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번역:  BearMan
No.74 - 2016. 01. 27

 

이레셔널 맨
(Irrational Man, 2015)

 

칸트는 말했다
인간 이성은 무시해 버리거나

 

답할 수 없는 의문들이
골칫거리라고

 

좋아, 이게 무슨 말인가?

 

도덕성? 선택?

 

삶의 무질서함?
미학? 살인?

 

처음엔 에이브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 때문인가?
분노 때문인가?

 

끝없이 고통받는
인생에 환멸을 느꼈을까?

 

아니면 일상적인
존재의 무의미성에

 

지겨움을 느꼈을까?

 

그는 아주
재미있고 특이하며

 

말을 잘했다

 

항상 말로
쟁점을 흐리게 만들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실존주의자들은
최악이 될 때까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다

 

브라일린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정서적으로 난
죽음의 문턱에 가 있었다

 

물론 난 모든 면에서
평판이 좋았다

 

에이브 루카스가
올여름에 학부로 온대요

 

정말요?

 

철학과에 비아그라를
갖다 놔야겠군요

 

그는 재미있긴 한데
아주 꺼칠해 보여

 

난 그렇게
지친 모습이 좋아

 

세상에, 나도

 

학생들과 연애했다는
얘기를 들었어

 

- 정말?
- 그래

 

에이브 루카스는
여름 학기에

 

윤리학을 강의해

 

그의 논문 읽어봤어?

 

매우 과격하고
독창적이야

 

좋든지 싫든지
둘 중의 하나야

 

페이 코헨이
그를 아는 사람을 알아

 

아내가 떠난 후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더라

 

아내가 그의
친한 친구와 달아났대

 

정말?

 

사실 내가
소문으로 들은 얘기는

 

친한 친구가 죽었을 때
신경쇠약에 걸렸대

 

이라크에서 TV 기자였는데
참수를 당했대

 

그게 사실이라면
끔찍하지 않아?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질투가 난다

 

질투?
질투한다니 마음에 들어

 

그 얘길 들으니
기분 좋은데

 

걱정하지 마
모든 사람이 널 원하니까

 

- 이러지 마
- 하지만 넌 내 거야

 

몰라, 갑자기 네가
카리스마적인 교수의

 

마력에 사로잡혔다는
생각이 들었어

 

걱정할 필요 없어
난 네 마력에 빠졌어

 

좋아, 변하지 마

 

미안합니다

 

조셉 홀이
어딘지 알아요?

 

예, 저기 있는
빨간 건물이에요

 

알았어요, 고마워요

 

리드 박사님?

 

루카스 교수입니다

 

- 브라일린에 온 걸 환영해요
- 고맙습니다

 

- 괜찮으세요?
- 예

 

- 차를 오래 타고 오셨겠군요
- 그렇습니다

 

- 자, 이쪽으로
- 고마워요

 

방금 봄 학기를
종강했어요

 

여긴 여름은 항상 바쁘죠

 

철학과에 오셔서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여기예요

 

교수 숙소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전부 걸어갈 수 있죠

 

뉴포트를
정말 좋아할 거예요

 

여긴 아름답지만
여름엔 좀 복잡해요

 

그게 좀 싫을 겁니다

 

작은 집이지만
정말 편안해요

 

이쪽은 거실
저쪽은 작은 주방이에요

 

바로 옆엔
작은 식당이 있어요

 

위층은...

 

이쪽으로

 

오른쪽에 화장실

 

여긴 침실이에요
작지만 정말 편안하죠

 

저쪽은 사무실입니다

 

철학과를
정말 좋아하실 거예요

 

캠퍼스의 오래되고
아름다운 부분이죠

 

그리고 현대식
건물이 있는데

 

거긴 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첨단 시스템들이 있어요

 

멀리 나가고 싶으면
프로비덴스까지 45분 걸려요

 

고마워요
한 모금 하실래요?

 

아뇨! 세상에

 

6시에 환영
리셉션이 있어요

 

사실 교수님의 상황 윤리학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좋아한다니 다행이군요

 

아데어의 철학과와
약간 문제가 있었어요

 

- 여긴 제 남편 폴이에요
- 안녕하세요?

 

- 여긴 철학과의 에이브 루카스
- 만나서 반가워요

 

그건 어때?

 

한 잔 더해야겠어

 

- 그게 뭔데?
- 보드카 마티니

 

- 뭘 드릴까요?
- 예, 한 잔 더하죠

 

스카치예요?

 

- 좋아요
- 고맙습니다

 

전 리타 리처즈예요
여기 오셔서 반가워요

 

만약 따분해져서
대학교에 누가 누군지

 

정말 알고 싶으면

 

언제든 말만 해요

 

그래서 칸트의 주장은
참된 도덕 세계에서는

 

거짓말할 여지가
없다는 겁니다

 

아주 작은 거짓말이라도

 

소중한 정언명령을
망치는 겁니다

 

칸트는 말하길
만약 살인자가 당신 집에 와

 

위층에 숨은 사람을 죽이려고
어디 있는지를 묻는다면

 

말해줘야
한다는 거죠

 

그의 완벽한 세계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요

 

제가 보는 논리로는

 

문을 열고
틈이 조금만 보여도

 

이 세상엔 거짓말이
허용되는 것 같아요

 

좋아, 그럼 만약 나치가
안네 프랑크와 가족을

 

숨기고 있는
자네 집에 와서

 

다락에 누가 있는지
물으면 자네는

 

"예, 그들이 위층에 있어요"
라고 말할 건가

 

그렇지 않을걸

 

왜냐하면 철학의

 

이론적인 세계와
현실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끔찍하고 추한 현실에는

 

탐욕과 증오
집단학살이 포함됩니다

 

기억해요, 만약
나한테 배운게 없다면

 

철학의 대부분은
말장난이란 걸 알아야 합니다

 

그와 얘기해 봤나?

 

우리와 같이
먹을 건지 물어봤어

 

- 저 친구 좋아하지만 자기...
- 혼자 먹는 걸 좋아해

 

그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어

 

남과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 맞아

 

그럼 가만 놔둬
알았지?

 

- 시간이 좀 걸리겠죠
- 맞아

 

좋아요, 키르케고르

 

우리가 매일
결심을 할 때는

 

완전한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렇죠? 아무것도
안 하거나 뭐든 할 수 있어요

 

이런 자유의 느낌은
두려운 감정을 창조하죠

 

어지러운 느낌

 

걱정은
자유의 현기증이에요

 

학생들은
당신을 좋아하지만

 

교수들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게 있어요

 

- 실망한 강의 받은 적 있어요?
- 아뇨

 

이게 도대체 뭔지
자신에게 물어본 적 없어요?

 

다른 학교
다른 학생들

 

착한 학생들

 

보통 학생들

 

좋지만
대부분이 평범해요

 

이런 아이들은 무지와 잘못된 정보
소극성으로 세계를 형성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성장하죠

 

- 괜찮아요?
- 뭐요?

 

- 괜찮으냐고요?
- 예

 

들어갈래요?
여기가 내 집이에요

 

폴은 심포지엄에 갔어요
잔디가 아주 멋져요

 

- 나중에 갈게요
- 정말이에요?

 

 

어쨌든 고마워요
나중에 봐요

 

내일은 현상학과 후설에
대해 토의할 겁니다

 

그러니 읽어봐요
알았죠?

 

약간 어려울 수 있어요

 

알았죠?

 

절 보자고 하셨어요?

 

그래, 네 리포트가
상당히 좋았어

 

- 정말요?
- 그래

 

리포트를
많이 읽어봤는데

 

대부분 학생은 읽은 걸
그저 다른 말로 바꿔서 쓰지

 

하지만 넌 생각이 신선하고
아주 잘 썼어

 

고마워요
칭찬해줘서요

 

솔직히 무작위성과 기회에 관한
교수님 생각에 상당히 영향을 받았어요

 

사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내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고

 

동의하지 않았을 때야

 

주장이 아주
조리 있고 독창적이었어

 

제 얼굴이 빨개졌어요?

 

정말 큰 칭찬이에요
고맙습니다

 

사실 교수님 책의
어떤 부분은

 

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설명을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좋아, 숨막혀 죽기 전에
여기서 나갈까?

 

교수님 존재의 견해는
너무 암울하게 느껴져요

 

보상의 기쁨이나
즐거움이 없는 것 같아요

 

좋아

 

왜 철학을 택했지?
철학에서 원하는 게 뭐야?

 

만약 철학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목표라면 잊어버려

 

교수님은 책과 논문을 쓰시고
많은 일을 하셨어요

 

하나 말해 주지, 그런
언어적 가식을 돌이켜 보면

 

내 단체는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었어

 

난 모든 정치적 시위에서
거리행진을 했어

 

굶주린 가족에게 먹을 걸 주려고
다르푸르에서 6개월을 보냈어

 

결국 뇌척수막염에 걸렸지

 

난 방글라데시에 있었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차이점을 알고 싶어 했지

 

하지만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를 보면...

 

싱글몰트 위스키 좋아해?
술 마셔?

 

여기서요?

 

- 그래
- 지금요?

 

아니, 안 돼요

 

첫 대화를 통해
에이브에 대해 많은 것들이

 

잘못됐다는 걸
알 수는 없었다

 

그는 멋지고 연약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날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난 택시를 운전했었어

 

빌딩에서
허드렛일도 했고

 

엘리베이터도 관리했지만
항상 책을 읽었지

 

러시아 작가들을
항상 좋아했어

 

특히 도스토옙스키를

 

그의 책을
모두 읽었어요

 

정말이야?

