

무거워

마음에 걸리는 걸까?
재혼이라든지 그런 게

설마 그렇기야 하겠어
네겐 과분할 정도야

 

아야

괜한 걱정 말고
네 머리나 조심해

너무 낮아서 그래

낮은 게 아니라
네가 큰 거잖아

우리 같은 거
먹고 자란 거 맞아?

 

이젠 안 돼요, 노망 들어서
주문을 못 외워요

한 손님에게 참치뱃살을
계속 주질 않나

그거 좋겠다
우리 같이 갈까?

제발 봐주세요
그럼 가게 망해요

농담이라도 끔찍해요

진담인데, 농담 아니야

아버님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일흔둘 됐죠? 아마

우리 아버지하고
동갑이시네?

원장님은 연세보다 젊고

정정해 보이던 걸요

우리 아버지
정정한 거 맞니?

은퇴생활 즐기시잖아요
부럽죠

본인은 계속 하고 싶어 했지만
여기를 앓아서

백내장이었나?

아니, 녹내장이었지

하지만 가까운 곳에
큰 종합병원도 생기고

시기적으로 맞았던 것 같아

체면 안 구기고 잘했어

초밥 왔어!

 

- 여기 2만 엔요
- 아, 감사합니다

잔돈이 3천하고 2백만 엔
되겠습니다

이렇게 많이 시켰는데
좀 깎아줘요

제발 봐주세요
성게도 더 드렸어요

왔구나 왔어, 무거우니까
조심해서 들어

아, 영수증?

 

성게 다 먹지 마

사츠키 양 맞아?
많이 컸구나

이번 방학에
1.5센티 자랐어요!

 

검도 그만뒀어요!

아무도 관심 없어

참, 잊을 뻔했네

 

이걸 전해 달랍니다

이럴 것 없어요

이젠 스님도 안 오세요

집사람이 준페이 씨
중학 후배 되는데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을 드렸대요

그렇군요
그럼 사양 않겠습니다

이런 거 가져왔음
미리 말해야지

깎자니 뭐니 하고
괜한 소리 했잖아요

깜빡해서 죄송합니다

돈 나가고 꾸중 듣고
말이 아니죠?

그럼, 향이라도
피우고 가시죠

아뇨, 차림도 그렇고

빨리 가서 아버지
사고 치는 것도 막아야죠

- 감사합니다
- 고마워요

 

정말 의젓해졌네

옛날에 사고 많이 쳤는데

사람 일은
정말 알 수가 없구나

 

잘 먹었습니다

초밥 그만 먹을 거야?

 

무거워

 

사츠키, 조심해

내가 들래!

안 잘라도 돼?

수박깨기가 하고 싶대요

 

아츠시 군은 안 해?
수박깨기

네, 전 괜찮아요

 

정말 안 해?

 

목욕탕에 손잡이 달았죠?

응, 네 아버지가
작년에 넘어졌지 뭐냐

들은 것 같아

엉덩이에 이렇게
큰 멍까지 들었어

조심하셔야겠어요

당신이 비누를 바닥에
놓아서 그래

전 둔 적 없어요

드디어 나왔네
남의 탓 돌리기

잠깐, 그런 걸로 때리면
수박 못 먹게 돼

박살난다

욕실 타일이
많이 떨어졌네요

오래 되니까
어쩔 수 없나 봐

아, 제가 고쳐놓겠습니다

그럴 것 없네요
사위한테 시킬 수 없지

뭔가 하고 있어야
안심이 된대요

참치와 마찬가지로
안 움직이면 죽는답니다

 

회사 일도
그렇게 하면 좀 좋아

이렇게 하는 것도
2층에 올려줬어

- 승마운동기?
- 그런 건 식은 죽 먹기죠

- 아빠
- 아빠, 빨리!

그래!
잠깐만요

 

료타도 식구가 늘었는데

RV차 하나 장만하지

 

특별 서비스 해줄게

 

도쿄에선 차가 필요 없는데

나는 아들 차 타고

쇼핑 가는 게
옛날부터 꿈이었어

자식이 부모 마음대로
자라줘야 말이죠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정말 그렇지?

태워주면 될 거 아냐

얼마든지 태워줄게요

곧 살게요, 곧

흰색 차? 이거?

말은 잘해요
면허도 없으면서

- 더 줘?
- 배 불러요

더 먹어
아직 한창인데 그렇지?

더 커도 곤란할 텐데

제 나이가 몇인데요

- 참, 이는 괜찮아?
- 이?

치과엔 분명히 안 갔겠지만

일이 바쁘다 보면 그래요

넌 나를 닮아 이가 시원찮아서
조심해야 돼

아 해봐, 아

 

그만 해요, 애도 보는 데서

 

왜? 일이야?

 

네, 별일 아녜요

세타가와 미술관에서
급히 일해달래

어머, 그럼 유화를?

응, 뭐 그런 셈이지

아, 지난 번에 신문에서
회화 복원사 기사 봤어

'그림의 의사'라고 소개됐어

어느 신문이지?

어디였지?
팩스로 보낼게

만날 말만 그래
한번도 보낸 적 없잖아

죄송합니다

 

의사라니
그렇게 대단한 거 아녜요

치료보다는
'안티 에이징'에 가깝지

어머, 멋지다
나도 어떻게 안 될까?

안티 뭔가, 그게 뭐니?

