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꽤 멀리까지 왔는걸.

응, 마굿간에 매어두기만 해서야
말도 둔해지지.

여차해서 전장에 나가야 할 때
쓸 게 못 되면 곤란하니까.

굳이 이렇게 아침 일찍
나올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먼 곳까지 질주해올 거면
보고 싶은 게 있거든.

 

이거 절경인데!

풍광명미란 이런 걸 말하는구나.

이 일출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벌써 몇 번째 아침해일까?

세어본 적은 없으니까.

아니,

아무도 알 리가 없나.

몇 번째이든 간에
아름답단 것에 변함은 없어.

그 이상은 바라지 않아.

 

도검난무 회
허전 불타는 혼노지

 

제3화 걸맞는 그릇

 

괜찮아, 하세베 군?

아무래도 본 상태가 아닌 것 같은데.

문제없어.

평소랑 다르지 않아.

 

너무 외곬으로 몰두하는 것도
좋지 않아.

그래, 무리를 하는 건 역효과가 나지.

문제없다고 했잖아!

 

너, 노부나가 공 밑에 있었던가?

 

혹시 나랑 엇갈린 걸까?

 

그 사람은 날 소중히 대해줬어.

 

난 그때, 노부나가 공을 지키지 못했어.

 

오다 노부나가가 뭐 어쨌단 거야!

 

미안하군.

오늘은 이만 끝내게 해줘.

 

하세베...

 

그렇군.

역시 본 상태가 아닌 모양이군.

 

텐쇼 연간, 나카츠 성
이것이?

텐쇼 연간, 나카츠 성
그래.

 

모리를 공격할 계책을
진언드린 포상으로

노부나가 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직속 신하가 아닌 아버님께
이러한 보물을?

 

헤시키리의 큰 도검,

노부나가 님께 무례를 저지른 챠보우즈를
(무가에서 다도를 맡아 보던 사람)

숨어있던 선반째로
억지로 베어버렸다고 하지.

주인을 위해서라면
베지 못하는 것까지 베는가.

충의로운 칼이다.

 

같은 시대 비츄 타카마츠 성

 

혼노지에서
아케치 휴우가노카미가 모반을!

오다 노부나가 공이 토벌당하셨습니다!

 

뭐라고?

 

후도 유키미츠, 츠쿠모가미,
(츠쿠모가미나스 - 노부나가의 명물 다기)

사람으론 고로우자가 있소이다.
(니와 나타히데 - 노부나가의 가신)

그런 식으로

노부나가 공은
술자리에서 기분이 좋을 때,

무릎을 치며 이렇게 시를 읊었어!

 

후도 씨의 이름이 시에 남아있군요.

 

응!

분명 나를 자랑하고 싶었던 거겠지!

 

그런 나를
노부나가 공으로부터 내려받은 게

모리 란마루란 거지.

란마루 씨는

노부나가 씨의 근시였다던.

응.

란마루는 노부나가 공에게 있어서
소중한 가신이었어.

 

어이, 거기,

하품하지 마.

소중한 추억 얘기를 해주고 있는데.

딱히 들려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는데요.

 

그 왜,

난 이 혼마루에 이제 막 온 참이잖아?

얼른 모두가 나에 대해
알아줬으면 해서 말이야.

 

끝났으면 이제 가도 되나요?

 

너희들 말이야...

 

사요 사몬지,

이제 몸은 괜찮나?

네,

누워만 있으면 몸이 둔해지니까요.

그런가, 그거 다행이군.

 

헤시키리는 다정하구나.

후도 유키미츠,

낮부터 곤드레만드레 해 있다니,

그래서는 주인의 명은 행할 수 없다.

그리고,

헤시키리란 이름은
이전 주인의 행패에서 유래한 거다.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건 그만해주실까.

이전 주인이라면...

노부나가 공 말이야?

 

또 노부나가 얘기냐?

 

자, 그 왜 있잖아,

하세베는 오다 노부나가로부터

쿠로다 칸베이에게 하사되었으니까,

쿠로다에서의 추억이 더 많지 않을까?

 

나마즈오 씨...

쓸데없는 소릴...

 

미안!

난 그럴 생각은...!

 

그럼 당신은

직속 가신도 아닌 녀석에게

하사되었단 거구나.

후도 유키미츠,

우리들의 지금의 주인은
오다 노부나가가 아니다.

언제까지도 질질 끌지 마라.

 

뭐지?

질질 끌고 있는 건
당신도 똑같아 보이는데.

 

어이, 후도...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전 주인을 업신여길 생각은 없어.

내게 있어선

노부나가 공도 지금의 주인도

둘 다 소중해.

지금의 주인과 노부나가를
똑같이 취급하지 마라.

노부나가 따위

결국 뜻을 다 이루지 못하고 토벌당한

고작 그 정도뿐인 남자다.

 

이봐, 지금 뭐라고 했지?

안 들렸나?