 

일전에 에이브 루카스와
좋은 대화를 나눴어

 

그래

 

내 논문이 아주
체계적이고 독창적이래

 

- 좋아
- 알았어?

 

무슨 얘기 할지 알겠군

 

그만둬

 

그는 훌륭해서 멋지지만
고통을 받고 있어

 

좋아, 넌 항상 고통받는
사람에게 관심 있었잖아

 

맞지? 그래서
우리가 처음 만났잖아

 

그는 정말 고통받고 있어, 로이
넌 대상 포진 걸렸었잖아

 

친한 친구가 이라크에서 죽어
정신적 충격을 받았어

 

- 기자였는데, 끔찍했어
- 머리가 잘리지 않았었나?

 

머리가 잘렸다고?
아니, 폭발이었어

 

사람들이 이야기
만드는 거 보면 놀라워

 

에이브 말로는
사람들은 공허하므로

 

그런 드라마를 만들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거야

 

에이브 얘긴
이제 제발 그만 해

 

그 사람 칭찬만
30분 동안 늘어놓았잖아

 

좋아 그럼
네 칭찬 해 볼까?

 

- 그래, 좋아
- 그건 어때?

 

그 스웨터 입은 게
맘에 들어

 

물론 좋아하겠지
네가 사준 거잖아

 

파란 색깔이
아주 잘 어울려

 

정말이야

 

에이브 어머니가
자살한 거 알아?

 

또 에이브 얘기야?

 

상상할 수 있겠어?
그는 12살이었어

 

표백제를 마셨어!
정말 안됐어

 

시몬 드 보부아르가
지적한 말이 맞아

 

남자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자는 남자에 대한 관계로만
존재하는 거로 비친다

 

그 말에 동의해?

 

전적으로 동감해요

 

교수님에 대한
소문 들으셨겠죠

 

여자들과 경험이
많다는 얘기요

 

같이 잔 걸
말하는 거겠지

 

그걸 성취했다고 생각해요?

 

많은 여자와
하룻밤의 정사 말이에요?

 

그런 때가 있었지

 

미친듯한 느낌이었어

 

어느 날
흥미가 없어지더라고

 

더는 재미를
찾을 수 없었어

 

그 진통제 같은
오르가슴에서 말이야

 

왜요?

 

사는 이유를
생각할 수 없었어

 

그렇지만
설득력은 없었지

 

겁나게 들려요

 

재미가 없어지면
아주 겁이 나지

 

만약 재미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요?

 

한 사람에게 헌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요?

 

만약 지금 누군가를 만난다면
너무 지쳐 고마운 걸 모를 거야

 

피아노 개인지도
받으러 가야 해요

 

금요일 밤에는 뭐 하세요?

 

몰라, 왜?

 

파티에 가지 그래요

 

- 아냐...
- 오세요

 

로이와 모시고 갈게요
같이 가요

 

음악도 있고
재밌을 거예요

 

교수님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정말이에요

 

방에서 뒹구는 것보단
훨씬 나을 거예요

 

별로 건강에도 안 좋아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같이 가실래요?

 

- 예?
- 안녕하세요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요

 

오늘 주류판매점에서
쇼핑을 했어요

 

싱글 몰트 스카치 좋은게
두 병 있는 걸 우연히 보고

 

폴과 내 거를 샀어요

 

당신이 몰트 스카치
좋아하잖아요

 

오, 정말 사려가 깊군요
얼마 드리면 되죠?

 

아뇨, 당신을 위해
산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비 오는데 오지 말고
나중에 줘도 될 텐데요

 

기다릴 수가 없어서
기대를 했거든요

 

같이 한잔 할래요?

 

안 물어볼 줄 알았어요

 

뭐 하고 있었어요?

 

오래전에 시작했던
책을 끝내려던 중이었어요

 

- 뭐에 관한 거죠?
- 하이데거와 파시즘요

 

세계가 필요로 하는 거요

 

하이데거와 파시즘에
관한 다른 책이에요

 

잘 돼가요?

 

꽉 막혔어요
쓸 수가 없어요

 

왜요?

 

글쎄...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쓸 수가 없어요

 

뭐가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할 수 있죠?

 

숨 쉬려는 의지요

 

영감, 알잖아요?

 

뮤즈가 필요하군요

 

전엔 뮤즈 같은 건
필요 없었어요

 

비 오는데 다시 가라고
하진 않겠죠

 

나랑 같이 잠 안 자고요

 

글을 써야 해요

 

막혔다고 했잖아요

 

막힌 걸
뚫어주려는 거예요

 

아니면 요즘 같이 시간 보내는
학생과 재미 보려구요?

 

허리케인이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에이브는 거기 가서
6주를 보냈어요

 

문제가 엄청나게 많았대요

 

정치적 관료주의와
부패가 판을 치고

 

무지와 탐욕이
말도 못했대요

 

조지 부시의 추문이었지

 

에이브가 바로
그 한가운데서

 

뭔가를 해보려고 했어요

 

그러는 동안 아내가
그의 친구와 바람이 났어요

 

그게 믿어져요?

 

에이브는 진짜
아내를 사랑했어요

 

그들은 마추픽추 유적을
여행하다 만났어요

 

둘 다 환각제를
경험했어요

 

모든 마약을 해 봤지만
싫어해요

 

진보적이긴 하지만
아주 보수적이에요

 

너한텐 다
얘기하는 것 같구나

 

사람들은 그를 알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아요

 

이제 에이브 루카스
얘긴 그만하지?

 

그리고
나한텐 묻지도 않고

 

내일 밤 우리와 같이
그를 초대한 것은

 

정말 재미없어

 

그 사람은 사람들을
만나야 해, 로이

 

안 그럼 방에 앉아
생각만 할 거야

 

하지만 내가 왜
질투하는지 알겠지?

 

말도 안 돼

 

너무 자신만만하군

 

미안해요

 

틀림없이 실망했을 거예요
과장이 아녜요

 

발기부전약 먹어 봤어요?

 

육체적인 게 아녜요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요

 

하지 못한지
거의 1년은 됐어요

 

정신과 의사 만나봤어요?

 

그런 문제 잘 아는 사람
알고 있거든요

 

아직 이유는 모르지만
돌아오길 바라고 있어요

 

실망시켜 미안해요

 

아니, 괜찮아요
당신이 더 힘들죠

 

스카치 고마워요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즐거움의 덧없는 허무함에 관해
병적인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내 얼굴이
그렇게 우울하게 보여?

 

개인 집에서 '데 쿠닝'은
한 번도 못 봤어

 

알아, 부모님이
경매로 산 거야

 

이제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엄청나게 사고 있어

 

지난주 소더비에서
'키타이'와 '워홀'을 샀어

 

설마!

 

알아, 알아

 

에이프릴, 솔직히
도둑맞는 거 겁 안나?

 

아니, 집 사방에
경보장치가 있어

 

- 네 아빠 거 좀 보여줘
- 안 돼

 

- 어서 보여줘
- 그건 안 보여줘

 

세상에, 어쩜
넌 올 때마다 그러니

 

이상해

 

알았어, 그림은 괜찮아
괜찮다고

 

도둑을 위해

 

그래, 알았어!

 

이리 줘 봐

 

- 장전됐어?
- 이건 내 애인이야

 

애인? 세상에

 

아니, 장전 안 됐어
총알을 꺼낼게

 

이걸 쏴?

 

아니, 가끔 아빠가
나무에다 쏴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잖아

 

러시안룰렛이 뭐야?

 

러시안룰렛이 뭐야?

 

- 설명해 줘
- 좋아, 알았어

 

좋아, 총알을 한 발 집어

 

총알을 집어서
약실에 넣는 거야

 

- 시범 보이진 마
- 안 그럴 거야

 

그리곤 돌리는 거야
알았어?

 

머리에 총을 갖다 대고

 

- 방아쇠를 당겨
- 좋아...

 

승산은 5대 1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나

 

하지만 운이 없으면...

 

- 넌 그냥...
- 아주 불운한 거지

 

왜?

 

이걸 왜 하는데?
돈 때문이야 뭐야?

 

이건 위험이
돈보다 훨씬 높아

 

- 돈 때문이 아니야
- 그럼 뭐야? 무슨 목적으로?

 

방아쇠를 당길 때는
정말 기분이 짜릿해지지

 

데니, 그만해!
그거 저리 치워

 

줘 봐, 한 번 보게

 

난 총 싫어

 

조심해요

 

총 내려놔요!

 

세상에!

 

대체 뭐하는 거예요
에이브?

 

승산은 내게 유리해

 

이게 재밌다고 생각해요?

 

- 하지만 내 말은...
- 총 내려놔요

 

- 그럴 가치가 있어요?
- 5대 1은 아냐

 

이젠 50대 50이지

 

에이브!

 

그만해요, 그만!

 

그만둬요!

 

죽고 싶으면 실험실에 가서
청산가리를 마셔요

 

우리 앞에서 이러지 말고

 

이게 교재보다 좋은
실제적인 수업이야

 

술 취했어요

 

완전히 취했어요
집에 가요

 

너무 많이 마셨어요

 

50대 50 승산은 우리의
삶보다 훨씬 높은 거야

 

네 철학 교수가 음주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것도 문제예요

 

그리고 너무 자기 파괴적이라
정말 안 됐어요

 

하지만 아주 똑똑해요

 

내 생각 얘기해 볼까?