엄마는 이제 필요 없어

어머님은 아직 젊어서
필요 없으세요

나도 자신이 없는 걸

뭐야, 나는 왜 빼고 그래

 

이 일도 이제 겨우
주목을 받게 되었어요

우리 대학 같은 데도
지원자는 늘었대요

다만 취직을 하려면
경쟁율이 너무 높아

 

그렇지?

그런 것 같아요

너는 옛날부터
손재주가 남달랐어

제법 술이 센가 봐

 

네, 어머니를 닮아서요

유키에 씨도 제법 했지?

응, 막상막하일 것 같아

 

형수 얘기야

 

지금 어디에 살까?

연하장 주소는
도코로자와 그대로야

 

그렇구나, 어떻게 지낼까?

 

손자라도 있었으면
자주 오라고 할 텐데

재혼하면 아무래도
오기가 힘들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애가 없는 게 나았지

 

아이 달린 과부는
재혼도 힘들어

 

저는 이런 좋은 사람 만나
행운이죠

아니에요, 과분하기로 치면
저희 쪽이죠

누나가 말하지 마

 

유카리 씨, 료타 어릴 때
사진 보지 않을래?

네, 보여주세요

어차피 보여줄 거면서
뭐 하러 물어요

나도 갈래, 대학 때
사진이 필요하거든

아츠시 군도 같이 가

깨졌어? 깼냐고!

- 깼어?
- 안 깨져요!

아직이구나

 

그럼 의사끼리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 뭐냐

 

다카마츠 총의 벽화
수리는 어떻게 됐지?

 

그건 수리가 아니라
복원이죠

 

그건 고분을
그대로 보존할 것인가

아스카 미인의 벽화...
그 우표로 나온 국보요

그걸 지킬 것인가로
말이 많았죠

 

결국 문화청이 문화재 현지보존
원칙을 깬 이례적인 판단을 내려

해체를 결정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10년은 걸리겠죠

어이, 뭐하는 거야!

 

그건 내가 아끼는 거야
조심해

 

죄송합니다

 

그래, 밥은 먹고 사는 거냐?

 

덕분에 애 달린 과부
하나 정도는 먹여 살리죠

거기요!

 

쳐!

 

금이 갔어!

 

- 잘했어
- 깨졌어

 

저래 봬도 옛날엔 둘이서
콘서트도 갔었어

그것도 클래식을

 

아버진 성격이 급해서
늘 먼저 가 버리니까

우린 따라잡기 위해
뛰느라고 혼이 났었어

 

엄마, 이거 히비야 공원 아니에요?
엄마가 너무 좋아하네

 

뭘 모르고 그랬지

 

애들 셋이서 마당에서 찍었지
이게 료타야

 

- 나도 보여줘
- 아츠시 나이 때인가요

초등학교 5, 6학년?

 

맞아, 백일홍 크기를 봐

그럴 수밖에
이사 왔을 때 심었잖아

꽃이 빨간 게
지금보다 진한 거 같잖아

그래요?

이건 가족끼리
조개 캐는 사진인데

이게 준페이, 이쪽이 료타

어? 울면서
찍은 거 아닌가요?

카메라 보고 웃으라고 시키면
어떤 표정 지어야 될지 몰라서

이렇게 된 거지

 

이때에 비하면 료타가
많이 밝아진 셈이야

그런가요?

- 유카리 씨 덕분이지
- 아닙니다

찾았네, 초등학생 때
료타가 글짓기한 거야

 

'저는 커서 아버지처럼
의사가 되겠습니다'

'형은 외과, 나는 내과'
이런 생각한 줄 알았어?

아뇨, 처음인데요

예전부터 화가가
꿈인 줄로만 알았지

 

'아버지는 늘 가운을
입고 계십니다'

'환자의 전화를 받으시면
밤에도 가방을 가지고'

마음대로 보지 마

뭐가 어때
부끄러워할 것 없잖아

진작 버렸어야지
보관은 왜 해?

 

성질하고는...

 

저럴 때 보면
아버지와 붕어빵이야

 

고지식한 것 같아요

융통성이 없는 거지
오빠와는 그게 달라

둘 중 하나라도 아버지 뒤를
이어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우리 수박 먹자

 

- 그럴까요?
- 맛있겠더라

- 여기
- 정리하자

 

어서 줄 서

 

사진, 사진, 사진을 찍읍시다

- 어서 와
- 엄마, 이거 봐

- 뭐니?
- 여기요

- 더러워
- 뭐야?

- 뭐지?
- 초콜릿이야

너무 눈에 띄는 걸

옷도 없는데...
앞뒤 바꿔 입어

싫어!

 

그럼 안 보이게 가려
더러워!

아버님은 끝에요

- 어디 가세요?
- 잠깐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이제 가족이 다 모였네

 

장례식도 아닌데 왜 그래요

뭐 어때, 얘 덕분에
모인 거 아니니

그건 그렇지만

아버님이 잘려요

아버님, 조금만 왼쪽
왼쪽으로 가세요

 

조금만 왼쪽으로

 

- 조금만 더
- 잘 가려

10센티 더요

 

아버님!
화장실 가시나?

 

나중에 합성하지 뭐

그럼 돌아가셨단 소리는
안 듣겠네

 

자, 모두 웃어요

자, 료타도 웃고

제 딴엔 웃는 거야

 

- 다녀오겠습니다!
- 차 조심해

네!

 

덥지 않을까?

 

똑똑

 

그거 지금 꼭
해야 되는 거예요?

 

왜?

식구들이랑
얘기 나누면 좋잖아요

 

무슨 얘기?

