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다 The.Return.2017.KOREAN.1080p.WEBRip.x264-VXT_Korean

[오토바이 엔진음]

 

[풀벌레 울음]

 

[편안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문이 쉭 열린다]

 

[문이 쉭 닫힌다]

 

[매미 울음]

 

(진철)
아이, 또 그런다, 또
내가 그렇게 하지 말랬지?

 

그럼 다 망가지잖어

 

(할매)
에이, 이리하면 되지, 뭐!

 

(황 사장)
그냥 놔둬라

 

(진철)
어?

 

[다가오는 발걸음]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유미)
손님이 왔어요

 

(할매)
개종자들, 점방에 손님 오는 게
뭐 이상하다고

 

(황 사장)
변 사장, 손님 왔어

 

뭐 되나요?

 

(주영)
아…

 

된장찌개 하나 주세요

 

[변 사장이 달그락거린다]

 

(진철)
진짜예요, 진짜 돌아와

 

(할매)
누가 돌아왔노?

 

니 마누라 도망간 지 8년이고
요 군대 간 아들 아직 안 왔고

 

이 집 노친네도 그 손주 놈도
어, 이짝 딸내미도

 

(황 사장)
우리 딸은 매일 돌아와요
새벽에 와서 그렇지

 

(유미)
우리 아들도 다음 달이면
제대해요, 할머니

 

(할매)
이 소 새끼들이, 누가 뭐라 카드나?

 

(진철)
돌아온다!

 

[피식 웃는다]

 

(유미)
저기, 괜찮으면 저희랑 합석할래요?

 

밥 혼자 먹으면 맛없는데

 

[탄성]

 

아, 네, 뭐, 그럴까요?

 

(진철)
그러면은
[진철의 헛기침]

 

의자

 

가방을 제가, 여기…

 

[유미의 어색한 웃음]

 

(황 사장)
여긴 여행?

 

네, 뭐, 비슷한 거요

 

(중개사)
저는 공인 중개사고요

 

이쪽은 초등학교 선생님
재일 교포세요

 

[일본어]
안녕하세요

 

(중개사)
[한국어]
그리고 이쪽은 알 것 없고

 

여기는 숙박업 하시는 사장님

 

(황 사장)
호텔

 

아, 저, 근데 아까

 

저 보고 왜 그렇게 놀라셨어요?

 

[웃으며]
아, 여기가 외지 손님은 잘 없어요

 

[주영의 탄성]
그것도 이렇게 어린 아가씨는
더 그렇고요

 

(황 사장)
그럼 숙소는 어…

 

(진철)
[웃으며]
안 보여요

 

(할매)
아이고야, 니 뭐, 낯짝 볼 일 있나?

 

(진철)
아, 볼 낯이 없죠
볼 일이 없는 게 아니고

 

[사람들의 웃음]
[칼질 소리가 들린다]

 

(주영)
저, 사장님

 

(변 사장)
아, 예

 

(주영)
혹시 민박 같은 건 안 하세요?

 

어, 제가 가게 일 같은 것도 좀
도와드릴게요

 

[웃음]

 

(변 사장)
이 방입니다, 쉬이소
[주영의 탄성]

 

(주영)
감사합니다

 

[주영의 한숨]

 

[한숨]

 

[오토바이 엔진음]
[풀벌레 울음]

 

[닭 울음]

 

[매미 울음]

 

[놀란 숨소리]

 

청소 안 해도 됩니다

 

(주영)
아…

 

 

[시장이 소란스럽다]

 

(변 사장)
니 뭐 하노?

 

(가게 주인)
알았다, 알았다, 서비스!

 

[가게 주인의 웃음]

 

우리 집 물건이다

 

아니, 무릎팍 아프다고
산에 못 가신다 캐서

 

여 있는 거 싹 다 후려쳐 가지고는
저서 파신다 아이가

 

[웃으며]
아니, 좀 멀리나 가서 앉아 계시든가

 

노인네, 아이고, 참

 

뭐고?

 

나 괜찮은 사람이야!

 

[키보드 조작음]
[매미 울음]

 

[주영의 한숨]

 

[키보드 조작음]

 

[주영의 한숨]

 

[멀리서 개가 짖는다]

 

[휴대전화를 달그락 집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주영)
다른 서류들은 다 준비됐다고
들었거든요, 네

 

그럼 이제 그
인감도장만 갖다드리면 되는 거죠?

 

 

네, 그럼 확인하시고 전화 주세요

 

 

[풀벌레 울음]

 

(주영)
사장님

 

사장님

 

[스위치가 탁 켜진다]

 

(변 사장)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당황한 신음]

 

(주영)
[말을 더듬으며]
아, 파스요

 

목에 담이 걸려 가지고

 

죄송합니다

 

[주영의 헛기침]
[풀벌레 울음]

 

(주영)
저 말 진짜 믿으세요?

 

여기서 막걸리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는 말요

 

기다리지 마세요

 

결국 상처는 기다리는 사람만 받으니까

 

누굴 기다립니까?

 

(주영)
아니요, 그딴 거 없어요

 

이제 와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네요

 

[웃으며]
거짓말

 

간절하면 찾아야지

 

막걸리만 마시면서 기다리는 거
진짜 웃겨요

 

아, 죄송해요

 

[변 사장이 주전자를 달그락 든다]

 

[변 사장이 술을 졸졸 따른다]

 

[변 사장이 주전자를 탁 내려놓는다]

 

마지막 끈 같은 겁니다

 

다들 그 끈 놓지 않으려고

 

이렇게라도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새가 지저귄다]

 

(주영)
사장님

 

같이 가요

 

(변 사장)
뭐 합… 아이고

 

내리이소
[주영의 웃음]

 

[편안한 음악]

 

[시장이 소란스럽다]

 

(가게 주인)
[입속말로]
누구야?

