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15년이라,

길었네.

 

쿠나이 하쿠토 / 남
너도 수고했어, 쿠나이 하쿠토.

 

대제국의 고관이자,
인피니티 게임의 주최자.

 

설마 너와 마지막 순간을
보낼 줄이야.

 

불만스러운 면상이군.

네가 라스트 보스든 마왕이든
현실에는 못 이겨.

 

오늘 밤 0시로 서비스 종료.

서버와의 계약은 끝.

이 세계는 통째로 날아가.

 

충분히 못 놀았으면
알아서 이어서 계속해줘.

난 내일을 대비해서 잘 거야.

 

그럼 잘 있어, 쿠나이.

그리고 잘 자.

 

뭐야, 이거?

꿈인가?

그보다 대삼림 장난 아니네.

임마, 너무 그린 한 거 아냐?

꿈이라곤 생각하지 못할 만큼
리얼하네.

호수는 너무 블루 하잖아.

 

뭐지, 이 신발?

 

이 차림...?

 

설마...!

 

뭣...!

 

내가 마왕이...!

 

, ! R

 

제1화 리트라이

야, XX,

 

발 디딜 곳이 없어.

응,

적당히 알아서 피해.

난 침대랑 PC만 쓸 수 있으면
나머진 방치니까.

 

빈 캔도 모자라서

잔돈까지 굴러다니고 있는데.

 

XX네 방은 새전함이야?

 

아키라는 재밌네.

 

재밌는 건 이런 방에서
살고 있는 XX야.

 

그거 내 소중한 거!

빈 캔이랑 함께 바닥에
방치하고 있는 거는 소중한 게 아니야.

 

뭔가 방이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왜 여행지에서
청소를 해야 하는 건지.

뭐 어때, 공짜로 잘 수 있으니까.

숙소비를 술로 낼까 했는데,
안 할래.

XX는 맥주 없어.

 

귀신, 악마, 마왕!

그럼 베풀어주지.

아키라 최고!

진짜 천사.

악마면서 천사니까 타천사네.

그보다 도쿄에서
이 먼 변두리까지 왔는데

쓰레기랑 자게 할 셈이야?

그렇게 내 침대에 파고 들어서

거사를 치른 아침을
맞이하려는 노림이구나?

맥주 몰수.

싫어,

아키라의 맥주는 내 것,

내 맥주도 내 것.

공터에서 리사이틀이라도 열어.

 

그치만 아키라가 만든
인피니티 게임, 대인기인걸.

 

난 내 세계를 만들고 싶었어.

내가 하고 싶은 걸
전부 집어넣었어.

그 대신, 개발에 부모의 유산을
전부 갖다바쳐버렸어.

하지만 돈이 들어오잖아?

해외의 게임회사가 사준다며?

내일 미키티를 만나봐야 알겠네.

 

송신인 미키티,

오오노 씨,

인피니티 게임을 우리 회사에서

대규모 MMO로서
운영해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 녀석,
그냥 인터넷 게임 폐인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42 오메가의 전무였었다니,

 

하마 쨩이랑 스 씨냐고.
(만화 낚시 바보 일지)

게임 안 팔리면?

글쎄, 애당초 취미로 만든 거니까.

우와,

부모 유산 탕진한 식충이잖아.

니트인 XX에게 듣고 싶지 않아.

 

결국 XXX는
인피니티 게임엔 오지 않았네.

 

아키라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몰라, XXX.

극동 도시의 서비스
종료돼버렸으니까.

그 게임은 이제 낡았어.

시대가 아냐.

 

극동 도시 엄청 좋아했으니까,

 

자기 본가 수준.

 

인피니티 게임이 훨씬 더 재밌는데,

한 번 해보면 XXX도 빠질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XX?

아키라는 정말 자신감 넘치네.

내게도 헬로워크에 갈 용기를 나눠줘.
(일본 공공직업 안내소)

그럼 그만 마시고 헬로워크에나 가.

 

헬로워크 가는 것보다
배짱이 필요하잖아, 이거.

다음은 60층입니다

 

뭐가 미키티야,
뭐가 대규모 MMO야.

저작권료 1억 정도 낼 거면 생각해줄게.

 

뭐야, 이거?

 

나, 그렇게 많이 마셨나?

 

뭐였던 거지, 방금 그건?

 

어서 오십시오, 오오노 씨.

 

자, 들어오시죠.

 

잘 왔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기, 미키티 씨에게
불려서 왔는데요.

제가 그 사람입니다.

 

제가 미키티,
즉, 미키모토입니다.

 

뭘 어떻게 하면
하루만에 이렇게 더럽히는 거야?