 

아무 얘기나요
다카마츠 총 얘기든 뭐든 간에요

 

료타가 신경 쓰이나 봐요

 

뭘 말이냐?

자기 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자기 인생인데
마음대로 하라지

 

너무 냉정한 것 같아

오빠가 결혼했을 때와
너무 다르네요

그야 당연하지
준페이는 장남이었어

멋대로 집 나간
녀석하고는 다르지

 

어이!

 

왜요?

이 집은 내가
일해서 지은 집이야

그런데 어째서
할머니 집이라는 거냐?

 

완전 소심해

 

그건 요령이 있어

 

이렇게 한 뒤에
적당한 데서 이렇게...

묶는 건 여기서
다음에 이렇게...

필요 없대요

튀김 얘기 말곤
참가 의사 없음이에요

그냥 내버려둬

배고프면 나오겠지
너희 동네 까마귀와 같아

우린 화요일과
목요일만 그래요

 

나이만 먹었지 어린애예요

 

처갓집 와서 저게 뭐야

 

다다미 방이라
편해서 그렇겠지

하긴 우린
다다미 방이 없으니까

깔면 되지 않나?

그건 무리예요
그런 집구조가 아닌 걸

그래서 여기 오면
일본식 방 만들려고

 

언제 이사하세요?

가능하면 무츠가 중학교
가기 전에 했으면 해

아직 결정된 건 없어

그런 게 어딨어
도면까지 보여줬잖아요

 

감기 걸리겠네

 

나이 들면 딸과 사는 게
좋다고들 하잖아

딸 나름 아니겠니

재떨이가...

함께 살기는 해도
부엌은 따로따로야

 

만들어 주는 건
사양 않겠지만

내가 보살펴야 할 판이니
파출부와 다를 게 없지

 

사망자는 요코하마 시의 회사원
하기와라 미키오 씨 53세이며

오늘 1시 반 경

- 피서를 와 있던...
- 왜 그랬을까, 벌써 가을인데

 

그 아이...

 

그 전날 밤, 평소와 달리
혼자 와서 자더니

 

그날 현관에서
구두를 닦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바다에 가겠대

부엌에서
내다봤을 땐 이미...

- 저희 왔어요
- 어서 와, 어딨었니?

- 비밀
- 말 못해요

이거 받으세요

- 꺾은 거 아니지?
- 주웠어요

깨끗하게 닦은 구두만
남겨져 있었어

그 광경이 내 기억에서
지워지질 않아

보리차를 마셔
아이스크림 말고

내가 조금만 일찍
말을 걸었어도

아, 또 시작이네

오늘은 괜찮지 않니?

오늘만 하면 다행이게

무리해서
살릴 필요까지 없었어

자기 자식도 아니잖아

 

간식이라도 만들까?

됐어요, 아직 배 불러요

모처럼 모였는데 해줄게

 

그래, 그렇게

 

그래, 동그랗게 하고 나서

힘을 줘서 배꼽을 만들어

 

됐어, 하나 더

 

- 그게 뭐니?
- 똥!

- 누구 건데?
- 아빠!

아빠 거구나

똥, 그거 나도 옛날에
많이 만들었지

 

우리 전화 쓰도록 해

 

그 집 베트남 요리 맛있지?

 

나가서 받을게

 

일이야?

 

네, 아마

바쁘구나, 집에도 일찍
못 오는 거 아니니?

요즘 계속 잔업이라 늦어요

40대까지는
무리 좀 해도 괜찮아

누구 그림이지?

 

- 그게...
- 혹시 고흐?

고흐는 아니겠지?

그림 1장 고치면
얼마나 받을 수 있어?

 

- 빠듯하겠네
- 만 얼마라고?

그게 아니라
1장에 얼마냐고

도와줬으니 상을 줘야지
자, 사츠키 받아

- 고맙습니다
- 무츠도 받아

- 고맙습니다
- 할머니 집 와서 호강하네

아츠시 군은 어디 갔지?

 

정말 괜찮아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런데 너 말이야

신미도 출판사에
아는 사람 없어?

 

응, 그렇겠지?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아니야, 다음에 같이
식사라도 하자고

 

그럴 거 없어
미시마는 안 불러도 돼

 

호모크로민(소염제)

 

프롤몬(간기능개선제)

 

트리프타놀(항우울제)

 

네오파겐(간기능개선제)

 

약에는 손대지 마

 

이리 온

 

받아라

- 할머니가 주셨어요
- 이건 내가 주는 거야

 

거기 앉거라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뭐 될래? 축구선수?

피아노 조율사요

 

조율사라고? 그건 왜?

 

참지 말고 뱉어버려
여기 있다

 

음악선생님이 좋아서요

 

여자니?

 

남자가 여자에 휘둘려
평생의 직업을 고르다니

 

손 좀 보자

 

재주가 많아 보이는군

 

할아비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병에 걸렸거든

그래서 의사가 되려고 했지

 

- 그래서 나았어요?
- 응?

아버지 병요

 

의사가 되기 전에
돌아가셨지

 

의사는 정말 좋아
보람 있는 일이지

 

저리 가서 놀아

 

애한테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의사 절대 안 시켜요

 

어차피 앞으로
20년도 못 살아

 

그러셔도 소용 없어요

 

너보고 한 소리 아냐

 

알아요

 

잠깐 쉬는 중

 

그래, 좀 쉬어

 

아버지와 어머니
상대하느라 힘들지?