 

누구냐니까?

 

(변 사장)
조용히 해라

 

(가게 주인)
누구야? 누구냐니까!

 

(주영)
오빠!

 

오늘 이거 튀겨 먹을까?

 

[주영의 웃음]

 

(주영)
아, 웃겨

 

(변 사장)
그런 장난 하지 마라
이상한 소문 난다

 

(주영)
왜 반말하세요?

 

(변 사장)
미안합니데이, 타이소

 

(주영)
[웃으며]
농담이에요, 말씀 놓으세요

 

[스님의 못마땅한 신음]

 

(스님)
하, 쓰구먼

 

이 소 새끼가, 니 뭐꼬?

 

(스님)
저 말입니까?

 

먹은 값 내놔라

 

(스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할매)
야, 개종자야, 어디 가노?
나물값 내놔라!

 

야, 이 소 새끼야, 보소, 보소!
저 돼지 빡빡이 좀 잡으소!

 

[새가 지저귄다]

 

[사람들이 대화한다]

 

(유미)
어머, 안녕하세요, 스님

 

(스님)
오늘은 학교가 쉬나 봅니다

 

[유미의 어색한 웃음]
(선생1)
아니, 학교가 폐교돼서

 

지금은 아무도 없어요, 스님

 

(스님)
그래요? 거 이상하군요

 

생기가 느껴져서 들어왔는데

 

- (선생1) 어, 진짜요?
- (유미) 어머, 신기해라
[선생2의 웃음]

 

(선생1)
아, 사실 저희가 지금
학교 다시 살리려고

 

막 뛰어다니고 있거든요

 

유미 쌤, 잘되려나 봐요
[함께 웃는다]

 

[매미 울음]

 

[한숨]

 

[스님의 한숨]

 

(변 사장)
어서 오이소

 

[스님의 헛기침]

 

된찌 됩니까?

 

(변 사장)
된찌요?

 

(스님)
된장찌개

 

(변 사장)
아, 아, 예…

 

아, 칼은 절대 쓰지 말아 주시고요

 

채소는 손으로 쭉쭉 뜯어서
넣어 주십시오

 

그리고 호박이랑 두부도 손으로 빡빡

 

(변 사장)
막걸리 한잔하실랍니까?

 

(스님)
[웃으며]
아닙니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는다]

 

사장님

 

(변 사장)
아, 예

 

(스님)
저, 막걸리 한 잔만 좀 되겠습니까?

 

(변 사장)
아, 아, 예, 예

 

(변 사장)
예, 스님은 어느 절에 계십니까?

 

적 없이 여기저기 떠돌고 있습니다

 

(스님)
필체가 힘이 있고 따뜻합니다

 

봉은사의 주지 스님께서
써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혜원 스님 필체셨군요

 

(변 사장)
아, 그렇습니까?

 

한 잔 더 하실랍니까?

 

[스님의 웃음]

 

(스님)
종일 걸어서 밥때를 놓쳐서 그렇습니다

 

괜찮습니다

 

[스님의 웃음]

 

[술 취한 목소리로]
자, 마셔, 땡중

 

[진철의 웃음]
(변 사장)
진철이, 너 뭐 하노?

 

아, 고맙다 해야지!

 

(변 사장)
앉아라, 앉아라

 

니 스님께 뭐 하는 짓이고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오토바이 엔진음]

 

(스님)
혜원 스님도 드시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변 사장 부)
저놈 아가 또!

 

[풀벌레 울음]

 

[어린 정환의 놀란 신음]
[어린 정환이 바가지를 탁 내려놓는다]

 

[멀리서 개가 짖는다]

 

(변 사장 부)
이 할아비가 술은 안 된다고 했제?

 

와 밤마다 자꾸 야금야금 마시노!

 

봐라, 다시는 안 마신다 캐라!

 

니 지금 계속 마신다는 기가?
[어린 정환의 신음]

 

이놈 봐라, 니 안 되겠다

 

종아리 좀 맞아야겠다

 

(어린 정환)
어, 할아버지!

 

[어린 정환의 아파하는 신음]

 

[종이를 바스락 집는다]

 

[혜원 스님의 헛기침]

 

(혜원 스님)
제 탓입니다

 

안쓰러워서

 

'막걸리 먹을 때쯤이면 올 기다' 하면
알아들을 줄 알고

 

그리 써 준 긴데 제 생각이 짧았네요

 

[쿵 소리가 난다]

 

[매미 울음]

 

(변 사장)
왜 왔노?

 

밥 줄게, 밥이나 묵으라

 

[정환의 헛웃음]

 

밥을…

 

지금 나랑 장난해?

 

자기 아비랑 자식 갖다 버릴 땐 언제고

 

지금 여기 와서 뭐 하는 거야?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

 

당신 사람 아니야

 

어떻게 그 낯짝으로
여기서 장사를 할 수 있냐고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진짜 왔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진철)
사장님

 

[유미의 가쁜 숨소리]

 

(유미)
대박이 났어요

 

(손님1)
사장님, 막걸리!

 

(손님2)
빨리 갖다주세요

 

(주영)
뭐, 뭐, 뭐, 이거, 이거, 이거 가져가

 

사장님, 어디 갔다 이제 오세요?