 

우린 그저 음악학과야

 

그래요

 

그는 글을 잘 써

 

생동감있게

 

하지만 문체가 좋은 거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속이 없어

 

생각은 로맨틱한데
너무 결점이 많아

 

그 사람한테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난 로이를 사랑해요

 

복잡한 사람을 아는 거에
관심은 있지만

 

그가 두렵긴 해요

 

낭만적인 사람들은
자살도 낭만적으로 생각해요

 

사실 난 에이브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가 길 잃은
영혼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통과 감성에는
나의 로맨틱한 환상에 와닿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와 박물관에 가고
영화를 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그는 정말 독창적인
사상가였다

 

문제는 삶에 대한
열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기쁨도 삶의 분명한 이유도
없다는게 날 불안하게 했다

 

정말 그를
도와주고 싶었다

 

난 포기했어

 

모든 게 쓸데없어

 

마르틴 하이데거에
관한 내 책도

 

세계에 털끝만큼의
변화도 못 줄 거야

 

왜 그렇게 얘기해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적극적으로 세계를
변화시키려 했는데

 

아무것도 못하는
수동적 지식인이 되고 말았어

 

리타 리처즈는 교수님의
창조적 샘을 흐르게 하지 못했는데

 

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질

 

그러지 마

 

뭘 그러지 마요?

 

이러지 말라고

 

우린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잖아요

 

- 그리고 전...
- 우린 친구야

 

알아요, 이건...

 

제가 교수님을 걱정하는 걸
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에게
분명하잖아요

 

남자친구도 포함해서?

 

전적으로 그에게 헌신할
준비는 안 됐어요

 

그는...

 

- 아직 모르는 게 많아요
- 좋아, 질

 

우리가 함께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것 같아

 

네 시간을 독점해선
안될 것 같아

 

좋아요

 

왜 기분이 그렇게 우울해?

 

로이, 난 괜찮아
알았어?

 

난 가끔 기분이 안 좋으면
안 되는 거야?

 

내가 얘기한 거
생각해 봤어?

 

뭘?

 

졸업한 다음 런던에 가서
같이 사는 거 말이야

 

그리고 옥스퍼드에서
대학원 다니기로 했잖아, 아냐?

 

너무 큰 계획이라
잘 모르겠어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질, 잠깐 서 봐

 

너 사랑하는 거 알잖아
무슨 일이야?

 

지금은 그 얘기할 수 없어

 

온몸이 아파

 

뭐에 걸린 것 같아

 

- 좋아...
- 모르겠어, 독감인지

 

알았어

 

여기 멋지지 않아요?

 

맘에 들어요

 

난 혼자 있고 싶을 때
여기 와요

 

침울해 보여요

 

오늘 오후에 미안했어요

 

시간이 좀
지나야 할 것 같아요

 

씨알리스 먹었어요?

 

판단하는 데 방해가 돼요

 

뭐 하나 고백해도 돼요?

 

당신이 온다는 얘길 들었을 때
이 바위를 따라 걸었어요

 

만나면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거란 상상을 했죠

 

맘에 안 들면
왜 그냥 떠나지 않아요?

 

난...

 

혼자선 못 해요

 

그냥 할 수 없어요

 

같이 떠날 사람이 필요해요

 

질의 나에 대한
평가는 옳았다

 

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상태였다

 

분노와 좌절, 허무감을
다스릴 수 없었다

 

사람들은 익사가 고통없이
죽는 방법이라고 했다

 

키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어요

 

교수님은 절망으로부터
고통받고 있어요

 

난 키르케고르의
생각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는 결국 기독교도였어
그게 위안이 됐지

 

그래, 오늘 밤 피아노 연주회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바흐로 정했어?

 

- 우리가 알아볼게요
- 모르겠어요

 

이건 잘못된 거예요

 

저 테이블에
무슨 일인지 알아요?

 

뭐?

 

완전 엉망이 됐어요

 

애들은 내가
안 돌아올 거로 생각해요

 

그건 사실이 아녜요

 

알아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찌할지 모르겠어요

 

판사가 누구죠?

 

토마스 슈팽글러요

 

그 친구가 어떻게 해서
가정 법원에 왔죠?

 

정치적으로
지명된 사람들이에요

 

일부는 괜찮은데 대부분은
돈이나 받아먹는 놈들이죠

 

뭔가 잘못됐어요

 

프랭크에게 판결을 내렸어요
아이들을 돌보지도 않는데

 

- 맞아요...
- 그는 애들을 원하지도 않아요

 

애들은 신경도 안 써요

 

아이들을 데려다줬는데
애들도 안 가려고 해요

 

계속 울기만 했어요

 

프랭크가 어떻게
하는지 알아요?

 

애들을 자기가 일하는 정비소
구석에 데려다 놨어요

 

온종일 바닥에
앉아 있어요

 

애들을 공기가 깨끗한
바깥에 놔둬야죠

 

이제 양육권을 프랭크에게
주겠다는 건가요?

 

- 무슨 근거로요?
- 아무 근거도 없어요

 

프랭크 변호사와
친한 것 같아요

 

양육권을 바꾸면
재앙이에요

 

이해가 안 돼요

 

아이들 선생과 의사들을
데려갔었어요

 

소용없었어요

 

정말 그 판사는
사퇴 안 해요?

 

제 변호사가 노력했지만
실패했어요

 

재판 비용도 계속 지급할 수 없고
판사도 그걸 알아요

 

매번 뭘 요구하면
재정신청만 하라고 해요

 

재정신청을 하면
기각해 버리죠

 

모든 것에
비용이 들어가요

 

애들을 잃어버릴 거예요

 

판사가 확실하게
프랭크 변호사와 친해요?

 

서로 쳐다보며 웃어요

 

운이 없어서
이 판사를 만난 거예요

 

정말 불공평해

 

6주 후에 법정에
나가야 해요

 

판사가 다시
연기를 하지 않는다면요

 

아마 하겠죠, 그게 프랭크에게
유리하다는 걸 아니까요

 

밤에 잠도 잘 안 와요

 

애들을 데리고
유럽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사실 여길 뜰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뭐요, 평생
숨어 지낸다고요?

 

도망자가 되는 거예요

 

그 마음 알아요, 캐럴
당신은 좋은 엄마예요

 

판사가 암에
걸렸으면 좋겠어요

 

판사는 암에
안 걸릴 것이다

 

바란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그가 죽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정말 힘들 것이다

 

설사 한다 해도
유력한 용의자가 될 테니

 

반면에
내가 죽여줄 수 있지

 

내가 했다는 걸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 바퀴벌레를 제거해서
당신의 고통을 끝낼 수 있어

 

바로 그 순간
내 인생은 하나가 되었다

 

저 불쌍한 여자를 위해
내가 축복을 베풀 수 있다

 

아무도 나와
연관시키지 못할 것이다

 

난 관련된 사람을
아무도 모른다

 

동기도 없고 여기에 와도

 

저 사람들을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필요한 건 이름뿐이다

 

토마스 슈팽글러 판사

 

괜찮아요?

 

안에서 약간 어지러웠어

 

떨고 있잖아요

 

- 글쎄...
- 괜찮아요?

 

불안발작 같은 거야

 

- 집에 약이 있어
- 알았어요

 

왜 어지러운지 모르겠어

 

슈팽글러 판사를
죽인다는 게 날 흥분시켰다

 

실제 행동으로 옮겨
세상을 지옥같이 만드는

 

해충같은 놈을 제거하고

 

이 여자를 돕는다는
생각 말이다

 

완전 살인을 한다는 창조적인
도전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위험성이 높지만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해줬다

 

- 미안해, 정말 잘했어
- 고마워요

 

- 와줘서 고마워요
- 당연하지

 

저번에 우연히 들은 여자에 관해
생각해 봤어요, 교수님은요?

 

- 그래, 나도
- 그런 일들을 보면 놀라워요

 

판사가 죽기를 바라는
여자를 탓하지 못하겠어요

 

심장마비라도
걸리면 좋겠어요

 

끔찍하게 들리죠

 

아냐, 세상엔
죽어야 할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죽으면

 

세상이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단순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가 못된 판사일 수도 있지만
좋은 아버지일 수도 있어요

 

- 첫째, 그는 아버지가 아니야
- 그걸 어떻게 알아요

 

관심이 있어서 컴퓨터로
그 판사를 조사해 봤어

 

세상에,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설사 가정적인 남자라 해도

 

나쁜 짓을 하는
마피아 보스들처럼

 

아내와 아이들에게
잘한다고 해서

 

그들을 봐줄 수는 없잖아?

 

아주 명확한 걸
너무 깊게 생각하면 안 돼

 

그는 부패한 판사고
선서한 대로 공정하지 않아

 

단순히 권한을 가졌다는 이유로
여자와 아이들을 짓밟고 있어

 

아무도 그를 못 막아

 

내 말은...