 

아까 전화 말인데

 

역시 지금은 자리가 없대

아, 세타가야 미술관?

 

그러니까 거짓말은 왜 해?

얘기가 그쪽으로 흘러서
어쩔 수 없었어

 

- 샤갈인 거다
- 뭐가?

지금 당신이 복원하는
유화 말이야

샤갈?

 

이렇게 많이 있을
필요 없잖아

필요 할 때 없으면
곤란하잖아

 

종이봉투가 이렇게 많이
필요한 게 대체 언젠데?

 

여전히 냉장고는
빈자리가 없고

채워 놓아야 안심이 돼

엄마, 냉장고는 안심하려고
있는 게 아니라

 

음식을 차갑게 하려고

 

어라?
아버지 파칭코 해요?

 

그럼 엄마가?

뭐 어때, 엄만
파칭코도 못 하니?

다른 게 있잖아요
시조나 요가 같은 거요

그 소리 들으면
속이 후련해서 그래

글쎄, 엄마도 그 정도
사치할 권리는 있지만

 

- 집, 어떻게 할까?
- 뭘 어떻게 해?

 

아니, 싫으면 억지로
들어올 생각은 없어

싫다는 소리
한 적 없어, 다만...

다만 뭐?

아버지가 싫어할 것 같아

이럴 때는 꼭 아버지를
들먹인다니까

진료실 없애고
이렇게 두 세대로 나누면

신경 안 써서 좋잖아

어머, 이거 찹쌀가루네
너는 알고 있었니?

그런 거 몰라

엄마

 

이제 시원해서
산소에 갈까 해요

 

너는 어떡할래?

나는 안 갈래요
추석 때도 간 걸요

그럼 산책 삼아
내가 같이 갈게

모자 쓰는 게 낫겠지?

가져와요

 

산소 가는 게 그렇게 좋아?
애들 같이

 

어머, 누가 꽃을 갖다 놨지?
혹시 유키에 씨 아닐까?

형수라면
우리 집에 들렀겠죠

그것도 그러네

 

아, 요시오 군인가?

그 아이는 이런 거
할 줄 몰라

 

- 뽑아요?
- 필요 없는 걸

향은 저 주세요

 

오늘은 종일 더웠으니까

 

시원하지?

 

그치?

 

자식 묘를 찾는 것 만큼...

 

힘든 일이 더 있을까

 

나쁜 짓 한 것도 없는데

 

어머니 생각은 어때요?

사위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이제 와서 남과 함께
산다는 게

애들도 소란 피울 테고

그럼 역시 싫은 거네

생각해봐, 그렇게 되면
네가 돌아오기 힘들잖니

 

저요? 전 못 들어와요

아버지 돌아가신 다음에는
어떠니?

돌아가셨다고 해서

 

제가 형을
대신할 수 없어요

그걸 내가 왜 모르겠니

알면서 그래요?

 

아이, 어떡할 거니?

갑자기 그건 왜요?

잘 생각해서 결정해
아이를 가지면 못 헤어져

 

그런 말이 어딨어요

 

보통, 얼른 손주 얼굴
보고 싶어 하지 않나?

하지만 너희는
평범하지 않잖니

 

요즘은 이런 부부가
적지 않아요

 

옛날에 나비를 잡았잖아

 

아빠랑 함께, 기억 안 나?

기억 안 나

 

다음 번엔
아빠 산소에도 가자

 

알아서 해

 

알아서 하는 게 어딨니?

 

노랑나비네

 

저건 말이다, 겨울에도
죽지 않았던 하얀 나비가

이듬해에 노랗게 된 거래

정말이야? 미심쩍은 걸

 

그렇게 들었어

- 누가 그래요?
- 그건 기억 안 나

 

그 얘기를 들은 뒤로는
저 나비를 보면

왠지 딱해 보였어

 

이 오르막 오르는 게
해가 갈수록 힘들어

 

차가 있으면
슬슬 잘 올라갈 텐데

 

걷는 게 건강에는 좋아요

운동 한 번 잘했네

 

그럼 올해로
대학도 졸업이구나

네, 덕분에요

취직은?

네, 매스컴 쪽에
가려고 했지만 안 됐어요

그럼 연극학교는?

부끄럽지만, 그건 재작년에
그만뒀어요

그랬구나, 아깝네

엄마, 작년에도 물었어요
거기 앉아서

그랬니?

 

알바 중인 조그만 광고사에
계속 다닐까 생각 중이죠

그거 잘됐다, 그렇지?

아뇨, 광고라고 해봐야
슈퍼 전단 같은 것 뿐이에요

시험 쳐서 들어갔어?

그게 그런 게 아니라

 

감사합니다

 

당분간은 이대로
알바하면서 지내려고요

 

뭐 어쨌든 사람은
건강한 게 최고 아니겠어

내세울 수 있는 건
건강뿐이죠

 

저, 정말로 준페이 씨가
구해주셨더라면

저는 이 자리에도
못 있었겠죠

 

정말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준페이 씨 몫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 아야야, 죄송합니다
- 괜찮아요?

- 발 괜찮아요?
- 쥐가 났어요?

