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약사의 혼잣말

 

언제든지 그대는 두려움을 모른 채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진 고양이 같아서

 

그대가 눈부시게 느껴지는 건

분명 내가 그대를 보고 있었기에

자극적인 사고회로

점점 끌리고 있어

 

푸르고, 푸른, 그 눈동자에
나는 아직 비치지 않아

그대는 오늘도 평소의 그대인 채로

 

흔들리고, 흔들리는, 이 마음은
어딘가에 담아둔 채

지금은 여기서 그저
그 옆모습을 보고 있어

 

왜 그래, 이백?

집중해.

응...

미안.

 

낙적 작전

청소?
낙적 작전

일부러 아가씨가 할 것 없이
낙적 작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다가

혹시 약이 바꿔치기 당하면
어떡하실 겁니까?

 

궁정의 의국에서는

약 관리가 불충분했던 일로

감봉의 벌을 받은 의관도
있는 모양이던데요.

 

습기가 많아지기 전에
깨끗하게 해두지 않으면,

사후 약방문 하게 될 겁니다.

네...

 

간신히 일단락.

 

역시 피곤할 때는 단 게 제일이지!

이 아저씨,
꽤나 부잣집 도련님 같단 말이지.

이 계절엔 입수할 수 없는
고구마도 그런데,

당연하다는 듯이 종이를 접시에...

 

좋은 종이 쓰시네요.

오, 알아보겠니?

우리 본가가 마을을 통솔해서
만들고 있단다.

궁정에 바치고 있는 진상품이야.

 

굉장하지?

굉장하네요.

지인 가격으로
싸게 팔아줄 수 없을까?

옛날엔 만들면 만들수록 돈이 됐어.

 

타국에도 점점 수출돼서,

어릴 적엔
좋아하는 과자를 뭐든 사주셨지.

 

하지만...

선제의 어머님께서

나무의 벌채를 금한 뒤로는
잘 안 풀리게 돼버렸거든.

 

다른 재료로 만들기 시작했더니

무역도 망해서,

우리 가족이 많이 비난받았었지.

밑천도 바닥이 나서

누나가 후궁에 가버리고,

여동생까지 가란 소리가 나와서

대신 내가 여기에 왔어.

되려는 사람이 적은 환관이
더 비싸게 팔렸거든.

 

결국 누나와는
그 뒤로 만나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고생했구나.

 

실례하겠습니다.

청소를 계속...

 

아가씨구나.

 

여동생에서 온 편지인데,

우리 종이가 진상품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구나.

 

이건 확실히
궁정에 납품할 질이 아니네.

진상품이란 증표가 붙냐 아니냐는

매상이 크게 바뀌지.

어째서일까.

이제야 겨우 좀 더 많이 종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했는데.

많이 만들게 되었단 건

수고를 줄이게 되었단 얘기인가요?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힘 쓰는 일을 소에게 맡기게 됐어.

재료도 공정도
옛날부터 바꾸지 않았는데....

 

이래서야 청소를 할 겨를이 아니겠군.

 

저기 어디 가게에 나돌고 있는
조악한 것들과는 다르게

불순물도 없고,

섬유도 균등하게 풀려있어서

두께감도 일정해.

문제는 표면의 보풀과...

 

강도구나.

 

옛날부터 하던 공정이란?

보통 종이 만드는 거랑 똑같아.

다만 우리는 재료를 풀어주는 방법과

풀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여서...

 

이건 말 못해.

이런 건 나불나불 얘기 안 하는구나.

 

물 같은 것도 신경 쓰시나요?

응,

풀이 적당히 굳을 수 있게

샘물을 미리 길어놓지.

습도를 조정하기 위해서인데...

 

이 이상은 비밀이야.

 

소,

그리고 미리 길어놓은 샘물...

 

번득!

 

풀은 쌀 갈은 물 같은 거라도
끓여서 만드는 건가요?

아니, 제대로 밀가루를 녹여서 쓰지.

