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0,500 --> 00:00:05,500 for 씨네스트 자막제작: F-5 2 00:03:30,298 --> 00:03:32,301 토호 스튜디오는 1950, 60년대에 3 00:03:32,343 --> 00:03:36,853 고질라와 사무라이 영화들을 세상에 공개한다 4 00:03:36,895 --> 00:03:39,775 일본 영화의 황금기였다 5 00:03:40,944 --> 00:03:43,408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 미후네 토시로 주연의 6 00:03:43,449 --> 00:03:47,791 몇몇 걸작들을 만들어낸 곳도 여기였다 7 00:03:52,008 --> 00:03:55,014 두 사람의 협업은 전 세계의 영화산업과 대중문화에 8 00:03:55,056 --> 00:03:56,183 영향을 끼쳤다 9 00:03:56,224 --> 00:03:59,857 그들이 없었다면, '황야의 7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10 00:03:59,899 --> 00:04:02,445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황야의 무법자'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며 11 00:04:02,486 --> 00:04:05,827 다스 베이더의 모티브는 사무라이가 아니었을 것이다 12 00:04:07,079 --> 00:04:10,119 미후네는 현대 영화 주인공의 이미지를 재정립했다 13 00:04:10,169 --> 00:04:14,344 그는 견고함과 진실함, 그리고 사무라이 정신을 온몸으로 구현했다 14 00:04:17,350 --> 00:04:20,138 그의 일생은 늘 예측불허였지만 15 00:04:20,188 --> 00:04:24,864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세월을 걸어 나갔다 16 00:04:36,400 --> 00:04:39,819 자, 물러서고... 아, 잠시만, 죄송합니다 17 00:04:42,156 --> 00:04:44,981 '자, 이렇게 가서...' '컷' 18 00:05:03,324 --> 00:05:08,702 {\an8}우니 칸조 / 검술 감독 19 00:05:11,324 --> 00:05:15,702 {\an8}작품 속에서 미후네한테 백 번 이상 죽었음 20 00:05:17,324 --> 00:05:25,702 우니 씨가 영화와 연을 맺기 전까진 어떻게 싸움 장면을 훈련했나요? 21 00:05:28,324 --> 00:05:30,702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22 00:05:32,578 --> 00:05:36,040 오츠 지역에 세타노 카라하시 라는 다리가 있었는데요 23 00:05:36,416 --> 00:05:39,085 미이데라라는 절도 있는 동네요 24 00:05:39,293 --> 00:05:41,045 거기를 할아버지랑 갔을 때 25 00:05:41,463 --> 00:05:44,298 그 다리 위에서 싸움 장면을 찍고 있더라고요 26 00:05:45,008 --> 00:05:50,263 거기서 옛날 옷을 입은 사람들이 칼싸움을 연기하고 있는 겁니다 27 00:05:50,846 --> 00:05:53,975 칼로 베고 쓰러지고 그런 장면을 보게 된 거죠 28 00:05:54,976 --> 00:05:58,980 아, '나도 이런 일을 하고 싶다' 했던 게 5학년 때였습니다 29 00:06:01,557 --> 00:06:03,176 뤼미에르 형제는 1897년에 30 00:06:03,226 --> 00:06:06,733 일본에 영화 촬영 카메라를 선보였다 31 00:06:09,196 --> 00:06:13,205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일본인들은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32 00:06:17,630 --> 00:06:19,468 대부분은 역사에서 기반한 33 00:06:19,509 --> 00:06:22,765 가부키 극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 34 00:06:30,280 --> 00:06:33,370 가장 인기 있던 장르는 챤바라(칼부림) 35 00:06:33,411 --> 00:06:37,086 칼싸움 장면이 많이 나오는 시대극이었다 36 00:06:51,864 --> 00:06:54,453 칼싸움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연출되었고 37 00:06:54,495 --> 00:06:57,333 처음에는 장난스러웠지만 장르로 확립되면서 38 00:06:57,383 --> 00:06:59,547 보다 실감 나고 폭력적으로 묘사되었다 39 00:07:05,170 --> 00:07:07,047 '챤바라 영화'라고 하면 말이죠 40 00:07:07,631 --> 00:07:10,968 칼끼리 서로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 41 00:07:11,343 --> 00:07:13,471 '챤, 챤, 바라, 바라' 42 00:07:13,846 --> 00:07:15,514 여기서 유래해서 챤바라라고 하는 건데요 43 00:07:20,185 --> 00:07:22,812 14, 5세기 즈음부터 44 00:07:23,355 --> 00:07:26,650 대략 19세기 초반까지의 시대 45 00:07:27,275 --> 00:07:30,445 간단히 말해서 봉건시대죠 46 00:07:31,238 --> 00:07:32,656 사무라이가 지배하던 시대 47 00:07:37,494 --> 00:07:42,832 시대극의 주연을 맡는 배우라면 무엇보다 강해 보였죠 48 00:07:43,083 --> 00:07:44,417 그리고 훌륭해 보이고 49 00:07:46,545 --> 00:07:51,008 그리고 강하면서 훌륭한 남자는 연애하지 않는 것이 50 00:07:51,884 --> 00:07:55,387 봉건시대 일본의 오랜 전통이었기 때문에 51 00:07:59,725 --> 00:08:02,269 훌륭해 보이는 남자가 러브신을 하면 52 00:08:02,769 --> 00:08:05,856 뭔가 이상하게 보는 일본의 오랜 분위기가 있었죠 53 00:08:10,318 --> 00:08:12,695 하지만 관객들은 러브신을 보고 싶어 하잖아요 54 00:08:14,281 --> 00:08:17,701 이게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죠 55 00:08:27,460 --> 00:08:29,421 챤바라라고 한마디로 표현해도 56 00:08:29,712 --> 00:08:31,338 사무라이 간의 챤바라가 있고 57 00:08:31,505 --> 00:08:32,840 복수극도 있고 58 00:08:33,257 --> 00:08:34,551 거기에 59 00:08:35,802 --> 00:08:39,263 사무라이와 상인의 대결도 있고 60 00:08:42,309 --> 00:08:46,479 집안싸움이라고 해서 각 지방의 번(藩) 내부의 61 00:08:47,647 --> 00:08:50,399 세력 싸움 같은 테마도 있고요 62 00:08:51,108 --> 00:08:53,570 분야가 상당히 다양하죠 63 00:08:53,903 --> 00:08:55,238 아무튼 챤바라 장면이 있는 64 00:09:13,130 --> 00:09:15,757 그것을 에도 시대의 65 00:09:16,592 --> 00:09:21,763 로닌(낭인), 즉 직업을 잃게 된 실업자의 무리들이죠 66 00:09:22,306 --> 00:09:24,100 과거엔 사무라이였지만 67 00:09:25,935 --> 00:09:27,769 이제는 직분도 날아가고 68 00:09:27,978 --> 00:09:31,482 소속 번도 없어진 낭인 신세가 된 69 00:09:32,484 --> 00:09:36,779 도통 일도 안 풀리고 특히 봉건 체제니까 사회성을 발휘할 기회도 없는 70 00:09:37,196 --> 00:09:39,906 그런 젊은이들의 울분을 말이죠 71 00:09:40,532 --> 00:09:41,742 시대극의 72 00:09:42,493 --> 00:09:43,870 에도 시대의 로닌에게 73 00:09:44,954 --> 00:09:45,787 투영하는 거죠 74 00:09:52,503 --> 00:09:55,381 무사라고 하면 역시 75 00:09:58,341 --> 00:10:03,973 스스로를 갈고 닦는 길이니까요 76 00:10:06,350 --> 00:10:12,814 근데 사무라이라는 건 삶과 죽음의 방식이 상당히 아름다우니까 77 00:10:13,440 --> 00:10:15,567 무엇보다도 자신을 희생해서 78 00:10:17,235 --> 00:10:18,654 사람들을 구하니까요 79 00:10:20,364 --> 00:10:21,823 역시 이런... 80 00:10:23,742 --> 00:10:25,827 적들 쪽이 훨씬 81 00:10:27,538 --> 00:10:29,831 물량이 있고 머릿수도 많고 82 00:10:30,582 --> 00:10:36,212 그에 맞서는 소수의 정의의 우리 편이라는 건 83 00:10:39,007 --> 00:10:41,177 역시 챤바라 영화건 서부극이건 84 00:10:44,721 --> 00:10:46,056 뭔가 응원하고 싶어지잖아요 85 00:10:49,586 --> 00:10:50,747 아주 극소수의 86 00:10:50,797 --> 00:10:55,139 일본 무성영화 시대의 필름들만이 보존되어있다 87 00:10:55,180 --> 00:10:58,146 위대한 챤바라 영화인 '쵸콘'은 88 00:10:58,187 --> 00:11:00,942 오직 마지막 장면만 남아있다 89 00:11:04,198 --> 00:11:06,119 주인공은 가망 없는 상황에 90 00:11:06,161 --> 00:11:08,165 모든 것을 걸고 싸워나간다 91 00:11:12,799 --> 00:11:14,302 무너지기 직전 92 00:11:14,344 --> 00:11:17,266 적들의 피 맛을 본 그는 회복하고 93 00:11:17,308 --> 00:11:18,978 계속 싸운다 94 00:11:35,772 --> 00:11:40,735 복수를 위한 칼부림으로 시작된 게 95 00:11:41,903 --> 00:11:46,532 마지막에는 상당히 목적 없는 96 00:11:47,617 --> 00:11:48,451 칼부림으로 끝나죠 97 00:11:55,916 --> 00:11:59,044 혹은 죽음을 각오한 칼부림도 있고요 98 00:12:01,381 --> 00:12:06,886 또는 어떤 가치관 정의를 위한 것도 있고요 99 00:12:16,812 --> 00:12:18,648 뭔가 거기에는 용기가 100 00:12:19,774 --> 00:12:21,441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101 00:12:48,030 --> 00:12:50,994 일본, 이번 전쟁의 첫 침략 국가 102 00:12:51,035 --> 00:12:52,497 14년 전에 시작한 103 00:12:52,538 --> 00:12:56,045 국제적 정복과 약탈전 국면에서 104 00:12:56,087 --> 00:12:59,736 일본은 새로운 제국으로 거듭났다 105 00:12:59,786 --> 00:13:03,435 1931년, 일본은 만주를 침공한다 106 00:13:03,477 --> 00:13:07,317 중국, 그리고 세계와 전쟁을 하기 위해서 107 00:13:07,359 --> 00:13:10,366 정부는 선전의 도구로서 108 00:13:10,408 --> 00:13:13,121 영화 산업을 이용했다 109 00:13:18,373 --> 00:13:23,336 저는 소학교에서 중학교에 갈 쯤에 110 00:13:23,920 --> 00:13:29,759 그때 전쟁통에는 이른바 군국주의 교육을 받았죠 111 00:13:30,844 --> 00:13:34,807 그러니까 텐노 폐하는 신이시고 112 00:13:43,607 --> 00:13:46,193 우리는 전부 쇼코쿠민(小國民) 113 00:13:46,776 --> 00:13:47,861 미천한 국민 114 00:13:48,570 --> 00:13:51,573 국민은 전부 폐하의 자식들이고 115 00:13:52,074 --> 00:13:56,160 그리고 폐하를 위해 죽지 않으면 안 된다 116 00:13:56,578 --> 00:13:58,788 그런 군국 교육을 받았죠 117 00:14:00,673 --> 00:14:03,263 건장한 일본 