 

지금 주문 왕창 밀렸어요
빨리, 빨리 들어오세요, 빨리빨리

 

아니, 음식 누가 합니까?

 

대충 하긴 했는데…

 

(황 사장)
맛없어, 맛없어

 

썩을 것들, 내 자리를

 

(할매)
저…

 

(스님)
실례 좀 하겠습니다

 

제가 막걸리 삽지요, 나물값으로

 

뭐, 좀 억울한 면이 없진 않지만서도

 

쿨하게!

 

(할매)
이런 소 새끼가!

 

(스님)
네, 저 소젖 먹고 자란
소새끼 맞습니다, 어머니

 

[웃으며]
그럼 우리 어머니는 송가요?

 

(할매)
뭐? 이…
[스님의 웃음]

 

[할매의 성난 신음]
(황 사장)
아이고

 

(할매)
에라, 이 망할 개종자야!
[스님의 놀란 신음]

 

니 지금 누보고 어매라 카노, 응?

 

나는 니같이 돼지 빡빡이는
낳은 기억이 없다, 응?

 

우리 창영이가 얼마나 예뻤는데
[황 사장이 말린다]

 

네가 누보고 어매라 카노, 이 개종자야
[사람들이 말린다]

 

(진철)
아이, 안 그러시다가
또 왜 이래, 언니, 또

 

(할매)
이런 미친!

 

니는 버르장머리를
어데 엿 바꿔 묵었나? 응?

 

뭐, '언니'?

 

이, 이, 이 개종자들이, 응?
이 상놈의 새끼들이

 

[소란스럽다]
(변 사장)
아유,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왜 그래요
어매요, 진정하이소, 진정하…

 

어머니!

 

어매요, 진정…

 

(할매)
에라, 이 소 새끼들아!

 

[풀벌레 울음]
[멀리서 개가 짖는다]

 

(황 사장)
이래 사람이 많으니까 어색해

 

(유미)
[웃으며]
그래도 주영 씨가 와서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젊은 아가씨가 왔으니까
[유미의 웃음]

 

(황 사장)
사람은 많은데 음식이 맛이 없다

 

[유미의 웃음]

 

(진철)
그러니까 요리를 하지 마요

 

(주영)
일단 드시지 마세요, 그럼

 

[할매가 코를 드르렁 곤다]
[주영의 웃음]

 

(스님)
한 줌도 안 되시네

 

할머니한테 아들이 있나 봅니다

 

(황 사장)
글쎄요, 통 당신 얘길 안 하시니

 

(진철)
창영이가 남편일까?

 

땡! 아들이겠지

 

뭐, 여기서 맨날
막걸리 마시는 걸 보면은

 

죽은 거는 아닐 테고

 

씁, 이 집 아들처럼 가출을 했나?

 

뭐,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돌아올 테고

 

죽었으면…

 

그럼 뭐, 귀신 돼서 돌아오겠지
[진철의 웃음]

 

(주영)
취하려면 곱게 취하세요

 

(진철)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래

 

(변 사장)
정환이가

 

여기 왔었다

 

(황 사장)
정환이? 그 정환이?

 

어떻게 지낸대?

 

아무것도 못 물었다

 

맞았어요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는 말이

 

정말 맞았어요

 

[유미의 웃음]

 

[풀벌레 울음]

 

(중개사)
여사님, 이쪽이에요

 

(주영)
어서 오세요

 

(비서)
앉으세요
[중개사의 웃음]

 

이래 봬도 여기 전체 평수가 꽤 나와요

 

(중개사)
이거 다 허물고 새로 지으면 크죠

 

[주영이 쟁반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안 시켰는데?

 

(주영)
기본이에요

 

(중개사)
우리 부동산에서 왔어요
[주영의 탄성]

 

사장님 가게 내놓으셨죠?

 

(진철)
예? 가게를? 누가?

 

(변 사장)
가게를 누가 내놨다는 겁니까?

 

어, 아드님이…

 

(황 사장)
그래서 그랬구먼

 

그래서 왔어

 

뭐야, 얘기 다 된 거 아니었어?

 

[어색하게 웃으며]
어, 저기, 이 집이

 

요즘 인터넷에서
막 화제가 된 집이에요

 

(복부인)
방송에 나왔어?

 

(중개사)
아유, 방송 그거는
돈만 주면 다 되는 거고요

 

SNS요
요즘은 그게 더 끗발 있거든요

 

(복부인)
그것도 다 알바야, 영 모르네

 

[중개사의 어색한 웃음]

 

암튼 여기 두 배는 올라요
볼 것도 말 것도 없어요, 여사님

 

(중개사)
여기 막걸리가 얼마나 유명하다고요

 

그리고 리조트랑 생수 공장이랑
들어온다니까요?

 

이제 곧 학교도 들어와요
[진철의 웃음]

 

(진철)
안 들어와요, 안 들어와, 그거

 

진철 씨!

 

이상한 사람이야, 정말

 

(유미)
학교는 돌아와요
아이들도 다시 돌아올 거라고요

 

(중개사)
보세요, 여사님

 

아유, 목이 말라서

 

아유, 시원하다

 

[개운한 숨소리]

 

믿습니다!

 

(복부인)
뭐야, 저게?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

 

[헛웃음 치며]
꼴값

 

죽은 남편 살아 돌아올까 무섭다, 진짜

 

(중개사)
아유, 여사님도 참

 

(할매)
죽은 남편 와서 니 좀 데꼬 가라 캐라

 

(진철)
할매

 

(복부인)
할머니 지금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중개사가 말한다]
(할매)
어, 이 개종자야!