들렸으니까 하는 말이야.

노부나가 공을 잘도 그런 식으로!

잠깐, 그만하라니까!

너도 노부나가 공 밑에 있었잖아!

그렇게나 우리를 소중히 다뤄주셨는데,

용서 못해!

 

네가 뭘 알아?

 

두 사람 다,

 

뭘 하고 있는 거죠?

소우자 씨!

왜 그러는 거죠?

소우자!

이 녀석, 노부나가 공을 무시했어!

우리를 사랑해준 노부나가 공을!

노부나가, 노부나가, 노부나가!

이젠 질리도록 들었다고!

그 남자는
천하를 얻을 그릇이 아니었어!

그저 그것뿐이야!

그만하라고 했지!

하지 말라니까!

소우자 형님, 말려주세요.

 

잘도 노부나가 공을!

추억에 언제까지고 매달려있어서
뭐가 된단 거야!

어이, 소우자!

자기 주인이 이런 소릴 들었는데,

당신은 분하지도 않아?

 

전...

지금 한 말 취소해!

안 그럼 나는...!

 

소우자 씨?

 

어째서?

 

소우자?

저, 저기, 죄송합니다.

어이, 소우자!

형님!

 

왜 그러지?

무슨 일 있었나?

 

야, 야만바기리 씨,

저기...

아무것도 아냐.

하찮은 일이야.

 

무슨 일이 있었지?

어디서부터 얘길 해야 될지.

 

형님.

소우자, 저기...

 

왜 그러시죠?

 

나,

노부나가 공에 대해 나쁜 말을 들어서

열받아버려서,

그래서...

 

당신 탓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제 자신의 문제입니다.

 

코우세츠 형님?

 

소우자,

죄송하지만
말 당번을 도와주시겠습니까?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네.

오사요, 후도 유키미츠,

괜찮을까요?

 

응.

 

그럼 가실까요.

 

후도 유키미츠가 현현한 뒤로

너답지 않던데, 하세베.

 

뭐,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야.

나도 오다 밑에 있었던 칼이니까.

그 녀석의, 후도 유키미츠의 말에

싫어도 노부나가 씨에 대해
떠올리게 돼버려.

 

그 남자는 살아있을 때도
우리를 휘둘렀고,

죽은 뒤에도 우리를 휘두르는군.

 

우리는,

지금도 오다 노부나가에게
사로잡힌 채야.

 

그렇군.

그래서 하세베와 후도 유키미츠가
충돌했단 거군.

응.

후도 유키미츠가 현현한 뒤로

하세베는 냉정하질 않아.

그리고 소우자 군도 그러려나.

원인은 오다 노부나가인가요?

뭐, 그런 셈이겠지.

오다 노부나가,

제 전 주인들도 겪어온
전국시대를 산 남자.

수많은 무장들이 격전을 벌이며

 

천하를 다투었지요.

그리고 우리 칼들은
베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권력의 상징으로서도 다뤄져왔어요.

 

그렇기에 주인에게서 주인으로

많은 자들의 손을 거친 자들도 많죠.

 

특히 소우자 사몬지는

오다 노부나가가
명을 새겨넣었단 이유로

천하를 잡는 자의 상징으로서

토요토미 히데요시,

토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넘겨졌던 칼이에요.

그 정도로 오다 노부나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죠.

 

그게 이 혼마루에까지 미치는 건

곤란한 일이긴 합니다만.

오다 노부나가에 대해
제각기 생각하는 바가 있는 모양이군.

이치 형,

어떻게든 할 수 없을까?

이대로는

하세베 등은 계속 삐걱삐걱거릴 거고.

오다의 칼들을
잘 중재해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그렇군.

잘 중재해준다라.

 

그 표정은 츠루 씨가 뭔가
좋지 않은 일을 꾸밀 때의 표정인데.

 

당신은 자유롭군요.

거기에 비해

저는 새장 속의 새나 다름없나요.

 

제가 할 말은 아니로군요.

당신들을 이런 곳에
가둬두고 있으니까요.

 

당신도 자유롭게
들판을 달리고 싶을 텐데.

 

이쪽은 정리됐습니다.

그쪽은 어떻죠?

이쪽도 끝난 참이에요.

 

소우자,

모처럼이니
멀리 외출이라도 해볼까요?

 

말들도 가끔은
넓은 곳을 달리고 싶겠죠.

어떻습니까?

 

네.

 

여러분들 각자, 한 번만 더 힘내시게!

무... 거... 워!

이딴 것...

별 거 아닌데!

 

이와토오시 님!

소승도 지지 않는다!

 

오늘도 땀 한 번 잘 흘렸군!

안 그런가, 형제!

응.

 

소승이라도 괜찮다면
고민을 들어주지.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닌 녀석은
그런 표정 안 짓는단 말이지.

무슨 일 있어, 형제?

 

혹시 오다 밑에 있었던 자들 일인가?