남자라면 모두 118 00:14:03,304 --> 00:14:07,354 황군으로 징집되었다 미후네 토시로도 포함해서 119 00:14:12,801 --> 00:14:16,848 아버지가 나고 자란 곳은 중국이었는데 120 00:14:17,432 --> 00:14:20,268 칭다오라는 곳에서 태어나서 121 00:14:20,643 --> 00:14:23,855 다롄이라는 곳에서 자랐습니다 122 00:14:32,736 --> 00:14:35,451 미후네의 부모는 모두 일본인이었는데 123 00:14:35,492 --> 00:14:37,957 중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124 00:14:38,748 --> 00:14:39,667 그의 아버지는 125 00:14:39,709 --> 00:14:43,217 어려운 상황에서 사진관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126 00:14:46,765 --> 00:14:48,218 업무가 한가해졌을 즈음 127 00:14:48,268 --> 00:14:51,441 본보기로서 장남을 군사학교에 입학시켰다 128 00:15:01,836 --> 00:15:04,091 토시로는 일본 학교에 들어갔고 129 00:15:04,133 --> 00:15:08,141 가라테, 양궁 검도에 능숙했다 130 00:15:11,398 --> 00:15:13,359 그는 자주 싸움에 휘말렸는데 131 00:15:13,401 --> 00:15:16,533 대부분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132 00:15:18,328 --> 00:15:20,582 졸업 후엔 아버지의 일을 거들었고 133 00:15:20,624 --> 00:15:22,545 영화를 보러 가곤 했다 134 00:15:24,800 --> 00:15:27,129 스무 살 때 그는 징집되었고 135 00:15:27,179 --> 00:15:30,519 처음으로 일본 땅을 밟게 된다 136 00:15:32,965 --> 00:15:36,427 너희에게 이런 얘기를 한들 이해가 가겠냐 137 00:15:36,969 --> 00:15:40,305 라면서도 뭔가 얘기는 해줬죠 138 00:15:45,518 --> 00:15:50,149 좀 더 가랑이를 벌려라 이를 악물라 하면서 139 00:15:50,566 --> 00:15:54,361 가죽구두로 얻어맞았다던가 140 00:15:54,987 --> 00:15:57,655 그런 얘기는 해줬지요 141 00:16:00,533 --> 00:16:03,870 아무래도 아버지는 젊었을 적부터 142 00:16:04,204 --> 00:16:08,876 목소리가 낮고 위엄있는 편이어서 143 00:16:09,335 --> 00:16:12,170 새파란 신참주제에 144 00:16:12,420 --> 00:16:18,510 목소리를 깔고 있냐며 건방지다고 갈궜던 것 같아요 145 00:16:24,016 --> 00:16:27,352 일본에는 거의 남아난 게 없어서 146 00:16:29,729 --> 00:16:34,735 전쟁도 말기에 접어들 때는 147 00:16:35,360 --> 00:16:40,533 그런 젊은 군인 아저씨들도 148 00:16:40,949 --> 00:16:42,784 아직 어린애들 같은 149 00:16:43,243 --> 00:16:45,913 변성기도 안 지난 150 00:16:46,204 --> 00:16:50,833 어린애들이 교육대에 들어와서 151 00:16:51,751 --> 00:16:57,925 그런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임무를 맡은 것 같습니다 152 00:17:02,762 --> 00:17:07,767 실제로 다음날에 특공대로서 153 00:17:08,225 --> 00:17:12,188 돌격해야만 했던 그런 소년병들에게 154 00:17:12,604 --> 00:17:17,277 전날 밤에 스키야키를 만들어 먹였고 155 00:17:19,445 --> 00:17:24,992 다음날 그들이 출격 전에 '미후네 상병님, 다녀오겠습니다' 156 00:17:25,702 --> 00:17:27,912 하면 말을 건네기를 157 00:17:28,288 --> 00:17:30,623 '좋아, 다녀와라' 158 00:17:31,082 --> 00:17:35,420 대신 '텐노 폐하 만세' 같은 걸 외치지 말고 159 00:17:36,504 --> 00:17:37,839 어머니라던가... 160 00:17:38,297 --> 00:17:41,968 엄마 같은 말을 마지막으로 161 00:17:42,134 --> 00:17:45,262 외치면 된다고 해줬답니다 162 00:17:47,974 --> 00:17:52,269 나름의 배려였고 나름의 저항이었달까요 163 00:17:55,856 --> 00:17:57,859 모든 부분을 알 수는 없지만 164 00:17:58,442 --> 00:18:02,779 아버지가 울면서 했던 그런 얘기를 들으면 165 00:18:04,115 --> 00:18:09,954 역시 힘들고 괴로운 기억이었구나 166 00:18:10,329 --> 00:18:13,290 하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167 00:18:22,192 --> 00:18:23,863 미후네의 부모님은 168 00:18:23,905 --> 00:18:26,117 전쟁의 사상자였다 169 00:18:28,497 --> 00:18:32,087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170 00:18:47,502 --> 00:18:48,500 죄송해요 171 00:18:48,790 --> 00:18:49,789 I'm sorry 172 00:18:49,831 --> 00:18:52,963 당시의 일본 상황이 어땠는지 편하게 얘기해주셔도 됩니다 173 00:18:55,207 --> 00:18:59,503 어디든지 전후의 상황이란 건 끔찍한 거지만 174 00:18:59,878 --> 00:19:01,338 특히 일본은요 175 00:19:02,798 --> 00:19:08,137 지금까지도 그런 압박 같은 게 있고요 176 00:19:10,221 --> 00:19:12,516 우선 배고픔 177 00:19:13,559 --> 00:19:15,060 식량이 없다 178 00:19:18,188 --> 00:19:20,691 근데 돈이 도통 통용이 안 됐죠 179 00:19:21,650 --> 00:19:22,525 의류를 말이죠 180 00:19:23,109 --> 00:19:26,237 겨우 건졌던 181 00:19:27,364 --> 00:19:29,490 고급의 양복이라던가 182 00:19:29,991 --> 00:19:32,578 여자들이라면 결혼식 때 입었던 의상을 183 00:19:32,953 --> 00:19:34,745 그런 걸로 교환했던 거죠 184 00:19:36,206 --> 00:19:38,166 그런 비참한 시대였고 185 00:19:38,542 --> 00:19:40,001 결국엔 지고 말았죠 186 00:19:40,919 --> 00:19:44,380 그러고는 모두가 허무해졌죠 187 00:20:00,938 --> 00:20:02,440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188 00:20:03,024 --> 00:20:07,445 1엔 50전과 군용 담요 하나 받고는 제대하게 되었고 189 00:20:10,573 --> 00:20:15,203 직접 가위로 재단하고 190 00:20:15,996 --> 00:20:18,163 직접 실로 꿰매고 해서 191 00:20:18,539 --> 00:20:23,211 스스로 만들어 낸 코트입니다 192 00:20:23,669 --> 00:20:26,797 같이 만든 바지도 있고요 193 00:20:29,675 --> 00:20:33,804 모두가 하루하루 처참한 상황이긴 했지만 194 00:20:34,639 --> 00:20:35,473 뭐랄까요 195 00:20:36,974 --> 00:20:39,184 활기를 띠었던 것 같아요 196 00:20:39,852 --> 00:20:44,607 아무튼 살기 위한 활기도 있었고 197 00:20:45,232 --> 00:20:46,609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게 된 것 198 00:20:47,193 --> 00:20:50,988 돈을 벌 수도 있으니 모두가 무척이나 활기를 띠었죠 199 00:21:02,666 --> 00:21:06,045 지금과 같이 여러 가지 즐길 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200 00:21:06,712 --> 00:21:11,467 영화가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시대였죠 201 00:21:12,009 --> 00:21:15,179 그렇죠, 영화를 보며 격려를 얻었고 202 00:21:15,637 --> 00:21:21,101 자기 삶을 이렇게 살아야겠다 하는 생각도 해보고 203 00:21:21,560 --> 00:21:23,604 상당한 영향을 받았겠죠 204 00:21:26,940 --> 00:21:30,945 원래부터 스스로 배우가 될 뜻은 없었다고 합니다 205 00:21:35,199 --> 00:21:36,200 사람들 앞에서 206 00:21:38,285 --> 00:21:39,453 연기 같은 것을 207 00:21:40,204 --> 00:21:42,039 도저히 못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8 00:21:48,087 --> 00:21:53,508 본인은 카메라맨의 조수를 할 생각으로 209 00:21:55,970 --> 00:22:02,184 우연히 'NEW FACE'(토호 연기 연구소) 배우 모집 신문 광고가 실렸을 때 210 00:22:05,604 --> 00:22:09,358 어째서인지 이력서가 그쪽으로 흘러 들어가서 211 00:22:11,943 --> 00:22:17,198 아무튼 직업으로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212 00:22:19,701 --> 00:22:22,871 그렇게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겁니다만 213 00:22:30,253 --> 00:22:33,548 좀 힘들겠다 싶긴 했습니다만 214 00:22:34,757 --> 00:22:39,053 다행히도 영화계에 들어갈 수 있었죠 215 00:22:40,757 --> 00:22:43,053 '카가와 쿄코는 일본 영화계의 위대한 배우가 되었다' 216 00:23:08,374 --> 00:23:13,379 약간 지금까지는 없었던 타입이었죠, 미후네 씨는 217 00:23:14,338 --> 00:23:15,423 뭐라고 할까 218 00:23:15,757 --> 00:23:19,092 존재감이 엄청 크잖아요 219 00:23:20,451 --> 00:23:23,473 미후네 토시로는 스타 반열에 올랐다 220 00:23:23,523 --> 00:23:26,546 1947년, 그는 쿠로사와 아키라 각본의 221 00:23:26,588 --> 00:23:28,801 '은령의 끝'의 공동주연으로 발탁된다 222 00:23:31,806 --> 00:23:34,103 쿠로사와는 획기적이고 맹렬하게 223 00:23:34,145 --> 00:23:38,278 독립된 작가-감독의 지위를 빠르게 확립했다 224 00:23:39,864 --> 00:23:42,453 그는 미후네의 다듬어지지 않은 재능을 알아봤고 225 00:23:42,495 --> 00:23:46,628 그를 위해 점점 더 도전적인 배역을 창조해냈다 226 00:23:50,177 --> 00:23:51,220 항상 그를 227 00:23:51,262 --> 00:23:55,353 훌륭한 베테랑 배우 시무라 타카시와 짝지어줬다 228 00:23:58,193 --> 00:24:01,198 시무라는 전쟁으로 그의 형을 잃었다 229 00:24:01,240 --> 00:24:04,371 그와 부인은 미후네에게 또 다른 집을 제공했고 230 00:24:04,421 --> 00:24:06,376 평생의 우정을 나눴다 231 00:24:26,582 --> 00:24:29,838 미후네는 카메라 조수의 꿈을 포기했다 232 00:24:29,880 --> 00:24:34,223 그는 이른바 쿠로사와 사단에 합류했고 233 00:24:34,932 --> 00:24:37,938 토호 영화사의 신인 배우와 결혼했다 234 00:24:53,603 --> 00:24:59,817 딱 라쇼몽을 찍었을 때가 1950년이었는데 235 00:25:00,110 --> 00:25:02,530 같은 해 제가 태어났죠 236 00:25:17,725 --> 00:25:21,024 라쇼몽은 진실의 상대성을 조사하는 이야기다 237 00:25:21,066 --> 00:25:24,364 남자의 살인과 강간당한 여성의 이야기를 238 00:25:24,405 --> 00:25:26,493 네 가지의 시선으로 239 00:25:27,996 --> 00:25:32,338 일본 혹은 세상 어디서도 이런 걸 본 적은 없었다 240 00:25:38,815 --> 00:25:41,901 솔직히 말해서 '라쇼몽'을 봤을 때는 241 00:25:42,902 --> 00:25:44,154 '엥?' 242 00:25:44,946 --> 00:25:49,116 요컨대 우리가 느끼고 있던 시대극의 배우와는 달랐죠 243 00:25:49,701 --> 00:25:50,693 퉁명스러운 느낌 244 00:25:53,630 --> 00:25:55,426 배우들과의 작업과 시각적인 효과는 245 00:25:55,467 --> 00:25:57,638 상호 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죠 246 00:25:57,680 --> 00:26:00,869 쿠로사와 감독의 일반적인 배우들과의 관계 247 00:26:00,919 --> 00:26:04,109 그와는 다른 미후네와의 특별함이 라쇼몽을 그토록 248 00:26:04,151 --> 00:26:07,491 특별하게 탄생하게 한 것이죠 249 00:26:08,785 --> 00:26:12,543 미후네의 퍼포먼스는 다층적이고 복잡합니다 250 00:26:14,504 --> 00:26:15,924 알고 있습니다 251 00:26:15,966 --> 00:26:18,930 그가 이 작품을 준비할 때 252 00:26:18,973 --> 00:26:21,393 야생의 사자들로부터 움직임을 연구했다는 것을 253 00:26:21,435 --> 00:26:23,481 그는 마치 우리에 갇힌 짐승 같죠 254 00:26:26,403 --> 00:26:28,573 그게 아무래도 255 00:26:29,324 --> 00:26:31,783 뒷배경이나 그런 것에 256 00:26:32,076 --> 00:26:33,077 지지 않는 257 00:26:33,577 --> 00:26:37,331 생동감 있는 배우라는 것은 절실히 느꼈죠 258 00:26:41,628 --> 00:26:42,587 아마도... 259 00:26:44,171 --> 00:26:46,465 엄청나게 공부를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260 00:26:47,717 --> 00:26:50,010 그래서 카메라 앞에 서면 261 00:26:51,512 --> 00:26:54,348 '레디, 액션' 하는 소리를 들으면 262 00:26:55,641 --> 00:26:58,978 지금까지 공부한 모든 걸 잊어버리고는 263 00:26:59,395 --> 00:27:01,480 그냥 밀고 나가는 듯한 264 00:27:07,569 --> 00:27:10,364 쿠로사와 씨도 전쟁 중에는 역시 265 00:27:10,531 --> 00:27:15,035 어느 정도 전쟁에 협력하는 것 같은 영화를 찍었죠 266 00:27:15,661 --> 00:27:17,621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반성했죠 267 00:27:18,831 --> 00:27:22,293 그리고 우리는 역시 권력자들에게 268 00:27:22,709 --> 00:27:24,921 순응하는 경향이 있구나 하는 269 00:27:26,838 --> 00:27:30,008 전쟁의 경험에서 쿠로사와 씨는 무엇을 생각했냐면 270 00:27:30,634 --> 00:27:35,597 권력의, 권력자의 뜻대로 잠자코 순응하는 인간이 아닌 271 00:27:36,097 --> 00:27:38,892 그런 권력과는 관계없이 272 00:27:39,392 --> 00:27:41,061 혹은 그런 것들에 반발해서 273 00:27:41,437 --> 00:27:43,522 들이받고 나아가는 듯한 274 00:27:45,899 --> 00:27:48,902 그런 연기를 추구했었는데 275 00:27:49,403 --> 00:27:52,072 미후네 토시로에게서 그걸 봤답니다 그라면 할 수 있다고 276 00:27:55,367 --> 00:27:58,494 어차피 한 번은 죽을 목숨 277 00:27:59,871 --> 00:28:00,831 비겁한 구걸 따윈 않겠다 278 00:28:04,125 --> 00:28:06,920 쿠로사와 씨가 미후네 토시로를 279 00:28:07,087 --> 00:28:08,464 처음 봤을 때 280 00:28:09,256 --> 00:28:11,842 역시 지금까지의 배우들에게는 281 00:28:12,050 --> 00:28:15,554 없는 독특한 뭔가가 있는 282 00:28:16,053 --> 00:28:19,474 인물이구나 했대요 283 00:28:19,891 --> 00:28:22,017 그리고 그 독특함이 어디에 있는가 했더니 284 00:28:22,852 --> 00:28:24,687 자신만의 285 00:28:25,981 --> 00:28:29,442 분노나 기쁨을 온몸으로 286 00:28:30,443 --> 00:28:31,652 표현할 수 있다는 점 287 00:28:44,344 --> 00:28:47,221 당시에 라쇼몽은 획기적인 288 00:28:47,271 --> 00:28:50,148 종래의 서사 구조를 버린 289 00:28:50,189 --> 00:28:54,364 완전하게 새로운 종류의 영화였다 290 00:28:54,406 --> 00:28:57,912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291 00:28:57,953 --> 00:29:00,877 일본 영화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292 00:29:08,098 --> 00:29:12,859 여전히 인기였지만 챤바라 영화들은 정형화되었고 293 00:29:12,901 --> 00:29:16,240 같은 캐릭터와 장면을 재탕하고 있었다 294 00:29:18,119 --> 00:29:21,751 전후, 미국 점령군은 295 00:29:21,793 --> 00:29:23,922 칼싸움 영화의 제작을 금지했다 296 00:29:23,965 --> 00:29:25,216 7년 동안 297 00:29:30,937 --> 00:29:34,151 금지가 해제되었을 때 쿠로사와는 298 00:29:34,193 --> 00:29:37,031 지금까지와는 분명히 다른 사무라이 장편 영화를 299 00:29:37,073 --> 00:29:38,827 준비했다 300 00:30:03,208 --> 00:30:06,548 쿠로사와의 장편 영화는 산적 떼들로부터 301 00:30:06,589 --> 00:30:11,224 소작농들의 마을을 지켜내는 일곱 명의 실업자 사무라이들 이야기다 302 00:30:11,274 --> 00:30:15,066 시무라 타카시가 낭인의 우두머리이고 303 00:30:15,107 --> 00:30:16,945 미후네는 억지로 그룹에 합류하게 된 304 00:30:16,986 --> 00:30:19,324 자칭 사무라이로 나온다 305 00:30:19,365 --> 00:30:23,123 그리고 소작농들의 대표 격 인물을 맡은 배우 츠치야 요시오 306 00:30:24,389 --> 00:30:27,892 '7인의 사무라이'가 나의 데뷔작이었지 307 00:30:36,276 --> 00:30:38,153 토호에서 오라고 해서 308 00:30:38,570 --> 00:30:40,572 가보니까 쿠로사와 씨가 있었지 309 00:30:41,656 --> 00:30:43,658 쿠로사와 씨는 영화에서 본 거랑 다르게 310 00:30:44,118 --> 00:30:45,869 웃고 있더군 311 00:30:46,911 --> 00:30:49,373 선생님이 무서운 양반인 줄 알았는데 312 00:30:50,874 --> 00:30:52,834 마치 지장보살 같은 인상이더군 313 00:30:54,043 --> 00:30:55,712 그때 이런 말을 했어 314 00:30:56,338 --> 00:30:58,840 '이제부터 촬영에 들어갈 건데 그 전에' 315 00:30:59,508 --> 00:31:01,260 '시무라 타카시 씨와' 316 00:31:03,552 --> 00:31:05,388 '미후네 토시로 씨와' 317 00:31:08,308 --> 00:31:09,434 '셋이서' 318 00:31:11,645 --> 00:31:13,480 '사이좋게 같이' 319 00:31:13,938 --> 00:31:16,107 '영화를 보러 가던지 밥을 먹으러 가던지' 320 00:31:16,816 --> 00:31:18,067 '해주게'라고요 321 00:31:18,777 --> 00:31:22,071 시무라 씨는 착한 삼촌이었고 322 00:31:22,989 --> 00:31:24,741 형님은 미후네 토시로 323 00:31:25,617 --> 00:31:27,911 그건 지금도 여전한 거지 324 00:31:29,078 --> 00:31:32,040 쿠로사와 사단에서 사람을 모을 때였어요 325 00:31:33,082 --> 00:31:35,209 싸움 장면(타치마와리)을 찍을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326 00:31:48,014 --> 00:31:53,227 그래서 쿠로사와 씨가 고른 거지 이쪽이 좋다 뭐 그렇게 327 00:31:53,644 --> 00:31:56,815 그렇게 A, B, C, D 골라서는 328 00:31:57,566 --> 00:32:00,818 '너희들 어때, 싸우는 장면 할 수 있겠나' 하니까 329 00:32:00,984 --> 00:32:03,279 '네, 할 수 있습니다' 다들 답했죠 330 00:32:04,489 --> 00:32:06,824 배우들은 다들 야무진 녀석들이었지 331 00:32:07,325 --> 00:32:10,286 못해도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하니까 332 00:32:11,537 --> 00:32:15,792 나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라고 했지 333 00:32:16,918 --> 00:32:20,671 테스트해 보자고 해서 바로 들어갔지 334 00:32:23,842 --> 00:32:24,842 쿠로사와 씨가 말이지 335 00:32:26,552 --> 00:32:29,138 그런 모양으로 당하는 게 말이야 336 00:32:29,681 --> 00:32:35,812 내가 하던 대로 확 뒤집혀서 나름대로 잘했다 싶었거든 337 00:32:39,189 --> 00:32:43,235 그랬더니 '나카지마 군 이리 와봐' 하는 거야 338 00:32:43,861 --> 00:32:47,323 이상한 시대극처럼 하면 안 돼 339 00:32:48,616 --> 00:32:50,868 사실적으로 해주게 340 00:32:52,244 --> 00:32:53,111 아, 그렇군요 341 00:32:58,125 --> 00:33:01,503 엄격했지, 쿠로사와 씨는 정말 엄했어 342 00:33:02,129 --> 00:33:04,715 아무튼 자기 말을 안 들으면 343 00:33:04,882 --> 00:33:08,886 이 배우는 안 되겠다고 갈아치우는 거야 344 00:33:09,970 --> 00:33:13,349 자신의 느낌대로 움직이는 배우라면 345 00:33:13,723 --> 00:33:14,933 오케이였고 346 00:33:15,883 --> 00:33:17,510 쿠로사와는 캐스팅에서 제작부까지 347 00:33:17,552 --> 00:33:21,686 전부를 요구했고 모든 세부 사항까지 깐깐했다 348 00:33:22,688 --> 00:33:25,961 하지만 미후네가 캐릭터를 구축하는 건 맡겨두었고 349 00:33:26,011 --> 00:33:29,284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라고 얘기했다 350 00:33:38,873 --> 00:33:39,957 썩을 놈들 351 00:34:05,689 --> 00:34:08,863 일본판을 나중에 알게 되었죠 352 00:34:08,905 --> 00:34:12,495 왜냐면 어렸을 때라서 '황야의 7인' 353 00:34:12,537 --> 00:34:16,586 미국의 리메이크를 먼저 접했거든요 354 00:34:16,636 --> 00:34:19,376 '7인의 사무라이'는 상당히 달랐어요 355 00:34:19,426 --> 00:34:22,389 일례로, 더 많은 발레 동작이 있었고 356 00:34:22,431 --> 00:34:25,495 더 훌륭한 안무 연습이 있던 거죠 357 00:34:25,545 --> 00:34:28,560 