 

오데서 주디를 나불거리노
이 개종자야

 

(복부인)
뭐, 뭐, 뭔 종자?

 

[복부인의 기가 찬 숨소리]

 

(중개사)
할머니!

 

(복부인)
아유, 기가 막혀, 아, 기막혀

 

(변 사장)
가게 안 팝니다

 

네?

 

(변 사장)
[그릇을 달그락 내려놓으며]
맛있게 드이소

 

가게 안 판다고요

 

일을 이따위로 할 거야?

 

(중개사)
여사님, 여사님!

 

아유, 아니, 이게 또 사장님이
안 판다고 해야

 

대박집 아니겠어요
[중개사의 웃음]

 

니미 씨부럴

 

(복부인)
야, 계산해

 

(중개사)
저기, 여사님, 여사님! 또 올게요

 

여사님! 아유, 정말
좀 기다려 보세요, 여사님!

 

[멀어지는 발걸음]

 

[그릇을 탁탁 내려놓는다]

 

[헛웃음]

 

[술을 졸졸 따른다]

 

[중개사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중개사의 개운한 숨소리]

 

[한숨]

 

나도 먹고살기 힘들어요

 

(유미)
절대 안 돼요

 

(진철)
우리 제니 돌아올 때까지
절대 안 돼!

 

(중개사)
쯧, 하

 

아드님 몇 주 뒤면 제대하잖아요

 

그리고 그쪽도 '제니, 제니'
이제 좀 그만해

 

8년이면 됐지

 

돈 들고 튄 마누라를 뭐 하러 기다려

 

경찰에 수배 때려서 그냥 확
콩밥을 먹여도 시원찮을 판이구먼

 

아이고, 할머니는 그래
누굴 기다리는지

 

기억은 하시면서
그렇게 욕하시는 거예요?

 

아, 정말 망신스러워서, 정말

 

여기 사장님도 그래

 

아드님 돌아왔잖아요
그럼 됐지, 안 그래요? 쯧

 

아, 할아버님?

 

아이, 뭐, 솔직히 할아버님이야
뭐, 돌아가시지 않았겠어요?

 

아니, 그때가 언제야?

 

돌아왔으려면 벌써 돌아왔어야지

 

정신이 온전한 분도 아니고
아니, 안 그래요?

 

여기 계신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냐고요!

 

돌아오기는 뭘 돌아와요!

 

이제 그만들 좀 기다려요, 정말

 

어휴, 열불 나, 정말

 

어휴, 답답하네, 정말

 

[중개사의 놀란 신음]

 

(진철)
나쁜 년, 씨

 

[중개사의 놀란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풀벌레 울음]

 

[새가 지저귄다]

 

[힘주는 신음]

 

[힘겨운 신음]

 

(변 사장)
우연히 정환이 소식을 듣고

 

찾아간 적이 있었지

 

니랑 같이 분식집 하는 모습을 보는데

 

내는 없어도 되겠더라

 

죄송해요

 

처음부터 속일 생각은 없었는데

 

(변 사장)
받아라

 

주영아

 

할아버지

 

곧 돌아오실 기다

 

정환이한테 말해 줘라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차분한 음악]

 

(변 사장)
주영아, 시장 같이 안 갈래?

 

주영아

 

주영아

 

(중개사)
근데 정말 괜찮은 거예요?

 

[안내 음성]
도착 안내 말씀 드립니다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노란 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음성이 계속 흘러나온다]

 

[기차 경적]

 

[문이 철컥 열린다]

 

(중개사)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예요?

 

(진철)
때린 거 미안해요

 

[중개사의 놀란 숨소리]

 

(중개사)
뭐, 왜 이래, 갑자기?
[밝은 음악]

 

간만에 술을 안 마셨더니 취하네

 

잘 살아요

 

[중개사의 한숨]

 

[중개사가 중얼거린다]

 

[매미 울음]

 

(중개사)
어디 가셨나?

 

(선생1)
아…

 

(중개사)
이제 그만들 좀 보세요, 뚫어지겠네

 

니는 와 자꾸 들락거리노

 

아유, 서운해라

 

이제 더 오라고 해도 안 와요, 할머니

 

(유미)
주영 씨도 갑자기 떠나고

 

요즘 진철 씨도 계속 안 보이고
뭔가 이상해요

 

(황 사장)
어디서 '제니, 제니' 하면서
술 취해 있겠지, 뭐

 

(중개사)
술 안 마셨던데요?

 

걔가 술을 안 마셔?

 

오늘은 술 안 마셨다고…

 

그러고 보니 술 안 마신 거 처음 보네

 

꼭 다시 안 볼 사람처럼
저한테 잘 살라고 그러더니 갔어요

 

할매가 만날
'나가 디지라, 나가 디지라' 하더만

 

나가 디진 모양이네

 

[황 사장의 웃음]
(중개사)
아유, 참

 

[놀란 신음]

 

어머나!

 

(황 사장)
왜?

 

노끈

 

노끈 들고 있었는데

 

(유미)
노끈요?

 

[당황한 신음]

 

서, 설, 설마요

 

(할매)
이런 소 새끼

 

- (황 사장) 아유
- 아이고야

 

[중개사의 놀란 숨소리]
(할매)
아이고야, 야

 

(중개사)
[놀라며]
어머나, 어머나

 

(중개사)
[흐느끼며]
진철 씨, 진철 씨

 

[중개사가 울먹인다]

 

(중개사)
진철 씨!

