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킬러〉
‘더 킬러’ 원작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이렇게나 지칠 수 있다니
권태로움을 못 견딘다면
이 일은 당신에게 안 맞는다
“챕터1, 파리/더 타깃”
파리는 여느 도시와
다르게 깨어난다
천천히…
베를린이나 다마스커스의
디젤 엔진 소리도
끊임없이 윙윙대는
도쿄의 소음도 없이
뽀빠이의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나는 그저 나다’
난 비범하지 않다
난 그저…
다를 뿐
나와 엮인 적 없다면
운이 좋다 생각해라
물론 운은 실재하지 않지만
업보도 그렇고
안타깝지만
정의도 마찬가지
이런 관념들이
존재하는 척하고 싶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태어나
자신의 삶을 살고
종국엔 죽는다
‘네 뜻대로 행하라
이것이 율법의 전부니라’
말한 자
어떤 이
누군지 모르겠다
매년 1억 4천만 명이
태어난다
얼추 그렇다
세계 인구는
대략 78억 명이다
매초 1.8명이 죽는다
그리고 그 매초
4.2명이 태어난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이 지표엔 영향이 없다
사람들은 종종 회의를
냉소로 오인한다
사후 세계가
차갑고 무한한 공허란 걸
사람들은 좀처럼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난 받아들인다
그 진실을 인정함으로써
오는 자유와 함께
나는 깨달았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행동하는 순간이 아님을
진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일을 수행하기
며칠, 몇 시간, 몇 분 전
그리고 며칠, 몇 시간
몇 분 후다
모든 것은 준비와
세부 사항에 대한 주의
반복 확인
반복 확인
반복 확인에 달렸다
요정들에게
흔적을 남겨주지 마라
그들의 핀셋, 증거 봉투
DNA 키트를 조심해라
그리고 눈에 띄지 마라
사실 21세기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적어도
인상을 남기진 마라
침착을 유지하고
계속 움직여라
난 최근 런던에서 봤던
독일인 관광객처럼 위장했다
독일인 관광객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없다
스트리트 마임을 피하듯
날 피해 간다
프랑스엔 맥도날드가
1,500개 있다
단백질 10g을
1유로에 섭취할 수 있고
매주 4,600만 명이
이용하는 좋은 곳이다
정확히 언제 나타날지
말해 주고 싶지만
현재로선 나타날 거란
말밖에 못 하겠군
최선을 다해보지
듣고 있나?
5일째잖아요
내일까지 기다리죠
좋아
알고 있겠지만
우리가 약속 못 지키면…
- 우리?
- 그래
지금까지의 경비는
우리가 부담할 테니까
24시간 별일 없이
지나가 버리면
그때 전화해
거기부터 우리가 맡지
여…
약육강식의 세상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해야 한다
죽이거나 죽임당하거나
적자생존이다
그게 인간의 본성 아닌가?
기꺼이 성선설을
믿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정확히 뭘 근거로?
에어비앤비를 애용했으나
이젠 쓰지 않는다
슈퍼호스트들은 CCTV를
너무 좋아한다
하긴 잘못된 유죄 평결의
70-80%가
목격자 진술의
직접적인 결과니까
‘데이트라인’ 몇 편만 봐도
꼬리 밟히는 방법이
수도 없이 나오지만
사실 열댓 개만 떠올려도
당신은 천재다
난 천재가 아니다
역사의 시작 이래
항상 소수가 다수를
착취해 왔다
이것이 문명의 반석이다
회반죽 속의 그 피가
벽돌들을 결속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수가 아니라
그 소수가 되어라
저격 작업에서는
거리만이 유일한 이점이다
그 외 폭죽 소리처럼
튀는 소리나
유리 깨지는 소리, 비명
모두 난점이다
타깃 근처에 행인이 있을 땐
타깃 말고 모두 흐릿해진다
전투 베테랑들은
‘터널 비전’이라고 하지만
나는 직업적 행운이라…
젠장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건
한가한 시간이다
딜런 토마스의 말은 아니지만
제법 비슷하다
사람을 화나게 하려고
고안된 일들은
어째선지 하나같이
지루한 것들이다
이제는 근접 작업이
낫게 느껴진다
사고로 가장한 암살
점진적인 중독
창의력이 요구되는 것들
깔끔하게 익사시킨 게
마지막으로 언제였더라?
래리 리지웨이
‘그린 리버 킬러’
20년간 최소 여자 49명을
살해한 자다
A와 T를 줘도
‘CAT’을 못 쓰는 작자지만
성실하긴 했다
난 10,000시간을 채웠다
경찰의 과로 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