 

응.

역시 그랬군.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하세베와 후도 유키미츠가.

왜 또 그런 일이?

오다 노부나가라.

응.

후도 유키미츠가 현현한 뒤로

오다 밑에 있었던 녀석들이
삐그덕거렸으니까.

 

미안해.

뭐?

어째서 형제가 사과하는 거지?

내가 좀 더 제대로 했었더라면
이런 일은...

야만바기리의 탓이 아닐 텐데.

아니,

이건 근시로서 내가 모두를
다 통솔해내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야.

 

형제는 제대로 하고 있다고,
소승은 생각하네.

 

주인께선 어째서 날
근시로 삼은 거지?

나보다 더 걸맞는 자는
그 외에도 있을 거야.

 

궁시렁궁시렁 해봤자 별수 없잖아.

난...

응?

난 한 번 실패했단 말이야.

 

그 출진 때 부대를 한 번
전멸 직전까지 몰아넣었어.

 

텐쇼 18년(1590) 오다와라 정벌

 

만바!

 

나 때문이야?

 

야만바기리 씨!

 

복제품인 내가 근시가 된 탓에

일이 이렇게...

 

너희들...

 

받아쳐주지!

 

비켜라.

헤시, 만바,

이제 됐다.

여기까지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직 적을 쓰러트리지 못했어!

맞아!

형제를 이런 꼴로 만든 녀석을

이대로 놔둘 수 있을 것 같아?

졌어.

우린 졌다고!

하다못해 살아남는 거야.

여길 뚫고 나가서

혼마루로 돌아가자.

 

내가, 내가 그때 판단을 그르친 탓에

부대 사람들을 위험에 노출시켰어.

도우다누키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부대 사람 모두는...

 

나는 모두를 이끌 만한 그릇이 아니야.

그래서 난 근시를 사퇴했어.

 

형제...

그런데 어째서 주인께선
날 또 근시로 삼으신 거지?

 

형제,

 

지금 눈앞에 있는 건 누구인가?

 

소승은 지금 이렇게 여기에 있어.

 

도우다누키도 호네바미도
이렇게 여기 있어.

하세베도 그래.

 

그 전투에 나갔던 모두가
살아서 여기에 있어.

소승은 형제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어이, 너희들뿐만이 아니잖아.

저희도 여기에 있어요.

이 혼마루에

야만바기리가 근시에 안 맞는다니 뭐니

생각하는 녀석 따윈 없다니까.

 

주인께서 그렇게 정하셨다면

우린 그 근시를 지탱해줄 뿐이야.

혼자서 끌어안지 마.

아니면 만바는
우리를 믿고 있지 않단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네!

 

이제 마음을 굳혀야겠군.

미카즈키.

주인께서도 말씀하셨잖나.

옛날의 너와 지금의 너는
같지 않을 것이다, 라고.

그래서 주인께선
너를 다시 근시로 삼으셨다.

 

네가 해야 할 일은

주인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나?

 

응, 그렇군.

 

다들,

오다 밑에 있었던 칼들의 지금의 상황,
어떡하면 좋을까?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말해서 잠잠해질 이야기는
아닌 것 같으니 말이야.

 

역시 그 부분은 어떻게든 해야겠지?

쇼쿠다이키리 씨!

저희도 좋은 해결법이 없을까 하고
수를 궁리해봤는데요.

뭔가 방법이 있어?

암, 물론이지!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이 내가 한 가지 제안이 있어.

 

제안이라고?

 

아름다워.

네.

 

조금은 기분이 개었습니까?

코우세츠 형님.

 

마음 쓰시게 만들었군요.

죄송합니다.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은 그저 이 경치에 마음을 기대죠.

 

그것 참, 그것 참.

지금부터 굉장한 일이
벌어질 테니까 봐두라고!

있잖아, 이즈미노카미.

이거 무슨 소집인지 알아?

아니,

들은 적 없는데.

전원을 도장으로 모아서
뭘 하려는 생각일까요?

 

다들 기다리게 했군.

 

이건 무슨 집회야?

그럼 근시님.

응.

 

지금부터 전투 훈련을 시작한다.

전투 훈련?

글쎄, 이 인원 수로는
대련이 안 될 것 같은데?

이건 대련이 아니다.

 

다들 놀라고 있는 모양이군.

아니,

놀라는 건 지금부터야.

 

설마 주인께서
이런 일에 허가를 내리실 줄이야.

아니, 쓸데없는 건 생각하지 마.

난 주인의 명을 행할 따름이야.

 

치고 들어오는 게 허술한데.

그래선 날 쓰러트리지 못한다.

방금 건 인사 대신입니다.

자, 하세베 군, 마음껏 해볼까?

 

누가 이런 걸 생각했는지,

같은 혼마루 동료들끼리

실전 훈련이라니 말이야!

 

그래!

4부대 대항,

전투 훈련이야!

 

즉,

회전(會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