 

아, 어떡해

 

[다급한 신음]

 

[흐느낀다]

 

[선생2의 놀란 신음]

 

(선생1)
어머

 

(선생2)
지, 지, 진철 씨!
[사람들의 놀란 신음]

 

(중개사)
진철 씨, 진철 씨!
[중개사의 울음]

 

(선생2)
119, 119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황 사장)
야, 진철아

 

진철 씨!

 

[중개사의 울음]

 

(중개사)
진철 씨, 아유, 진철 씨

 

[중개사의 울음]
(황 사장)
일어나, 새끼야

 

[진철이 콜록거린다]
(중개사)
어머나!

 

[사람들의 한숨]

 

[중개사의 성난 신음]
(유미)
아, 깜짝이야

 

(중개사)
아, 뭐 하는 거예요!

 

[중개사의 울음]

 

(진철)
고마워요

 

[울먹이며]
내 걱정 해 줘서

 

[진철과 중개사가 흐느낀다]

 

(할매)
이 소 새끼

 

(황 사장)
도깨비한테 홀린 거 같네

 

[사람들의 웃음]

 

(유미)
그래도 잘됐어요

 

결국 또 돌아왔잖아요

 

(선생2)
네? 뭐가요?

 

(유미)
[웃으며]
제짝이 멀리멀리 돌아서 왔잖아요

 

[함께 웃는다]

 

어, 그러고 보니 황 사장님은
누굴 기다리시는 거예요?

 

한 번도 얘기하신 적이 없네요?

 

(황 사장)
아, 뭘 말을 안 해, 매일 얘기하는구먼

 

손님!

 

[함께 웃는다]

 

(스님)
아, 근데

 

할머니는…

 

(유미)
어? 어디 가셨지?

 

(황 사장)
뭐, 어디 가셨겠지

 

(유미)
할머니 혈압 있으신데
아까 너무 뛰셔 가지고 괜찮으시려나?

 

(황 사장)
아유, 괜찮으실 거야

 

[유미의 의아한 신음]
[선생2의 웃음]

 

[황 사장의 한숨]

 

(할매)
에라, 자빠질 놈아, 위아래도 없이

 

어른이 숟가락 들기 전에
누가 먼저 숟가락을 드노?

 

[할매의 힘주는 신음]
(변 사장)
식습니다, 어서 드이소

 

(할매)
됐다, 마, 벌써 다 처먹었구먼, 이놈아

 

[할매의 헛기침]

 

(할매)
너 아부지가 참 좋아했다

 

[차분한 음악]

 

(변 사장 부)
우리 새끼 참말로 착하데이

 

[함께 웃는다]

 

[어린 정환의 웃음]

 

(어린 정환)
아부지는 언제 오노?

 

(혜원 스님)
'막걸리 먹을 때쯤이면 올 기다' 하면
알아들을 줄 알고

 

(어린 정환)
와!

 

[풀벌레 울음]

 

[다가오는 발걸음]

 

아, 스님

 

[변 사장이 살짝 웃는다]
[스님의 반가운 탄성]

 

(변 사장)
자주 들르십니다

 

그래집니다
막걸리 한 잔 되겠습니까?

 

[스님의 개운한 숨소리]

 

[스님의 웃음]

 

(변 사장)
한 잔 더 드이소

 

(스님)
한 잔이면 되는데

 

[스님의 웃음]

 

[스님의 탄성]

 

왜 그렇게 보십니까?

 

(변 사장)
스님은 와 적을 두지 않고
떠돌아다니십니까?

 

(스님)
속세의 끈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나 봅니다

 

가슴에 화가 많아
가만있으면 탈까 싶어

 

걸으며 수양하는 중입니다

 

[스님의 웃음]

 

[스님의 탄성]

 

(변 사장)
아이, 저, 제가 드리겠습니다

 

(스님)
나무 관세음보살

 

[오토바이 엔진음]

 

(변 사장)
혹시

 

제 아버지 때문에 올려놓으신 겁니까?

 

[다가오는 발걸음]

 

[잔을 달그락 든다]

 

(정환)
야, 팔자 좋다

 

[술을 조르르 버리며]
한가하게 막걸리나 처먹고 있고

 

[잔을 탁 던진다]

 

(변 사장)
니 지금 어디에 있노?

 

그냥 들어와라, 그라믄…

 

(정환)
갑자기 왜 그래?

 

이제 와서 아비 노릇이라도
하고 싶은 거야?

 

[변 사장이 탁자를 쾅 친다]

 

니가 뭔 소리를 해도 내는 못 나가니까

 

니가 들어오든가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니 인생 살아라!

 

[헛웃음]

 

이제 본색을 드러내시네

 

씨발, 미쳤다고 내가
이 지긋지긋한 곳에 또 들어와?

 

나 여기 막걸리 냄새만 맡아도
토할 거 같은데?

 

삼일 안에 나가

 

그때도 있으면 진짜 죽여 버릴 거야

 

정환아!

 

(정환)
내 이름 얘기하지 말랬지!

 

당신…

 

살인자야

 

(변 사장)
지금 누가 누구 아들이라는 겁니까?

 

와 나한테 묻지도 않고
아를 덥석 받아요!

 

(변 사장 부)
그게 6년 만에 와가 할 말이가!

 

연락이 돼야 묻든지 말든지
할 거 아이가

 

[변 사장 부의 기침]

 

갸는 오매불망 니만 기다리다가
쟈만 남겨 놓고 가 삤다

 

아를 갖게 했으면
응당 책임을 져야 사내지

 

그라고도 니가 남자가!

 

그라고도 니가 아비가 말이다

 

(변 사장)
내한테 그런 말 한마디도 없었고

 

헤어진 지도 오래됐다고요!