 

- 갑시다
- 미끄러졌어요

 

- 거기 계단 조심해요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걸을 수 있어요

이제 스물다섯인데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아뇨, 제 인생 같은 것
이미 끝이 보이는 걸요

내년에도 와서 얼굴 보여줘야지
반드시 와야 돼

 

꼭 기다릴 테니까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조심해서 가요
- 네

 

죄송합니다

 

살이 더 쪘네

100킬로는 되겠지?
여기에 살이 막 붙었어

자기가 사온 팥과 녹차 양갱
두 개나 먹었어요

- 거기에 보리차가 세 잔
- 와, 살 찔 만도 하네

바닥에 땀 흘린 거 봐

여기도! 불결해!

걔, '구해주셨더라면'이란
말 하던데

그거 '안 구해주셨더라면'이
맞지?

2층의 승마운동기 줄 걸

참, 그렇지
네가 버스 정류장에 다녀와

료, 어서 가

나는 싫어

- 왜?
- 좀 가지

저런 하찮은 놈 때문에
하필 우리 애가

 

우리 애 아니라도
되지 않은가

 

애들 보는 데서 하찮다는
그런 말 마세요

 

뭐가 어째? 매스컴?
웃기지 말라 그래

 

그런 투로 말한 것
아니잖아요

 

기껏 알바나 하는 주제에

 

뭐 어때요, 아직 젊은데요

쓸모 없이 덩치만 큰 놈

 

저런 놈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어

 

그래서 사과한 거 아녜요
살아서 죄송하다면서

 

그 작가 누구지?
다자이 오사무?

하야시야 삼베 아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던

 

지금 그 사람들 이름이
왜 나와?

 

제발 사람 인생
비교하지 마세요

양말이 한쪽만 새까맸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살지만

 

마음대로 안 될 때도 있겠지

하지만 아버지처럼
사람을 아래로 보고

하찮아하시면...
웃지 마!

왜 그러니?
자, 걸레

고함 칠 거 없잖아

 

열 낼 일도 아닌 데다
너하곤 관계도 없잖아

 

의사가 그렇게 대단해요?

 

광고가 어때서요

 

형도 살았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사람이란 게 다 그래요

 

하찮다, 하찮다 하길래

제 얘기 같아
나오질 못했어요

 

요시오 군 얘기구나
이제 안심이네

 

그런데 살 좀 뺐으면 좋겠어

그게 누구지?
걔 닮은 스모선수 말이야

다카미야마?

그 사람 하와이 사람이야
불조심 광고에 나왔고

요렇게 이마 밑으로
반쯤 우는 상이야

- 그게 어떤 얼굴이지?
- 생각이 안 나

기사가 잠 깼으니 가야지

- 벌써 가게?
- 그래요

넘어졌는데 튀어나온
이마 땜에...

- 코를 안 깼대
- 자, 어서 준비하자

 

준페이 몫까지?
누가 그러래!

- 누구지?
- RV 차 잊지 말고

여기서 맴도네
양갱, 냉장고에 넣어줘

네, 양갱 가져다 주겠니?

 

공간 만들어서 넣어야 돼

안 되겠구나, 거기가 좋겠어

- 할머니는?
- 3천 엔

3천 엔?

- 장모님이 즐거워 보이시던데?
- 난 5천 엔이다

당연하죠, 이렇게 모두가
모이는 게 최고의 효도죠

점수 좀 땄겠지?

그건 모르겠어
쉽게 승락하시지 않아서

형님 방에 손대기 싫겠지
그 마음 이해가 돼

팔자 좋지 뭐, 우린
살아 있는 사람 돌보기도 벅찬데

살아 있는 딸한테
신경 쓰란 얘기야?

당연하지! 죽은 오빠가
노후를 돌보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비싼 것 아니야
그러니까 부담 안 돼

 

가격?
그런 거 물어서 뭐 해

두세 개씩
사는 것도 아닌 걸

 

어머님, 휴대폰
가지고 계시죠?

 

저기 있어

 

이쪽에서 거는 전화는
밖에 있는 집 전화를 써

 

선이 없는 전화는
못 믿겠다니 바보 같아

 

여기 그냥 둬도 된대

 

뭐가 그렇게 웃겨?

아무것도 아냐

걔들도 저녁을 먹고 갔음
좋았을 텐데

오히려 잘됐죠

저 인원수를 저녁까지 먹여 보세요
살림이 거덜 나겠어요

 

낮엔 초밥, 저녁은
장어 덮밥이라니 굉장하지?

 

튀김을 너무 많이 했어
아까운 짓 했지

저희가 좀 싸가지고 갈까요?

튀김은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서 맛이 없어

 

고급을 시키길 잘했지

이 밑의 건 간이 든 스프 말고
봉지 스프를 주거든

 

- 이거 먹는 거예요?
- 응, 먹어도 돼

 

싫으면 먹지 마
할아비가 먹을게

 

그 대신 할머니 장어를 줄게

 

좋겠다

밥도 너무 많아, 네가 먹어

 

어머니, 이러면 맛이 없어요

뱃속에 들어가면 똑같아

 

이 사람, 섬세함 같은 건
옛날부터 아예 없었어

섬세하지 않은 게
누구인데 그래요

 

콘서트 데리고 갔더니
늘 코를 골면서 자더군

언제적 얘길 하는 거죠?

 

옆방에 레코드가
정말 많던데요

 

젊을 때 제법
열심히 모았으니까

그냥 장식일 뿐이야
이젠 듣지도 않는 걸

괜히 자리만 차지해

 

의사 선생님이라면
클래식 이미지가 있어요

의사는 맞지만
동네의원이 뭐 대단해

 

하지만 집안에 의사가 있으면
맘이 든든하죠

 

바쁘기만 하고 그렇지도 않아

 

아들이 위독한데
곁에 있지도 않았어

 

그땐 식중독 환자가
속출하는 바람에 그랬어

이거 줄게

 

당신은 남자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그렇죠, 전 평생 일이라곤
안 했으니 모르죠

이젠 이 양반도
일 안 하지만

 

클래식 외에는
무엇을 들으시죠?