 

그렇게 모호한 건 아냐
이렇게 말하는 게 싫지만 말이야

 

그는 박멸해야 할
바퀴벌레야

 

현기증과
불안감이 사라졌다

 

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했다

 

너무 흥분돼서 잠이 안 왔다

 

마음은 슈팽글러 판사를
죽인다는 생각으로 정신없었다

 

뜻밖에 모르는 여자를
우연히 만난 거에 감사했다

 

내 삶은 갑자기
목적을 가지게 됐다

 

마침내 잠이 들어
난 숙면을 취했다

 

- 안녕
- 안녕

 

주문받아요

 

오렌지 주스, 프렌치토스트
해시 브라운과 더블 베이컨

 

평상시 블랙커피는
어떻게 됐어요?

 

뱃가죽이 등에 붙었어요

 

브라보, 토스트에
시나몬 설탕은요?

 

- 예, 시나몬 줘요
- 알았어요

 

- 안녕
- 안녕!

 

굿모닝

 

오늘 아침엔
힘이 넘치네요

 

- 예
- 그래요

 

- 어젯밤 큰 결심을 했어요
- 그래요?

 

내 인생을 통제하기로요

 

잘됐군요

 

뭣 때문에 그런 맘을 먹었죠?
종교적 계시라도 받았나요?

 

그만 투덜대고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하고
해결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좋아요
왜냐면, 솔직히 말해

 

우리 중에 당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최악의 상태처럼
보였거든요

 

요령은 뭘 너무
유심히 관찰하지 말고

 

모든 문제를 얘기하지 말고
직감대로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냥 관찰하고
상투적으로 하는 것보다

 

행동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거죠

 

알 것 같아요
철학은 잘 모르겠지만

 

당신이 잘하는 게
뭔지 알겠어요

 

난 좀 느려요
정말요?

 

저 등대 좋아할 줄 알았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의 하나예요

 

그래, 정말 아름답군

 

에밀리 디킨슨의
시구가 생각나

 

"공기에 취해서"

 

공기에 취하는 거지

 

스카치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

 

전에 한때 시를 가지고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했죠

 

그래, 화가 나서
모든 시를 없애버렸어

 

나와 평생 같이 자란
재밌고 좋은 친구가

 

이라크에서 지뢰를 밟았어

 

세상에

 

하지만 네가 원하면
다시 써 볼 수 있어

 

잘하진 못하지만

 

널 위해 한번
노력해 볼 수 있어

 

난 교수님을 사랑해요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실은
대학교수를 사랑한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좋아하는 거야

 

넌 그 친구와
같이 있어야 해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난 항상 네 친구야

 

너의 계관 시인이지

 

정말 좋았어

 

세상에, 아침에
대체 뭘 먹었어?

 

그건 과분한 칭찬이고
당신이 멋진 여자야

 

철학 교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당신 완전히 거칠었어

 

오랜만에 처음으로
자유로움을 느꼈어

 

무제한의 자유

 

나와 도망가

 

어디로? 타히티?

 

고갱처럼?
열대지방에서 사랑하기 위해?

 

폴을 떠나
스페인으로 가고 싶어

 

- 정말?
- 예

 

왜 스페인이야?

 

항상 스페인을
로맨틱하게 생각했어

 

- 한가지 물어볼 게 있어
- 뭔데?

 

질 폴라드라는 학생과
같이 잔 적 있어?

 

오늘 밤까지 일 년 간
아무하고도 잔 적 없어

 

알다시피 당신과
있었던 일 말고는

 

- 학생들과 자 본 적 있어?
- 없어, 전혀

 

우린 친구일 뿐이야

 

학교에서 들리는
말이 있어서 그래

 

그냥 하는 말이야

 

사람들은 할 일 없으면
수다 떨며 보내잖아

 

그런 생각하지 마

 

삶의 열의가 돌아왔다

 

이런 부활의 원동력은
두 아이의 엄마를 돕기 위해

 

슈팽글러 판사를 세상에서

 

제거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이었다

 

그는 법원에서 걸어갈 수 있는
멋진 거리에서 혼자 살았다

 

일주일에 한 번 클럽에서
친구들과 브리지 게임을 했다

 

클럽 회원이었으며
거기서 자주 식사를 했다

 

토요일 아침엔
리피트 공원에서 조깅을 했다

 

그는 판사로서 평판이 안 좋았고
한 두번 탄핵을 받았었다

 

하지만 영리하고
그 중 한 명이기 때문에

 

항소를 뒤집은 적은 없었다

 

왜 대륙 철학이죠?

 

왜냐면 대륙 철학은
분석적인 전통보다

 

더 재미있고 개인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지

 

실존주의자들은
어떤 것의 의미보다는

 

그게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했어

 

교수님과 같이 놀이공원에
올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로이는 오늘 밤 뭐해?

 

공부해요

 

이렇게 내 인생을
음미하고 있고

 

이렇게 여기 왔으니
너한테 상을 하나 줘야겠어

 

에이브에게 무슨 일이
있는게 틀림없었다

 

기분이 좋았으며

 

집중을 잘하고
낙천적이며 더 매력적이었다

 

그는 분명히 나한테
상을 타주겠다고 했다

 

행운과 확률의 영향에 대해
한바탕 얘기하고 나서

 

그는 첫번째 스핀의
당첨 번호를 뽑았다

 

첫번째 직감으로 해 봐야지
내 예감으론 17번

 

좋아요, 갑니다!

 

돌고 돌고 돌아가요

 

어디서 설까요?
아무도 몰라요

 

자...

 

와우!

 

믿을 수가 없어

 

- 맞췄어
- 운이 좋군요

 

- 어떻게 했어요?
- 우주의 행운의 법칙

 

그렇게 생각해요?

 

정정, 행운이 아니라 기회
우린 모두 기회에 좌우되지

 

좋아, 뭘 원해
상품으로 뭘 원해?

 

- 좋아요...
- 뭐든지 원하는 대로!

 

저기 플래시요

 

- 플래시?
- 예

 

- 아주 실용적인 선택이야
- 고마워요

 

- 이건 실용적이 아녜요
- 실용적이 아니라고?

 

그럼 다른 거 한번 봐

 

네가 플래시 선택했잖아 ?

 

색이 맘에 들어...

 

내가 실용적이라고
생각하는게 싫어요

 

환각제 먹은 거 같아

 

이거 봐

 

비틀린 거울인데도
넌 보기가 좋아

 

날 중산층 게으름뱅이로
생각하지 마요

 

놀라게 해줄게요

 

어?

 

이봐

 

아니, 이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무슨 뜻이에요?
이게 좀 늦은 거 아녜요

 

넌 멋진
남자 친구가 있잖아

 

그 친구는
널 좋아하고 있고

 

알아요
난 로이를 사랑해요

 

하지만 그에게 헌신하겠다는
뜻은 아녜요

 

내 말 들어봐

 

나 같은 극단론자와
얽힐 필요는 없어

 

- 날 믿어
- 왜 안 돼요?

 

교수님처럼
나도 모험을 할 수 있어요

 

우리가 너무 열중했어

 

좋아, 키스한 건
잊어버려, 알았지?

 

못하겠다면요?

 

그렇다면 내가 책임을 지고
일이 틀어지지 않게 해야지

 

다른 곳으로 갈까

 

틀림없이 에이브는
나에 대한 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처럼

 

날 좋아하는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그가 더는 진행되기를
원하지 않는 이유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건 브라일린의
교칙에도 어긋났다

 

하지만 에이브는 로맨틱해서
위험을 꺼리지 않았다

 

확실했던 건 로이를
좋아하는 것만큼

 

그건 틀림없었지만

 

난 루카스에게 빠져들었다

 

그가 심각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할수록

 

난 더욱 뭔가를 원했다

 

살인은 창조적 행위라는
생각이 맞았다

 

스팽글러 제거 방법을
계획하고 그걸 완벽하게 해내는 건

 

예술적인 도전이었다

 

모든 방법을 저울질해본 후
결론을 내린 것은

 

그걸 실제로 실행하고

 

빠져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독살하는 것이었다

 

컴퓨터에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도록 주의하며

 

모든 독을 조사한 후

 

청산가리가 추리소설 작가와
스파이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청산가리가 빠르고
고통이 없을 것이다

 

그걸 합법적으로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지 않고
구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모든 단계가 위험했으며
난 짜릿함을 느꼈다

 

루카스 교수님

 

여기서 뭐하세요?

 

- 안녕하세요
- 예, 에이프릴이에요

 

- 에이프릴, 그래요
- 예

 

연구하고 있는
책을 조사하고 있어요

 

좋아요

 

고무장갑을 껴서
다행이군요

 

대부분 독이
아주 위험해요

 

알아요

 

잠깐만요
기왕에 오셨으니

 

제 칸트 논문에 대해
물어봐도 돼요?

 

좋아요
걸으면서 얘기할래요?

 

금요일까지 마감인데

 

그의 도덕적 원칙을
이해 못하겠어요

 

이해 못하겠어
왜 그렇게 까칠하게 구는지

 

괜찮아, 그냥
콘서트에 가기 싫어

 

네가 간다고 해서

 

표를 산 거잖아

 

미안해
마음이 바뀌었어

 

- 친구와 같이 가
- 알았어

 

하지만 너와 같이
가고 싶었다고

 

그럴 기분이 아니야, 알았어?

 

에이브 루카스 때문에
나한테 관심이 없어진 거야

 

세상에, 로이
그 얘긴 여러 번 했잖아

 

그 사람은 친구야

 

친구 이상이라면
더 좋았겠지

 

- 그 얘긴 하지 마
- 하지만 틀림없잖아

 

틀림없다고

 

그거 알아?