 

아버지가 받았으니까
아버지가 책임지소!

 

내는 모릅니다

 

[풀벌레 울음]

 

[차분한 음악]

 

[지나가는 자동차 엔진음]

 

(여자)
저도 한 대만

 

(주영)
아, 네

 

(여자)
고마워요

 

불 좀…

 

(주영)
아…

 

[여자가 숨을 후 내뱉는다]

 

[지나가는 자동차 엔진음]

 

[여자가 담배를 탁 밟는다]

 

(변 사장)
가지 마이소

 

- (주영) 아버지, 아버지
- (변 사장) 가지 마이소, 아버지

 

- (변 사장) 아버지, 아버지!
- (주영) 아버지

 

[변 사장의 가쁜 숨소리]

 

(변 사장)
주영아

 

주영이 맞나?

 

니 맞나?

 

네, 저 왔어요

 

(변 사장)
밥 먹었나?

 

밥 줄까?

 

(주영)

 

[변 사장이 수저를 달그락거린다]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나중에

 

나중에

 

[새가 지저귄다]

 

[밝은 음악]

 

(황 사장)
어, 주영이 왔네?

 

(변 사장)
고생이 많으십니다
[선생2가 인사한다]

 

(유미)
어머!

 

[주영이 살짝 웃는다]

 

[변 사장과 주영의 놀란 신음]

 

[새가 지저귄다]

 

(황 사장)
자, 2차는 불고기입니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이게 진짜 한우 암소 불고기예요

 

[사람들이 감탄한다]
이거 내가 고 사장한테
특별히 부탁했거든

 

우리 주영이도 오고

 

진철이

 

둘이 축하해!

 

[사람들의 웃음]
(유미)
축하해요

 

(황 사장)
한잔들 합시다, 건배!

 

(함께)
건배!

 

(주영)
근데 진철 씨는 왜 아까부터
술 안 먹어요?

 

콜라만 먹네?
[중개사의 탄성]

 

(중개사)
나랑 약속했어, 끊기로

 

진짜요?
[놀란 숨소리]

 

저 없는 사이에 되게
많은 일이 있었네요
[웃음]

 

(진철)
[웃으며]
예, 뭐, 많은 일들이 있었죠

 

저, 근데 어디 갔다 온 거예요?

 

아…

 

친구가 죽어서요

 

[중개사의 놀란 신음]

 

그 친구가 좋아했던 곳들을
좀 돌아봤어요

 

[어색한 웃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유미)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스님은 왜 스님이 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 맛 좋다!

 

[사람들의 야유]

 

(중개사)
얘기 좀 해 주세요

 

(황 사장)
얘기 좀 해 주세요

 

아, 순경을 했지요, 처음엔

 

[사람들이 감탄한다]

 

(진철)
에이, 조폭 아니고요?

 

(스님)
어?
[황 사장의 웃음]

 

[웃음]

 

근데 사고를 쳐서
그때 출가를 했습니다

 

한 7년 중노릇하다가
그것도 그만두고

 

이종 격투기 6개월인가 했고

 

[사람들의 놀란 신음]

 

(황 사장)
이종 격투기요?

 


[중개사의 놀란 신음]

 

[웃음]

 

그거 그만두곤 원양 어선 한 1년 탔나?

 

음…

 

뭍으로 다시 들어오고 난 후엔
알코올 중독으로 노숙자도 됐다가

 

지금의 스승님을 만나서
다시 출가했습니다

 

(진철)
에이, 뻥치시네!

 

(중개사)
아, 뭐야

 

(스님)
티가 났습니까?

 

(중개사)
어? 나 진짜

 

(유미)
뭐예요, 뻥이에요? 아, 진짜, 스님!
[사람들의 웃음]

 

(진철)
진짜인 줄 알았잖아요

 

(스님)
으아
[스님의 웃음]

 

아이, 그러지 말고
진짜 얘기 좀 해 주세요

 

[사람들이 호응한다]

 

진짜 얘기라…

 

어머니 찾으러 다니는 중입니다

 

그러다 여길 왔는데

 

저 액자를 보는 순간

 

(스님)
가슴이 막 뛰더라 이 말입니다

 

돌아온다

 

[스님의 웃음]

 

(유미)
돌아온다

 

(스님)
돌아온다

 

누구보다 강한 그리움이 쓴 글이니까요

 

[주영이 살짝 웃는다]

 

[주영의 한숨]

 

[달그락 소리가 난다]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주영)
아버지

 

(황 사장)
아버지?

 

무슨 아버지?

 

(주영)
늦어서 죄송해요

 

(변 사장)
이게 뭐꼬?

 

[울먹인다]

 

정환이

 

아버지 얘기는

 

끔찍해하면서도

 

술에 취하면 그렇게
어렸을 때 얘기를 했어요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그게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거라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주영)
그렇게 가만 놔두지 않았을 텐데…

 

[주영이 훌쩍인다]

 

아버지도 우리 아빠처럼

 

만날 필요도 없는
그런 인간인 줄 알았어요

 

[흐느끼며]
죄송해요

 

늦게 와서 정말 죄송해요

 

[울음]

 

[침을 꿀꺽 삼킨다]

 

[주영이 흐느낀다]

 

[변 사장의 힘겨운 신음]

 

[변 사장의 떨리는 숨소리]

 

[변 사장의 울음]

 

[오토바이 엔진음]

 

다시는 얼씬도 하지 마라

 

내는 니 같은 자식 둔 적도 없으니까

 

당신이 뭐라고 해도 나 당신 자식이야

 

그거 알고 죽을 때까지

 

[변 사장을 퍽퍽 치며]
여기다가 새겨 놓고!