아키라의 흑백 필름 안에요 358 00:34:28,610 --> 00:34:31,408 그리고 토시로가 연기한 캐릭터는 359 00:34:31,450 --> 00:34:36,042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거친 캐릭터였죠 360 00:34:36,084 --> 00:34:38,421 마치 방금 지진이 일어난 땅에서 361 00:34:38,463 --> 00:34:42,096 만들어진 듯한 역동성이 느껴졌어요 362 00:34:44,892 --> 00:34:46,061 우리가 영웅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363 00:34:46,103 --> 00:34:49,151 그건 관객의 몫인 거고 364 00:34:49,193 --> 00:34:53,117 그걸 이뤄내는 진정한 힘은 365 00:34:53,167 --> 00:34:54,161 배우의 퍼포먼스입니다 366 00:34:54,203 --> 00:34:56,457 배우에 달린 거죠 감독보다 더 367 00:34:56,499 --> 00:34:58,707 왜냐면 감독은 그저 많은 줄을 잡아당길 수 있을 뿐인데 368 00:34:58,757 --> 00:35:00,966 근데 어떤 감독이 너무 많은 줄을 당겨야 한다면 369 00:35:01,016 --> 00:35:03,513 그건 꼭두각시지 예술가라고 할 수 없죠 370 00:35:04,598 --> 00:35:06,770 미후네 토시로는 꼭두각시였던 적이 없습니다, 결코 371 00:35:06,811 --> 00:35:08,022 쿠로사와와 미후네가 함께 작업한 372 00:35:08,063 --> 00:35:10,735 모든 영화에는 감독과 배우 사이의 373 00:35:10,778 --> 00:35:13,115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들이 많이 있습니다 374 00:35:13,157 --> 00:35:15,871 근데 미후네는 스스로가 이뤄낸 것처럼 보이죠 375 00:35:15,913 --> 00:35:17,750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376 00:35:17,792 --> 00:35:19,586 예술을 창조한 것처럼 377 00:35:20,099 --> 00:35:23,852 쿠로사와 씨는 미후네 씨에게 연기지도를 하지 않으니까요, 전혀 378 00:35:24,603 --> 00:35:27,106 그래서 이렇게 해보라고 할 때는 379 00:35:27,774 --> 00:35:30,359 미후네 씨가 백성 출신의 380 00:35:30,692 --> 00:35:32,278 그런 사무라이라는 배경을 381 00:35:33,029 --> 00:35:36,115 어지간히도 연구했구나 싶었죠 382 00:35:36,782 --> 00:35:39,451 그 사람은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하는 사람이니까요 383 00:35:40,452 --> 00:35:43,830 그 정도로 스스로 생각해서 전부 말이죠 384 00:35:44,956 --> 00:35:49,127 미후네 씨는 의외로 유머러스해서 385 00:35:50,045 --> 00:35:52,714 평상시에도 재치 있고 유머러스했어요 386 00:35:56,927 --> 00:35:59,346 제일 앞에 너 나와봐 387 00:36:02,098 --> 00:36:03,224 너 말이야 388 00:36:04,601 --> 00:36:05,561 너라고 389 00:36:22,202 --> 00:36:24,871 아무튼 미후네 씨라는 양반은 390 00:36:27,373 --> 00:36:30,126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391 00:36:30,669 --> 00:36:32,170 인내하는 사람 392 00:36:32,795 --> 00:36:35,716 정말로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지 393 00:36:36,174 --> 00:36:39,552 내가 투덜거리고 불평을 했을 때도 394 00:36:40,762 --> 00:36:43,974 묵묵히 기다릴 따름이었어 395 00:36:44,932 --> 00:36:48,812 미후네 씨는 처음부터 배우를 지망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396 00:36:49,605 --> 00:36:54,067 그 시대에는 다들 먹고 살기 위해서 배우를 했기에 397 00:36:54,234 --> 00:36:56,194 리얼리티가 있던 거라고 하는데 398 00:36:56,612 --> 00:36:59,405 미후네 씨도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 399 00:37:00,824 --> 00:37:02,826 하지만 어차피 할 거라면 400 00:37:04,619 --> 00:37:05,954 상당히 뭐랄까요 401 00:37:08,248 --> 00:37:10,916 남자로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402 00:37:11,626 --> 00:37:13,586 그런 생각이 강하니까 403 00:37:14,588 --> 00:37:17,548 상당히 노력했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404 00:37:18,008 --> 00:37:22,261 그런 부분에서 역시 인간적으로도 성장한 게 아닐까요 405 00:37:33,982 --> 00:37:35,983 키쿠치요 뭐하는 거야? 406 00:37:36,609 --> 00:37:38,194 한 자루로는 부족해 407 00:38:03,495 --> 00:38:05,165 일본에게도 미후네 토시로에게도 408 00:38:05,215 --> 00:38:06,835 좋은 시절이 왔다 409 00:38:07,962 --> 00:38:12,096 가족 모두가 도쿄의 부촌으로 이사 갔고 410 00:38:17,481 --> 00:38:20,671 그가 좋아하는 두 가지의 취미생활을 추구했다 411 00:38:20,721 --> 00:38:23,911 자동차와 술 종종 두 가지를 동시에 412 00:38:37,520 --> 00:38:39,608 미후네는 토호 스튜디오의 413 00:38:39,650 --> 00:38:43,532 다른 탑 감독들과 작업했다 특히 이나가키 히로시 414 00:39:06,281 --> 00:39:10,410 성인 여자 역할이 처음이었죠 415 00:39:10,827 --> 00:39:12,955 상당히 긴장하고 416 00:39:14,789 --> 00:39:16,082 있었습니다만 417 00:39:17,475 --> 00:39:19,562 사무라이 삼부작은 미야모토 무사시의 418 00:39:19,604 --> 00:39:21,316 삶을 다룬 시리즈였다 419 00:39:22,401 --> 00:39:24,489 청년에서 사무라이로 420 00:39:24,539 --> 00:39:27,036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421 00:39:30,333 --> 00:39:34,466 미후네에게 주어진 얼마 안 되는 로맨틱한 역할이었다 422 00:39:36,186 --> 00:39:38,688 오츠 씨, 미안해 423 00:39:43,944 --> 00:39:46,988 무사시도 오츠도 424 00:39:47,489 --> 00:39:50,284 뭔가 어색하긴 하지만 425 00:39:50,741 --> 00:39:52,410 무척이나 서로를 426 00:39:52,994 --> 00:39:55,330 아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427 00:39:55,747 --> 00:39:57,706 그 사랑의 모습이란 게 428 00:39:58,792 --> 00:40:01,127 일본인들이 아무래도 429 00:40:01,545 --> 00:40:04,130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니까요 430 00:40:04,505 --> 00:40:09,135 그다지 겉으로는 드러내질 않거든요 431 00:40:10,761 --> 00:40:15,724 상당히 말수가 적은 분이셨지만 432 00:40:15,891 --> 00:40:18,728 딱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죠 433 00:40:19,604 --> 00:40:21,730 정말로 진지한 분이셨고요 434 00:40:24,233 --> 00:40:25,154 그래, 왔다 435 00:40:25,526 --> 00:40:26,778 할 말 있냐? 436 00:40:28,028 --> 00:40:30,156 어째서 이 타케조의 목을 치지 않은 거냐? 437 00:40:31,700 --> 00:40:36,162 이따위로 개망신을 주고 방치하다니 네가 그러고도 승려냐? 438 00:40:37,496 --> 00:40:41,375 무사의 인정도 분간 못하는 거짓말쟁이 중놈, 바로 네놈이다 439 00:40:42,000 --> 00:40:43,586 아주 씩씩하구만 440 00:40:45,880 --> 00:40:46,797 닥쳐 441 00:40:47,172 --> 00:40:50,301 아침에 메이크업을 다 받고는 442 00:40:51,845 --> 00:40:55,181 촬영시작 15분 전에는 443 00:40:55,514 --> 00:40:58,767 촬영장에 나타나셨죠 444 00:40:59,685 --> 00:41:00,811 저도 그렇게 445 00:41:01,061 --> 00:41:03,147 따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446 00:41:04,273 --> 00:41:06,775 대답 잘 못 하면 그냥은 못 넘어가 447 00:41:13,115 --> 00:41:15,201 그럼, 어떻게 해줘야 하려나? 448 00:41:22,849 --> 00:41:24,560 삼부작에서 미후네는 그의 상징적인 449 00:41:24,610 --> 00:41:26,689 사무라이상을 확고히 정립했다 450 00:41:26,731 --> 00:41:29,779 풍자적이고 명예로우며 이타적이고 치명적인 451 00:41:42,852 --> 00:41:44,021 득시글하네 452 00:41:44,396 --> 00:41:45,230 죠타로 젓가락 씻어 와라 453 00:41:49,943 --> 00:41:51,904 본래의 사무라이란 역시 454 00:41:55,615 --> 00:41:59,286 배고플지언정 그 배고픔을 내색하지 않는 455 00:42:04,249 --> 00:42:05,543 무척이나 456 00:42:07,001 --> 00:42:09,379 품위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봐요 457 00:42:43,580 --> 00:42:46,416 너무 좋았어요 458 00:42:47,209 --> 00:42:48,877 쿠로사와 영화에 나오게 됐다는 게 459 00:42:49,502 --> 00:42:52,589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460 00:42:53,340 --> 00:42:55,467 따내고 싶었죠 461 00:42:55,992 --> 00:42:59,082 '피의 왕좌(1957)'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462 00:42:59,132 --> 00:43:01,420 쿠로사와가 각색한 영화였다 463 00:43:01,462 --> 00:43:04,759 미후네는 야심 있는 성주 와시즈 역을 맡았다 464 00:43:05,435 --> 00:43:09,772 쿠로사와 씨는 일본의 전통극 노(能)에도 해박했죠 465 00:43:10,982 --> 00:43:12,775 그래서 그... 466 00:43:12,942 --> 00:43:14,777 미후네 씨의 분장도 467 00:43:15,486 --> 00:43:18,030 노에 나오는 용맹한 무장의 468 00:43:18,448 --> 00:43:20,617 가면을 본떠서 했죠 469 00:43:21,034 --> 00:43:22,785 더 대단한 것은 470 00:43:23,202 --> 00:43:24,579 맥베스 부인 역을 한 471 00:43:25,079 --> 00:43:27,249 야마다 이스즈 씨였는데요 472 00:43:27,540 --> 00:43:30,376 그 역시 노(能)의 가면에서 473 00:43:30,835 --> 00:43:33,338 힌트를 얻어 완성됐죠 474 00:43:40,511 --> 