 

아무 일도 없어
넌 편집증이야

 

알았어

 

그냥 마이크와 콘서트에 갈래

 

재미있을 거야
마이크는 좋은 친구야

 

그래

 

슈팽글러 판사의
일상적인 조깅에서

 

내가 생각하던
방법을 찾아냈다

 

그 생각이 분명해지면서
내 일과가 됐다

 

주말 달리기, 아침 신문

 

공원 벤치, 오렌지 주스 통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가 없으면 세상이
더욱 좋아질 것을 확신했다

 

- 여기 있어, 생일 축하해
- 고마워

 

생일 축하해!

 

고마워요

 

불어

 

- 예!
- 좋아

 

좋았어

 

뭔지 궁금하다

 

로이, 이건 바로
내가 원하던 스웨터야

 

하지만 얘기한 지
몇 개월 됐는데

 

- 잊어버린 줄 알았어
- 입으면 아주 예쁘겠다

 

맘에 들어

 

그래, 생일에 어디
데리고 갈 거야?

 

코미디 보러
콜로니얼에 갈 거예요

 

가서 좀 가져올 게 있어

 

알았어

 

- 정치 풍자극이지
- 그래요

 

아주 좋다고 들었어

 

- 우리도 봐야겠어
- 아주 재미있을 거예요

 

부모님과 로이가
생일 케이크와

 

선물을 줘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사실은...

 

에이브 루카스가 몰라줘서
마음이 아팠다

 

난 공원에서 나왔다
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슈팽글러가 주스를
마시는 건 보지 못했다

 

주간 교직원 회의에서
집중하려 했지만

 

내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오늘 리피트 공원에서
조깅을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은

 

로드아일랜드주
가정법원의

 

토마스 슈팽글러 판사로
밝혀졌습니다

 

이 소식에
동료들은 놀랐습니다

 

판사의 건강 상태는 좋았으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슈팽글러 판사는
61세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서둘러 신문을 사러 가니

 

뉴스에 나와 있었다

 

난 커다란 성취감에
사로잡혔다

 

사법권의 남용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장황하고 신랄하며
말로만 나불대는

 

글만 쓰지 않은 것이다

 

직접 행동에 옮겨
암을 제거한 것이었다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세상이 더 좋아진 것이다

 

그 여자는 은인이 있다는 걸
전혀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제
법원 심리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을 것이다

 

물론이지, 읽어봤어
정말 믿기 힘든 일이야

 

깜짝 놀랐어

 

뭐라고? 아냐
죄의식 느낄 필요없어

 

형편없는 사람이었잖아

 

이봐, 이따 뭐해?
시간 있어?

 

저녁 같이 먹는 거 어때
둘이서 말이야

 

멋지게 축하를 해야지

 

7시 반? 좋아

 

- 고마워요
- 천만에요

 

주문해 줘서 좋아요

 

- 축배
- 축배

 

오늘 밤 정말 기분 좋아

 

편안하고 행복해

 

이거 축하해야 하는 거죠?

 

누가 죽은 걸 축하하려니
약간 섬뜩하긴 하지만요

 

인생은 아이러니한 거야
안 그래?

 

어느 날 골치 아프고
풀 길 없는 문제의 늪에 빠져

 

세상이 암울하기만 하고
해결 방법은 보이질 않는데

 

갑자기 검은 구름이 걷히면서

 

이 여자는 다시
멋진 인생을 살게 된 거야

 

이건 놀라운 일이야

 

가끔은 작은 일이

 

심장마비처럼요

 

- 아니면 복권 당첨처럼
- 맞아요

 

사실은 3일 동안
2번 축하하는 거예요

 

2번?

 

내 생일이 어제였어요

 

 

그래, 알아

 

알고 있는 거 알아요
그냥 확인해 본 거예요

 

사실은 교수님이 축하 전화를
안 해줘서 좀 언짢았어요

 

질, 나도 그러고 싶었어

 

선물까지 준비했었어
하지만 생각해 보니

 

잘못 생각할 것 같아서

 

뭘요, 교수님이
절 좋아하는 거요?

 

널 좋아하는 거 알잖아
그냥...

 

환상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았어

 

왜요?

 

나 없이 더 잘할 수 있잖아

 

세상에, 정말요?
제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좋아, 여기 있어

 

생일 축하해

 

어머, 세상에

 

제 선물이에요?

 

그래, 별거 아냐

 

별거 아니긴요
정말 멋져요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교수님은 정말 로맨틱해요
안 그래요?

 

네가 제일 좋아하는
시에 표시해 놨어

 

그녀를 정말 좋아해요

 

촛불 아래 네 반대편에 앉아
내가 뭐 하는 거지?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하지만 일어났잖아요

 

우리 축하하는 거 맞지?

 

정말 멋진 날이었어

 

네 생일이었잖아

 

먹고 싶은 생각 없어요
교수님 집으로 가요

 

 

가고 싶어요

 

- 안 돼
- 가요

 

제 생일이에요

 

이러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교수님은 마침내
인생을 축하하는 거에요

 

러시안룰렛을 하며
죽음을 낭만화하는 게 아니구요

 

넌 남자 친구가 있어
그걸 방해하고 싶지 않아

 

우린 소유하는 게 아녜요
말했잖아요

 

네 말 안 믿어

 

로이는 그렇게
얘기 안 할 거야

 

그 얘긴 하고 싶지 않아요

 

교수님과 같이
자서 좋았어요

 

그래, 나도 좋았어

 

그게 다예요?

 

뭔가 가치 있는 일을
이룩한 기분이야

 

인생이 의미가 있게 됐어

 

저와 사랑을 한 게
교수님 인생에 의미를 줬다니

 

정말 기분이 좋아요

 

창작의 봇물이 터진 것처럼
거침없이 글이 써졌다

 

난 행복했으며
그 행복감을 즐겼다

 

질과 연애를 시작했고
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그것은 갑작스럽게
형언할 수 없는

 

삶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한때 삶에 대해
무관심했던 생각이

 

터무니없이 느껴졌다

 

어떻게 지내요?
오래간만이에요

 

예, 괜찮아요
모든 게 잘 되고 있어요

 

당신은 항상 보기 좋군요

 

다음 주에 시간이 좀 있어요
괜찮다면...

 

당신 연애하는 걸 방해했나요?

 

왜 이래요

 

에이브!

 

전화했었어요

 

무슨 일인지 봤어요?
신문 봤어요?

 

아니, 뭔데?

 

슈팽글러 판사가 살해됐어요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 그는 살해됐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심장마비 아니었어?

 

심장마비인 줄 알았는데
부검을 해 보니

 

심장마비가 아니라
독이었어요

 

- 독?
- 예, 독이었어요

 

누가 주스에 독을 탔어요

 

- 농담이겠지
- 알아요

 

뭣 때문에 부검했지?

 

항상 부검하는 거 아녜요?

 

심장마비가 아니라고
의심한 것 같아요

 

독이라고 생각하고
부검을 한 거예요

 

슈팽글러 판사가 누구죠?

 

판사인데...

 

식당에서 누가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이상한 얘기지만...

 

이상한 얘기 들을 시간 없어요
나중에 봐요

 

- 좋아요
- 그게 믿어져요?

 

- 아니
- 끔찍하지 않아요?

 

그는 아마 적이 많았을 거야

 

그래요, 하지만
우린 축하를 했잖아요

 

알아, 하지만
안 됐다는 말은 못하겠어

 

누구라고 생각해요?
그 여자라고 생각해요?

 

- 모르겠어...
- 아니면 친구가 그랬을까요?

 

경찰은 뭐라고 했지?

 

난 에이브 루카스
살인을 했다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건 특이한 경험이다

 

생명을 빼앗은 것이다

 

전투나 정당방위가 아니라

 

내 소신에 따라 선택을 하고
그걸 다 봤다

 

진정한 인간이 된 기분이다

 

오늘은 실존적 선택에 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인생은
의미가 있습니다

 

장 폴 사르트르의
성찰에 관해 알아보죠

 

"만약 지옥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타인이다"

 

에이브는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의 깊은 감정을 억압하던
뭔가가 뚫린 것 같았다

 

경찰은 아직 몇 주 전

 

공원에서 독살된 슈팽글러 판사
살인 사건의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수사관들은 기자들에게
모든 단서를 쫓고 있지만

 

아직 관심 인물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수사관들은 이 독이
슈팽글러 판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노린 것이라는 억측은

 

억측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새 향수를 뿌렸구나

 

그걸 알아채니 정말 좋아요

 

난 삶의 감각적인 즐거움에
아주 익숙해졌어

 

보는 것과 듣는 것
음식의 맛과 와인

 

왜?

 

무슨 생각해?

 

재밌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교수님이 슈팽글러 판사를
죽였다면 아이러니할 거예요

 

내가 어떻게 그런
기적을 일으키겠어?

 

모르겠어요

 

교수님은 할 수도 없었고
하지도 않았겠죠

 

누굴 죽이는 건
정말 힘들 거예요

 

특히 모르는 사람을
독살하는 거요

 

글쎄, 만약 누구를
죽여야 한다면 난...