 

(정환)
평생 불편하게 살아

 

[멀어지는 발걸음]

 

[정환이 거울을 퍽 친다]

 

[무거운 효과음]

 

[오토바이 엔진음]

 

[타이어 마찰음]

 

[쿵 소리가 난다]

 

가게 판다고
[훌쩍인다]

 

내려간 날이 마지막이었어요

 

[훌쩍인다]

 

할아버지 막걸리 다시 먹고 싶다고

 

자기가 다시 만들 거라고 그랬었는데

 

[한숨]

 

(변 사장)
주영아

 

내 좀 도와줄래?

 

[밝은 음악]

 

[멀리서 개가 짖는다]

 

됐다

 

[술을 조르르 따른다]

 

[개구리 울음]

 

[잔잔한 기타 연주]

 

[스님이 러시아어로 노래한다]

 

(진철)
[작은 목소리로]
저거 어느 나라 말이야?

 

[중개사가 속삭인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황 사장)
스님, 대단하십니다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웃음]

 

(황 사장)
어디, 어디, 어디 봐

 

- (황 사장) 어디 보자
- (유미) 봅시다

 

(황 사장)
어?

 

[주영의 웃음]

 

[황 사장이 살짝 웃는다]

 

[사람들의 웃음]

 

(중개사)
[웃으며]
건배할까요, 우리?

 

[사진을 탁 붙인다]

 

(변 사장)
이게 뭐꼬?

 

(진철)
어디 봐요

 

(중개사)
아유, 할머니
이것 좀 뜯지 말라니까

 

[할매가 중얼거린다]
아유, 참

 

(진철)
에? 스님?

 

- (중개사) 어?
- (진철) 어?

 

[사람들의 웃음]

 

(중개사)
이거 어릴 적 사진인가 봐요
보세요, 할머니

 

(할매)
아이고, 치워라
[중개사의 웃음]

 

(중개사)
스님이에요

 

[사람들의 웃음]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들린다]

 

[군번줄이 툭 떨어진다]

 

[사람들의 웃음]

 

[황 사장이 말한다]
(주영)
어? 선생님…

 

[황 사장의 놀란 신음]

 

(변 사장)
무슨 일 있습니까?

 

(유미)
학교 복원하면

 

아이 아빠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아들한테 너에게도 아빠가 있다고

 

아빠가 여기서 살았다고
보여 주고 싶었거든요

 

웃기죠?

 

[유미의 어색한 웃음]

 

제가 아들한테 유난 떤다고
생각하시는 거 잘 알아요

 

근데 그럴 수밖에 없어요, 전…

 

전 나쁜 엄마거든요

 

일본 유학 온 우리 아이 아빠 만나서
사랑을 하고 아이도 가졌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요

 

그래서 한국에 왔어요, 그 사람 찾으러

 

근데 너무 힘들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훌쩍인다]

 

우리 아이 목욕시키다가

 

손이 미끄러져서 물에 빠졌는데

 

아이를 건지지 않았어요

 

아주 잠깐

 

그냥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문인지

 

아이가 말이 어눌해요

 

그 어눌한 아들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하루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근데 돌아왔네요

 

죽어서

 

[사람들의 놀란 신음]

 

(중개사)
어머, 선생님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할매가 소리친다]

 

(진철)
할매! 하지 마, 손, 손, 손

 

(유미)
다 거짓말이었어요!

 

다 거짓말이었다고요!

 

돌아온다고 했잖아!
돌아온다고 했잖아요!

 

(진철)
할매!

 

(유미)
우리 아들 살려 내! 우리 아들…

 

살려 내!
[할매가 소리친다]

 

살려 내!

 

(진철)
아, 안 돼!

 

(중개사)
아유, 선생님

 

[유미가 울부짖는다]

 

(할매)
영아야

 

창영아?

 

(주영)
뭐라, 뭐라고요, 할머니?
누구, 누구요?

 

(할매)
내 아, 우리 아 창영이

 

- (주영) 할머니
- (할매) 영아야, 니 와 여 있노?

 

(주영)
할머니, 스님, 스님이에요!

 

(할매)
아이고, 영아야, 니 와 여기 있노?
어미 여 있는데

 

(주영)
많이 봤잖아요

 

(할매)
아이고, 내 새끼, 어미다
니 와 여 있노?

 

(주영)
할머니까지 왜…

 

- (할매) 아이고, 영아야
- (주영) 왜 그러세요!

 

(할매)
[흐느끼며]
내 새끼

 

아이고, 니 와 여기 있노
어미 여 있는데

 

- (할매) 야가 와 여 있노
- (진철) 할머니

 

(할매)
아이고, 영아야…

 

[종이 뎅 울린다]

 

(변 사장)
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할머님이
스님을 아들이라고 합니다

 

(스님)
저를요?

 

[스님의 웃음]

 

(변 사장)
그날 충격으로 치매 증상이
심해지신 것 같습니다

 

(스님)
그래요?

 

[풍경이 딸랑딸랑 울린다]

 

(변 사장)
할매요
[할매의 놀란 신음]

 

아드님 온답니다

 

주영아, 저, 할머니 좀 모셔라

 

(할매)
아니다, 아니다
내 혼자 갈 수 있다, 됐다

 

(변 사장)
아, 예, 개않겠습니까?

 

(할매)
개않다, 개않다, 개않다

 

(진철)
어? 저기

 

돌아온다, 돌아온다!