00:43:43,973 성주님의 불침번을 서는 경비병 역할 475 00:43:44,348 --> 00:43:46,308 세 명 있었는데 476 00:43:46,808 --> 00:43:49,643 그 1번이 나였어요 477 00:43:53,982 --> 00:43:58,320 정말 단역이잖아요 478 00:43:58,654 --> 00:44:00,114 작은 역할이었지만 479 00:44:00,531 --> 00:44:02,033 한 명, 한 명을 마치 480 00:44:02,616 --> 00:44:05,201 주연급처럼 대해주셨죠 481 00:44:07,079 --> 00:44:08,664 그렇게 경비병들에게 482 00:44:09,206 --> 00:44:12,418 약을 탄 술을 마시게 해서 483 00:44:12,918 --> 00:44:15,212 경비병들을 곯아떨어지게 하고 484 00:44:16,923 --> 00:44:19,966 미후네 씨가 스윽하고 나타나서는 485 00:44:22,219 --> 00:44:23,054 확 찌르는 거죠 486 00:44:28,434 --> 00:44:31,019 그걸로 그 장면은 끝났는데 487 00:44:32,688 --> 00:44:36,608 그 죽는 모습이 쿠로사와 씨의 맘에 든 것 같아요 488 00:44:37,986 --> 00:44:40,659 영화사에 길이 남을 죽는 장면 489 00:44:40,700 --> 00:44:43,830 와시즈의 군사들이 그를 배반하는 장면이다 490 00:44:45,742 --> 00:44:46,702 오지마에 있어라 491 00:44:47,411 --> 00:44:48,912 오지마로 돌아가 492 00:44:49,580 --> 00:44:53,584 외국에 나가면 다들 놀라는데 심지어 493 00:44:53,875 --> 00:44:55,376 보험도 안 들어놨어요 494 00:44:59,423 --> 00:45:02,884 그것도 진짜 화살을 쏘는데 495 00:45:03,426 --> 00:45:07,263 그걸 쏘는 게 대학교 궁도부 학생들이었어요 496 00:45:10,350 --> 00:45:12,018 계속 화살이 날아오는 거야 497 00:45:15,605 --> 00:45:19,110 잘 쏘는 것도 아니었어 쏘는 놈들이 498 00:45:19,650 --> 00:45:21,444 주군을 죽인 놈이 499 00:45:23,614 --> 00:45:25,324 그렇게 밖에서 쏘면서 500 00:45:26,532 --> 00:45:28,618 나한테도 쏘라기에 501 00:45:28,744 --> 00:45:30,203 '싫다'고 했지 502 00:45:33,763 --> 00:45:34,723 역동적이고 엄청났죠 503 00:45:34,765 --> 00:45:38,690 알다시피 사실은 위험한 상황이었으니까요 504 00:45:40,401 --> 00:45:43,198 버스터 키튼, 찰리 채플린 해럴드 로이드처럼 505 00:45:43,241 --> 00:45:46,914 그들이 해낸 위대한 스턴트 장면들은 모두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506 00:45:46,956 --> 00:45:48,709 몇 번을 다시 돌려보더라도 507 00:45:48,751 --> 00:45:49,871 그걸 알 수 있을 겁니다 508 00:45:49,921 --> 00:45:51,757 마치 처음 본 것처럼 처음 겪은 것 같은 그 느낌 509 00:45:51,799 --> 00:45:52,801 왜냐면 위태로운 상황이었으니까 510 00:45:52,842 --> 00:45:56,850 위험을 느꼈지만 타이밍이 기막히게 좋았던 거죠 511 00:45:59,774 --> 00:46:02,360 어째서 그런 위험한 걸 512 00:46:02,735 --> 00:46:05,488 안전장치도 없이 해낸 건가 하면 513 00:46:05,655 --> 00:46:08,949 전쟁 중에 느끼는 충성심이었다고 생각해요 514 00:46:09,408 --> 00:46:10,660 그의 515 00:46:11,577 --> 00:46:14,080 쿠로사와 씨를 향한 보답의 마음이랄까요 516 00:46:15,497 --> 00:46:19,085 결국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열중할 수 있었고 517 00:46:19,544 --> 00:46:21,629 요컨대 그런 스타를 만든 것은 518 00:46:21,962 --> 00:46:23,923 아무런 경험도 없는 일개 병사를 말이죠 519 00:46:24,382 --> 00:46:27,509 쿠로사와 씨의 결과였던 거죠 520 00:46:27,760 --> 00:46:31,764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기분이었을 거라고 봅니다만 521 00:46:37,395 --> 00:46:38,688 미후네 씨는 말이지 522 00:46:39,564 --> 00:46:41,148 끈기 있는 사람이었어 523 00:46:41,816 --> 00:46:44,985 여러모로 힘들었을 텐데 아무 말도 없이 해냈지 524 00:46:46,821 --> 00:46:49,323 쿠로사와의 작품이라는 건 525 00:46:49,782 --> 00:46:52,784 그런 거였죠 다른 현장이랑 달라요 526 00:46:53,160 --> 00:46:54,494 다른 곳들은 참 온화하고 527 00:46:55,120 --> 00:46:57,290 감독도 배우들도 528 00:46:57,748 --> 00:47:00,459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에 529 00:47:00,751 --> 00:47:05,839 즐겁게 일했었죠 쿠로사와 씨의 현장은 달랐어요 530 00:47:06,799 --> 00:47:09,552 방금 말한 것처럼 상당히 빡빡했어요 531 00:47:09,927 --> 00:47:12,012 긴장감이 넘쳤고요 532 00:47:12,804 --> 00:47:15,683 보통 '완벽주의자'라고들 하잖아요 533 00:47:16,392 --> 00:47:18,435 쿠로사와 씨는 당연한 거라고 했어요 534 00:47:18,810 --> 00:47:20,730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한다 535 00:47:21,063 --> 00:47:22,397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536 00:48:15,209 --> 00:48:19,050 미후네는 일본 최고의 영화 스타였다 537 00:48:19,100 --> 00:48:20,595 고질라와 나란히 538 00:48:21,805 --> 00:48:25,312 그는 풍족한 생활을 했지만 버는 데는 꽤나 애를 써야 했다 539 00:48:25,354 --> 00:48:27,683 토호 스튜디오와의 계약에 묶여 540 00:48:27,733 --> 00:48:32,076 한 작품 끝내자마자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게 되었다 541 00:48:33,077 --> 00:48:37,253 4년 동안 무려 스물일곱 작품에 출연했다 542 00:48:45,646 --> 00:48:47,857 저희가 접한 미후네 씨는 543 00:48:48,858 --> 00:48:51,861 예컨대 1년 365일 544 00:48:52,570 --> 00:48:55,990 당시 영화계가 상당히 바뻐서 545 00:48:57,992 --> 00:49:02,289 1년에 350일은 촬영장에 있었던 것 같은데요 546 00:49:02,663 --> 00:49:03,997 점심시간에, 가령 547 00:49:04,498 --> 00:49:09,795 어느 식당에 가거나 대기실에서 때우거나 하는데 548 00:49:10,171 --> 00:49:14,008 우리, 저나 미후네 씨나 그렇게 말이죠 549 00:49:14,843 --> 00:49:16,719 그 대기실에 간 적은 없어요 550 00:49:17,636 --> 00:49:21,264 12시 점심시간이 되면 551 00:49:21,599 --> 00:49:25,686 우르르 스튜디오에서 분장실로 가는 거예요 552 00:49:26,229 --> 00:49:30,649 거기서 우린 블랙잭을 했어요 553 00:49:32,986 --> 00:49:35,821 점심 한 시간을 554 00:49:37,198 --> 00:49:38,699 근처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서 555 00:49:39,033 --> 00:49:40,868 미후네 씨는 항상 556 00:49:41,535 --> 00:49:42,703 라멘을 먹었습니다만 557 00:49:43,871 --> 00:49:45,039 종종 558 00:49:45,790 --> 00:49:49,460 평상시에 미후네 씨는 그런 모습이었죠 559 00:49:49,877 --> 00:49:51,587 그게 이를테면 560 00:49:53,088 --> 00:49:55,716 '썩을, 거치적대지 말고 이거나 먹어라' 561 00:49:56,175 --> 00:49:58,302 하던 사람이 촬영이 시작되면 562 00:49:58,718 --> 00:50:00,888 '소인은' 하고 딱 바뀌는 거예요 563 00:50:03,256 --> 00:50:05,469 미후네의 출연작 중 최고는 564 00:50:05,511 --> 00:50:09,644 쿠로사와가 아닌 이나가키 히로시와의 작품이었다 565 00:50:10,511 --> 00:50:12,644 무호마츠의 일생(1958) 566 00:50:13,985 --> 00:50:18,745 그리고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작품을 각색한 사무라이 무용담(1959) 567 00:50:18,787 --> 00:50:22,920 미후네와 열한 번째 호흡을 맞춘 츠카사 요코도 함께 출연했다 568 00:50:25,037 --> 00:50:29,541 저희 토호 영화사의 배우들은요 569 00:50:30,959 --> 00:50:33,712 낮에는 정말 바쁘게 보내고요 570 00:50:33,962 --> 00:50:36,173 1년간 풀가동되는 느낌이었죠 571 00:50:36,506 --> 00:50:37,499 각자가 572 00:50:38,466 --> 00:50:41,261 대체로 미후네 씨가 주연한 작품은 573 00:50:41,679 --> 00:50:43,055 남성 영화니까요 574 00:50:43,388 --> 00:50:45,849 그다지 여성에 대한 건 깊이 파고들지 않았죠 575 00:50:46,975 --> 00:50:50,770 저희가 여성영화를 찍은 건 576 00:50:50,938 --> 00:50:55,900 대부분이 쇼치쿠 스튜디오였어요 토호 밖으로 가서야 577 00:50:56,109 --> 00:51:00,947 여성 중심의 영화를 만날 수 있었죠 578 00:51:02,699 --> 00:51:04,617 토호의 영화는 대체로 579 00:51:04,993 --> 00:51:08,580 쿠로사와 선생님이랑 미후네 씨 580 00:51:08,830 --> 00:51:10,958 전부 남성 영화였죠 581 00:51:12,393 --> 00:51:14,857 긴장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미후네는 582 00:51:14,899 --> 00:51:18,949 그의 가장 도전적인 작업은 쿠로사와와 함께 할 때라는 걸 알았다 583 00:51:20,410 --> 00:51:23,457 그들의 협업은 최고치를 유지하며 584 00:51:23,498 --> 00:51:26,671 두 예술가의 능력 정점을 585 00:51:26,713 --> 00:51:29,510 세 개의 다른 작품을 통해 드러냈다 586 00:51:29,552 --> 00:51:32,475 카가와 쿄코와 주연한 '밑바닥(1957)' 587 00:51:34,688 --> 00:51:37,611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 조지 루카스에게 588 00:51:37,652 --> 00:51:39,739 스타워즈의 영감을 불어넣어 준 589 00:51:41,910 --> 00:51:44,457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1960) 기업 부패에 대한 590 00:51:44,507 --> 00:51:46,669 대담한 스릴러 591 00:51:48,465 --> 00:51:50,135 그리고 '요짐보'에 이르게 된다 592 00:52:02,425 --> 00:52:07,096 '요짐보'는 쿠로사와 아키라가 재미있는 걸 만들어보려고 했던 작품입니다 593 00:52:07,347 --> 00:52:11,809 아무튼 모두가 즐거워 