안 그러면 잘 안 굳으니까...

 

아가씨, 방금 얘기는 잊어주지 않겠니?

네.

 

그럼 소는 어디서 기르고 있나요?

 

그런 것까진 모르지.

 

그런가요.

 

드시죠.

 

칡차니?

 

아가씨, 분량이 잘못 됐는데?

찻잔에 달라붙어서 마실 수가 없잖니.

 

죄송합니다.

마시기 쉽게 하는 법을
가르쳐드릴 테니,

흉내내보시겠습니까?

 

이렇게 핥은 숟가락으로 섞는 걸
반복합니다.

뭔가 버릇없어 보이는데...

 

어라, 걸쭉함이 없어졌구나.

 

그렇죠?

칡차와 풀은 많이 비슷하지요?

 

비슷하지 않을 것도 없긴 하구나.

침을 섞으면
풀도 끈적해지지 않는 걸까.

그런 겁니다.

 

그런 거라니?

 

눈치가 나쁜 돌팔이야!

 

소는
입 안에 잔뜩 침을 머금고 있지요?

혹시 모르니,

어디서 물을 마시고 있는지
확인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여동생에게 편지를 보내야겠어!

 

오늘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지금 돌아왔습니다.

아, 묘묘.

바로 와달라고 네게 연락이...

 

장소는 어디일까요?

 

기녀를 기적에서 빼내려면
얼마나 들지?

 

취령 건인가 생각하고 왔는데...

역시 잡종개야.

좀 들어봐, 아가씨!

지난번에 녹청관에 갔더니

세 공주 중 한 명이
기적에서 빠진다고 들었거든!

그래서 백령 언니가 걱정이 됐다라.

 

천차만별입니다만.

초일품으로.

알겠습니다.

 

일단,

값은 싯가라서
어디까지나 참고로만 하시길.

단도직입적으로 부탁하마.

 

얼마지?

 

어렵네.

낙적금은 기녀가 앞으로
몇 년을 기루에서 벌 것인가,

그러한 역산에
다소 에누리를 얹은 금액,

그것의 두 배 정도 가격을 부르는데...

 

아가씨.

 

혹시 백령 언니를
받아간다고 한다면

오랜 단골 중에 후보가 둘.

두, 둘!

 

한 명은 교역상인 큰 나리.

녹청관이 기울었을 때도 다녀주신
인품 좋은 할아버지십니다.

 

또 한 명은 단골인 상급 관리.

아직 젊어서 서른 남짓.

밤의 유희의 상대로서
제법 죽이 잘 맞는 모양입니다만...

 

다음날에 좀 지쳐있는 점이
신경 쓰이네요.

기적에서 빼낸 뒤의 생활을 생각하면

둘 다...

 

지쳐있어?

무슨 소리지?

 

백령 언니는

춤을 특기로 함과 동시에

밤일에서 진 적이 없는 걸로 유명해.

 

욕구불만이 되면
이 사람 저 사람 가릴 것 없이 탐하는,

즉, 색욕마다.

안 돼!

하지만...

 

하지만?

 

내가 아버지에게 거둬지기 전에

녹청관에서 돌봐줬던 건

포주 할멈과 세 공주야.

 

특히, 출산 경험은 없지만
모유가 나오는 특별한 체질이었던 언니는

엄마에 가까운 존재다.

 

언니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나날을 떠올려보면
내겐 아까울 정도라고 생각해.

 

그녀는 색욕이 강한 여자이긴 하지만,

그것과 똑같은 정도로
모성을 가진 여자야.

 

하지만?

뭐지?

 

이백 님은 언니의 일을
충분히 이해하고서 반해있어.

다소 잡종개 같은 느낌이지만
근본은 성실해보이고,

여자를 위해 출세하려는
사랑스런 바보 같은 면도 있어.

 

무엇보다 체력은 절륜해.

 

받아가줄 사람으로서는 나쁘지 않아.