 

재즈를 듣지
오래된 가수로

마일즈 데이비스라든지

비틀즈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랩인지 삽인지
요즘 나오는 것들은 도통...

- 그런 건 음악도 아니야
- 그러게요

노래방에선 엔카 같은 것도
부르는 모양이더군

 

노래방?

시마즈 씨 연하장에
적혀 있더라

요코야마 씨의 '스바루'를
또 듣고 싶다고

내 편지, 맘대로 보지 마

엽서라서 다 보였어요

그게 싫음 봉투에 넣고
보내라고 하세요

 

엔카를 말이죠

 

'스바루'는 엔카가 아니야
그건 엔카가 아니란다

 

두 분만의
추억의 노래는 없나요?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있어, 음반이 있어

뭐죠?

 

추억의 가요곡이지

 

들어볼 테야?

 

저 사람 작년에 홈쇼핑에서
가요전집인가 뭔가를

속아서 샀지 뭔가
30개 세트로 얼마를 줬는지

그거 내 방에 있었어요

 

듣지도 않았어, 한 번도

 

속다니요, 기분 나쁘게
노망든 사람 취급 마세요

무슨 곡이죠?

- 저기 전축 켜봐
- 지금요?

 

- 바늘 괜찮아요?
- 괜찮아, 들을 수 있어

 

이거 어떻게 했더라

 

누구 노래인가요?

 

모르지, 난 관계없으니까

물론 당신하고도
관계가 있어요

 

엄마, 이 노래...

 

♪ 거리의 불빛이
♪ 너무나 아름다워

♪ 요코하마
♪ 푸른 빛의 요코하마

♪ 당신과 둘이서
♪ 너무 행복해

♪ 오늘도 사랑의 속삭임...

언제 나온 노래죠?

70년 대 노래 아닐까?
박람회가 있던 때 말야

 

맞아, 어머니가 가끔 불렀죠?

♪ 나에게 주세요
♪ 당신을

♪ 걸어도 걸어도
♪ 작은 배처럼

 

♪ 나는 흔들려

♪ 흔들려서
♪ 당신 품에 안겨

 

♪ 발소리만 따라오는

♪ 요코하마
♪ 푸른 빛의 요코하마

♪ 부드러운 입맞춤을...

 

옷, 여기 둘게요

 

수건도요

 

언제 샀지?

 

레코드 말인가요?

 

그때 기억 나시죠
이타바시 말이에요

그 여자 아파트까지
료타를 업고 찾아갔죠

 

그때 방에서
당신 목소리가 들렸죠

 

'걸어도 걸어도' 라고요

방해될 것 같아
그냥 돌아왔죠

그리고 다음날 역 입구의
카나리아당에서 샀어요

 

수건, 그냥 두지 말고
펴서 널어주세요!

 

아까 어머니가
들을 수 있다고 했지?

 

그건 혼자 계실 때
듣고 있단 얘기지

 

그거 생각하면
왠지 오싹해지네

 

안 그러실 거예요

 

뭐 특별한 일도 아닌 걸요

그래?

 

숨어서 듣는 노래 하나쯤
누구나 있기 마련이에요

 

- 그런 거야?
- 그래요

 

그럼, 당신도 있구나
그런 노래

 

그게 뭘까?
가르쳐 줘

 

비밀이에요

 

무섭구나, 여자는

 

무섭지요, 사람이

 

모두가요

 

야구 야간경기 할 텐데
안 볼 거야?

 

이런 거 달아서
위성방송이 다 보여

별로요

 

텔레비젼도 최근에는
볼 게 없어

 

재미도 없는데
웃음소리만 크고

 

그거 나중에 넣은 거지?

 

그렇다죠

 

받아요

 

이게 뭐니?

오늘 돈 많이 썼잖아요
사고 싶은 거 사요

어머나, 아들한테
용돈을 다 받아보고

기분 좋아라

늘 얻어먹기만 한 걸요

그럼 사양 안 할게

 

뭘 살지 고민이네

 

그게 누구였지?
스모선수 말야

 

아직도 생각해요?

그대로 두면 치매 걸린대

 

- 와카노하나
- 틀렸어

 

기타노후지

그 사람 굉장히 미남이잖아

그런 게 아니라
요렇게 애교가 있어

 

저기...

 

요시오 군 그만 와도
되지 않아요?

 

이제 그만 부르자고요

 

왜 그래야 돼?

 

왠지 불쌍해서요
우리 보는 거 괴로워하는 것 같고

 

그래서 부르는 거야

 

겨우 10년 정도로
잊으면 곤란해

 

그 아이 때문에
준페이가 죽었으니까

 

요시오가 죽인 건...

그게 그거지
부모가 볼 땐 똑같아

 

증오할 상대가 없는 만큼
괴로움은 더한 거야

 

그러니 그 아이한테

1년에 한 번쯤
고통을 준다고 해서

 

벌 받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내년, 내후년도
오게 만들 거야

 

그런 생각하면서
매년 부른 건가요?