할 수 있는 걸 만들어야겠다고 594 00:52:26,032 --> 00:52:27,866 다른 작품들에는 595 00:52:29,076 --> 00:52:30,327 정치적인 문제라던가 596 00:52:30,703 --> 00:52:33,164 인간의 삶이라던가 597 00:52:33,456 --> 00:52:36,375 그런 것들을 많이 담았습니다만 598 00:52:36,876 --> 00:52:41,004 요짐보는 재미있는 걸 만들겠다는 의지로 찍은 거니까요 599 00:52:54,893 --> 00:52:57,939 두 사람이 모두 물이 올랐을 시기였어요 600 00:52:58,354 --> 00:53:01,192 그건 누가 봐도 재미있죠 601 00:53:01,984 --> 00:53:03,069 잘난 척하기는 602 00:53:03,945 --> 00:53:04,778 이 문신 보여? 603 00:53:05,529 --> 00:53:06,947 그냥 빵에서 살다 왔겠냐? 604 00:53:07,873 --> 00:53:08,791 지금 이 남자는 낭인이죠 605 00:53:08,833 --> 00:53:11,922 사무라이였지만 주군을 잃었어요 606 00:53:11,963 --> 00:53:13,216 방랑자 신세죠 607 00:53:16,373 --> 00:53:21,128 이래 봬도 이 몸은 잡히면 십자가형을 면치 못할 지명수배자라고 608 00:53:21,650 --> 00:53:23,904 사무라이로서 그는 609 00:53:25,199 --> 00:53:27,078 누구 혹은 무엇을 책임져야 할지 610 00:53:27,119 --> 00:53:29,623 속사정을 알고자 온 것 같습니다 611 00:53:32,180 --> 00:53:33,098 나 역시도 612 00:53:34,766 --> 00:53:35,976 잡히면 모가지 신세지 613 00:53:36,768 --> 00:53:39,563 자랑은 아니지만 나쁜 짓이라면 안 해본 게 없다고 614 00:53:40,354 --> 00:53:44,696 그래서 그는 결정합니다 정의의 편에 서기로 615 00:53:44,746 --> 00:53:45,986 그럼 확 썰어버려도 불만은 없겠지, 응? 616 00:53:46,320 --> 00:53:47,187 뭣이 어째 617 00:53:47,571 --> 00:53:49,030 벨 수 있으면 베어보던가 618 00:53:50,657 --> 00:53:51,950 베이면 아플걸 619 00:53:52,409 --> 00:53:54,369 칼이 무서웠으면 야쿠자가 되지도 않았어 620 00:53:57,873 --> 00:54:00,125 멍청한 건 약도 없지 621 00:54:02,210 --> 00:54:03,544 요짐보가 622 00:54:04,045 --> 00:54:08,925 제가 아는 미후네 씨를 가장 함축한달까 623 00:54:09,425 --> 00:54:15,181 심신이 모두 절정일 때 최상일 때의 624 00:54:16,057 --> 00:54:18,059 미후네 씨가 아니었나 하는 625 00:54:26,609 --> 00:54:28,111 남편이랑 도망쳐 626 00:54:28,945 --> 00:54:31,781 미후네 씨는 정말 배려심이 많아서 627 00:54:32,031 --> 00:54:35,326 저희가 이렇게 스테이지에 서 있거나 하면 628 00:54:36,286 --> 00:54:38,245 금방 의자를 갖다주시고는 629 00:54:38,996 --> 00:54:40,999 '어이, 앉아' 630 00:54:41,291 --> 00:54:42,583 걸걸하게 얘기했었죠 631 00:54:43,751 --> 00:54:45,920 지방 촬영하러 갈 때면 632 00:54:46,254 --> 00:54:47,838 료칸의 음식이 633 00:54:48,548 --> 00:54:50,007 별로 634 00:54:50,925 --> 00:54:52,885 입에 안 맞을 때면 직접 635 00:54:54,888 --> 00:54:57,014 마늘을 팍 뿌리고 636 00:54:58,057 --> 00:55:00,643 고기랑 야채를 팍팍 넣어서 637 00:55:00,977 --> 00:55:02,477 직접 볶아주는 거예요 638 00:55:03,145 --> 00:55:05,273 '어이, 먹어' 막 그러고 639 00:55:07,192 --> 00:55:08,650 미후네 씨는 말이죠 640 00:55:09,234 --> 00:55:10,360 바다 같은 사람이에요 641 00:55:11,487 --> 00:55:12,905 무척이나 너그러우면서 642 00:55:17,159 --> 00:55:21,496 또 어떨 때는 엄청 사나워지니까요 643 00:55:23,498 --> 00:55:26,252 시원스럽게 걸어 다녔고 그 시절에는 정말 644 00:55:26,669 --> 00:55:29,254 생기가 있고 산뜻했달까 645 00:55:29,714 --> 00:55:31,466 저는 직접 본 건 아니지만 646 00:55:31,882 --> 00:55:34,885 여러 가지 모습을 잔뜩 품고 있어서 647 00:55:35,427 --> 00:55:37,221 그게 묻어나온 게 아닐까 648 00:55:38,598 --> 00:55:42,935 저는 쿠로사와 사단에서 금욕적인 역할만 맡았어요 649 00:55:43,519 --> 00:55:47,647 진지하고 멋대가리 없는 650 00:55:52,277 --> 00:55:55,072 미후네 씨의 그 끈기 651 00:55:55,906 --> 00:55:59,118 그 정도로 엄격한 사람이며 스스로에게 혹독한 652 00:56:00,119 --> 00:56:04,081 그런데 그 참고 참은 것들이 653 00:56:04,706 --> 00:56:07,667 계속 내면에 남아있던 거야 654 00:56:08,377 --> 00:56:10,879 밤이 되어 술이 들어가면 655 00:56:14,591 --> 00:56:15,885 확 돌아버리는 거야 656 00:56:16,552 --> 00:56:19,388 몇 번을 뒤치다꺼리했는지 657 00:56:24,476 --> 00:56:27,687 미후네 씨는 엄청난 애주가여서 658 00:56:29,814 --> 00:56:33,277 종종 시부야의 야쿠자들이랑 싸우거나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 659 00:56:34,153 --> 00:56:38,323 거의 매일은 아니었습니다만 660 00:56:38,657 --> 00:56:44,288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위스키이건 사케건 661 00:56:44,579 --> 00:56:47,707 일단 한 병을 비우지 않으면 662 00:56:48,457 --> 00:56:52,129 술자리나 식사가 끝나지 않았죠 663 00:56:53,422 --> 00:56:58,051 술에 취하면 소장한 검 같은 걸 꺼내서 664 00:56:58,427 --> 00:57:05,267 실제로 검을 휘두르거나 하는 665 00:57:05,600 --> 00:57:08,770 그런 걸 한 적이 있어서 666 00:57:09,145 --> 00:57:13,649 그런 때는 역시 좀 무서웠죠 667 00:57:14,818 --> 00:57:17,571 쿠로사와 감독의 천성이라고 하면 668 00:57:17,987 --> 00:57:20,156 술 취하면 자신의 오픈카에 타서는 669 00:57:20,698 --> 00:57:22,366 '병신들아' 670 00:57:22,534 --> 00:57:24,369 그러면 다들 '시작됐구나...' 671 00:57:32,126 --> 00:57:35,379 가장 대단했던 건 그 '바람' 672 00:57:42,095 --> 00:57:45,098 비행기의 프로펠러를 가지고 와서는 673 00:57:50,018 --> 00:57:52,188 게다가 서로가 대립하고 있는 674 00:57:53,022 --> 00:57:54,190 장면이니까 675 00:57:54,691 --> 00:57:57,318 '제대로 눈 뜨라고' 하는 거야 676 00:57:58,277 --> 00:58:00,780 근데 눈을 뜨고 있을 수 있겠냐고 677 00:58:08,386 --> 00:58:11,367 사무라이 무용담은 일본의 서부극이었죠 678 00:58:11,417 --> 00:58:14,398 사무라이 영화들은 미국의 영화인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679 00:58:14,439 --> 00:58:17,529 전달할 때 얼마나 더 오페라틱하게 680 00:58:20,911 --> 00:58:22,956 할 수 있는지 방법을 가르쳐줬죠 681 00:58:22,998 --> 00:58:25,294 그렇게 쿠로사와는 미국 영화사에서 682 00:58:25,335 --> 00:58:29,469 서부극이 여전히 주요하고 가장 인기 있는 장르일 때 683 00:58:29,511 --> 00:58:31,598 영향을 준 거죠 684 00:58:34,604 --> 00:58:36,607 거기서 영감을 줬다고 생각해요 685 00:58:36,650 --> 00:58:38,737 수천 마일은 떨어진 686 00:58:38,779 --> 00:58:41,993 거기에 전혀 다른 두 개의 문화권인데 687 00:58:42,035 --> 00:58:45,751 그 영화들이 증명한 게 그거죠 688 00:58:45,793 --> 00:58:47,421 어디에서 찍은 영화건 689 00:58:47,463 --> 00:58:49,634 어느 곳의 작가가 글을 썼건 690 00:58:49,684 --> 00:58:51,472 문화는 하나다 691 00:58:51,513 --> 00:58:55,312 그리고 세상 모든 언어권의 장벽에 가교 구실을 하는 것 692 00:58:55,362 --> 00:58:56,272 그게 영화다 693 00:58:56,314 --> 00:58:59,445 영화는 이 행성 단 하나의 언어다 694 00:58:59,487 --> 00:59:01,658 그게 우리를 동등하게 만들어주죠 695 00:59:04,663 --> 00:59:08,463 신화적인 안티히어로 코믹한 캐릭터 696 00:59:08,505 --> 00:59:11,970 생생한 폭력성 그리고 장난기 많은 배경음악 697 00:59:12,012 --> 00:59:15,853 요짐보는 전 세계의 영화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698 00:59:15,895 --> 00:59:18,483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1964) 699 00:59:18,525 --> 00:59:21,322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이 영화는 700 00:59:21,364 --> 00:59:22,949 쿠로사와 영화를 실컷 도용했다 701 00:59:24,119 --> 00:59:27,376 요짐보의 성공은 토호 영화사로부터 702 00:59:27,418 --> 00:59:31,467 더 많은 상업영화 제작의 압박으로 돌아왔다 703 00:59:31,509 --> 00:59:35,642 쿠로사와와 미후네는 딱 세 개의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 704 00:59:54,805 --> 00:59:57,894 '붉은 수염'(1965)에서 미후네는 에도 시대에 705 00:59:57,936 --> 01:00:02,070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요양소를 운영하는 늙은 의사 역을 맡았다 706 01:00:06,120 --> 01:00:08,040 많은 이들이 미후네를 모방하려고 애썼죠 707 01:00:08,082 --> 01:00:11,839 특히 강인하고 고요한 역할을 맡게 될 때는요 708 01:00:11,881 --> 01:00:13,551 누구도 성공하진 못하지만 709 01:00:13,593 --> 01:00:16,055 그는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었어요 710 01:00:19,730 --> 01:00:21,984 대부분의 배우는 그들이 결코 미후네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711 01:00:22,026 --> 01:00:23,612 그에게서 영감은 얻을 수 있었죠 712 01:00:23,654 --> 01:00:25,032 그의 연기를 연구하거나 713 01:00:25,073 --> 01:00:28,492 그의 최소한의 동작을 주시한 714 01:00:28,542 --> 01:00:31,961 배우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715 01:00:32,003 --> 