 

총을 사용하거나
차로 칠 거야

 

청산가리는 전혀 다른 거지

 

청산가리였어요?
신문에는 그런 말이 없던데

 

난 항상 누군가 독살당하면
청산가리일 거로 생각했어

 

재밌군요, 전 항상
비소일 거로 생각했어요

 

- 그래?
- 예

 

영화 같은 걸 보면
누군가 그를 아는 사람일 거예요

 

가까이 접근해서 커피에
독을 떨어뜨릴 수 있는

 

그런 사람요

 

참, 주스였죠, 안 그래요?

 

난 모든 대화를 즐겼다

 

그건 마치 팽팽한 포커 판에서

 

풀 하우스를 손에 들고
모르는 척 잡담을 하며

 

승리패를 쥐었다고
자신하면서도

 

스트레이트 플러시와 포카드에
눌릴지도 모른다는 전율을

 

느끼는 것과 같았다

 

로이와 오늘 말다툼을 했어요

 

듣고 싶지 않아

 

그에게 솔직해지고
싶다고 말했어요

 

아직 그에 대한 애정이 있지만

 

교수님도 좋아한다고요

 

사실, 넌 첫날부터
아주 특별했었어

 

교수님은 행운아예요

 

그래, 행운아야

 

그래, 무슨 얘기 하고 싶어?

 

이제 더는
널 안 만날 거야

 

이런 상황에선
만나고 싶지 않아

 

네가 에이브 루카스를 좋아하는데
그냥 기다릴 순 없어

 

그래, 알아
너한텐 당연하지

 

난 그냥 계속해 나갈 거야
무슨 일이 있든지

 

- 누구 만나는 사람 있어?
- 없어

 

하지만 틀림없이 넌 있어
난 기다리지 않을 거야

 

그건 공평하지 않아

 

안 됐어, 우린 잘 되고 있었는데

 

내 잘못이야, 로이

 

난 한 사람에게 헌신할
준비가 안 돼 있어

 

그래

 

저녁 잘 먹었습니다

 

이 파이는...

 

-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우리도 기뻐요

 

질이 교수님 칭찬을
아주 많이 했어요

 

두 사람 슈팽글러 판사에 대한
얘기 알고 있나?

 

우리요? 우린 슈팽글러 판사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죠

 

우린 어떤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아주 저질 판사라고요

 

그가 심장마비나 차에 치여
죽기를 바랐어요

 

난 샐리 켈리와 그 공원에서
조깅을 했어요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난
누군가 그에게 아침에 독을 먹였는데

 

공원에 있을 때 효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음료수에 청산가리가
있다는 기사를 읽고

 

내 이론은 깨졌지

 

교수님 말이 맞았어요
청산가리였어요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했었죠?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했어

 

그래, 말했던 대로
난 항상 청산가리를 생각했어

 

청산가리는 아주 빠르고
치명적이라 당연한 거야

 

비소는 시간이 걸리고
너무 고통스러워

 

그렇게 빠르고 결정적인
제초제는 없어

 

난 독약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읽었을 뿐이죠

 

누가 판사를 죽이려는 거죠?

 

그가 불리한 판결을 내린
사람들뿐이겠지

 

하지만 우리가 얘길 들은
그 여자를 포함해서

 

아는 사람을 모두 조사했는데
전부 제외됐어요

 

그래서 누가 나쁜 장난을 했거나
다른 사람을 목표로 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효과가 빠른 독이라

 

공원에서 컵에다
떨어뜨릴 수도 있어요

 

그것도 말이 되는군

 

하지만 하기 쉽지는 않아요

 

전혀 모르는 사람인 데다
대낮에 공공장소예요

 

누군가 알 거나 믿는 사람과
같이 있었다면 가능해요

 

- 친구요
- 주말이야

 

주말 이른 아침이라
주변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

 

분명히 아는 사람일 겁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모두 조사했어요

 

- 일반 오렌지 주스라고 했지?
- 네

 

매주 거기서 주스를 사고

 

조깅 후에 신문을 읽었어

 

만약 규칙적이었다면

 

누군가 옆에 와서
컵에 독약을 떨어뜨릴 수 있어요

 

혼자가 아니었다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신문을 읽지는 않았을 거야

 

친구는 제외해야 해요

 

그게 남잔지 어떻게 알죠?
여자일 수도 있어요

 

좋은 지적이에요

 

등을 돌리고 있었을 거야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음료수에
뭔가를 떨어뜨릴 수도 있잖아요?

 

테이크 아웃 주스는
뚜껑에 빨대가 있잖아요?

 

아니면 누군가 매점에 가서
주스를 사서

 

안에 독을 넣고 판사 것과
바꿔치기했을 수도 있어요

 

틀림없이 경찰이 모든 의견을
조사해 봤을 거야

 

좋아요, 판사가 주스를 들고
공원에 앉아 있다고 쳐요

 

그런데 누군가 독이 든
똑같은 컵을 들고 온 거예요

 

- 누가 온다고?
- 그리고...

 

판사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

 

그게 누구든

 

바꿔치기하려면 판사가
다른 곳을 오래 쳐다보게

 

만들어야만 해

 

-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 하지만...

 

아마 판사 옆에 앉았을 거예요

 

굳이 판사를 몰라도 돼요
그냥 거기 앉는 거죠

 

판사가 주스를 마시는 동안

 

옆에 앉아 있어요
이 사람은 그냥...

 

판사가 신문을 펴고 돌아서면
충분히 시야가 가려져요

 

만약 판사를 모른다면

 

뭐하러 죽이려고 그렇게
힘든 짓을 하겠니?

 

그래, 판사의 일상생활을
꿰고 있어야만 해

 

그건 어렵지 않아요

 

판사를 일주일만
따라 다니면 돼요

 

이게 토요일 아침
판사의 일상인 것 같아요

 

그래요

 

질 얘기가 맞아요
좋은 생각입니다

 

판사가 신문을 읽으며
시선을 가릴 때 빨리 바꾸는 거죠

 

만약 누군가 벤치에서
옆에 앉는다면

 

흔히 고개를 돌리잖아요

 

분명히 경찰도 이런 걸
우리보다 먼저 알 거야

 

슈팽글러 살인은
내내 뜨거운 이슈였다

 

에이브는 가끔
그 얘기를 했다

 

판사가 죽은 건
그 여자에겐 은총이었다

 

그것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가끔 승마를 같이하는

 

앨리 터너를
우연히 만났다

 

아니, 괜찮아

 

- 좋아
- 로이는 그냥...

 

- 우린 얘기를 많이 했어
- 그래

 

로이는 내가 자기한테
솔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틀린 말은 아냐
하지만 뭘 해야할 지 모르겠어

 

너도 에이브를 좋아할 거야
아주 재미있어

 

너 리타 리처즈 알지?

 

그래, 에이브와 바람피웠다는
얘길 하려는 거지?

 

교직원 중에 리타와
같이 안 자 본 사람 없잖아?

 

아니, 루카스에 대해
아주 재밌는 생각을 하고 있어

 

세상에, 뭔데 그래

 

그 여잔 루카스를 살해된 판사의
용의자로 생각하고 있어

 

왜 신문에 난 사람 있잖아?

 

오, 제발

 

- 농담하는 거야
- 반은 진담이야

 

그럴리가

 

어떻게 해서 그런
이상한 결론을 내렸지?

 

기억은 잘 안 나
리타 남편의 바비큐 파티였어

 

리타가 큰 소리로 그러더라고

 

에이브가 그 판사는
죽어도 당연하다면서

 

무슨 얘기를 했는데...

 

완전 범죄의 미학에
관한 거였데

 

- 어쨌든, 그 여잔 미쳤어
- 그래, 정신 나갔어!

 

돌았어

 

얘, 언제 승마 한번 또 가자

 

- 그래, 좋아
- 재밌더라

 

물론 리타가 하는 말이
진짜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음에 걸렸다

 

널 위해서 시 두 편을 썼어

 

- 설마요
- 맞아

 

- 세상에
- 아니, 지금 읽지 마

 

쑥스러우니까

 

맘에 안 들면 없애버리고
괜찮으면 가져

 

정말 고마워요

 

무슨 일 있어?

 

- 아뇨
- 없어?

 

약간 안 좋아 보여

 

아니, 그냥 감동 받아서요

 

시는 안 읽어봤지만

 

그냥 이걸 썼다는데
감동했어요

 

눈치 빠르긴

 

정말 괜찮은 거지?

 

그냥 보는 거예요

 

에이브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을 한다는 게
터무니없게 느껴졌다

 

일주일이 지난 후

 

리타의 얘기를
직접 들어 볼 기회가 생겼다

 

시내 바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는데

 

혼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약간 술에 취해
수다스러웠다

 

- 안녕하세요
- 잘 지냈어, 미스 폴라드?

 

- 좋아요
- 킴, 별일 없지?

 

잠깐만 기다려

 

- 안녕하세요
- 방금 네 생각했어

 

사실은 저도 그랬어요

 

- 그래?
- 네

 

- 어떻게 지냈어?
- 좋아요

 

실은 앨리 태너를
만났었어요

 

선생님이 에이브에 대해
의견이 있다고 했어요

 

그래, 좀 엉뚱하긴 하지만

 

전혀 터무니없진 않아

 

전 그런 얘기 좋아해요

 

- 말 안 한다고 약속할 거야?
- 약속할 게요

 

얘기 듣고 싶어?
앉아 봐

 

신문에 나온 독살당한 판사
얘기는 알고 있지?