 

(황 사장)
오셨어, 오셨어
[중개사의 놀란 숨소리]

 

할머니, 할머니

 

(변 사장)
화장실 가셨습니다, 잠깐 앉으이소

 

(할매)
창영아?

 

아이고, 창영아

 

[할매의 놀란 신음]
(스님)
어매요, 접니다

 

제가…

 

[흐느끼며]
제가 늦었습니다, 어머니

 

(할매)
아이고, 창영아, 아이고, 창영아

 

[스님이 통곡한다]

 

아이고, 창영아

 

아이고, 영아야

 

[스님과 할매의 울음]

 

(스님)
어머니

 

(할매)
아이고, 영아야

 

아이고, 내 새끼
[풍경이 딸랑딸랑 울린다]

 

아이고, 내 새끼야

 

[흐느낀다]

 

[매미 울음]
[주영의 만족스러운 신음]

 

(할매)
이리 온나

 

(변 사장)
아유

 

어서 오이소

 

(유미)
저, 이거…

 

[주영이 살짝 웃는다]

 

[할매의 웃음]

 

[차분한 음악]

 

(변 사장)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셨다는
전화를 받던 날도

 

제가 오랫동안 꿈꿨던
호텔 셰프가 되었던 날이었습니다

 

가족이란 게

 

지한테는 짐일 뿐이었습니다

 

그걸 아들 녀석이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죠

 

뭐, 그러니

 

내가 지 할아버지를
갖다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겁니다

 

(스님)
다시 오거든

 

후회 없이 용서를 구하세요

 

다시…

 

돌아올까요?

 

(스님)
뭐가 보이십니까?

 

(변 사장)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스님)
언젠간 다 걷힐 겝니다

 

[파도가 철썩인다]

 

[차분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변 사장)
아부지요, 또 와 이라십니까?

 

아, 목욕하자며요

 

(변 사장 부)
집, 집에 가자

 

(변 사장)
뭐라꼬요?

 

(변 사장 부)
집, 집, 집에…

 

(변 사장)
[버럭 하며]
아, 가긴 어딜 간다 그라는교!

 

할아버지

 

그래, 내가 버렸다

 

그래, 니 말이 맞다

 

(변 사장)
벗으이소!

 

[버럭 하며]
아, 빨리 벗으이소, 정말

 

(남자)
아저씨, 아저씨, 큰일 났어요!

 

정환이가…

 

[변 사장의 한숨]

 

(변 사장)
정환이가 또 뭐?

 

(남자)
길에서 사고 났는데 정환이 같아서

 

아, 빨리 가 보이소!

 

(변 사장)
아, 정말!

 

(변 사장)
어디고?

 

(남자)
저쪽으로 쭉 가이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정환아! 정환아!

 

[가쁜 숨소리]

 

(변 사장)
너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아버지 생각이 났다

 

(변 사장)
진짜 하늘로 솟은 것처럼

 

본 사람도 없고

 

아무 데도 없는 기라

 

그날 읍내며 산속이며

 

밤새도록 찾아다녔는데

 

없는 기라

 

(정환)
그래도 찾았어야지

 

그다음 날도,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어떻게든 찾았어야지!

 

[울먹인다]

 

미안하데이

 

[울먹이며]
그땐 찾고 싶지 않았다

 

도망가고 싶었다

 

미안하데이

 

[흐느끼며]
정환아, 미안하데이

 

(변 사장)
미안하데이

 

[변 사장이 흐느낀다]

 

당신이 버린 그 바보 같은 아버지는

 

혹시라도 내가 당신 미워할까 봐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흐느끼며]
당신을 나쁘게 얘기한 적이 없었어

 

[흐느낀다]

 

(정환)
나도

 

그런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변 사장)
[흐느끼며]
미안하데이

 

미안하데이

 

[슬픈 숨소리]

 

나…

 

나 이제 갈게요

 

[떨리는 숨소리]

 

[차분한 음악]
(변 사장)
내가 잘못했데이

 

내가 잘못했어

 

미안하데이

 

[새가 지저귄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황 사장)
이야, 스님, 대단하십니다!

 

[황 사장의 웃음]

 

[사람들의 탄성]

 

아이고, 예

 

그럼 제가 답가 한번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 (스님) 아, 그러시죠
- (유미) 황 사장님!

 

(유미)
황 오빠!

 

[사람들의 웃음]

 

[잔잔한 기타 연주]

 

(황 사장)
♪ 임진강 맑은 물은 ♪

 

♪ 흘러 흘러내리고 ♪

 

♪ 뭇새들 자유로이 ♪
[새가 지저귄다]

 

♪ 넘나들며 날건만 ♪

 

♪ 내 고향 남쪽 땅 ♪

 

♪ 가고파도 못 가니 ♪

 

♪ 임진강 흐름아 ♪

 

♪ 원한 싣고 흐르느냐 ♪

 

[사람들이 환호한다]
(유미)
와, 오빠!

 

- (스님) 정말 좋습니다
- (유미) 사장님 최고!

 

(황 사장)
자, 건배합시다!

 

(진철)
근데 사장님, 그럼 우리 저
[사람들이 '건배'를 외친다]

 

담근 막걸리는
언제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중개사)
아유, 술 먹을 생각 하지 말아, 참

 

[잔잔한 음악]
[황 사장의 웃음]

 

(진철)
자꾸 그렇게 엄마 노릇 할 거면
그냥 엄마 해

 

(중개사)
지금 나이 많다고 디스하는 거야?

 

자막: 박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