01:00:35,010 그리고 그들은 존경하게 되죠 716 01:00:35,052 --> 01:00:37,723 작아져야 할 순간에는 한없이 작아질 수 있고 717 01:00:37,765 --> 01:00:41,565 때로는 마치 바리슈니코프처럼 718 01:00:41,606 --> 01:00:43,694 경이로운 댄서가 되기도 하고 719 01:00:43,744 --> 01:00:45,531 그는 적절한, 아니 720 01:00:45,573 --> 01:00:49,621 스크린에서 어느 정도의 폭발력을 보일지 721 01:00:49,663 --> 01:00:52,920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엄청난 용기를 지녔죠 722 01:00:54,549 --> 01:00:56,886 미후네가 그리는 영웅은 악당들을 퇴치할 때 723 01:00:56,936 --> 01:00:58,932 더 이상 칼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724 01:01:05,880 --> 01:01:09,550 붉은 수염도 달려드는 놈들을 휙 하고 물리치는 장면이 있어요 725 01:01:09,841 --> 01:01:11,135 저는 일단 도중에 726 01:01:11,635 --> 01:01:12,637 덤벼드는 상황이에요 727 01:01:13,220 --> 01:01:16,180 거기서 휙 하고 던져지는데 그 사창가의 이런 728 01:01:18,393 --> 01:01:21,852 이런 기둥에 부딪혀 쓰러지고 729 01:01:24,565 --> 01:01:27,067 그 사이에 서너 명이 더 결딴이 나는 거죠 730 01:01:30,696 --> 01:01:32,824 그러다가 또 타이밍 맞게 달려들어야 하는 거예요 731 01:01:39,705 --> 01:01:42,040 어떻게 해서든지 OK가 떨어질 때까지 732 01:01:42,458 --> 01:01:44,877 버티는 심정으로 해냈죠 733 01:01:50,591 --> 01:01:53,218 이건 끔찍하군 이런 난폭함은 좋지 않아 734 01:01:55,095 --> 01:01:56,888 의원이라는 자가 이런 짓을 해선 안 되지 735 01:01:59,057 --> 01:02:06,022 그 작품에 그려진 모든 사람은 어딘가 조금 균형이 무너진 736 01:02:06,815 --> 01:02:09,693 뭔가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죠 737 01:02:12,035 --> 01:02:13,914 붉은 수염은 젊은 의사를 데려오고 738 01:02:13,956 --> 01:02:17,212 그는 환자들로부터 삶이란 무엇인가를 배우게 된다 739 01:02:25,291 --> 01:02:27,085 제가 병들어 있고 740 01:02:27,293 --> 01:02:32,465 카야마 씨가 저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마시게 하려는데 741 01:02:32,758 --> 01:02:34,760 그런 걸 모두 거부하니까 742 01:02:36,386 --> 01:02:39,765 그때 '그래, 내가 해보마' 하는 장면이 있는데 743 01:03:00,993 --> 01:03:07,166 그건 붉은 수염의 인간성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744 01:03:24,228 --> 01:03:25,774 그래, 기특하다 745 01:03:27,228 --> 01:03:31,774 그것도 '이렇게 연기를 하자' 하고 미리 746 01:03:32,442 --> 01:03:34,026 짠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747 01:03:34,735 --> 01:03:36,988 제가 마시게끔 한 건데 748 01:03:37,780 --> 01:03:43,203 미후네 씨는 역시 이미 붉은 수염 그 자체가 되어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749 01:03:43,828 --> 01:03:45,830 모두 그런 분위기 속에서 750 01:03:46,539 --> 01:03:49,375 배우들 모두가 실재하는 인물인 것처럼 751 01:03:50,209 --> 01:03:51,794 저는 느꼈으니까요 752 01:03:55,756 --> 01:03:57,717 야단치게 만들 셈이냐? 753 01:03:57,925 --> 01:04:00,553 야단맞아도 상관없습니다 무조건 요양소에 남아있겠습니다 754 01:04:00,803 --> 01:04:01,654 누가 그러라던가? 755 01:04:02,762 --> 01:04:04,056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제게 의원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756 01:04:05,390 --> 01:04:07,227 그게 뭔가 허구와 실체를 757 01:04:07,935 --> 01:04:10,855 어느새 일체화된 것 같은 분위기가 758 01:04:11,731 --> 01:04:14,441 그 촬영에는 있었던 것 같아요 759 01:04:15,442 --> 01:04:18,237 그건 미후네 씨가 역시 그랬기 때문에 760 01:04:18,445 --> 01:04:19,572 라고 생각합니다 761 01:04:21,041 --> 01:04:22,670 붉은 수염은 흥행에 성공했고 762 01:04:22,712 --> 01:04:24,924 미후네는 1965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763 01:04:24,966 --> 01:04:27,972 최우수연기상을 받게 된다 764 01:04:32,188 --> 01:04:35,153 그리고 18년간 찍은 16 작품에서 765 01:04:36,656 --> 01:04:40,665 쿠로사와와 미후네는 두 번 다시 함께 작업하지 않았다 766 01:04:45,889 --> 01:04:47,391 쿠로사와 아키라 본인도 767 01:04:50,061 --> 01:04:56,901 강한 사무라이 등의 장르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이를 들어가게 되었죠 768 01:04:58,485 --> 01:05:02,447 반대로 말해서 미후네 씨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769 01:05:03,824 --> 01:05:07,244 그런 작품에 미후네 씨가 출연하기 힘들게 되면서 770 01:05:07,869 --> 01:05:11,039 그 강인함을 표현하기 어렵게 되었기에 그렇게 된 걸지도 모르죠 771 01:05:12,374 --> 01:05:16,795 그 부분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런 느낌이 듭니다 772 01:05:18,071 --> 01:05:19,525 우린 그들이 함께하길 바랐죠 773 01:05:19,575 --> 01:05:22,455 협업이 계속되길 원했죠 창작을 위해 774 01:05:25,211 --> 01:05:28,759 하지만 알다시피 사람들은 자라나고 775 01:05:28,800 --> 01:05:30,714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자라죠 776 01:05:30,764 --> 01:05:34,311 때로 사람들은 특히 공동작업을 할 때는 777 01:05:34,353 --> 01:05:36,650 어느 시점에서는 서로가 한계에 달하게 됩니다 778 01:05:36,691 --> 01:05:37,903 더 이상 주고받을 게 없어지죠 779 01:05:37,944 --> 01:05:42,202 그들의 존경과 애정이 그랬던 것 같아요, 내 추측에는 780 01:05:42,696 --> 01:05:48,868 정말로 무르익은 시점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 해산은 781 01:05:52,706 --> 01:05:57,085 저희도 '이걸로 끝이구나' 싶었죠 782 01:05:59,504 --> 01:06:02,298 진상은 잘 모르겠지만 역시 783 01:06:03,174 --> 01:06:06,844 두 개의 흐름이 아무래도 784 01:06:07,178 --> 01:06:09,305 거꾸로 나누어지듯이 미후네 씨는 그즈음부터 785 01:06:09,681 --> 01:06:12,850 외국에서의 작업이 늘어나고 있었죠 786 01:06:13,016 --> 01:06:16,104 그때부터는 점점 787 01:06:17,313 --> 01:06:21,234 양쪽이 만나서 얘기하는 일이 없어진 것 같아요 788 01:06:23,535 --> 01:06:26,707 쿠로사와의 경력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789 01:06:26,749 --> 01:06:30,633 명망은 있었으나 불운했던 두 개의 할리우드 프로젝트 이후 790 01:06:30,674 --> 01:06:33,178 그가 미후네 없이 만든 첫 작품은 일본과 해외에서 모두 791 01:06:33,220 --> 01:06:34,724 실패작이 되고 만다 792 01:06:36,352 --> 01:06:40,485 그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자살을 시도했다 793 01:06:41,570 --> 01:06:43,908 그가 일본 밖에서 만든 첫 영화 794 01:06:43,950 --> 01:06:46,664 소련에서 제작된 '데루스 우잘라'(1975)는 795 01:06:46,705 --> 01:06:49,753 그의 영화를 향한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796 01:06:49,795 --> 01:06:52,802 1980년 그의 영화를 보고 자란 두 명의 797 01:06:52,843 --> 01:06:54,680 미국인 감독의 도움을 받아 798 01:06:54,721 --> 01:06:57,727 '가게무샤'를 만들어 돌아왔다 799 01:07:00,942 --> 01:07:04,741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방식대로 영화를 만들어갔다 800 01:07:07,405 --> 01:07:12,410 하지만 미후네 씨는 마지막까지 쿠로사와 씨를 위해서 801 01:07:13,286 --> 01:07:19,208 계속 쿠로사와 씨와 다시 한번 작업을 하고 싶어 했어요 802 01:07:24,405 --> 01:07:26,744 토호 스튜디오는 미후네에게 803 01:07:26,785 --> 01:07:29,790 직접 제작사를 차려보라고 설득했다 804 01:07:29,833 --> 01:07:32,756 머지않아 영화스타이면서 805 01:07:32,797 --> 01:07:36,930 250명의 직원을 거느린 사업가로서 압박에 사로잡힌 본인을 자각하게 된다 806 01:07:39,018 --> 01:07:41,397 미후네 프로덕션은 대부분 807 01:07:41,439 --> 01:07:43,778 뻔한 영화들만 만들어내게 되었다 808 01:07:44,738 --> 01:07:47,785 스튜디오에서 미후네가 조명을 세팅하거나 809 01:07:47,826 --> 01:07:50,917 재떨이를 비우거나 주차장을 쓰는 모습을 810 01:07:50,958 --> 01:07:53,505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811 01:07:55,008 --> 01:07:58,640 동시에 그는 몇 년 동안 일본 최고의 812 01:07:58,682 --> 01:07:59,892 스타이기도 했다 813 01:08:04,902 --> 01:08:08,953 그는 몇 편의 국제 공동제작 영화에 출연하게 되는데 814 01:08:09,870 --> 01:08:13,462 가장 특별한 작품은 리 마빈과 함께 출연한 815 01:08:13,503 --> 01:08:14,755 태평양의 지옥(1968) 816 01:08:16,676 --> 01:08:21,059 그리고 찰스 브론슨, 알랭 들롱과 함께 출연한 레드 선(1971)인데 817 01:08:21,101 --> 01:08:23,606 주류 영화에서는 희귀한 818 01:08:23,656 --> 01:08:26,446 아시아 남성의 베드신이 나온다 819 01:08:31,196 --> 01:08:34,991 아무튼 사장님이 출연한 작품의 820 01:08:35,700 --> 01:08:39,121 홍보를 혼자 떠맡는 것과 821 01:08:40,122 --> 01:08:46,253 가장 미후네 씨의 내면을 느끼게 된 게 