 

- 슈펭글러 판사요?
- 그래

 

- 슈펭글러, 맞아
- 네

 

누가 했는지는 몰라요

 

내 생각엔
철학과의 루카스 교수야

 

우리 공동의 연인 말이야

 

그거 아주 흥미롭군요

 

미친 생각 같지만
사실은 아냐

 

왜 에이브라고 생각하시죠?

 

- 가끔 혼자 있을 때...
- 백포도주 줄래요?

 

격렬하게
섹스를 한 후 말이야

 

- 아뇨, 이해해요...
- 우린 얘기를 했어

 

- 자세히 얘기 안 해도 돼요
- 우리 모두 얘기하길

 

살면서 많은 걸
경험해 봤다고 했어

 

하지만 에이브가
경험 못 해보고

 

궁금해했던 것 한 가지는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거였어

 

- 죽여요?
- 그래

 

천박하고 실없는 소리군요

 

그런 생각할 땐
어떤지 아시잖아요

 

- 으-흠, 그래
- 아주 극적이에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에이브다운 생각이지

 

하지만 내 남편이
판사가 독살되던 날

 

아침 일찍 에이브가
캠퍼스에서 나가는 걸 봤어

 

아침 일찍
6시 반 경에 말이야

 

에이브가 6시 반에
일어나는 거 알고 있었어?

 

강의 시간도
간신히 맞춰서 간다고

 

좋아요, 그럼 교수님 생각은
에이브가 6시 반에 일어나

 

리피트 공원에 가서
전혀 모르는 사람의

 

주스에 독을 넣었다는 거군요

 

에이브는 판사를 몰라요

 

그렇게 가까이 갈 수 없어요
만약 판사를 안다 해도

 

그런 건 하지 않을 거예요
과격하지만 미치진 않았어요

 

결정적인 얘길 해 주지

 

몇 주 전에 난
실험실 열쇠를 잃어버렸어

 

절대 뭘 안 잃어버리는데
열쇠가 내 가방에서 없어졌어

 

모든 실험실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야

 

거기엔 위험한 화학약품과
독극물이 보관되어 있어

 

좋아요

 

그 생각을 정말 믿는군요
안 그래요?

 

- 말했지만...
- 생각해 보죠

 

곰곰이 생각해 볼게요

 

리타의 말도 안 되는 생각에
흔들렸던 건 틀림없었다

 

판사가 불쌍한 여자를
불공정하게 다룬 것에 대해

 

에이브가 격한 반응을
가진 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토요일 아침
6시 반에 뭘 하고 있었던 걸일까

 

생각이 뒤죽박죽되며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더욱 끔찍스러운 사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동안 난
그걸 완전히 부인하며

 

생각조차 하기 싫을만큼
터무니없다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너무 지나친 상상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검은 구름은
이미 달을 지나가 버렸다

 

- 안녕
- 에이브

 

무슨 생각을 해?
뭐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녜요

 

사실은 여기 와서
조깅하던 생각을 했어요

 

원하면 같이 조깅할 수 있어
나도 다시 운동하고 싶어

 

아뇨, 그럼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요

 

난 일찍 뛰는데
교수님은 야간형이잖아요

 

그래서 작년에 사직했잖아

 

인생을 연장할
의지도 없었지만 지금은...

 

리타 리처즈의 남편이
토요일 아침 6시 반쯤

 

교수님이 캠퍼스를 나가는 걸
봤다고 하더군요

 

- 6시 반?
- 네

 

그래, 슈팽글러 판사가
죽던 날 아침이었어

 

MRI 찍으러
병원에 가야 했어

 

- 정말요?
- 그래

 

- 그런 말 안 했잖아요
- 다른 사람 놀라게 안 하려고

 

작은 양성종양인데
의사가 검사해 봐야 한다고 했어

 

그렇게 심한 건 아니래

 

- 다행이에요
- 그래

 

걱정 마

 

안심이 되네요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불안감이 점점 커졌다

 

난 너무 과장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상상을 억제하려고 노력했다

 

집으로 걸어오며
에이브의 집을 지날 때

 

그가 강의 때문에
오후 내내 바쁘다는 걸 알자

 

미친 짓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에이브의 집 안에 들어가자
그를 배신한다는 생각에

 

죄책감과 바보같이 느껴졌다

 

뭘 찾아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책상 위에
죄와 벌의 책이 있었는데

 

슈팽글러 판사의 이름과
한나 아렌트의 인용구가

 

여백에 적혀 있었다

 

장난하는 거야?

 

질!

 

- 잘 있었어!
- 안녕하세요

 

너 오늘 아주 예쁘다
머리도 멋있고

 

고마워요

 

엉망이에요

 

논문은 어떻게 됐어요?

 

좋아, 루카스 교수 덕분에
실험실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얘기했던 아리송한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사람들의
목록을 줬어

 

- 교수님이 실험실에 있었어요?
- 그래

 

근무 시간 후에 거기 있었어
그를 놀라게 해서 정말 미안했어

 

근무 시간 후에 실험실에서
뭐 하고 있었죠?

 

몰라, 책이나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던 것 같아

 

독이나 화학 물질
같은 거 말이야

 

하지만 실험실에 독이나
유독 물질은 잠가 놓잖아요

 

그래, 하지만
열쇠를 갖고 있었어

 

왜 이렇게
이상하게 구는 거야?

 

뭐가 그렇게
중요한 게 있다고...

 

교수님이 슈팽글러를 죽였어요

 

- 뭐야?
- 아녜요?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 아녜요?

 

실험실에서 청산가리를 가져가
공원에서 주스에 넣었어요

 

리피트 공원에 갔었어요
MRI 찍은 게 아니라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 사실이죠?

 

- 제발...
- 미쳤어?

 

거짓말하지 마요, 에이브!
책에서 봤어요

 

이렇게 쓴 걸 봤어요
"슈팽글러, 악의 평범함"

 

그는 죽어야 마땅하다고
결정한 게 틀림없어요

 

그래서 리타의 열쇠를 훔치고
에이프릴이 교수님을 봤어요

 

- 내 말 들어봐, 이리 와
- 아녜요

 

이리 와

 

난 그 여자를 도와주려고
선택했던 거야

 

저번에 네 말이 맞았어

 

내가 항상 넌
아주 영리하다고 했지

 

공원에서?
벤치에서요?

 

그걸 숨기다니
세상에, 그게 느껴져요

 

내가 항상 직감을
믿으라고 가르쳤지

 

모든 걸 이성적으로만
이해할 순 없어

 

만약 옳다고 느껴지면
그게 맞는 거야

 

이건 내가 찾던
의미 있는 행동이었어

 

그렇게 마음대로
사람의 목숨을 뺏을 순 없어요

 

난 아주 타당하다고 생각했어

 

그 여자는 판사가
암에 걸리길 바랐어!

 

바라는 게 대체 뭐야?
아무것도 아냐

 

행동을 해야만 해

 

그게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 그걸 도덕적이라고 생각해요?
- 물론이지

 

난 자신을 도덕적으로 살아온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난 부당행위에 고통을 받는
여성을 도와준 거야

 

- 그래서 감옥에 가려고요?
- 아니, 경찰은 날 생각 안 해

 

평생 감옥에서 지내려고요?

 

경찰은 절대 알 수 없어, 왜냐면
난 동기가 없는 낯선 사람이거든

 

이건 또 하나의
미해결 범죄가 될 거야

 

리타 리처즈가 교수님이
했다고 생각하는 거 알아요?

 

알아, 얘기했어
그거 가지고 한참 웃었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 썩은 판사가 없으면
세상이 더 좋아지잖아?

 

- 세상에, 이럴 수가
- 아니, 물어보는 거야

 

- 세상이 더 좋아지잖아...
- 아뇨, 이건...

 

- 슈팽글러 판사가 없으면?
- 정말 마음 아파요!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하죠?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뜻이야?

 

교수님을 정말 좋아했는데
이젠...

 

더는 볼 수가 없어요

 

날 고발하겠다는 거야?

 

그래요, 고발하는 걸 생각했어요
당연하죠

 

- 질...
- 하지만 할 수 없어요

 

못할 것 같아요

 

교수님... 이건..

 

이건 미친 짓이에요!

 

매일 생각하던 걸 무시하고

 

네 삶의 경험을 믿어야 해

 

세상을 똑바로 보기 위해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던 걸
부숴야만 해

 

내가 이걸 하기로 한 순간
세계는 변한 거야

 

넌 그걸 봤어

 

난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했어

 

사랑을 하고 너에 대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었어

 

이 여자를 위해 이 일을 하는 게
내 인생에 의미를 줬기 때문이야

 

여길 떠나세요

 

가세요, 다신 교수님을
볼 수 없어요

 

아무 말도 안 할게요

 

아무 말도 안 해요

 

하지만...

 

교수님이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믿어요

 

- 난 믿어!
- 저도 믿어요, 하지만...

 

하지만 그걸
정당화할 순 없어요!