 

이백 님,

급료는 얼마나 받고 계십니까?

갑자기 무슨 말을 꺼내는 거야.

1년에 은 800 정도인가요?

아니, 이봐.

그럼 1200?

 

1년에 은 1000 닢 정도라 봐야하나.

 

부족한가.

부족합니다.

현찰로 1만 정도는 필요한 참입니다.

 

1만?

 

싼 기녀라면 400입니다만,

녹청관의 세 공주 중 하나쯤 되면

적어도 1만은 부르고 싶은 참이죠.

 

1만...

 

이봐,

가령 1만을 모아왔다고 했을때,

그걸로 기적에서
빼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이백 님이 언니에게
호되게 차일 가능성 말인가요?

 

어쩔 수 없네.

 

이백 님,

옷을 벗어주시겠습니까?

 

벗으면 안 차이냐?

제가 알고 있는 건,

백령 언니의 몸 취향 정도입니다.

 

벗지!

 

아래도 부탁드립니다.

 

아래도냐?

아래도입니다.

 

벗고 나면
양팔을 어깨 위치까지 올려서

알통을 만들어주시겠습니까?

 

이렇게냐?

 

백령 언니는
뭐든 안 가리고 먹는 괴식가지만,

나름대로 취향이란 것도 있다.

 

이건 제법...

 

그럼 다음,

팔을 내린 상태에서 알통을.

이렇게냐?

 

무관인 만큼 잘 단련된 체구야.

실로 좋은 근육.

 

이건 가능하겠는데?

 

남은 건...

 

그럼 마지막 한 장도 벗어주십시오!

그래!

 

너희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평안하신지,

임씨 님.

 

너는 뭘 하고 있었던 거냐?

 

미인은 화내면 무섭네.

 

뭘 하고 있었냐니요...

호출에 응해서
상담을 해드리고 있었습니다.

왜 그 남자는 그런 꼴을 하고 있었지?

켕기는 짓은 안 했습니다.

속속들이 보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속속들이... 보고 있었나?

네, 보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이냐니요...

취향에 맞는 몸인지 조사해보려면
실물을 확인하는 게 제일이잖습니까.

 

취향에 맞는 몸이라고?

네,

외모는 인간의 일개 요소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취향이어서 나쁠 것은 없으니.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을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언니의 흥미를
끌어볼것인가 생각해봤는데...

 

그래서...

그 남자의 외모는...

어땠지?

실로 균형 잡인 육체였습니다.

매일 훈련을 거르지 않은
성실한 분이신 걸로 보여,

무관 중에서도
상당히 실력이 있는 편이 아닐까요.

 

너는 사람의 몸매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는 거냐?

 

생활습관은 몸에 여실히 나타납니다.

약사를 하고 있다 보면,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
손님도 있는지라

싫어도 익히게 됩니다.

 

내 몸을 봐도 똑같이 알 수 있겠느냐?

네?

혹시,

이백 님에게 질투하고 있는 거야?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어.

 

자기가 더 예쁘다고
과시하고 싶어하다니!

아름다운 몸인 건 알고 있어.

실제로 의외일 정도로 다부졌었고.

 

하지만...

 

임씨 님의 몸을 본다 한들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임씨 님께선

제 언니와는 안 맞을 거라
생각하는지라.

뭐?

 

이런 거나 하고 있는 사이에도

백령을 누가 받아가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의 나로선...

아무것도 못해.

 

백령...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름은 분명 임씨였던가?

황제의 노리개란 소문도 있던데...

 

일전엔 우리 시녀가 신세를 졌군.

아뇨, 딱히 그 정도까지는...

자네는 지금

마음 속에 둔 상대가 있는 모양이더군.

 

혹시 그 계집, 얘기한 건가?

 

그래서 유난히 웃으며
말 걸어오는 건가?