 

필요한 거 꺼내다 보면
엉망진창 되지 않아?

 

엉망진창인 건 네 인생이겠지.

너무해,
아키라는 진짜 쓰레기구나,

이 플라스틱 양동이, 폴리에스테르,

마지막 건 그냥 합성수지거든.

 

그래서, 얘기는 어땠어?

진짜로 큰 게임으로 만들고 싶대.

인피니티 게임을
전 세계에 팔고 싶다네.

대단하잖아!

돈 들어오면 한턱 쏴.

일이나 해.

일하면 지는 거잖아.

나는 인생의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아.

니트인 단계에서
이미 패배했거든.

하라주쿠에 미사일 같은 거
안 떨어지려나.

일을 해,

그래서 미사일을 쏴.

도쿄 타워가 쓰러진다든가 말이야.

일을 해,

그래서 톱을 사.

자를까?

잘라버릴까?

쓰러트려버릴까?

어디, 경찰서 번호가...

 

뭐야, 이 기획?

또 이쪽 계열이야?

결국 난
42 오메가의 권유를 거절했다.

 

난 나의 게임,
나의 세계를 만들고 싶어.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건
절대 사양이야.

그랬더니,

세상은 갑자기
SNS의 시대로 들어갔다.

인피니티 게임은 단번에 쇠퇴하고,

액세스 수는 격감했다.

개발 자금을 다 쓴 나는

적당한 게임 회사에 취직해서

적당한 게임을 만들면서

적당히 입에 풀칠하며 살고 있다.

 

일 좀 해, 밥벌레.

잠깐, 갑자기 좀 아니지 않아?

좀 아닌 건
평일 낮에 전화해오는 XX야.

아키라가 만든 앱
하고 있는데 말이야,

소가 좀처럼 우유를 안 내놓더라고.

내 알 바야, 소한테 물어.

이 소도 아키라가 만든 거잖아?

부모로서 책임져.

파악 좀 하라고.

그 앱의 담당에선 빠졌어.

난 이제 몰라.

아키라는 말이야,

게임이 완성되면 금방 쫓겨나더라.

시끄러.

 

인피니티 게임은 업데이트 안 해?

나, 목이 길어져라 기다리고 있는데.

끝났어, 인피니티 게임은.

요즘 유저는 살벌한 살육전보다도

SNS에서 인정욕구와

정의로운 척하기랑
미적지근한 어울림에 푹 빠졌다고.

아키라는 있잖아,

내키지 않는 일 하는 거 안 어울려.

 

싫어도 하는 게 일이야.

외근 나가야 하니까 끊을게.

 

안 어울린다, 라...

 

네가 오오노 아키라냐?

 

들은 것 이상으로
성가실 것 같은 애송이군.

 

누구야, 당신?

 

아오키, 라고 하지.

아오키 무네미츠

42 오메가의 상무?

당신, 미키티 쪽의...?

네가 말하는 세계란 것,

우리 쪽에서밖에 못 만들어.

뭐?

미키 그놈이 미적지근하니까
내가 나서게 됐어.

사장님도 이런 애송이에게
뭘 기대하고 계신 건지.

 

내 인피니티 게임을
대규모 운영하고 싶단 얘기잖아?

난 누군가의 손을
빌릴 생각 따윈 없어.

쩐은 있냐, 애송이?

그런 면이 애 같단 거야.

난 내 마음대로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돈으로
목줄 따위 매이고 싶지 않...

 

회사가...!

 

뭐야, 저거?

뭐 하는 거야, 오오노!

얼른 도망쳐!

하지만 저거!

됐으니까 이리 와!

 

그때 눈치챘어야 했다.

내가 인피니티 게임을
42 오메가에서 만들도록

누군가가 운명을 정해놨다고.

 

내가 마왕이?

 

목소리도 변했네.

뭐야, 이거?

자기가 만든 게임의 캐릭터가 됐다고?

웃기지 마!

왜 내가 이런 아재로!

잠깐, 진정해.

아직 허둥댈 때가 아니야.

꿈이라기엔 너무 리얼하잖아.

이건 라노벨이나 만화에서 유행하는
이세계 전생이란 건가?

그렇다면 난 다른 세계로...

그렇단 건...!

 

하다못해 하드 디스크를
정리한 뒤에 보내달라고...

 

아저씨...

그러니까 난 아저씨가 아니라고!

 

도망치세요.

뭐?

 

이건 네 펫일까?

얌전히 있도록
버릇을 들여줬으면 하는데.

도망쳐요.

이건 악마에요.

왜소한 인간이여!

이 악마왕 크레올에게
피와 살을 바쳐라!