822 01:08:47,837 --> 01:08:53,176 늘그막에 벌어진 일련의 스캔들이었습니다만 823 01:08:54,000 --> 01:08:56,504 미후네의 사생활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는데 824 01:08:56,547 --> 01:09:00,806 1970년대에 그의 사생활은 타블로이드 신문을 강타한다 825 01:09:00,847 --> 01:09:02,684 젊은 여배우와의 불륜 826 01:09:02,734 --> 01:09:04,804 부인의 이혼소송 제기 827 01:09:04,854 --> 01:09:08,153 미후네는 화해를 시도했지만 부인은 거절한다 828 01:09:10,074 --> 01:09:12,537 미후네는 정부와 살림을 차렸고 829 01:09:12,579 --> 01:09:14,791 이혼소송은 마무리되지 못한다 830 01:09:16,699 --> 01:09:21,871 그때 미후네 씨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 831 01:09:22,204 --> 01:09:25,499 상당히 인상 깊게 남아있는데요 832 01:09:28,127 --> 01:09:31,130 '내 본심을 알아주지 않는다' 833 01:09:31,880 --> 01:09:36,719 '무슨 말을 해도, 그걸 온전히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834 01:09:37,511 --> 01:09:40,472 실제로는 이혼은 하지 않았죠 835 01:09:41,891 --> 01:09:45,019 마지막까지 어머니가 반대해서 836 01:09:45,352 --> 01:09:48,189 결국 이혼소송은 837 01:09:48,898 --> 01:09:51,400 이혼 재판 같은 걸로 838 01:09:52,609 --> 01:09:56,572 뭔가 스캔들 같은 게 되어버리긴 했습니다만 839 01:09:57,794 --> 01:10:01,300 일본에서 미후네의 이미지는 손상되었지만 840 01:10:01,350 --> 01:10:04,181 그는 꾸준히 작업을 해나갔다 841 01:10:08,792 --> 01:10:10,544 영화를 찍을 때는요 842 01:10:10,961 --> 01:10:12,088 역시 어느 정도는 843 01:10:12,671 --> 01:10:15,424 영화뿐 아니라 TV도 그렇지만 844 01:10:15,841 --> 01:10:18,427 제대로 얘기하고 설명해서 '이렇게 됩니다' 하거나 845 01:10:18,760 --> 01:10:20,971 '여기서 15명까지 베는 겁니다' 846 01:10:21,262 --> 01:10:22,931 하는 건 다 보고를 하죠 847 01:10:23,349 --> 01:10:27,018 '응? 열다섯이나 한 번에 가는 건가?' 하시면 848 01:10:27,227 --> 01:10:29,688 '네, 그렇게 해주세요' 하는 거죠 849 01:10:30,481 --> 01:10:33,149 결국은 그 눈매의 날카로움 850 01:10:33,441 --> 01:10:36,111 소품이긴 하지만 검을 851 01:10:36,403 --> 01:10:38,697 힘껏 움켜쥐고 852 01:10:39,865 --> 01:10:42,784 이를 악물면서 구석으로 몰고 들어오면 853 01:10:43,202 --> 01:10:44,703 진짜 맞설 수가 없어요 854 01:10:45,245 --> 01:10:48,915 하지만 일은 일이니까 이제 덤벼들면 855 01:10:51,960 --> 01:10:56,423 확 하고 베이면 윽하고 쓰러지는데 것도 느리게 말고 딱 끊어지게 856 01:11:00,135 --> 01:11:01,136 역시 그거는 857 01:11:02,262 --> 01:11:04,014 누가 따라올 사람이 없죠 858 01:11:05,302 --> 01:11:08,099 일본에서 미후네의 스타성이 시들해지긴 했지만 859 01:11:08,141 --> 01:11:12,483 미국의 감독들은 그와 작업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860 01:11:12,525 --> 01:11:14,111 죠지 루카스는 스타워즈(1977)의 861 01:11:14,153 --> 01:11:16,991 오비완 케노비 역을 제안했는데 862 01:11:17,034 --> 01:11:21,166 그의 미국 에이전시에서는 거절할 것을 조언했다 863 01:11:24,298 --> 01:11:26,260 스티븐 스필버그는 코미디 영화 '1941'(1979)의 864 01:11:26,303 --> 01:11:30,143 잠수함 함장 역할로 출연해 달라고 요청했다 865 01:11:38,451 --> 01:11:40,330 내가 본 토시로의 모든 영화에서 866 01:11:40,372 --> 01:11:42,292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867 01:11:42,334 --> 01:11:47,051 그가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868 01:11:47,093 --> 01:11:48,889 토시로는 훌륭한 코미디언이었죠 869 01:11:48,930 --> 01:11:50,968 그와 크리스토퍼 리는 함께 굉장했어요 870 01:11:51,018 --> 01:11:53,105 크리스토퍼 리는 일본 잠수함에 탑승한 871 01:11:53,147 --> 01:11:55,143 독일인 고문 역할이었고 872 01:11:55,193 --> 01:11:57,865 토시로는 이게 어떤 영화인지 이해했죠 873 01:11:57,907 --> 01:12:00,203 그는 나의 비젼을 파악했고 874 01:12:00,245 --> 01:12:01,872 그게 재미있을 거란 걸 알고 있었죠 875 01:12:01,922 --> 01:12:03,325 우스꽝스러운 뭔가도 있고요 876 01:12:03,375 --> 01:12:05,380 하지만 그들은 맡은 역할에 진지하게 임했어요 877 01:12:05,422 --> 01:12:07,926 시간이 길어지고 테이크가 늘어나겠다 싶으면 878 01:12:07,967 --> 01:12:12,101 난 컷을 외쳤죠, 토시로는 항상 첫 번째가 제일 웃겼어요 879 01:12:13,102 --> 01:12:15,066 자신의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880 01:12:15,107 --> 01:12:17,487 미후네는 안방극장으로 돌아간다 881 01:12:34,687 --> 01:12:41,527 TV 드라마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882 01:12:42,362 --> 01:12:48,368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느껴졌던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883 01:13:25,738 --> 01:13:30,910 이번엔 '미후네 토시로를 연기해야겠다'는 느낌은 있었어 884 01:13:31,952 --> 01:13:35,789 역할로 분장은 하지만 미후네 토시로를 연기해야지 하는 885 01:13:36,393 --> 01:13:38,356 그의 마지막 중요 배역 중 하나는 886 01:13:38,397 --> 01:13:42,530 1980년에 미국 TV에 방영된 미니시리즈 쇼군이었다 887 01:13:43,575 --> 01:13:45,528 미후네는 여전히 영화를 찍고 싶어했지만 888 01:13:45,578 --> 01:13:49,754 늙은 배우에게는 좋은 역할이 찾아오기 힘들었다 889 01:13:51,138 --> 01:13:53,473 저 역시도 890 01:13:54,224 --> 01:13:56,726 젊은 시절을 같이 보냈으니까 891 01:13:57,061 --> 01:14:00,188 미후네 씨가 좀 더 건재하셔서 892 01:14:00,439 --> 01:14:07,279 나이 들어서 부부 역할이라던가 그런 걸 해보면 좋겠다 893 01:14:07,737 --> 01:14:09,239 그런 생각이었죠 894 01:14:10,656 --> 01:14:13,034 말년에 찍은 작품들에서는 895 01:14:13,327 --> 01:14:17,330 아무래도 대사를 못 외우거나 하는 일도 있어서 896 01:14:18,039 --> 01:14:22,835 그래서 커닝 페이퍼를 만들어서 897 01:14:23,336 --> 01:14:27,841 대사를 큰 글씨로 적어서 898 01:14:28,258 --> 01:14:31,344 카메라 뒤에서 제가 그걸 들고 있거나 해서 899 01:14:31,845 --> 01:14:33,597 그걸 어떻게든 읽거나 했죠 900 01:14:34,181 --> 01:14:36,140 치매 기운이 있던 것 같아요 901 01:14:36,474 --> 01:14:41,312 그 부분은 아들인 시로가 잘 보살펴드렸던 것 같습니다만 902 01:14:42,438 --> 01:14:47,610 딱 그즈음에 아버님이... 903 01:14:49,028 --> 01:14:55,451 비교적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죠 904 01:14:56,035 --> 01:15:04,043 그래서 저와 제 와이프가 곁에 있는 시간을 늘렸어요 905 01:15:07,574 --> 01:15:09,620 20년간 따로 지냈던 906 01:15:09,662 --> 01:15:12,793 본처가 그를 돌보기 위해 돌아왔다 907 01:15:16,258 --> 01:15:20,391 1년 뒤, 사치코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908 01:15:24,316 --> 01:15:26,988 미후네 토시로는 77세에 사망했는데 909 01:15:27,030 --> 01:15:29,618 원인은 치매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910 01:15:32,446 --> 01:15:35,491 여전히 사무라이가 되려고 했던 것 같은데 911 01:15:37,242 --> 01:15:38,243 그래서 말인데 912 01:15:38,744 --> 01:15:40,746 미후네 씨는 너무 빨리 떠난 것 같아 913 01:15:41,956 --> 01:15:45,083 그리고 당시에는 그런 배우가 없었잖아 914 01:15:45,709 --> 01:15:46,877 지금도 없어 915 01:15:48,880 --> 01:15:50,338 정말 허전해 916 01:15:50,631 --> 01:15:52,132 지금도 슬퍼 917 01:15:53,967 --> 01:15:57,262 저희 아버님도 상당히 안 좋았죠 918 01:15:58,263 --> 01:16:02,559 미후네 씨가 돌아가셨을 때, 저희 아버지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으니까요 919 01:16:04,895 --> 01:16:09,482 다들 동료였으니까요 920 01:16:11,577 --> 01:16:14,166 미후네의 장례식에는 장남이 대신 참석해 쿠로사와의 친필 편지를 읽었다 921 01:16:14,577 --> 01:16:17,166 쿠로사와는 미후네의 장례식 8개월 뒤인 1988년 9월 6일에 서거했다 922 01:16:20,500 --> 01:16:21,953 {\an8}쿠로사와의 편지에서 인용 923 01:16:22,054 --> 01:16:26,166 우리는 함께 일본 영화의 황금시대를 일궈왔습니다 924 01:16:28,126 --> 01:16:31,254 그 작품 하나하나를 되돌아보면 925 01:16:32,130 --> 01:16:36,426 모두 미후네 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926 01:16:39,011 --> 01:16:41,473 자네는 정말 잘 해줬다고 생각하네 927 01:16:43,391 --> 01:16:46,228 미후네 군 정말 고마워 928 01:16:48,688 --> 01:16:49,690 나는 다시 한번 929 01:16:50,774 --> 01:16:52,567 자네와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930 01:16:53,318 --> 01:16:55,528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931 01:16:57,489 --> 01:16:59,115 잘 가게, 미후네 군 932 01:17:00,492 --> 01:17:01,493 다시 만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