 

너무했네

너무한 거 없어

 

그 정도는 보통이지

 

모두 왜 그래요?
보통, 보통하면서

 

너도 부모가 되어 보면
알게 돼

나도 아버지라고요

진짜 부모 말야

 

그게 무슨 뜻이죠?

 

아버지 나오셨어
어서 들어가

 

참, 왕자님도 같이 하지

 

왕자요?

그게 좋겠다
목욕탕도 넓은데

유카리 씨!

 

네

늘 따로따로 해서요

오늘 같은 날은
아들 먼저 시키면 되잖아

온종일 멍하게 있다니까

매일 목욕할 일이
뭐 있다고 그러는지

목욕물이 아까워 죽겠어

네, 어머니

아츠시 군, 목욕 시켜
료타와 함께

네

 

원래 따로 하잖아?

네 잠옷 나중에 내놓을게

티셔츠 가져왔어요

잠옷 입어, 일부러 샀단 말야

어디서요?

 

세일하는 거 샀겠지
보여줘 봐요

보여준다, 보여줘

어떤 거죠?

이 색 좋아하잖아?

와, 이건 좀

아츠시, 목욕해야지

이 판만 깨고요

 

욕조가 작단 말야
둘이 들어갈지 모르겠네

 

받으세요

 

내 티셔츠는?

어머니가 사주신
파자마가 있잖아요

됐어, 안 입어도 돼

입어요, 아들 위해
일부러 사신 거잖아요

 

화났어?

 

내가 올 때마다 늘 그래

 

나를 위해 뭔가 하기를 바라셔

그런 거 말하는 거 아녜요

그럼 왜?

 

이왕 파자마 사실 거면
아츠시 것도 사 주시지

 

오늘도, 쭉 아츠시만
'군' 붙여서 부르시고

 

깊이 생각 마, 거기까지
신경 못 쓴 것뿐이야

 

그렇지만 칫솔은 있었어
세 개 말야

 

티셔츠 이리 줘

 

응?

 

유카리 씨

 

네

 

- 유카리 씨, 잠깐만
- 네

 

이거 가지고 들어가

 

일이 잘 안 되니?

 

아니오, 그런데 왜요?

 

아니다, 그럼 됐다

 

걱정할 거 없어요
옛날하고는 달라요

 

너 말이다

 

가끔은 엄마한테 전화로
목소리라도 들려 드려

 

전화 걸면 하소연 듣느라
혼이 나요

그 정도는 참아야지

그건 제가 할 일 아니죠

 

제발 둘이서 해결하세요
나 끌어들이지 말고

 

그리고 채소가게 얘기
형 아니라 제가 했어요

 

- 아, 그랬어?
- 그렇다니까요

 

사소한 일 가지고
따지지 마

 

료짱, 뜨거워서
못 들어가겠어요

알았어, 들어갈게

 

누구면 어때
이제 와서 말이에요

 

젠장

 

가시라도 박혔어?

 

이렇게 손에 있는 점을
집을 수 있음 부자된대요

 

할머니가 그래?

 

이걸 봐

 

나도 할머니 말씀 듣고
늘 억지로 집고 그랬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어

 

료짱은 어째서 의사가
되고 싶었나요?

 

옛날 얘기야

 

아주 옛날

 

이게 맞나?
맞아, 바로 이거야

 

그래, 이거다
이것도 줄게

이건...

 

어머니, 이렇게 비싼 걸

괜찮아, 비싼 것도 아니야
하지만 물건은 좋아

 

치나미는 뭐든 달라고 해놓고선
막상 주면 입지도 않아

전번에도 비싼 기모노를 줬지만
한 번도 안 입어

 

그거 어쩌면 인터넷인지
뭔지 하는 걸로

돈으로 바꾼 거 아닐까?

설마요...

그 아이는 하고도
남는 아이야

 

웃으니까
보조개가 생기는구나

 

귀여워

 

이 나이에
보조개는 어디 쓰겠어요

 

그렇지 않아

여자는 몇 살이 되어도
애교가 필요해

정말 부러워

아니에요

 

얼굴이 붉은데 괜찮아?

 

오랜만의 술이라

아, 우리가 젊었을 때는

여자는 술은 받되
잔을 비우지 말란 얘길 들었지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

 

아니오, 웬만해서는
밖에서 안 마셔요

어머, 집에서 마셔?

그럼 재미 없잖니
저 아이가 술 못해서

 

하지만 료타 씨, 요샌
집에서 맥주 자주 마셔요

어머, 그러니?

조금이라도 마시면
잠을 푹 잔다고요

 

그건 몰랐네, 그렇구나

 

머리 제대로 안 닦으면
감기 걸려

 

아까보다 체중이 줄었네

 

너희 어떡할 거니
아이 문제 말야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까 합니다

그럴 테지

하지만 이왕 가질 거면
서두르는 게

 

그렇겠죠

 

아츠시 군 일도
생각해야 되고

 

아이가 생겨서 갈등 겪을 것
생각하면 좀 그래

 

역시 안 낳는 게 나으려나
안 됐지만 말이야

 

이 띠가 어울릴지 모르겠네

 

너무 수수한 거 아닐까

 

괜찮지?

 

좀 그런가?

 

무슨 일이죠?

 

잘못 들어온 것 같아요

 

무덤에서 따라왔구나
그렇지?

 

열지 마, 준페이일지 몰라

 

어머니

 

준페이

 

준페이

 

어서 쫓아버려

 

창피하게!
그만 해

엄마, 진정하세요

하지만...

 

거봐, 역시 준페이야

설마!