무서워!

얼른 도망쳐야지!

 

어라, 뭐 하는 거야, 나?

그보다 쿠나이 하쿠토
멋대로 뭐 하는 짓이야?

내게 거역하는 괘씸한 놈.
괴물 야려봐서 뭐하게?

그 우행, 후회해라!

아얏!

너, 무슨 짓이냐.

자동 반격 발동, 반격 개시.

리벤지.

 

필살!

 

크리티컬 히트.

 

강제 돌파!

극연격!

판정 실패,

상대는 이미 쓰러졌다.

전투 스킬 발동, 패자.

판정 실패,

상대는 이미 쓰러졌다.

생존 스킬 발동, 명상.

판정 성공,

쿠나이의 체력이 회복됐다.

 

아니, 이거, 인피니티 게임
그 자체잖아.

대체 어떻게 된...?

 

아, 움직이네.

 

뭐, 뭐, 그...

그 뭐냐, 정당방위란 거지.

난 잘못 없어.

저, 저는 맛없으니까

먹지 말아주세요, 마왕님?

뭐?

누가 마왕이냐, 웃기지 마라!

 

난 수상한 사람이 아니다.

하물며 마왕 따위랑은
관계없는 존재다.

몇 가지 네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겠나?

네.

설 수 있겠나?

네, 설게요.

 

우선 네 이름을 물어봐야 하나.

괜찮으면 알려주지 않겠어?

저, 저는 아쿠라고 해요.

 

마왕이랑 아쿠(あく, 악)이라니
무슨 극악 콤비야.

무척 좋은 이름이군.

그래서 일본이란 나라는 알고 있나?

아니면 뉴욕 같은 거라도 좋다.

죄송해요,
저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렇겠지.

묻고 싶은 건 아직 더 있지만,

먼저 저기서
진흙을 씻는 게 어떻겠나?

괜찮나요?

저 같은 게 물을 써도?

 

여기선 물이 귀중한 건가?

뭐, 괜찮지 않겠나?

잔뜩 있으니 옷도 빨도록.

그런 저 같은 게...

됐으니까, 빠리 좀 해('あく'しろよ)!
(한여름 밤의 음몽에서 유래한 밈)

죄송합니다, 바로 갈게요!

아니, 미안,
한 번 말해보고 싶었던 것뿐이야.

천천히 해도 돼.

가, 감사합니다.

 

자아, 어떡할까.

게임이라면 스테이터스 열어서
파라미터를 확인하는 것부터인데.

오, 나와?

진짜로?

※락을 해제하기 위한 코인이 부족합니다
그럼 개발자 모드로 전환해서,

ID와 패스워드 넣고...

아싸, 관리자 권한이구나.

전부 락 되어있어.

뭐, 됐어.

아까 전의 전투로 스킬 포인트가
쌓인 모양이니 그걸 써서...

 

하급 아이템 제작.

 

비누는 투척 속성 무기,

배스타월은 방어구.

둘 다 효과는 +1인
쓰레기 아이템이지만,

제작에 5포인트나 쓸 줄이야.

어이, 아쿠, 이걸 써라.

 

여자애?

 

설마, 이거 샤봉인가요?

이런 귀족분들만 쓸 수 있는
고가의 것을 제가 써도 되나요?

저기,

얼마든지 있다.

마음껏 써라.

 

감사합니다!

난 주변을 보고 오지.

뭐야, 나(ぼく)라고 하길래
남자인 줄 알았더니,

보쿠 소녀였어?
(1인칭을 보쿠(주로 남성)를 쓰는 소녀)

미리 말을 하라고.

논란이 생길 거 아냐, 논란이.

큰일이네.

어떡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거지?

이 쿠나이 하쿠토는
라스트 보스에 거의 무적이니까,

당장은 곤란한 일은 없겠지.

하지만 관리자 권한에
자물쇠가 잠겨있으면

특별한 일은 못하겠네.

혹시 이 관리자 권한을
전부 해제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나?

매주 적을 쓰러트릴 때마다

한 가지씩 권한이 해제되고,

최종화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나?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마왕님.

그러니까 난 마왕이...

아, 그냥 됐어.

그것보다, 아까 그 잔챙이는
잔뜩 출몰하나?

당치도 않아요!

그런 게 잔뜩 있다간
나라가 멸망할 거예요!

 

그게 그렇게 위험한 녀석이야?

스킬 포인트 버는 데 쓸 만했는데.

그럼 아쿠, 그 녀석의 둥지는 모르나?

악마왕 그레올은

소원의 사당에
봉인되었었다고 들었어요.