 

이 말도 안 되는 걸
정당화할 순 없어요

 

프랑스의 전후 합리화처럼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이건 아녜요...
이건 살인이에요

 

살인이라고요

 

이건 더 많은 살인을
불러일으켜요

 

알았어, 알았어

 

전 이 언쟁을 반박할 만큼
똑똑하지도 못해요

 

말다툼하기 싫어요

 

제 직감을 믿으라고
가르쳤잖아요

 

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잘못된 거예요

 

살인이에요

 

오늘 잘했어

 

다음 몇 주는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든 날이었다

 

난 에이브를 사랑했고
그가 그릇된 생각으로

 

영웅적인 일을
하려 했다고 믿었다

 

난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그의 처지를 생각해 봤다

 

때로는 마음이 약해지며
그가 중산층의 규율로는

 

판단할 수 없는
독창적인 사상가라고 느꼈다

 

너 요즘 우울해 보여
에이브와 무슨 일 있었어?

 

그가 학교를 떠날 거야

 

그래서 그런 것 같아

 

넌 어떻게 생각해?

 

별로야

 

그 얘기 들으면
로이는 좋아하겠다

 

참 이상해

 

난 로이가 좋긴 하지만

 

에이브와 비교하면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이제 생각해 보니

 

난 로이와
잘 어울렸던 것 같아

 

난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잘난 것도 없었어

 

정말이야?

 

에이브가 떠난다는
말을 들었어

 

 

맞아요, 교수님이
보고 싶을 거예요

 

가만히 못 있는 그의 성격상
여기가 약간 재미없었을 거야

 

유럽으로 가려는 것 같아요

 

뭐 하나 얘기해도 돼?

 

그럼요

 

그가 스페인으로
날 데리고 갔으면 좋겠어

 

교수님이 리피트 공원
살인범이라는 얘기를 놓고

 

두 분이 웃었다면서요

 

그거 가지고 한참 웃었지

 

그런데 만약 그가 한 거로
밝혀지더라도

 

놀라긴 하겠지만
그렇게 어이없거나

 

기절초풍하진 않은 것 같아

 

그래도 날 스페인으로
데려갔으면 좋겠어

 

난 브라일린에서
마지막 몇 주를 보내고

 

유럽으로 가서
강의를 할 계획을 세웠다

 

내가 한 일에 대해선
아직도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난 사회적 시위와
자선사업으로부터

 

뭔가 독특하고 심오한 걸
경험했다고 느꼈다

 

난 가족을 도와줬고
다른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판사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질은 결코 날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거 한번 들어 봐
난 FBI와는 일하면 안 돼

 

뭐라고 쓰여 있어요?

 

"경찰은 리피트 공원에서"

 

"슈팽글러 판사를 독살한"

 

"범인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범인 앨버트 포데스타는
임상병리과 직원으로"

 

"살인에 사용된 청산가리에
접근할 수 있었다"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한 포데스타는"

 

"2년 전 슈팽글러 판사 앞에서
증언을 한 바 있으며"

 

"자신의 형에 대한
판사의 판결에 격분했었다"

 

"유죄 판결 시 포데스타는
종신형을 받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할 거예요?

 

나도 몰라

 

모른다고요?

 

결백한 사람이 대신
누명을 쓰게 놔두진 않겠죠

 

뉴스를 들은 이후로
나도 정신이 없어

 

정신이 없다뇨?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건 내가 완전 범죄를
계획했었는데

 

성공했다는 뜻이지

 

도덕적 우월감에 관해
했던 말은 다 어디로 갔어요?

 

나도 생각을 해봐야 해
알았어?

 

생각할 게 뭐 있어요?

 

죄 없는 사람의
인생이 망치게 됐어요

 

좋아, 그럼 자수할게

 

그걸 원하는 거야?

 

그렇게 하려던 거 아녔어요?

 

내 말은 옳은 일에 대해
계속 얘기했잖아요

 

최선이 뭔지....

 

좋아, 만약 자신들이
잘못한 걸 알고

 

며칠 안에 그를
풀어주지 않으면

 

내가 자수하지!

 

난 이대론 살 수 없었어요

 

그리고 이건...

 

이 일 때문에 기소될
무고한 사람을 얘기하는 거예요!

 

나도 알아
내 운이 계속되는지 보자고

 

그들은 자기들이
실수한 걸 깨달을 거야

 

왜냐면 내 말은...
날 좀 봐!

 

- 난 해내지 못할 거야!
- 알아요, 이해해요

 

월요일까지는 자수하세요

 

월요일까지요
안 그러면 제가 할 거예요

 

- 제가 할 거라고요
- 그러면 안 돼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알았어?

 

월요일까지만 기다려 줘

 

날 좀 봐
월요일까지만 시간을 줘

 

알았어? 약속하지

 

- 월요일 아침에요
- 알았어

 

해야 돼요, 안 그러면
제가 할 거예요

 

넌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약속해

 

이런 세상에

 

하지만 난
자수할 맘이 없었다

 

몇 개월 전에
내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아무런 기쁨이나
즐거움이 없었다

 

만약 러시안룰렛 게임으로
끝이 났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슈펭글러를 제거하기로
계획하고 실행한 이후로

 

내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왜 사람들이 삶을 사랑하고

 

거기서 기쁨을 얻으려
하는지를 봤다

 

난 삶의 즐거움을 알았다

 

자살을 하거나 감옥에서
남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살며, 가르치고, 글을 쓰고
여행하고, 사랑하고 싶었다

 

그날 밤
난 리타와 같이 잤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고
유럽으로 가는 생각을 했다

 

당장 폴과 헤어질 수 있어

 

진심이야?
유럽 가는 거, 정말이야?

 

그렇다면 어쩔 거야?

 

믿을 수가 없어
그건...

 

꿈과 같은 일이야

 

로마나 스페인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아니면 런던?

 

경찰은 용의자를 붙잡았다

 

날 정말로
의심하지 않았던 리타는

 

다른 사람이 한 거로 생각했고
그건 그저 생각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누명을 쓰게 놔둔다는
도덕상의 문제가 날 괴롭혔지만

 

살아야 한다는 본연의 의지에
퇴색되고 말았다

 

리타와 유럽으로 간다는 생각이
날 들뜨게 만들었다

 

그녀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열정은 전염성이 강했다

 

이제 길을 막는 건
단 하나 뿐이었다

 

질이 부당하게 기소된 사람의 혐의를
벗겨 주라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질이 얘기하지 못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하나의 살인이 또 다른 살인을
부른다는 질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질, 난 항상 널 좋아했어

 

맘이 확실하진 않았던 건 너야

 

내가 어리석었어, 로이

 

정말 멍청했었어

 

날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해도
솔직히 그건 내 탓이야

 

하지만 무슨 일 때문에
마음이 바뀐 거야?

 

에이브 얘긴 하고 싶지 않아

 

절대로 이해를 못 할 거야

 

괜찮아, 난 항상 그 사람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어

 

넌 정말 이해심이 많아

 

나한테 화를 내야 하는데 말야

 

질, 난 널 사랑해
하지만...

 

나한테 뭔가 말하지 않은 게
있는 것 같아

 

월요일에 얘기해 줄게

 

좋아

 

- 알았어?
- 그래

 

월요일에 다 알게 될 거야
약속해

 

좋아

 

우리가 정말 헤어질 거라곤
생각 못 했어

 

말하기 가슴 아프지만
때가 온 거야

 

합의에 대해 애기하고 싶어

 

이건 나한테 큰 진전이야

 

내가 외국에서 살고 싶어하는 거
알고 있었잖아

 

알아, 하지만...

 

- 다시 생각해 봐
- 제발

 

제발

 

세부적인 거 얘기해
알았지?

 

질의 죽음은
사고처럼 보여야만 한다

 

난 모든 가능성을 검토했고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대학교 때 엘리베이터를
관리했던 게 도움이 됐다

 

가장 좋은 생각이 절박한 순간에
떠오르다니 이상했다

 

완벽했다

 

질은 토요일에
피아노 개인지도를 받았다

 

대부분의 사무실이
문을 닫고 건물은 조용했다

 

엘리베이터에 손을 댄 것처럼
보이게 하면 안 되고

 

고장 난 것처럼
보이게 해야 했다

 

- 여기서 뭐 해요?
- 안녕

 

그냥...

 

경찰서에 가기 전에
너와 얘기하고 싶었어

 

좋아요, 만약 자수하는 거
말고 다른 얘기라면

 

-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 아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나 때문에 이렇게 돼서
사과하고 싶었어

 

그냥...
믿을 수가 없어

 

세상에, 에이브

 

이게 악몽이란 거 알아요

 

가서 전부 얘기하는 거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뭘?
내가 판사를 죽였다고?

 

알아요
뒤에서 밀어줄게요

 

- 친구로서요
- 아냐, 상관없어

 

이건 계획적인 살인이야

 

내 말은...
종신형을 선고할 거야

 

아니, 안 그럴 거예요
좋은 변호사가 있어요

 

- 그건 몰라요
- 뭐야, 농담하는 거야?

 

난 그냥...

 

시간이 지나며

 

내가 경험했던
그 끔찍한 기억들이

 

서서히, 아주 서서히
상처가 사라져 갔다

 

날 사랑하고 돌봐주는
남자 친구가 있어 도움이 됐다

 

가끔씩
모든 사건을 회상해 본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삶과 사랑, 내가 누군지에 대한

 

안목이 생겼다

 

난 죽을 뻔했던
끔찍한 순간을

 

경험했다

 

모든게 큰 교훈이었다
고통스러운 교훈

 

에이브가 했던 말들은
결코 책에선 배울 수 없는 것이었다