 

준페이

 

조심, 조심히...

 

거봐요, 나비잖아요
그냥 나비요

 

맞아, 보통 나비야

 

놓아줄게요

 

할머니 17주기 제사 때도

밤인데 나비가 왔었어

 

엄마, 목욕하세요

 

응, 그러지 뭐

 

그래, 그러자

 

네, 요코야마입니다

 

알겠습니다, 기다리세요

 

앞집 할머니가
안 좋으시대요

 

저쪽으로 돌려줘

 

또 심장일까?

강심제를 복용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구급차를 불러요

 

나는 이미...

 

나도 그러고 싶지만
사정이 있어서

 

미안하네
힘이 되어 주지 못해서

 

그래

 

그래

 

천천히요
조금 흔들릴 겁니다

천천히...
일단 멈춘 뒤 돌립니다

 

맥박은?
맥박이 어떻게 되지?

- 맥박 말이야
- 뒤로 가세요

자, 천천히
안심하세요

좀 비켜주세요

그게 아니라, 나는...

 

이제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뒤로 가세요

 

이제 자야겠군

 

파자마 차림으로 그게 뭐냐
창피한 줄 알아

 

타일 고쳐준다고 해놓고

 

먹고 자고 하더니
우리 사위가 가 버렸네

 

늘 말만 요란하지

 

할머니, 아까 이상했어요

 

할머니 눈에는
그렇게 보였던 거지

 

이미 없는데도?

 

죽었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아빠도 계셔
아츠시 네 안에

 

아츠시 반쪽은 아빠, 나머지
반쪽은 엄마로 만들어졌거든

 

그럼 료짱은?

 

료짱도 이제 들어오겠지

 

아주 서서히 말야

 

서서히?

 

뭐지?

 

'서서히'라니, 뭐야?

 

어떡하지?
료짱도 끼워줘?

 

그게 뭐지? 나도 끼워줘

 

어디서 부터 들어와요?

 

입이 아닐까?

 

입? 뭐가?

 

혹시 배꼽 아닐까?

 

배꼽?

 

배꼽으로 서서히?

 

저는 가을 운동회에서

 

릴레이 선수가 되었습니다

 

오늘 노랑나비를 봤습니다

 

아빠와 가루이자와에서
잡은 것과 같은 것입니다

 

제가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피아노 조율을
하고 싶습니다

 

그게 안 되면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 다녀오겠습니다
- 그래

 

아버님, 부탁해요

 

다녀와요

 

죄송합니다
생선을 남겼어요

 

조심해야 된다
바다에는 들어가지 마

네

 

- 바다, 가실래요?
- 그래, 가자꾸나

 

- 넘어진다
- 괜찮아요

 

요즘 야구, 베이스타즈 어때요?

 

요즘은...

 

마리노스가 대세지

 

아버지가 축구를 봐요?

 

요코하마 구장에도 갔지

 

누구랑 갔죠?

 

알 것 없어

 

기회 되면 같이 갈까?
저 녀석 데리고

 

그러죠

 

기회 봐서요

 

배가 가라앉았어요

 

치과, 꼭 가야 된다

 

시간 봐서요

그렇게 미루다...

충치가 생기면
금방 번진다니까

네

뽑을 땐 이미 늦은 거야

네, 네, 네, 네

 

주말에는 꼭 쉬도록 해
이제 젊지도 않은데

아니, 어제는 저보고
아직 젊다고 했잖아요

벌써 왔네

아, 또 뭘 말해야 되지?

 

또 놀러 오는 거야

 

다음엔 무 무침을
가르쳐 주세요

그럼, 나한테 맡겨

- 난 됐어요
- 어서

- 새삼스럽게...
- 뭐 어때?

아버님, 가겠습니다

그럼,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정말 착하구나

 

가겠습니다

 

다음은 설에 보겠군

 

설엔 안 와도 되겠어
1년에 한 번 보면 됐지

 

어머님 부담 되실 텐데
다음엔 자지 말고 와요

내가 어제 뭐랬어
저녁 안 먹고 갔으면 좋았지

 

조금 과식했으니
1킬로쯤 쪘을지 몰라

 

정류장이 7개예요

 

생각났다
어제 스모선수 말야

 

구로히메야마

 

늘 이렇다니까
꼭 한발씩 늦어

 

앞으로 그런 짓 하지 마

 

뭐가요?

 

손 잡고 그러면 무슨 일 생겼나
착각하게 된다고

악수로 부모 걱정하게 될 것 같음
얼마든지 하죠

 

아, 생각났어

 

뭐?

 

스모선수 이름요

 

누구지?

알 것 없어요

누구냐니까

알 것 없어요
대단한 일도 아닌 걸

 

구로히메야마의 얘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결국 아버지와 축구장에
가는 일은 없었다

 

돌아가실 때까지
싸움만 했던 어머니도

아버지 뒤를 쫓듯
돌아가셨다

 

결국 차에는 한 번도
태워드리지 못했다

 

오늘 더웠을 텐데
기분 좋죠?

 

엄마, 봐요

예쁘구나, 여기 넣도록 해

 

좋아

 

자, 인사 드리자

 

개미가 있구나

 

조심하고, 그래

 

저기를 봐, 나비가 있어

 

저 노랑나비는 말이지

겨울이 되어도 안 죽은
하얀 나비가

이듬해 노랑나비가 되어
나타난 거래

정말?

 

누가 얘기해 줬어요?

 

그게 누구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