미안하지만 거기에 안내해주겠나?

네,

하지만

저는 다리가 안 좋아서
그렇게 빨리는...

그럼 업어줄 테니 등에 올라타라.

당치도 않아요!

마왕님의 등에
저 같은 더러운 짐을 올리다니요!

미안하지만 시간이 아깝거든.

두 번은 말 안 한다, 얼른 타라.

 

울 정도로 싫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상처받는데요.

저,

옛날부터 마을에서
성가신 취급을 받았어요.

그래서, 쓰레기나 분뇨를
모아서 버리는 일을 하며

열심히 해왔는데요...

그러니까 쓰레기 처리나
하수 처리란 거지?

중요한 일이잖아.

마을 사람들로부터는
더럽다, 냄새난다며,

그래서...

 

끝내 악마의 제물로 내놓게 돼서...

 

마을 사람들이 그래요,
저를 만지면 부정 탄다고.

그러니...

 

자, 잠깐 기다려주세요!

저를 만지면...!

그런 걸로 인간이
부정 타거나 할 것 같나?

 

인간의 몸 따윈 씻으면
언제든지 새 거가 된다고.

 

그것보다 사당의 위치는?

잠깐, 진짜 울고 있잖아.

당신은 절 만져도 괜찮은가요?

전, 전...

아쿠, 넌 날 마왕이라고 불렀지?

 

너 정도에게 부정탈 정도로

마왕이란 존재는 나약한 거냐?

아, 아뇨, 그렇지 않아요!

그럼 안내해라.

감사합니다, 마왕님.

이렇게 누군가랑 접촉하다니,
처음이에요.

 

너, 좀 너무 붙는 거 아니냐?

그, 그렇지 않아요...

 

소원의 사당이란 건

새전 던지면서 합장하는
그런 곳이냐?

지천사(知天使)님께서

악마왕을 봉인하셨다고 들었어요.

오컬트냐.

내방자의 소원을 이뤄준다는
전승이...

 

마왕님이라면

세계를 지배할 힘 같은 게
손에 들어오실지도요.

필요 없어, 그런 힘!

 

여긴가.

 

네.

이 냄새, 백퍼 위험한 거.

아쿠, 여기서 기다려라.

네.

 

뭐야, 이거?

 

잘 왔구나,

나의 소환에 응한 걸 환영하마.

네가 날 불러낸 거냐?

그 자들이 바랐다.

마왕을 강림시켜달라고.

이놈들이 마왕을?

 

그 말은, 인피니티 게임에서
마왕이라 불린 쿠나이가

우연히 로그인해있던
나까지 통째로 소환당했단 건가.

그 자들은 봉인을 깬
그레올에 의해 죽었다.

놈과 싸운 나도 곧 있으면
힘이 다할 것이다.

뭐라고?

그럼 그 전에
날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줘.

 

소원에 반하는 소원은

이뤄줄 수 없다.

그걸 좀 어떻게!

최후의 내방자인 그대에게

이걸 주마.

 

뭐야?

이 촌스런 반지!

 

안 빠져!

웃기지 마, 벌칙이냐!

이 악신 자식!

악신이라,

나도 원래는 새하얀 모습,

수많은 인간의 사악한 소원이
이 몸을 바꿨다.

그대의 소원이 이뤄지길 기원하지.

야, 기다려!

날 돌려보내줘!

 

아, 졸았네.

온천에서 하는 한 잔은 세네.

뭔가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순식간이었네.

만난 애들이 묘하게 날 따르거나,

어떻게 비유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모험가들을 조우하기도 하고,

성광국의 삼 성녀란 것들이
유난히 시비를 걸어오기도 했지.

유능한 측근을 소환해서

당면한 문제를 맡기기도 했는데,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뭔가 도무지 원래 세계로
돌아갈 것 같지가 않네.

 

이거, 어느 샌가
게이지 차지 않았나?

꽉 차면 소원이 이뤄지거나
뭐 그런 걸까?

동료들이 되살아난다든가,

갸루의 팬티를 준다든가.

관리자 권한을 해방시키는 것보다

이걸 채우는 게
더 빨리 돌아갈 수 있는 거 아냐?

소원의 사당에 있던 녀석이 준 거니까.

하지만 이거,
어떻게 하면 채워지는 거지?

 

왜 네가 있는 거야!

 

보아하니 매복해있다가
덮칠 셈이구나,

이 변태 마왕!

뭐냐, 루나냐.

오늘은 이쪽이 남탕이다만.

 

뭐, 모처럼이니 같이 들어올래?

일본주와 어란도 있는데.

안 들어갈 거야, 바보야!

 

다음 화
리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