 

이 젊은 나이에

나라 제일이라는 미모를 가지고

높은 분의 총애를 받는 지위에
올라 있으면,

기녀를 받아가니 마니 하는 것 따위
웃어넘길 이야기에 지나지 않겠지.

 

나를 웃음거리로 삼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백령을 바보 취급한다면
얘기는 달라!

혹시 그녀를 모욕한다면...!

2만.

 

낙적금을

내가 대신 내주겠다고 한다면
어떡하겠나?

 

그건 무슨 의미십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야.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생판 남인 관리에게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우리 고양이는

상당히 경계심이 강하거든.

그게 자네의 상담을 받아주고,

거기다가 언니나 다름없는 사람의
반려로서 어떤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지.

 

즉,

조심성 많은 고양이가 잘 따른다면

그것만으로도
믿을 수가 있단 말씀이신지?

 

뭔가 하면 안 될 말을 했나.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몇 명쯤 주변으로부터 들어봤지.

지방관의 아이라고는 해도

수도에서 무관이 되는 데엔
고생하지 않았나?

 

듣자하니, 사람 보는 눈 있는
군사님이 알아보시고,

소대를 맡겼다던데.

 

네.

 

대외적으로는 소대장이 그만두고
다음 차례라서 된 걸로 되어있는데.

유망한 관리와
사이좋게 지내두고 싶다는 건

누구나 다 생각하는 일이잖나?

그렇다곤 해도
은 2만은 너무 통이 커.

필요한 건 그 절반,

아니, 거기서 더 절반이어도 돼.

 

저를 높이 사주시는 건 솔직히 기쁘고,

제안에도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지경입니다.

다만,

여기서 은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당신께 있어선
기녀 한 명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만,

제게 있어서는 단 하나뿐인 여자입니다.

 

아내로서 맞아들이고 싶은 여자를

스스로 번 돈으로 받아가지 않고서...

 

그러고도 남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군.

그건 실례했군.

 

앞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괜찮겠나?

 

알겠나이다.

 

임씨 님.

응.

걱정 없었군.

 

뭐였던 거야, 대체.

어떡할까!

 

일단 다음 수련 때
살짝 좋은 모습을 보여줄까.

아니면 일을 늘려달라고 할까...

 

아니.

좋았어!

 

언제 만날지도 알 수 없는 여자에게
편지를 보내자.

 

그저 일방적으로
맞이하러 가는 게 아니라,

그녀의 의사를 듣자.

 

겉치레뿐인 빈말이라도 좋아.

그걸 믿고서
나날의 양식으로 삼는 거야.

 

스스로 믿은 길을
밀어붙여 나아갈 뿐이야.

 

할멈은 이러니저러니 하고 있지만,

난 아직 한참 현역이야.

그리고 나,

언젠가 어딘가의 왕자님이
맞이하러 오는 걸 기다리고 있는걸.

 

그런 느낌은 들었었지만.

백령 언니 마음에 들기만 하면

낙적금은 은 1만씩이나 필요없어.

남은 건 운에 달린 것.

 

그 사람이 와서
기적에서 빼니 어쩌니 해서,

그것 때문에 견습이 착각한 것 같아.

 

그 사람...

 

나한 님,

이런 곳에 계셨습니까.

 

나한 님, 회의가 곧 시작될 겁니다.

 

푸른 장미...

 

그게 뭔가요?

 

써내려진 문자에서 떠오르는 표정

편지지에 스며들어가는 동그란 눈물

나날 속에서 뒷전으로 미뤄뒀던
쓸쓸함이 서서히 드러나

당신 앞에서는 언제나 아이 같아서

 

봐봐

사랑은 약
울고 또 흐느껴 울던 그 뺨에

새겨지는 미소 주름
비는 그치고

사랑은 약
젖어서 홀쭉해진 꿈에

쏟아지는 응원소리 전해지는 온기

언젠가 혼잣말로가 아니라
고마워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전해지지 않게 되기 전에
그 눈을 보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다음 시간,

푸른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